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이세영, 서하준, 이규형, 정려원, 현재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박은빈, 서현진, 소지섭, 이종석은 얼마전 종영을 한 작품의 배우들이다. 이름만으로도 내로라하는 배우들, 이들 배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그들이 작품 속 분한 캐릭터가 모두 '변호사'이다. 9월 23일부터 sbs를 통해 시작된 <천원짜리 변호사>는 2015년 sbs극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의 표절 문제로 몇 년간 발목이 묶였던 작품이다. 그간의 고전이 무색하게 <천원짜리 변호사>는 전작 <오늘의 웹툰>의 1%대의 시청률이 무색하게 대번에 8%가 넘는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변호사들이 난무하는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인기를 끄는 건 이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이 '연기'와 '흥행'에 있어 입증된 배우인 남궁민인 점도 있지만, 1,2회에서 보여주듯이 단 돈 천원에 서민들의 아픔을 속시원하게 달래주는 서민형 변호사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변호사라면 <법대로 사랑하라>의 김유리 역의 이세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직 검사인 김정호의 건물의 세입자인 김유리는 '로카페'를 열어 동네 주민들의 법률 상담과 해결을 자임하고 나선다. 

<검사 내전>, <마녀의 법정> 등을 통해 법조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정려원은 디즈니 플러스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노착희 변호사로 등장한다. 그녀의 상대역 역시 꼿히면 돌진하는 변호사 좌시백(이규형 분)이다. 일일드라마도 빠지지 않는다. mbc의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에서 주인공 우지환(서하준 분)은 어머니의 실종을 밝히기 위해 '흙수저 변호사'라는 자신의 직분을 십분 이용한다. 

이처럼 최근 변호사가 주인공인 작품들은 그들이 변호사라는 직분을 이용하여 '홍길동'처럼 세상의 불의와 맞선다. 그를 위해서 <빅마우스>의 이창호(이종석 분)는 감옥도 마다하지 않는다. '법정은 수술실같다'는 모토 아래, 의사 출신 변호사가 된 한이한(소지섭 분)은 마치 양 날의 칼처럼 의학과 법을 양 손에 쥐고 휘둘러 '의학 카르텔'의 민낯을 벗겨낸다. 

심지어 <닥터 로이어>가 방영될 당시, 동시간대 sbs에서도 변호사가 주인공인 <왜 오수재인가>가 방영되며 인기를 끌었다. 로펌 최고 변호사였던 오수재는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맞서 그녀가 가진 '법'이라는 무기로 전지전능한 능력을 뽐낸다. 동시간대 드라마 모두가 변호사가 주인공인 시절, 이 정도면 변호사 '만능시대'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된 변호사 드라마라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따라올 드라마가 없을 듯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그녀가 가진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남다른 기억력을 살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을 했고, 한바다의 신참 변호사로 활약한다. 드라마는 변호사가 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허들을 낮춘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 뿐만 아니라, 동성애, 여성의 차별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사연을 그녀가 수임한 사건을 통해 세상에 전한다. 

그에 앞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라는 '특별한 캐릭터'로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변호사 홍자영(전여빈 분)과 함께 법과 법의 경계를 넘어선 활약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빈센조>역시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의 범주에 들어간다. 

 

 

검사도 많다
그런데 홍길동 같은 존재는 변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돌아온 도경수가 택한 작품은 kbs2의 <진검승부>이다. 거기서 그는 '불량 검사'가 되어 부와 권력이 만든 성역, 그 안의 악의 무리들을 속시원하게 깨부순다고 한다. <진검 승부>가 방영되면 kbs2 드라마는 월화수목 모두  변호사이거나 검사이거나, '법'이라는 장르 드라마들로 채워진다. 

검사는 또 있다. 2019년 <시크릿 부티크> 이후 역시나 오랜만에 복귀한 김선아는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 로펌 대표인 할아버지와 법과 대학 교수인 어머니의 계보를 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검사가 되었다. 

검사이거나,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다 적어도 한 곳에서는 변호사나 검사를 만나게 된다. 우스개 소리로 현실에서 거의 만날 일이 없는 변호사와 검사들이 드라마에서는 '판을 친다'. 

이처럼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변호사나 검사들은 한결같이 '정의'롭다. 한때는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노착희나, <빈센조>의 홍차영처럼 돈앞에 영혼을 팔던 변호사라 하더라도 운명적 사건을 겪으며 2014년 <개과천선>의 김석주(김명민 분)처럼 '개과천선'을 하여 정의의 사도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 편에는 언제나 법과 결탁한 부의 '카르텔'이 있다. 그리고 그 카르텔은 애꿏은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제국을 공고히 하려 한다. 이런 '제국', '카르텔'에 맞서 극중 주인공들은 홀홀단신, 혹은 그들 주변의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어 '조자룡의 칼'처럼 '법'을 휘둘러 이 거대한 제국을, 카르텔을 붕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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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갈증인가 안이함인가 
이야기의 소재나 구성은 달라도 시작은 보잘 것 없어도 언제나 정의는 승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앞서 2014년의 <개과천선>이나, 2016년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 때만 해도 가끔 화제를 끌던 '법조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왜 이렇게 범람하게 되었을까? kbs2의 월화수목을 휩쓸고, mbc의 <닥터 로이어>를 <빅마우스>가 이어받듯이 시청자들은 매일 법조인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열혈 검사 이준기의 거침없는 활약을 다룬 sbs 금토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바톤을 이어받은 건 <왜 오수재인가>의 변호사 오수재이다. 그런데 10%대의 높은 시청률로 박수를 받던 이들 드라마의 후속작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겠다는 포부를 내보인 <오늘의 웹툰>은 안타깝게도 1%대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변호사 남궁민이 이끈 <천원짜리 변호사>는 첫 방부터 8% 고지를 넘는다. 이처럼 여전히 시청자들이 시청률로 호응하는 바 법조인 드라마는 끊임없이 만들어 지게 된다.

또한 '정의'에 대한 여전한 사회적 갈증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변호사이거나, 검사라 하더라도 기존의 '법' 카르텔로 부터 튕겨져 나온 인물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악의 속성을 잘 알면서 동시에 그들을 '정의롭게 무찌를 '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법정에 서서 그들을 통쾌하게 '단죄'하는 카타르시스는 여전히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이다. 

하지만 이건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정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정의'를 구현해내는 '서사'에 있어 드라마 제작진들이 '안이'하다는 지점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호기롭게 상대 악을 응징하는 쾌감, 그건 현실에서 여전히 '환타지'의 영역이다. 즉 여전히 드라마가 말하고픈 '정의'는 담론을 넘어서는 구체성에 있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들은 서사를 통해 법적인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지만, 그런 법조인 드라마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우려가 되고 있는 '법 전횡 시대'에 대한 본의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되는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by meditator 2022. 9. 28. 19:48

고단한 한 주, 혹은 하루를 보낸 시간, 저마다 자신만의 '힐링 스팟'을 찾게 될 것이다. 기자의 경우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느긋한 드라마'를 찾게 된다. 편안한 관계, 나도 모르게 레시피를 찾아보게 된 맛있는 음식들, 야곰야곰 어느새 10부작을 완주하게 된 드라마 <녹풍당의 사계절>이다. .

일본의 명문 숙박업 가문이 있었다. 그 가문의 후계자인 쌍둥이 두 손주, 이란성 쌍둥이인 이들은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가문의 기대에 부응하여 불철주야 공부와 사업에 매진하려 했던 야코우(후지이 류세이 분)와 달리, 동생이던 스이는 어릴 적부터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직원으로 일하던 료칸에서는 예의 그 사람좋음으로 인해 직원 관리에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결국 어려운 사정만 봐주다 돈문제를 일으키게 된 스이에게 야코우는 대놓고 나가라고 면박을 주고 만다. 

그저 사람좋기만 하던 스이, 야코우는 그런 식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문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사명 하나로 '열일'하던 야코우는 '료칸'을 잘 나가는 호텔 사업으로 이어갔다. 그렇다면 료칸에서조차 쫓겨난 스이는 어떻게 됐을까? 

