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무얼까'

8회가 끝나고, 이어진 9회 예고, 향기가 혼잣말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드라마 <여왕의 교실>도 초반 끓어오르던 마선생의 학생 인격 모독 논란을 거치며, 8회에 이르면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의 윤곽이 떠오른다. 과연, 교육이란 무엇일까? 21세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20세기의 교실에서, 19세기의 선생님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균형이 맞지 않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문구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20세기 교실이란?

흔히들 생각하듯이, 책상, 걸상, 교실 크기 등의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20세기 때의 문물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파놉티콘'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는가?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 감옥으로, 건물 내부에 높이 솟은 중앙탑을 중심으로 죄수들의 독방이 빙 둘러 배치된 곳을 말한다. 이 감옥의 특징으로 말하자면, 중앙탑은 어둡고, 죄수들은 밝게 유지되어, 간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독방에 감금된 죄수들의 행동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죄수들은 늘 감시 받고 있다는 압박감이 내재화되면서 일일이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규칙을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감옥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에 의해, 근대적 감시의 원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즉, '시선의 비대칭성'은 피감시자와 감시자 사이에 '권력의 불균형'을 낳고, 이런 원형이 학교, 병원, 공장 등 근대 사회의 곳곳에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여왕의 교실의 강력한 메시지는 시작됐다!_3

 

그리고, <여왕의 교실> 속 마선생의 교실은, 바로 그 파놉티콘이라는 감방에서 유래한 근대적 교육의 극단적 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불편해 지는 것은, 마선생이 아이들을 전인격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데서 오는 반발감에 더불어, 사실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교육의 본질을 포장되지 않은 뼈대 그 자체로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미셀 푸코는 모습을 알 수 없는 간수를 두려워하다, 나중에는 신성시 하게 되는 죄수들의 딜레마를 통해, 권력의 본질, 권력에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을 갈파한다. 그리고<여왕의 교실> 역시 마선생이 무리하면서도 혹독한 규율을 통해 반 아이들을 장악해 가려는 시도, 그리고 두려워하다, 거기에 굴복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시나, 권력적 속성을 통해 아이들을 길들이는 것이 여전한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드라마답게 향기를 비롯한 아이들은 그런 마선생의 전형적인(?) 교육 방식을 일탈해 나간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싫어 모인 미술실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른다거나, 이렇게 놀아도 될까 불안해 하거나, 막상 다같이 청소하자 했지만, 그 조차도 반 아이들 전체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불화를 겪는다거나 할 뿐이다. 그런데, 가장 강력한 규율과 벌칙으로 아이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언제 어디서나, 영화 <내니머피>의 유모처럼 아이들의 행로를 지켜보는 마선생의 모습을 보면, <여왕의 교실>이 지향하는 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듯하다

19세기에도, 그리고 20세기에도 이 사회가 필요로 한 '역군'들의 생산 작업이 필수인 세상에서, 그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한 주입식 지식이 교육의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 21세기의 교실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학원'을 통해 사육당하는, 혹은 저마다의 개성이 각양각색인, 하지만, 한 자녀 혹은 기껏해야 두 자녀 가정이 주를 이루는, 그래서 그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야생 동물같은, 하지만 상처가 많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_2

 

그리고 정말로,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며 아이들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던 영화 <내니머피>의 유모처럼, 그 어떤 선생보다 아이들을 잘 아는 마선생은, 하나씩 하나씩 아이들이 닥친 문제를 터트리고 스스로 그걸 해결해 나가도록 역설적(?)으로 유도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얘들'이라는 무색의 단어 안에, 얼마나 수많은 고민과 고뇌들이 짖눌려 있는가를 <여왕의 교실>을 통해 깨닫게 되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질문이 남을 것이다. 21세기의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라는.

by meditator 2013. 7. 5.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