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토를 달 것도 없이 현재 전세계가 봉착한 '위기' 중  하나다. 하지만, '위기'라는 점에 있어서 전세계인이 공감하지만, 그 '위기'에 대처를 두고 전세계를 구성하는 각 국의 입장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일찌기 세계는 1992년 유엔 기후 협약을 시작으로, 97년 교토 의정서를 통해 전세계적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지구 온난화를 해소하는데 공감은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각국의 이해가 앞섰던 세계가 2015년 '파리 협약'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찌기 비준에 동의하고, 중국, eu 등이 합류하며 '실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41개국이 비준한 교코 의정서가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 중'의 합류 불발로 '실천력에 있어 좌초를 만난 것과 달리, 미중, eu, 인도 등의 온실 가스 배출 비중이 큰 나라들이 일찌감치 합류하고 우리나라도 2016년 11월 뒤늦게나마 합류하며 전세계적 '실행'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mbc는 중국 cctv와 함께 발빠르게 기후 협약 실행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다큐를 제작하였고, 2월 6일부터 20일까지 3부작 <AD2100 기후의 반격>이 방영되었다. 



기후 협약의 비준를 통해 전세계는 기후와 관련된 지구 생존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하는데 합의했다. 다큐는 그 중에서도 동북 아시아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기후 변화와 관련된 거센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는 지점에 공감하며 이런 '기후'와 관련된 실천이 '급박'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 졌다. 

생태계로부터 인간에까지 
3부작의 다큐, 그 시작을 연 것은 <생물 대이동>이다. 산업화와 맞물려 극심해진 기후 이동은 동북 아시아 생태계의 변화를 낳는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한라산 구상 나무의 고사에 촛점을 맞춘다. 

나무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은 1.85도 상승했고, 이 기온 상승은 한대성 수종인 구상나무의 고사를 불러온 것이다. 이 구상 나무의 고사는 그와 관련된 식물군들의 동반 고사를 예언한다. 우선적으로 구상나무와 함께 자생하는 희구 식물군도 사라질 위기이며, 생태계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식물종의 사멸은 그와 관련된 생태계 사슬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 기온의 상승은 구상 나무 등 식물종의 사멸은 물론, 2010년 40일에서 2015년 25일로 꽃이 피는 간격이 달라지며, 그에 의존해 살아가는 꿀벌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생태계의 혼란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야생 원숭이들이 농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중국에서는 특정 먹이에만 의존하는 판다의 먹이가 되는 대나무 숲이 줄어들며 그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다큐는 이렇게 한, 중, 일 세 나라의 '기후'와 관련된 상황을 하나의 주제에 맞춰 보여주며 지구 온난화가 동북 아시아에 미치는 심각한 파급력을 증명한다. 

기후의 반격, 그 두 번 째를 연 것은 생물 대이동보다 더 심각한 '생존'의 문제이다. <생존대도전>은 올림픽을 여느냐 마느냐까지 파급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시작된다.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브라질에서 '소두증' 아이가 출생하게 된 원인이 된 이집트 숲모기.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집트 숲모기처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 줄 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함께 이들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다큐는 다룬다. 

흰 줄 숲모기만이 아니다. 119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등검은 말벌 역시 그 원래의 서식지는 아열대였으나 2003년 부산에서 발견된 이래 기후 온난화와 함께 경기도, 강원도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다. 


기후와 관련하여 달라진 환경은 인간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지난 여름 서민에게 전기세 폭탄은 여름 기온 상승의 후유증이다. 늘 서늘한 기온에서 살던 티벳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기온은 '입원'해야 할 질병이 됐다. 또한 해수면 상승은 제주도의 명승지 용머리 해안을 사라지게 만들고, 소래 포구를 물에 잠기게 하고, 히말라야의 빙하를 강으로 흐르게 만든다. 중국의 차도, 우리의 벼도 어쩌면 예전만큼의 수확이나 품질을 얻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식물들이 가속화되는 온난화를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 중, 일 삼국, 그 변화의 시작 
이렇게 동북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 이에 대해 아시아 3국은 어떻게 대처해 가고 있을까? 그 내용을 20일 방영된 3부 <도시 대변화>가 다룬다. 

우리나라의 <도시 대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배우 황석정이다. 황석정은 온실 가스 배출의 42.2%를 차지하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실험에 도전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여름 '3A(암페아)의 전기로 살기'를 도전한다. 3A의 전기, 그 양에 대한 감도 없이 도전한 황석정,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워도, 세탁기를 돌려도 넘어버린 3A에 삼복 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손빨래를 하며 여름 3달을 보낸다. 하지만, 그 무더위의 결과, 황석정은 이제 전기차를 타고, 태양광 패널을 달고, 가급적 전기를 적게 쓰는 생활 습관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을 통한 실험을 했다면, 일본의 경우 전기가 없던 100년전의 생활 양식을 현대에 맞게 실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선다. 전기없이도 조리를 하고, 생활을 영유하는 갖가지 실험적 방식을 시도하는 공동체와, 정부 주도 아래 태양광 발전을 정착시켜 오히려 남는 전기를 되돌려 하는 에너지 체제를 갖춘 마을을 찾아간다. 중국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전기 버스 공장과 전기 버스로 공공 교통 수단을 대신하고 있는 도시를 찾아 기후 협약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을 담는다. 

기후 협약 비준과 함께 1년에 걸쳐 준비된 <AD2100 기후의 반격>은 한류 스타 장나라가 프리젠터로 나선 가운데, 버츄얼 스튜디오를 활용한 첨단의 영상으로 2100년의 미래를 그려낸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가장 시의적인 시각에서 준비된 다큐, 하지만 다큐를 준비한 1년간의 상황에서 현실은 또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우선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이란 모토 아래 기후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주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 아래 우리 나라는 2017기후 변화 보고서(ccpi) 38.11점으로 온실 가스 1% 이상 배출 국가 58개국 중 55위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기후 협약에 앞장섰던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새로이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석탄, 석유 등 전통적 에너지 자원 치중 정책으로 유턴하고자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기후 협약도 미루다 하루 전에 허겁지겁 비준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큐의 주제 의식을 과연 얼마나 국가적 시책으로 시행해 나갈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다큐를 만들 당시만 해도, 한류에 기반하여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는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냉각되었고, 미국이 구상한 중국에 대항한 한. 미, 일 삼각 대응 체계의 일원으로 편재되어간 한국은 다큐가 보인 문화적 밀월 관계로 부터 멀어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시점에서 방영된 3부작 다큐는 그러기에 더더욱 정치적 상황 속에 휩쓸려 들어가는 기후 정책의 난망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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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21 10:20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 중에 하나는 서양에 비해 앞선 금속 활자의 발명이다. 하지만, 당시 세계사 속 고려의 금속 활자 발명은 그리 '인정받지 않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그건 활자의 발명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사회 문화적 변화가 어떻게 이끌어 졌는가라는 영향력에 있어서 고려 금속 활자의 파급력은 서양의 금속 활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세 금속 활자의 발명은 이 금속 활자를 활용한 성서의 보급을 이끌고, '종교 개혁'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랬기에, 활자가 발명되었을 때 기득권인 귀족들은 활자의 보급을 반대했었다. 마찬가지로 조선 시대 세종대왕이 발명한 '한글' 역시 기득권인 양반 계급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런 당시 기득권 계급과 백성을 사랑한 군주 세종대왕의 갈등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상세하게 그려진 바 있다. 



