이제는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님이 쓰신 수필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가난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게 된 박완서 작가님, 그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있는 노파의 아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몸조차 늙어 버거운 노파는 그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버거워 욕을 하며 이리저리 굴리듯 아들을 다뤘다. 
그걸 본 박완서 작가님은 질투심에 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가 되었었다고 고백하듯 쓴다. 바로 그 얼마전 '참척'(부모를 놔두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그것도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먼저 보내셨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들이 죽어서, 그걸 견딜 수 없어서 세상과 벽을 쌓고 수녀원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는데, 비록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아들조차 일어설 수 조차 없어도 살아있는 아들을 만질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박완서 작가님같은 분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힐링 캠프>에 출연한 이지선씨의 오빠는 오래도록 그와 반대인 고통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in heaven' 뮤직 비디오 마지막 장면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차에 갇혀 불 속에서 죽어가는 여인을 보며, 오빠가 너를 저렇게 놔뒀어야 하는 게 아니었냐는 말 속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같았던 지선씨의 고통의 시간을 막연히 가늠해 보게 한다. 
그러나 이지선씨의 담백한 소회의 뒤편을 가늠하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시간을 , 박완서 작가님의 질투심의 본연인 그 '생명'의 손을 놓지 않고,  지선씨와, 지선씨의 식구들은 그저 살아있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용감하게 고통의 시간을 건너왔다. 아니, 그저 건너온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 지선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게 이겨왔다.
지선씨의 가벼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숨겨져 있는 고통와 아픔이 헤아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던 김제동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한데, 그런 시간을 견뎌온 지선씨는 웃으라며, 편하게 웃으며 말한다. '손가락 마디를 다 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꼬아보지 마세요'
눈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는 이지선씨 임에도, 그런 긍정의 여왕 이지선씨를 선뜻 믿을 수 없는 이경규는 언제나 그렇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아니 이경규만이 아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직도 일그러진 이지선씨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녀가 겪어온 고통의 시간을 들은 시청자들조차 그녀의 밝은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지선씨는 웃으며 단호하게 한 마디를 건넨다. '꼬아서 바라보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티하나 없는 '무한 긍정'이 비단 이번 이지선씨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힐링 캠프>가 가장 본연의 자태를 잘 드러내는 자리였던 지난 번 '닉 부이치치' 역시  '긍정적'이라는데 있어서는 이지선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라는 '닉 부이치치'와 '훙해서 어떻게' 하는 이지선씨가 오히려,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영혼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영혼의 무게가 묵직할 그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보통사람이 욕구하는 삶을 극복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해탈'의 경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저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닮아 하던 사고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지선씨의 결론이 그저 헛 말만은 아니라는 공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자신을 들볶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바로 오늘이라며 지선씨는 해맑게 웃는다. 제 아무리 긍정의 여왕이라도 ,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밖에 나갈 때마다 연예인과 자신의 닮은 점 10가지의 주문을 외며 용기를 냈던 지선씨가 공중파 텔레비젼이라는 세상 밖으로 나온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by meditator 2013. 9. 10. 10:17

공교롭게도 월요일 밤의 공중파와 케이블의 토크쇼, sbs의 <힐링 캠프>와 tvn의 <현장토크쇼 Taxi>는 새로운 mc가 들어와 시범 운행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맡은 본인에게야 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한 시범 운행이지, 냉혹하게 반토막도 못되는 <힐링 캠프>의 시청률을 보면, 시청자와 새 mc의 밀월 기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사진; 마이 데일리)


우선 <힐링 캠프>의 성유리를 보자. 
한혜진이 결혼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힐링녀의 조건을 생각했을 때, 안타깝게도 아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이뻐야 한다' 아니었을까? 
고등학생 아들 녀석의 말 대로,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친구들이 채널을 돌리다가 한혜진이 나오면 이뻐서 잠시라도 멈춰 지켜보았다는 씁쓸한 리뷰처럼. 그렇게 한혜진은 능수능란한 이경규와 말이라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김제동이란 조합의 칙칙함을 개선시키기 위한 '꽃'으로 <힐링 캠프>에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혜진은 그저 꽃으로 장식된 자신의 위치를 뛰어넘어, 당당하게 돌직구 한혜진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이경규도 말하기 난처한 질문까지 해내면서 당당하게 <힐링 캠프>의 안방 마님의 자리에 등극했다. 대신 예능 프로그램의 감을 놓친 김제동은 그 예전 한혜진이 하던 꽃의 역할을 하게 만들고. 