 

 

녹풍당의 네 남자 
료칸 사업을 하던 할아버지는 은퇴 후 '차'에 빠지셨고 고풍스런 '녹풍당'이란 찻집을 운영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녹풍당, 야코우는 문을 닫는게 맞다고 했지만, 스이는 할아버지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곳을 그렇게 사라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개업하게 된 '녹풍당', '스이다운' 그곳에는 세상에 상처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픈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녹풍당의 사계절>은 시미즈 유우의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 한 작품이다. 앞서 할아버지의 '다도'를 이어받은 스이,  바리스타 구레(사에키 다이치 분), 요리를 담당하는 토키타카(히야마 쇼노 분), 디저트 담당 츠바키(오오니시 류세이 분)까지 '먹거리'의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네 명의 남성들이 녹풍당을 이끈다. 

드라마의 우선 볼거리는 차, 커피, 요리, 디저트에 이르는 '산해진미'이다. 실제 기자가 드라마 속 오무라이스를 덮은 계란이 하도 '고와' 보여서, 드라마에서 하듯이 계란물을 후라이팬에 풀어 젓가락으로 살짝 주름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것처럼 우선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보는 이의 '시각적 만족'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먹거리를 매개로 한 '힐링'이 제공된다. 직장 일에 치인 한 여성이 녹풍당에 앉아 일을 하려고 하다, 녹풍당의 달달한 케잌과 음식을 먹다 그만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에피소드처럼 드라마는 '먹거리'를 매개로한 '힐링'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다. <심야 식당>,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의 계보를 잇는 또 한편의 미식 힐링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 '힐링'이 가능한 전제가 되는 건 녹풍당을 이끌어 가는 네 명의 주인공들이다. 료칸에서 직원의 어려운 사정을 봐주다 쫓겨난 스이답게 할아버지의 찻집에 불과했던 녹풍당에 저마다 사연이 있는 또 다른 세 명을 불러들인다. 

스이의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토키타카는 어렸을 적에 '천재 도공'이란 화제의 인물이었지만, 어린 천재 도공을 '가십'을 삼은 언론으로 인해  유일한 보호자였던 작은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이제 '도자기를 빚은 일'대신 녹풍당의 요리 담당이 되었다.  아직 어린 츠바키 역시 혹독한 도제 수업에서 인정받지 못한 실력을 녹풍당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다. 

늘 활기찬 구레,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구레는 벤치에서 밤을 샌 듯한 소년에게 자신과 함께 '동호회'를 하자며 끌어들인다. 그런데 늘 웃통을 벗어제치며 근육 만들기에 열심인 구레의 동호회라는 게  소년의 또래인 듯한 무리들과 함께 '오리배'를 타는 것이다. 그는 그 소년들과 열심히 만든 근육으로 목이 터져라 오리배를 한바탕 탄다.

구레와 함께 오리배를 열심히 몰던 소년, 하지만 다음 날도 그 소년은 벤치 신세였다. 그런 소년을 구레를 녹풍당으로 데려와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준다. 그리고 그 에스프레소에 담긴 자신의 사연을 들려준다.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소년, 그런데 그 소년만큼, 아니 그 소년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가정사를 지녔던 일본과 이탈리아 인의 혼혈이었던 구레는 이탈리아 뒷골목을 전전했다고 한다. 동네 불량배들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쓰레기통 옆에 쓰러져 있던 구레를 데려온 나이든 바리스타는 구레에게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건넸고, 구레는 그 에스프레소 한 잔의 감동을 잊지 못해 바리스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은인처럼 동네에서 '전전'하는 소년들을 모아 오리배를 타는 동호회를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다이내믹'한 우리의 드라마를 보다 제 아무리 인기 만화 원작이고, 일본 아이돌들이 주연을 등장한 드라마라 해도 <녹풍당의 사계절> 같은 일본 드라마를 보면 심심하다. 녹찻물에 밥 말아먹는 '오차츠케'처럼 말이다. '갈등'은 있지만, 마치 '기승전결'에서 '전'에 해당하는 '클라이막스'가 빠져있는 것처럼 이른바 '착한 '드라마이다. 그런데 가끔 혹독한 하루를 지내고 마음을 쉬고 플 때 그 '심심한 드라마'가 오차츠케처럼 위로가 된다. 산해진미의 뷔페를 먹다못해 시달리고 돌아와 출출함을 달래고자 찬 밥 한 덩이 물에 말아 김치 얹어 먹으며 한 숨을 푹 내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믿고 봐주다 가문의 료칸에서도 쫓겨난 착한 청년이 어려운 사연이 있는 이들을 불러 모아 4인 4색의 까페를 만들고 그곳에서 저마다의 장기를 발휘해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환타지적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착함이 여전히 삶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서사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4명의 청년들, 거기서 쉬이 연상될 수 있는 '동성애적인 코드'를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다 큰 어른들이지만 '가족'이 필요한 이들이고, 녹풍당은 갈 곳없던 그들에게 가족이 되어준 곳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름과 성을 가졌지만, 어울려 '가족'처럼 살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녹풍당의 사계절>은 삶도, 사랑도 고달픈 이 시대 젊은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환타지의 공간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녹풍당에 찾아와 달콤하고 맛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저마다의 시름을 잊어가는 것처럼, 그걸 보는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세상의 고달픔을 잊게 된다. 

by meditator 2022. 8. 22. 20:03
  • 차트의신 2022.08.22 20:12 신고 ADDR EDIT/DEL REPLY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제 게시물도 놀러오세요!
    이미 구독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월요일 파이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성황리에 종영되었다. 닥본사를 하고싶어 ENA 채널을 찾기 위해 리모컨을 아래로, 위로 오르내려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울컥한 눈물 한 방울의 여운을 남긴 채 시청자에게 '뿌듯한' 감동을 선사하고 마무리됐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까지는 아니라도 '경계성'의 우려를 보이는 자녀를 둔 어머니와 함께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극 초반 사람들이 우영우가 드러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어머니는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였다. 

 

 

왜 우영우였을까?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의연한 자페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에 환호하던 열기는 중반을 지나, 그녀가 가진 '천재성'에 대한 노파심어린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그 어머니 역시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왜곡'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셨다. 

그런 어머니께  한 편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다. 우영우처럼 서울대 법대 수석까지는 아니지만 역시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이다. 공교롭게도 <무브 투 헤븐>의 그루(탕준상 분)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모두 '물고기'를 좋아한다. '고래 이야기' 금지라고 해도 기승전 '고래'가 되어버리는 우영우처럼, 그루는 고향처럼 '수족관'을 찾아 하염없이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본다. 그들에 대한 압도적인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 점에서는 막상막하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똑같이 방영되었음에도 두 드라마에 대한 온도차이가 나는 건 무엇일까? 똑같은 '아스퍼거 증후군'임에도 한그루 때는 등장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제 우영우의 천재성이 불편하다고도 한다. 두 드라마는 모두 '픽션'이다. 우리 사회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실재'를 근거로 하되,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다.

<무브 투 헤븐>도 그렇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유사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의사가 주인공이었던 <굿 닥터>도 모두 주인공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지만 동시에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왜 하필 이들이 주인공일까? 안타깝게도 그건 아마도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보통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이들이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아스퍼거나 서번트 증후군조차도 아인슈타인이니 모짜르트니, 혹은 스티브 잡스니, 일론 머스크니 하는 사람들이 그랬다는 연구들이 등장하며 '인식의 문턱'이 낮아졌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과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의 선이 '엄격'한 것이다. 