감시 부재 사회 대한민국 
2월 19일 방영된 <sbs스페셜>은 중세의 활자와 조선의 '훈민정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백성들이 '무지'하기를 바랬던, 그래서 자신들이 마음껏 권력을 농단하기를 원했던 기득권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런 당시의 시대를 배우며 한껏 혀를 찬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역적>을 보며 저런 시대에 살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20세기 이후의 세계를 정보화 시대라 지칭한다. 정보화 시대의 권력은 바로 그 '정보'를 '소유'하거나 '독점'하고 있는 세력을 뜻한다. 그러기에 정보화 시대 '우민화 정책'은 바로 권력의 정보 독점으로 이어진다. 바로 2017년 청문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그 '권력'의 독점적 폐해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며, 그래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데, 2017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아니 해방 후 현대사에서 거개의 권력은 늘 '부패'의 딱지을 떼지 못했다. 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권력이 늘 부패하는 걸까? 과연 '탄핵' 이후 새로운 권력이 들어선다면 그 권력은 '부패'로부터 자유로울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바로 그 의문과 과제에 대해 <sbs스페셜>이 선택한 답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권리로서의 '감시'이다. 

위안부 합의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 
그 '감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다큐가 접근한 우회로는 세 가지다. 그 첫 번 째, 2015년 12월 28일에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이다. 양국의 외무 장관의 합의 조항에는 일본은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했다. 하지만 이후 아베 총리는 말을 바꿔 '털끝만큼도 인정할 마음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베 만이 아니다. 국제 회의에 나선 일본 외교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은 돈을 주었기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자국의 대사를 소환하는 강력한 제스처까지 취한다. 얼굴을 바꾸는 일본, 그런 안하무인의 태도에 분노하며 양국의 합의 내용을 알려달라는 시민 단체에 정부는 양 국 정부의 합의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식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다. 


지질 역학 조사는 했지만 발표는 할 수 없다?
외교적 관례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주변 마을, 마을에 사는 주민들 대다수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거나 투병 중이다. 과연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암에 걸려 검사를 받은 주민, 주민의 몸에선 제한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거주민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의 아들도, 심지어 손자의 몸에서 까지, 3대에 걸쳐 모두 방사능이 검출됐다. 하지만 이에 정부는 방사능 수치가 높다고 암에 걸리는 건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을 할 뿐이다. 심지어 월성 주변 마을 주민의 암 발생 수치를 알려 달라고 하니, 이번에도 역시 '비공개' 원칙을 주장한다. 

암 환자 수치만 비공개가 아니다. 그 수명이 다한 월성 원전의 재가동을 시도하려 했던 정부, 하지만 주변 도시인 경주의 잦은 지진 발생과 함께, 월성 주변 지질대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다. 이에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그 결과 또한 '비공개'다. 심지어 '역학 조사'에 참여한 학자들조차 보고서의 열람이 복사나, 카피가 안되는 제한적 열람만을 가능하게 했을 정도다. 

국회 청문회만이 아닌, 국가 전반, 사회 전반 곳곳에서 '국민의 주권'이 행사되어야 할 영역이라면 어디서든지, 국민이 맞닦뜨리는 것은 '위임한 권력'에 대한 정보 대신 '비공개'의 원칙이다. 그리고 결국 그 '비공개'의 향배가 궁극적으로 향한 곳은 '저 푸른 기와 집'.


3년 전 일이라 기록이 없다? 혹은 국가 원수 안위의 문제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와 관련하여,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갯속'을 헤맨다. 당시 출동했지만 학생들을 구하지 않았던 해경 출동선의 cctv에서부터, 바로 그 시간 위임받은 국가 권력이었던 대통령의 7시간 행적까지, 도대체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당시의 일정이라 내놓은 보고서는 허술하기 짝이없고, 보고를 했다는데 통화 기록이 없다. 남겨진 것조차 '기록'되 내용이 아니라, 알음알음 누군지도 모르는 당사자의 기억을 쫓은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 마저도 이제 대통령의 '정보 보호' 요청이 있다면 향후 30년간 '자물쇠'가 잠궈질 처지이다. 

달라질 세상을 향한 전제 조건으로서 국민의 알권리 
과연 이런 권력의 비타협적 비공개는 '민주적 정부'의 관행일까? 당연히 아니다. 다큐는 외국의 예를 들어 비교한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학교에서 민주 사회의 기본 권리로서 정보의 공개를 배우고 실습한다. 학생이 요청한 정보 공개를 위해 교장은 지난 3년간의 이메일 기록 수백 페이지를 복사해 준다. 이유는? 물을 것도 없다. 그것은 권리이고, 의무이기 때문에. 덕분에 스웨덴에서는 공금으로 가족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한 총리 후보가 사퇴한다. 전기 요금을 내지 않은 장관도 사퇴한다. 마늘 주사를 비롯하여 정체 불명의 약품과 심지어 비아그라를 구매한 청와대의 물품 목록의 사용 내역은 여전히 '국가 안위'를 위한 '비공개'인 우리와 격세 지감이다. 우리나라에선 관련자조차도 혹시나 정보를 퍼다 나를까 열람 제한을 하는 원전 주변 지질 조사서는 캐나다로 가면 인터넷만 켜면 바로 검색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무실에서는 그 자료가 굴러다니는 수준이라나. 

이런 '정보'에 대한 스웨덴, 캐나다와 우리의 서로 다른 관행은 이들 나라와 우리의 부패 지수의 차이로 판가름난다. 스웨덴이 전년도에 비해 한 계단 내려와 4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1년 사이에 37위에서 52위로 전락했다. 국민의 알권리 보다 '국가 보안'과, '국가 안위', 통치자의 신변이 우선되는 나라인 이상, 어쩌면 정권이 변하다 해도 쉬이 '부패'는 개선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정권의 변화와 함께, 이제 정말 다른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 다큐가 전제로 삼은 것은 바로 국민으로 부터 나온 권력의 진정한 행사로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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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20 05:39

<하숙집딸들> 첫 방송, 시청률 공약을 거는 시간, 장기 하숙생 컨셉으로 합류한 박수홍이 10%를 들자, '러시아에서 온 새엄마' 이미숙이 말린다. 첫 술에 너무 과한 시청률 공약을 내걸었다 안되면 의기소침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이미숙이 내건 수치는 5%. 첫 회 <하숙집 딸들> 시청률은 5.4%, 이미숙이 걱정한 의기소침의 벽을 넘어, 첫 번째 시청률 공약을 기쁘게 지킬 일만 남았다. 2월 10일 첫 선을 보인 <언니들의 슬램 덩크 시즌2> 역시 5%를 넘기며 무사히 안착했다. 


