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화성일까? 3월 25일 시작한 OCN의 범죄 수사 드라마 <터널>을 보면 이 질문은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일찌기 연극 <날 보러와요>의 영화 버전 <살인의 추억> 이래, tvN의 <갑동이> <시그널>까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엔 <시그널>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이재한 형사의 잔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형사라니! 

결국 <터널>의 첫 번째 과제는 과연 이 드라마가 같은 소재를 다루되, 어떻게 다른 지점을 보고 있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회, <터널>은 분명 같은 '화성 연쇄 살인'이지만, 조금은 다른 '포커스'의 이야기임을 '차별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터널

터널ⓒ OCN


<터널>의 첫 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뜬금없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영국 드라마(영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1960년대 영국과 1980년대 한국

영국 itv가 방영한 <endeaver(인데버)>. 2013년에 시작된 이 드라마는 <셜록>처럼 4회차의 미니 시리즈이다. 첫 회 방영 이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제 시즌 4를 무사히 방영하고, 시즌 5를 준비 중이다. 이 드라마는 1965년 옥스포드를 배경으로 옥스포드를 중퇴한 형사 모스가 주인공으로 끌어가는 수사 드라마이다.

왜 1965년이었을까? 드라마 속 경찰서는 <터널> 속 1980년대의 경찰서와 판박이다. 사건이 나면 동네 양아치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라는 명목으로 잡아다 다짜고짜 네가 범인이지? 그날 밤 뭐 했어? 라는 식의, 이미 영화<살인의 추억>에서 부터 클리셰가 되었던 그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수사를 한다. 

그러던 그 옥스포드에 <터널>처럼 10대 소녀를 비롯한 여성들의 살해가 연거푸 등장하기 시작한다. 같은 수법, 같은 방식. 경찰은 예의 방식으로 수사를 반복하지만, 도대체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다. <터널>의 형사들이 눈을 씻고 봐도 사건의 단서하나 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 1960년대의 영국과 1980년대의 한국은 아직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이라는 '신종 범죄'가 등장하지 않은, 그래서 그런 범죄자에 대한 미개척지이자 그런 수사를 할 준비도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데버

인데버ⓒ itv


바로 그때 <인데버>에서는 아직 정식 경장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한 젊은 모스가 툭 튀어나온다. 한때 옥스포드를 다녔던, 늘 오페라 음악을 듣고, 취미가 신문의 십자말 풀이인 이 형사는 우락부락한 덩치로 곤봉이나 총을 내세워 범죄자를 제압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당시의 그들과 다르게 '머리'를 써서, '추리'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범죄의 도래를 예측한다.

그렇게 영드 <인데버>는 산업의 발전,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새로이 등장하는 지능 범죄, 성범죄,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 살인 등 신종 범죄를 그 소재로 하여, 새로운 수사의 지평을 연다.

3월 25일 첫 선을 보인 <터널> 역시 지금까지 화성 연쇄 살인을 다루었던 드라마들과 같은 소재를 다루었지만, <인데버>처럼 그 전과는 달랐던 새로운 범죄 양상에 속수무책인 당시의 경찰의 혼돈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이 드라마의 영역을 드러낸다.

형사 박광호의 30년 타임 슬립

강력반 10년 고참의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는 '누군가 봤고, 누군가 들었고, 누군가 알고있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사건이 나면 '저인망' 식으로 주변을 샅샅이 훑어 결국은 용의자를 찾아내는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경찰이다. 그런데 그의 관내에서 되풀이 되는 여성들의 살인 사건에는 베테랑인 그는 물론 동료 형사들 모두 속수무책이다.

그도, 그의 동료들도 늘 그래왔듯이 피해자 주변 그 누군가일 것이라고 탐문에 탐문을 거듭하지만, 도무지 실오라기 하나 건져지는 것이 없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사건. 2017년을 사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연쇄살인이지만, <터널> 속 1986년을 사는 형사들은 그것을 알리가 없다. 

 터널

터널ⓒ OCN


그 시절 범죄는 피해자와의 어떤 원한이나 피해에 의해서만 일어나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함께 고도화되어 가는 사회는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죽이는 살인마를 잉태하고 탄생시켰다. 바로 이 지점을 첫 회 <터널>은 충실히 보여준다. 부당한 권력이, 부도덕한 사회가 배태한 연쇄살인이라는 <시그널>과, 잡히지 않는 연쇄 살인마와 경찰의 대결이라는 <갑동이>와는 같은 듯 다르게 <터널>이 터트린 프롤로그다.

그리고 그 프롤로그는 역시나 역부족인 형사 박광호가 범인을 따라 훌쩍 30년의 시간을 건너뛰며, 이제는 연쇄 살인이 관례화되고, 그와 함께 그에 대한 범죄 수사 방식도 일취월장한 2017년의 시대와 호흡할 '여지'를 만든다. 그렇게 <터널>은 첫 회를 통해, 박광호 형사의 시간을 건너뛴 수사의 개연성을 닦으며, 1980년대 형사의 21세기적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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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28 21:18

격세지감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51.6%로 대통령이 된 순간이래, 장미 대선이라는 조기 대선이 이루어지는 날이 돌아오기 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람들은 절망했고, 그 절망에 찬물이라도 끼얹는듯 정권은 사람들을 목조르고 세상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져만 갔다. '희망'이란 말이 무색하던 시절, 하지만 그 완고하던 권력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통해 누수가 되며, 광장의 촛불이 켜졌다. 모두들 숨죽이고 포기하고 살았던 것만 같던 시절, 그 촛불의 저력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되돌아보니, 사람들은 일찌기 '불가능'의 시대에 그 불가능을 돌파할 '희망'을 꿈꾸었던듯 하다. 2016년 <시그널>에서 <태양의 후예>, 다시 2017년으로 이어진 <낭만 닥터>, <피고인>, <김과장>까지 높은 시청률과 함께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 중 다수가 그 불가능를 피어올린 주인공들이었다. 이들 드라마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이란 쌍글이에 성공했던 것이다. 




시작은 <시그널>이었다. 
그 이전 영화 <살인의 추억>, 그리고 드라마 <갑동이>와 동일하게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시그널>, 하지만 드라마가 촛점을 맞춘 것은 바로 그 불가능했던 과거의 사건을 풀어내고자 하는 '과거'와 '현재'의 인간들이었다. 1989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 당시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그 시절 목격자이자 희생자였던 소년에서 이제 경찰대 출신의 프로파일러가 된 박해영(이제훈 분),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을 집요한 사건 추적이라는 목적의식으로 승화시킨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이 그 주인공들이다. 

결국 이재한의 '실종'으로 마무리되어버린 1989년과 달라지지 않은, 아니 그 시절 사건의 결탁자들이 그것을 빌미로 권력을 공고화시킨 현재는 우리 현대사의 '권력'의 태생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대를 상징한 채 씁쓸한 패배로 남았던 화성 연쇄 살인을 과거와 현재 인물들의 '의지'를 통해 '환타지'적으로 해결해 낸다. 그리고 그 사건의 해결은 몇 십년을 통해 공고해진 현대사의 적폐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이었다. 