그렇다면 한혜진이 그저 '꽃'에서 '안방 마님'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핵심적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꽃으로서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혜진이 처음부터 돌직구를 날린 게 아니었다. 오히려 한혜진은 아주 오래도록 잘 들어주는 꽃이었다. 그런데, 그 잘 들어주는 꽃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주는 묘한 꽃이었다. 그리고 잘 들어주다 보니, 그녀의 돌직구가 생뚱맞지 않게 콕 정곡을 찌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담을 받으려 가면 항상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뭘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그 다음, 당신의 고민을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한다. <힐링 캠프>가 힐링 캠프인 이유인 이유는 그 이전에 인기를 끌던 <무르팍 도사>처럼 다그치지도 않고, 게스트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픈 말을 맘껏 하게 만들었던 데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속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이 바로 열심히 그 큰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출연자를 바라보는 한혜진의 들어주기인 것이다. 이경규의 날카로운 질문, 한혜진의 돌직구는, 어찌보면 윤활유와 같은 것들일 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유리는 아마도 <힐링 캠프> 초창기의 한혜진이 아니라, 최근 <힐링 캠프>의 한혜진을 모니터링 하고 나온 듯하다. 
어서 빨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보이지 못해, '돌직구'보다 더 멋진 멘트 날리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박인비의 약혼자를 친오빠로 착각해 자신을 소개시켜 달라는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한혜진이었다면 어땠을까? 오빠 이야기가 나오면, 오빠가 있어요? 라고 우선 물어보지 않았을까?  
돌직구는 커녕 성유리에게는 벌써 3회 만에 '맹유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맹랑하다도 아니고, 맹하다니, 이건 결국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눈치도 없다는 말을 돌려말한 것이 아닌가. 성유리의 과제는 섣부른 돌직구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출연자의 말을 진심으로 열심히 들어주는 연습부터 해야 할 듯 싶다. 수지의 자리를 탐내는 성유리는 빈 말이 아니라, 여전히 프로그램의 요정 같으니까. 
그런데 요정같은 여자 mc가 행세하는 프로그램치고 수명이 길지 않았으니 어쩐다. 더구나 그리 상황도 여유롭지 못하다. <무르팍 도사>까지 사라짐으로써 <힐링 캠프>가 독보적이어지긴 했지만, 동시에 1인 게스트 토크쇼가 한 물 갔다는 부담도 지게 되었다. 힐링의 유행이 지나가듯, <힐링 캠프>도 그저 지나가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tvn의 <현장 토크쇼Taxi>의 홍은희는 어떨까?
이미 <세바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mc를 봐온 경험이 있는 홍은희에게 <현장 토크쇼Taxi>가 많은 적응이 필요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미 이영자를 통해, 여성 mc가 그저 '꽃'같은 보조적 위치를 넘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선례를 남겼기에, 홍은희에겐 자신의 기량을 펼칠 더할 나위없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구라의 경우, 이쁜 척하지 않은, 특히나 털털한 아줌마와의 호흡이 좋은 편이기에 더더욱 김구라, 홍은희의 조합이 이제 몇 회를 넘기지 않았는데도 꽤 오래 한 듯한 익숙함까지 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보인다. 심지어, 아줌마, 아저씨의 너스레가 게스트의 멘트를 가끔 잡아먹을 정도로 (?).

하지만 정작 홍은희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택시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다. 게스트와의 토크에는 익숙하지만, 운전을 하면서 mc를 보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홍은희는 혹시 택시를 다른 차가 끌어주나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종종 운전대를 놓거나, 화려한 의상을 드러내기 위해 안전띠를 보이지 않게 해놓아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전띠를 하지 않았나 라는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홍은희의 조바심이거나, 어긋난 모니터링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현장 토크쇼Taxi>의 진행 방식을 보면, 한 사람의 mc가 운전을 해야 하는 특수한 조건이기에, 토크의 주도권을 그때는 운전을 하지 않는 다른 mc가 가져가고, 운전을 하는 mc는 주로 리액션을 해주는 식의 편의를 도모했었다. 그런데 홍은희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토크도 주도적으로 해야 겠고, 운전도 해야 겠고 하다보니 위험한 운전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대부분 지금까지 mc들은 택시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토크쇼를 진행해야 하기에, 그 공간에 맞는 의상을 선보였다. 이영자가 멋진 옷이 없어서 맨날 바지에 티를 입은 것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mc가 화려하게 옷을 입으면, 그나마 뒷자리에 앉은 게스트가 더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걸 배려한 의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홍은희의 의상은 마치 그녀가 게스트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걸 돋보이려고 안전띠를 규정에 맞지 않게 미뤄내야 하는 무리수를 역시나 두게 된 것이다. 

아이가 서서 걷기 위해서는 배를 깔고 기어가고, 무릎을 세워 기어가는 단계별 과정이 필요하다. 의욕과, 의지만으로 능숙한 mc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연 자신이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요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기본에 천착할 때, 어쩌면 가장 제대로인 mc의 본령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성유리, 홍은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적응을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3. 9. 3. 10:18

아마 오늘 글의 더 적절한 제목은 '고3 아들도 텔레비젼에 달겨들 게 만든 국민 첫사랑 수지'가 맞을 지도 모른다. 고 3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고 싶은 텔레비젼도 소파 곁에 서성이며 초조하게 들여다 보는(옆에서 텔레비젼 보는 엄마가 미안할 정도로) 아들이, <힐링 캠프>에 수지나 출연한다고 하자, 소파를 장악하고 앉았다. 역시 국민 첫사랑의 힘이다. 


아니, 아들이 권해준 다른 제목도 있다. '수지 웃어서 이뻐요' 라고.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나이 스무 살, 무슨 말을 듣기가 바쁘게 '꺄르르~' 웃어대는 싱그러운 웃음의 수지가 이쁘긴 정말 이쁘다. 아들 말대로 한 시간 내내, 수지 웃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떡하나, 저렇게 이쁜 수지는 사람들이 자신이 이쁘다고 하는 댓글이 제일 싫단다. 

운이 좋다고 본인 입으로는 말하지만, 초등 학교 4학년 때부터 춤과 노래가 좋았고, 중학교 때부터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춤에 열중하던 당찬 소녀 수지의 모습은, 책상 머리에 붙어서 대학을 목표로 불철주야 공부에 매진하는 열공 학생 못지 않은 또 다른 꿈의 열공생이었다. 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쁘다는 댓글을 불편해 할 만큼 스물 살 나이에 자신의 직업에 투철한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 경제)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엄마의 소감에, 자꾸만 눈물을 흘린다. mc들이 너무 바쁘지 않냐? 힘들어서 그러냐? 라고 묻자, 바쁜 건 괜찮단다. 힘든 건 참을 수 있단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이처럼 마구 다루다가, 어른처럼 견뎌내기를 원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인기의 부침으로 자신이 받을 상처는 감내해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앞으로 받을 지도 모른 상처는 두렵다고 한다. 우울증인가 싶게, 웃다가도 웃음이 나온단다. 국민 첫사랑의 뒤안길이다. 그걸 본 아들은 마음이 아파한다. 


