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처럼 대기업에 들어간 신참 직장인들의 민낯을 가감없이 들여다 보고자 시도했던 <오늘부터 출근>이 4회의 정규 방송과 1회의 하일라이트 판으로 마무리 되고, 23일 방영된 6회부터, 2기가 시작되었다. 8명의 1기 멤버 중 박준형, jk김동욱, 은지원, 홍진호 등이 생존한 가운데, 새 푸대에 담길 새 술과 같은 신입 멤버로, 무려 51살의 밴드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카라의 박규리, 그 존재만으로도 신입 사원같은 앰블랙의 미르와 배우 봉태규가 합류했다.

 

이 중 박준형의 잔존은 놀랍다. <룸메이트>에서의 넉넉한 큰 오빠 같은 호감 이미지와 달리, 대기업의 신입 사원으로 출근한 박준형은,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로 인해, 불성실한 신입사원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 쭈니가 달라졌어요'를 표방한 제작진의 박준형 이미지 쇄신 과정과, 4회, 팀원들 사이에서 눈물까지 보인 박준형의 진심어린 태도가, 그로 하여금 2기의 멤버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1기 멤버 중 도드라지게 제작진의 편애를 받았던 멤버보다, 오히려 무난하게 직장 생활에 어우러진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이, 다시 한번 출근의 기회를 얻었다.

 

 

 

(사진; osen)

 

또한 첫 회 박준형의 비호감 이미지를 염두에 두기라도 한 듯, 두번 째 직장에 간 박준형은, 예의 자유분방한 태도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제품 리서치 과정에서 기존 직원조차도 연예인이 과연? 이라는 선입관을 깨뜨릴 만큼 진지한 접근과 센스있는 태도 등이라던가, 혹은 광고 제작 과정에서, 예전 광고 회사 경험을 살린 현장감등을 강조하면서, 박준형이, <오늘부터 출근>에 어울리는 멤버라는 걸 강조했다.

 

한 직장의 서로 다른 부서에 배치된 8명의 사원들을 다루면서, 다른 부서로 인한 업무의 차별성을 보이려고 했지만, 결국 한 회사라는 울타리의 한계로 인해, 출연자들의 업무 차별성을 똑부러지게 드러내지 못했던 1기와 달리, 새로운 각오로 시작된 2기에서는 장난감 회사와, 국내 유명 외식업체로 근무 업체를 다각화한다. 온통 분홍빛 인형들로 둘러싸인 회의실, 다짜고짜 요리 실력부터 확인하는 신제품 개발팀 등, 삭막했던 대기업의 근무 환경과 달리, 2기의 근무 환경은, 그 자체로부터 리얼리티의 보는 맛을 살린다.

 

덕분에 8명의 출연자들은, 첫 회부터, 누구 한 사람에 대한 편애 없이, 새로운 성격의 직장 생활에 던져진 각자의 캐릭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옷차림이 자유분방해, 오히려 조끼까지 갖춰입은 jk김동욱이 민망해 지고, 팀장이 나서서 위화감을 주니, 그런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완구회사와 달리, 일반 회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외식업체에 배치된 김도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자켓과, 치렁치렁한 머리가 처치곤란이 된다.

 

1기 멤버 중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박준형이 부각되었다면, 2기 멤버 중 직장과 가장 언밸런스인 멤버는 김도균이다. 거의 퇴직을 할 나이에 가까운 그가, 찰랑이는 로커의 머리와 가죽옷을 착장하고 직장에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도 아무나 주차할 수 없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해프닝에, 회의 시간을 앞두고 무념무상 로비의 전시물을 보는 여유로움에서, 직장이라는 조직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김도균을 느낄 수 있는 반면, 1기 때 박준형의 오해를 학습했던 제작진은 김도규의 부조화를 양념삼아 치고, 대신, 새초롬하게 머리를 넘기며 안내 전화에 열중하는 신입 사원 모드에 적응하려 애쓰는 51세의 늦깍이 직장인을 부각시켜 비호감을 피해 오히려 8명의 신입 멤버 중 박규리보다 더 귀여운 캐릭터로 등극시킨다.

 

그런가 하면, 봉태규의 존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조직사회의 전혀 없다는 그의 실체와 달리, 그의 존재만으로도, 또 하나의 '미생'을 보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봉태규는 그런 존재론적인 이미지에서 머물지 않는다. 미리 학습을 하고 온 듯, 완구회사 정문에 진열된 캐릭터를 yg의 빅뱅과 위너를 빗대 설명하는 촌철살인의 센스에서 부터, 마주 앉은 은지원의 어부지리 영업 성과에 고무된 듯, 영업 실적을 위해 고군분투 애쓰는 모습까지, 신입사원 코스프레를 넘어선 봉태규의 매력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고군분투는 영화 속 그의 캐릭터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상사의 질책을 예고함으로써, <오늘 부터 출근>의 다음 회를 기약하게 만든다.

 

첫 회, 새로이 등장한 김도균, 박규리, 봉태규, 미르의 난처한 신입사원 신고식에, 꼴랑 4회차의 경험이지만, 이미 한번의 직장을 경험해 보았던 '신입사원' 선배 은지원, 홍진호, jk김동욱, 박준형이 새로운 직장 속에서 보여주는 파열음이 <오늘부터 출근>의 묘미이다. 거기에, 상황을 설몀하고, 도발하기까지 하는 자막이 옵션처럼,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린다.

 

 

by meditator 2014. 10. 24. 12:06

주장원(김갑수 분)의 외면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가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죽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손세동은, 그로 인해 한참 사랑으로 무르익던 주홍빈(이동욱 분), 유치원에 엄마 대신 동화책을 읽어주러 가마고 약속까지 했던 창(정유근 분)이와의 관계조차도 저만치 미뤄두게 된다. 그리고 오랜 숙고 끝에 다시 주홍빈을 찾게 된 세동이, 뜻밖에도 '원수'인 주장원에게 던진 요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주홍빈의 죄과를 치루라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했던 일로 인해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지게 된 사실에 대해, 그저 그 사람의 사진을 앞에 두고 사과를 해달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아버지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장원이 그간 해왔던 일들을 그만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장원은 그런 세동의 요구, 아니 눈물을 머금은 간절한 청탁을 거부한다. 자신은 그런,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아니 살면서 누구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그리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토를 파헤치고, 건물을 올리는 그 일은 그저 자신의 일이었을 뿐이라고. 그걸 더 이상 그만두겠다 말할 수 없다고.

 

주장원과 손세동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화법이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이 사회의 수많은 폭력들, 그 폭력의 피해자들은, 늘 자그마한 소망을 가질 뿐이다. 관계자의 사과와 진상 규명. 하지만, 주장원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기성 세대들은, 주장원처럼 말할 뿐이다. 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뿐이라고. 즉, 국토를 파헤치고, 건물을 짓고, 그런 '개발'의 과정을 빛나는 이 사회의 영광스런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은, 그저 불가피한 과정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그래서 자신은 책임지거나, 미안하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고.

지금도 광화문 광장을 메우는 많은 부모들의 소망, 그저 왜 자신의 아들, 딸들이 죽어갔는지, 그 진상을 밝혀달라는, 그리고 책임있는 자의 사과를 원한다는 '소박한' 소망에 대한 이 정부의 화법도, 주장원의 화법과 다르지 않다.

