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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감정을 잃은 검사, 그렇다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이다. 뇌수술로 인해 감정에 취약해진 그는, 외려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삶의 무기로 삼았다. '감정에 구애없는 성문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그의 '수사' 덕분에 '숲'과 같았던 거대한 비리의 장막이 걷혀졌다. <비밀의 숲> 시즌 내내 시청자들은 로봇같던 황시목에 열광했다.
그러다면 이런 인물은 어떨까? 아버지가 첫 출근 날 입으라고 옷을 마련해 주었다. 그 옷을 사준 아버지를 떠올리기 위해서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 '기쁨'에 해당하는 표정을 찾는다. 6월 29일 넷플릭스와 ENA를 통해 공개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이다.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
첫 변론, 자기 이름이 호명되는데도 대답을 못할 정도로 긴장을 하던 우영우가 변론에 앞서 자기 소개처럼 한 말이다. 드라마는 우영우의 나레이션으로 아버지의 잊을 수 없는 어느 날로 시작한다. 다섯 살이 되도록 말이 늦된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간 아버지는 '자폐'일 거라는 진단을 받는다. 청천벽력, 한없이 시름에 잠겨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 그런데 주인집 할아버지가 다짜고짜 아버지의 멱살을 잡는다. '의처증'이 심한 할아버지의 오해였다.
자폐스펙트럼의 천재 변호사
그런데 두 사람이 큰 소리를 치며 멱살잡이를 하는 걸 충격을 받은 영우의 입에서 '상해죄는' 하며 형법 조항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오해를 사 억울해하던 것 따위, 아버지는 말문이 터진 딸이 기쁘기만 하다. 게다가 알고보니 딸은 법대를 다녔던 아버지가 쌓아둔 법전을 다 외웠다. 이렇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의 소유자 주인공 우영우를 소개한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의 소유자' 답게 그녀는 로스쿨 내내 1등,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하지만 법전의 내용을 다 기억하는 것이랑, 드라마 속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의 말처럼 사람들을 대해야 하고, 변론을 해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또 다른 영역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그러나 천재적 능력을 지닌 우영우라는 인물이 과연 그런 '변호사'라는 '대인적 커리어'를 해낼 수 있을까? 이건 어찌보면 '감정에 구애받지 않는 성문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황시목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미션'이기도 하다.
<낭만 닥터 김사부>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과 영화<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제작진의 말처럼 '박은빈'이 아니고서는 우영우가 불가능했다는 말처럼 배우의 몰입된 캐릭터화를 통해 우영우라는 인물을 설득한다.
'자폐'라는 '장애'라는 한계라기 보다는, 우영우와 늘 함께 유영하는 듯한 '고래'에서 보여주듯이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인식과 세계를 가진 인물로 그려낸다.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그녀지만 '현실'의 세계에 어우러지기 위해 그녀는 주변인들의 '팁'에 의거하여 나름의 현실 적응 '루틴을 만들어 간다. 그녀가 앞뒤가 똑같은 자기 이름처럼 늘 외우듯한 '별똥별', '인도인' 금지 조항이라던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반복하는 '반향어' 금지, 그리고 '고래' 이야기 금지 처럼 말이다. 이런 우영우의 모습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서 외려 유품정리사로서의 직업을 성실하게 완벽하게 수행해 낼 수 있었던 주인공 한그루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준비된 루틴은 '회전문'처럼 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전문보다 우영우에게 더 '난관'은 제 아무리 로스쿨 일등이래도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여기서 드라마는 '감정'이 없어서, 외려 이것저것 눈치보거나 따지지 않고 비리에 '돌진'할 수 있었던 황시목처럼, '사건' 그 자체의 '진실'에 다가가는 우영우만의 '탁월함'을 내세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영우가 자폐이면서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아버지의 멱살을 잡았던 할아버지는 결국 참지 못한 할머니의 다리미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할머니는 '살인죄'로 기소된다. 법원은 할머니의 처지를 살펴 불구속 기소했고, 우영우 소속 법무법인 한바다는 공익재판으로 '집행유예'를 받게 될 것이라며 우영우를 시험해 보는 차원에서 맡긴다.
하지만 우영우는 사람들이 쉽게 보고 넘겼던 사건에서 다른 걸 찾아낸다. '형법'이 아니라, '민법' 사건이라고 우영우는 주장한다. 그저 '집행유예'면 된다는 법인의 판단이, 평생 주부로만 살아오던 할머니의 경제력을 상실케 할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본 것이다. 그래서 살해 혐의는 있지만 정상참작을 한 집행유예가 아니라, 애초에 죄가 없다는 '무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이런 우영우의 '혜안'에 비로소 '편견'을 가지고 우영우를 바라봤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이 사과한다. 물론 그 순간, 우영우는 '속마음 얘기하기 금지'을 잠시 잊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라며 응수한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실례인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사과를 했음에도 시니어 변호사는 바로 병원으로 피해자를 보러 가야 하는 우영우에게 '편견'의 발언을 하고 만다. 다시 사과하고 마는데, 그런 그에게 우영우는 말한다. '저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져서 보통이 아닌, 그래서 늘 '편견'과 '오해'의 대상이 되는, 하지만 또 한 편에서 어릴 적부터 본 책을 모두 기억한다는 천재적인 특별함, 이 상반된 '보통이 아닌' 우영우를 드라마는 절묘하게 그려낸다.
법정에 선 우영우를 본 아버지의 눈빛이 일렁인다. 그리고 그 아버지처럼 우영우가 하나씩 그녀의 미션을 수행하는 지점에서 보는 이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집행유예'라는 결과가 아니라 홀로 사실 할머니의 처지가 먼저 보이고, '너죽고 나죽자'는 할머니의 말보다 할아버지에게 볕이 들까 배려하고 잠이 깰까 조심하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에 눈밝은, 무엇보다 '인간적인 때'가 묻지 않은 우영우의 편견없는 직시와 판단이 도달하게 되는 '휴머니즘'이 주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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