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10회를 맞이한 tvn 금토 드라마 <빈센조>는 11.4%로 자체 최고 시청률를 갱신했다. 지난 몇주차 동안 대놓고 주인공들이 '고구마'를 먹으며 바벨 그룹과 법무법인 우상과 지리멸렬한 공방전을 벌이던 드라마는 10회 드디어 '사이다'를 내세우며 '반격'을 개시했다. 

영화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는 세탁소 탁홍식(최덕문 분) 씨의 가위 액션씬에 이어,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총격씬을 등장시키며 속시원하고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는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위와 총', 이렇게 잔혹한 살상 무기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게된 건 바로 선한 악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본연의 악이 '판'을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빈센조 상승세에 판을 깔아준 사이코패스 재벌 
판을 깔아준 '악', 거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바벨의 실질적 '오너'인 장준우(옥택연 분)이다. 어수룩한 바벨의 인턴 변호사로 홍차영을 졸졸 따라다니던 그가 알고보니 현 바벨 회장 장한서(곽동연 분)의 이복 형이다. 동생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종하는 그는 스스로가 세상에 군림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 '신'의 방식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죽음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촉하고, 허수아비 이복 동생이 맘에 안들면 하키 채로 가차없이 구타를 하던 그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이제 빈센조에 의해 그가 꿈꾸던 바벨의 사업들에 태클이 걸어지자 폭력적으로 발산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돈을 받아먹고도 거들먹거리던 남부지검의 검사들을 납치 동생을 패던  하키 채로 막무가내로 패서 죽여버린다. 또한 아버지를 죽인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던 병원장의 말로도 다르지 않다. 결국 바벨 제약의 신약 개발이 수포로 돌아가자 희생자 유가족들을 몰살한다. 이제 그가 이탈리아로 보낸 심부름꾼이 빈센조가 여느 변호사가 아니라 마피아의 콘실리에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웃으며 '그럼 죽여야지'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출신 빈센조가 그의 고객이 숨겨둔 금괴를 '인출'하고자 방문한 한국에서 '바벨 그룹'과 얽히며 본의 아니게 '정의의 사도'가 된다는 드라마는 이제 중반부에 들어서며 마피아 출신 변호사의 '장기'를 살리기 위해 바벨 그룹 총수의 '사이코패스'적 장기를 한껏 발휘케 한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를 만날 수 있는 드라마가 <빈센조> 만이 아니다. 역시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 tvn의 수목 드라마 역시 '사이코패스' 가 주인공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대를 이은 사이코패스를 등장시켜 과연 누가 사이코패스의 아들일까를 두고 진짜 사이코패스 찾기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던 두 임산부, 그녀들이 낳은 두 아이가 성장한 현재, 과연 누가 사이코패스로 '살인'을 폭주하고 있는가가 <마우스>의 관전 포인트이다. 그리고 이런 '관전 포인트'답게 1회부터 아버지 사이코패스 한서준(안재욱 분)에 이어 이제 아들 사이코패스의 '살인'이 매회 잔혹하게 벌어진다. 

사이코패스 찾기 드라마는 jtbc에서도 계속된다. 한 마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지고 있던 연쇄 살인 사건을 둘러싼 형사와 범인들의 공방전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 <괴물> 역시 '사이코패스'가 빠질 수 없다. 드라마 속 어리숙한 슈퍼 아저씨로 등장했지만 사실은 사이코패스였다는 이규회의 연기가 화제가 될 만큼 드라마가 이 캐릭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어디 범죄드라마 뿐일까. 열화와 같은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시즌 2로 돌아온 명실상부 시청률 1위의 sbs 주말 드라마 <펜트 하우스2>를 보면 범죄 드라마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계단으로 밀치고, 날카로운 트로피로 찍는 등의 폭력적 장면이 여과없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목적과 욕망을 위해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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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가 그렇게 흔한 존재인가? 
시청자들은 결국 일주일 내내 드라마를 통해 '사이코패스'들을 만난다. 그렇게 사이코패스가 흔한 존재인가?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이다.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 밖에 되지 않아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이 부족해 폭력성을 조절하기 힘들다.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인류의 2%에 해당한다.(괴물의 심연, 제임스 펠런, 더 퀘스트)

그런데 불과 2%에 해당하는 이들 사이코패스들이 요즘 대부분 드라마의 단골 악역이다. 드라마 속 악역들은 '사이코패스'답게 더 잔인하게 더 폭력적으로 악의 향연을 벌인다. 

물론, 타인과의 공감력이 떨어지는 반면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코패스가 사회적 지도층이 되거나 특히 최고 경영자 중  그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빈센조>의 장준우처럼 그들의 무자비함이나 냉철함과 같은 면이 그들의 사회적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케빈 더튼, 미래의 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인구의 1~2%에 불과한 사이코패스가 드라마 속 주된 악역 캐릭터로 남발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개연성 따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가 더 악한가의 향연과도 같은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잔인함'이 범죄의 대명사가 되다보니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는 범죄 드라마가 성립되지 않는 듯한 현상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특히 <빈센조>의 경우 시작은 바벨이라는 부도덕한 재벌과 거기에 기생하는 법무법인 우상, 그리고 그 뒷배를 봐주는 검찰의 커넥션이 드라마 속 주된 '거악'이었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선 드라마는 구조적인 재벌 커넥션 대신, 재벌 회장의 사이코패스적 행태에 촛점을 맞춘다. 구조적인 '비리'가 개인적인 일탈로 치환되어 가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상 역시 마찬가지다. 우상으로 스카웃된 최명희 검사(김여진 분)은 장준우와 의기투합한다. 거기엔 앞서 자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된 홍유찬 변호사를 거침없이 제거했던 최명희의 범죄적 선택이 있다. 과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악이 그런 사이코패스적 행태때문일까. 외려 일상적이고 체계화된 '악'이 문제가 아닐까. 혹시나 그런 구조적인 악에 대해 밀도있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대적해낼 서사의 부족을 '사이코패스'로 퉁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by meditator 2021. 3. 22. 16:57

언제나 그랬듯이 문영남 작가 드라마는 시작부터 시끌벅적하다. 3월 14일 첫 선을 보인 <오케이 광자매> 역시 다르지 않다. 1회, 드라마는 부모님의 황혼 이혼으로 포문을 연다. 

이혼을 거부하는 아버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 어머니는 65세의 아버지 이철수 씨에게 이혼 서류를 보낸다. 어머니의 이혼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딸들에 따르면 더는 참고 살 수 없다며 아버지와 이혼하고자 한다. 그런데 '졸혼'마저 트렌드가 되는 시절에 아버지 이철수 씨는 '아닌 건 아닌거여'라며 완고하게 이혼을 거부한다. 드라마는 이혼 법정에 서는 그 날까지 이혼을 어떻게든지 피하려고 하는 아버지와, 그런 어머니를 대신해서 얼르고 달래는 딸들의 해프닝을 1, 2회에 걸쳐 방영한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 새롭지 않은 용어가 된 '황혼 이혼', 대부분 황혼 이혼의 사유가 그렇하듯 <오케이 광자매> 역시 더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참고 살 수 없다며 어머니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그런데, 문영남 작가는 이러한 최근 황혼 이혼의 조류를 비튼다. 딸들에 의해 드러난 이혼 사유는 분명 가부장적인 아버지이고, 언뜻 봐도 이철수 씨는 그런 요건에 딱 들어맞는 거 같은데, 겨우 2회차에 불과한 드라마 진행 과정에서 '가부장적'이라는 이철수 씨네 가정사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소환될 수 밖에 없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문장처럼 이철수 씨네 가정사가 한 겹 한 겹 드러나면서 시청자의 관점 또한 혼돈을 겪게 된다.

극중 이철수 씨는 산업 근대화 시절을 살아낸 '가장'이다. 종가집 종손으로 태어나 대학을 다니며 결혼했던 철수 씨, 하지만 집안과의 '갈등'으로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당장 가족의 '호구지책'을 위해 '뚫어'를 외치는 처지에 이르렀다. 마치 문영남 작가의 전작 <왜 그래 풍상씨>의 주인공이 나이가 든 것처럼, 노년의 풍상씨같은 철수 씨는 평생 '가족'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희생'해왔다. 