 

 힐링 어른동화 '아이언맨', 이동욱-신세경-김갑수가 달라졌어요 / 사진 : KBS2 '아이언맨' 방송화면 캡처

(사진; 더 스타)

<아이언맨>의 아버지 주장원은 상징적이다. 그저 주홍빈의 , 주홍주의 아버지 개인 아니다. 23일 방영된 <아이언맨>에서, 이제 은퇴한 듯 보이던 주장원이 또 한번의 일을 벌인다. 주홍빈까지 동원해 장관에게 허락받은 일, 바로 주홍빈의 첫 사랑 태희의 부모님이 사시는 섬진강 변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태희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처음으로 주장원의 집에 달려간 주홍빈, 자신을 이용하며서까지 아버지가 하시려던 일이 태희 부모님을 내쫓는 것이었냐는 아들의 원망섞인 질문에, 아버지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태희 부모님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자신은 태희 부모님을 생각해서, 시가의 두 배에 해당하는 보상액을 책정했단. 한 몫 단단히 잡게 해주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오히려 아버지 주장원은 큰소리를 친다. 익숙한 화법이 아닌가. '돈'을 벌기 위해, 잘 살게 해주기 위해 한 일이라는.

그렇게 주장원은 한 평생을 바쳐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불철주야 자신을 헌신했다. 그는 부수고 짓고, 세우고, 그러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그의 욕심을, 아들이 사랑하는 하찮은 집안의 여자를 폐자재 치우듯이 해버렸고, 작은 아들에게 아버지가 못다한 명예를 채우기 위한 공부를 요구한다.

 

허물고 부수고, 거기에 철근을 넣고 짓고, 세우며 살아왔던 아버지 세대, 그 아버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들은, 분노를 견디지 못해,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 왜 하필, 주홍빈의 몸에서 돋는 것이, '칼'즉, '아이언'인가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아버지 주장원에게서 찾을 수 있다. 공부에 관심도 없는 작은 아들 홍주에게 다짜고짜 미국 유학을 종용하자, 작은 아들 홍주는 술에 취해, 아버지가 처음 지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곳 난간에 위태위태하게 올라 선 아들, 아버지가 지은 건물 위에서, 죽을 위기에 놓인 아들, 그리고, 아버지로 인해 몸에서 칼이 돋는 아들, 거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저 한 집안의 속사정이 아니다. 건설로 나라를 일구어 내었다 자부하는 아버지 세대, 그 아버지 세대가 일군 토대 위해, 부를 이루었을 지 모르지만, 마음을 잃은 아들 세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주장원, 주홍빈, 주홍주 부자를 통해, 작가는 상징적으로 그려내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를 세상을 일구기 위해 도구로 사용했던 아이언은 이제 무기가 되어 아들의 몸에서 돋는다.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 종종 등장하는 가파른 건물들, 그리고 그 가파른 건물들 위에 아슬아슬 서있는극중 인물들은,  그저 연출의 남다른 스킬이 아니라, 주장원이 만들어낸 세계의 암묵적 배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바라는 세동을 단호하게 돌려보낸 주장원은 얼마 후 세동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머뭇머뭇 말을 꺼낸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이제 와 새삼 미안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되돌아 보니, 자신이 했던 일의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들 역시 자신처럼 누군가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일을 하게 되면, 그런 자신의 깨달음을 염두에 두겠다고 말을 맺는다. 기괴한 칼의 시간을 견디고, 어렵사리 얻은, 기성 세대의 '사과의 변'이다. 비록, 그 어려운 '사과의 변'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단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이언맨>의 극진한 상징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시대에 그런 사과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3%일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런 동화같은 일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3%일 지도. 어른들의 동화같은 <아이언맨>이 사실 말하고 있는 건, 이 시대를 살아왔던 아버지의 세대와, 그 아버지로 인해 상처를 입다 못해 누군가를 피 흘리게 만드는 아들 세대의 이야기이다.

 

by meditator 2014. 10. 24. 10:18

또 한 편의 일본 원작 드라마가 찾아왔다.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가 만화적 분위기와 일본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걸러내지 못하여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다메 칸다빌레>에 못지 않게 한국에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라이어 게임>이 tvn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더구나, 카이타니 시노부 원작의 만화로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극한의 심리 드라마인 <라이어 게임>은 이미 tvn의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과, 그리고 <더 지니어스>와 어떻게 다를까?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서 총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 곳은 LGT사무국이다, 그에 반해 TVN의 드라마는 보다 현실적으로 JVN이라는 가상의 방송국에서 벌이는 리얼리티쇼로 한국적 현실성을 높인다.

 

그에 따라, <더 지니어스>에서 처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게임 호스트는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강도영(신성록 분)이라는 구체적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 그는 위기를 겪는 JVN방송국과 손을 잡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여, 총 상금 100억이라는 무지막지한 게임을 벌인다. 첫 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사행성 게임에 시니컬한 기자들을 향해, 광고료 5억을 걸고, 단번에 '라이어 게임'을 이슈로 만들어 버리듯, '라이어 게임'을 넘어 강도영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로 드라마에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렇듯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상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파헤치는 것과 달리, 게임 호스트를 구체적 캐릭터로 구현한 것처럼, 보다 사연있는 드라마로써 첫 선을 보인다.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인상깊은 강의를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후 잡혀가는 심리학과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은 원작의 아키야마 신이치와는 다르지만, 이상윤의 캐스팅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여론을 첫 회의 한층 날카로워진 모습과 연기로 논란을 기대로 변화시킬 만큼, 신선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라이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휘말리게 된 원작의 여대생 칸자키 나오와 달리, 라이어 게임의 초대장을 받는 과정은 비록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빚에 시달려 사라진 아버지, 그 아버지의 빚 독촉을 대신 받는 처지에서, 고등학교 은사의 부탁을 받아, 참가 결정을 보다 주체적으로 내리는 남다정(김소은 분)의 캐릭터 역시 일본 원작과는 그 주도성에서 결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가, 게임 자체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과 달리, TVN의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처럼 공개 리얼리티 게임이다. 물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사기 등 그 어떤 수단도 용인되지만, 공개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일본 만화적 색채가 한결 덜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변화된 한국판 <라이어 게이>의 관전 포인트이다.

