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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2 <힐링 캠프> 게스트에게 말리는 재미? 3
지난 주 데뷔 후 예능 최초 출연 한석규에 이어, 이번 주 15년 만에 예능 출연 이병헌까지, <힐링 캠프>가 연일 게스트 초청 자체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동시간대 시청률과 무관하게 이런 '대박' 게스트들의 출연은 두고 두고 화젯거리를 낳으며 <힐링 캠프>의 존재 가치를 올려줄 것이다. 그 예전 <무르팍 도사>가 그런 것처럼.
그런데 대통령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인들로 시작하여, 물론 영화 홍보라는 거시적 목적이 있지만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를 하는 연예인들이 많은 토크쇼를 놔두고 굳이 <힐링 캠프>를 찾아드는 것은 왜일까? 심지어 대통령 선거 기간 공평성을 운운하며 모 정치인들은 힐링 캠프의 출연을 소망하기까지 했다. 까짓 다른 토크 프로에 나가면 될 것을.
그건 아마도 <힐링 캠프>가 언뜻 보기엔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출연자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한석규 편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듯이 게스트 자신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 가능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무르팍 도사 vs 힐링 캠프
1인 게스트를 데려다 놓고 그의 사정을 들어주는 토크 프로그램으로는 <힐링 캠프>뿐만 아니라 <무르팍 도사>가 있다. 한때는 <무르팍 도사>의 출연자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강호동의 복귀와 함께 다시 돌아온 <무르팍 도사>는 해외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등 화제성 있는 게스트 모시기에 애를 쓰고 있지만, 늘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리고 이른바 '대박'급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곳은 <힐링 캠프>이기가 십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은 강호동의 복귀 이후, mc 자체에 의존성이 높은 <무르팍 도사>의 mc 강호동이 예전 만하지 못하다, 혹은 너무 예전과 똑같다 라는 평가는 받고 있는 것이 <무르팍 도사>의 큰 딜레마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게스트들 입장에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르팍 도사>가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다 하지만 대뜸 큰 소리로 호통부터 치며 게스트를 혼비백산시켜 놓고, 그 와중에 게스트로 부터 이른바 '뜯어 먹을 거리'를 뺏어오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해명해야 할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방식을 통해 속 시원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일 기회를 노리려고 하겠지만 굳이 그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게스트라면 장시간 강호동이란 '시베이라 호랑이'와 세 대결을 펼쳐야 하는 피곤함을 무릎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힐링 캠프>는 제목부터가 힐링이다. 그런데 그 '힐링'의 주체 역시 게스트이다. 무르팍 도사의 '고민거리'와 힐링 캠프의 '힐링꺼리'는 게스트가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점에서 같다지만, 해명과 치유라는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되니, 게스트의 선택은 달라질 밖에. 더구나 무르팍 도사가 고민거리를 파고들면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데 치중한다면, <힐링 캠프> 이경규의 돌직구는 출연자가 자기 이야기의 봇물을 터놓게 하는 계기가 된다. 무르팍 도사가 따지듯 이것은 이것이 아니냐 하는 동안, <힐링 캠프>는 한혜진이 맑은 눈을 가지고 게스트의 이야기를 공감해 주며, 이경규는 연륜에서 우러나온 응수를 해주고, 김제동의 그 특유의 해석을 곁들여 게스트 토크의 품격을 더해준다. 그 과정에서 같은 이야기라도 무르팍 도사에서는 마치 법정의 자기 변호 같던 것이, 힐링 캠프로 오면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병헌 편에서 보듯이 <힐링 캠프> 측에서 준비한 질문은 그 옛날 '도너츠' 사건부터 '시계'까지 온갖 구설수들이 다 등장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더 센 것들이 등장할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무르팍 도사>처럼 강호동의 호통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수위까지 이야기를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세간이 잘못 알려진(?) 이병헌이란 사람의 온전한 제 모습을 그려내는 데 그저 필요한 도구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알고보면 이병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까지 할 것이다. 게스트들이 <힐링 캠프>를 찾아드는 매력은 그것이다. 최선을 다해 게스트들의 '힐링'에 복무하고자 하는 거!
힐링 캠프의 함정
이렇듯 그럴듯한 돌직구성 질문을 던지는 듯 하면서 게스트의 논리에 휘말려주는 <힐링 캠프>는 게스트를 한 사람으로 충분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역으로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병헌 편에서 보듯이 스스로 '재밌는 놈'이라고 자평한 이병헌은 위트가 넘치는 화술로 자신에게 씌워진 편견들을 하나씩 벗겨 나갔다. 중간중간 이경규나 한혜진이 슬쩍 다리를 걸어보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툭 돌부리에 걸려 깨금발을 한번씩 해보는 정도의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이병헌이 하고자 했던 말의 취지를 방해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그의 설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보면, 한석규 편에서 드러나듯, 특히나 '거물급' 게스트들이 등장했을 경우,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실 보다는 게스트의 입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실(?)'만이 강조되는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김래원 편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입장에서 말하는 첫사랑이 어느 한 편의 윤색된 진실로 전달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힐링'이라는 목적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가학적으로 게스트를 몰아세울 수 없고, 애초에 그럴 의도를 가지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이성민'이나 '김강우'나, '김성령' 처럼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게스트들이 등장했을 경우에는 그리고 '홍석천'처럼 솔직담백한 게스트들이 등장했을 때는 게스트도 힐링이 되고, 시청자들도 힐링이 되지만, 정치인이나, 예능감이 뛰어난 게스트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요리하고자 한다면, <힐링 캠프>는 얼마든지 그들의 홍보용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담백한 속내이든, 의도를 가진 '포장'이든 시청자들은 그것을 같은 무게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포장이 진실로 전달이 될 수도 있고, 포장에 질려버린 누군가는 진실조차도 위선이라 오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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