얼마 전 수지가 출연한 <구가의서> 종방을 하던 날, 수지는 바쁘게 어떤 영화의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이 혀를 찼었다.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심하다 할 만큼,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이 멍에로 보일 만큼, 여러 행사에 수지의 출연 빈도가 높다. 흔히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물 들어올 때 노젓는' 방식일까? 소속 기획사의 여러 기획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즈음, 사람들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얼굴을 비추는 수지를 때로는 '기획사 소녀 가장'이란 이름으로 안쓰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국민 첫사랑'이름으로 한창 사랑을 받고 있는 수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지는 그녀의 혹사를 안쓰러워하고,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불공정한 분배를 걱정할 만큼, 그리고 <힐링 캠프>에 나와서 자신의 속내를 얼핏 비추고 눈물을 흘릴 만큼의 위치가 된, 위너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연예계에는 '국민첫사랑'이 되지 못한, '국민 첫사랑'이 되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자세가 되어있는, 수지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래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부모의 온갖 보살핌과 재정적 후원을 받으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때, 또 다른 꿈을 향해, 그들 못지 않게 땀을 흘리는 누군가들은, 보장받지 못할 미래를 향해, 자신의 시간을 혹사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수지의 말대로 운이 좋아, 국민 첫사랑이 되어 기획사와 수익 배분도 다시 하고, 속상하다 사람들 앞에서 토로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수지들은 부당한 대우도, 가혹한 처사도 혼자 삼켜야만 한다. 


(사진; 데일리안)



재판도 끝나고, 공정위판정도 끝났지만 여전히 방송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를 항거해 나온 jyj 김준수의,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케줄에 맞춰 김밥 한 줄러 겨우 때우며 보내던 만족할 수 없었던 무대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회고와, 수지의 고민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인기를 끌면,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려지는 아이돌, 그리고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 인기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돌, 아직은 청소년, 혹은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갓 새내기 청춘들이, 꿈이라는 미명 하에, 스타라는 허울 아래 질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아픔의 단편을 수지를 통해 확인했을 뿐이다. 

by meditator 2013. 7. 30. 09:54

한때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유명세를 날리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초등, 아니 국민학교이던 시절의 동창부터 모든 동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거기에 가입을 해 동창을 만났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어플에도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도 한다.

동창, 때로는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친근해지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감성에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또 동창이란 단어만큼, 종종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난 뭘 하면서 살았나 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란 곳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만나서 꼭 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자기 자랑 경연대회 같은 식이 되버려 반가운 마음에 참석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만 굵게 남기는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는 환타지를 심어주며 인기를 끌다 어느틈엔가 흐지부지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동창회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동창회의 아이디얼 타입을 보여준 방송이 있다. 바로 <힐링 캠프>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이다. 



지난 주부터 이어진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그간 힐링 캠프를 출연했던 게스트들 중 인기를 끌었던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 윤도현, 김성령, 백종원, 고창석 등이 동창생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100회를 기념하는 자리 답게 왁자지껄 백종원 대표가 법륜 스님을 배려해 만든 '두부 자장면'도 나눠 먹고, 윤도현이 즉석에서 '행복송'도 만들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번 법륜 스님 출연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즉문 즉설'을 100회 특집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상대로 고민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다시 진행시켰다. 

백종원 대표가 '당연한 말씀이신데'라며 서두를 뗀 것처럼 혹은 마지막에 고창석이 '귀여미'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풀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결론처럼, 법륜 스님의 직문직설은 결론으로만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혹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것이며,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적인 결론이었다. 잔뜩 움켜쥔 것은 덜어내고, 나누고, 배려하라는 원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가슴이 뻥 뚤리는 거 같듯이, 법륜 스님의 직문 직설은 '이중 멤버쉽'아이라는 기막힌 비유와 종교인이지만 전혀 종교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난처해하거나, 돌려말하지 않는  솔직한 언어 구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힐링 캠프>의 말미 제일 연장자인, 그리고 김성령의 지적처럼 항상 톱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이경규가 진지하게 묻는다. 50을 넘어서도 자꾸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자, 법륜 스님이 말한다.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사는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사니까 이유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즉 사람이 태어나는데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무엇이 잘못되어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유를 찾으니까 회의주의에 빠져서 자살같은 것을 하게 된다고 법륜 스님은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이 직문직설에서, 법륜 스님의 명쾌한 '삶의 이유론'에 흔들리던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대답에 앞서 더 위로가 된 것은 그 자리의 가장 연장자인,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이경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이룰만큼 이룬 사람조차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듯한 그 솔직한 '직문이 사실, '직설'의 울림을 끌어내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여배우로서는 가장 듣기 참아내기 힘든 말인 '늙었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오십이 된 여배우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터놓은 김성령,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고민이 많은 이경규, 맑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 한혜진,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인 김제동까지, 그 어느 누구하나, 들었을 때 '에이 거짓말~'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시어머니로, 누군가의 또 미래의 며느리가 되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남편이 되고 싶은 혹은 될 수 없는 입장으로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범사들을 똑같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륜 스님이 자신의 힐링이 자신과 같지 않은 삶을 사람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래도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꾸러미씩 꿍치고 있는 고민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우선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창회가 대부분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원리로 입맛이 소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라면,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는 그 반대 급부의 원리로 모두를 힐링 시키는 것이다.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언뜻 보면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보고 나면 어쩐지 보는 시청자조차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같은 집단 힐링 카운셀링이었다.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힐링 캠프만의 묘미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나가시길~









by meditator 2013. 7. 23. 09:54

<힐링 캠프>가 2주년 중이다.