 

첫 회, 남다은은 거리 한 복판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를 외면하지 못한 채 길을 가르쳐 드리다 할머니의 가방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은 착한 그녀를 '라이어 게임'에 초대하기 위한 초청장이자, 첫 번 째 관문이다. 매일 매일 찾아오는 사채업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돈 가방을 들고 경찰서로 향하는 남다은, 가장 정직한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여, 거짓말 게임에 참여하게된, 그 사연과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가 <라이어 게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마치 <더 지니어스> 매 시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참가자가 첫 번째 탈락자가 될 가능성이 높듯이, 중가장 정직해 보이는 그녀가, 과연 거짓말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즉, 결국, 진실의 힘이 거짓말이 판 치는 세상에서 무기가 될지, 그것이 <라이어 게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 처럼 리얼리티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가지만, 남다은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강직한 하지만, 빚에 시다리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들의 대표자 같은 주인공의 사연을 극진하게 설명함으로써, 게임을 넘어 , 드라마로써의 강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고등학교 시절, 위기에서 그녀를 믿어주었던 은사님의 배신을 겪는 만큼, 그녀의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도 뻔해 보인다. 바로 그런 위기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하우진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남다은의 콤비가 엮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러브 스토리'를 배제했다고 하니, 그 어디서 무엇을 하던, 결국은 '사랑 놀음'으로 귀결되고 마는 TVN의 고질병을 <라이어 게임>이 지양할 수 있을지, 그것이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이다.

by meditator 2014. 10. 21. 09:57

2015년 1월1일부터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의무 수입 물량을 늘려오다, 2005년 이후 의무 수입 물량을 두 배로 늘려 쌀을 수입해오던 정부는, 2015년 수입 쌀에 대한 관세를 물리는 것을 전제로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일본처럼 고율 관세를 통해 우리나라 쌀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미, 중과 FTA를 통해 연계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율 관세 부과는 또 비현실적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쌀의 자급률이  2010년 104%에서, 2013년 86%로 떨어지고, 전체 식량 자급률이 44.5%로 OECD회원국 사이에서 꼴찌인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그저 농업이 한 부분의 개방이 아니라, 한국 농업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또한 오래 지속된 저농산물 가격 정책으로 인해 낮은 쌀 수매값으로 인해, 농촌의 인력이 사라지고, 쌀을 재배하는 논이 실종되고 있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농촌 붕괴의 지름길이 될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사진; 뉴시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텔레비젼에서는 '농촌'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40대 이후 세대들의 '귀농' 증가와 함께, 건강을 우선시하는 '친환경적인 음식 문화'가 트렌드가 되면서, 농촌은 현실인 듯한  '이상향'의 존재로 각종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다. 

18일 나영석 이서진의 조합으로 첫 방송부터 4%대의 안정적인 출발을 보인 <삼시 세끼>의 취지는 '내 몸과 내 마음을 위한 충전의 시간, 두 남자의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이다. 프로그램 속 이서진과 옥택연을 떨궈 놓은 마을은 산 좋고 공기 좋은 강원도 정선 골짜기이다. 비록 한 끼를 해먹는 자체가 전쟁이라지만, 삼시 세끼를 너끈히 해 먹을 수 있는 갖가지 푸성귀로 가득찬 너른 앞뜰은 그 자체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이런 이서진과 옥택연의 고생을 앞서 체험한 사람들이 바로 <삼村로망스>의 양준혁, 양상국 등이다. 
18일 첫 선을 보인 또 다른 '농촌'이 소재가 된 프로그램, <모던 파머>는 농촌으로 간 청춘들을 다룬다. '엑설런트 소울즈'라는 록밴드 활동을 했지만, 시골 장터를 떠돌며 행사나 전전하던 이민기와 친구들은, 배추 밭을 일궈 그걸 밑천으로 복귀를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하드록'리로 향한다. 그를 맞이한 고향에는 활기가 넘친다. 70넘은 노인들이 하루 종일 허리도 펴지 못하고 일을 하는 농촌 현실은 오간데 없이, 서른 살 여자 이장 윤희를 비롯하여, 비록 마흔 살의 노총각 청년 회장에 중년의 가장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화훼 농장을 하는 안주인과 딸은 보톡스에, 손톱 손질을 하러 다닌다. 이런 시트콤같은 <모던 파머>의 케이블 버전은 10월 1일 종영한 TVN의 <황금 거탑>이다. 
매주 일요일 3시 50분 SBS를 통해 찾아오는 <즐거운 家>는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시골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아름다운 텃밭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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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과 옥택연은 밥을 한다하며 가마솥과  씨름을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부터, 도시인 그들에게는 난감한다. 이렇게 농촌을 소재로 하여 등장한 모든 프로그램들의 서막은, 마치 외국이라도 간 듯, 아니 외국보다 더하게 문화적 이질감을 보이는 도시인들의 문화 충격으로 시작된다. <모던 파머>의 1,2회는 온전히, 하드록리에 가서 해프닝을 벌이는 '엑설런트 소울즈'의 해프닝으로 채워진다. 과수원의 사과를 '서리'라며 따먹고, 트렉터를 몰다 사슴을 치어 죽이고, 상수원에 오줌을 누는 등, 물색없는 도시인의 실수담이 재미의 원천이다. 이 정신없는 해프닝의 원조는 <황금거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에서 이리저리 직업을 가져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뽀족하게 이룬 것이 없었던 청년이, 농촌 정착 지원금을 받아 시골로 오게 되고, 거기서 사는 여러 사람들과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좌충우돌하는 것이 <황금 거탑>의 주요 스토리이다. <모던 파머>의 여자 이장은, 바로 <삼촌 로망스>의 양준혁 등이 찾아간 마을 여자 이장에게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현실을 반영한다고, <황금 거탑>에서도, <모던 파머>에서도 외국인 신부의 존재는 필수다. 

이렇게 최근 등장한 '농촌' 프로그램들에는 농촌에 대해 뭘 모르는 도시인과, 친환경적인 농촌이라는 대립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불편해하고, 뭘 잘 모르던 도시인들이 하나하나 시골에서의 삶을 배우가면, 친환경, 유기농 라이프에 적응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취지는 마치 텔레비젼으로 배우는 '귀농' 강습과도 같다. 아니, 귀농 홍보 프로그램에 더 어울린달까?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택하지만, 이제 그만큼의 사람들이 귀농에 실패하고 시골을 나서는 것이 현실이 된 것처럼, '농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에 농촌은 지극히 부분적으로만 존재한다. 즉, TVN을 통해 4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농부가 사라졌다>의 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의 조건>에서 '농활'로 시골 마을을 찾아간 개그맨들을 반긴 것은 70이 넘은 촌로들이다. 가장 젊은 사람이라 봐야, 마흔 줄의, 오십 줄이다. 그런 사람들마저도 드물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을 별 수 없이 지키고 있는 노인들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허리 필 틈도 없이, 도와줄 인력이 귀한 농촌의 일을 홀로 해낸다. <모던 파머>에서 한갓지게 하얀 모시 적삼을 입고, 부채질을 느긋하게 하며 마을 어른입네 하는 노인은 없다. 그런 노인들을 돕기 위해 등장한 농촌 기계화? 말이 좋아 편리한 기계화지, 그 기계를 임대하거나, 사기 위해 들어간 돈이 전부 다 농촌의 빚이다. 어디 그뿐인가, <농부가 사라졌다>에서 농부가 사라지게 된 이유인, 거대 외국 종자 회사가 독점한 작물 씨앗과, 각종 비료들, 그리고 수입 사료들로 인해, 우리 농촌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 수록 빚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농약 과용으로 산성화된 농토와 치워가지 않는 쓰레기 더미가 점령한 비감한 농촌, 유기농 라이프의 아름다운 친환경 농촌은 없다. 무엇보다 '쌀 시장 개방'등으로 위기에 빠진 농촌이 없다.  물론 <농부가 사라졌다>에서도 역설적 대안으로 닥파머(의사처럼 치유를 해주는 농업을 하는 농부)와 인터러뱅이라는 대안 농부 집단이 등장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가상 다큐로서, 대안을 희망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희망이지만, 아직 농촌 현실의 대세는 아니다. 하지만, TV속 농촌에는 대안과 희망과, 아이러니하게도 회고적 농촌 공동체의 기억만이 넘쳐난다. 