그런 그였기에 바람을 피고, 자신이 허리 수술을 받아도 병원에도 와보지 않는, 평생 싸우기만 했던 아내여도 자신이 '봉합'하려 애써왔던 가정을 '해체'하는 것이 마치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받아들일 수 없다.

상처 투성이 가족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버지, 하지만 딸들은 그런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아버지에게 이혼을 종용하지만 들여다 보면 세 딸의 속내 역시 다르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혼을 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딸들은 아버지가 자신이 살아왔던 고생담을 늘어놓으면 서로 눈빛으로 '왜 저래~'라며 비아냥거린다. 잠 한번 실컷자고 싶어서 과용한 수면제로 응급실에 실려와도 딸들은 '쇼'라며 자리를 뜬다.

 

 

딸들의 반응은 이른바 '개념'없어 보이지만 평생 자기 자신 고생한 것에만 빠져 살아가는 부모님을 지켜봐왔던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공감할 지점이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지겨웠던 딸들, 하지만 바깥에 나가서 일하는 아버지의 고생담 대신, 어머니와 '감정적'으로 교류했던 딸들에게 아버지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본 제 멋대로이고  무능력한 '가장'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속내도 들여다 보면 각자 다르다. 종가집 젯상을 들어엎고 뛰쳐나왔지만 종손으로 '아들'로 대를 잇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첫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 했다. 반면 둘째 딸은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아 자신의 온갖 감정을 '배설'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은 성인이었고, '부부'로 살아왔지만, 전혀 어른답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세상사의 흐름에 따라 '부부'로 연을 맺었고 아이를 낳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자신들의 삶을 60세가 넘도록 '소화'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부모들의 '소화'되지 않은 삶은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얹혀있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다지만 그의 희생은 가족들에게 경제적 보상으로 충분치 않았다. 가장의 조건이 경제력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불가피한 현실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부족한 경제적 보상을 무마할 만큼 '가정적'이지도 않았다. 

딸들이라지만 광남이, 광식이, 광태에서 보여지듯이 부재한 아들의 그림자가 얹혀있다. 어머니의 바램이 고스란히 투영된 첫 째 광남이는 번듯한 변호사와 결혼해 사는 듯 보이지만 그 가정엔 온기가 없다. 둘째는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무리한 결혼을 서두른다. 셋째는 자유를 떠나 '방임'에 가깝다. 

이철수 씨네 가족은 우리 현대사 가족이 가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산업화 과정에서 '핵가족'으로 분리되어진 가족들은 '아들 선호 사상'처럼 한 편에서 여전히 대가족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핵가족이 가지는 관계의 편향과 감정적 해소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각자 안고 살아간다. 부부는 물론 부모자식도 소통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딸들에게 넘겼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 매번 '막장'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시청률 면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오늘날 가족이 가지는 민감한 상처를 절묘하게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드러내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막장'은 말 그대로 '막장'인 사건들을 다루지만 그 '막장'이 바로 가족의 적나라한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의 여지를 높인다.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라는 불문율의 신화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신화의 이면은 '막장'인 것이다. 그리고 문영남 작가를 비롯한 일군의 '막장', 그리고 고공 시청률의 작가군들은 바로 그 우리가 쉽게 드러내보이지 못하는 가족의 그림자를 '한판 굿과도 같은 시끌벅적한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비록 2회에 불과하지만 <오케이 광자매>를 보는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가족'적 경험을 통해 등장인물 각자에게 감정이입을 시작했을 것이다. 



by meditator 2021. 3. 15. 16:38

인플루언서 마크 맨스의 책 <신경끄기의 기술>에는 재밌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의 고민을 상당해주는 저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괴로움을 없이 살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메일을 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언한다. 세상에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삶으로부터 비롯되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 건 '사이코패스'나 가능한 것이라고. 왜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어하느냐고.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코패스는 드라마나 영화에 있어서 흥미로운 '소재'로 자리잡았다. 3월 3일 첫 선을 보인 <마우스> 역시 '사이코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드라마는 사이코패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레데터'라는 존재를 드라마적 캐릭터로 삼는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발생한 사이코패스, 그 중 상위 1%의 존재들이다.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듯 인간을 먹잇감으로 여기는 사이코패스 중의 사이코패스, 19금답게 드라마적 설정부터 세다. 

 

 

1995년의 살인마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을 죽이고 머리를 잘라가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정부와 경찰은 어떻게든지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영리한 범인의 수법에 속수무책이다. 

드라마는 눈이 마구 쏟아지는 추운 겨울 밤, 두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난 한 가족으로 향한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공히 예감할 터이지만, 이 가족은 이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로 인한 오랜 '악연'의 시작이 된다. 

행복했던 가족의 캠핑은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헤드 헌터' 한서준으로 인해 산산조각나 버린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의 사냥에 타깃이 되고 형은 생사의 고비에 놓인다. 

한서준 역시 가족 사냥을 마치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사냥한 엄마의 머리를 눈사람 속에 숨겼지만, 그의 얼굴을 본 가족의 둘째 고무치로 인해 경찰이 들이닥치고, 결국은 눈사람을 만들던 아내가 찍은 사진으로 인해 '감옥'행이 되었다.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 
그렇게 1995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 하지만 '살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2회, 가족의 둘째 고무치가 형사가 된 현재, 다시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불에 태워죽이는 등 잔인한 수법, 거기에 십자가를 조롱하는 손가락 표식, 그리고 훈장처럼 가져간 살인의 전리품들, 고무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범행으로 추정한다. 

과연 새로이 시작된 이 연쇄 살인의 범인은 누구일까? 여기서 다시 1회로 넘어가 한 소년이 나온다. 한서준의 아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진 아이로 '낙인'찍힌다. 한서준의 절친이자, 그에게 동생을 잃은 영국의 박사 대니얼 리에 의해서이다. 

이미 유치원 시절 길에서 잡은 '쥐'를 견학간 동물원의 뱀에게 넣어주고 그걸 잡아먹는 과정을 보며 미소짓던 아이는 결국 자신을 학대하던 양부와 가족들을 죽였다.


'신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살인마가 되었다.'


 

 

사이코패스는 누구일까? 

<마우스>는 과연 그 '아이'가 극중 누구일 것인가로 촛점이 모여진다. 현재에 다시 벌어진 연쇄 살인의 첫 번째 대상이 살해당한 누나가 사가지고 가던 글로브의 주인공 송수호이기 때문에 더욱 연관성이 짙어진다. 

자신의 아들이 죽은 줄 알았던 한서준이 비밀리에 아들 찾기에 나서고 2회 마지막 창을 마주하고 한 눈에 보기에도 사이코패스같아보이는 성요한(권화운 분)과 마주한다. 

하지만 정작 현재로 시점이 옮겨진 2회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바른생활 청년인 정바름 순경(이승기 분)이다. 고양이 시체만 봐도 토하는 약한 심성의 소유자, 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선의'의 아이콘, 그런데 어쩐지 그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한다. 

교도소에서 발생하는 정바름의 친구이자 신입 교도관은 바름이 나르던 마술 상자 속에서 손가락이 잘린 채 린치 당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병원에서 마주한 바름과 성요한 두 사람의 눈빛이 심상찮다. 

시청자들이 이 심상찮은 '트릭'에 빠져드는 건 사이코패스로 '판정'받은 아이가 한 명 더 있기 때문이다. 한서준의 아이가 사이코패스일까 검사를 받으러 간 연구소에서 또 한 명의 엄마가 같은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드라마적 '트릭'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대니얼의 사이코패스 판정은 99%의 성공률을 보인다. 나머지 1%, 그 1%로 인해 그의 판정법은 '법'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바로 1%의 아이는 '천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사이코패스로 판정을 받아도 사실은 '천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코패스이지만 무조건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성이 깨어나는 '계기'가 있다고 드라마는 '설정'한다. 