2주년이다 라고 단정 어미를 쓰지 않고, 중이다 라고 진행형을 쓴 것은, 말 그대로, 지난 번 '한혜진 특집' 이래로, 다음 주 '힐링 동창회'까지 쭈~욱 힐링 캠프가 2주년 특집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기성용과의 결혼으로 <힐링 캠프>를 떠나는 한혜진을 게스트로 모신 '힐링녀' 특집과 그간 <힐링 캠프>에 출연한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은다는 '힐링 동창회' 특집 사이, 8일자 <힐링 캠프>는 힐링 캠프판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취지는, 2주년을 달려오는 동안 애쓴 mc들과 스탭들을 위한 먹거리 잔치였는데, '방랑 식객' 임지호를 초빙하여 벌인 무진장 잔칫상은,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사진; 헤럴드 경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요'

방랑 식객 임지호의 요리 과정을 보며 한혜진이 말한다. 맞다. 요리를 그저 요리가 아니라, 우리의 인문학이라 말하는 임지호의 요리는 요리의 시작 부터 다르다.

일찌기 sbs스페셜을 통해 우리 산천을 누비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온갖 풀과 자연 재료들을 이용하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위한 생명이 있는 요리를 선보였던 임지호는 <힐링 캠프>에서도 예의 그 특기를 선보인다. 힐링 캠프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다짜고짜 경기도의 모처에 위치한 녹화장 주변의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임지호의 손은 두텁다. 그리고 손톱 끝에는 검은 물이 들어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리사의 날렵한 그 손매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검고 투박한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그 어느 요리사의 요리보다 섬세하다. 스스로 레시피가 없다고 장담하는 임지호의 요리는, 그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 즉석에서 마련된 요리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아토피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요리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경규에 어울리는 삼색 나물 주먹밥과, 결혼을 앞둔 한혜진을 위한 꽃을 감싼 감자 범벅 요리가 만들어진다.

 

 

인문학이 달래 인문학이 아니다.

장 하나도, 장을 담그는 항아리를 자궁으로, 그 안에 담긴 물을 양수로,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 장을 만드는 메주를 수정난으로 상징하는 그의 요리 철학처럼, 그가 우리 곁의 자연을 통해 만들어낸 요리에는 사람을 살리는 기가 잔뜩 들어있다.

달큰하고 편안한 입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생초를 쑴벅쑴벅 썰어서 밥과 버무린 그의 요리가 투박해 보이고 입속에는 겉돌아 거칠지만, 마치 산사에 가면 그 기운에 절로 몸이 정화되듯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리 과정을 보고 낯설어 하던 사람들이 그의 음식을 씹으며 생전 처음 맛보는 맛이라며, 점점 밝아지는 얼굴에 마치 내가 먹은 것처럼 나조차 얼굴이 펴지게 된다. 그 요리 과정을 그저 보기만 했는데도, 이경규의 53년을 헛살았다는 앙탈이 괜히 공감이 되어 미소가 지어지는 시간인 것이다.

 

(사진; 파이낸셜 뉴스)

 

 

먹방이 유행이다.

주말 예능에서 아이들이 한 입 미어지도록 쑤셔 넣어 먹는 것을 보며 입을 헤벌리고, <인간의 조건>멤버들이 날마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다. 잘 나가는 예능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공중파 예능 만이 아니다. 한 개인의 사적 송출인 '아프리카 방송' 중에는 그저 먹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vj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먹방의 유행에 대해, 홀로 사는 가구들이 많아지면서, 혹은 개개인의 생활들이 바빠지면서 홀로 밥 먹는 시간들이 늘어나다보니, 철학자 강신주의 말 그대로, 밥을 먹는게 아니라, 사료를 흡입하다 보니, 먹는 즐거움을 잊다 보니, 먹방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대세이다.

 

 

그런데, 인간의 쾌락 본능 중 먹는 건, 이른바, 먹고 싼다라는 속어가 있듯이, 가장 원초적인 수준의 본응에 속한다.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과식'과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다이어트'가 생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새삼스레, '먹방의 유행'이라니.

어쩌면 아이들이 사회 생활에서 트라우마가 생기면 아기 시절로 퇴행을 하여, 손을 빠는 등 어린 양을 부리듯이, 사회적 본는의 충족을 얻지 못한 현대인들이 퇴행하여 원초적 먹방으로, 정신적 허기를 달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정작 삶의 고달픔으로 밥맛을 잃은 자신을 누군가 정신없이, 정답게 음식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먹거리를 통해 인간을 살리고자 하는 야심찬 의도를 가진 임지호를 통한 <힐링 캠프>의 먹방은, 말 그대로 힐링, 지친 사람들에게 치료제가 되는 먹방이 될 수 있겠다. 2주년 기념 잔칫상도 벌이고, 프로그램의 취지도 살리고, <힐링 캠프>다운 먹방이다.

 

by meditator 2013. 7. 9. 08:13

<힐링 캠프>가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2주년이라, 시청률에 목을 매단 채 명멸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방송 프로그램들 가운데서, 2년을 버텼다는 건, 분명 자축할 만한 일이다. 더우기,그저 연명의 의미가 아니라, 한때 제왕이었던 <무르팍 도사>를 제치고, 1인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로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비롯하여, 가장 화제성있는 인물들의 방문지로서, <힐링 캠프>의 가치가 빛나고 있는 이 시점, 2주년은 더더욱 자축할 만 하다.

 

그리고 그 2주년을 이르게 한데 공로에 있어 굳이 줄을 세우자면, 관록의 mc 이경규나 토크의 달인 김제동보다 한혜진을 앞 줄에 세우는데 한 표를 던질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을 지도 모른다.