그 '의지'를 이어받은 건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는 20일 방통위 방송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한국 피디대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2016년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로맨스 드라마의 대가인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가 함께 한 이 드라마는 '군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인기가 없다는 전례를 불식시키며 38.8%의 압도적 시청률로 작품성과 인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전대통령조차 애청자였다는 아이러니한 인기를 구가했던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끈 가장 큰 요인은 흔히 '정권'의 수호자였던 '군인'이 '여자와 어린이'라는 대사로 상징되듯, '국민 일반'을 위한 보편적 정의의 수호자로 거듭났다는 점에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탈피하여 이국의 전장터를 배경으로 삼은 '환타지적' 배경과, 총을 맞고도 다음 장면에서 바로 '불사'의 존재로 적과 대치하는 주인공의 '슈퍼맨'을 능가하는 능력치는 '로맨틱 드라마'의 가장 유효한 장치로 작동했지만, 그런 '로맨스'의 줄기를 타고 곳곳에서 두 주인공을 통해 드러나는 정의와 휴머니즘을 고뇌하는 청춘의 모습은 정의로운 시대를 갈구하는 대중들의 염원을 드러내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전장의 정의는 이어서 <낭만 닥터> 속 의료 현실의 정의로 새롭게 구현된다. 
도라지 위스키가 나오는 옛날 다방에나 어울릴법한 한물 간 '낭만'이라는 단어가 경쟁과 성공시대에  '인간다움'이란 의미로 재해석되며 27.6%의 화려한 성적으로 2017년을 열었다. 

한때 거대 병원에서 가장 잘 나가던 의사, 외과계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신의 손 부용주(한석규 분), 그렇게 잘 나가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빌어 대리수술을 자행했던, 하지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그에에 덮어씌운 병원 측의 모함을 뒤로 한 채 사라졌다. 그런 그가 나타난 곳은 강원도 인근의 돌담 병원. 카지노로 주변의 교차하는 고속도로로 응급 환자가 범람하는 곳, 하지만 '영리'라는 조건에서 보면 한없이 방치된 이곳에, 그는 '김사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답게 저 마다의 상처를 지닌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인간적인 의술'을 구현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필요한 의술 대신, 돈이 되는 기계와 그럴 듯한 외관으로 환자를 유혹하는 시대, 낭만적인(?) 낡은 병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곳에서 김사부와 때론 그를 의심하면서도, 그럼에도 그가 보이는 기적같은 의술을 따라 어느 틈에 자신도 '낭만적'이 되어가는 젊은 의사들은 의술이 곧 돈이고 사업인 시대에 '인간적인 의술', 그를 위한 돌담 프로젝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 오로지 그들의 '선의'로. 



다음엔 법이다. <피고인> 
3월 21일 역시나 28.3%로 박수를 받으며 떠난 <피고인>의 시작은 뜻밖에도 기억조차 잃은 채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 검사 박정우(지성 분)였다. 재벌 앞에 당당했던 검사, 재벌가의 아들 차민호(엄기준 분)이 저지른 패륜적 범죄를 눈감아주지 않은 채 집요하게 그의 뒤를 쫓던 박정우에게 돌아온 것은 아내와 딸의 살인범이라는 무자비한 함정, 심지어 그는 그 충격으로 기억까지 잃었다. 

하지만 감옥도 박정우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라 빗대어진 드라마는 이제 종영과 함께 미드를 지우며, 박정우를 기억에 남긴다. 검사로서의 출중했던 그의 능력은 기억을 잃은 그 상황 속에서도 차민호가 끊임없이 그를 향해 펼쳐대는 암울한 상황을 뚫고 재심 포기와 사형수라는 족쇄를 뚫고 탈옥과 검사로의 복귀라는 희대의 역전극을 펼친다. 드라마는 늘 박정우라는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그를 '고난'에 빠뜨렸지만, 그는 그 어떤 순간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의에 대한 의지로 그 모든 미션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며 결국 재벌가의 망나니 연쇄 살인범 차민호를 법정에 세운다. <피고인>의 미덕은 재벌과 손잡은 검찰, 그리고 그 하수인이 된 교도 행정의 부도덕한 권력의 고리 아래에서,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결국 '법'의 심판이란 기본적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원칙'의 문제를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심판 과정과 맞물리며 의의가 배가된다. 



<김과장>의 사이다도 빠질 수 없다. 
아직 2회가 남은 <김과장>은 앞선 드라마들에 비하면 18회 17.0%로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취이다. 하지만 매회 김과장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어준 속시원한 사이다 한 잔으로 차자면 그 어떤 인기 드라마 못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착해서 당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반면교사 삼아 '삥땅'이 능력이 된 김성룡(남궁민 분), 그런 그가 우연히 빙판에서 구해준 인연으로 자꾸만 '착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전임자 부인을 도와주고, 더러워서 나가려다 택배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고, 구조 조정에 앞서며, '비리'의 귀재, 그가 '정의로운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그만이 아니다. 그가 몸담게 된 경리부 늘 회사의 궃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사무실에서 음식 냄새 피운다고 구박덩이였던 바람부는대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편한 삶의 방식이라 여겼던 '복지부동'이 삶의 모토였던 사람들이 김과장과 함께 '복마전' 재벌 TQ의 대항마가 되어간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가진 자,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질서 아래에서 나 하나 어찌 목숨을 보전하고, 내 가족을 먹여살리면 된다 생각했던 '보통 사람들'이 각자의 '도생'을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하니, 불가능하리라 보였던 '불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드라마 <김과장>은 가장 통쾌하게 그려낸다. 마치 하나 둘씩 피워내기 시작한 촛불이 광장을 덮고, 절대 권력을 이제 법 앞에 세우기에 이르른 것처럼. 

이렇게 <시그널>에서부터, <태양의 후예>, <낭만 닥터>, <피고인>, <김과장>까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시청자들이 열렬히 환호했던 드라마들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시청자라 이름지워진 이 시대의 대중들이 갈구했던 것, 기원했던 것들이 드라마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들이 형사이건, 군인이건, 의사이건, 검사이건, 일개 회사원이건, 시청자들은 그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불의에 '복지부동'하는 대신, 싸워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영원할 것같은 재벌과 정치 권력과, 검찰 등 이 시대의 권력들의 '적폐'를 무너뜨려주기를 원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화려한 시청률은 이 시대의 '건강한 시민의식'의 또 다른 발현이요, 갈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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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24 17:44