하지만, 텔레비젼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농촌은 여전히 이웃간 정이 넘쳐나며, 젊은이들과 중년층의 노동 인력이 풍부하고, 친환경적 유기농 삶이 그득하다. 마치 그 옛날 서양인들이, 풍문으로 전해들은 동양을 이상향으로 그리고, 찾아나서듯이, 도시 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농촌은 비감한 삶의 현실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육체를 쉬게 해줄 휴식처로서만 존재한다. 산업화 속에 몰락해 갔던 농촌을 서정적으로만 그려냈던 <전원일기>의 2014년판이다.


by meditator 2014. 10. 20. 15:26
10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한적했던 그 자리에, 새삼 피튀기는 혈투가 시작되었다. kbs드라마 스페셜과, mbc드라마 페스티벌이 동시에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1. kbs단막극의 모색
10월 19일 방영된 <kbs드라마 스페셜>의 한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여 아주 짧은 시간도 삼년같았다)'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3일부터 시작하여 매일 10분씩 네이버케스트를 통해 웹드라마의 형태로 방영되었던 <간서치 열전>의 마지막 결말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20일까지 누적 조회수 60만을 돌파한 <간서치 열전>은 그간 새로이 시작된 kbs드라마 스페셜이, kbs단막극을 기다렸던 이들의 기대에 못미쳤던 완성도와 내용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제야 비로소 kbs 단막극이지! 라며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과 연기, 완성도를 보여, 웹드라마로서 첫 발을 성공적을 딛게 되었다. 



<간서치 열전>은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을 둘러싼 당대 인물들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위해 드라마를 끌고가는 인물은, 오늘날의 오덕후에 해당하는 '간서치'를 등장시킨다. 
간처치, 看書痴, 말 그대로 책만 읽는 바보는, 조선 후기 유몀한 실학자 이덕무의 '간서치'전으로부터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간서치전'에서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즐거움으로 여겨,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들거나 전연 알지를 못하였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되도록 일찍이 하루도 손에서 옛 책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그 방은 몹시 작았지만, 동창과 남창과 서창이 있어 해의 방향에 따라 빛을 받으며 글을 읽었다”라고 썼다. 가난한 서얼출신인 이덕무는 남의 책을 베껴주는 품을 팔면서 책을 읽었고, 풍열로 눈병이 걸려 눈을 뜰수 없는 가운데 실눈을 뜨고 책을 읽었으며.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밤톨만하게 부어 피가 터질 지경인데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쓸 정도였다' 드라마상의 간서치로 분한 수한(한주완 분)은 바로 이덕무가 설명해낸 간서치 딱 그 자체였다. 이덕무처럼 서얼 출신인 그는, 자신을 외면한 세상 대신에 책을 벗삼는다. 어머니가 그런 간서치인 아들을 견디다 못해 책을 불사르려 할 정도로, 책을 불사르려는 어머니에게 수한은 '그럼 왜 나를 낳으셨냐'는 말로 그 상황을 겨우 모면하고, 그럼에도 '간서치'다운 행실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장서가 풍부하기로 유명한, 그리고 그 자신의 창작물 역시 만만치 않은 허균의 서재에 드나들다, 그 서재에서 죽어간 허균 집 마름의 살인자로 누명을 쓰기에 이른다. 

이렇게 허균 집 마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에서 시작된 간서치 열전은, 매일 10분씩 개봉되는 새로운 편에서 사라진 홍길동전을 이용해 허균을 옭아매려는 이이첨과, 한번 책을 보면 모조리 기억해 내는 책 돼지'서돈',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소유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서랑' 등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새로 시작된 웹드라마로서의 매력을 한껏 뿜어낸다. 또한 그저 신간 홍길동전을 소유하고자 하는 책 욕심을 넘어, 서얼의 등용이 가로막힌 경직된 신분제 국가 조선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작품화 한 혁신적 사상가 허균과, 그런 그의 사상이 담긴 홍길동전을 이용하여, 허균을 숙청하려는 이이첨의 야심이라는, 광해군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드라마의 저변에 깔려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간서치 열전>에서 등장한 '홍길동전'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허용받고 감읍하고, 임금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병조판서를 제수받는 충신이자 효자 홍길동이 아니다. 서얼인 신분을 극복하고, 그 스스로 왕이 되어,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혁명가 홍길동으로, 그 책의 존재 자체가, 혁명이 되는, 바로 그런 책를 둘러싼 혈투가 <간서치 열전>의 내용을 흐른다. 

덕분에 매일 매일 생각지도 못했던 스토리와 캐릭터의 열전으로 <간서치 열전>의 일주일은 흥미진진했다. 확실히 일요일 밤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혹은 내일의 출근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기다리던 <드라마 스페셜>에 대한 부담감이, 웹드라마로 찾아온 <드라마 스페셜>로 인해 한결 덜어진다. 변해가는 세상에 변해가는 형식으로 ,생존'을 넘어, 발전을 이룬 성취이다. 마치 그간 지리멸렬했던 <드라마 스페셜>은 이 <간서치 열전>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웹드라마로 동시에 시작된 kbs드라마 스페셜의 모색은 신선하고, 출발은 성공적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있다. 웹 드라마의 특성상, 10분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드라마 형식에 대한 고민 역시 따를 것이다. 또한 이렇게 <간서치 열전>을 통해 한껏 높아진 기대를 좋은 작품으로 이어가야, 형식적 모색이 꾸준한 시청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 mbc 단막극의 추수주의? 혹은 생존 전략?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12시, 언제부터 이 시간이 tv 시청하기에 적절한 황금시간대라도 되었었나?
<kbs드라마 스페셜>이 밀리고 밀려, 일요일 밤 12시에 시작되는 것도 안타까웠는데, 그 자리에 냉큼 mbc가 <드라마 페스티벌>이라며 단막극을 편성했다. 그 시간에 두 편의 단막극이 융성하는데서 오는 관심끌기?  일종의 족발 골목이나, 꽃게찜 골목같은 전략이라고 보아야 하나? 그게 아니면 그래도 그 시간이라도 기다려 단막극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속깊은 배려? 그도 아니면, 알량한 그 시간대 시청률이라도 나눠먹자는 심뽀?
굳이 하고 많은 시간을 놔두고, kbs드라마 스페셜조차, 낮은 시청률로 인해 '웹드라마'라는 형식을 모색하고자 하는 밤 12시대에 <드라마 페스틸벌>을 시작한 mbc의 속내가 그다지 곱게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를 위해, 유일한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코미디의 길>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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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간서치 열전)

게다가 2014년 하반기 들어 첫 선을 보이는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작품은 더더욱 마땅치 않다. 
29일 방영된 다시 돌아온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선은 이윤정 피디의 <포틴>이다. 이 작품은 mbc 드라마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론 9회로 예정된 단막극 시리즈의 3회분으로 예정된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시다 이라의 '4teen'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윤정 피디가 퇴사하기전 2013년에 촬영을 마쳤던 작품이다. 