 

 

우영우에게 손을 내민 흰고래들이 되어주세요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우영우의 능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엄밀하게 '우영우'를 볼모로 경쟁사 '태산'의 오너인 태수미의 발목을 잡고자 한 한바다 로펌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 제 아무리 법조문이 눈 앞에 쫘악 펼쳐지듯 줄줄이 꿰는 '천재적 능력'을 가졌지만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오기까지도 우영우의 시간은 순탄치 않았다. 맹모삼천지교처럼 학교를 옮겨다녔지만 학교에서 우영우는 늘 놀림과 왕따의 대상이었다. 그녀가 잘하면 잘하는대로 이용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김밥'만을 먹게 되었고, 아버지는 김밥을 싸다 못해 김밥 장사를 하게 되었다. 만약 동그라미(주현영 분)라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우는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을까.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봄날의 햇살'같은 최수연(하윤경 분)이 곁에 없었다면 어땠을까? 늘 정해진 루틴대로 살아가야 하는 영우가 '수석'이 가능했을까? 한바다에서 영우가 만난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에게 '서브 아빠'란 별명이 붙었다. 늘 영우에게 아량과 관대함을 보여준, 그래서 외려 권영우가 차별당한다고까지 느끼도록 만든 그의 '혜량(다른 사람이 살펴서 이해함을 높여 이르는 말)'은 그가 암수술로 자리를 비운 사이 '대타'가 된 장승준 변호사(최대훈 분)로 인해 더욱 돋보인다. 조금은 외로워도 사랑한다며 스스로를 '고양이 집사'라 칭한 이준호(강태오 분)의 이해심깊은 사랑은 또 어떨까? 

영우는 스스로를 흰고래 무리에 사는 외뿔 고래와 같다고 말한다. 너무도 다른 외뿔 고래가 고래 무리에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외뿔 고래'의 노력이나 능력도필요하지만, 그런 외뿔 고래를 기꺼이 자신들의 무리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흰고래 무리'의 노력도 필요하다. 

 

 

왜 정명석 변호사에게 '서브 아빠'라고 했을까. 대부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니라도 그 경계에 있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전적으로 부모와 가정의 책임이다. 부모들의 소망은 아이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고, 때로는 끝없는 터널 속에 있는 듯한 막막함을 토로한다. <무브 투 헤븐>은 바로 그 '보호자' 아빠의 부재로 '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 '아빠'가 '사회'까지 따라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의 '어른됨'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된 것은 바로 여전히 어려운 우리 사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강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영우의 홀로서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흰고래 무리들'이 필요하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동그라미가, 봄날의 햇살이, 서브 아빠가, 해바라기 사랑 그리고 바보같은 권영우까지. 그들의 인식적 전환과 호의가 있어야 우영우가 '뿌듯하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본 우리들에게 손을 내민다. 한 사람의 우영우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이 동그라미가, 봄날의 햇살이, 그리고 정명석 변호사가 되어줄 수 있겠냐고. 기꺼이 외뿔 고래를 당신의 무리와 함께 유영할 수있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겠냐고.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은 '문제작'이었다. 하지만 꾸준한 작품들의 등장을 통해 사랑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한때는 '이상한 사랑'이 이제는 '보통 사랑의 영역 중 하나'가 되었다. <무브 투 헤븐>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천한 이해의 대상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 역시 꾸준히 이어져 간다면 이들에 대한 이해가 보다 넓어져 가지 않을까 싶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열광과 질시는 그 고갯마루를 넘는 통과의례일 것이다. 



by meditator 2022. 8. 19. 15:13

11부 마지막 장면, 우영우의 친엄마 태수미(진경 분)가 있는 태산을 찾아간 권민우(주종혁 분)는 말한다. '착한 척 위선이나 떠는 한바다, 그 밑에서 나약해 지고 싶지 않다'고, 여기 권민우 변호사의 말에는 두 가지 논리가 들어있다.

착한 건 위선, 그리고 착하게 살면 나약해 지는 것, '권모술수'라는 별명에서도 보여지듯이 거대 로펌 한바다의 1년 계약직인 권민우는 우영우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우스개가 있다. 왜냐하면 권민우는 우영우의 자폐조차 권민우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만드는 '아이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였기에, 이제 태산을 찾아와 말한다. 자신이 아는 진실이 힘이고, 무기가 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로만 권모술수가 아니라, '본격' 권모술수의 길에 나선 것이다. 

그런 권민우에게 태수미는 우영우(박은빈 분)가 한바다를 떠나도록 하라는 '딜'을 한다. 당장 12회에 그 일을 실행에 옮긴 권민우, 시청자들은 그의 '권모술수'로 인해 고통받을, 그래서 한바다에서 쫓겨날 지도 모를 우영우가 걱정된다. 여느 드라마들이라면 '빌런', 권민우가 드라마적 갈등 요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런 갈등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을 한다 바로 '양쯔강 돌고래'에 대한 질문이다. 

 

 

변호사는 어떤 사람일까? 
12회차에서는 미르 생명의 여직원 정리 해고 사건을 다룬다. 우영우는 해고된 여직원들이 아니라, 미르 생명의 입장에서 변호를 맡게 된다. 극중 보여지듯이 한 직장을 함께 다니는 부부 직원들 중 아내에게 회사는 부당하게 '정리 해고'를 종용한다. 21세기에 '시어머니', '눈치'니 , 남편의 앞길이니 하면서 말이다. 결국 100명이 넘는 여사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고, 이 과정에 승복하지 않은 2명의 여직원이 재판에 나선다. 

재판 과정에서 우영우는 혼란을 느낀다. 글로만 드러난 '사실'과는 다르게 , 재판의 과정 속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 겉으로는 남자 직원을 역차별한 것같지만, 사실은 여직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말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를 찾는다. 

그런데 정명석 변호사가 언성을 높인다. 화를 내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은 우영우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화를 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영우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물었다. 

정명석은 옳고 그름은 '판사'가 판단할 몫이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정명석의 말에 따르면 '변호사'라는 직업적 성격상 '가치 판단'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영우는 변호사법 1조 1항을 말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희망 퇴직 권고는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요? 


우영우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한바다' 변호사로써, 강제 퇴직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며 자신들에게 수임을 맡긴 미르 생명의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재판은 결국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 인사부장의 다이어리 속 메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문화된 법 조항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긴 한바다 변호사들과 미르 생명의 인사부장의 표정이 씁쓸하다. 심지어 인사부장은 다음은 자리 차례라며 착잡해 한다. 반면, '졌잘싸'라며 패소한 여직원들과 '시끄러운 여자' 류재숙 변호사는 얼싸안고 서로를 독려한다. 

 

 

정명석과 류재숙, 당신은 누구입니까? 
미르 생명에 대한 한바다의 법률 자문 사실을 알게 된 우영우는 언제나 그랬듯이 뿌르르 정명석 변호사 방으로 달려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는 '어미 고래'와 같다. 우영우 김밥을 하며 영우를 키운 아버지가 집에 있지만, 사회에 나온 영우를 음으로 양으로 보살피는 건 정명석 변호사의 몫이다. 처음 영우에 대한 편견을 가졌지만, 가장 먼저 영우에게 정중히 사과한 이래, 정명석 변호사는 언제나 영우에게 기회를 줬다. 심지어 권민우가 '차별'이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어미 고래'같은 정명석이기에 그의 말대로 우영우는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런데 정명석과 우영우, 그들이 속한 대형로펌 '한바다'의 의뢰인은 '미르 생명' 같은 곳들이 많다. 수임료가 비싼 한바다와 같은 곳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온다. 

12회 내내 정명석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이는 재벌 2세였다. 감옥행이어야 할 그를 '구해주다시피'한 정명석과 또 다른 변호사, 그들은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인 장재진을 '변호'했다.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최대한의 감형을 했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그는 형량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변호사를 찔러 상해를 입힌다. 당연히 정명석 변호사는 자신도 '린치'를 당할까 두려움에 떤다. 

해프닝처럼 등장한 이 사건은 대형 로펌 변호사의 '숙명'을 그린다. 의뢰인이 어떤 사람이어도 그의 '편'에 서야 하는. 반면, 변호사의 '사'자가 검사, 판사의 '事' 와는 다른' 士' 라며 변호사법 1조 1항을 우선하는 류재숙 변호사는 다른 길을 걷는다. 

어미 고래같던 정명석 변호사는 난임 치료 사실을 법정에서 쓰지 않으면 안되냐는 우영우의 청을 묵살한다. 반면, 류재숙 변호사는 권민우가 우영우의 이름으로 보낸 한바다의 법률자문 의뢰서를 재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때문에 졌을 수도 있지만, 류재숙은 '졌잘싸'를 밝은 얼굴로 외친다. '패소 전문 변호사'란 류재숙 변호사, 그런 그녀를 우영우는 '멸종 위기'의 양쯔강 돌고래라 한다. 