공교롭게도  mbc 수목 드라마 <미씽 나인>의 후속 작품은 kbs2의 <김과장>과 동일한 배경인 '오피스물' <자체 발광 오피스> 이다. 하지만 동일한 소재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미 김과장이 17.1%(닐슨 코리아 전국)의 압도적인 1위를 선점하는 가운데, 후속 작품인 <자체 발광 오피스>는 3.9%로 고전하는 중이다. 수목 드라마 따논 1위와 꼴찌, 하지만 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두 드라마 들여다 보면 오피스물이라는 공통적 소재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수목 1위로 매회 속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쭈욱 들이키게 <김과장>은 극의 구성이 2013년 <직장의 신>과 흡사하다.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 분)의 기상천외한 행보로 전형적인 '갑을' 관계였던 직장 내의 관계가 속시원하게 역전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직장 내의 가장 존재감이 없는 '비정규직'이 가장 '능력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상황은 당시 '갑을' 관계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대던 우리 사회의 문제 의식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한 비선 실세의 권력 농단 못지 않게 승계를 위해 동조한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가 공분을 사는 이 시점, 복마전인 대기업에 들어간 똘끼 충만한 '김과장'의 '사이다'식 해프닝이 역시나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변방에서 온 흑기사들 
그런데 일찍이 <직장의 신>에서 부터 <자체 발광 오피스>까지 주인공들을 보면 오피스 물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왜 무슨 이유로 그런지 알 수 없는 부장보다 이사보다 더 능력자인 미스 김, 하지만 그녀의 직책은 단기 계약의 비정규직이다. 이렇게 오피스물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은 '오피스'의 변방으로부터 등장하다.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은 능력자 미스 김 못지않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성과 깡, 비상한 두뇌, 돈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을 지녔지만 지방에서 조폭들 자금 세탁이나 해주던 처지, 그러던 그가 자신의 꿈이었던 덴마크 이민을 위해 뜻하지 않게 도달하게 된 곳이 바로 '비리'의 온상 TQ그룹이다. 그가 들어간 곳은 '비리' 혐의로 죽은 전임 과장의 후임, 회사에서 가장 대우받지 못한 채 혹사당하며 위에서 시키는 일만 식사하러 갈 사이도 없이 죽도록 하는 회계과다. 

이처럼 <직장의 신>이나, <김과장> 모두, 주인공들은 '능력자'이지만 그 능력에 대한 제대로된 과정으로 '오피스'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그런가 하면 <자체 발광 오피스>는 이 시대의 '을'인 청춘 세 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 다니면서 스펙 대신 알바를 하며 겨우 학점만을 따야했던 여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은 무려 100번의 입사 원서를 내지만 번번히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를 한다. '스펙'이 만땅인 장강호(이호원 분)는 너무도 모범 답안인 그의 스펙과 더더욱 모범 답안인 그의 면접 답안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극적 태도'로 말미암아 역시나 번번히 미역국을 먹는 처지다. 서른 두 살이 먹도록 변변한 스펙하나 없이 시험 준비만 하다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만 도기택(이동휘 분)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블랙코미디 현실의 환타지로서의 오피스물
이렇게 현재 대한민국 88만원 세대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지닌 세 명의 인물이 바로 <자체 발광 오피스>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인연으로 맺어지며 급기야 서현(김동욱 분)의 배려로 하우라인 3개월 계약직에 위촉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간 곳은 하우라인 영업부와 판촉부, 거기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비리'와 갑을 관계, 남녀간의 불균형적 처지 등이 고스란히 집합된 전형적인 직장 부서이다. 

이렇게 이들 '오피스' 물의 배경이 되는 직장은 곧 현실, 바로 우리 사회로 등치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주인공은 정통이 아닌 존재로 등장하며, 그곳에서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회사'의 일에 얽매이며,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의 주도적 존재가 되어간다. '덴마크'로 이민 가기 위한 한 탕 장소로 들어간 회사에서 그의 전직과는 전혀 다른 '의로운' 인물이 되어가는 김과장이나, 사실은 그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기회를 잡은 3개월 계약직 <자체 발광 오피스>의 은호원, 장강호, 이동휘 세 사람 역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태도의 삶을 살아간다. 2회 회사의 고질적인 진상 고객을 자신의 처지로 설득해 내는 은호원을 통해, 이들의 존재가 <김과장> 처럼 역설적으로 '힘'이 될 것임을 드라마는 예고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옭죄인 가족, 사회적 관계의 틀에서 옴싹달싹 못하지만, '이민'이라던가, '죽음'이라는 삶의 이탈적 요소를 지닌 주인공들은 그래서 용감하고, 그 용감함이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끌며 평범한 주변 인물을 독려함은 물론, 역시나 일상의 삶에 지쳐가는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삶의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코믹'한 요소들은 사실 '사이다'같은 시국과 맞물려 박수를 받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노오력'을 해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 기회, 고착된 갑을 관계 속에서 나 하나의 도태 아니고서는 쉬이 변화를 바래보기 힘든 '블랙 코미디'인 현실의 '환타지'이다. 

2013년 <직장의 신>으로 '갑을 관계'라는 것이 전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로 부터 몇 년이 지난 현재 그 '갑을 관계'는 잠깐의 환기 이후 더 고착되었다.  과연 <김과장>이 매회 권하는 이 '사이다'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88만원 '노오력' 세대의 고군분투는? 아직은 사이다의 강렬한 시원함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 의미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과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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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17 16:24

반사회적 인격 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즉 사이코패스라는 정신 의학적 용어가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보편적 일상 용어가 되었다. 허긴 아이들이 물에 잠기고 있는 그 순간 머리 롤을 말고 있는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전횡을 부렸던 모녀의 행태를 보면, '사이코패스'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tv 드라마들은 극의 가장 결정적 역할을 '사이코패스'인 악인에게 맡겨 드라마를 굴러 가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피고인>의 차민호(엄기준 분)으로 한 주를 열고, 종영한 <미씽 나인>의 최태호(최태준 분)가 그 바톤을 받고, 그 뒤를 새로이 시작한 <힘쎈 여자> 도봉순의 미지의 마스크 쓴 연쇄 납치 살인마와 <보이스>의 모태구(김재욱 분)가 어깨를 겨룬다. <미씽 나인>이 종영해서 섭섭하다고? 걱정마시라. 아마도 분명 그를 능가할 또 다른 사이코패스가 등장할 것이고. 여전히 '사이코패스'와 함께 하는 일주일을 완성해 줄 것이다. 




측은과 미친 놈을 오가는 차민호 
적을 잡기 위해 스스로 감옥 행을 택하는 살인마라니! 검사 박정우(지성 분)와 차민호의 숨막히는 대결은 <피고인>의 주요한 동력이다. 형을 죽이고 스스로 형 차선호인 척 하는 차민호에게 박정우는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그런 박정우를 차민호는 그의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아 '사형수'로 만들어 버리며 승기를 쥔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재심을 포기한 박정우를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겠다면 형의 아내가 벌인 교통 사고의 죄를 핑계로 감옥 행을 택한 차민호의 기상천외한 선택은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며 <피고인>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박정우의 아내를 죽이고 딸을 뒤쫓는 파렴치한 차민호지만, 늘 형의 우월한 존재에 밀려 사랑하는 이까지 빼앗기고 결핍된 애정에 목말라하는 차민호는 뜻밖에도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딸을 다시 빼앗긴 박정우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의 친자식을 이용하고 그 수에 무방비하게 당하는 그는, 묘하게 '인간적'인 사이코패스이다. 



