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맨발의 예체능'
이런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나는 mc강호동이 복귀와 함께 새로 시작한 <맨발의 친구들>과 <우리 동네 예체능> 두 프로그램의 명칭을 늘상 '맨발의 예체능'이라 헷갈려 주변 사람들에게 흉을 잡히곤 한다. 그런데, 7월 7일자 <맨발의 친구들>을 보면, 내가 헷갈린 게 아니었다. 난 그저, 예지력이 뛰어난 것일 뿐이었다. <맨발의 친구들>과 <우리 동네 예체능>의 '콜라보레이션' 딱 '맨발의 예체능'이지 않나?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대체 아직도 <맨발의 예체능>이 무엇을 하자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
처음에 외국에 나가 현지 체험 및 돈벌이를 하며, 한류 스타가 '앵벌이'를 한다면 이슈를 만들려고 하더니만, 반응이 없자, 예능 순회를 하는 이효리를 초빙해 각 출연자의 집을 돌며 용돈벌이를 하고, 촌으로 들어가 <패밀리가 떳다> 시즌 3 버전을 찍는가 싶더니만, 계곡에서 한 시간 내내 입수를 하다 '다이빙'을 한단다. 그러더니, 이젠 아이돌까지 연습을 시켜, 서로 경기까지 한다니!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거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어저께 까지 <맨발의 친구들>이 하는 건 하나도 새로운 게 없다. 처음 외국에 나간다고 했을 때, 그 아이템을 들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체험, 삶의 현장> 아이돌 버전이냐고 했을 때부터, 이제, <우리 동네 예체능>의 <아이돌 체육 대회> 편을 찍고 있는 이 시점까지, <맨발의 친구들>은 늘 어디선가 보던, 하지만 이젠 먼지가 풀풀나는 아이템들에, 하다하다 지금 강호동이 다른 방송사에서 주중에 하는 프로그램 아이템들을 꺼내든다.
게다가, 아이돌들을 급하게 훈련시켜 다이빙대에 세워 <맨발의 친구들> 팀과의 대결을 준비한 것처럼, <우리 동네 예체능>의 바로 전 포맷이 아이돌 장수 그룹 신화를 불러와 <우리 동네 예체능>팀이랑 대결을 펼쳤다. <아이돌 체육 대회>란 프로그램의 인기를, <신화방송>의 인기를 차용한 것이다. 심지어, 이젠 시청률마저, 동시간대 <맘마미아>와 힘겹게 꼴찌 탈출을 겨루고 겨루고 있는 <맨발의 친구들>과 <화신>에게 조차 밀리기 시작한 <우리 동네 예체능>이 비슷비슷해졌다.
(사진; tv 리포트)
그래, 포맷을 베껴도 좋고, 잘 나가는 아이템을 차용해도 좋은데, 프로그램의 '기승전결'마저 똑같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맨발의 친구들>이든, <우리 동네 예체능>이든 당연히 어떤 스포츠 종목을 들이댔을 때 mc진은 당혹스러워한다. 그리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해도 해도 안되는 구멍이 있고, 배움이 빠른 에이스가 나온다.
하지만 강호동은 두 프로그램에서 캐릭터가 똑같다. 처음 종목을 듣고 멘붕에 빠지다가, 못하다가, 하지만 결국을 어느 정도 해내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을 대하는 선생님을 대하는 리액션도 똑같다. 다그치다, 쩔쩔매다, 잘 하면 갖은 오버를 하다가, 아양도 떨다가......(아마도 강호동을 쫌 본 사람이라면, 내가 쓰는 이 문구에 자동적으로 오버랩되는 강호동의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망의 대결을 통해 감동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겠지. 예고에서 보여진 것처럼, 그 어려운 과정을 감내했던 자의 눈물도 있을 것이고.
유세윤의 음주 운전 해프닝으로 대신 투입된 은지원은 다이빙대에 올라가면서 말한다. 내가 사전에 모니터링한 <맨발의 친구들>은 이게 아닌데.......
어디 은지원뿐이겠는가. 김현중도, 유이도, 윤시윤도, 은혁도, 그리고 나이많은 윤종신까지, <맨발의 친구들>에 참여한자신들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 저 높은 다이빙대위에 설 날이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래도 해외에 가서 현지인처럼 돈을 벌라고 하면 돈을 벌고, 내 집을 다짜고짜 개방하라면 개방하고, 수영을 못해도 다이빙을 하라면 다이빙을 하는, 출연진들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그건 많은 출연료로 감음하지 못한 안쓰러움이다. 심지어 단발 출연의 아이돌들은 더 안쓰럽다. 세 달에 걸쳐 훈련을 하는데도 물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는 mc진들인데, 겨우 1주일 훈련을 시키고, 경기를 벌이라니, 누가 더 멀리 뛰나하며 3m 의 다이빙대를 달려가는 모습은 더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진짜 사나이>처럼 흘리는 땀 방울 하나하나가 시청률로 보답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그저 안간힘처럼 보여지니 더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공과 과는 강호동으로만 돌려지니, 이것을 좋다고 해야 하나, 더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사진; 스포츠 월드)
강호동의 복귀 이후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섣부르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두 개나 런칭했다던가, 쉬는 동안 예능의 감을 많이 잃었다거나, 안일하게 거대 기획사에 기대어 그 기획사 소속 연예인을 끼워 팔기 하는데나 앞장선다던가...... 그런 모든 비난들이 거세게 일어도, 사실 강호동이 굳굳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면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안타깝게도, 그런 위기설들을 이른바 '진정성'으로 극복해 내지 못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실패로 이끈 mc가 바로 다음 프로그램의 mc로 살아남는 경우는 강호동 밖에 없다. 8년의 <놀러와>가, 그리고 101가지의 미션을 앞둔 <남자의 자격>이 사라진 곳에 유재석이나, 이경규는 없었다. 하지만, 화요일 밤의 <달빛 프린스>는 사라져도 강호동은 남아있고, <맨발의 친구들> 포맷은 공중에 떠도 강호동은 살아있다.
거대 기획사의 전횡이 어디 강호동뿐이냐고, 프로그램이 달라져도 살아있는 강호동은 여전히 그 기획사의 누군가와 함께 프로그램을 다시 꾸려간다. 심지어 개편을 빌미로 기존의 정든 멤버가 내쳐지고, 같은 기획사의 누군가가 들어가는 식이다.
그렇다고 그게 새롭기라도 하면, <우리 동네 예체능>의 강호동 이수근 콤비를 목요일에도 또 봐야 하는 식에, <1박2일>의 은지원이 <맨발의 친구들>에 등장하는 식이다. 강호동이 다중이가 아닌 한에서 그의 리액션은 뻔할 수 밖에 없는데,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조차 같으니, 더더욱 뻔할 수 밖에 없다.
강호동은 사람들이 자시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복귀 후 강호동의 짧은 행로를 보면서, 왜 사람들이 그에게 불평불만을 하는지 보인다.
한때 그 누가 와도 살려내지 못할 거 같은 mbc 일요 예능의 최근 승승장구를 보면, 예능 트렌드의 기복이야 하느님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장담치 못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에 보면, 그건 하난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강호동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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