예능으로 온 주연급 여배우들 
물론 <언니들의 슬램 덩크 시즌2> 멤버 전원이 여배우들은 아니지만, 시즌1의 화제성을 이끈 인물이 라미란이었듯, 시즌2역시 기존 멤버 김숙, 홍진경 외에 한채영과 강예원을 합류시키며 관심을 주목시켰다. 강예원은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통해 예능에 첫 발을 딛었으며, 오히려 예능보다도 <백희가 돌아왔다> 등 출연한 작품 속 개성강한 캐릭터로 인해 각인이 된 배우다. 그에 반해 '예능'에서의 한채영은 예외라 할만큼 신선한 인물이다. 이렇게 전혀 뜻밖의 여배우들을 등장시킨 건 <하숙집 딸들>이 한 수 위다. <내게 남은 48시간>을 통해 예능 신고식을 치룬 이미숙을 필두로, 박시연, 이다해, 장신영, 윤소이 등 스타급 여배우들이 리얼버라이어티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 등장만으로도 신선했던 면면에 더해, 밤새 잠을 못이뤘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예능에 첫 발을 디딘 그녀들의 활약은 존재만큼 신선했다. 예능에 나온 만큼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겠다며 매니저보고 나가있으라고 하는 한채영부터, 자신의 컨셉을 여러 남자를 거드려, 아버지가 다른 딸들을 거느린 여장부 스타일로 자신의 컨셉을 잡은 이미숙에, 자신의 소개에 부끄러운 듯, 하지만 솔직담백하게 이혼 중이라는 사실을 꺼리낌없이 드러낸 박시연, 꽃게춤을 마다하지 않는 장신영, 거침없이 내복 패션쇼를 선보인 윤소이까지, 웬만한 예능 새내기의 포부를 뛰어넘는다. 늘 화면에서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맡던 그녀들이 꺼리낌없는 언변에서 부터, 몸개그, 결벽증 등의 성격까지 보여주는 그 솔직함이 우선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찌기 2007년 종영한 <여걸 식스>를 통해 이소연, 정선경, 전혜빈 등이 당당하게 한 몫을 해낸바 있다. 그리고 이젠 mc로 더 익숙한 김원희 역시 배우 출신이다. 하지만 한동안 뜸하거나 출연을 해도 화제성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에 새로운 물꼬를 튼 건 역시나 예능의 트렌드를 주도한 나영석 피디였다. <삼시 세끼>에 이은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성공시킨 나영석은 <꽃보다 누나> 등을 통해 고인이 되신 김자옥 배우를 비롯하여 윤여정, 김희애, 이미연, 최지우 등의 여배우들을 예능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물론 '화장실'과 관련한 웃픈 에피소드 등도 있었지만, 예능에 나오는 것이 곧 '망가짐'으로 통했던 트렌드를 '예능'을 통해 이미지를 확산내지는 상승시킬 수도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만든 것이다.

거기엔 '걸크러쉬(girl crush; 카리스마있고 자신감있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호감 트렌드)'라는 여성주도적 시류는 여배우들의 예능적 캐릭터의 한계를 또 한번 넓힌다. 덕분에 라미란은 자신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센언니'의 캐릭터를 한껏 부풀려 여걸 식스 걸그룹 편에서 걸출한 활약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라미란못지않은 '기'를 드러내보이고 있는 이미숙 역시 당당하게 <하숙집딸들>의 가장으로 등장하여 '러시아에서 온 결혼 여러 번 한 엄마' 가장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그녀들의 속사정 
물론 이러한 여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꼭 신선한 예능 트렌드에 대한 부응이라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채영, 이다해, 박시연, 장신영, 윤소이 등 모두 한때는 공중파 드라마의 주연을 맡던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결혼 등의 일신상의 변화와 더불어 서른 중반을 오가는 그녀들의 연령대는 어느덧 배우로서의 그녀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한다. '비비인형'이라 불리웠던 한채영이지만, 그녀의 최근작은 2013년 <예쁜 남자>였다. 이다해 역시 2014년 <호텔킹>이 최신작이듯, 나이와 함께 그녀들의 '드라마' 속 입지는 자꾸만 축소되거나 밀려나는 처지였던 것이다. 이미숙 역시 <질투의 화신> 속 말 그대로 '걸크러쉬'한 계성숙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런 역할이 쉬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예능에 출연한 이서진, 하석진, 심형탁 등이 '예능'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쇄신하며 그런 예능적 성과를 작품으로 이어가며 배우들의 예능 출연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라미란 등이 예능과 연기의 두 마리 토끼를 너끈히 잡으며 '소모전'이 아닌 예능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트렌드의 수혜자가 모두가 될 수는 없다. 이서진, 에릭 등은 '나영석'이란 걸출한 연출자란 배후가 확실했다. 하석진이나 심형탁은 그 자신들이 가진 뜻밖의 예능적 재미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변화시킨 케이스다. 라미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전후'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결국 '능력있는 배후'가 있거나, '개인의 특출한 혹은 예외적 능력'이란 전제 조건이 있어야 예능도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선을 보인 <하숙집 딸들>은 우려되는 지점을 남긴다. 드라마를 통해 '공주'같던 모습을 보였던 그녀들의 뜻밖의 소탈하고 털털한, 심지어는 결벽증있는 예외적인 모습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과연 그런 '신선함'이 <하숙집딸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지속성으로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첫 방송에서부터 방송을 이끌어가는 건 이수근과 박수홍이었고, 여배우들은 그런 그들의 진행에 따라 출연한 게스트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 과연 그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뚫고 매회 게스트를 맞이하며 게임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예능적 캐릭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에서도 걸그룹을 하기 전까지는 전천후 라미란조차 그 존재감이 쉬이 드러나지 않았듯이, 여배우들의 예능 적응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숙집딸들>은 2014년 sbs에서 시도했던 그룹홈 방식의 리얼 예능 <룸메이트>의 다른 버전같다. <룸메이트> 역시 예능에 첫 선을 보인 배종옥, 이동욱 등 신선한 얼굴들로 화제를 끌었지만, 결국 게스트에 의존하는 자체 동력의 고갈로 프로그램의 생명을 단축시켰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하숙집딸들>이 극복할 수 있을지, 웃음 제공, 박수 부대를 넘어선 진정한 '걸크러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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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5 17:38

'감옥'은 폐쇄적 공간이다. 그러기에 그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낸 일찌기 스티브 맥퀸의 <대탈주(1963)>에서부터, <쇼생크 탈출(1994)>까지 탈출의 감동을 다룬 영화들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감옥'을 배경으로 시즌 5까지 이어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도 있으니까. 그러기에 상고를 포기하고 '탈출'을 기획하기 시작한 박정우(지성 분)의 결심으로 이제 <피고인>은 본격적으로 '프리즌'을 '브레이크'하고, 바깥 세상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벌여나가나 했다. 그런데 웬걸, 16부작의 딱 반을 넘긴 8회, 바깥 세상에서 박정우를 옭죄이던 차민호(엄기준 분)가 그의 두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아버지의 순애보 
여전히 박정우의 '수난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살인 혐의는 재심 공판에서 친구 강준혁(오창석 분)이 튼 '자백' 동영상으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결국 '상고'마저 포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사형수 낙인과도 같은 붉은 3866번호가 박힌 푸른 죄수복을 받은 처지의 박정우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그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덜어졌다. 

무엇보다 기억도 잃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박정우가,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며 비록 이젠 재심마저 포기한 사형수의 처지지만, 그러기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형이 왜 죽어요'라는 의문의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 성규(김민석 분), 다시 찾아온 그를 보고 박정우는 자신의 딸 하연이가 생존해 있으며 그가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자백 동영상과 관련된 기억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비록 아내는 죽었지만 딸 하연을 살리기 위해 피치못하게 자백을 해야만 했던 사실을 이젠 박정우가 깨닫게 되며, 그는 여전히 감옥에 갇힌 처지이지만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탈옥'마저 감행하려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시청자'들을 흡인한다. 즉 박정우의 상고 포기는 그를 지켜보는 '적'들에게 '포기'라는 항복 선언을 통해 그에 대한 안심을 주려는 '페이크'인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자 하는 일타이피의 '작전'이다. 비록 아내는 지키지 못했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곡진한 아버지의 순애보다. 