태호가 또!!
중국 순회 공연을 떠난 연예 기획사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시작된 <미씽 나인>은 일찌기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이래 또 하나의 신선한 괴작의 탄생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무인도에 갇힌 생존자들 사이에서 발군의 생존력를 보인 '최태호'로 인해 또 한 편의 <왔다 최태호>가 되고 말았다. 

부상당한 기장에 이어 동료 열, 윤소희, 서지아, 김기자, 선원 등 그의 살인 행각은 거침이 없다. 하지만 이런 무인도 행 이전에 그는 서준오의 잘못으로 알려진 재현의 죽음도 사실은 그의 책임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살인으로 덮으려는 최태호, 그의 능력치는 '살인 병기'에 그치지 않고, 절벽에서 떨어져도, 돌에 맞아도, 칼을 맞아도, 심지어 홀로 무인도에 남겨져 있어도 'I'll be back'한다. <미씽 나인> 속 그는 막장 드라마 <왔단 장보리>처럼 모든 사건의 원인이자, 동력으로 작동한다. 심지어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마지막 회 그의 참회까지. 드라마는 <불사의 최태호전>이 되고만다. 

본투비 사이코패스 
하지만 박정우의 머리 위에서 노는 듯한 차민호도, 죽인 사람의 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죽이고 보는 최태호도 어쩐지 <보이스>의 모태구 앞에서는 '쫄'리는 듯 하다. 아마도 그건 박정우나, 최태호에게는 일말의 '인간적' 지점에 보이는 반면, 모태구는 일찌기 어린 시절 자신을 보고 짖었다는 이유만으로 키우던 개를 마구 때려죽이던 어린 시절 이래, '살인' 충동을 위해 '인력'까지 조달하고, 조력자를 두었던 '본투비 살인마'라는 설정 때문이다. 

피해자의 피에 목욕을 하고, 피해자를 죽이는 과정을 즐기며, 자신의 목적에 따라 시신을 훼손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을 정신적으로 '유린'하는 그의 행태는 앞서 두 사람의 사이코패스와 궤를 달리 한다. 아마도 이들 사이코패스의 '레벌'을 서로 견준다면, <보이스>의 모태구가 가장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예단은 금물이다. 새로이 등장한 <힘쎈 여자 도봉순>의 마스크 납치범도 만만치 않다. '파놉티콘' 형태의 사설 감옥을 만들어 놓고, 마치 푸른 수염처럼 '신부'들을 납치해 감금하는 그의 행태는 또 다른 새로운 사이코패스의 탄생을 알린다. 





이렇게 월화수목금토일, 우리의 드라마 속에서 우리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는 사이코패스들. 하지만 이젠 그들이 정치 세상 속의 사이코패스들처럼 이젠 낯설지 않게 당연한 '악의 주구'로 다가온다. 덕분에 드라마들은 '쉽게' 그들의 악행에 기대어(미씽 나인) 드라마를 꾸려가고, 새로운 드라마들은 보다 더 잔인하게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이코패스를 등장시키기 위해 고민하다 도를 넘기도 한다.(보이스) 또한 이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한결같이 '권력'의 비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비록 형을 죽였지만 형인 척 차명 그룹의 그늘 아래 숨은 차민호, 아들이 잔인한 살인마인 줄 알면서도 자신이 있는 한 아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없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태구의 아버지이자 성운 통운 회장은 바로 우리 사회 '사이코패스'들의 온상이 '돈'과 '권력'임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된 그 사람과 그의 소울메이트의 온상이 청와대였던 것처럼. 

물론 조금 더 색다른 사이코패스, 조금 더 잔인한 사이코패스를 들고 나오며 사이코패스의 진기명기를 벌이는 드라마들, <미씽 나인>은 스스로 자충수를 두고 말았지만, 결국 더하냐, 덜하냐의 차이일 뿐, '악인'에 기대어 드라마를 이끌어 나간다는 지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우병우나 김기춘 등의 모습에서 제기되고 있듯 '특별한' 사이코패스 보다 어쩌면  '악의 평범성'(한나 아렌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배태하는데 문제가 된다는 반성이 잇따르고 있는 시점에서, 드라마들도 조금 더 '평범한', 하지만 '구조적인' 악의 문제에 천착해야 하지 않을까란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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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10 15:56

11시대로 시간대를 옮긴 탓일까? 아니면 역시 박보영일까? '커밍순'까지 방영하며 홍보를 했던 ,힘쎈 여자 도봉순>이 방송 2회만에 시청률 5%를 넘었다.(닐슨 유료 가구 기준 5.798%) 박보영의 전작을 함께 했던 유제원 피디의 <내일 그대와>가 매주 시청률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나 '박보영'이라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8시 반의 시간대를 포기한 것일까란 설레발이 나올 정도다. 




도봉순과 나봉선의 박보영 표 연기 
박보영은 <힘쎈 여자 도봉순> 여자 주인공 도봉순을 연기한다. 행주대첩 당시 행주 치마에 돌멩이 대신 바윗돌로 적을 내려쳤다는, 모계로 이어내려진 괴력의 소유자다. 이 '걸크러쉬'한 능력의 슈퍼 히어로지만, '괴력 오용'의 경우 '괴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징크스로 인해 늘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하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현실의 도봉순은 그저 고졸 출신에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으면서도 게임 기획자라는 포부를 지닌 '아프니까 청춘'일 뿐이다. 하지만 늘 그녀 주변에서 벌어진 뜻하지 않는 해프닝들이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괴력을 숨길 수 없게 만드는데, 드라마는 바로 그 '괴력'의 남발로 인해 얽혀진 '아인 소프트'ceo 안민혁을 비롯한 갖가지 사건으로 엮어져 간다. 

이렇게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박보영이 맞은 역할은 현실에서는 영락없는 88만원 세대의 청춘이지만, 알고보면 '현실을 뛰어넘는' 히어로급의 존재이다. 그런데 이 캐릭터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이 설명은 박보영의 전작 <오 나의 귀신님(2015)>의 캐릭터에 입혀보면 어떨까? 고시원을 전전하며 28살의 나이에 주방 보조를 하게 되는 나봉선과 상당히 흡사하지 않은가? 나봉선 역시 '귀신들이 자꾸 말을 거는'  남다른 능력을 가졌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귀신을 보던' 나봉선은 이제 '귀신 대신 괴력'이란 특이한 캐릭터 도봉순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봉선이든, 도봉순이든 현실에서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치이고, 사회적으로 자기 역할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점에서 또한 공통적이다. 

뿐만 아니라 <힘쎈 여자 도봉순>과 <오 나의 귀신님> 역시 기본적으로 '로코'에 '빙의물'과 '범죄물'이 결합된 복합 장르다. 그래서 주인공인 박보영은 '빙의'되어 누군가의 사연을 해결해주며 그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셰프 강선우와 사랑을 엮어 나갔다. 마찬가지로 <힘쎈 여자 도봉순>의 도봉순 역시 그 '괴력'을 빌미로 아인 소프트 ceo 안민혁(박형식 분)의 보디가드가 되는가 하면, 어릴적 친구이자 짝사랑인 형사 인국두(지수 분)와는 사건을 매개로 얽히게 된다. 이렇게 드라마는 기본적 구성에 있어서는 '연애물'이지만, 그 전개 방식은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한다. 실제 1회 각 캐릭터를 소개에 치중했던 드라마는 2회에 들어서며 연쇄 살인범을 전면에 등장시키며 극의 긴장감을 높여간다. <오 나의 귀신님>이 서브남 캐릭터 대신 빙의된 최성재(임주환 분)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비슷한 구성이다. 



