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마 오늘 글의 더 적절한 제목은 '고3 아들도 텔레비젼에 달겨들 게 만든 국민 첫사랑 수지'가 맞을 지도 모른다. 고 3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고 싶은 텔레비젼도 소파 곁에 서성이며 초조하게 들여다 보는(옆에서 텔레비젼 보는 엄마가 미안할 정도로) 아들이, <힐링 캠프>에 수지나 출연한다고 하자, 소파를 장악하고 앉았다. 역시 국민 첫사랑의 힘이다.
아니, 아들이 권해준 다른 제목도 있다. '수지 웃어서 이뻐요' 라고.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나이 스무 살, 무슨 말을 듣기가 바쁘게 '꺄르르~' 웃어대는 싱그러운 웃음의 수지가 이쁘긴 정말 이쁘다. 아들 말대로 한 시간 내내, 수지 웃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떡하나, 저렇게 이쁜 수지는 사람들이 자신이 이쁘다고 하는 댓글이 제일 싫단다.
운이 좋다고 본인 입으로는 말하지만, 초등 학교 4학년 때부터 춤과 노래가 좋았고, 중학교 때부터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춤에 열중하던 당찬 소녀 수지의 모습은, 책상 머리에 붙어서 대학을 목표로 불철주야 공부에 매진하는 열공 학생 못지 않은 또 다른 꿈의 열공생이었다. 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쁘다는 댓글을 불편해 할 만큼 스물 살 나이에 자신의 직업에 투철한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 경제)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엄마의 소감에, 자꾸만 눈물을 흘린다. mc들이 너무 바쁘지 않냐? 힘들어서 그러냐? 라고 묻자, 바쁜 건 괜찮단다. 힘든 건 참을 수 있단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이처럼 마구 다루다가, 어른처럼 견뎌내기를 원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인기의 부침으로 자신이 받을 상처는 감내해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앞으로 받을 지도 모른 상처는 두렵다고 한다. 우울증인가 싶게, 웃다가도 웃음이 나온단다. 국민 첫사랑의 뒤안길이다. 그걸 본 아들은 마음이 아파한다.
얼마 전 수지가 출연한 <구가의서> 종방을 하던 날, 수지는 바쁘게 어떤 영화의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이 혀를 찼었다.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심하다 할 만큼,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이 멍에로 보일 만큼, 여러 행사에 수지의 출연 빈도가 높다. 흔히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물 들어올 때 노젓는' 방식일까? 소속 기획사의 여러 기획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즈음, 사람들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얼굴을 비추는 수지를 때로는 '기획사 소녀 가장'이란 이름으로 안쓰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국민 첫사랑'이름으로 한창 사랑을 받고 있는 수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지는 그녀의 혹사를 안쓰러워하고,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불공정한 분배를 걱정할 만큼, 그리고 <힐링 캠프>에 나와서 자신의 속내를 얼핏 비추고 눈물을 흘릴 만큼의 위치가 된, 위너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연예계에는 '국민첫사랑'이 되지 못한, '국민 첫사랑'이 되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자세가 되어있는, 수지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래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부모의 온갖 보살핌과 재정적 후원을 받으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때, 또 다른 꿈을 향해, 그들 못지 않게 땀을 흘리는 누군가들은, 보장받지 못할 미래를 향해, 자신의 시간을 혹사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수지의 말대로 운이 좋아, 국민 첫사랑이 되어 기획사와 수익 배분도 다시 하고, 속상하다 사람들 앞에서 토로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수지들은 부당한 대우도, 가혹한 처사도 혼자 삼켜야만 한다.
(사진; 데일리안)
재판도 끝나고, 공정위판정도 끝났지만 여전히 방송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를 항거해 나온 jyj 김준수의,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케줄에 맞춰 김밥 한 줄러 겨우 때우며 보내던 만족할 수 없었던 무대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회고와, 수지의 고민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인기를 끌면,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려지는 아이돌, 그리고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 인기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돌, 아직은 청소년, 혹은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갓 새내기 청춘들이, 꿈이라는 미명 하에, 스타라는 허울 아래 질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아픔의 단편을 수지를 통해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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