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가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2주년이라, 시청률에 목을 매단 채 명멸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방송 프로그램들 가운데서, 2년을 버텼다는 건, 분명 자축할 만한 일이다. 더우기,그저 연명의 의미가 아니라, 한때 제왕이었던 <무르팍 도사>를 제치고, 1인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로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비롯하여, 가장 화제성있는 인물들의 방문지로서, <힐링 캠프>의 가치가 빛나고 있는 이 시점, 2주년은 더더욱 자축할 만 하다.

 

그리고 그 2주년을 이르게 한데 공로에 있어 굳이 줄을 세우자면, 관록의 mc 이경규나 토크의 달인 김제동보다 한혜진을 앞 줄에 세우는데 한 표를 던질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을 지도 모른다.

<힐링 캠프>를 보지 않는 사람들 조차도 채널을 돌리다 한혜진이 나오면 몇 초라도 그녀를 보다가 다시 다른 채널로 돌린다는 말처럼 그녀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쁘다. 하지만 이쁜 것만이 아니다. 맑은 눈망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스너로서의 진정성은 출연자도 힐링을 하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힐링을 해야 하는<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살리는데 톡톡히 일조해 왔다. 어디 그뿐인가, 24일 방송에서 그녀 스스로 집안 내력이라고 밝히듯이, 이른바 이경규나 김제동도 선뜻 해내지 못하는 돌직구를 통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그 부분을 긁어 주었고, 마음 속에 담아 두고 하지 못했던 한 마디를 대신 통쾌하게 던져 주었다. 대통령 후보들의 별명을 지을 간 큰 mc가 대한민국에서 그녀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힐링 캠프>를 힐링 캠프답게 만들어 주던 한혜진이 결혼을 한다. <힐링 캠프>는 2주년 특집 방송의 첫 번 째 기획으로, 결혼을 앞둔 한혜진을 게스트의 자리로 끌어다 앉혔다.

다른 게스트 들이 했던 것처럼, 한없이 밝아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어려웠던 가정 형편으로 인해 우울하고 힘들었던 학창 시절, 긴 무명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었고, 형부인 김강우의 말을 빌어, 한 집안을 이끌어 온 가장의 면모까지 밝혀 주었다.

그리고, 어렵게 이경규가 말을 꺼낸다. 공인이라 칭해지는 연예인은 그의 사생활과 대중들의 알 권리 사이에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고, 옆에 있는 김제동도 거든다. 한혜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서 질문이 던져진다. 이제 결혼을 앞둔 한혜진에게, 그녀의 과거의 연애사에 대한.

말이 토크쇼지, 청문회나 다름이 없었다.

언제 정확하게 헤어진 거냐? 아버지 장례식에 그 사람이 온 건 왜냐? 그때는 사귀지 않았을 때냐?

이어서 결혼할 기성용과의 연애사에서도, 시점이 중요했다. 언제 남자로 느껴졌냐?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했냐?

한 식구였던 한혜진이 결혼을 한다는데, 더구나 결혼 날짜도 앞둔 한혜진에게, 지난 연애사의 역사적 사실까지 들추며 이리 가혹하게 청문회성 질문들이 던져져야 할까?

그것이 바로 한 식구였던 한혜진을 홀가분하게 보내기 위해 <힐링 캠프>가 마련한 배려였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저 남의 연애사일 뿐인데, 그 남의 일에, 침 튀기며 흥분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두는 혹자들을 위해, 한혜진의 먼지 한 점이라도 탈탈 털어 홀가분하게 결혼을 하게 해주려는 웃지못할 해프닝인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결혼할 사람 앞에서, 웃으면서 여유있는 척 해명해야 하는 게 공인이란 이름의 슬픈 숙명이다.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된다.

한혜진이 누구랑 언제 헤어졌는지, 누구와 언제 만났는지, 혹시나 양다리를 걸쳤는지가 왜 대중들의 알 권리여야 하는 건지, 그저 한 사람의 사생활일 뿐인데.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 권리라 생각하고, 그걸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증권가의 찌라시를 회자시키고, 입에서 입으로 옮긴다.

이경규와 김제동이, 묵직하게 상충한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그건 개인의 사생활일 뿐이다. 그런데 그걸 '공인'이란 명목하에, 알 권리로 둔갑시킨 건, 엄밀하게 미디어의 힘을 빌린 또 다른 폭력이다.

by meditator 2013. 6. 25.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