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부터 5부작으로 방영된 <뜻밖의 여정>은 2022년 아카데미상 시상자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 윤여정 배우의 '여정'을 담은 나영석 피디의 예능이다. '미국 구경'인가 싶었는데 뜻밖의 여정에 당도하게 된다. 바로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는 시간'이다.
여우조연상은 어떻게 왔는가 2021년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의 수상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역시 윤여정이다, 고진감래다, 혹은 참 운이 좋았다? <뜻밖의 여정>을 보면 윤여정 배우에게 <미나리>라는 영화가 온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윤여정에게 <미나리> 대본을 가져다 준 이는 '이인아씨'이다. 그녀는 20년 전 산드라 오가 유명세를 얻기 전 윤여정과 산드라 오가 동반 출연하는 작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진행되던 작품은 '무산'되었고 당시 윤여정 배우를 만나러 한국에 와있던 인아씨는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되었다.
배우 자신도 작품이 엎어져 황망했을텐데, 외려 윤여정 배우는 낙담한 인아 씨에게 밥을 사주며 독려했다고 한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인아씨는 '윤여정이란 배우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지만, 그런 배우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모습이 더해져 시간이 흘러 <미나리>의 대본을 여정 배우에게 가져다주도록 했다.
<미나리>를 번역한 홍장여울은 어떤가. 5회차 <뜻밖의 여정> 내내 홍장여울은 윤여정 배우가 머무는 집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번역가라는데, 그런데 알고보니 두 사람의 인연 역시 길다. 10여 년전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했던 윤여정은 연출부 막내로 동분서주하던 홍장여울을 눈여겨 보고 불러 밥을 사주었단다. 이런 식이다. 윤여정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으로 만든 인연은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가 아낌없이 베푼 밥값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뜻밖의 여정>이 아니더라도 윤여정 배우의 넉넉한 인심은 오래전부터 회자됐었다. 젊은 감독들에게 아낌없이 밥을 사주고 술을 사주던 윤배우, 그 중 한 사람이던 이재용 감독과 함께 찍은 <죽여주는 여자>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판타지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나영석 피디는 말한다. '말 그대로 뜻밖의 여정'이라고. 윤여정 배우와 함께 한 아카데미 시상식 구경인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오랜 지기 꽃분홍 여사에서 부터 동생 친구 정자씨, 밥 사주던 인아씨, 홍장여울 등 여정 쌤의 스태프, 그리고 아들 친구 에락남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 북적북적이는 프로그램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밥은 잘 사잖아', <미나리>라는 영화를 함께 한 이들, 그리고 미국까지 와서 의상을 조율해주는 의상 담당가 등 모두가 그녀의 밥 친구들이었다. 나이가 들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서 '밥을 잘 산다'는 윤여정 배우의 자화자찬이 새롭다. 내 주변에는 '또라이'밖에 없다는 윤여정 배우의 친지론, 그런데 그런 배우의 말을 홍장여울은 '또라이를 수집'하시는 거 같다고 번역한다.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대신, 기꺼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인맥'과 '의리'에 공들여 온 여정의 결과물이 '아카데미'인 것이다.
마흔의 피디가 전하는 나이듦의 고민에 '내가 나이들어 봐서 아는데'라는 '라떼는 말이야' 대신, '나 역시도 나이듦은 처음이라'며 '정답은 없다'라는 낯선 삶의 행로, 그 동반자로서의 여정 배우의 진솔한, 그리고 겸허한 토로가 외려 나이를 막론하고 윤여정 배우와의 '교류'의 벽을 허문다. 그녀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LA의 윤'스 스테이, 어떻게 나이들어 가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이 보여진다.
74세의 현역, 윤여정 폐지 수집 생계 노동을 하는 노인들의 다큐를 보다 놀란 장면이 있다. 작년, 재작년 교통사고를 당했다던 80세의 할머니가 폐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막 뛰셨다. 폐지를 줍는 사회적 존재를 차치하고, 그 순간 그 분은 나이가 무색하게 '현역'이셨다. 외람되지만 <뜻밖의 여정> 5부작을 보며 그 80노인의 생생한 삶의 열정을 윤여정 배우를 통해 새삼 확인하였다.