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업무에 쫓기고, 의뢰인이라는 무뢰한에게 쫓기고, 이제 피까지 토하고 마는 정명석, 그런 그와 대비되어 '채소를 덜 잘 가꾼다'는 초라한 사무실, 하지만 넉넉한 인심의 류재숙이 대비된다. 드라마에서는 양 극단의 인물을 ㅖ로 들었지만, 결국 정명석과 류재숙의 삶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까? 우영우의 표현에 따르면 어떤 고래의 삶을 선택할까?  극중 안도현의 연탄 한 장을 읊는 류재숙, 자신을 태워 사랑을 이룬 삶은 아름답지만 쉽지 않다. 유인식 피디의 전작 <낭만 닥터>가 떠오른다.  류재숙을 유심히 보는 우영우, 어쩌면 그녀에게 닥친 위기를 영우는 뜻밖의 선택으로 돌파하지 않을까? 제주 바다에 풀어놓은 수족관 돌고래처럼.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연탄 한 장, 안도연

by meditator 2022. 8. 5. 17:23

왕은 '북벌'을 계획했다. 백성들이 당한 수모를 좌시할 수 없다는 그의 결심을 중신들, 그 중에서도 좌상 조태학(유성주 분)이 막아선다. 그들의 전횡을 알기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왕은 출병을 서두르지만, 출병령을 가지고 가던 군사는 비명횡사했다. 수상한 꽃가루를 넣은 음식을 먹은 왕은 하룻밤 사이에 종창이 부풀어 올랐다. 극중 주인공 유세엽(김민재 분)이 종창을 치료하려했으나 오히려 피가 멈추지 않아 죽게 된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첫 회의 내용이다. 이 내용은 '북벌'을 계획하다 서른 아홉의 나이로 극중 내용처럼 종기 치료를 받다 과다출혈로 사망한 '효종'사의 역사적 사실과 상당 부분 흡사하다. 형 소현세자와 함께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대신 왕위에 오른 임금이다. 이덕일이 지은 <조선왕 독살 사건>은 효종의 죽음을 '독살'로 의심했고 드라마는 그런 '역사적 상상력'에 기반한다. 드라마는 이렇게 뒤숭숭한 '호란' 이후의 조선 사회라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마음의 병까지도 고치는 '심의' (心醫) 유세풍이라는 인물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아직 유세풍이기 이전에 유세엽인 주인공은 왕을 치료한 자신의 '조선판 메스'가 변색된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왕을 죽였다는 사실에 자지러진다. 일찌기 문과 급제를 했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 유후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과에 나서 장원을 따냈으며 친구였던 세자의 급체를 해결하여 왕으로부터 '신침'이라 칭송을 받았었다. 하지만 어의와 결탁한 조태학의 세력은 그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아들을 구하 왕의 독살을 밝히려 동분서주하던 아버지 유후명조차 피습당하고 만다. 다행히 친구였던 새 왕은 유세엽의 목숨만은 구해주었다. 하지만 '한양'에서 잘 나가던 내의원 수재는 이제 성문 밖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때를 기다리라 
동가숙서가숙하던 유세엽과 그의 집안 머습 만복을 계수의원 계지한이 '빛'을 핑계로 잡아앉힌다. 하지만 계수의원에 있으면 뭘하나, 침만 쥐면 그의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손은 벌벌 떨리는 것을. 그런 그에게 '돈만 밝히는 스승인지, 빚쟁인지 헷갈리는' 계지한은 말한다. '때를 기다리라고.'

일찌기 간질병 궁녀의 치맛자락을 잘라 목숨을 구할 정도로 '의원'으로서의 사명감에 투철했던 유세엽이었다. 하지만 가문은 무너지고, 신침이라던 그가 침도 놓지 못하게 되자 세상을 버리려 했다. 목숨을 구하고 계지한이 빚을 핑계로 그를 다시 '의원'노릇을 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의지 상실'이었다. 그런데 벼랑 위의 그를 구하며 살아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이를 구하라 했던 그녀 서은우(김향기 분),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의 그녀가 그의 앞에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존재'가 되어 나타났다. 자꾸 죽으려는 그녀를 어떻게 해서든지 살리고픈 그의 '열망'이 '침'이 아니도 환자를 고치는 '심의' 탄생의 서막이 된다. 

드라마는 망한 가문의 전직 내의원, 굴러들어온 계수의원 반푼이 유세엽이 '심의' 유세풍으로 거듭나기 위해 두 여인의 삶을 계기로 삶는다. 

그 첫 번째 여인은 바로 벼랑 끝의 유세엽을 삶으로 인도한 서은우, 하지만 그녀는 결혼 당일 신랑의 죽음으로 시어머니로 부터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는 청상과부이다. 또 한 사람은 계수의원의 매병(치매) 할망이다. 

유세엽은 서은우에게 자신을 '동일시'한다. 시어머니는 가문의 부흥을 위해 열녀문을 하사받기 위해 그녀가 죽기를 원한다. 친정은 '출가외인'이라는 법도를 들어 그녀를 품을 수 없다. 그 누구도 그녀의 삶을 바라지 않는 세상에 자꾸만 죽으려는 서은우에게 임금을 죽이고, 아버지도 죽인 거나 다름없는 이제는 능력을 상실한 의원 유세엽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다. 

또 일찌기 어머니를 여의고 문과 급제를 했던 그가 의원으로 마음을 돌렸듯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품어주듯이 매병 할망은 그를 '풍이'라 부르며 보다듬는다. 비록 그런 그녀의 맹목적인 모성이 '매병'으로 인한 착각이요, 정작 풍이는 따로 있지만, 매병 할망을 통해 비로소 유세엽은 계수의원을 자신의 '안식처'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제 유세엽 대신 할망이 잃어버린 아들 '풍이'가 되어 유세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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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대신 마음을 돌보다 
드라마에서 유세엽이 유세풍이 되도록 매개가 된 두 여인은 '죽어야 하는 여인, 잊혀져야 하는 여인, 버림받은 여인들'이었다. 유교 중에서도 가장 '근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성리학을 사회적 윤리관으로 수용한 조선, 중기 이후 '남존여비'의 체계가 확고히 되고, 그런 가운데 남편이 죽은 양반가의 여성에게는 이른바 간접적 '명예 살인'으로 '자결'이 강요되곤 했다. 그 '대가'로 수여되는 '열녀문'은 가문의 영광이자, 드라마에서 보여지듯이 남은 자손들에게 '입신양명'의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대의와 명분을 위해 여성의 목숨을 희생양으로 삼는 조선이 청에 침략을 당했다. 청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때 소현 세자, 봉림대군과 같은 왕족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갔다. 그 중에는 '여성'들도 있었다. 계수의원의 할망이 바로 그 포로로 잡혀간 여성이었다. 고향이, 자식이 그리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할망, 하지만 고향 집의 아들은 그런 그녀를 외면했다. '어머니는 이리 오래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온 포로 여성들, '환향녀', 하지만 그들은 돌아온 고향에서 버림받고, 몰매를 맞고,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매병'을 앓는 할망을 유세엽이 아들과의 '해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시도 풀어놓지 않던, 아들을 위해 그녀가 시시때때로 챙겼던 물건들의 보따리를 아들 앞에 풀어놓음으로써 할망은 묵은 짐을 내려놓는다. 

서은우와 할망, 이 두 여인을 돌보면서 유세엽은 침이 아니라도 의원으로 자신이 할 일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유세엽은 할망이 자신을 부르던 '풍이'를 자신의 이름으로 택한다. 

이름은 그저 이름일뿐입니다. 