박보영의 영리한 전략 
실제 <힘쎈 여자 도봉순>이나,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이 연기하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고통받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녀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보영이라는 이름을 아로새기는 그 시점부터 어쩌면 박보영은 늘 그랬던 것처럼. 안타깝게도 박보영이 스스로 연기 변신으로 시도했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와 같은 작품은 외면받았다. 그렇다고 박보영 만의 아우라가 늘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속 스캔들(2008)>로 이름을 알리고, <늑대 소년(2012)>으로 흥행의 정점을 찍었지만, <피끓는 청춘(2013)>,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2015)>로 박보영의 캐릭터는 '소진'되어 가는 듯 보였다. 

그랬던 박보영이 뒤늦게 tvn의 <오나의 귀신님>으로 돌아와 박보영만의 사랑스러움을 한껏 만개한다. 물론 사랑스러움못지 않게 김슬기인지 박보영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천연덕스러운 현실 연기 또한 맛깔나게 살려냈다. 그리고 빙의된 천연덕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을 천하장사 괴력을 가진 아르바이트생 도봉순을 통해 재연된다. 캐릭터는 흡사하되, '귀신'과 '괴력'이라는 조건을 달리하며, 박보영 표 '로코'의 지루함을 피해가는 영리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2회의 시청률에서 보여지듯 박보영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 내고 있다. 이 전략이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도 먹힌다면, 어쩌면 박보영 역시 공효진처럼, 자신만의 로코 연기로 명불허전의 역사를 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의 '쿵'한 사랑스러움을 조정석의 원맨쇼급 셰프 연기와 김슬기의 천연덕스러움이 뒷받침한 반면에, 이제 2회를 마친 <힘쎈 여자 도봉순>이 박형식과 지수의 풋풋함과 멋짐 이상 박보영의 연기를 '에스컬레이션' 해준 상대방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보여진다. 그 덕분일까? 이미 2회지만, 박보영 표 연기가 드라마 속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덕분에 박보영은 빛나지만, 그 빛의 지속성이 걱정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1회에서 '걸크러쉬'했던 도봉순이, 2회에서 짝사랑 연인을 돕다 피해자를 놓치듯 '민폐적' 소인을 드러내는 것 역시 <힘쎈 여자 도봉순>의 과제가 될 듯하다. 

물론 이런 우려조차도 <욱씨 남정기(2016)>를 통해 신선한 '걸크러쉬' 캐릭을 창조해냈던 이형민 피디가 있는 한 접어두어야 할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선한 여성 캐릭터의 <욱씨 남정기>든, 혹은 신선한 소재의 로코 <오나의 귀신님>이었든 결국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밀고 나간 것은 신선하지만, 탄탄한 이야기였다. 부디 <힘쎈 여자 도봉순> 역시 이들 작품처럼 박보영 표 연기의 성공작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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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26 15:32

'감옥'은 폐쇄적 공간이다. 그러기에 그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낸 일찌기 스티브 맥퀸의 <대탈주(1963)>에서부터, <쇼생크 탈출(1994)>까지 탈출의 감동을 다룬 영화들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감옥'을 배경으로 시즌 5까지 이어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도 있으니까. 그러기에 상고를 포기하고 '탈출'을 기획하기 시작한 박정우(지성 분)의 결심으로 이제 <피고인>은 본격적으로 '프리즌'을 '브레이크'하고, 바깥 세상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벌여나가나 했다. 그런데 웬걸, 16부작의 딱 반을 넘긴 8회, 바깥 세상에서 박정우를 옭죄이던 차민호(엄기준 분)가 그의 두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아버지의 순애보 
여전히 박정우의 '수난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살인 혐의는 재심 공판에서 친구 강준혁(오창석 분)이 튼 '자백' 동영상으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결국 '상고'마저 포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사형수 낙인과도 같은 붉은 3866번호가 박힌 푸른 죄수복을 받은 처지의 박정우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그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덜어졌다. 

무엇보다 기억도 잃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박정우가,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며 비록 이젠 재심마저 포기한 사형수의 처지지만, 그러기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형이 왜 죽어요'라는 의문의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 성규(김민석 분), 다시 찾아온 그를 보고 박정우는 자신의 딸 하연이가 생존해 있으며 그가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자백 동영상과 관련된 기억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비록 아내는 죽었지만 딸 하연을 살리기 위해 피치못하게 자백을 해야만 했던 사실을 이젠 박정우가 깨닫게 되며, 그는 여전히 감옥에 갇힌 처지이지만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탈옥'마저 감행하려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시청자'들을 흡인한다. 즉 박정우의 상고 포기는 그를 지켜보는 '적'들에게 '포기'라는 항복 선언을 통해 그에 대한 안심을 주려는 '페이크'인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자 하는 일타이피의 '작전'이다. 비록 아내는 지키지 못했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곡진한 아버지의 순애보다. 


살인자의 일타이피 순애보 
그렇게 이제 '박정우'버전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작되나 했는데 박재범 작가는 보기좋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며 8회를 마무리한다. 그간 노심초사하며 죽은 형 코스프레를 하며 차명그룹 장남 행세를 하던 차민호. 하지만 그가 전혀 몰랐던 형의 여자 제니퍼 리(오연아 분)가 등장하자, 결국 예의 '사이코패스'적 행태를 되풀이하고야 만다.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도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던 형의 애인을 흔한 '매수' 대신, 영원히 입을 다물게 만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 그가 걱정한 것은 '자신의 살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살인 과정이 중계된 핸드폰을 듣고 있던 형의 아내이자 자신의 첫사랑 나연희(엄현경 분)였다. 

살인자의 순애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충격으로 술에 취해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에게 친 아내를 대신하여 자신이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물론 운전대를 잡고, 경찰서 취조실에 들어설 때까지 차민호가 감옥으로 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수사를 강준혁이 맡은 것처럼 그는 무사히 '법망'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취조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는 '법꾸라지' 대신, 자신의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8회 드디어 드러났듯 박정우의 아내를 죽였듯, 그리고 오연아를 죽였듯, 이제 '도발'을 포기한 박정우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기 위해 감옥행을 택한 사이코패스 재벌이라니! 신선하다. 


