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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일 방영되는 <경이로운 소문>은 ocn 장르물의 부진을 말끔히 씼어내며 7% 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이 이 드라마를 늦은 시간 시청자들로 하여금 '닥본사'를 하도록 만들었을까.
이미 작품이 되기 전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원작 웹툰 덕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소문이 조병규를 비롯하여 가모탁 유준상, 도하나 김세정, 추매옥 염혜란에서부터 심지어 악역 지청신 이홍내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찰떡같은 캐스팅에 원작을 잊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들이 인기의 견인차가 되었다.
'겨우 고삘이야?' 라는 가무탁의 탐탁치 않은 첫 마디와 함께 악귀를 잡는 카운터 신참으로 등장했던 소문이, 고등학생이었던 소문이의 '신참례'는 그가 다니던 학교의 왕따 사건으로 화끈하게 드라마의 초반을 이끌며 '카운터'들의 능력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소문이의 놀라운 능력으로 평정한 학교의 일진들, 그리고 그런 소문이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나타나 그의 재력으로 모두들 입다물게 만든 최장물(안석환 분)의 활약으로 학교에서의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카운터로서 활동을 이어가게 되며 그동안 베일에 가리워졌던 등장인물들의 과거사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과연 왜 이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카운터'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뇌사 상태도 아니었던 소문이는 '카운터'가 되었을까? '우연'이었던 네 카운터들의 관계는 회차를 거듭하며 '운명적 만남'이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무탁과 소문, 그리고 도하나의 인연
우선 그 시작은 기억을 잃은 가모탁이다. 전직 형사였던 그는 기억을 잃었다. 온몸이 난자된 채 건물에서 떨어진 그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그때 그의 앞에 소문이 나타났다. 처음 본 소문이가 어쩐지 낯이 익어 자신을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던 가무탁, 그런데 그가 뒤늦게 되찾은 핸드폰의 마지막 발신자가 바로 소문이의 아빠 소권이었다. 그리고 소문이의 아빠 역시 형사였다.
가무탁의 사라진 기억을 헤집어 가는 과정, 그리고 소문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공통 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문은 자기 때문에 죽은 줄 알았던 부모님이 알고보니 '사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서운해하는 것도 잠시 도하나의 도움으로 찾아든 기억에서 카운터들이 쫓는 3단계 악귀 지청신을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사고 현장에서 죽은 소문이의 부모님은 악귀 지청신에게 '흡수'되었다. 악귀를 쫓는 카운터로서 사람 세상의 일을 간여해서는 안되는 '룰'로 고민한 것도 잠시 '지청신'의 등장은 카운터들로 하여금 보다 본격적으로 '사건 수사'에 뛰어들도록 만든다.
뿐만이 아니다. 가무탁과 소문이 부모님을 죽인 자들, 그리고 그들의 뒤에 있는 '거악'의 사슬이 드러나며 거기서 도하나의 '해원'인 이른바 '삼촌'이 등장한다.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돈줄을 죈 다음 다시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하루라도 못갚으면 회사를 집어 삼키는 방식으로 도하나 아버지의 회사는 '삼촌'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 '삼촌'은 저들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의 '자금줄'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무탁과 소문, 그리고 도하나는 그저 '우연'이 아니라 중진시의 구조적인 '악'의 희생자들로 '카운터'가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은 죽어갔는가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그 중진시 '악'은 누구에게로 수렴될까? 시작은 가무탁과 소문이의 아버지 소권 형사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죽기 전까지 김영님이란 여성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예전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김정영(최윤영 분)과 김영님의 집에 가서 다시 사건의 흔적을 찾던 가무탁은 그곳에서 김영님의 피와 ab형 남성의 혈흔을 발견한다.
그런데 김영님은 사라지기 전까지 중진시 시장이 된 신명휘(최광일 분)의 운동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김영님 사건을 수사하던 가무탁과 소문의 아버지 소권은 각각 신명휘의 심복인 태신 그룹의 노항규 동생인 노창규와 또 다른 심복이었던 배상필의 수하였던 지청신에 의해 '살해'되었다. 자신을,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자들의 뿌리를 캐낸 가무탁과 소문은 그 곳에서 중진시의 시장 신명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해꼬지하기 위해 찾아온 노창규를 통해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저수지'라는 것과, 그들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있어 거침이 없는 것이 바로 그저 구청장이었던 신명휘가 승승장구 시장을 거쳐 '대권'까지 바라보는 '야망'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신명휘는 드라마 초반 소문과 소문의 친구들을 괴롭히던 신혁우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융의 부름을 받아 '악귀'를 쫓는 카운터들의 '무용담'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이제 카운터들의 '사연'을 풀어내며 중진시라는 '구조적이고도 거침없는 욕망', 시장 신명휘와 그의 하수인들의 '복마전'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한 사람의 권력을 향한 욕망, 그리고 거리에 파리처럼 꾀어든 전직 조폭과 마약상, 그들은 그럴듯한 대중을 향한 사탕발림과 정책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그 뒤에서는 보다 높은 권력을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을 향한 에스컬레이션에 소문의 아버지, 가무탁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권'마저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상황, 거기서 카운터로 돌아온 가무탁과 소문에 의해 그들이 꽁꽁 숨기려했던 '죄악'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거악' 신명휘와 그 하수인들, 그리고 하늘의 부름을 받은 '카운터'들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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