가문이 존재를 대신하는 조선 시대에 그는 이제 자신의 가문 대신 서은우와 할망같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보살피겠다는 자기 선언을 한 것이다. 심의로서 '유세풍'은  '입신양명'했던 '신침' 내의원 유세엽이란 존재를 버리고, 사회가 외면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가 택한 길은 결국 궁극에 가서 그를 제물로 삼고, 그의 아비를 죽음으로 내몬 선대 왕 독살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벌의 뜻을 꿈꾼 왕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권문 세가, 그들과의 '심의' 유세풍의 대결은 어떻게 풀어질까? 퓨전 사극이라지만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포부가 결코 가볍지 않다. 

by meditator 2022. 8. 3. 17:28

기차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지인의 아들, 새로운 노선이 생기면 가볼 정도라고 한다. 장래 희망은 기관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단다. 차라리 국토교통부에 들어가면 어떻겠니? 말인즉슨 '공무원'이 되라는 거다. 엄마는 사촌 형이 한의대를 목표로 공부하는데 아직 자기 아들은 철이 없단다. 의대, 한의대를 목표인 세상, 초등학교 때부터 하다못해 공무원이라도 장래 희망을 삼아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지금 놀자'는 어린이 해방군이 '사상범'이 되는 시절이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이렇게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날 선언'은 시작된다. '농사'가 사람들의 주된 '업'이던 시절, 몇을 낳고, 그 중 몇을 잃었고, 그래서 지금은 몇이 남았던 시절이었다. 먹고 살기 바쁜 어른들은 이른바 아이들을 '케어'는 언감생심이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자꾸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시절의 아이들은 한 반에 7,80 명 교실에서 '콩나물'처럼 자랐다. 하지만 이젠 지하철에 '임산부' 자리가 배려될 만큼 아이가 귀한 시절이 되었다. 그런데 하나도 낳을까 말까 한 아이가 귀한 시절에 자식은 그만큼 '투자 손실'을 피해가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의 미래를 '상정'하고 '조련'한다. 이른바 '헬리콥터맘'이 보편이 된 시대다. 

 

 

서울대 나온 방구뽕은 왜 어린이 해방군이 되었나? 
여기 잘 나가는 학원이 있다. 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체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한다. 그리고 학원에서 있는 동안에는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 못한다. 이 '강압적'인 학원이 엄마들한테는 인기가 좋다. 원장 선생님이 아들 셋을 다 서울대에 보냈기 때문이다. 극중 부풀려진 면은 있지만 서울대만 간다면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만 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는게 당연한 세상이다. 

그런데 그 서울대 간 막내 아들이 엄마의 학원 버스를 훔쳤다. 버스만이 아니라 그 버스에 탄 아이들을 '납치'했다. '방구뽕'이라고 이름조차 개명했다는 아들은 '어린이 해방군' 대장을 주장하며 재판에 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회의 사건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는 자폐형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라는 인물을 박은빈 배우가 기가 막히게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짓, 몸짓, 눈빛이 표현해 내는 우영우라는 인물에 시청자들은 스스륵 빠져든다. 그런 박은빈 배우의 캐릭터 우영우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9화에 등장했다. 방구 '뽕'을 절묘하게 표현해내는 구교환 배우, 아마도 그가 아니었으면 '어린이 해방군'이라는 이 터무니없는 설정에 공감을 얻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간 '어린이 해방군 대장 방구뽕, 그가 아이들과 한 일이라고는 술래잡기, 비석치기 등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에 나오는 그 별거 아닌 놀이들을 하고 놀았다. 그리고 이 편의 제목 '피리부는 사나이'의 결말과 달리, 아이들의 가방을 혼자 짊어진 채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자신들을 찾으로 온 경찰들에게 제 발로 찾아내려온다. 

 

   

 

하지만 이 잠시의 일탈에 부모들은 한결같이 들고 일어나 그를 법정에 세운다. 심지어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며 탄원서에 사인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 잠깐의 일탈조차 세상의 속도에 뒤처질까 닥달하는 부모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아침에 눈뜨며 / 마을 앞 공터에 모여/ 매일 만나는 그 친구들
비싸고 멋진 장난감 하나 없어도 / 하루 종일 재미있었어


어린이 해방군 대장 방구뽕이 아이들과 함께 한 놀이들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제목은 '보물'이다. 놀기만 해도 하루가 너무나 짧았던 내 어린 시절의 시간이 '보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아이들은 그 '보물'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산다. 아직도 그저 '방구'니 '똥'이니 그런 소리만 들어도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들, 그래서 방구뽕과 함께 '보물'같은 시간에 얻은 도토리 알을 소중한 보물처럼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방구뽕은 '보물'같은 '찰라'의 시간을 선사했을 뿐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런 그가 '납치범'이란다. 이 시대의 '만화경'이다. 

어린이의 '인권'을 묻다
드라마는 학원 원장의 자부심인 서울대 나온 셋째 아들이 개명까지 하고 방구뽕이 되어 등장한 내막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로망인 '서울대'와 '어린이 해방군 대장 방구뽕'의 간극을 통해 그가 살아오며 무엇을 놓쳤는가그래서 뒤늦게라도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를 짚어보게 만든다. 

어떻게든 감옥만은 안보내려는 어머니인 학원 원장과 한바다의 뜻과 달리, 어린이 해방군 대장 방구뽕은 구치소에서 '구타'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우영우 변호사는 방구뽕을 '사상범'으로 주장한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방구뽕은 최후 진술에서 말한다. '나중에는 늦습니다. 대학에 간 후, 취업을 한 후, 결혼을 한 후에는 늦습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니체는 말한다. 주사위 놀이, 그 단순한 놀이가 바로 '불투명한 미래 속에 던져진 불안한 삶'에 대한 '대비'라고,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놀이들이 '주사위 게임'과 같다. 그렇게 삶에 대한 'exercise'를 해보지 않은 채 부모가 마련해준 '학습'만을 하며 큰 아이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삶을 '재단'하려는 부모들, 그런 속에서 크는 아이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이런 9화의 이야기는 묘하게도 10화의 지적 장애인의 서사와 연결된다. 지적 장애를 가져 13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신혜영(오혜수 분), 그녀와 사귀며 돈을 얻어 쓴 양정일(이원정 분)이 준강간 혐의로 재판정에 선다. 양정일은 신혜영의 말대로 '제비같은 새끼'이다. 하지만 그를 신혜영은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같은' 신혜영의 보호자인 어머니는 그를 '준강간' 혐의로 법정에 세운다. 

아이같은 수준의 지적 장애인, 과연 그녀는 '나쁜 사랑'도 할 수 없는가,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그 무엇도 하겠다는 그녀의 엄마,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밤늦도록 학원에 보내는 이 시대 다른 부모들과 다른가? 드라마는 결론을 내렸지만 쉬이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우영우네 김밥 집에 나타난 엄마 태수미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영우에게 제대로 된 '케어'를 해주었냐고. 1989년 채택된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은 아동은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의 '아동', 혹은 아동에 준하는 존재들은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대접받고 있는가? 드라마는 묻는다. 







by meditator 2022. 7. 29. 18:02

거의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앙'을 부르짖던 사람들, 그 추상의 대상이 '우영우'로 변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서울대 로스쿨을 나왔지만 그 어느 로펌에서도 오라하지 않았던 우영우 변호사, 그녀의 어떤 면이 사람들로 하여금 '추앙'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답을 7,8화 소덕동 사건을 통해 살펴보자.

 

 

소덕동을 왜 지켜야 하지? 
소덕동은 작은 마을이다. 신도시를 위한 도로가 관통하게 될 처지에 놓인 노덕리, 이장을 중심으로 한 대책위원회는 '소덕동 도로구역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하기로 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 사건은 이렇게 표현된다. 자로 잰듯 소덕동을 가로지르는 도로, 게다가 소덕동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아름드리 팽나무마저 뽑혀나가야 하는 '행정 편의적'인 결정이다. 심지어 그린벨트라 제대로 받기 힘들다던 보상금이 오를 지도 모른다는 태산의 '입김'에 소덕동 손흥민도, 소덕동 유진박도 등 소덕동 주민들을 콩가루처럼 뿔뿔이 흩어버리고 마는 그런 사건이다. 

그런데 돈 앞에 마을이 결딴나는 이 '도로'의 이름이 '행복로'인 건 아이러니하다. 신도시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소덕동 주민들, 그리고 아주 오래된 팽나무는 '희생'되어야 하는 게 이 시대의 '상식'인 듯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인 결정'에 한바다의 호적수 '태산', 그리고 8회 말에 드러나듯 우여우의 엄마이자, 태산의 대표 변호사였던 태수미(진경 분)가 앞장선다. 