물론 윤여정 배우를 아끼는 한참 후배 홍장여울은 이제 그만 너무 애쓰지 마시고 건강을 챙기시라는 말끝을 눈물 때문에 마치지 못한다. 하지만 젊은 후배의 우려가 무색하게 윤여정 배우는 10시간에 가까운 아카데미 시상 여정의 강행군을 무리없이 소화한다. 그녀의 나이 74세이다. 우리 사회 74세의 노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 라고 생각해 보면 그녀의 '현재'는 경이롭다.
하지만 그 '경이'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건 LA까지 챙겨온 '아령' 등으로 시작하는 운동이다. '근육'은 나이가 없다더니 거의 뼈밖에 없는 듯한 체격임에도 카메라 셔터 앞에서 꼿꼿하게 당당한 에티듀드를 보여주는 그 '저력'의 시작이다.
어디 체력만인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우리 민족의 서사를 다룬 <파친코>와 관련된 인터뷰를 위해 이면지 몇 장에 빼곡하게 영어 인터뷰를 준비했다. 나이들어 힘들다고 말하는 대신, 캐서린 햅번의 자서전을 인용하여 배우라는 직업의 고달픔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일찌기 '꽃보다 누나'부터 간간히 엿보이던 '성실한 독서가' 배우의 면모가 드러났다. 웃자고 시작했으나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치열했던 인물 상식 퀴즈에서 그 누구보다 눈을 반짝이며 우수한 상식을 자랑하던 그 '내공'은 윤여정이란 배우의 현재가 그저 만들어 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Too Often, as we get older, we stop having goals in our life. And Yuh-jung unnie shows us that we are never too old to accomplish big things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뜻밖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건 74세의 노인이 아니라, 여전히 앞날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현역 배우 윤여정이다. '모범생'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한 말처럼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터 화보 촬영에 이르기 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나이든 노인' 대신, 여전히 74세의 현역으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상 하나도 그저 트로피를 전해주는 게 아니라, 수화까지 준비해간 '계획성'은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소회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여전히 '현역' 배우이기에 아칸소 구석에서 집단 합숙을 하다시피 한 <미나리>의 여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 처음으로 용감하게 '박카스 아줌마'의 서사를 그린 <죽여주는 여자>의 시도는 또 어떤가. 그런 그녀를 에미상을 탄 에니메이션 디렉터 70세의 또 다른 현역 김정자 씨는 '노년'의 길잡이가 되어 준 선배로 존경을 표한다.
7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았다는 윤여정 배우, <뜻밖의 여정>은 나이든 배우의 후일담이 아니라, 여전히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현재진행형의 한 사람을 만난다. 나이듦은 숫자가 아니라, 더는 노력하지 않을 때 오는 것이라는 걸 여정의 여정은 말한다.
'사흘', 이 단어의 뜻을 아시는가? 그렇다면 '양성', 이나 '음성'은? 누굴 놀리냐고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상황 포탈 사이트에 많은 사람들이 '양성'과 '음성'의 뜻을 물었다고 한다. 심지어 '사흘'은 2020년 광복절 연휴 이후 사흘간 연휴라는 정부 발표 이후 실검에 오르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하루, 이틀, 사흘'의 그 사흘인데 많은 사람들이 4일이라고 알았던 것이다. 심지어 기자들 조차 '4흘'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단다.
그 정도야 한다면 이건 어떨까?
ktx 홈페이지에 있는 열차표 금액 계산 실례이다. 성인 남녀 880명을 대상으로 '복약 지도서, 주택 임대차 계약서, 직장 휴가일 수 계산' 등과 같은 일상 생활에성 자주 쓰는 문장으로 시험을 봤다. 결과는 평균 54점이 나왔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위의 시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글을 이용해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문해력'에 있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ebs는 지난 1년간의 준비를 거쳐 6부작 문해력 프로젝트 <당신의 문해력>을 3월 8일 부터 방영 중이다.