<힐링 캠프>를 보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채널을 돌리다 한혜진이 나오면 몇 초라도 그녀를 보다가 다시 다른 채널로 돌린다는 말처럼 그녀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쁘다. 하지만 이쁜 것만이 아니다. 맑은 눈망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스너로서의 진정성은 출연자도 힐링을 하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힐링을 해야 하는<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살리는데 톡톡히 일조해 왔다. 어디 그뿐인가, 24일 방송에서 그녀 스스로 집안 내력이라고 밝히듯이, 이른바 이경규나 김제동도 선뜻 해내지 못하는 돌직구를 통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그 부분을 긁어 주었고, 마음 속에 담아 두고 하지 못했던 한 마디를 대신 통쾌하게 던져 주었다. 대통령 후보들의 별명을 지을 간 큰 mc가 대한민국에서 그녀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힐링 캠프>를 힐링 캠프답게 만들어 주던 한혜진이 결혼을 한다. <힐링 캠프>는 2주년 특집 방송의 첫 번 째 기획으로, 결혼을 앞둔 한혜진을 게스트의 자리로 끌어다 앉혔다.

다른 게스트 들이 했던 것처럼, 한없이 밝아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어려웠던 가정 형편으로 인해 우울하고 힘들었던 학창 시절, 긴 무명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었고, 형부인 김강우의 말을 빌어, 한 집안을 이끌어 온 가장의 면모까지 밝혀 주었다.

그리고, 어렵게 이경규가 말을 꺼낸다. 공인이라 칭해지는 연예인은 그의 사생활과 대중들의 알 권리 사이에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고, 옆에 있는 김제동도 거든다. 한혜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서 질문이 던져진다. 이제 결혼을 앞둔 한혜진에게, 그녀의 과거의 연애사에 대한.

말이 토크쇼지, 청문회나 다름이 없었다.

언제 정확하게 헤어진 거냐? 아버지 장례식에 그 사람이 온 건 왜냐? 그때는 사귀지 않았을 때냐?

이어서 결혼할 기성용과의 연애사에서도, 시점이 중요했다. 언제 남자로 느껴졌냐?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했냐?

한 식구였던 한혜진이 결혼을 한다는데, 더구나 결혼 날짜도 앞둔 한혜진에게, 지난 연애사의 역사적 사실까지 들추며 이리 가혹하게 청문회성 질문들이 던져져야 할까?

그것이 바로 한 식구였던 한혜진을 홀가분하게 보내기 위해 <힐링 캠프>가 마련한 배려였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저 남의 연애사일 뿐인데, 그 남의 일에, 침 튀기며 흥분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두는 혹자들을 위해, 한혜진의 먼지 한 점이라도 탈탈 털어 홀가분하게 결혼을 하게 해주려는 웃지못할 해프닝인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결혼할 사람 앞에서, 웃으면서 여유있는 척 해명해야 하는 게 공인이란 이름의 슬픈 숙명이다.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된다.

한혜진이 누구랑 언제 헤어졌는지, 누구와 언제 만났는지, 혹시나 양다리를 걸쳤는지가 왜 대중들의 알 권리여야 하는 건지, 그저 한 사람의 사생활일 뿐인데.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 권리라 생각하고, 그걸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증권가의 찌라시를 회자시키고, 입에서 입으로 옮긴다.

이경규와 김제동이, 묵직하게 상충한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그건 개인의 사생활일 뿐이다. 그런데 그걸 '공인'이란 명목하에, 알 권리로 둔갑시킨 건, 엄밀하게 미디어의 힘을 빌린 또 다른 폭력이다.

by meditator 2013. 6. 25. 09:12

힐링 캠프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는 아니다.

6월 3일자 <힐링 캠프>의 시청률은 7.1%로 동시간대 <안녕하세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하지만 달리는 말보다 빠른 게 사람의 세 치 혀라고 했던가, <힐링 캠프>를 통해 전해진 게스트의 '말'들은 시청률의 숫자와는 상관없이 lte급으로 대중들 속에 퍼져 나간다.

 

<안녕하세요>의 일반인 출연자는 그 프로그램에서 눌리는 버튼의 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반짝 검색어로 치솟았다 하더라도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그라들어 개인의 자존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유명인들은 이른바 '공인'이라는 미묘한 처지로 인해 한번 찍힌 낙인 여하에 따라 때론 그들의 생사 여탈권이 좌우되기도 하고, 전쟁의 상처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공식적 매체나, 인터넷의 뒷담화들도 그 사람의 사연을 제대로 풀어낼 생각은 안하고 그저 이런 '루머'가 있다는 사실만 퍼나르기에 급급하다. 속사정이니 배째고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자 회견이나, 공식 발표를 해봤자 믿어 주지도 않는다.

바로 그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게 <힐링 캠프>다.

출연 요청만 들어온다면 만사 ok이다. 까칠하지만 언제나 해명할 꺼리의 물꼬를 거침없이 터주는 이경규, 무슨 말을 해도 호수같은 눈망울로 그저 '당신을 믿어요'라거나 가끔은 눈물도 흘려주는 한혜진, 심지어 그녀의 돌직구는 통쾌하게 가려운 데를 긁으면서도 교묘하게 출연자에의 공감을 도와준다. 거기다 적절하게 양념까지 얹어주는 김제동, 그 어떤 공식적 해명보다 진정성 있게 출연자의 사연을 세탁해 주는, 이보다 더한 '우군'이 어디 있겠는가.