8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박정우 vs. 그런 박정우를 손아귀에 틀어쥔 차민호에 의해 조종된 조력자들간의 일종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박정우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온 차민호 vs. 사건의 전말을 자각한 박정우의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감옥 속 조우는 차선호의 죽음을 둘러싸고 차선호인척 하는 차민호를 쫓는 검사 박정우의 추격전에서, 감옥에 갇힌 박정우와 차민호 조력자의 대리전을 지나, 본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탈옥의 기회가 되는 이감까지 1주일, 그런 박정우를 죽이려 드는 차민호와의 숨막히는 대결에서 박정우는 목숨을 보전해야 탈옥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중의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신이 제법 돌아온 박정우라니 기대해 봄직하다. 덕분에 지난 8회 동안 '사이다' 한 잔을 마다하고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은 애청자들에겐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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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5 05:54

'닭장 속에는 고양이, 야옹야옹' 그것으로 족했다. 박정우(지성 분)가 기억을 헤집어 어렵사리 찾아낸 메모리칩에도 불구하고 강준혁(오창석 분)이 내놓은 박정우의 자백 동영상으로 '사형' 판결을 뒤엎을 수 없었던 <피고인>. 6회를 달려오며 되풀이되는 박정우의 수난사는 이번 회차에도 어김없이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그 동영상으로 자신이 아내를 죽였음을 받아들인 박정우. 그가 숨겨온 검은 비닐 봉지로 교도소 방 철장에 올가미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목을 넣으려 발돋움을 할 때, 들려온 성규(김민석 분)의 나즈막한 목소리. '형이 왜 죽어요? 형이 한 것도 아닌데, 내가 한 건데' 그리고 이어진 정우만이 아는 고양이를 사달라고 조르던 딸 하연이의 노래. 죽음으로 몰린 정우에게 비친 서광이요, 도돌이표같은 정우의 수난사에 지친 시청자에게 주어진 1주일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토네이도처럼 확장되어 가는 사건,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첫 회 거대 로펌의 회유에도 의연했던 그래서 재벌가를 향해 저돌적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로서의 활약이 무색하게, 사형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박정우의 수난은 끝이 없다. 제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주장해 보아도, 마치 '리셋'되는 '루프'처럼 하은의 생일 날로 되돌아 가버리고 마는 그의 기억은 '설상가상'으로 '검사' 박정우에게 또 다른 '함정'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확신할 수 조차 없는 지워진 기억, 그를 옭죄어 오는 악재의 연속. <피고인>은 재심을 앞둔 기억상실증 검사 박정우의 수난사로 방영 시간의 많은 부분을 채워간다. 

이른바 호청자들 사이에서 '고구마'로 지칭되는 이런 주인공의 수난사, 그러면 채널이 돌아갈만도 하건만, 1회 14.5%를 시작으로 5회 18.6%(닐슨 코리아)까지 꾸준한 상승세다. 김상중의 명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2위 <역적>과의 격차도 생각보다 크다. (5회 10.5% 닐슨 코리아) 과연 '사이다'도 없이 꾸역꾸역 '고구마'만 먹는데도 호청자들의 증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피고인> 방영 시간의 대부분은 박정우의 수난사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저 수난만은 아니다. 1회였다면 아내를 죽인 혐의에 주기적 기억 상실을 겪는 박정우와 그런 그와 대립각을 보이는 형까지 죽인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엄기준 분)에 대한 소개, 2회는 그런 수난사에 이어 마지막 10분 캐리어를 차에 실은 범인의 얼굴, 즉 박정우를 드러내며 시청자를 그에 대한 의심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분명 정의로운 검사였는데, 캐리어를 싣고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낸 살인 사건의 용의자, 보는 사람조차도 그에 대한 의심을 무럭무럭 키워가는 과정에, 4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용의자로 강준혁을 등장시킨다. 박정우와 함께 그의 아내 윤지수(손여은 분)를 짝사랑했던 강준혁, 이제까지 우군인 듯했던 그의 등장으로 여전한 박정우의 수난사에 대한 각도가 달라진다. 이렇듯 드라마는 박정우의 수난사를 줄기로 도돌이표를 그리는 듯 하지만, 그 도돌이표는 새로운 용의자를 등장시키며 점차 확장되어 가며 사건의 본질을 향해 간다. 마치 토네이도처럼. 이제 조금씩 커져가는 사건의 동심원은 6회 드디어 성규가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르며, 두텁게 드리웠던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고구마'인 듯 하지만, 느린 듯하지만, 차곡차곡 그날의 진실을 향해 간다. 물론, 그 날의 진실 저편에 차민호라는 살인마가 존재함은 '노골적인 스포'다. 하지만 그의 위력은 압도적이고, 그에 반해 박정우는 너무도 미약하다. 심지어, 초반 가장 친한 벗이던 강준혁이 알고보니 그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인물이었고, 이제 6회 마지막 그에게 가장 친절했던 감방 동기가 자신이 진범이라 하듯, 그가 진실에 다가가려 하면 할 수록 박정우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그의 조력자들은 차민호에 의해 죽어간다. 이 아득한 상황 속에서도 '진실'의 빛은 그럼에도 <피고인>을 다시 봐야할 가장 큰 '유인'이 된다. 

'가족'으로 얽히고 설킨 인간 군상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일반적인 장르물과 달리, <피고인>은 이젠 sbs 장르물이라고도 명명할만한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흡인한다. 바로 '가족'이란 '주제이다. 

<피고인>은 강직한 검사 박정우와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의 대립 구도를 가져가지만, 그 구도를 재벌가의 비리 척결이란 일반적 구조 대신, 정의의 역할을 맡은 박정우를 '살인범'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는 극단적 장치를 등장시킨다. 생소한 장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장치는 신선한 서사로 시청자를 솔깃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솔깃한 장치'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바로 '아내를 죽이고 아이를 유기했다는' 극단의 범죄이다. 다른 것도 아닌 가장 정의로웠던 검사가 가장 파렴치한으로 둔갑한 이 사정은 '가족'이란 문제에 예민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할 나위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가족'의 관련은 박정우만이 아니다. 

형을 죽인 차민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내에서 그의 처지는 분명 그가 나쁜 놈임에도 '측은지심'까지 끌어오르게 만들 정도로 안쓰럽다. 이렇게 '가족'은 <피고인>의 곳곳에서 '사연'을 피어오르게 만든다. 자신의 딸을 죽였다는 혐의에도 불구하고 매달 박정우에게 10만원을 차입금으로 넣는 장모와, 조카를 찾아 교도관도 마다하지 않는 윤태수(강성민 분)의 애증의 관계도 '가족'이다. 강준혁의 모호했던 하지만 알고보니 '배신'인 처신의 이면에 드러난 또 다른 애증의 가족 관계나, 몰래 찾아보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지닌 국선 변호사 서은혜의 가족도 빠져서는 섭섭한 '혈연'의 늪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재벌가의 도덕적 아노미라는 씨실에, '가족'으로 얽히고 설킨 범죄 사건을 날실로 엵어가며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장르물을 만들어 간다. 박정우의 사랑과 부정이, 차민호와 강준혁의 애증이, 그리고 서은혜의 트라우마가 <피고인>의 숨겨진 흡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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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8 05:58

황경일(이주승 분) 일당에게 납치된 강권주, 그 강권주를 구하기 위해 겨울 저수지 숲을 헤치고 조금씩 다가가는 무진혁(장혁 분),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다음 시간에'라는 무지막지한 협박을 남기며 사라진 4회의 <보이스>.  매회 범인과의 일전을 눈 앞에 둔 순간 끝나버리는 드라마에 '내가 범인도 못잡고, 아니 안잡고 끝내버리는 이런 드라마를 보려고 '닥본사'를 했나'하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마 <보이스>를 시청했던 대다수 시청자들은 다음 시간 '또 오늘도 그러면 안본다!'이런 부질없는 협박을 날리며 리모컨을 <보이스>에 고정하고야 만다. 무엇때문에?