물론 한바다도 이 소송을 수임하는 것조차 회의적이었다. 굳이 돈을 더 들여 행복로가 소덕동을 우회해야 할 '가치'와 '의미'에 대해 회의적인 상황에,  소덕동 사람들은 자신의 동네를 보여준다. 아직도 손흥민이니 장동건이니, 평범한 이들이 소덕동 안에서는 세상 의미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소덕동을 내려다보이는 동산 위의 팽나무는 천연기념물이 못됐지만 소덕동에서는 천연기념물이다. 그런 소덕동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이장님, 그런 소덕동에 한바다의 '마음'이 움직였다.

 

 
바위의 세상에서 계란의 선택? 
소덕동을 관통하는 행복로 건설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니 세상을 핑계댈 것 없이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묻는다. 

소덕동 소송 사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권민우는 우영우를 한바다 블라인드 게시판에 고발한다. 부정 취업이라는 것이다. 우영우의 아버지가 한바다 대표와 선후배 사이라는 걸 알게 된 권민우, 안그래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봐주는 게', 불공정하다고 매번 이의를 제기했던 그는 '낙하산'이라며 반발한다.

'부정취업'을 시인하는 우영우, 하지만 '봄날의 햇살'답게 최수연(하윤경 분) 블라인드 게시판을 보고 수근거리는 한바다 사람들 모두가 들리게 큰소리로 말한다. 그게 왜 부정취업이냐고.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나오고, 변호사 시험에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낸 우영우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세상이 애초에 '부정'한 거 아니냐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8회는 이런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정치적'이란 화두로 대비시킨다. 

'공정'이란 이름으로 한바다의 정당한 절차와, 그 허들을 아버지를 아는 대표의 도움으로 넘어온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 그리고 소덕동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신도시 주민들의 편의와 경제적인 비용과 대비되는 소덕동이란 마을이 지니는 고유의 가치와 정서, 그리고 오래된 팽나무 사이의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것말이다. 

이런 건 어떨까? 7,8회를 통해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그간 '짐작'했던 우영우의 친모가 드러난 것이다. 태산의 대표 태수미,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오르내리는 그녀는 정부 관계자와의 사전 검증에서 '혼외자식'이란 말에 코웃음을 치며 넘긴다. 

대학 시절 우영우 아버지 우광호와 사귀던 태수미는 막상 아이를 가지자 그녀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날 그녀의 '배경'이 된 태산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그런 태수미에게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는 '아이'만이라도 낳아주고 가라고 눈물로 읍소한다. 

아버지는 영우에게 '부정취업'의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며 자신이 보다 '정치적'으로 살아오지 못함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우영우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는 대신 사법고시도 치르고 성공한 변호사가 되었다면 자폐 스펙트럼을 가져서 기회조차 얻지 못한 우영우에게 자신이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후회를 들으며 외려 시청자들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포기하고 아이를 선택한 한 청년 우광호 덕에 오늘의 우영우가 있음을 안다. 그녀의 어머니가 '정치적'인 선택을 하며 태산의 대표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아버지는 자신의 성공을 뒤로 미룬 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를 키웠다. 자신의 어머니조차 돌봐주지 않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용직을 마다하지 않았고, 왕따 당하는 영우를 위해 동그라미네 동네까지 이사를 했다. 왕따의 경험으로 인해 영우가 유일하게 먹게 된 김밤을 말다 이젠 김밥집을 하고 있다. 

모두가 조금 더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가 되려하는 세상에 영우의 아버지는 그 반대의 선택을 했다. 제 아무리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아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키워주는 부모가 없다면 세상에 그 기량을 펼칠 수 없다. 
우리가 열광하는 우영우가 있기 위해서는 그 우영우를 깨질세라 보다듬은 아버지의 '계란'같은 선택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 덕택에 우영우는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승승장구'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 아버지의 선택은 돈 대신, 소덕동 사람들과 동산 위의 팽나무를 선택한 이장님을 비롯한 소덕동의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돈, 편의 등으로 대변되는 정치적인 세상의 허들을 힘겹게 넘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권민우처럼 나의 것을 '침범'하는 듯한 대상에 대해 예민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들이 우영우를 '추앙'한다. 아버지의 후회처럼 좀 더 정치적으로 살고, 좀 더 편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기실은 '계란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임'조차 마다하던 시니어 변호사가 소덕동 사람들을 보고, 소덕동 동산 위에 올라가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사건을 기꺼이 맡은 것처럼, 그리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영우를 길러낸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 우영우는 자신을 버린, 그리고 뒤늦게 자신을 스카웃하겠다는 엄마에게 말한다. 아버지를, 한바다를 선택하겠다고. 한번은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가장 통쾌한 계란의 복수'이다. 또한 소덕동 재판 역시 우영우 편 계란이 이겼다.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바위같은 세상을 살아내는 '계란'들의 이야기이다. 보다 정치적이고, 계산적이며, 편의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여전히 우리는 곧이곧대로인 우영우의 신화같은 이야기에 감동한다. 내 안에 꼭꼭 숨겨놓은 '계란'의 마음, 그 계란이 바위를 깨뜨리는 '순수의 신화'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by meditator 2022. 7. 22. 18:38

우당탕탕 vs. 권모술수?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와 권민우(주종혁 분)가 서로를 헐뜯으며 지칭한 말일까?

 

 

우영우는 최수연(하윤경 분)을 통해 전해들은 권민우의 별명 '권모술수'를 입에 올리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ATM 기를 둘러싼 법정 싸움을 함께 맡게 된 권민우와 우영우, 그런데 1년짜리 계약 기간 동안 어떻게 해서라도 더 나은 실적을 쌓고 싶은 권민우는 함께 사건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조차 우영우에게 전하지 않는다. 사건을 맡긴 이화 ATM의 대표를 만나기 겨우 5분 전에야 자료를 전해주는 권민우에게 우영우는 그의 연수원 시절 별명을 내뱉는다. 보다 나은 성과를 위해 거뜬히 동료를 속이려는 권민우, '권모술수'라는 말이 딱이다. 

권모술수 우영우? 
하지만 5회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당탕탕 VS. 권모술수는 우영우와 권민우의 대립이 아니다. 변호사로서 우영우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질문이다. 

오늘도 우영우는 아버지의 김밥집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데 한 여성이 들어오며 다짜고짜 김밥이 비싸다고 난리다. 그러자 우영우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저런 손님을 두고 '진상'이라고 하느냐고 묻는다. 손님은 지금 나보고 그러는 거냐고 화를 벌컥내며 영우가 이 집 딸이냐고 묻는다. '손님, 다 드셨으면 그만 가세요,'라고 말하며 눈을 끔쩍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면 한참을 눈을 껌뻑이던 영우는 나직하게 말한다. '네, 아저씨,'라고.

 

 

그런데, 이런 융통성이 다른 방향으로 발휘된다면? 안그래도 우영우의 '무단 결근'이 유야무야 넘아가는 상황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권민우였다. 더구나 1년짜리 계약직으로 무한 경쟁 궤도에 자신과 우영우가 놓여있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영우를 배제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권민우의 방식에게 우영우가 경고하자, 권민우는 뭐하나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없다며 '우당탕탕'이라 맞불을 놓는다. 그 '우당탕탕'이 우영우의 '승부욕'을 불지폈다. 

우영우가 맡은 사건은 ATM 기의 신기술을 둘러싼 업계 1,2위의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이다. ATM 기의 직원 횡령을 막기 위한 카세트 인식 신기술, 과연 그것이 이화 ATM 기의 독자적인 개발인가를 둘러싼 공방이다. 이화 쪽은 자신들의 기술팀이 몇 년에 걸쳐 애를 써 만든 제품이라 하고, 그런 이화의 주장에 금강은 이미 미국에서 개발된 오픈소스의 기술이라 맞대응한다. 