살인자의 일타이피 순애보 
그렇게 이제 '박정우'버전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작되나 했는데 박재범 작가는 보기좋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며 8회를 마무리한다. 그간 노심초사하며 죽은 형 코스프레를 하며 차명그룹 장남 행세를 하던 차민호. 하지만 그가 전혀 몰랐던 형의 여자 제니퍼 리(오연아 분)가 등장하자, 결국 예의 '사이코패스'적 행태를 되풀이하고야 만다.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도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던 형의 애인을 흔한 '매수' 대신, 영원히 입을 다물게 만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 그가 걱정한 것은 '자신의 살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살인 과정이 중계된 핸드폰을 듣고 있던 형의 아내이자 자신의 첫사랑 나연희(엄현경 분)였다. 

살인자의 순애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충격으로 술에 취해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에게 친 아내를 대신하여 자신이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물론 운전대를 잡고, 경찰서 취조실에 들어설 때까지 차민호가 감옥으로 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수사를 강준혁이 맡은 것처럼 그는 무사히 '법망'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취조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는 '법꾸라지' 대신, 자신의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8회 드디어 드러났듯 박정우의 아내를 죽였듯, 그리고 오연아를 죽였듯, 이제 '도발'을 포기한 박정우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기 위해 감옥행을 택한 사이코패스 재벌이라니! 신선하다. 


8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박정우 vs. 그런 박정우를 손아귀에 틀어쥔 차민호에 의해 조종된 조력자들간의 일종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박정우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온 차민호 vs. 사건의 전말을 자각한 박정우의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감옥 속 조우는 차선호의 죽음을 둘러싸고 차선호인척 하는 차민호를 쫓는 검사 박정우의 추격전에서, 감옥에 갇힌 박정우와 차민호 조력자의 대리전을 지나, 본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탈옥의 기회가 되는 이감까지 1주일, 그런 박정우를 죽이려 드는 차민호와의 숨막히는 대결에서 박정우는 목숨을 보전해야 탈옥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중의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신이 제법 돌아온 박정우라니 기대해 봄직하다. 덕분에 지난 8회 동안 '사이다' 한 잔을 마다하고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은 애청자들에겐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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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5 05:54

기대가 컸다. 그도 그럴 밖에 2월 5일 방영된 sbs스페셜<대통령의 탄생>은 미디어에 조작된 이미지가 지금까지 한국 현대 정치사의 비극을 양산하는 주요한 '수단'이었다고 냉정하게 진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정치인의 민낯을 낱낱이 끄집어 낼 '끝장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에 대한 sbs 자사의 해결책으로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을 들고 나왔기에 '준비된 정견' 그 이상의 대선 후보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될까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연초 jtbc를 통해 방영되었던 유승민, 이재명 두 대선 후보가 참석했던 100분 토론에서 느꼈던 생생한 감흥과 전원책 패널로 인해 아쉬웠던 진솔한 모습에 대한 기대도 덧붙여졌다. 




혹시나했지만, 역시나 
하지만, 2월 12일 방영된 sbs의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안타깝게도 '혹시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역시나'로 마무리되었다. 정치부 기자가 배석한 대담 형식을 취한 kbs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홍성걸 국민대 교수 등 전문가가 패널로 등장하여 심층적인 질문을 던진 mbc에 비해서도 한참 못미친 내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선 주자 국민 면접>에는 mc인 박선영 아나운서 외에 '국민'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패널이 함께 했다. 철학자 강신주, 소설가 김진명, 평론가 허지웅, 미학자 진중권, 전 정치인 전여옥 등이다. 이미 <외부자들>을 통해 정치 패널로 활동하는 진중권, 전여옥을 제외하면, '정치'의 현장에 있는 활약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소설가, 평론가, 그리고 철학자 등이 대부분인 패널들은 '정치'적 전문가라기 보다는 '문화적' 인물들이라는 것이 정확하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김진명 소설가에, 전 여당 정치인이었던 전여옥을 합류하여, 나름 진보와 보수의 색채를 맞추려고 한 시도는 보였지만, 그런 정치적 색채와 별개로, 과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할 인물인가에서 부터, 대선주자를 검증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까지, 패널 선정에서부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전국민을 대표할 대통령을 꼭 '교수' 등의 전문가가 나서서 '검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방송이나 작품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인물들을 등장시킨 전제에서 부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이미 상당히 '예능적' 요소를 품고 시작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형식적 정파성을 넘어, 세대별, 직업별, 성향별 대표성을 위해 최소한의 모색이라도 보였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패널 설정의 첫 단추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예능적 요소'가 다분한 '인기 문화인'들이나, 정치 프로그램의 인기 패널들이라 해도, 프로그램의 내용이 그런 패널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의 첫 번째 문재인 후보 편을 보면, ,<대통령의 탄생>을 통해 '이미지네이션'의 한계를 설파했던 방송의 그 잘못된 행태를 바로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란 우려가 든다. 

형식적 질문, 준비된 답안 
물론 방송은 이력서부터 시작하여, 심층 면접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선 주자 문재인의 면면을 접근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 문재인의 면접을 통해 시청자들이 과연 문 후보에 대해 새로운 면면을 알게 된 것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생각할 시간을 좀 드릴까요?'라는 질문 자체가 무색하게, 아나운서 박은영을 빗대어 일하는 여성의 육아 문제에 대한 대답마저도 문재인 후보의 입을 통해 등장한 답들은 하나같이 가즈런히 준비되어온 모범 답안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질문은 있되, 답에 대한 반격이나, 설전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탄생>에서 짚은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의 응답조차, 정해진 답을 앵무새처럼 달달 외어 말하고야 마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은 달랐을까? 도대체 다섯 명의 패널이 왜 필요한지조차 궁금해 지는 출연한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기껏해야 한 두가지의 형식적 질문을 하는 식의 질문 방식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편집'의 예술이 거쳐간 프로그램에는 사람좋은 웃음을 띠며, 이미 문재인 후보가 늘 해왔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며, 가끔 농담이나 곁듯이는 시간을 '냉정한 면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보는 '보수층'에게 '특전사' 경험의 되풀이가 설득력을 가질까? 차라리 전원책의 '자주국방' 어깃장이 아쉬울 정도였다. 



물론 그 조차도 가능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에 비해, 이제 우리는 '탄핵' 중이라는 정치적 공백에 기대어 각 방송사마다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풍성한 '검증'의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편집'의 미덕을 살려, 질문에 대한 답만 있고, 날카로운 재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방식의 '검증'이라면,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 정견 발표회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편집에 의해, 방송사 측의 재량에 따라, 충분히 또 다른 '이미지네이션'이 가능한 '편집' 방송을 과연 '국민'이란 수식어까지 쓰기엔 너무 과대 포장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그저 대선 시즌 <힐링 캠프> 특별편이라 했으면 더 어울렸을 <대선 주자 국민 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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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3 05:03

'닭장 속에는 고양이, 야옹야옹' 그것으로 족했다. 박정우(지성 분)가 기억을 헤집어 어렵사리 찾아낸 메모리칩에도 불구하고 강준혁(오창석 분)이 내놓은 박정우의 자백 동영상으로 '사형' 판결을 뒤엎을 수 없었던 <피고인>. 6회를 달려오며 되풀이되는 박정우의 수난사는 이번 회차에도 어김없이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그 동영상으로 자신이 아내를 죽였음을 받아들인 박정우. 그가 숨겨온 검은 비닐 봉지로 교도소 방 철장에 올가미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목을 넣으려 발돋움을 할 때, 들려온 성규(김민석 분)의 나즈막한 목소리. '형이 왜 죽어요? 형이 한 것도 아닌데, 내가 한 건데' 그리고 이어진 정우만이 아는 고양이를 사달라고 조르던 딸 하연이의 노래. 죽음으로 몰린 정우에게 비친 서광이요, 도돌이표같은 정우의 수난사에 지친 시청자에게 주어진 1주일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토네이도처럼 확장되어 가는 사건,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첫 회 거대 로펌의 회유에도 의연했던 그래서 재벌가를 향해 저돌적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로서의 활약이 무색하게, 사형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박정우의 수난은 끝이 없다. 제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주장해 보아도, 마치 '리셋'되는 '루프'처럼 하은의 생일 날로 되돌아 가버리고 마는 그의 기억은 '설상가상'으로 '검사' 박정우에게 또 다른 '함정'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확신할 수 조차 없는 지워진 기억, 그를 옭죄어 오는 악재의 연속. <피고인>은 재심을 앞둔 기억상실증 검사 박정우의 수난사로 방영 시간의 많은 부분을 채워간다. 