과연 성요한은 보이는 그대로 사이코패스일까? 혹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은 천재는 아닐까? 그렇다면 또 한 명의 사이코패스는 누구일까? 그러기에 비슷한 연배의, 외려 정반대의 캐릭터로 등장한 이름부터 '바름'인 정바름 순경이 궁금하다. 과연 주인공인 이 청년은 보이는대로 '착한' 사람일까? 아니면 고도의 '위장 전술'일까? 그도 아니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이코패스일까? 

<신의 선물>을 쓴 최란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인 <마우스>는 1995년에 이어 현재에 이르는 대를 이은 사이코패스의 가계도 찾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더해 한서준을 찾아 공공연히 그를 죽이겠다고 공포하는 고무치 형사, 위기의 상황에서 한서준을 알아보고 공포에 떨지만 기꺼이 그의 의술을 활용하는 장애를 가진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 분)의 다른 선택이 극의 주된 갈등이 될 것이다. 또한 오랜 트라우마를 가진 오봉이(박주현 분)와 진실을 찾아가는 최홍주(경수진 분)의 역할이 사건 증폭의 '트리거'가 될 듯이 보여진다. 

몇 명이나 죽여야 진실에 도달할까? 
2회에 걸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포진시킨 사이코패스 부자와 그들의 원한 관계들는 흥미롭다. 그런데 19금 드라마답게 드라마의 시작부터줄곧 '희생'되는 사이코패스 제물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2회 자신이 운영하는 권투 도장에서 죽여달라 애원할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된 송수호는 1회 초반 살해당한 송수정의 동생이다. 두 남매는 1,2회에 걸쳐 살인마의 제물로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잔인한 사이코패스가 극의 중심이 되는 수사물의 경우, 잔인한 살해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래도 대부분 한 회차에 한 번 정도의 살인을 다룬다. 하지만, <마우스>는 19금을 표방하고, 1회, 2회, 한서준과 그 아들의 사이코패스를 넘어선 '프레데터'로서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한 회차에 몇 명 씩을 죽여나간다. 그러다 보니 과연 몇 명이나 죽여야 범인이 밝혀질까?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분명 누가 사이코패스일까란 극이 전면에 내세운 '진범찾기'는 궁금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2회, 이미 보는 시청자들은 너무 많은 살인에 지쳐버린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극이 사이코패스에 집중할 수록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그 캐릭터의 향연을 위한 '젯밥'처럼 취급된다.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과연 이러한 사이코패스 찾기의 '함정'을 넘어서서 <마우스>가 선의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최란 작가의 전작 <신의 선물> 역시 아동 유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아슬아슬한 경계을 오갔던 바 있다. <마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한 경계가 그저 '흥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길 바란다. 









by meditator 2021. 3. 5. 15:30

상대 마피아 두목의 포도밭을 라이터 불 한번으로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를 겁박하는 아버지같은 마피아 두목의 아들에게는 다음 번에는 네가 탔을 때라며 자동차를 폭발시킨다. 자신의 방에 침입한 킬러들은 단 한 방의 자비도 없이 모두 몰살시킨다. 자신이 모시던 마피아 수장의 죽음 이후 자신을 견제하던 무리들을 제압한 이탈리아 마피아의 콘실리에리 빈센조는 유유히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자신의 '전략'에 따라 금가 프라자 지하에 숨겨둔 금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냉철한 전략가이자 킬러들을 단숨에 제압했던 콘실리에리 빈센조가 김포공항에서 탄 택시에서 모든 걸 털린다. 겨우 버스비만 가지고 도착한 금가 프라자, 냉혹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지만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상황에 빈센조의 '평정심'에 자꾸만 틈이 벌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금을 묻은 당사자가 심장마비로 죽는 바람에 '따논 당상'과도 같은 금 15kg 굴착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금가 프라자는 바벨 그룹에 의해 철거 위기에 놓인다. 


 

tvn의 주말 드라마 <빈센조>는 <김과장>, <열혈 사제>의 히트작을 낸 박재범 작가의 차기작이다. '악을 악으로 처단한다'는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 
지방 폭력배들의 회계 장부처리를 해주던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남궁 민분), 전직 국정원 특수요원 출신의 <열혈사제>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 박재범 작가 전작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전작의 공통점이 <빈센조>의 주인공으로 이어진다. 

그 첫 번째는 그들은 저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바 윤리적 도덕적 잣대로 보았을 때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다. 지방 소도시 폭력배들의 회계 담당이었다가 대기업 TQ의 경리과장이 되었지만 한탕쳐서 한국을 떠날 꿈에 부푼 김성룡은 금가 프라자에 묻힌 금을 파내 몰타로 떠날 꿈을 꾸는 빈센조와 다르지 않다. 그런가 하면 전직 국정원 출신이지만 작전 중에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일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해일 신부, 그러나 그의 행동은 '회개'라기보다는 분노조절 장애에 가깝다. <빈센조>의 빈센조 역시 마피아 변호사라지만 '킬러'와 다르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로 그의 꿈은 늘 피범벅이다. 
 
그 윤리적 도덕적으로 함량 미달인 주인공들이 그들보다 더 부도덕한 상대를 마주치게 되며 '각성'에 이르게 된다. 

지방 소도시 폭력배 푼돈이나 주물럭거리던 김성룡은 들어간 TQ그룹, 그룹 입사 초반에 전 경리 과장 부인을 구하면서 본의 아니게 '선의'의 인물로 조명받고 TQ그룹 내 '비리'를 접하면서 정의의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신부라지만 자신의 감정조차 주체할 수 없었던 김해일 신부 역시 그의 은인과도 같은 가브리엘 신부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매도하며 성당을 집어삼키려는 지역 경찰과 구청장, 검사에 이르는 '카르텔'의 존재에 저항하며 '의인'으로 승화된다. 

빈센조 역시 애초 그의 목적은 금가 프라자에 숨겨진 금 15KG를 챙기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금가 프라자를 불법적으로 철거하려는 '바벨 그룹'과 그 하수인들과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본의 아니게 '지푸라기' 법률 사무소를 중심으로 철거 반대 위원회의 중심이 된 빈센조는 바벨 그룹에 대해 조사해 가며 '양아치'같은 재벌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김과장>, <열혈 사제>, 그리고 <빈센조>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은 '악'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그들이 보다 구조적이고 부도덕한 악을 통해 각성하고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김과장>의 TQ그룹의 대를 이은 부도덕한 승계 과정과 분식 회계, 열혈 사제의 경찰, 검찰, 그리고 구청장으로 이어진 악의 카르텔, 그리고 이제 <빈센조>의 바벨 그룹과 그 하수인으로서 법무 법인 우상의 의약, 건축 산업을 둘러싼 비리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사회적 비리의 '요소'들이다. 동시에 익숙하다 못해 친숙한 구조적 '비리'들이지만 여전히 '해소'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사회의 사회정치 면을 장식하는 구조적인 모순들이다. 


 

그러한 구조적인 모순은 '악'이라 스스로 자처하던 주인공들을 '각성'시킨다. 이렇게 '악'이었던, 반영웅적인 인물의 각성은 '범인'으로서 시청자들이 정서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동시에 그들의 각성과 그에 따른 '실천'을 통해 시청자들은 보다 깊은 감정 이입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김과장>과 <열혈 사제>가 그 해의 가장 통쾌한 드라마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범부', 혹은 그 이하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그들의 '능력치'는 여전히 매우 '영웅적'이다. 티똘이, 티큐또라이라 칭해지던 <김과장>의 김성룡은 지방 소도시 조폭의 딱갈이였지만 거대 그룹 TQ의 분식 회계 를 주무를만큼 비상한 두뇌와 근성을 지닌 인물이다. 전직 국정원 출신의 김해일 신부의 능력이야 동네 양아치들 따위가 넘볼 수 없는 경지이다. 금가프라자에 나타난 철거 하청업체 앤트컴퍼니 대표를 줄 하나로 대번에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려 버리고, 철거 위기의 금가 프라자에서 와인 파티를 여는 빈센조는 김성룡과 김해일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치트키'처럼 보여진다. 