문해가 안되서 공부를 포기하는 현실 딱딱한 다큐만을 보여주는 형식에서 탈피하여 김구라, 이현이, 알베르토 몬디 등과 한양대 조볌영 교수, 한겨레 김진철 기자 등이 패널로 참가하여 문해력의 문제를 집중 파고든다.
'사흘' 정도는 비웃었지만 막상 열차표 계산으로 가면 막막해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해력'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는 심각하다.
영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여다 보면 학생들이 선생님이 해석해 주는 '한글 단어'를 몰라서 수업이 진행이 안된다. 모르는 뜻에 손을 들고 '몰라요'라고 하라는 선생님의 요구에 아이들은 한 페이지 당 무려 14번 손을 들었다.
'보모', '변호', '피의자', '출납원', '상업 광고', 등
아이들이 모른다고 했던 한국말이다. 아이들은 캐셔는 알아도 캐셔의 뜻인 출납원은 모른다. 사회 수업은 한 술 더 뜬다. 기생충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를 설명하고자 하는 선생님, 봉준호 감독이 애초에 기생충이라는 제목 대신 가제로 '데칼코마니'라고 했던 설명에서 부터 얹힌다. '가제'가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랍스터'라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른 동물체의 양분을 빨아먹는다는 '양분'이나,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간의 '위화감'을 알 리가 없다. 선생님은 단어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이 진도를 나갈 수 없는 '반'이 제법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중학생 2400 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테스트를 했다. 27%가 또래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초등 수준 정도에 머무르는 학생들도 11%나 됐다. 초등 수준의 학생들에게 중학교 교과서는 당연히 '무리', 그러니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공부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비대면 수업, '연말 특별 강화 대책'처럼 글로 전달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읽었다고 하는데 등교하는 날조차 '인지'하지 못해 일일이 전화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지지만 이른바 '스압주의'라는 유행어처럼 줄글, 검은 글씨, 긴글 자체를 읽지 않으려는 경향도 '문해력'에 있어 지대한 저해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2000년 5.7%에서 2018년 15.1%로 지난 10년 사이 읽기 능력 부진한 학생들의 비율이 3배나 증가했다.
영상시대 문해력은 필요할까? 물론 문해력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상의 시대 과연 굳이 글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카드 뉴스'나 '포스터', 나아가 '영상'처럼 보다 쉬운 방식을 통해 전달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최근의 경향성에 대해 프로그램은 공기업에 근무하는 염기철 씨의 사례를 예로 든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에 입사한 기철 씨, 직장 내 진급 등을 위해 정보 관련 자격증 준비를 하는데 쉽지 않다.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나 읽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간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신 상황이다. 제작진이 준비한 문해력 테스트, 11문제 중 겨우 5문제를 맞혔다. 그래서일까 직장에서 기철 씨가 작성한 문서가 자주 반려된다고 한다. 32살, 남들이 보기엔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들어갔으니 다 끝이라고 하겠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기철 씨에게 '문해력'은 인생의 걸림돌이 된다.
실제 기업 10곳 중 6곳에서 젊은 세대의 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나 기획안 등 문서 작성 능력이 부족하고, 구두 보고나 이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가장 간단하게 '수신, 발신, 참조'라는 단어도 모르는 젊은 세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신입사원을 뽑아놓고 다시 대학 국어학과 교수를 초빙하여 공부를 시키는 기업도 등장한다.
oecd조사에 따르면 언어 4.5등급과 1등급 사이에 연봉 2.7배, 취업률 2.2배, 그리고 건강 마저도 2배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뇌의 상태를 조사해보았다. 평균 1년에 20권 정도를 읽는 사람들과 한 권이나 읽을까 하는 사람들과 전전두엽 활성화 정도를 검사한 결과 활성화 기능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글의미를 파악하는 인지적 능력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활성화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글'만 읽고 있을 때, 인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의미를 파악하는데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물론 읽기 능력은 후천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등이 문해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문해력 시험을 보는 등 국가적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문해력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기자는 <당신의 문해력>이 제기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 프로그램은 그저 '단어' 파악을 못한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입말' 중심의 초등 교육 과정에서 '문어체'가 교과서의 주를 이루는 중등 교육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다수의 학생들이 '문해력'에 있어서 '장애'를 느낀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글' 체계라고는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 포함되어 있기에 '한글'만으로 뜻을 해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한글 교육은 이런 문제점을 그저 '사교육'에 맡긴 채 방기한다. 거기에 신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언어 문화는 또 하나의 '언어' 체계의 등장처럼 우리 사회 언어 체계에 혼란을 가져온다.