이른바 호청자들 사이에서 '고구마'로 지칭되는 이런 주인공의 수난사, 그러면 채널이 돌아갈만도 하건만, 1회 14.5%를 시작으로 5회 18.6%(닐슨 코리아)까지 꾸준한 상승세다. 김상중의 명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2위 <역적>과의 격차도 생각보다 크다. (5회 10.5% 닐슨 코리아) 과연 '사이다'도 없이 꾸역꾸역 '고구마'만 먹는데도 호청자들의 증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피고인> 방영 시간의 대부분은 박정우의 수난사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저 수난만은 아니다. 1회였다면 아내를 죽인 혐의에 주기적 기억 상실을 겪는 박정우와 그런 그와 대립각을 보이는 형까지 죽인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엄기준 분)에 대한 소개, 2회는 그런 수난사에 이어 마지막 10분 캐리어를 차에 실은 범인의 얼굴, 즉 박정우를 드러내며 시청자를 그에 대한 의심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분명 정의로운 검사였는데, 캐리어를 싣고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낸 살인 사건의 용의자, 보는 사람조차도 그에 대한 의심을 무럭무럭 키워가는 과정에, 4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용의자로 강준혁을 등장시킨다. 박정우와 함께 그의 아내 윤지수(손여은 분)를 짝사랑했던 강준혁, 이제까지 우군인 듯했던 그의 등장으로 여전한 박정우의 수난사에 대한 각도가 달라진다. 이렇듯 드라마는 박정우의 수난사를 줄기로 도돌이표를 그리는 듯 하지만, 그 도돌이표는 새로운 용의자를 등장시키며 점차 확장되어 가며 사건의 본질을 향해 간다. 마치 토네이도처럼. 이제 조금씩 커져가는 사건의 동심원은 6회 드디어 성규가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르며, 두텁게 드리웠던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고구마'인 듯 하지만, 느린 듯하지만, 차곡차곡 그날의 진실을 향해 간다. 물론, 그 날의 진실 저편에 차민호라는 살인마가 존재함은 '노골적인 스포'다. 하지만 그의 위력은 압도적이고, 그에 반해 박정우는 너무도 미약하다. 심지어, 초반 가장 친한 벗이던 강준혁이 알고보니 그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인물이었고, 이제 6회 마지막 그에게 가장 친절했던 감방 동기가 자신이 진범이라 하듯, 그가 진실에 다가가려 하면 할 수록 박정우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그의 조력자들은 차민호에 의해 죽어간다. 이 아득한 상황 속에서도 '진실'의 빛은 그럼에도 <피고인>을 다시 봐야할 가장 큰 '유인'이 된다. 

'가족'으로 얽히고 설킨 인간 군상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일반적인 장르물과 달리, <피고인>은 이젠 sbs 장르물이라고도 명명할만한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흡인한다. 바로 '가족'이란 '주제이다. 

<피고인>은 강직한 검사 박정우와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의 대립 구도를 가져가지만, 그 구도를 재벌가의 비리 척결이란 일반적 구조 대신, 정의의 역할을 맡은 박정우를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는 극단적 장치를 등장시킨다. 생소한 장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장치는 신선한 서사로 시청자를 솔깃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솔깃한 장치'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바로 '아내를 죽이고 아이를 유기했다는' 극단의 범죄이다. 다른 것도 아닌 가장 정의로웠던 검사가 가장 파렴치한으로 둔갑한 이 사정은 '가족'이란 문제에 예민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할 나위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가족'의 관련은 박정우만이 아니다. 

형을 죽인 차민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내에서 그의 처지는 분명 그가 나쁜 놈임에도 '측은지심'까지 끌어오르게 만들 정도로 안쓰럽다. 이렇게 '가족'은 <피고인>의 곳곳에서 '사연'을 피어오르게 만든다. 자신의 딸을 죽였다는 혐의에도 불구하고 매달 박정우에게 10만원을 차입금으로 넣는 장모와, 조카를 찾아 교도관도 마다하지 않는 윤태수(강성민 분)의 애증의 관계도 '가족'이다. 강준혁의 모호했던 하지만 알고보니 '배신'인 처신의 이면에 드러난 또 다른 애증의 가족 관계나, 몰래 찾아보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지닌 국선 변호사 서은혜의 가족도 빠져서는 섭섭한 '혈연'의 늪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재벌가의 도덕적 아노미라는 씨실에, '가족'으로 얽히고 설킨 범죄 사건을 날실로 엵어가며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장르물을 만들어 간다. 박정우의 사랑과 부정이, 차민호와 강준혁의 애증이, 그리고 서은혜의 트라우마가 <피고인>의 숨겨진 흡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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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8 05:58

자괴감'을 운운하며 전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렸던 당사자는 아직도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덕분에 엄동설한을 보내고 입춘을 맞이하는 광장의 촛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른다. 그러나 김부겸 의원은 '쉽지 않은 싸움'이라 주장한다. 여전히 지방으로 내려가면 정치 활동을 하면 안되는 저 청와대 점거인에 대해 '불쌍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널리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강고한' 온정, 덕분에 선거 때마다 그 사람을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었던 저 '괴력'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sbs스페셜은 2월 5일 과연 우리가 그간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나, 그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정치인은 어떻게 보면 연예인하고 같은 과예요. 
        그러니까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한때 이명박의 좌청룡우백호 정두언- 


연예인과 같이 이미지만 그럴듯하면 대통령이 가능?
1948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과 '정부 수립'의 그 '딜레마'의 원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하지만, 그 '초대' 대통령이래, 지금까지 18대 11명의 대통령들의 대부분이 '불명예'스러운 인물로 남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로 시작되는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익숙해서 이젠 '악어의 눈물'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사과'가 대통령 취임 시기의 관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도대체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어떻게 속았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침을 가한다. '내가 왜 속았는지 정확히 알지 않으면 다음에 또 속게 돼있다'고. 이에 다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또 속지 않을 묘책을 고심한다.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구동성은 한결 같다. 대통령은 '연예인'과 같은 과다. '이미지'라는 것이다. 공약도, 정책도 아닌. 대통령 선거 전문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그저 이미 자기 맘 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뽑을 뿐이라고. 공약, 정책, 그거 하룻밤이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연예인같은 이미지의 대통령,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일부는 여전히 '왕조'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씨 왕조'의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처럼 뽑힌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후진형 독재'를 자신들을 잘 살게 해주었던 왕조로 떠받들던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대통령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내가 다 잘 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는 '장군'과 같은 이미지의 이명박 대통령을 뽑고, 그도 부족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후광에 기댄 독재자의 딸을 눈물겹게 대통령의 자리에 모셨다. 