물론 악인이지만 밉지 않은 주인공, 거기에 알고보면 능력자인 양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건 배우들이다. 자타공인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를 만든 <김과장>의 남궁민, 김남길 표 연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던 열혈 사제의 김해일 신부 모두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최고조로 뽑아낸 드라마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제 2회를 마쳤지만 <빈센조>의 개연성은 '송중기'이다. 그의 외모의 장점을 클로즈업을 통해 한없이 발휘시키고, 거기에 더해 남궁민, 김남길과 또 다른 송중기만의 냉소적인 캐릭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의 변호사 빈센조를 설득시킨다. 


 

'갑남을녀', 모두가 주인공 
이렇게 알고 보면 능력자들이 그들이 가진 영웅적 면모를 뽐내며 드라마는 영웅물로서의 쾌감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박재범 표 드라마의 매력은 그저 주인공의 양면적인 캐릭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사는 세상의 '갑남을녀'가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듯 <김과장>도, <열혈사제>도 주인공의 영웅적 행위를 완성시키는 방점은 그의 조력자인 '보통 사람들'이다 

<김과장>이라는 드라마는 극 초반 남궁민의 원맨쇼와 같은 연기를 넘어 중후반에 가며 매회 등장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가며 박영규, 정석용 등 중견 연기자는 물론 이준호, 정혜성, 임화영, 김선호, 동하 등의 배우들을 알린 작품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열혈 사제>는 <김과장>과 또 다르게 과연 저 등장인물이 과연 알고 보면 어떤 능력자일까가 궁금해지며 소머즈같은 능력을 가진 편의점 알바에, 태국 왕실 경호원 출신의 무술 능력자 중국집 배달원, 아역 배우 출신의 신부님, 타짜 출신의 수녀님 등 출연 배우들의 이중적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듯 <빈센조> 역시 등장 인물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딸과 인연을 끊겠다며 내용 증명을 보내는가 하면, 금가 프라자의 철거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홍유찬 변호사의 유재명 배우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열혈 사제>에서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드러낸 박경선 검사가 연상되는 법무법인 우상의 변호사이자, 지푸라기 홍유찬 변호사의 딸인 홍차영 변호사 캐릭터는 그 또라이 같은 면면으로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저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겨우 2회만에 법무법인 우상의 책임 변호사 자리를 꿰어찬 최명희 역의 김여진 배우가 보여줄 '악역'의 변주도 기대된다. 거기게 마치 <열혈 사제>의 동네 사람들처럼 금가프라자 주민들의 면면 역시 퍼즐처럼 그 역할이 궁금해진다. 

by meditator 2021. 2. 23. 17:45

2003년 <옥탑방 고양이>, <클래식> 드라마와 영화, 매체는 다르지만 김래원과 조승우, 두 배우는 '청춘 스타'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옥탑방 고양이> 이래로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김래원은 드라마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눈사람>, 영화 <어린 신부>, <ing> 등을 통해 사랑의 '전령'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김래원은 '사랑의 메신저'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지 않았다. 지금도 2000년대 젊은이들의 고전으로 통하는 <해바라기>를 통해 장르물에 첫 발을 내딛은 김래원은 이후 <강남 1970>, <프리즌>, <롱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등을 통해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혀갔다. 그런 가운데 김래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작품은 2014년작 <펀치>일 것이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며 가족과 정의를 지키기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주인공을 통해 김래원은 '박정환'으로 거듭나며 청춘 스타를 넘어선 '연기파' 배우의 네이밍을 얻었다. 

그런가 하면 조승우에게 '연기파'라는 네이밍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호칭'이었다. <춘향전>으로 시작된 그의 연기 인생은 <클래식>의 준하에 머무르지 않고  <말아톤>의 초원이, <타짜>의 고니, <내부자들>의 우장훈, <마의>의 백광현, <비밀의 숲>의 황시목까지 다작은 아니었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조승우라는 이름보다 캐릭터로 그를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작품 속 그의 연기를 통해 오래도록 그를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그 역시 시작은 '청춘'이었지만, 자폐 청년과 놀음에 홀릭된 청춘을 지나며 조승우가 길어낸 청춘의 갈짓자는 그가 지나온 시대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그가 선택한 몇 되지 않는 작품이 그대로 당대의 최고 수작으로 기억되었다. 

그렇게 청춘으로 시작하여 장르물을 통해 연기파로 자리매김한 두 배우, 김래원과 조승우가 어느덧 40대의 고개를 넘어섰다. 그들은 이제 더는 청춘이 아니지만 우리 시대 40대를 더는 '중년'이라는 고정 관념으로 보기 힘들어지게 되듯이 마흔 줄을 넘어선 두 배우의 행보 역시 '중후함'이 무색하게 신선하다. 한편에서 여전히 종횡무진하는 두 40대의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그들의 뒤를 잇는 남자 배우 세대의 부재를 말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루카; 더 비기닝>, <시지프스; the myth>를 통해 김래원, 조승우 두 사람은 그간 해보지 않았던 판타지 장르물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조승우 버전 토니 스타크?
<시지프스; the myth> 1회, 조승우가 분한 한태술이 탄 비행기가 괴물체와 충돌하며 추락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퀸텀앤타임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외국 경영 잡지에 소개되기도 한 한태술은 조종칸으로 가서 거의 '맥가이버' 급 기지를 발휘하여 단 몇 분 만에 비행기를 고쳐 수많은 생명을 구한다. 하지만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의 상황을 돌파한 그의 '헌신'에 대해 그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그저 비행기를 고치고 싶었다는 공학도로서의 순수한 소망을 앞세운다. 

미래와 현재, 연결된 두 세계가 봉착한 '파멸'의 위기를 구하기 위하여 신화 속 숙명과도 같은 시지프스의 헌신을 내세운 판타지 장르물의 주인공으로 조승우가 돌아왔다. 언뜻 보면 쓰레기장 같지만 그 무엇도 한태술의 의지가 아닌 것이 없는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부럽지 않은 요쇄와도 같은 저택에 사는 그러나 이사회에 얼굴 한번 비추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같은 제 멋대로인 괴짜 과학자이자 사업가가 이번에 그가 분한 주인공이다. 

한태술에게서 <비밀의 숲> 황시목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후드티나 남방을 입고 말끝마다 '뽕선아'를 외치며 너스레를 떠는  한태술은 수다쟁이 토니에 더 가깝다. 하지만, 10년 전 죽은 형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채 수시로 약병을 여는 그의 이상적 행동에서는 늘 '정상'이라는 바로 미터에서 조금은 비껴난 캐릭터의 연주에 능한 조승우의 장기가 발휘된다. 

2회가 끝나서야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공, 미래에서 온 인물들이 '밀입국자'로 취급되어 단속대상이 되고, 그와 접촉한 인물들이 '처리'되는 상황은 모호하다. <주군의 태양>, <푸른 바다의 전설>의 진혁 피디가 야심차게 시도한 디스토피아 판타지 장르물의 서장에서 확고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건 여전히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이다. 


 

슈퍼맨이 된 김래원?
<해바라기> 이래 김래원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처절하게 얻어맞는 '연민'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 <펀치> 속 박정환 역시 개천에서 난 용, 검사가 되었지만 그의 야망은 하늘이 그에게 준 '생명'의 시간과 세상이 그에게 허락하지 않은 권력의 한계 속에서 역시나 무참하게 짓밟혔고, 그로 인해 김래원은 빛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짓밟히지 않는다. 다종의 강력한 dna를 가진 생명체들의 집합체로서 '괴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dna를 백 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장렬히 '산화'할 운명을 가졌었다. 연구소에서 사라졌어야 할 그는 세상 밖으로 던져졌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억과 '전기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맞바꿨다. 