드라마는 두 업체 간의 진실 공방을 둘러싼 과정에 놓인 '변호사' 우영우의 진실 찾기로 이어진다.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가장 어렵다고 토로하는 우영우, 늘 '팩트'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극우뇌형 인간' 우영우 입장에서는 '거짓'을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인간 사회의 '권모술수'가 난공불락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그런데, 늘 우당탕탕 거리며 '진실'을 향해 '직진'하던 우영우가, 권민우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그 '진실' 앞에서 '네, 아저씨'같은 모습을 보인다. 진실이 아닌 거짓을 드러내는 '바디 랭귀지'를 고스란히 보이는 이화ATM 개발진의 모습을 본 우영우는, 그에게 '진실'을 다그치는 대신, 진실을 피해가는 '팁'을 전수해준다. 덕분에 '연극 배우'처럼 변신한 개발팀을 증언대에 세운 우영우는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룬다.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도산' 위기까지 처한 상대 기업 대표가 우영우에게 한 장의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는 그녀가 두 눈 질끈 감은 현실 이면의 또 다른 진실을 말하고 있다. 연극배우처럼 천연덕스럽게 거짓 증언을 한 이화의 개발팀, 결국 우영우도 재판에 이기기 위해 뻔히 눈에 보이는 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그리고 편지를 본 권민우는 묻는다. 정말 몰랐냐고. 외려 니가 '권모술수'인 건 아니냐고. 아버지의 김밥집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기 위해 했던 '예, 아저씨'처럼, 재판만을 이기기 위해 우영우가 눈감은 '진실'이 한 사업체의 '목숨값'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 우영우의 고개가 떨구어진다.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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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합니다 
우당탕탕 우영우, 권모술수 권민우처럼 자신도 별명을 가지고 싶다던 최수연, 늘 성공과 배려 사이에서 늘 머뭇거리는 수연에게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이라고 말한다. 손에 힘이 부족해서 병을 따지 못하는 영우 대신 병을 따주고, 학교 다닐 때부터 동료들이 영우를 따돌리지 못하게 애쓰고, 영우가 미처 못챙긴 정보들을 알려주었던 수연, 하지만 그래서 늘 세상이라는 운동장에서 밀쳐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수연에게 영우는 말한다. 봄날의 햇살처럼 밝고 따듯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상대방의 눈빛을 보지 못해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다던 우영우, 하지만 우영우는 '팩트'를 근거로 하여 그 누구보다 인간이 가진 진정성의 빛깔을 잘 파악한다. 그런데 그런 우영우조차도 '현실의 허들' 앞에서 '권모술수' 우영우가 되고 만다. 

앞서 1회에서부터 4회에 이르기까지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서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완수해내는 모습을 통해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녀의 별명, '우당탕탕' 우영우처럼 그 과정은 시끌벅적했고, 때로는 사표를 내던질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지난한 도정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우영우는 이제 또 다른 '미션'을 받는다. 그건, 그녀의 방에 이화의 대표가 걸어준 해바라기 그림처럼 세상의 햇살을 얻기 위해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기도 해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또 다른 '허들'이다. 그 직업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영우가 겪고 있는 성장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만이 아니라, 우영우나, 권민우, 그리고 최수연 모두, 즉 이제 막 '세상'이라는 관문에 첫 발을 내딛은 청년들에게 던져진 공통 과제이다. 

자신이 한 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함께 수임한 동료에게 필요한 정보조차 나누어 주지 않거나 왜곡하며 '승부'를 거머쥐려는 권민우, 자신의 선함과 경쟁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최수연, 그리고 고지식한 우당탕탕 우영우조차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그런 '시험대'에 놓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미션은 생존과 경쟁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요즘 젊은이들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변호사라는 자신의 존재 대신 자신의 장애를 먼저 인지하는 세상 앞에 우영우는 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제 스스로 '권모술수'가 되었던 우영우는 다시 도망치는 대신, 해바라기 그림을 내린다. 그리고, 그녀에게 온 '편지'를 그 자리에 건다. 과연 우영우의 다짐처럼 그녀는 세상을 따스하게 밝히는 봄날의 햇살같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또 다른 '우당탕탕'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22. 7. 14. 20:05

여전히 환타지 드라마 장르에서 홍미란, 홍정은 작가의 영역은 발군이다. 앞서 '호텔 델루나'라는 '연옥'과 같은 공간을 매개로 생과 사를 오가는 '인연'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홍작가들은 이번에는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로 시청자들을 초대한다. 

일찌기 <쾌걸 춘향> 이래로, <쾌도 홍길동>,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화유기> 등 잘 알려진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켜왔던 두 작가들은 이제 스스로 '고전'을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르른 듯하다. 작가들이 만들어 낸 '대호국'은 그래서 그 무엇이라도 가능한 공간이다. 이 곳에 왕이 지배하는 '정치 체제'와 별개로 '송림'이라는 무협 집단을 설정하고 무공을 넘어선 환타지적 능력의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서사를 진행시킨다. 여기에 '몸과 혼을 바꿀 수 있다는' 신비하고도 공포스러운 '환술'을 통해 드라마적 갈등 요소를 극대화한다. 

 

 

두 명의 홍작가들이 걸출한 건 매번 신선한 '환타지 월드'를 만들어 내는 데만 있지 않다. 그들은 2004년부터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시간동안 여전히 '청춘'의 서사를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다. 배우의 이름보다 '나상실'이라는 캐릭터 명으로 더 친숙해진 한예슬, 드라마의 제목이 곧 주인공 이름이었던 '미남이'의 박신혜, 1300살도 넘은 장만월을 천연덕스럽게 해낸 아이유 등, 당대 청춘 스타들은 모두 '통과 의례'처럼 홍작가들의 드라마를 거쳤다. 

이번에도 아이돌 출신의 황민현과 아린의 출연이 화제가 된 드라마, 제작 초반 주연 배우 캐스팅의 잡음을 불식하고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건 안정적 연기력이 뒷받침된 이재욱과 정소민이다. 

이재욱이 분한 장욱과 정소민이 분한 무덕이, 두 주인공은 대호국 명문가 장씨 집안의 아들과 그의 시종이라는 신분 상의 차이를 지녔지만, 그런 드러난 '상태'와 달리, 두 사람 모두 '갇힌 자'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갇힌 청춘 장욱과 무덕이
청춘(靑春), 푸를 청에 봄 춘, 이 한자음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춘'은 봄날의 푸른 싹처럼 거침없이 분출되는 젊음의 기운이다. 그런데 그 '분출'되어야 하는 기세가 갇혀있다면? 역사 이래 수많은 청춘들의 '불행'은 자신들의 뜻대로 그 청춘의 기세를 발산할 수 없음에서 기인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처지에서 어찌해볼 수 없어 고통받는 청춘의 서사, 이보다 더 청춘스러운 이야기가 있을까? 

<환혼>의 장욱과 무덕이 역시 그들이 가진 청춘의 기세를 제 맘대로 펼쳐낼 수 없는 처지라는 지점에서 '연'이 닿는다. 장씨 집안의 아들, 하지만 정작 집을 떠난 장욱의 아버지 장강은 장욱이 가진 '기문'을 막아버렸다. 당대 최고의 고수 장강이 막은 아들의 기문, 당연히 그 누구도 감히 장욱이 술법을 익힐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도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어느날 저질 체력의 하인으로 장강 앞에 나타난 무덕이는 이 드라마의 주된 갈등 요소인 '환혼인'이다. 이름마저 '낙수', 그녀가 지난 자리에 사람들의 목이 떨어진다는 무림의 고수 낙수는 하지만 송림에 쫓겨 죽을 위기에서 눈먼 소녀 무덕이의 몸을 빈다. 

무덕이의 육체에 갇힌 낙수, 아버지가 막아 놓은 기문으로 자신의 육체에 갇힌 장욱, 두 사람은 도련님과 시종으로 만났지만 14번의 파문을 거듭하며 무림의 세계를 익힌 장욱은 무덕이 안의 낙수를 알아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를 거두지 않은 송림의 사람들 대신 '낙수', 아니 낙수의 환혼인 무덕이를 자신의 스승으로 삼는다. 

남장 여자, 귀신을 무서워하는 호텔 지배인, 기억을 잃은 재벌 등 늘 '아이러니한 처지'의 주인공을 캐릭터화 시키는데 능숙한 두 홍 작가들은 이번에도 육체 안에 갇혀진 두 남녀 주인공들을 통해 그들의 서사를 펼쳐나간다. 특히 여주인공의 색다른 캐릭터에 독보적인 작가들 답게, 시종이자, 스승인 무덕이라는 신선한 여성 캐릭터를 풀어나간다. 