모르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좀 엉뚱하지만 다른 식으로 넘어가는 연습, 
그게 제일 주안점이죠.” 
-임현규 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정책홍보특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마련된 후보자 검증의 시간 
이런 선택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냉정하게 말한다. 오늘날 국민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잘못된 선택때문에 인간의 질병(메르스)도, 동물의 질병(AI)도, 재난이나 참사(용산 참사, 세월호 등)도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이 그 엄청난 대가를 다시 치루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의 한국 선거 시스템은 '이미지'의 외피를 걷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인터뷰 말미, '언론은 뭐했냐?'며 냉정하게 되물은 유시민 작가의 질문처럼, 그 '이미지'에 언론은 나팔수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양산된 종편,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악된 이른바 공영 언론들은 노무현 선거는 물론, 이명박 선거 때보다도 거의 반에 불과한 선거 관련 방송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거 관련 방송의 대부분이 '이미지네이션'에 부합하는 후보자 동정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방송 환경에서 '이미지'의 척결은 커녕, '이미지'의 확산만이 가능할 뿐이다. 

미 대선의 경우, 대통령 선거 자체가 1년 반정도가 걸리는 대장정이기에, 그 과정에서 검증에서 탈락한 후보는 자체적으로 '사퇴'라는 경우가 등장한다. 또한 장시간에 걸쳐 되풀이 되는 후보 토론 과정은 자신이 선택할 후보에 대해 충분히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거기에 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내용에 대한 '언론의 팩트체크'가 뒤따른다. 물론 이런 다큐의 내용조차 '이미지네이션'의 끝판왕이라 일컬어지는 미 대선에 대한 '오독'일 수 있다. 하지만, '토론'자체가 봉쇄되어, 앵무새처럼 외워 온 대답만으로도 '능력있는' 대통령처럼 보여질 수 있는 현재의 선거 제도 자체에서는 '미국'만큼이라도 하는 것이 '이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2월 5일의 다큐는 프로그램 말미 바로 이어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 면접>로 이어진다. 다큐는 그나마 우리의 현실에서 '이미지'로 오독된 대통령을 다시 뽑는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끝장 토론'을 제시한다. 기존의 선관위의 준비된 대답만을 읽어내리는 지극히 부족한 '토론' 양식 대신, 후보자의 면면을 다 드러낼 수 있는 충분한 토론 시간만이 현재의 이미지 정치를 탈피할 최소한의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큐의 제안에 '선관위'는 난색을 표한다. 아마도 후보 측에서 저어할 꺼라고. 다큐가 찾아간 대선 주자들. 기꺼이 토론에 임하겠다 하고. sbs는 자신이 준비한 카드 <국민 면접>을 꺼내드는 것으로 <대통령의 탄생>은 마무리된다. 

 긴 서론 끝에 등장한 <국민 면접>, 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문재인 후보가 거절한 것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던 kbs의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가 이미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그 뒤를 이어 sbs가 끝장 토론이 가능치 않다면 압박 면접이라도 하겠다며 국민들이 직접 보내온 질문을 바탕으로 5명의 면접관들이 대선 주자들을 탈탈 털어보겠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타 방송사들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뒤를 이을 듯하다. '선관위'가 하지 못한다면, 이번엔 '방송사'만이라도 제대로 '검증'을 하여, '말은 많지 않지만 결정적 한 마디를 잘 해서, 혹은 웃음으로 잘 때워서' 대통령이 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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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6 12:53

황경일(이주승 분) 일당에게 납치된 강권주, 그 강권주를 구하기 위해 겨울 저수지 숲을 헤치고 조금씩 다가가는 무진혁(장혁 분),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다음 시간에'라는 무지막지한 협박을 남기며 사라진 4회의 <보이스>.  매회 범인과의 일전을 눈 앞에 둔 순간 끝나버리는 드라마에 '내가 범인도 못잡고, 아니 안잡고 끝내버리는 이런 드라마를 보려고 '닥본사'를 했나'하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마 <보이스>를 시청했던 대다수 시청자들은 다음 시간 '또 오늘도 그러면 안본다!'이런 부질없는 협박을 날리며 리모컨을 <보이스>에 고정하고야 만다. 무엇때문에?




강권주의 납치, 김홍선 표 연출의 전화위복
아마도 매회 범인을 코 앞에 놔두고 시청자를 회롱하듯이 끝내버리는 이 야속한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를 기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범인'이 누군인가? 혹은 '범임'이 잡히는가라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때문일 듯하다. 하지만 그런 기본 요건에 덧붙여 5%를 가뿐히 넘긴 <보이스>(닐슨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5.5%)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박진감넘치는 장르물에 독보적인 김홍선 감독의 연출력에 있지 않을까? 첫 회 맨 발로 쫓기던 장혁의 아내와 그 무기력한 아내를 쫓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아내가 한숨을 돌리던 그 순간 울리는 벨소리로 결국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마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대립각을 김홍선 감독은 대중적으로 장르물을 각인한 <시그널>의 속편인 양 재현한다. 

김은희 작가와 김원석 피디의 <시그널>이 그런 쫓고 쫓기는 범죄 현장을 둘러싼 드라마틱한 인물들간의 얽힘과 그 배경이 되는 사회악에 집중한다면, 김홍선 표 장르물의 방점은 바로 그 '쫓고 쫓기는 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에 찍혀있다. 첫 회 결국 희생자가 되고 만 무진혁의 아내의 도망씬에 이어, 바로 뒤이어 그 시간 형사 반장으로 큰 수확을 거둔 무진혁의 범죄 현장 추격씬은 바로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김홍선 표 범죄 스릴러가 112 신고 센터를 중심으로 한 범죄 골든 타임을 내걸고 등장한 것은 수학 특기자가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간 모양새라고나 할까? 하지만,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여주인공인 112 신고 센터장이라는 내근직의 한계였다. 어릴 적 사고로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청취해내는 탁월한 '보이스 프로파일러'의 능력을 지녔지만, 바로 그 능력치가 김홍선 표 스릴러의 박진감에는 딜레마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딜레마를 <보이스>는 4,5회 강권주 팀장의 납치 사건을 통해 갇혀있는 보이스 프로파일러의 영향력을 확장시킨다. 

 

무리한 1인 행동이라 했지만 신고 센터 직원의 뜻밖의 친절한 안내로 자신이 들통난 황경일의 도발로 안타깝게도 골든 타임을 지휘해야 할 강권주는 납치를 당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드라마는 늘 신고 센터 안에서 전화선을 통해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강권주의 능력을 밖으로 뻗어나가도록 한다. 자신을 구하러 온 무진혁의 발소리부터 폐교에서 무진혁과 함께, 그리고 심지어 무진혁보다 먼저 그녀의 능력를 활용해야 피해자를 구해내는 강권주의 활약상은 그간 우려했던 112 신고 센터 골든 타임 팀의 활약에 기대를 더하게 한다. 

이렇게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와 함께, 김홍선 표 연출은 숨막히는 긴장감의 연속으로 드라마를 몰아간다. 스산한 갈대밭의 추격씬, 그리고 '호러물' 못지 않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공간감, 그리고 암흑의 페교 교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리 추격은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다. 

<시그널>의 차수현과는 또 다른 매력의 강권주 
이렇게 <보이스>가 자신의 장르적 매력을 살려가는 것과 더불어 커져가는 건 강권주 팀장의 캐릭터다. 이미 김혜수가 <시그널>을 통해 장기미제 전담팀 팀장으로 그리고 이재한 형사의 '쩜오' 후배로 양수겹장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해석해 내며 늘 범죄 수사물에서 피해자이거나, 주변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그쳤던 여성 캐릭터의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거기에 이제 <보이스>의 이하나에 의해 풀어지고 있는 강권주 팀장은 또 다른 영역을 펼쳐낸다. 112 신고 센터의 초짜 직원 시절 벌어진 연쇄 살인으로 아버지까지 잃은 강권주,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얻어진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보이스>란 드라마의 중요한 동력이다. 그런 능력치 외에, 첫 회부터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피해자를 인도해가던 그녀의 캐릭터는 이제 4,5회 현장을 통해 활동의 폭을 넓히며 생동감있게 살아난다. 