그를 다시 제물로 삼고자 하는 L.U.C.A프로젝트를 준비한 연구소와 그 배후의 세력, 그리고 그 세력에 의해 다시 연구소로 돌아간 김래원이 분한 지오는 그들의 '고문'과도 같은 실험을 통해 외려 진짜 강한 '슈퍼맨'으로 거듭난다. 

<손 THE GUEST> 김홍선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루카; 더 비기닝>은 윤리를 비껴간 과학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도달하려는 무리들에 의해 탄생한 이종의 괴력를 지닌 생명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작 <낮과 밤>과 변별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루카; 더 비기닝>의 중심에는 여전히 짓밟히고 당해도 자신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연민'의 아이콘 김래원이 버티고 있다. 아이를 가진 이혼남이었던 박정환이 세월을 거슬러  웨이브진 장발에 스니커즈를 신고 건물 사이를 뛰어오르는 모습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럼에도여전히 낮고 따스한 목소리로, 하지만 강단있게 괴물이라는 구름이의 말에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지오의 진심어린 눈빛과  대사는 드라마의 설득력이 된다. 




by meditator 2021. 2. 19. 21:28

2월 1일 밤 9시 tvn을 통해 <루카; 더 비기닝>(이하 루카)이 방영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김래원을 비롯하여 <보이스 1>,<손, 더 guesst>를 통해 장르물의 장인이 된 김홍선 감독, <추노>의 작가 천성일, 그리고 <베를린>, <도둑들>의 최영환 촬영 감독의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제목의 루카는 L.U.C.A ,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약자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가장 원시적인 세포의 단계를 뜻하는 이 조어는 결정적인 순간 두 눈을 파랗게 빛내며 초월적인 에너지를 발생하는 주인공 지오(김래원 분)가 보이는 '괴력'의 기원이 된다.

 

 

2일 방영된 2회에서 이손(김성오 분)과의 격투 과정에서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는 의식불명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의 혈액형 조차 판별할 수 없다. 국과수 오종환(이해영 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듯하다는 지오의 혈액형, 거기엔 과학적 금단의 선을 넘은 류중권 교수의 연구가 있다. 

루카 프로젝트의 성공작, 지오를 잡아라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학자 류중권(안내상 분)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단의 지원을 받아 여러 생물체의 가장 발달한 유전인자를 추출하여 하나의 세포에 넣어 초월적 존재를 만들고자 하는 과학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언제나 분화 과정에서 실패했다. 유일하게 성공했던 사례가 z시리즈의 10번째 실험 대상자 지오(z-o), 하지만 그 성공은 류중권의 손을 떠났다. <루카>의 첫 장면 의문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무리에 쫓기던 한 여성은 지오로 추정되는 갓난 아기를 건물 난간에서 떨어뜨렸고, 그 아기는 2회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지오처럼 스스로 빛을 내며 폭탄처럼 주변을 파괴하며 자신을 지켜냈고 그를 실험대상으로 하는 무리들로부터 탈출했다, 

<루카>는 이렇게 실험 대상으로 인간을 넘어선 능력을 가지게 된 존재 루카, 그 이후 다시는 실험에 성공하지 못한 채 루카를 쫓는 국정원 김철수(박혁권 분)의 하수인들, 그리고 그 배후에 류중권과 김철수를 쥐락펴락하는 황정아(진경 분)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두 축의 갈등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어린 시절 지오로 추정되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간 후 실종된 부모님을 쫓는 형사 하늘에 구름(이다희 분)가 끼어든다. 

강력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기억을 잃은 루카와 그를 쫓는 무리들의 대결은 이미 앞선 장르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김홍선 감독의 장기인 액션씬을 위주로 진행된다. 특히 2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진 루카와 그를 잡으려는 이손, 유나, 그리고 하늘에 구름 사이에서 벌어진 액션 씬은 기존 장르물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좁은 장소라는 딜레마를 역으로 격투를 하는 자의 시선에서 장면을 재구성하며 긴박감을 증폭시킨다. 거기에 세포 분화를 통해 괴력을 발휘하는 전기인간 같은 루카의 특성은  <루카>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낸다. 

 

 


낮과 밤, 그리고 루카; 과학적 디스토피아 시리즈? 
그런데 더 비기닝이라며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루카>를 보고 있노라면 동시간대 전작 <낮과 밤>이 떠오른다. 지금은 밤일까, 낮일까 라는 모호한 화두로 16부의 시리즈를 이끌었던 <낮과 밤> 역시 자신의 아이들조차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 프로젝트'가 극중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재력과 권력을 가졌지만, 거기에 더해 영생을 추구하는 무리들이 과학적 욕망에 도덕적 윤리를 넘어버린 과학자 집단과 결탁하여 '하얀 밤' 마을을 배경으로 많은 아이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재벌이나, 권력 혹은 조폭이라는 악의 무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 모두가 '과학'을 매개로 하나의 이권 세력으로 뭉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밤'이자, '낮'인 선과 악의 이중 인격을 가진 슈퍼맨들이 탄생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던 도정우(남궁 민 분)은 일찌기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하얀 밤 마을을 몰살시켰고, 여전히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공교롭게도 <루카>와 <낮과 밤> '과학적 윤리의 선을 넘어선 '연구'로 부터 주인공들이 '잉태'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연구의 성공이자, 목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연구를 하는 단체로부터 '튕겨져 나와' 단체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수단'은 바로 그들이 '연구의 성과'로 얻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능력'이다. 

<낮과 밤>의 도정우는 탁월한 지적 능력으로 영생의 공식을 만들어 내는 한편, 한 사람쯤은 저 멀리 던져버릴 정도의 괴력과 건물 전체의 전기를 껐다 켰다 하는 염력 등을 발휘한다. 그의 '아킬레스 건'이라면 늘 사탕으로 위장한 진통제를 입에 물고 다녀야 할 만큼 뇌동맥류의 위험과 지킬 앤 하이드처럼 '밤'이라는 상징으로 드러난 '그림자'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측면이다. 

반면 지오의 경우, 아직 그의 능력 전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강력한 세포 분화를 거듭하며 신체적 능력이 증폭 되어가고 있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회복할 만한 능력을 가짐은 물론 1회에서 죽어가는 하늘에 구름을 살리는 전기 충격 정도에서부터 2회에서 보여지듯이 철로를 휘고, 열차를 멈출게 할 정도의 괴력을 가진다. 그의 아킬레스 건은 강력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뇌세포가 타버려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슷한듯한 설정을 가진 <낮과 밤>, 그리고 <루카>, <낮과 밤>은 주인공과 같은 하얀밤 프로젝트의 희생물이자 성과물인 능력자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과학적 욕망의 실체에 접근해 들어간다. 반면, <루카>는 1주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루카를 잡기 위한 총력전을 통해 쫓고 쫓기는 액션 장르로서의 특성을 드러낸다. 거기에 남궁님과 김래원, 믿고 보는 두 중견 배우의 걸출한 활약에 의지하는 바에 있어서도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가진다. 

비록 시청률면에서는 흡족하지 않았지만 신선한 이야기였다는 <낮과 밤>, 5% 후반대의 안정적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은 <루카>는 작품성과 시청률 두마리의 토끼를 얻을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21. 2. 3. 16:14

<경이로운 소문> 16부가 완결되었다. 다음의 인기 웹툰이었던 작품의 드라마화가 결정되었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10% 내외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ocn 장르물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준 작품이 되었다. 

16부, 드디어 신명휘(최광일 분) 시장 속에 들어간 완전체 악귀와 카운터들의 마지막 일전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끝을 보자며 심기일전 신명휘에게 달려든 카운터들, 그런데 신명휘는 14회차에서 결계를 치며 그들이 싸우던 그 '악귀'가 아니었다. 애꿏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보다 업그레이드된 악귀는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카운터들의 공격에 끄덕도 하지 않는다.