결국 교육 과정 근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다큐는 4부 <내 아이를 바꾸는 소리의 비밀>처럼 문제 해결을 다시 '가정', '사교육'으로 환원하는 듯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아이와 책을 읽고 말놀이를 하는게 '해결책'이어서는 우리 사회 '문해력'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공교육이 해야 할 과제를 개인이 떠안아서는 문해력의 격차는 나날이 심해져만 갈 것이다. 저런 식의 해법이라면 조만간 '문해력' 학원이 등장할 것이다. 현재 심각한 '문해력'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당신의 문해력>은 유의미했지만 해결책 모색 과정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을 남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200회, 300회, 그리고 400회를 함께 했다. 그리고 7월 17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500회를 맞이했다. 당연히 500회도 이 프로그램과 함께 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공개 방송이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함께 울고 웃던 관객들과 더 이상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간 100회 세션맨 특집을 비롯하여 늘 신선한 아이디어로 자축연을 벌였던 특집들은 그 자리를 빛낸 주인공들에게 한없는 박수 세례를 쳐주었던 관객들의 열기로 그 자리가 더욱 빛났지만 2020년 500 회 특집에 박수를 쳐줄 관객들의 자리는 비었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관객들의 자리에 '추억'을 앉혔다. 바로 그저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가 아니라, KBS2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했던 '고품격' 프로그램의 역사, 그 뒤안길을 '추억'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바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500회 특집 - THE MC>이다.
1992년 시작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가 그 시작이다. 그 뒤를 1995년부터 <이문세쇼>가, 1996년에 <이소라의 프로포즈>, 2002년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바통을 이어받고, 2009년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시작되어 2020년 500회에 이르렀다. 햇수로만 28년이다.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과 함께 한 시간 여행 그 시간을 함께 추억하기 위해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앞선 프로그램들에서 MC를 맡았던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을 초청했다.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이 프로그램의 첫 MC를 맡았던 그 날을 추억하며 시작된 '시간 여행'은 시작된다.
그 시절을 보니, 그 자리에 앉은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이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시간,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윤도현, 유희열은 <이문세쇼>가 첫 데뷔 무대였고, 이소라 역시 세션으로 활동하던 시절을 지나 신인으로 <이문세쇼>에서 솔로 가수로서 첫 선을 보였다.
정말 정글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기세로 '타잔~'을 우렁차게 불러대던 그 시절 기세등등하던 신인 윤도현과, 그 때나 이 때나 썰렁한 농담 한 자락을 얹어 분위기를 애매하게 만들어 버리는 윤도현의 말대로 살아있는게 기적인 듯한 신인 유희열의 모습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정말 헤어진 연인 생각에 흐르는 눈물로 '제발'을 부르다 뛰쳐나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눈물이 글썽하지만 담담하게 그 시절을 회고한 이소라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때보다 나이는 들었지만, 그 세월만큼 편안해 보인다.
MC들 뿐인가. 다른 MC들만큼이나 달랐던 프로그램의 성격, 공개방송으로 진행되어 사전에 분명 노래를 안부르기로 했지만 흘러나오는 반주 때문에 얼떨결에 노래를 부르고 마는 안성기, 강수연의 모습은 <이문세쇼>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소라의 감성넘치는 연애 편지는 다시 들어도 '귀가 녹고', 가슴이 울린다. 절대 움직이지 않기로 유명한 이소라가 장국영의 리드에 따라 영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한 무대는, 고 장국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먹먹해지는 추억이다. 이제는 명 MC가 된 김제동과 신이 목소리에 모든 것을 주었다는 김범수의 데뷔 무대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였다.