'경쟁력있는 연출가와 신인 작가들의 만남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탄생시켜왔던 mbc드라마 스페셜은 올해도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새로이 시작된 mbc 드라마 스페셜의 개막사이다. 
그런데 이런 야심찬 포부와 달리, 굳이 3회로 예정되어 있던 일본 작가 원작의 작품, 이미 퇴사한 피디의 작품을 굳이 첫번째로 끌어 올려 방영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는 꼼수까지 부려야 했을까?

주인공 영훈의 30대 역으로 차태현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포틴>은 이른바 중2병을 앓는,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열 네살 남자 중학생들의 고민과, 짙은 우정을 잔잔하게, 하지만 가슴시리게 다룬다. 역시나 지리한 청춘의 숨겨진 열정을 감성어린 화면으로 담아내는데 능숙한 이윤정 피디의 벼려진 칼날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데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이미 이피디는 mbc에 없는 걸. 자리에 없는 피디의 작품까지 내세우면서, 알량한 시청률대의 시간까지 나눠먹기까지 하면서 찾아온 mbc드라마 스페셜, 겨우 9편의 방영을 선보인면서, 너무 시끌벅적한 등장아닌가 싶다. <mbc 베스트 셀러 극장>의 전통이 무색하다. 


by meditator 2014. 10. 20. 11:00

좀 과장되게 말해서 나영석 피디, 아니 나영석 피디로 상징되는 제작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듯 싶다.

나영석 피디와 그의 제작진이 연예인들과 함께 '꽃보다' 시리즈를 제작한 이후, 공중파를 비롯한 국내 유수 방송사의 여러 제작진들이 연예인들과 함께 해외로 떠났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 보다 뒤늦게 시작한 <7인의 식객>도, <sns원정대 일단 뛰어>도 이제 방송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꽃보다 시리즈만이 버전을 달리하며 생존 아니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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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 세끼>도 마찬가지다.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남자의 자격>에서 농촌 집을 빌어 사계절을 나보겠다는 시도를 일찌기 했었으며, 같은 방송국 tvn에서 <삼村 로망스>라며 양상국, 양준혁, 강레오를 시골에 보내 생활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똑같이 시골에 가서, 시골 집 빌어 생활하는 건데, 심지어, <삼시 세끼>는 한 술 더 떠서, 삼시 세떄 밥만 먹겠다는 건데도, <삼시 세끼>에는 <남자의 자격>이나, <삼村 로망스>에선 없던 웃음의 질감이 느껴진다. 그냥 별거 안하는데 웃긴다. 묘하다.

 

아마도 나영석 피디와 그 제작진의 신의 한수는 늘 가장 적절한 출연진의 섭외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를 통해, 투덜거리면서도, 늘 제 몫을 해내고야 마는, 심지어는 집에서는 밥 한 끼 안해 먹으면서도, 할배들을 위해 얼큰한 찌개를 대령해 올리는 이서진의 기막힌 캐릭터를 또 한 사람의 '매의 눈' 나영석 피디는 놓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의 농촌 생활을 다룬 거의 모든 예능에서 출연진들은, 흔쾌히 농촌에서 삶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농촌에서의 삶을 꿈에도 그렸다던가, 혹은, 귀농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던가, 혹은 건강한 삶을 해보고 싶다던가 하는 식으로, 농촌에서의 생활을 유토피아처럼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고 있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를 비롯한 출연진이 그랬고, <삼촌 로망스>의 강레오는 쉐프로서의 직업적 관점에서 농장을 가지고자 하는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물론, 그런 환상이 현실에 맞부닥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그런 프로그램들의 재미의 발생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삼시 세끼>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집에 있으면 밥도 해먹지 않는다는 이서진은, 심지어, 농촌에서의 삶을 부정한다. 도시가 좋단다. 유기농이 싫단다. msg가 좋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 환타지가 되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그는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런 그가, 농촌에 던져졌다. 바로 이 지점, 농촌에서의 삶에 대해 그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 도시인의 농촌 라이프가 가진, 새로운 질감이, 기존에 시도되었던 농촌 라이프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농촌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하루, 아니 반 나절만에, 농촌에서의 삶을 불편하게 느낄 그 현실감을, <삼시 세끼>는 이서진을 통해 충분히 구현해 낸다.

 

그런 이서진이 <꽃보다 할배>에서 처럼 궁시렁거리면서도 시키면 또 꾸역꾸역 다 해낸다  '망했어요'라는 당당하게 말하는 첫 방의 <삼시 세끼>에서 정작 많은 일을 실제로 해낸 것은 화분에 뿌린 씨앗을 정성스레 키워오며 열의을 보인 택연이 아니라, 이서진이었다. 첫 선을 보인 <삼시 세끼>에서도 그렇다. 대충 하는 듯하지만, 택연이 불을 피우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궁시렁 대며 몇 번을 오가며 벽돌을 날라 무쇠솥을 걸 아궁이를 만드는 식이다. 이렇게, <삼시 세끼>는 <꽃보다 할배>가 첫 방의 이서진 몰래 카메라를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를 각인했듯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그래서 재미가 기대가 되는 이서진이란 캐릭터에 온전히 의존해 가며 첫 회를 채워간다.

 

거기에 이서진과 대비되는 택연의 캐릭터도 양념과도 같은 요소다. 택연이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가깝게는 2013년 12월 <인간의 조건>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기'편에 합류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함께 한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시키는 대로 가로수 길 한 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등 열의를 보였지만, 그의 예능 출연이 화제를 일으키진 못했다. 연예인이라기엔 평범한, 그래서 심심한 청년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형,동생으로 출연했던 이서진과 함께, <삼시 세끼>에 등장하자, 그의 캐릭터가 달라진다. 제작진은, 평범해서 심심한 그의 모습을, 멀쩡하고 아는 것도 좀 있고, 열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실속은 없는, '빙구' 캐릭터로 구상하여, 궁시렁대는데도 실속은 있는 이서진과 대비시킨다. 멀쩡한 외모의, 대비되는 캐릭터의 두 인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누구도 시골 생활에서 실속이 없는 두 사람의 존재가, 첫 선을 보인 <삼시 세끼>의 웃음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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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를 가지고 요리할 줄 몰라서 달래 뿌리는 놔둔채 줄기만 떼어 오고, 수수를 타작할 줄 몰라 딱딱한 수수밥을 만들고, 무밥에 무채 대신 깍뚝 썰기한 무를 넣고, 파전에 실파를 넣는 것은, 사실 어설픈 농촌 생활에서 그리 낯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농촌에서의 삶의 이유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서진과, 열심히는 해보려고 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택연이 하기 시작하니, 그저 밥만 해먹는데도 웃긴다.

도대체 삼시 세끼 해먹으면서 무슨 웃음을 만들까 싶었는데,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서 밥을 먹이며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갈 태세다. 심지어,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에게 밥 한끼를 먹일 때마다, 대접하는 고기로 인해, 두 출연자의 무지막지한 수수 추수 노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왜 아니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고기와 수수 농삿일의 딜, 역시나, '사기꾼' 나영석 피디다운 발상이다.

by meditator 2014. 10. 18. 11:17

만화 원작으로도, 그리고 이미 동명의 만화를 이용해 모바일 무비라는 신선한 시도로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미생>이 tvn의 드라마가 되어 찾아왔다. 모바일 무비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 편에서 잠깐의 출연으로 이미 그 존재감을 드러냈던 임시완이, 다시 한번 주인공 장그래가 되어 등장한다. 장그래이미지

 

스물 여섯 살, 대학은 커녕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영어는 커녕, 겨우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하나만 달랑 가진 장그래가 '낙하산'이 되어 종합 상사 원 인터내셜널에 취직이 된다.