 

 

결자해지 
하지만 카운터들의 결기도 만만치 않다. 이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카운터들의 의지는 추여사(염혜란 분)가 벽에 부딪쳐 코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져도, 도하나(김세정 분)가 머리끄덩이를 잡혀 밀쳐져도, 가모탁(유준상 분)의 얼굴이 악귀의 카운터에 돌아가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가모탁의 말대로 이 싸움의 끝은 완전체 악귀와 경이로운 경지에 이른 소문(조병규 분)와의 대결이 된다. 

보다 강해진 악의 기운으로 카운터들을 물리친 악귀의 신명휘, 그런 가운데 소문이의 다리가 꺽이고 만다. 허겁지겁 소문이의 다리를 치유하려는 추여사, 하지만 소문이는 그런 추여사를 말린다. 처음 카운터가 되고 추여사가 저는 소문이의 다리를 고쳐주기 이전처럼, 다시 다리를 절게 된 소문이는 그 다리로 절뚝이며 악귀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몸으로 부딛치는 대신, 염력으로 주변의 것들을 들어올려 온 힘을 다해 악귀를 공격한다. 드디어 휘청거리며 쓰러진 악귀, 그 악귀에게 다가간 소문이는 있는 힘껏 악귀를 소환한다. 

하지만 악귀의 마지막 단말마적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미리 소문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차에 납치하고 그 차를 향해 트럭을 달려오게 만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인가, 아니면 악귀를 소환하여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출할 것이냐로 소문이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자신의 모습을 삼켜버린 소문이 엄마의 모습으로 변하게 하여 소문이를 흔든다. 하지만 그 모든 악귀의 저항도 16부를 줄기차게 달려온 소문이의 일관된 소망을 물리칠 순 없다. 

 

 

결국 지청신의 모습을 한 악귀는 지옥으로 떨어졌고 소문이는 처음 카운터가 될 때의 소망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무려 7년 동안 소문이를 괴롭혔던 자신으로 인해 부모님을 죽음으로 내몰렸을 것이란 소문이의 오랜 죄책감이 부모님의 따스한 품에서 풀어진다. 

그렇게 <경이로운 소문>을 시작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완결되었다. 소문이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죄책감에서 풀려났고, 도하나 역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가무탁은 형사로서 그가 추적했던 신명휘를 비롯한 조태신 등이 저지른 중진 시의 비리를 만천하에 고발했다. 살아남은 자로써 짊어졌던 죽음의 무게에서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시간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융이라는 특별한 공간, 그곳의 명을 받아 인간 세계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악귀를 소탕하는 카운터라는 독특한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주목받았던 신선한 장르물은 수미일관한 서사를 완성했다. 

완결은 했지만 완성도는 ? 
물론 완성은 했지만 뒷맛이 완전히 개운한 건 아니었다. 중반부에 들어서 지청신, 신명휘를 비롯한 악의 축들이 활개를 치면서 상대적으로 초반부 정의의 이름으로 학교를 휘어잡던 소문이의 기세는 한풀 꺽인 채 카운터들의 활약이 미미해져 갔다 .대신 1회차 1신파라는 우스개가 등자할 정도로 매회 등장 인물들과 관련되 눈물 적시는 애닮은 사연들의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웹툰을 통해 이미 화끈한 활약상에 기대가 부풀었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러기에 더욱 아쉬운 전개가 이어진 가운데 작가 교체와 관련된 잡음이 표면화되며 시청자들의 불만은 거세졌다. 

더욱이 15회차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 카운터들과 악귀와의 일전이 무색하게 뜬금없이 까메오로 손호준이 등장하며 극의 흐름이 끊겼다. 느닷없이 외국에서 활동하는 카운터로 등장한 오정구가 나타난다. 추여사와 같은 '치유' 능력을 가진 오정구는 앞서 결계 공격 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추여사를 치료하고자 최장물(안석환 분)이 불러들인 것이다. 그리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추여사 대신 출동했다가 가모탁을 구하고 대신 죽음을 당한다. 

 

 

물론 오정구의 죽음을 통해 소문이 역시 보다 완전체인 카운터로 업그레이드 된다는 설정이었지만, 오랫동안 카운터로 활약해왔다는 오정구의 죽음은 제쳐두고 오정구의 몸에 깃든 융인의 죽음만이 슬픔의 대상인 듯한 스토리 진행은 한 회에 눈물흘릴만한 신파적 설정에 대한 강박이라도 되는 양 개연성의 아쉬움을 남긴다. 

16부 역시 애초에 풀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완결되었다는 점에서는 완결성을 지니지만, 이른 신명휘의 퇴장 이후 뜬금없이 개그식의 대사 주고받기로 긴장감을 떨구더니 그간 못했던 ppl의 향연으로 시간을 할애하며 마지막 회의 긴장감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경이로운 소문>은 부모님의 죽음 이후 다리를 절던 고등학생 소문이가 또 하나의 가족같은 카운터들을 만나 가족을 잃은 아픔도 치유받고, 카운터로서 활약을 통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획득해 가는 긍정적인 성장 드라마로서 그 몫을 다했다. 특히 소문이 조병규를 비롯하여, 가모탁, 추여사, 도하나 등 카운터들을 비롯하여 지청신, 신명휘 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고른 열연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벌써부터 시즌 2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상황, 부디 시즌 2로 돌아온다면 보다 완결성 있는 구성과 서사의 준비 과정이 마련되길 바란다. 

by meditator 2021. 1. 25. 02:42

나는 아무도 없는 텅빈 거리에 혼자 있어. 
태양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절대 틀릴 리 없는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어. 
나는 궁금해져. 
지금은 낮일까 밤일까?


지난 해 11월 30일 첫 선을 보인 tvn의 드라마 <낮과 밤>은 이 모호한 문학적이고 상징적인 문구로 서막을 열었다. 28년전 온통 불바다가 된 하얀 밤 마을, 사람들은 죽고, 서로 죽이며 마을 전체가 몰살로 이어지는 상황, 살아남은 한 소년이 독백처럼 저 문구를 되뇌인다. 

 

 
연쇄 살인 사건으로 소환된 하얀 밤 마을 사건 
낮과 밤이란 상징적인 문구가 결국 드러낸 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실험체로 씌인 아이들에게서 드러나는 해리성 인격 장애, 즉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이다.그 시작은 28년전 하얀 밤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28살의 젊은 사회사업가 손민호(최진호 분)가 일군 마을 공동체 하얀 밤 마을, 성공적인 재건 사회 사업으로 언론에 조명되었던 집단 공동체였다.

하지만 그건 드러난 일면에 불과했다. 그 내부에서는 조현희와 공일도(김창완 분)등의 맹목적인 신념의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군의 지원을 받은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일찍이 진시황의염원이었던 부와 권력으로도 닿을 수 없었던 '불사영생'의 공식을 완성하는 것으로 그를 위해 하얀 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실험체가 되어 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하루밤의 화재와 마을 주민들의 몰살로 수면 아래로 사라진 듯 보였다. 28년 후 6건의 의문의 사망사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까지는. 수수께끼같은 암호가 적힌 살인 예고가 이지욱 기자(윤경호 분)에게 전달되고, 그 살인 예고에 맞춰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살인이라지만 살인을 당한 사람들은 미소를 띠며 스스로 옥상에서 떨어지고, 물에 뛰어들고, 차로 뛰어들어 '자살'과 같은 죽음을 자처한 상황, 과연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무엇일까?

그 수사에 연쇄은행강도 수사를 맡았던 도정우를 팀장으로 한 서울 경찰청 특수팀이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의 수사를 돕기 위해 FBI출신 범죄 심리 전문가 제이미 레이튼(이청아 분)가 합류한다. 그리고 범인 색출을 청와대 비서관 오정완(김태우 분)까지 나서 독려인지 협박인지 모를 압력을 행사한다. 오정완만이 아니다. 이제는 내로라하는 사회사업가로 사회 유력층이 된 손민호까지 정보 관리부장 이택조(백지원 분)와 내통하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백야 재단이 된 하얀 밤 마을의 주도 세력 
드라마는 하얀 밤 마을 사건 28년후 다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지도층이 된 28년전 하얀 밤 마을의 배후 세력을 '백야 재단'으로 등장시킨다. 그들은 28년전 마무리되지 못한 '영생 불사'의 프로젝트를 당시의 연구원이었던 조현희와 공일도를 앞세워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도정우라 범인으로 쫓기는 6건의 살인 사건을 계기로 당시 하얀밤 마을에서 사라졌던 4명의 생존 아동들이 나타난다. 도정우, 제이미, 그리고 세번 째 아이였던 문재웅(윤선우 분), 거기에 대통령 비서관 오정완의 심복으로 움직이는 네 번 째 아이 김민재(유하준 분)까지. 