 

(사진, 힐링 캠프에 출연한 박태환, 스포츠 조선)

 

6월 3일 <힐링 캠프>의 출연자는 박태환이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예고편에서 보여진 핼쓱해진 박태환의 얼굴만으로도, '수영할 곳이 없다'는 멘트만으로도, 저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를 시청자들은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불굴의 의지로 불가능하다 여겨져던 수영에서 그토록 많은 쾌거를 이룬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이 왜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황의 옳고 그름을 떠난 분노부터 느껴졌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갑'이라 생각했던 박태환도 또 그의 위에 호령하려는 또 다른 '갑'에게 미운 털이 씌이면 저런 걸 겪는구나 싶으니, 더 감정 이입이 되어 마음이 아프다.

 

<힐링 캠프>의 진행 방식은 현명했다.

다짜고짜 박태환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지 않았다. 살이 쪼옥 빠진 한눈에 보기에도 마음 고생 한게 눈에 훤히 드러나는 박태환의 밝은 면을 우선 내보였다. 요리도 하고, 친구 기성용과 결혼하는 '제수씨(?)' 한혜진과 아웅다웅하기도 하고, 스물 다섯 살 아름다운 청년 박태환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마치 수영을 하기 전에 수영장 물로 몸을 적시듯 앞으로 다가올 사연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다.

그 다음에 보여준 건,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그의 아픔이었다. 겨우 15살 나이에 국가 대표 선수로 나아가 실격 처리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의 부진한 성적 이후에 모진 여론과 그것을 스스로 삭혀내야 했던 시간들을 토로하게 함으로써, 단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을 뿐이지만, 혼자 견뎌야 하는 레이스의 시간 외에, 자신을 도와주는 스탭들의 마음에, 국민들의 변덕스런 정서까지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스타'의 고뇌를 충분히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런 앞선 충분한 박태한에 대한 공감 적시기 덕분에, 그가 덤덤하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그 말이 얄밉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태릉 선수촌에서 홀로 빠져나온 사건도, 항명으로 비춰진 홈쇼핑 출연도,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수영 연맹 행사 불참도 그럴 수 있는 것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론 <힐링 캠프>를 통해서 박태환이 했던 이야기들이 박태환과 관련된 기사와 루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힐링 캠프>를 통해 그의 편이 된 사람들에겐 그 새로울 것없는 이야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고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에 수영 연맹에 쓰는 영상 편지를 보면서 안쓰러움에 눈가가 촉촉해질 만큼.

 

(사진, 세계 일보)

 

물론 언제나 <힐링 캠프>의 구설수 세탁 방식이 먹히는 건 아니다.

얼마전 장윤정의 출연이 그녀에 대한 세간의 여론을 단번에 '호감'으로 역전시킨 홈런이었다면, 오랜 함구 끝에 출연한 설경구의 출연은 안타깝게도 또 한번의 병살타가 되버린 셈이었다. 그건 결국 빨아도 빨아도 깨끗해 지지 않는 세탁물이 있듯이, 인간적 면모를 밝히고, 마음 고생 했던 시간을 토로해도, 애초에 절벽처럼 돌아선 마음은 <힐링 캠프>식 세탁 방식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예전 무르팍 도사가 시끄럽게 판을 벌렸던, 하지만 이제는 <힐링 캠프>가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해명의 시간, 그 시간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출연자의 선택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연자도 힐링 되고, 보는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힐링 할 수 있을 테니까.

by meditator 2013. 6. 4. 09:54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을 '공인(公人)'이라 지칭한다.

국가로부터 어떤 공적인 임무를 띤 임명장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지만, 사람들은

하지만 공인이라 부르면서, 그 어떤 공적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도 냉혹한 잣대로 평가하며,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적으로 소비한다.

사람들이 두어서넛만 모이면 처음엔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자식 이야기를 하다가, 집, 재테크, 돈 버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도 시들해 지면 그때부터 요즘 보는 드라마 이야기를 시작해서 '누가 어떻드라'라며 연예인들의 카더라 통신으로 넘어가기가 십삽이다. 그리고 그 카더라 통신은 청와대 대변인 만큼이나 확신에 차고 공식적인 듯 전달된다.

 

20일 밤 sbs <힐링캠프>의 장윤정과 tvn의 <택시>의 유정현은 공교롭게도 그 카더라 통신으로 인해 오랜 마음 고생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렇다. 장윤정이 말하듯 언제부터인가 장윤정을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지칭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일까, 그녀와 관련된 온갖 루머들이 세상에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힐링 캠프>를 통해 밝히기를 세상의 제 멋대로의 해석에 장윤정은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닫아 걸었었다고 한다.

유정현도 마찬가지다. <택시>를 통해 모 여배우와 관련된 자신의 루머를 선거를 바로 몇 일 앞두고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내는 물론, 장모님까지 밖으로 다니지 못하실 정도의 마음 고생을 겪었다는 것이다.

 

(사진; 스포츠 동아)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유정현은 그 루머를 신고했고, 경찰은 수사해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를 밝혔다는 사실이다. 이게 왜 놀라운 사실이냐고? 이 자리를 빌어 사과컨대, 그 당시 하도 당연하게 인터넷 기사로까지 도배되었던 그 루머의 결과를 몰랐던 나 역시 그러려니 했었다는 것이다. <택시>에서 유정현이 안타깝게 밝혔듯이, 카더라로 돌 때는 모든 언론이 꿍짝이 되어 한 목소리로 떠들어 대더니, 정작, 그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한 두 매체를 빼놓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는. 그러니 나처럼 여전히 유정현은 그런 놈(?) 이려니 하고 살게 되는 것이다.

장윤정의 해명 과정은 더 극적이다. <힐링 캠프> 출연과 관련하여 장윤정의 최근 가족사가 언론에 기사로 뿌려지기 시작했었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더니, 빛이 있대!'