<시그널>조차 여성 캐릭터의 '감성'에 강조를 둔 것과 달리, <보이스>의 강권주는 오히려 상황에 휘둘리는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가장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존재로 지금까지의 문화 컨텐츠 속의 여성들과는 다른 면모을 보인다. 황경일이 그녀를 묻으려 하는 순간에도 자신대신 은별을 살려달라 말하는 책임감, 그리고 폐교를 폭파하겠다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황경일 앞에서도 프로파일러로서의 분석력을 놓치지 않는 강권주는 요즘 '걸 크러쉬'라는 유행어에 가둬두기에도 아쉬울 만큼 신선한 여성상이다.

강권주만이 아니다. 황경일의 도발 앞에 쓰러진 강권주를 구하기 위해 납치당해 부상을 입었음에도 용감하게 황경일을 덥친다던가, 어머니의 외도을 자신의 범죄의 핑계로 삼은 황경일에게 자신 역시 피해자라며 강력하게 어필하는 박한별의 캐릭터 역시 1회의 복님과 함께 피해자의 한계에 갇히지 않은 여성상을 구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 캐릭터의 선전과 달리, 무진혁 등 남성 캐릭터들은 아쉬움을 남는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이 되면 <추노>의 대길이가 되고 마는 거야 장혁의 트레이드 마크다 싶어 한 수 접는다 하더라도, 매번 여성 캐릭터들에게 '반말'을 툭툭 던지는 그의 '어티튜드'는 투박한 무진혁의 캐릭터라 접어주기엔 무례함의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왜 매번 그의 총구는 엉뚱한 곳을 맞추는지, 그의 맨몸 활약을 위해서라기엔 형사 반장 무진혁의 사격 실력이 아쉬운 건 사족일까. 

폐교에 불이 날 상황 앞에서도 굳이 언니와의 눈물어린 전화 상봉을 하고야 마는 등 아쉬운 감정씬의 늘어짐을 차치하고, 늘 결말이라기보다는 다음 회의 떡밥이 더 큰 '자괴감'을 견뎌낼 만큼 <보이스>의 약진은 매력적이다. '대길'이 대신 무진혁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장혁의 개과천선과 강권주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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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5 16:55

이변이다. 방영 전부터 이영애의 10여년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4회만에 kbs2의 <김과장>에게 역전되었다. (닐슨 코리아 기준, <사임당> 12.3%, <김과장> 13.8%> 물론 <사임당>이 억울한 면도 있다. 이영애의 복귀작이라지만, 아직 방영 분량의 대부분은 젊은 사임당인 '박혜수'가 타이틀롤 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극'에 '애절한 운명'을 버무린 '사랑' 이야기 대신 <김과장>이란 이 소박한 타이틀의 드라마에 끌리는 관심이라니, <사임당>을 변명해 볼 수록, <김과장>이 어떤 드라마인가가 더 궁금해 진다. 




남궁민에게 절정을 선물한 박재범 작가 
타이틀롤이 김과장인 만큼, 주인공 김과장 역을 맡은 남궁민을 빼놓고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없다. 남궁민은 일찌기 연기 잘 하는 배우였다. <내 마음이 들리니(2011)>에서도 장중하- 봉마루로 악과 선의 경계에서 흔들렸던 캐릭터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그의 존재감도 슬며시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그가 <우리 결혼했어요>란 예능을 시작으로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악역으로 변신하더니<리멤버-아들의 전쟁>, <내 마음이 들리니>까지 그 연기의 진폭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제 <김과장>을 통해 그렇게 물오른 남궁민 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방영 전부터 <직장의 신(2013)> 속 미스 김을 떠올리게 했던 작명 김과장으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남궁민의 김과장, 지방 '덕포 흥업'에서 그의 천재적 능력을 '즐기며' 소소하게 장부 조작이나 하며 덴마크 이민의 꿈이나 꾸던 그가 그 꿈을 앞당기기 위해 던진 로또 TQ 그룹 경리 과장, 아니나 다를까 미스 김처럼 '사이다'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의 현실적 속물주의가 어쩐지 끌리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김과장>을 이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해도 그 연기를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다면, 연기가 충분히 빛나기는 힘들 것이다. 물오른 배우 남궁민의 연기를 '절정'으로 만든 건 바로 드라마 <김과장>이다. 

<김과장>에서 배우 남궁민의 절정의 연기력을 이 뛰어놀 수 있는 풀을 만들어 준 것은 다름아닌 OCN장르물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신의 퀴즈네 시즌을 집필했던 박재범 작가이다팬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시즌 4를 끝으로 더 이상 <신의 퀴즈>를 집필하지 않았던 박재범 작가는 이후 KBS2의 <블러드>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고자 했지만 아쉬움에 그쳤다그랬던 박재범 작가가 이전의 그가 했던 장르와 전혀 다른 오피스물’ <김과장>을 통해 와신상담의 역전극을 펼친다.


다양한 층위의 동상이몽  

<김과장>의 매력은 이런 박재범 작가의 절치부심이 돋보이는 겹겹의 층위가 쌓인 구성에 있다앞서 말한 이나 ’, 혹은 도덕과 부도덕의 잣대가 모호한 소박한 속물(?)’ 김과장이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가 이민의 꿈을 펼치기 위해 들어간 TQ그룹이 드라마의 주된 격전장이 된다그리고 격전장이란 말이 가장 적절하게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해 관계를 통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것이 바로 <김과장>이란 드라마가 매 회 휘몰아치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진짜 이유다.

 

지방 소도시에서 장부 조작이나 하던 김과장사실 그가 TQ기업의 경리 과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간 경영을 외치지만실상은 비리의 온상인 TQ그룹의 썩은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현재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현도(박영규 분)는 가족적이며 인간적인 경영을 외치지만 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부실을 키워가는 주범으로 창업주이자 장인의 딸인 아내 장유선(이일화 분)와 경영권을 놓고 이해를 달리한다여느 부부처럼 어디 갔나 왔느냐아들 걱정을 하던 이 부부가 서로 돌아서며 표면하는 그 표정과 뒷조사를 부탁하는 그 이면의 엇갈림이 <김과장>의 동상이몽그 첫 번째 포인트이다.


 

그렇게 경영을 놓고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부부그 중에서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박현도의 수하에는 기존 그의 오른 팔이었던 상무이사 조현영(서정연 분)과 새로이 스카우트 된 서울지법 회계 검사 출신의 재무 이사 서율(준호 분)의 박힌 돌과 굴러온 돌 버전의 동상이몽이 그 두 번 째 포인트가 된다.