이들은 모두 하얀 밤 마을에서 실험 대상이 되었던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실험 과정에서 남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동시에 그 실험의 부작용으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지니게 되었다. 그들의 해리성 인격 장애는 세번 째 아이에 의해 6건의 자살과 같은 연쇄 살인을 낳았고, 그 연쇄 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도정우는 자신을 내던진다. 

도정우가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건 바로 그 자신이, 아니 그에게 가해진 실험 부작용으로 그의 내면에서 튀어나온 '괴물'이  28년 전 하얀 밤 마을 몰살 사건을 벌인 주범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세번 째 아이를 찾고, 오랫동안 제이미 박사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뇌수술까지 받게 한 도정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전히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막고자 한다. 

그렇게 스스로 괴물이 된 아이들이 자신을,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백야 재단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세울 때, 그들의 맞은 편에서 오정완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거침없이 실험의 성공을 위해 아이들을 '조달'하는데 전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을 희생으로 삼는 실험이 인류를 위한 일이라는 몰가치적 신념을 가진 수사관 공혜원(설현 분)의 아버지 공일도와, 도정우와 제이미의 생모 조현희가 있다. 

 

 

낮과 밤; 도정우와 아이들의 결자해지 
16회, 실험을 막고자 하는 도정우를 비롯한 아이들과, 여전히 자신의 지적인 탐욕과 영생에의 욕심에 눈이 먼 무리들과의 마지막 일전이 치뤄진다. 특히 28년만에 자식을 눈 앞에 보고서도 반가움 대신 그들의 혈청을 탐하는 도정우의 생모 조현희와 경찰에 잡혀와서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공일도의 모습은 아우슈비츠에서 실험을 한 과학자들이 연상케 한다. 

자식보다 자식의 혈청을 탐하는 생모 앞에서 결국 '낮'이었던 도정우의 선한 의지를 괴물 도정우가 먹어버린다. 28년전 그날처럼 모두를 파멸로 이끌려는 상황, 동생 제이미와 공혜원의 간절한 목소리는 도정우를 '낮'으로 되돌리고 몰살의 비극은 재연되지 않는다.  그리고 28년전 그날부터 '괴물'의 원죄로 시달린 도정우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어머니 조현희와 함께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폭발의 현장에 남는다. 

생체 실험으로 염력을 비롯하여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지닌 주인공, 그리고 그가 맞서 싸우는 권력과 부를 넘어선 영생불사를 향한 맹목적인 무리들, 무엇보다 아이들의 혈청을 기반으로 하여 100세가 넘어서도 자신을 숨긴채 젊은 대통령 비서관으로 살아왔던 오정완이나, 아들의 혈청으로 늙지 않는 조현희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악행이 또 다른 괴물이 되어버린 세번 째 아이의 살인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그런 악의 무리들을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갖가지 능력을 발휘하여 속시원하게 파헤치고 단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16부작을 정주행한 시청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더구나 '죄'의 대가를 기꺼이 치루고자 하는 세번 째 아이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불 속에 남은 도정우의 모습은 인상깊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죽은 줄 알았던 도정우가, 불속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와제네거처럼 되살아 온 도정우, 시즌 2를 향한 히어로의 재등장인듯하지만, 그가 결자해지로 불속에 뛰어들었던 도덕적 딜레마가 뒷마을 씁쓸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by meditator 2021. 1. 20. 02:45

인기 웹툰 <경이로운 소문>이 드라마화된 ocn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화제작답게 ocn 장르 드라마로는 드물게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여서 그럴까 최근 작가 교체가 되었다는 낭보와 함께, 제작진의 잡음이 표면화되었다. 극중 출연자가 이에 '믿고 따라와봐요'라는 응답을 하는 듯한 sns를 했지만 들썩이는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저 '작가 교체'라는 내부적 요인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이미 웹툰을 통해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과 드라마로 구현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이 제작상의 갈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이  ocn 장르 드라마로써는 획기적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건 무엇보다 이미 원작의 '재미'를 담보하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원작의 그 '재미'란 무엇일까? 

극중 주인공들은 '카운터'들이다. 이 새로운 캐릭터들은 '융'이라는 지상과 하늘을 잇는 '영계'의 명을 받아 악귀를 사냥하는 신선한 '존재'들이다. 마지막으로 카운터가 된 소문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마' 상태에 있던 사람들, 죽음 대신 삶의 기회와 함께 저마다의 놀라운 능력치를 얻어 그를 통해 악귀가 된 사람들을 쫓아 그들의 악령을 소환한다. 소문이(조병규 분)의 경우 그 자신이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악귀에게 희생된 케이스로 마지막 카운터의 주자로 합류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이들 카운터들의 활약상을 따라 드라마의 흐름을 쫓는다. 그저 악귀를 사냥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악귀들의 악행이 이들이 머물고 있는 중진 시의 신명휘 시장과 그의 조력자들의 사회구조적인 비리와 연결이 되며 판을 키운다. 거기에 이들의 비리를 추적하다 죽음을 당할 뻔한 카운터 가모탁(유준상 분)과 역시나 부모님을 잃은 소문이의 사연이 더해지며 우연은 운명적 만남이 된다. 거기에 단계를 높여가며 카운터들과 대척점을 이룬 악귀 지청신(이홍내 분)이 신명휘의 조력자가 되며 악과 카운터들의 대립은 중진시라는 거악의 척결로 귀결된다. 

 

 

활약 대신 사연이 
이렇게 판을 키운 <경이로운 소문>, 하지만 판이 커진 것에 비해 정작 회를 거듭하며 시청자들이 보고자 했던 카운터들의 화끈한 악귀 사냥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2.7%로 첫 출발을 끊었던 <경이로운 소문>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부모님을 잃은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소문이 카운터가 되며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걷게 됨은 물론, 그간 소문이와 친구들을 괴롭히던 가해 학생들을 속시원하게 '응징'하는 장면에서 부터였다.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은 물론 그 누구라도 괴롭히지 말라며 단호하게 소리치며 힘으로 자신들을 괴롭히던 학생 무리들을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장면은 말 그대로 체증이 확 풀리는 장면이었다. 

바로 이러한 속시원한 활약을 기대하며 시청자들은 <경이로운 소문>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다리를 절던 소문이 두 다리로 걷고 뛰고 건물을 날아오르듯 융의 위겐들의 영적인 도움으로 카운터들이 악귀들을 제압해나가는 장면을 그 자체로 '카타시스'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반부에 들어서며 <경이로운 소문> 속 카운터들의 활약은 지지부진했다. 악귀를 사냥하는 대신, 가무탁의 과거 사연과 소문이 부모님의 사연, 그리고 도하나(김세정 분)이 풀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반면, 카운터로서의 활약은 그런 사연 속 조미료처럼 감질맛나게 등장했다. 심지어 융의 위겐들이 과거 사연과 관련하여 카운터로써의 영역을 넘어선 카운터들의 활동을 문제삼아 소문이의 능력을 빼앗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인공의 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은 '히어로물'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통과 의례이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클리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악의 주구인 지청신을 비롯한 중진시의 악의 전횡이 드라마를 지배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누군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만드는데 있다. 

장르물에서 흔히 오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시선을 사로잡는 '악'의 존재감이 커지며 극의 흐름을 '악'의 축이 끌고가게 되는 경우이다. <경이로운 소문> 역시 지청신과 백향희라는 악귀가 사람들의 목숨을 밥먹듯이 해치우며 악의 단계를 상승하며 극중 존재감을 키워나간다. 그런가 하면 신명휘와 그의 조력자 조태신의 전횡도 점입가경이었다. 