덕분에 수전노처럼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퍼지던 온갖 소문은 하루 아침에 장윤정을 가족을 위해 밸도 다 꺼내주는 속없이 착한 딸로 버전이 바뀌었다.

빛만 남고 다른 가족들과 헤어진 상태의 장윤정은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 여겼는데 오히려 이번 일을 겪으며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 좋은 점도 있다고. 그간 오죽이나 사람들로 세치 혀로 인해 마음 고생을 했으면 저렇게라도 위로를 할까.

 

물론 여전히 의심이 많은(?) 사람들,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고 마음을 돌린 우리를 보고 순진하다 하는 누군가는, 저런 결과를 놓고 또 다른 해석을 들이대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마음가는 대로 저 사람들을 이렇게도 평가했다. 저렇게도 평가했다 그런다. 그리고 그 풍문의 말들이 굴러굴러 누군가의 국회의원직을 빼앗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꽁꽁 닫아 걸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족쇄는 검찰 수사를 거쳐도 잘 풀려지지 않고, 쫄딱 망해야 그때서야 아 그랬어? 하고 다르게 생각해 주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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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경제)

 

연예인이 공인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한없이 만만하게 소비되기 시작한 것은 가족이 해체되고, 동네가 사라지면서 부터일지도 모르겠다. 풍문으로 떠돌던 옆집 누구네 이야기, 건너 마을 누구네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없게 되면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대신에 저마다 텔레비젼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게 되면서, 어느 틈에 텔레비젼 속의 그들은 정겹게 우리 가족과 이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텔레비젼 악역을 거리에서 만나면 한 대 후려치는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처럼 소비하는 '현대판 고독'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고독의 해소 때문에 그들을 '날라온 돌에 맞은 개구리'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힐링 캠프>의 교훈은 '나쁜 년(?)'었던 장윤정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만만하게 누군가를 세치 혀의 잣대로 목조르지 말자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제 버릇은 쉬이 개 주지 못하니, 찜질방, 식당, 커피숍 구석에서 여전히 누군가는 나쁜 년놈으로 또 씹어지고 있는 중이리라.

by meditator 2013. 5. 21. 09:23

지난 주에 예고한대로 <힐링캠프> 두 번째 설경구 편은 그가 그간 입다물고 있었던 이혼과 재혼에 대한 토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코 사람들이 생각하던 그런 불륜이 아니라고 항변하던 설경구는 송윤아의 손글씨 편지에 오열을 멈추지 않았고 최고의 아이돌 JYJ를 공부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전처의 딸에게 열과 성을 다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그 결과 사실을 몰랐거나 오해했던 많은 사람들의 굳어진 마음을 풀어내는데 꽤 많은 일조를 한 듯하다. 하지만 한편에선 그들 부부에게 찍힌 분홍 글씨가 거둬져 보이기는 커녕, 분노를 고착화시키는 결과가 되기도 한 듯하다.

 

<직장의 신>첫 방영을 앞두고 주연 김혜수의 '석사 논문 표절' 시비가 일었다. 그러자, 김혜수는 제작발표회에서 아무런 변명없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석사 학위를 반납하겠다며 사과를 했다. 그러자, 들끓던 비난의 여론이 언제 그랬냐는듯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석사 학위 논문 표절'이라는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 대상의 태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손바닥 뒤집듯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적적한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서 혼을 내고 있을 때 혼을 내는 입장에서 화를 북독으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인 아이가 잘못했단 말은 전혀 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할 때이다. 그저 잘못했단 말 한 마디면 되는데 구구절절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해 내려 할 때 오히려 상대방은 더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방이 애초에 오해를 해서 야단을 치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설명을 들어보니 오해를 한 것이 분명한데도 야단을 치는 당사자는 자신의 화를 쉽게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야단을 치는 당사자가 옹졸하거나 편협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뇌가 그리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극히 자신이 이성적이며 판단력이 뛰어난 동물인 줄 알지만, 실은 대부분 인간의 판단은 그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의 고정 관념이나, 선입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금까지 뇌과학의 연구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힐링 캠프>가 택하고 있는 방식은 논란이 있는 당사자가 나서서 스스로 변명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위험한 방식이 그간 제법 성공적이었던 것은 김혜수의 솔직한 사과처럼 당사자들의 '진정성'이었다. 하지만 요즘 떠들썩한 이슈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박시후 편에 이어, 김래원, 이병헌, 그리고 이제 설경구 편까지 이어지면서, 슬슬 <힐링 캠프>가 내 건 '진정성'에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출연자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읍소를 하거나, 진솔한 목소리로 진실이라 항변하지만 시청자들은 마치 늑대를 보았다고 거짓말을 한 소년의 이야기처럼 <힐링 캠프>를 바라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설경구 편에 대한 상반된 반응처럼. 그리고 이건 <힐링 캠프>의 존재 자체의 위기다.

 

 

 

개인적으로 설경구가 구구절절 불륜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 설왕설래되는 온갖 구설들을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걸 다 믿지는 않는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가정 폭력조차 남의 가정사라고 간섭하지 않으려는 묘한 관습적 전통이 있는 나라로 버선 목도 아니니 뒤집어 보지 않는 한에서 남의 부부 일은 그 속을 모른다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정 아닐까?

그런데도 설경구 부부에게 오래도록 주홍 글씨 같은 낙인이 찍혀진 것은 '사실'이 아니라 '도덕적 불쾌함'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오랫동안 함께 고생해 왔던 사람을 버리고 아름다운 젊은 사람을 선택했다는데 대한, 마치 김태희가 비와 교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국민 나쁜 놈'이 돼버리는 것같은 정서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건 해명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세세한 변명보다는 이제는 지나간 일, 자신 때문에 이쪽 사람도, 저쪽 사람도 피해를 입었다는 읍소만으로도 충분했었다. 자신도 송윤아도 연기가 하고 싶으니, 이제 제발 맘을 풀어달라고 하는 게 나았다. 그런데 설경구는 구구절절 상세한 내용까지 들면서 해명하려 들었다.