장씨 집안의 아들이라 송림의 내노라하는 스승들을 다 '섭렵'했지만 그들 모두 정작 장욱의 '기문'을 열어주려 엄두도 내지 않는 상황, 하지만 무덕이는 달랐다. 물론 무덕이의 다름은 그저 도련님 장욱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고수의 경지에 이르면 그의 '기력'으로 저질 체력의 육체 속에 갇힌 낙수 자신이 가진 본래의 '무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해 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욱의 스승이 된 무덕이는 고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열정을 '허세'라며 주저앉히는 다른 송림의 스승들과 달리, 그의 '기세'를 인정하고 복돋아 준다. 심지어 벼랑 아래로 떨어뜨려 살아남은 아이만 카우는 '스파르타식'으로 독약을 먹여 송림에서 기문을 열어줄 수 밖에 없는 방식으로 장욱을 사지로 몰아넣어 외려 그걸 통해 장욱의 '살길'을 도모하는 '극한의 교육'을 행한다. 그건 늘 극한의 고통과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왔던 '낙수'이기에 가능한 교육이다. 

죽음의 위기를 통해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기문을 열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무덕이 안의 낙수, 그렇게 남들은 '허세'라던 자신의 열망을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장욱은 '무덕이'에 대한 믿음을 형성해나간다. 그저 장씨 집안의 아들로 허세나 부리며 살아가라는 장욱을 무술에 대한 열망을 지닌 한 사람으로 온전히 이해해준 사람이 무덕이가 처음인 것이다. 

또한 무덕이 역시  오랜 시간 홀로 수련해 오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만을 상대하던 고독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왔는데, 위기의 상황에서 기꺼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장욱에게 믿음을 가지게 된다. 일찌기 가족들을 잃고 복수를 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한 사람은 장욱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인정하고 허용하지 않는 세상 속에 서로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으로 '신뢰', 그리고 차츰, 그 신뢰를 밑바탕으로 한 '애정'의 걸음을 옮긴다. 

 

 

물론 드라마는 장욱과 그의 스승을 자처한 무덕이, 그 안의 낙수라는 두 주인공의 인연을 중심으로 풀어가지만, 거기에 서로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낙수와 서율(황민현 분), 무덕이를 '똥무더기'라 부르지만 어느덧 그녀를 신경쓰고 있는 세자 등, 무더기를 중심으로 한 남성 캐릭터들이 포진한 '역할렘물'의 요소도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 요소이다. 

물론 거창한 무림의 세계, 그리고 환술이라는 신비하고도 공포스러운 '신선한 환타지 월드'를 표방했지만 정작 드라마는 중국 무협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낯이 익다. 또한 환술 역시 새로운데 어딘가 본 듯한 술법이다. 또한 송림을 배경으로 한 무술의 쟁투를 그리지만 스토리의 진행은 홍 작가들 특유의 치기어린 대사 들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이제 기문이 뚫려 매회 무공이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장욱과 그런 장욱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스승 무덕이의 환타스틱한 러브 스토리는 본격적인 괘도에 들어선다. 

by meditator 2022. 7. 13. 16:4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고래'를 좋아한다. 그녀가 줄줄이 나열하는 세상의 많은 고래들, 왜 고래였을까? 거대한 덩치를 지닌 고래,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래는 '포유동물'이다. 고래와 함께 '바다'에 사는 다른 동물들처럼 '물고기'가 아니다.

4화에 등장한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하는 '상괭이'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폐호흡을 해야 하는 상쾡이, 물고기의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호흡'을 제 때 하지 못해 결국 '질식'해 숨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바다'에 사는 '고래'의 숙명을 떠올리게 한다.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포유동물, 바다에 살면서도 숨을 쉬기 위해 거대한 몸으로 물을 뿜으며 용솟음치는 '고래'는 '평범'이라는 잣대의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상징한 것은 아닐까. 

 

 

우영우가 설명하듯 처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의사 한스 아스페르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자신이 내성적이었고 외톨이었던 한스 아스페르거는 장애와 정신질환자들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자신의 환자들을 구하고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한 범주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정의'내렸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의 경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이들의 '과잉 지적 능력'이 네안데르탈인과 경쟁 상태의 호모 사피엔스를 '우세종'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세상의 깍두기 우영우? 
이제는 '자폐'라고 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듯이 일론 머스크 등이 앓고 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에서부터 시작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우영우가 말하듯이 세상 사람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도 '자폐'로 먼저 '규정'을 하며 바라본다.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획일적이고 편협한 시선'에 대해 짚는다. 

3화,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이 형을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된다. 그의 형은 서울대 의대를 수석 입학했다는 수재, 부모를 비롯하여 모두는 6살 정도의 지능 밖에 가지지 않은 청년의 '살인 혐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장애'가 그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청년은 '심신 미약'이 주장된다. 재판 과정, 법정에 선 검사는 그런데 정작 청년 대신 우영우를 주목한다. 그녀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청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심신 미약'이 아니냐며 '심신 미약'을 가진 변호사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시청자들조차 그 순간 '헷갈렸을 것이다. 우영우의 '장애'는 심신 미약일까? 

물론 우영우는 예의 법적인 집중력으로 청년이 '살해'가 아니라, 외려 형의 목숨을 구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장애'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배제'되고 만다.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상관없이 그녀가 가진 '장애'가 먼저 그녀를 '규정'하고, 그래서 그녀를 '능력'으로서가 아니라, '깍두기'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그녀는 '절망'한다. 

더구나 그녀에게 호의적인 이준호 조사원(강태오 분)과 함께 길을 가던 중 그의 후배가 우영우를 당연히 이준호가 봉사하는 장애인으로 생각한 장면은 더욱 그런 우영우의 생각을 확고하게 했고, 결국 우영우는 '사직서'를 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타고난 '지적 능력'으로 인해 서울대 법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우영우라는 인물로 문을 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월등한 능력을 지닌 환타지적인 주인공으로 통해 우리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편견의 장막을 거둔다. 

하지만 드라마는 '환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져 스스로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청년의 억울한 사연을 통해, 여전히 '변호사'로 활약을 하지만 '장애'라는 시선으로만 재단되는 우영우의 처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딸과 아빠로 세상에 단 두 사람 밖에 없는 가족이지만, '감정적 소통'이 어려운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애환도 놓치지 않는다. 똑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의 아들이 여전히 어린 애 수준에 머문 것과 달리 변호사가 된 우영우를 보는 또 다른 부모의 '양가적 감정'도 놓치지 않는다. 

 

 

무작정 찬사나 환타지에 머물지 않은 드라마는 우영우 변호사의 유일한 친구 동그라미 집안에 닥친 어려운 '송사'를 통해 변호사 우영우를 부활시킨다. 하지만 그의 '부활'에 앞서 동료 변호사인 권민우(주종혁 분)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우영우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이유가 '장애'에 대한 '배려'때문이냐고. 

권민우의 질문에 정명석은 '우문현답'을 준다. 사직서 수리는 절차상의 문제였으며, 우영우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그녀의 '장애'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변호사로서의 '창의성과 적극성'  때문이었다고. '편견'에 대한 우문에 '다름'의 현답이 주어진 것이다. 

선배 변호사의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이 세상에 깍두기같다고 느낀 우영우는 동그라미 아버지의 재판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 '변호사'로서 '자기 확신'에 이른다.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모짜르트 등의 위인들이 뒤늦게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었을까라고 조명되고 있다. 그들이 가진 극단적인 '우뇌적 경향'이 그들이 인류사에 남긴 거대한 족적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대단하다고 여기면서도 현실에서 조우하는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깍두기'처럼 그들을 대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런 우리들이 가진 '편협한 시야'에 대해 말한다. 

<정상인 척하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저자 리안 홀리데이 윌리의 '자기 긍정 선언문'이야말로 우영우를 통해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나는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의 존엄성을 희생하지는 않겠다.
나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나는 혼자 힘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나는 남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다.
나의 흥미와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 사람들을 기다려 줄 수 있다.
결코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내 모습 이대로 받아들이겠다.


by meditator 2022. 7. 8.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