'딱 이등병이네'

제대를 하고 나온 아들이 <미생> 첫 방송에서 회사에서 어리버리한 장그래를 보고 던진 말이다. 아니 회사를 다닌 이들이라면, <오늘부터 첫 출근>에서 첫 출근해 눈만 이리저리 굴리던 회사원 코스프레를 하던 연예인들처럼, 자신의 출근 첫 날을 떠올렸을 것이다.

스물 여섯에 대학도 나오지 않고, 종합 상사를 다니기에는 한참 부족한 능력으로 낙하산이 되어 던져진, 장그래를 보며, 사회 생활을 한 누군가는, 다 자신의, 혹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첫 날을 떠올리며 씁쓸해 진다.

 

 

 

그렇게 어눌하고, 일 처리 하나 제대로 못해 걸치적거리던 장그래에게 울컥 감정 이입이  되기 시작하는 건, 그의 회상 부분부터이다.

일곱 살에 바둑에 입문, 한국 기원 연구생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장그래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바둑을 그만둔다. 그런 그가 바둑책 뭉치를 들고 기원을 나서며 자신에게 던지는 대사가 있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기원 스승의 우려처럼 기원 연구생에서 정식 프로가 되기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알바를 가정 형편 때문에 놓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 그리고 그마저도 꿈꿀수 없게 만들었던 아버지의 죽음, 즉 자신의 형편과 조건 때문에, 입단에 실패했던 그 경험을,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퉁친다.

그리고 이 말에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담겨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라는.

그래서 오상식(이성민 분)의 '잘 하는게 뭐냐'는 질문에, 질과, 양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장그래는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좌절을 ,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의지로 승화시킨, 장그래의 일성은, 우리 사회 속 젊은이들의 현실과 각오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리고 이런 젊은이들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반영된 세상은 한병철의 <피로 사회> 속 성과 사회를 상징한다.

한병철은 그의 <피로 사회>에서 현대 사회, 즉 포스트 모던 사회를 성과 사회로 정의내린다. 즉, 그 이전 규율 사회가 '~ 해야 한다'라는 규율, 규제, 강제 등, 강요된 패러다임의 사회였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긍정성을 패러다임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과 사회에서, 성과의 주체가 되어, 자기 자신을 경영하며 '무한정 할수 있음'에 도전한다. 이런 긍정성의 이면에는, '생산의 최대화'라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의 당위성보다, '능력'의 긍정성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동하는 주체가 되어, 성과를 위해, 자기 자신을 강제하는 '자유'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게 된다.

첫 회 <미생>에서 장그래가 자신의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오징어 젓 통에 어머니가 새로 산 80만원이 넘는 새 양복을 입고 손을 휘젓듯이.

그렇게 과잉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늘 피로할 수 밖에 없다. 공항에 내려 바로 다시 외국 바이어와 상담을 하러 가야 하는 오상식 과장의 빨갛게 충혈된 눈 처럼.

 

오상식이미지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미생>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에의 공감으로 시작한다. 이런 드라마 미생에 대해 인터넷 백과 사전,위키백과는 2014년만 <tv손자병법>이라 정의내린다. <tv손자병법>은 1987년에 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종합 상사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직장인들의 삶을 병서 '손자 병법'에 비유했다. 즉, 당시 직장인들의 삶이란 게 무기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4년판으로 돌아왔다는 <미생>은 직장인들의 삶을 바둑에 빗댄다. 바둑 역시 또 하나의 전쟁이다. 네모난 바둑 판에서, 흑돌과 백돌이 서로 누가 더 많은 진영을 차지하는 가를 두고 벌이는 소리없는 혈전이 바로 바둑이다. 역시나 또 하나의 전쟁이다. 하지만, 바둑이 인생을 반영한다고 하듯, 이기는 병서 '손자 병법'을 넘어, 인생의 바둑을 담은 <미생>에는 자기 자신을 착취할 자유를 가진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치유해줄 담론과 위로가 담겨있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4. 10. 18. 10:19

추석 특집으로 선을 보였던 <헬로 이방인>이 외국인 예능 대세라는 트렌드를 타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추석 특집 최악의 mc로 뽑혔다던 김광규가 자신은 mc가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mc'계의 이방인이자, 한국 대표 노총각으로 잔존한 가운데, 추석 특집에서 등장했던, 중국의 레이, 미국의 데이브, 독일의 존, 콩고의 프랭크가 다시 합류하고, 새롭게 캐나다의 조이, 일본의 강남, 일본의 후지이 미나, 파키스탄의 알리, 리비아의 아미라가 새로운 이방인으로 들어왔다. 

헬로 이방인 첫방송

한국말을 쓰지 않으면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의 미움을 살 꺼라는 공고문이 무색하게, 한국 거주 10여년이 넘는 겉모습만 외국인인 아미라와 알리에서 부터, 이미 추석 특집에서 부터 한국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레이, 그리고 이제 한국에 발을 디딘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조이까지 한국어가 낯설지 않다. 
아니, 한국어만이 아니다. 만나자 마자, 띠까지 들먹이며 아래 위를 따지는 모습은, 딱 한국인이다. 여자들끼리 모여 이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에서 부터, 시장에 가면 값부터 깍는 모양새에, 심지어, 연세대 재학생인 존과, 고대 재학생인 알리의, 고연전, 연고전 실랑이에 이르면, 김광규의 '졌다'하는 실소가 딱 내 맘이다 싶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누나 동생하며 왁자지껄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딱 우리네 모습이다. 

<헬로 이방인>은 <비정상 회담>이 드러낸 한국 속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외국인의 진솔한 모습과, <나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프가 합친 듯한 빛깔을 드러낸다. 
동서양을 두루 배분한 각 나라의 출연자들은, 할랄 닭고기를 사오고, 이층 침대 꼭대기에서 엉덩이를 드러내며 기도를 하는 등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지만, 후지이 미나가 가져온 일본 전통 놀이 기구 켄다마를 서로 해보고, 함께 한국의 닭도리탕을 해 먹는 등 이방인들만이 빚어 낼 수 있는 '따로 또 같이'의 문화를 보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다. 