28년, 발라드의 황금기였던 시대를 풍미했던 <이문세쇼>와 <이소라의 프로포즈>, 힙합과 인디 밴드의 전성기를 누볐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그리고 K-POP에 부응하여 뮤지션 유희열이 댄스를 마다하지 않았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그 자체로 한국 음악사의 산 증인이 된다.
아이들을 재우고 늦은 밤 하루 종일 육아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던 시간은 어느덧 다 큰 아이들과 함께 음악으로 교감하는 '공감'의 시간이 되었고, 다 자란 아이들은 집을 떠나고 이제 다시 28년을 추억하는 시간에 홀로 앉았다.
잊지못할 실수로 등장한 <이문세쇼>의 깜짝 전화 방문에서 벌어진 해프닝도, 얼굴없는 가수 조성모의 등장도, 고 장국영의 센스 넘치는 무대도, 김제동의 촌철살인도, 그리고 세션으로 무대 뒤에서 주인공이 되어 무대 앞으로 나오기까지 음악 인생 전체가 걸렸다던 아코디언 연주자 심상락 옹의 뭉클했던 명언의 순간도 다 함께 했다. <이문세쇼>에서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그 28년의 세월 동안 삶의 굽이굽이마다 위로와 안식과 즐거움을 주었다. 감사하다.
중국으로 부터 시작하여 이제 전세계가 그 손아귀에 사로잡히고 만 코로나 팬데믹, 우리나라는 어언 2달째 그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말이 두 달이지 거의 2년이 된 것처럼 시간과 공간이 정지된 다른 차원에 빠져버린 듯한 상황, 과연 우리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저 의료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격리'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인하여 일상은 물론, 사회, 경제, 기술 전반에 급격한 변화의 파고를 몰고온 코로나 팬데믹. 과연 우리는 이런 '공황 상태'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현대 사회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하여 '관점의 전환'을 모색해온 <tvn shift>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을 진단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 우선 코로나 팬데믹 사회가 주는 시그널을 읽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씨가 나섰다. 지난 2달간 사람들이 한 검색어를 통해 우리 삶의 변화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인 식욕마저 앞섰다는 것이다. 그간 검색어 순위에서 항상 제일 앞장섰던 건 '먹는 것'에 대한 검색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이를 앞질렀다.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그리고 그 무서움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알수 없다'는 불가지론(agnosticism, 不可知論)으로 부터 비롯된 불안이다. 거기에 더해 치료약이 아직 없다는 불확실성이 사람들의 공포를 '에스컬레이션' 시킨다.
흔히 사스나 신종 플루 등 앞선 바이러스 전염병과 비교가 되곤 하지만, 그 무서웠다던 메르스가 8주에서 10주 사이였던 것과 달리,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바이러스 전염병들에 압도적이다.
송길영 씨는 확진자, 마스크, 혼초밥 등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 50가지 단어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사회를 정의내린다. 그 첫 번 째는 '하루 종일', 아이들의 개학이 연기되어 '번아웃'에 빠진 엄마들, 60대 엄마, 아빠랑은 어떻게 놀아드려야 하냐는 질문을 올리는 자녀들처럼, '사회적 격리'로 인하여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가족들의 고민이 등장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활동하는 공간이 축소되었다. 답답함을 넘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생겨났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친구'보다 '남편'이 중요한 관계의 대상이 되는 등 관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층간 소음 등의 갈등이 심해지는가 하면, 온라인 쇼핑몰 주문량 폭주와, 홈오피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등이 늘었다.
손세정제, 마스크 등 이전과는 다른 물품들이 인기 품목이 되었고, 재택 근무가 권장되며 화상회의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업', 일의 형태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 이후,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는 새로운 산업 구조 혁명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빅데이터는 예측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열고 있는 이 코로나 팬데믹은 과연 언제가지 갈 것인가? 이에 대해 감염 내과 최원석 교수가 전망을 펼친다.
무엇보다 날씨가 풀리고 있는 즈음에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건 바이러스가 좀 수그러드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 30도를 넘는 탄자니아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기온과 바이러스의 상관 관계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최교수의 판단이다.