강권주의 납치, 김홍선 표 연출의 전화위복
아마도 매회 범인을 코 앞에 놔두고 시청자를 회롱하듯이 끝내버리는 이 야속한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를 기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범인'이 누군인가? 혹은 '범임'이 잡히는가라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때문일 듯하다. 하지만 그런 기본 요건에 덧붙여 5%를 가뿐히 넘긴 <보이스>(닐슨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5.5%)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박진감넘치는 장르물에 독보적인 김홍선 감독의 연출력에 있지 않을까? 첫 회 맨 발로 쫓기던 장혁의 아내와 그 무기력한 아내를 쫓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아내가 한숨을 돌리던 그 순간 울리는 벨소리로 결국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마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대립각을 김홍선 감독은 대중적으로 장르물을 각인한 <시그널>의 속편인 양 재현한다. 

김은희 작가와 김원석 피디의 <시그널>이 그런 쫓고 쫓기는 범죄 현장을 둘러싼 드라마틱한 인물들간의 얽힘과 그 배경이 되는 사회악에 집중한다면, 김홍선 표 장르물의 방점은 바로 그 '쫓고 쫓기는 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에 찍혀있다. 첫 회 결국 희생자가 되고 만 무진혁의 아내의 도망씬에 이어, 바로 뒤이어 그 시간 형사 반장으로 큰 수확을 거둔 무진혁의 범죄 현장 추격씬은 바로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김홍선 표 범죄 스릴러가 112 신고 센터를 중심으로 한 범죄 골든 타임을 내걸고 등장한 것은 수학 특기자가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간 모양새라고나 할까? 하지만,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여주인공인 112 신고 센터장이라는 내근직의 한계였다. 어릴 적 사고로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청취해내는 탁월한 '보이스 프로파일러'의 능력을 지녔지만, 바로 그 능력치가 김홍선 표 스릴러의 박진감에는 딜레마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딜레마를 <보이스>는 4,5회 강권주 팀장의 납치 사건을 통해 갇혀있는 보이스 프로파일러의 영향력을 확장시킨다. 

 

무리한 1인 행동이라 했지만 신고 센터 직원의 뜻밖의 친절한 안내로 자신이 들통난 황경일의 도발로 안타깝게도 골든 타임을 지휘해야 할 강권주는 납치를 당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드라마는 늘 신고 센터 안에서 전화선을 통해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강권주의 능력을 밖으로 뻗어나가도록 한다. 자신을 구하러 온 무진혁의 발소리부터 폐교에서 무진혁과 함께, 그리고 심지어 무진혁보다 먼저 그녀의 능력를 활용해야 피해자를 구해내는 강권주의 활약상은 그간 우려했던 112 신고 센터 골든 타임 팀의 활약에 기대를 더하게 한다. 

이렇게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와 함께, 김홍선 표 연출은 숨막히는 긴장감의 연속으로 드라마를 몰아간다. 스산한 갈대밭의 추격씬, 그리고 '호러물' 못지 않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공간감, 그리고 암흑의 페교 교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리 추격은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다. 

<시그널>의 차수현과는 또 다른 매력의 강권주 
이렇게 <보이스>가 자신의 장르적 매력을 살려가는 것과 더불어 커져가는 건 강권주 팀장의 캐릭터다. 이미 김혜수가 <시그널>을 통해 장기미제 전담팀 팀장으로 그리고 이재한 형사의 '쩜오' 후배로 양수겹장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해석해 내며 늘 범죄 수사물에서 피해자이거나, 주변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그쳤던 여성 캐릭터의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거기에 이제 <보이스>의 이하나에 의해 풀어지고 있는 강권주 팀장은 또 다른 영역을 펼쳐낸다. 112 신고 센터의 초짜 직원 시절 벌어진 연쇄 살인으로 아버지까지 잃은 강권주,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얻어진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보이스>란 드라마의 중요한 동력이다. 그런 능력치 외에, 첫 회부터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피해자를 인도해가던 그녀의 캐릭터는 이제 4,5회 현장을 통해 활동의 폭을 넓히며 생동감있게 살아난다. 

<시그널>조차 여성 캐릭터의 '감성'에 강조를 둔 것과 달리, <보이스>의 강권주는 오히려 상황에 휘둘리는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가장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존재로 지금까지의 문화 컨텐츠 속의 여성들과는 다른 면모을 보인다. 황경일이 그녀를 묻으려 하는 순간에도 자신대신 은별을 살려달라 말하는 책임감, 그리고 폐교를 폭파하겠다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황경일 앞에서도 프로파일러로서의 분석력을 놓치지 않는 강권주는 요즘 '걸 크러쉬'라는 유행어에 가둬두기에도 아쉬울 만큼 신선한 여성상이다.

강권주만이 아니다. 황경일의 도발 앞에 쓰러진 강권주를 구하기 위해 납치당해 부상을 입었음에도 용감하게 황경일을 덥친다던가, 어머니의 외도을 자신의 범죄의 핑계로 삼은 황경일에게 자신 역시 피해자라며 강력하게 어필하는 박한별의 캐릭터 역시 1회의 복님과 함께 피해자의 한계에 갇히지 않은 여성상을 구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 캐릭터의 선전과 달리, 무진혁 등 남성 캐릭터들은 아쉬움을 남는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이 되면 <추노>의 대길이가 되고 마는 거야 장혁의 트레이드 마크다 싶어 한 수 접는다 하더라도, 매번 여성 캐릭터들에게 '반말'을 툭툭 던지는 그의 '어티튜드'는 투박한 무진혁의 캐릭터라 접어주기엔 무례함의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왜 매번 그의 총구는 엉뚱한 곳을 맞추는지, 그의 맨몸 활약을 위해서라기엔 형사 반장 무진혁의 사격 실력이 아쉬운 건 사족일까. 

폐교에 불이 날 상황 앞에서도 굳이 언니와의 눈물어린 전화 상봉을 하고야 마는 등 아쉬운 감정씬의 늘어짐을 차치하고, 늘 결말이라기보다는 다음 회의 떡밥이 더 큰 '자괴감'을 견뎌낼 만큼 <보이스>의 약진은 매력적이다. '대길'이 대신 무진혁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장혁의 개과천선과 강권주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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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5 16:55

이변이다. 방영 전부터 이영애의 10여년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4회만에 kbs2의 <김과장>에게 역전되었다. (닐슨 코리아 기준, <사임당> 12.3%, <김과장> 13.8%> 물론 <사임당>이 억울한 면도 있다. 이영애의 복귀작이라지만, 아직 방영 분량의 대부분은 젊은 사임당인 '박혜수'가 타이틀롤 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극'에 '애절한 운명'을 버무린 '사랑' 이야기 대신 <김과장>이란 이 소박한 타이틀의 드라마에 끌리는 관심이라니, <사임당>을 변명해 볼 수록, <김과장>이 어떤 드라마인가가 더 궁금해 진다. 