거기서 더 문제인 것은 MC 그 중에서 김제동이 태도였다. 너무나 노골적으로 설경구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하는 그의 언급 하나하는, 듣는 사람에 따라, 오해가 풀리는 게 아니라,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느낌을 주게 만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조심스레 편을 들어주었을 한혜진조차 그저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저 이경규의 아무 말없는 눈물 한 방울이 나았다.

 

 

그간 타 프로에서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출연진을 모셔가며 어느 덧 최고의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힐링 캠프>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화려한 출연진에 걸맞는 '힐링'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대중과의 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뷰어의 구구절절 필요 이상의 해명,인터뷰이의 중심을 잃은 편들기, 제작진의 출연진에 따라 노골적으로 차이가 나는 과도한 리액션, 프로가 끝나고도 여전한 설경구에 대한 논란처럼, 과연 이것이 모두가 힐링이 되는 길인지, <힐링 캠프> 설경구 편이 분명한 문제를 남겼다.

by meditator 2013. 4. 2. 09:46

설경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영화배우입니다. 1000만이 넘긴 영화는 물론, 수치로 가늠할 수 없는 <박하사탕>등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영화들의 주인공을 했던 배우입니다. 그런 그가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힐링 캠프>에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힐링 캠프> 게시판은 설경구 출연 반대 댓글로 도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를 섭외한 걸로 알려진 김제동까지 더불어 욕을 먹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이슈가 될 만큼. 그리고 예능에서 보기 힘든 설경구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링 캠프>의 시청률은 떨어졌습니다. 마치 사람들의 <힐리 캠프> 설경구 편 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는 게 먹혀들어가기라도 했다는 듯.

 

이른바 사회적 왕따에 대한 진화론의 입장에는 전염병론이 있습니다. 마치 전염병을 가진 사람이 한 집단에 스며들면 그로 인해 그 집단 전체가 절멸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소인을 혹은 가능성을 가진 집단 외의 사람을 배척하기 시작한 게 이른바 사회적 왕따의 근원이란 것이죠.

 

사람들이 설경구에 대해 반응하는 양상은 마치 전염병 보균자를 대하는 태도와 흡사합니다. 그가, 그의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제대로 퍼져서는 안되는 것처럼. 그저 언젠가 '아고라'를 통해 알려진 확인 되지도 않았던 사실에 얹혀진 네티즌들의 추측이 덧붙여 설경구와 그의 아내 송윤아의 사랑과 결혼 과정의 사연은 불륜이 되었고, 신성한 가족 제도를 더럽힌 주범이 되었습니다.

무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까지 했고, 그래서 아들을 낳아 그 아들이 돌을 훨씬 지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의 그들에 대한 분노는 식을 줄 모릅니다.

 

 

 

지난 주 <썰전>에서 한 앙케이트 중 하나가 그간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반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유승준, mc몽등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어떠한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 그 자리에 있던 패널들이 '설마'라며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적당하다거나, 미흡하다는 것이 여론의 향방이었습니다. 같은 연예인이거나, 동종 업계 종사자인 사람들이 보기엔 이제 그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분노의 온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여론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많은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설경구 커플에 대해 냉랭하다 못해 분노를 터트립니다. 그건 군대를 가지 않은 연예인들에 대해 남자들이 갖은 상소리를 다해대듯이 그들은 이 사회에서 살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을 누군가가 무사통행을 한 것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싸이처럼 군대를 두 번 갔다 오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지요. 그렇듯이 설경구 부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걸 유지해 가는 게 버거운,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정'과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가족 제도를 붕괴시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군대라는게 남자들에게 지옥이듯이,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현주소를 설경구 부부에 대한 반응을 통해 역설적으로 알아볼 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전염병에 대한 한 집단의 피해의식은 사실 닫혀진 사회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한 사회가 폐쇄적이면 폐쇄적일 수록, 그 사회 자체의 자정 능력이 떨어지면 떨어질 수록 외부적 침입자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설경구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분노의 댓글들이 넘쳐나는 게시판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타인의 삶에 대해 여유롭지 못한,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사는 삶에 넉넉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에 다름아는 듯합니다. 중세의 마녀 사냥이 그 당시 사회적 불안을 피해가기 위한 희생양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역사적 해석입니다. 들어보지도 않고 마녀 사냥식의 폄하를 떠나 까짓거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쿨하게 인정하면 편할 것을 미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구요. 그런다구 우리 사회 가족 제도가 당장 무너지진 않으니까.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만약 설경구가 tvn의 <택시>같은 프로에 나와도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 반응은 지금과 달랐을 것입니다. 그건 <힐링 캠프>가 가지는 프로그램의 성격에도 기인합니다. '힐링'을 내걸면서 , 어찌보면 출연자들의 과거를 세탁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는 <힐링 캠프>의 그간의 과정이 더더욱 설경구 출연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우려에 어울리듯이 설경구 첫 편 <힐링 캠프>는 설경구란 배우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굳이 다음 회의 부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그래 저런 사람이라면 무슨 사연이 있겠지라는 공감을 피어오르게 할 만큼. 그래서 사람들이 보면 홀리니까, 애시당초 보지 말자고 시청 거부를 벌였던 거구요. 이건 <힐링 캠프> 제작진에게 남겨진 과제이겠지요. 출연자의 힐링을 넘어 시청자의 공감을 진짜로 얻어 내는 것.

by meditator 2013. 3. 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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