그리고 21세기 최초의 팬데믹이었던 신종 플루가 4월에 시작하여 8월에 기승을 부렸던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더더욱 섣부른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더욱이 북반구가 날이 풀리면서 좀 수그러든다해도 남반구가 겨울을 맞이하여 코로나가 지구의 남과 북을 순환하는 도돌이표 전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덧붙인다.
마음의 경계를 푸는 순간 언제라도 다시 대유행할 수도 있는 코로나 팬데믹,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중 첫 번째는 영국이 시행하려 했고, '대유행 받아들이기'이다. 자연 상태에서 몇 명까지 감염될 수 있는가라는 기초 감염 재생산자 수에 따르면 코로나가 2명에서 5명 수준, 그에 따르면 65% 정도가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생길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집단 면역이 생기면 감염 자체가 저지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총리까지 감염되며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 방식을 바꾸게 된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러시안 룰렛'과도 같은 집단 면역 방식은 의료체계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이에 반해, 최대한의 방역을 하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 여기서 문제는 바이러스는 그 성질상 완벽하게 차단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소한의 방역을 통한 집단 면역 방식의 경우 바이러스 종식 기간이 짧아지는 반면, 완벽하게 방역을 하려하면 할 수록 팬데믹은 점점 느리고 길게 오랫동안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의 방역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하지만 종식은 쉬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굶어 죽게 생겼다는 자영업자 대표 홍석천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코로나와의 장기전을 대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술의 기회 이런 상황에서 그러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기술이 인간을 앞지는 원년이라는 2020년, 그렇다면 기술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가 이에 답한다.
비관론자들은 미, 중, 러 강대국들이 서로에게 코로나 팬데믹의 책임을 떠넘기는 음모론을 들이대는 가운데, 결국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의 무분멸한 자연 침식이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을 낳게 되었다며 기술 책임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데믹 쇼크의 답은 기술에서 구해야 한다고 최교수는 말한다. 일찌기 캐나다의 인공 지능 스타트업은 이미 올초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팬데믹을 예고했었다고 한다. 알파고를 만들었던 딥마인드는 코로나 분석에 돌입하였다. 이처럼 결국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술로 부터 비롯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매월 5월 10일을 회사 최대 기념일로 삼고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연다. 그런데 이 날은 바로 알리바바 직원이 사스 판정을 받은 날이다. 사스로 직겨탄을 맞았던 알리바바, 하지만 거기서 새로운 사업을 착안한 마윈 회장은 사업의 구조를 변화시켜 온라인 시장에 전격 투자를 감행하여 아시아 1위의 그룹이 되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 재래 시장, 백화점 등 오프라인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마스크 판매 등으로 시작하여 코로나 사태에 발빠르게 대처한 우리나라 쿠*이 그간의 적자를 일소하고 흑자로 전환한 케이스처럼, 사재기가 성행하는 유럽 등과 달리 '온라인 산업'이 이미 기반이 닦인 우리나라는 '코로나 사태'가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든 인간이라는 의미에서 포노사피엔스, 이들에게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과학 기술은 단언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방청객을 들일 수 없는 <tvn shift>방청객 대신 '사회적 격리' 중인 일반인들과 온라인 화상 공개 방송을 통해 화두를 공유한다. '랜선 파티' 등 이미 포노 사피엔스들에게는 익숙한 '온라인 문화'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보편적 문명'의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약관 39세에 장관이 된 대만의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개발자 그룹에게 sns를 통해 문의한다. 그리고 단 며칠 만에 'e마스크 구매' 앱을 만들어 마스크 사태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나갔다. 이처럼,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이미 다가올 미래는 정해졌다는 것이다. 진화한 역사는 결코 거꾸로 돌아간 적이 없는 세상, 결국 그 세상의 흐름에 누가 먼저 다가가느냐가 코로나 사태, 그리고 그 이후의 세상을 끌려가지 않고 주도할 것이라고 '과학 기술'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15~20%나 늘어난 실업, 사회의 약한 고리가 되어버린 프리랜서들은 '무급'의 시절을 견뎌내고 있다. 남들이 밥벌이 걱정할 때 잘 나간다는 '택배' 기사는 쌀, 생수 등 늘어난 생필품의 무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과학은 앞서 보라, 앞서 가라 강변하지만, 저마다 불안을 안고 버티고 있는 상황, 정작 가장 필요한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이 요원한 한에서 마스크로 가린 채 서로가 멀찍이 떨어져야 하는 일상은 호구지책의 늪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방도가 아득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빅데이터에서 부터 감염학, 과학 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진단한 코로나 팬데믹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 일상을 공감케한다. '음모론'으로 탁해졌던 눈을 밝게했으며, 당장의 어려움을 넘어 너른 시야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사자성어가 무색하게 당장의 이 고통을 끝낼 '묘수'는 보이지 않으니, 아예 문을 닫아야 겠다는 자영업자 홍석천의 답답한 하소연에 위로 말고는 해답은 없었다.