 

드라마는 소박한 이민의 꿈을 꾸고 로또라 생각해서 들어갔던 TQ그룹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식 회계의 조작팀의 하수인으로 기용된 김과장의 운명과 그 운명을 틀어쥔 서율그리고 애초에 타이타닉 호에 타지 않은 가장 운좋은 이의 방식을 도모하는 김과장의 해고 작전그리고 그런 그를 의혹과 혼돈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대리 윤하경(남상미 분)의 헤치고 모여’ 식의 이합집산이 <김과장>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자기 앞의 이해관계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이기주의자들이 보여주는 현실감그런 그들이 진짜 사회 구조적 비리와 악에 마주쳤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내어 가고 있는 <김과장>은 재벌가의 분식 회계가 익숙한 세상이 드라마의 공감을 도모해주는 서글픈 현실이 낳은 역설적’ 흥행 코드이다. 직장 생활 좀 해봤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할 다양한 '부정'들, 그리고 사회 전반이 탄식해 마지않는 가진 자의 '부도덕'을 <김과장>은 TQ그룹 내 인물 군상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간다. 특히나 <직장의 신>이래 멈칫했던 오피스 사회물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가 반갑다.   마치 '만인 대 만인'의 전장같은 TQ그룹그룹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미덕'을 찾아가는 김과장 및 동료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건, 마치 복마전 같은 세상에서 ;희망'을 구도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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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3 15:18

도깨비도 가고, 인어도 갔다. 휘몰아쳤던 '환타지' 로맨스의 파도가 한 차례 지나가고, 그리고 그 바톤을 조선판 '개츠비'가 잇겠다 선언한다. 하지만 동시간대 경쟁작 김과장의 바튼 추격(김과장 12.8%, 사임당 13.0% 닐슨 코리아)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아직 본격적으로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은 젊은 시절 이야기였으니, 4회의 약진을 기대해 볼까?




환타지로서의 로맨스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사임당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지만, 극 내용이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신사임당의 '가상' 일기다. 남성중심 사회인 조선에서 여성임에도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 예술가를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뿐이면 섭하다. 빠질 수 없는 사랑, 그를 위해 '이겸'이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한다. 역적으로 몰려죽은 왕족의 손자이자, 훗날 도화서의 수장이 될 이겸은 어린 사임당과 '안견의 금강산도'를 매개로 인연을 맺고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운명으로 인해 '혼인'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평생 사임당 바라기로 살아가는 '조선판 개츠비'이다. 이렇게 <사임당>은 실존 인물 사임당의 주변에 지고지순한 순정남 이겸을 배치하여 '환타지'로서의 구성을 완성한다. 

이처럼 최근 '로맨스' 드라마에서 추세는 '환타지'이다. ost의 한 소절만으로도 대번에 연상되는 붐을 일으킨 tvn의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그러했고, 최근 종영한 sbs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 그랬다. '미니 시리즈'에서 화제가 된 로맨스 드라마치고 '환타지'요소를 피해간 드라마가 없다. 혹자는 <태양의 후예>를 들지도 모른다. 

16회 시청률 38.8%의 2016년 최대의 히트작 <태양의 후예>는 전장터를 배경으로 파견 군인과 의료 봉사단 의사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을 다루었다. 하지만 극 초반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이국의 전장터에서 격투씬까지 벌이며 작전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대한민국 군인이야말로 '솔직히' '전작권'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캐리터보다 '환타지'적이 아니었을까. <태양의 후예>는 헬기를 타고 신출귀몰은 물론, 총을 맞고 절명하는가 싶더니, 바로 다음 날 작전에서 펄펄 나는 유시진을 통해 이 인물이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히어로못지 않은 캐릭터임을 시인한다. 왜 굳이 대한민국을 놔두고 우르크라는 이방의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을까. 심지어 극중 배경은 중앙 아시아의 난민이 발생하는 국가라고 설정했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비경으로 소문난 그리스이듯이, 배경부터 시작하여 캐릭터의 활약상까지,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입은 로맨스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드라마라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김은숙 표 드라마 = 환타지 로맨스의 역사 
물론 일찌기 우리의 '로맨스'는 환타지였다. 가난한 여성과 사실은 평생 가야 그녀가 마주칠 일조차 희귀한 재벌가의 자제가 '사랑'을 나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꿈'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이 시대를 타고 '현실적'인 양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개연성'이었다. 앞서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로 '갓은숙'으로 칭송받기에 이른 김은숙 표 로맨스를 되돌아 보면 바로 '환타지'로서의 로맨스의 역사를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려 50%가 넘는 시청률(57.6% 20회)을 기록한 여전한 김은숙 표 드라마의 아성 <파리의 연인>을 비롯하여, 2012년 <시크릿 가든>에서 2013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까지, 특히나 김은숙 드라마 중 신드롬 급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것은 '재벌' 혹은 '재벌'가의 자제들이었다. 여전히 인기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속 주된 캐릳터들만 봐도, 재벌가는 여전한 '사랑'의 근거지가 된다. 

이렇게 로맨스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 되었던 '재벌', 그들의 빈번한 드라마 출정은 배금주의적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백'도 잦으면 싫증이 나는 법,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 미니 시리즈까지 남자 주인공을 독점하는 '재벌'가 남자들에 대한 '진부함'이 쌓일 수 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자본의 독점과 과점이 전사회적으로 체제화 되어가는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은 부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고착화된 계급사회화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는 그 경제적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반응 또한 도출한다. 

그래서 재벌은 여전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사랑'이 주요한 배경이자, 주인공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장르물을 비롯한 각종 드라마에서 '주된 악'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피고인>을 비롯하여 도덕적 의식이 부재한 사이코패스 악인은 대부분, 그 존재가 '재벌'인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부'의 쓰임새가 사이코패스적 체감을 가져올 만큼 부도덕하다는 광범위한 대중적 인식에 기인한다. 



로맨스물의 궤도 수정= 업그레이드 재벌
그러니 발빠른 트렌디 로맨스 물의 궤도가 수정될 밖에. 주말 드라마나 주부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를 썼던 박지은 작가는 영생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을 주인공을 등장시켜 2014년의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재벌'을 넘어선 존재로 외계인이 등장한 것이다. 도깨비 못지 않게 오랜 시간을 인간 세상에 산 도민준은 그의 외계적 능력을 이용하여 재벌못지 않은 부를 지녔으며, 위기의 천송이(전지현 분)를 구해낼 기상천외한 능력을 지닌다. 이제와 비교해 보면 도깨비 김(공유 분)와 외계인 도민준은 도깨비와 외계인이라는 이질적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 신묘한 능력으로 부를 축적하여 재벌에 버금가는 부와 재벌같은 인간 따위가 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에서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능력에서 상당히 유사한 버전이다. 마치 재벌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만약에 영생을 사는 외계인과 도깨비가 가난한 백수라던가, 취준생이었다 해도 지금과 같이 그들의 슬픈 운명으로 인한 여운에 시달렸을까?

재벌못지 않은 캐릭터가 또 있다. 역시나 김수현이 분한 <해를 품은 달>의 왕 이훤과 역시나 왕못지 않은 세자인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 분)이다. 이들은 권문 세족의 핍박을 받는 불우한 왕족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불운을 넘어 사랑을 지켜 낼 '왕족'의 권위가 있다. 현대의 어느 재벌인 들 신분제 국가의 왕을 넘볼 수 있겠는가. 

2012년 <해를 품은 달>부터 2017년을 신드롬으로 연 <도깨비>까지 화제가 되었고,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로맨스 드라마들의 주인공은 '재벌' 대신, 마치 재벌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돈은 물론 권력을 가졌거나, 권력은 저리 가라할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렇게 드라마 속 신묘한 남자 주인공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시기는 안타깝게도 현실의 신분 상승은 점점 암담해지고 신 신분제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되어 가는 시기이다. 재벌은 로망 대신 사이코패스적 부도덕의 상징이 되어가는 '암울한 현실'인식이 퍼져나가는 시기였다. 이런 시기의 극강의 환타지는 위로하고 마취하며 고단한 현실을 버텨내는 지렛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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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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