김광규가 들어선 게스트 하우스 현관 앞에는 출연하는 이방인들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그리곤 한국에 거주하는 전체 외국인이 16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을 밝힌다. 마치 그들이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들의 대표인 듯 보인다. <국경없는 청년회 비정상 회담<이하 비정상 회담)>도 마찬가지다. 가나의 샘 오취리,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터키의 에네스 카야, 벨기에 줄리안 퀸타르트, 이탈리아 알베르토 몬디, 중국 장위안, 미국의 타일러 라쉬, 프랑스 로빈 데이아나, 일본의 데라다 타쿠야,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등에서 보이듯이, 각 나라의 대표를 골고루 뽑아놓은 모양새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비정상 회담>의 타일러 러쉬와 <헬로 이방인>의 아미라는 서울대생이다. 촌놈 취급 당하는 <비정상 회담>의 샘 오취리는 알고보면 서강대생이고, <헬로 이방인>의 존과 알리는 연세대, 고려대생이다. 미국의 데이브의 우스개 말로, <헬로 이방인>에 이른바 sky가 다 모였다. 어디 그뿐인가, 콩고의 프랭크 역시 성균관대생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강남, 후지이 미나, 데라다 타쿠야, 줄리안 퀸타르트, 다니엘 스눅스, 에네스 카야 등 연예계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할 예정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보면, 유명 자동차 회사 카딜러에, tv아나운서 출신에, 컨설팅 회사 마케팅 매니저란다. 
국적만 외국인이지 연예인이 아니면, 몇 손가락 꼽히는 국내 대학의 학생이자, 내로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색이 맞춰져 있다. 

'비정상회담' 대니 “미국선 부모 자식간에도 계약서 쓴다“


말이 160만 외국인을 대표로 하는 이방인들이라지만, 거기 어디에도 한국에 '노동'인력으로 수급되어 온 동남아 대표들은 없다. 
'한국에 온 10년 동안 때로는 돈을 빼앗기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갖은 욕을 다 먹으면서도, 돈을 벌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그 모든 것을 다 견뎌왔다'는 <인생 수업 프로젝트>의 네팔인과 같은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출연자는 골고루  모은 듯하지만, 상당수가 푸른 눈의 하얀 피부의 백인이요, 거기에 동양권이라 해도 중국와 일본을 넘지 못하고, 아프리카 사람은 말 그대로
구색을 맞춘 듯, 양 프로그램에 단 한 명에, 색다른 국가로, 중동의 몇몇 나라들이 등장한 것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그들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이방인들은, 그들이 개그맨 지망생이건, 모델 지망생이건, 어느 정도 존중감을 가지고 바라봐 주는 것과 달리, 아프리카에서 온 이방인들은 그들이 대학생이건 그렇지 않건, 시골에서 온 촌놈 대하듯 한다. 터키나, 파키스탄, 리비아등 낯선 국가와, 그나라 풍습에 대한 자세 역시 일관되게 신기한 풍물 보듯 하는 모양새를 넘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이란, 그렇게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온 대학생, 그도 아니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 유수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부인 듯 하다. 실제 우리나라 외국인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저 우리가 고용한 사람들일 뿐,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방인'이 아니라는 듯이. 결국 우리 안의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하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의 모양새이다. 말은 우리 안의 이방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하지만, 기실은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감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by meditator 2014. 10. 17. 10:33

2010년 tvn의 뉴스 시사쇼 <열광>에 등장할 때만 해도 허지웅은 자신의 tv 출연에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월세 방값을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그가, 고정 패널에서 부터, 광고, 나레이션, 게스트까지 tv속을 종횡무진으로 휘젓는다. 격세지감이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개그 콘서트>에서 동네 이장님으로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다, 사라진 그가, 오랜만에 tvn의 <코미디 빅리그>에 이상한 동물 분장을 하고 여전히 욕까지 하며 소리를 지르고 등장할 때만 해도 최근의 종횡무진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욕하고 소리지르는 것말고는 할 줄 모를 것같던 그가, 이제 남남북녀 버전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걸 찍질 않나, 버젓이 <지니어스3>에 등장하여 최고 학벌의 수재들을 쥐락펴락한다. 조만간 jtbc의 심리토크쇼 <속사정 쌀통>의 mc자리를 꿰어찰 예정이란다. 이게 더 격세지감일까?


허지웅이 처음 뉴스 시사쇼 <열광>에 잠깐 얼굴을 비췄을 때 말하는 시간보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그저 얼굴만 스쳐지나가기가 일쑤였었다. <마녀사냥>이나, <썰전>에 패널로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종종 그는 말을 하되, 시청자들은 그가 그저 19금의 방송에 부적합한 말을 한다고 여길 뿐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의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지만, 19금의 울타리안에서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표현을 조절한다. 그가 <마녀사냥>과 <썰전>에서 쏟아낸 생각들은 바로 기사화되어 대중들의 호불호의 척도에 걸려든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간 그에게 19금 방송을 볼 수 없는 고등학생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자신들의 연예 멘토가 되어줄 것을 고소원한다. 그의 웃음, 특유의 표현만으로 구성된 광고가 등장한다. 연예인도 이런 연예인이 없다. 

장동민에게 장착된 무기라고는 그저 누구보다 크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이나, 욕을 하는 것밖에 없는 줄 알았다.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돌아온 <코미디 빅리그>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전히 히한한 복장을 뒤집어 쓰고, 욕을 퍼부으며 등장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던 그가 케이블과 공중파 동시간대 예능에 동시에 등장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예능의 황제 유재석이 새롭게 선보이는 <나는 남자다>에서 그간 자신과 함께 해왔덩 가신같은 동료들대신 장동민을 선택했다. 파일럿으로 만들어진 <연애 고시>에서 당당하게 여성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미혼남 대표로 등장하는가 하면, 추석특집 남북한 화합 프로젝트 <한솥밥>에서는 듬직한 북한 여성의 남편 역이었다. <에코 빌리지-즐거운 가>에서 그 누구보다 정통한 시골통이요, <지니어스3>에서 예상을 깨고, 전체 판을 들여다 볼 줄 아는 폭넓은 시야로 느그하게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다. 첫 선을 보인 <비정상 회담>에서 분위기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mc들 사이에서 영민하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던 것은 첫 게스트 장동민이었다.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랄까? '일반적인 영웅상에는 맞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이'(엔하위키 미러)에 어울린다. 
애초에 두 사람의 존재는 히어로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았다. 토크쇼나 예능에 등장해서, 남들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솔직한 의견, 솔직한 감정들을 마구 발산하는 게스트에 불과한 존배였었다. 그런데, 이들이 내뱉는 표현들, 혹은 감정들이 그것들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뜨금하게 할 만큼, 직언직설들이다 보니, 자꾸 그들의 표현, 표출에 방점이 찍혀가게 되었고, 어느 틈에, 그들은 이제, 고등학생조차 열광할 '히어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는 게스트들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강점은 우선 '초연함'에 있다. 뭇 여성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무성욕자'라며 세상 연애사에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세상 살이에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작 삶에 대해 긍정적 의지는 20%도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연애 상담을 바라는 고등학샏을에게, 이렇게 말해 부끄럽지만,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단다. 
장동민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고시>에서 밀땅을 하는 상대방 여성에게 당당하게 '시끄러'라며 사랑 놀음을 거부한다. 초조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지니어스3> 멤버들 사이에서, 그들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판에 연연해 하지 않는 듯한 장동민이다. 