100일의 휴식 끝에 <유키즈 온더 블록(이하 유키즈)>이 돌아왔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격의없이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도 풀던 프로그램, 그런데 다시 돌아온 <유키즈>의 두 사람 유재석가 조세호는 거리로 나서는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방송국으로 들어온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유재석이 mc인 <놀면 뭐하니?>가 코로나 19라는 특별한 상황에 방구석 콘서트라는 응급의 처방으로 대응했듯이, 유재석을 앞세운 <유키즈> 역시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격리의 상황에 맞춰 좁은 공간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 대신 제작진이 맞이하러 간 거리의 사람들, 과거의 출연자들, 그리고 대구에서 밤낮없이 봉사 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빛난, 100일 만에 돌아온 <유키즈>의 진가가 외려 돋보였다.
텅 빈 거리, 그곳에 사람이 있다 지난 방송분을 보여주며 시작된 <유키즈>, 사람들로 가득찼던 거리, 그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그저 대비되는 두 장면만으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만드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만난 택시 운전을 하시는 분은 열심히 소독을 하지만 손님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신다. 오죽 벌이가 시원찮으면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의정부 집까지 일부러라도 가서 끼니를 때우고 올까. 백발이 성성한 버스 운전사는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마스크'를 열심히 쓴다며 안심을 시키셨다고 한다. 택시 운전을 하시는 분도,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도, 모두 지금의 상황을 걱정하시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절도 견뎠으니 지금도 다함께 이겨내자 하시며 사람들의 발이 되는 지금 이곳에서의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하실 것을 다짐하신다.
백발이 성성한 그분들이 살아온 시절, 그 시절에 대해 그 이후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잊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온 시절 대신 우리가 살던 강팍한 시대를 앞세웠다. 그런데 막상 시절이 '하수상'하고 보니, 더 어려운 시절이란 그 단어 한 마디가 위로의 지렛대가 된다. 여전히 백발이 성성한데도 사람들의 발이 되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어르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유키즈>가 보여준 위로는 바로 코로나 19가,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가 잃어가던 '사람사는 방식'에 대한 환기이다. 작년에 시끌벅적하게 함께 퀴즈를 맞추던 식당을 다시 찾아간 <유키즈>, 그곳에는 여전히 함께 퀴즈를 맞추던 주인들은 건재하지만, 그들이 맞이할 손님들이 없다. 손님이 없어도 행여나 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소독약으로 닦고 또 닦고 있는 가게 주인들, 흥겨웠던 그 시절이 무색하게 매출이 급감한 시절에 그래도 그이들은 '낙담' 대신 함께 견뎌보자는 덕담을 놓치지 않는다.
사회적 격리가 가져온 가장 큰 심리적 공황은 바로 전염병과 나 자신의 대면이라는 공동체적, 사회적 방어막의 상실이다. 전염병에 걸린 가족의 임종이나 장례조차도 제대로 치룰 수 없는 상황, 우리네 최대의 경조사인 함께 어울려 보내는 장례식의 미덕조차도 결례가 되는 세상, 오죽하면 가장 안된 일이 이 시절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커플이라 할까. 축복도, 조의도 그 모든 것을 무색하게 삼켜버리는 전염병 앞에서 우리는 그저 거침없는 전염병 앞에 나약한 한 개인으로 무력하게 던져진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