 

 
그렇게 악의 무리들이 그 힘을 키워나가는 동안 카운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에 천착하여 딜레마에 빠진다. 사람으로 자신이, 자신의 부모님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은 그 무엇보다 곡진하고 애달프지만 이러한 '신파'적 정서로 스토리를 진행해가다보니 카운터로서의 면모가 상대적으로 아쉬워지게 되는 것이다. 

소문이의 경우는 매번 부모님과 관련된 상황에서는 이성을 잃는다. 이미 그런 상황에서의 단독 행동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동료들마저 위험에 빠뜨려 카운터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기도 했던 소문이였는데, 이제 다시 13, 4회에서 소문이는 여전히 분노하고 폭발한다. 지청신의 자살로 신명휘에게로 옮겨간 악귀를 확인한 소문이가 동료 카운터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신명휘의 집 담장을 뛰어넘는 상황은 용맹한 카운터라기보다는 여전히 부모님의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등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 보인다. 즉 소문이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드라마는 카운터들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소문이라는 캐릭터를 늘 소리치고 분노하는 일차원적 캐릭터로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 

도하나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자신을 통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자신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 도하나의 과거와 관련된 트라우마는 이제 종착지를 남겨둔 14회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그녀 혼자 살아남았다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악귀 사냥꾼으로서 카운터들의 저마다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지 못한다. 심지어 카운터들은 카운터로서의 활약 대신 신명휘 시장 대선 출정식에서 똥물을 뒤집어 씌우는 실소 넘치는 해프닝이나 속여넘겨 선거 자금 빼앗기와 같은 카운터답지 않은 작전으로 스토리를 이어간다.  13회에서도 결계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 카운터들조차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 뜻밖에 등장한 아이로 인해 기회를 다시 놓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물론 이러한 지지부진한 카운터들의 시행착오가 이제 대미를 장식할 15,16회의 결전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밑밥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잔칫날 잘 먹자고 내리 굶기는 상황처럼 16부의 여정에서 사연은 구구절절했던 반면 카운터들의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탄탄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16부라는 여정마저 버거워보이는 흐름이었기에 작가 교체와 같은 내부 잡음이 시청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by meditator 2021. 1. 18. 01:34

모리스 뤼블랑의 <괴도 뤼팽>은 '탐정'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계의 '반전'이다. 징죄를 받아야만 하는 범인이 주인공이 되어 그를 잡으려는 경찰을 희롱하며 권력을 가진 자들과 부호들을 농락하는 이야기는 <셜록 홈즈>로 대변되는 정의의 서사의 맞은 편에서 또 다른 장르를 개척하며 추리소설의 고전이 되었다. 

 

 

<셜록 홈즈>가 영국 드라마로 시즌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며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베치에게 명성을 선사해 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며 <기암성>에서 셜록 홈즈와 비극적 대결 구도를 그렸던 <괴도 뤼팽>의 현대적 해석이 당연히 기대되는 상황,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이런 대중의 기대를 절묘한 서사를 통해 5부작으로 재해석해낸다. 

<괴도 뤼팽>의 첫 작품은 <왕비의 목걸이>이다. 1874년 태어난 뤼팽,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진 바람에 어머니 앙리에트와 함께 드뢰-수비즈 백작 부부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백작 부부로 인해 갖은 수모를 겪게 되는데, 뤼팽은 이런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백작 부부의 가장 아끼는 보물인 마리 앙토와네트의 목걸이를 훔치며 '괴도'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현대 프랑스 사회의 사회적 모순을 담은 뤼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뤼팽>은 바로 이 <왕비의 목걸이>를 모티브로 오늘날 프랑스, 아니 유럽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모순을 갈등의 고리로 엮는다. 세네갈에서 유럽으로 온 아산 부자, 아산의 아버지는 재벌 펠레그레니 집에서 운전수로 일을 하게 된다. 

비오는 날 차에 시동이 꺼져 고충을 겪던 펠레그레니의 아내, 그 차에 다가가 도움을 주겠다는 아산의 아버지, 하지만 펠레그레니의 아내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느끼며 차문을 잠근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이민자로서 아산 부자를 대하는 당시 프랑스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난한 이민자였지만 아산의 아버지는 성실했고 어린 아산에게 학구열을 독려한다. 하지만 운전수라는 직업을 통해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려 했던 아산 부자의 열망은 펠레그레니 집안에서 사라진 왕비의 목걸이를 훔친 범인으로 아산의 아버지가 지목됨으로써 무너진다. 증거가 불충분했지만 가진 것 없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는 죄를 추궁당한다. 결국 감옥에 갇힌 자신의 펠레그레니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고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홀로 남은 아산은 복지원으로 가야만 했다. 

그리고 25년의 시간이 흘러, 아산의 아버지가 훔쳤다던 그 목걸이가 다시 펠레그레니 집안에서 등장하고 펠레그레니 재단 창립 기금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에서 경매에 붙여진다. 그리고 25년만에 나타난 아산(오마르 사이 분)은 유유히 그 목걸이를 훔친 채 사라진다. 자기 어머니가 당한 수모를 되갚기 위해 목걸이를 훔친 <괴도 뤼팽>의 첫 번 째 작품의 오마주이다. 


 

 

​​​​​​​아버지의 유지, 뤼팽 

5개의 시리즈로 이어진 <뤼팽>은 이렇게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한 아산의 신출귀몰한 모험담이다. 세네갈에서 온 이민자 가정의 아산은 흑인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어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뤼팽 속 스토리를 활용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뤼팽>인 이유는 그저 <괴도 뤼팽>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서사 때문만이 아니다. 세네갈에서 온 이제는 고아가 된 소년 아산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책이 바로 <괴도 뤼팽>이었다. 그리고 <괴도 뤼팽>은 감옥에서 죽어간 아버지가 아산에게 남긴 메시지북이기도 하다. 

복지원에서 사립 학교로 이어지는 학창 생활 동안 성경 사이에 아버지가 남긴 <괴도 뤼팽>을 끼워 아산은 읽고 또 읽으며 '뤼팽'으로서 거듭났다. 그렇다면 뤼팽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뒷골목 건달들과 한탕을 위해 루브르 경매에 나온 목걸이를 훔치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그 모든 계획이 경매장에 신흥 갑부로 등장한 아산이 여유롭게 목걸이를 훔쳐내기 위한 페이크 작전이었다.

<괴도 루팽>이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르게 도둑이지만 때로는 홈즈보다도 더 정의로워보였던 의적인 뤼팽의 설정처럼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기본 설정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거기에  뤼팽의 이야기처럼 한 편의 마술처럼 알고보니 뤼팽의 큰 그림이었다는 식의 서사가 <뤼팽>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괴도 루팽> 속 뤼팽처럼 분장을 통해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극단의 상황에서도 신출귀몰하는 기지로 위험을 돌파해내는 기지로 아산은 뤼팽이 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친 목걸이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펠레그레니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한 아산은 그에 이어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쫓아간다. 남의 주머니를 슬쩍 터는 건 기본, 말 몇 마디로 경찰을 따돌리고, 자산가의 보물을 한 손에 쥐는가 하면, 진실을 찾기위해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가는가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또한 무기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펠레그레니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전직 기자와 손을 잡고 sns를 비롯한 방송 출연이라는 첨단의 '폭로' 전술을 쓰는가 하면, 펠레그레니와 손을 잡고 그의 아버지를 잡아간 당시 형사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인공지능 홈iot는 물론 드론 활용하는 등 아산 버전의 뤼팽은 현대 문물의 귀재가 되어 법망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인크레더블 헐크> 의 루이 리터리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시리즈는 이미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른 프랑스 사회의 모순을 담은 갈등 구조를 풀어내며 고전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시즌 2를 기약한다. 

by meditator 2021. 1. 1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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