(사진; 마이데일리)

초연할 뿐만 아니라, '촌철살인'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다. <마녀 사냥>이란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중심에는 그저 야한 이야기를 드러낸 프로그램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솔하게 현실을 논할 줄 아는 허지웅의 의견 피력이 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찜질방 방담같은 <썰전>예능 심판자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심판자 같은 언급으로 기사화되는 건 허지웅의 의견이다. 심지어, 그가 한 말 실수 하나가 회자되어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그가 가진 언어의 파급력이 커졌다. 
어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서도 주눅들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하고야 마는 장동민의 당당함은 정평이 나있다. 13일 공개된 <속풀이 살롱> 티저 영상에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속옷 차림을 요구하는 제작진에게 다짜고짜 야동을 찍으려고 그러느냐 욕부터 지르고 보는 게 장동민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마치 돈내고 욕을 쳐들으러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을 찾아가듯이, 장동민이 내지르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무리에 섞여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독야청청하는 '초연함'과, 그 와주에 자기의 할말은 하고야 마는 '촌철살인'이야 말로, 무리 속에 섞여 눈치 보느라 등골 빠지는 현대인에게 가장 부러운 캐릭터다. 바로 그렇게마치 가려운 내 대신 내 등을 긁어주는 듯한 존재로, 허지웅, 장동민은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그것은 곧, 매력있는 남자의 상징인, '시크함'이 되어, 뭇 여성들의 환호와 찬사의 대상이 되어간다. 늘 자신은 여자에게 인기 있다고 말해도 그 말을 듣던 좌중이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던, 그저 아저씨 역할이나, 이상한 동물 분장이나 하던 장동민이, 어느 틈에 유상무보다, 더 멋진 남자의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대세가 된 이들의 뒤를, 한국인으로는 할 수 없는 '쿨함'으로 무장한 외국인들이 쫓아가고 있다. 




by meditator 2014. 10. 16. 11:57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인터넷 상에서 비판을 했던 김기백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8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김기백씨는 이런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하여 헌법 재판소(이하 헌재)에 헌법 소원을 신청했고, 이에 헌재는 김기백씨의 사건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김기백씨의 사건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4일 방영된 kbs1tv의 <시사 기획 창>에서는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대법원 등이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희한한 우리 법조계의 풍경을 다룬다. 이른바 '한정 위헌' 판례이다. '법률 및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개념이 불확정적이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경우, 해석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경우 위헌으로 보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내린 결정이다. 예를 들면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관한 조항은 합헌이지만 그 조항을 근거로 사죄광고를 강제하는 행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위헌 결정과는 달리 해당 법률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범위나 적용기준의 제한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불합치처럼 전면위헌은 아니다. 법 조문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한 법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해석과 적용범위에 관한 헌재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다'(네이버 지식 백과) 

김기백씨의 인터넷 상 이명박 전 대통령 비판에 대해 헌재와 대법원은 서로 해석을 달리한다. 법원이 선거법 위반 사례에 인터넷도 들어간다며 위법이라는 입장인 반면, 헌재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한정 위헌'과정에서 헌재의 결정은 어떤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시 대법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해석의 차이가 낳은 헌재의 결정에, 대법원이 권한이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헌재 결정의 유효성을 무화시킨다는데 있다. 


김기백씨의 경우는 벌금 80만원 정도니 약소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묘봉산 환경 영향 평가 과정에서 개발 업자에게 돈을 받아 뇌물죄로 기소된 남모씨의 경우, 대법원이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보고 공무원 법에 의거하여 3년 징역의 엄한 판결을 내린데 대해, 헌재는 심의위원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며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는 벌금 얼마가 아니라, 징역 기간이 문제가 된다. 실제 남모씨와 함께 헌법 소원을 신청한 동료 심의위원의 경우, 헌재에 헌법 소원을 신청하고, 위헌 결정을 받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재심 청구를 기각하여 다시 헌재로 가는 과정에서 7년의 세월을 보냈으며, 징역살이는 덜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법률 기관의 '핑퐁 게임'에 가운데 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것에 대해 <시사 기획 창>은 헌재 탄생하기까지의 숙명적 운명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그간 독재 정권에게 유린당해 온 헌법적 권리를 다시 심판해야 할 법률적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탄핵',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정치적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독일식 헌법 소원제도이고, 그 결과, 1988년 헌법 재판소가 설립되었다. 이런 설립 과정의 의도에서도 보여지듯이, 대법원은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만 헌재가 다뤄주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독일 헌재 소원의 90%가 개인의 헌법적 소원이듯이, 헌재의 역할을 정치적 사안에만 국한 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헌재법에서, 68조 1항을 통해 대법원의 의견을 따라 법원 판결을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68조 2항,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생각될 때 당사자가 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해, 개인의 헌재 소원의 길을 열어두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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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헌재에 대한 개인의 소원의 길이 열림으로써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어진다. 
즉, 대법원은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3심제도를 우리나라의 법률적 제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결과적으로 3심제도를 무시하고 4심제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라는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즉, 판결의 최고 기관으로서 대법원의 위상이 헌재로인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불편한 속내이다. 
이에 대해 법률적 판단으로 인해,침해받는 개인의 헌법적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헌재의 존재는 불가피하며, 그 결정을 대법원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측의 입장이다.

이런 대법원과 헌재측의 입장에 대해, <시사기획 창>은 '게임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서울대 안도경 정치학교 교수의 해석을 통해, 양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하지만, 양자가 마땅한 타협점이 존재치 않음을 지적한다. 헌재는 한정 위헌 결정을 최소화할테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를 원하지만, 4심제도의 딜레마는 대법원의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최고 법원의 위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번지고,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법원과 헌재는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결국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헌재의 한정 위헌과,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사이를 오가는 시민들 뿐이다. 

막상 내가 당하지 않고서는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대법원과 헌재 사이의 파워 게임에 대해,<시사 기획 창>은 그 유래에서 부터 시작하여, 힘겨루기의 실례까지를 들며 상세히 분석해 나간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김기백씨의 사건의 경우와는 다르게, 헌재 한정 위헌 결정의 사례로 등장한, 제주도 남모씨의 뇌물죄라던가, 양도 소득세 판결 등은, 실제, 헌법의 개인의 자유나 권한보다는, 사회적 정의가 앞서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들이다. 비록 심의의원이라는 공무원법에 애매한 직위이지만, 그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사람에게,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던가, 양도 소득세에서 기준시가가 아니라, 실거래가에 의거 엄중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헌재가 개인의 헌법적 권한을 보호한다고 나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헌법적 권한은 소중한 것이야 라고 해도, 그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내세운 사례로는 취약한 것들이었다. 개인의 헌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서 좀 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를 들어야 헌재의 권한에 대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묵적으로 <시사 기획 창>이 대법원의 4심제도에 대해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내세우기는 게임 이론에 의거하여 대법원과 헌재의 파워 게임을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게임 이론에 의거한 분석 도구가 명확하지 않다. 굳이 왜 게임 이론을 현재의 법률적 상부 기관의 파워 게임의 해석 도구로 썼는지도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미 그 이전 헌재의 태생적 이유, 대법원의 정치적 사안을 피하고자 하는 꼼수를 설명하는 것으로 , 양자의 최고 법원 권한을 둘러싼 딜레마는 다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내가 그런 문제에 닥치지 않고서는 체감하기 힘든, 대법원과 헌재의 힘겨루기를 그 역사에서 부터 훑어, 3심제도 딜레마까지 설명해낸 시도는 좋았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시민들이라는 해석은, 그 사례의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온 문제가 되었다. 


by meditator 2014. 10. 15.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