남궁민에게 절정을 선물한 박재범 작가 
타이틀롤이 김과장인 만큼, 주인공 김과장 역을 맡은 남궁민을 빼놓고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없다. 남궁민은 일찌기 연기 잘 하는 배우였다. <내 마음이 들리니(2011)>에서도 장중하- 봉마루로 악과 선의 경계에서 흔들렸던 캐릭터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그의 존재감도 슬며시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그가 <우리 결혼했어요>란 예능을 시작으로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악역으로 변신하더니<리멤버-아들의 전쟁>, <내 마음이 들리니>까지 그 연기의 진폭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제 <김과장>을 통해 그렇게 물오른 남궁민 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방영 전부터 <직장의 신(2013)> 속 미스 김을 떠올리게 했던 작명 김과장으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남궁민의 김과장, 지방 '덕포 흥업'에서 그의 천재적 능력을 '즐기며' 소소하게 장부 조작이나 하며 덴마크 이민의 꿈이나 꾸던 그가 그 꿈을 앞당기기 위해 던진 로또 TQ 그룹 경리 과장, 아니나 다를까 미스 김처럼 '사이다'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의 현실적 속물주의가 어쩐지 끌리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김과장>을 이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해도 그 연기를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다면, 연기가 충분히 빛나기는 힘들 것이다. 물오른 배우 남궁민의 연기를 '절정'으로 만든 건 바로 드라마 <김과장>이다. 

<김과장>에서 배우 남궁민의 절정의 연기력을 이 뛰어놀 수 있는 풀을 만들어 준 것은 다름아닌 OCN장르물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신의 퀴즈네 시즌을 집필했던 박재범 작가이다팬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시즌 4를 끝으로 더 이상 <신의 퀴즈>를 집필하지 않았던 박재범 작가는 이후 KBS2의 <블러드>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고자 했지만 아쉬움에 그쳤다그랬던 박재범 작가가 이전의 그가 했던 장르와 전혀 다른 오피스물’ <김과장>을 통해 와신상담의 역전극을 펼친다.


다양한 층위의 동상이몽  

<김과장>의 매력은 이런 박재범 작가의 절치부심이 돋보이는 겹겹의 층위가 쌓인 구성에 있다앞서 말한 이나 ’, 혹은 도덕과 부도덕의 잣대가 모호한 소박한 속물(?)’ 김과장이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가 이민의 꿈을 펼치기 위해 들어간 TQ그룹이 드라마의 주된 격전장이 된다그리고 격전장이란 말이 가장 적절하게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해 관계를 통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것이 바로 <김과장>이란 드라마가 매 회 휘몰아치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진짜 이유다.

 

지방 소도시에서 장부 조작이나 하던 김과장사실 그가 TQ기업의 경리 과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간 경영을 외치지만실상은 비리의 온상인 TQ그룹의 썩은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현재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현도(박영규 분)는 가족적이며 인간적인 경영을 외치지만 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부실을 키워가는 주범으로 창업주이자 장인의 딸인 아내 장유선(이일화 분)와 경영권을 놓고 이해를 달리한다여느 부부처럼 어디 갔나 왔느냐아들 걱정을 하던 이 부부가 서로 돌아서며 표면하는 그 표정과 뒷조사를 부탁하는 그 이면의 엇갈림이 <김과장>의 동상이몽그 첫 번째 포인트이다.


 

그렇게 경영을 놓고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부부그 중에서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박현도의 수하에는 기존 그의 오른 팔이었던 상무이사 조현영(서정연 분)과 새로이 스카우트 된 서울지법 회계 검사 출신의 재무 이사 서율(준호 분)의 박힌 돌과 굴러온 돌 버전의 동상이몽이 그 두 번 째 포인트가 된다.

 

드라마는 소박한 이민의 꿈을 꾸고 로또라 생각해서 들어갔던 TQ그룹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식 회계의 조작팀의 하수인으로 기용된 김과장의 운명과 그 운명을 틀어쥔 서율그리고 애초에 타이타닉 호에 타지 않은 가장 운좋은 이의 방식을 도모하는 김과장의 해고 작전그리고 그런 그를 의혹과 혼돈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대리 윤하경(남상미 분)의 헤치고 모여’ 식의 이합집산이 <김과장>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자기 앞의 이해관계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이기주의자들이 보여주는 현실감그런 그들이 진짜 사회 구조적 비리와 악에 마주쳤을 때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내어 가고 있는 <김과장>은 재벌가의 분식 회계가 익숙한 세상이 드라마의 공감을 도모해주는 서글픈 현실이 낳은 역설적’ 흥행 코드이다. 직장 생활 좀 해봤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할 다양한 '부정'들, 그리고 사회 전반이 탄식해 마지않는 가진 자의 '부도덕'을 <김과장>은 TQ그룹 내 인물 군상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간다. 특히나 <직장의 신>이래 멈칫했던 오피스 사회물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가 반갑다.   마치 '만인 대 만인'의 전장같은 TQ그룹그룹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미덕'을 찾아가는 김과장 및 동료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건, 마치 복마전 같은 세상에서 ;희망'을 구도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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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3 15:18

도깨비도 가고, 인어도 갔다. 휘몰아쳤던 '환타지' 로맨스의 파도가 한 차례 지나가고, 그리고 그 바톤을 조선판 '개츠비'가 잇겠다 선언한다. 하지만 동시간대 경쟁작 김과장의 바튼 추격(김과장 12.8%, 사임당 13.0% 닐슨 코리아)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아직 본격적으로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은 젊은 시절 이야기였으니, 4회의 약진을 기대해 볼까?




환타지로서의 로맨스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사임당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지만, 극 내용이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신사임당의 '가상' 일기다. 남성중심 사회인 조선에서 여성임에도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 예술가를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뿐이면 섭하다. 빠질 수 없는 사랑, 그를 위해 '이겸'이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한다. 역적으로 몰려죽은 왕족의 손자이자, 훗날 도화서의 수장이 될 이겸은 어린 사임당과 '안견의 금강산도'를 매개로 인연을 맺고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운명으로 인해 '혼인'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평생 사임당 바라기로 살아가는 '조선판 개츠비'이다. 이렇게 <사임당>은 실존 인물 사임당의 주변에 지고지순한 순정남 이겸을 배치하여 '환타지'로서의 구성을 완성한다. 

이처럼 최근 '로맨스' 드라마에서 추세는 '환타지'이다. ost의 한 소절만으로도 대번에 연상되는 붐을 일으킨 tvn의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그러했고, 최근 종영한 sbs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 그랬다. '미니 시리즈'에서 화제가 된 로맨스 드라마치고 '환타지'요소를 피해간 드라마가 없다. 혹자는 <태양의 후예>를 들지도 모른다. 

16회 시청률 38.8%의 2016년 최대의 히트작 <태양의 후예>는 전장터를 배경으로 파견 군인과 의료 봉사단 의사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을 다루었다. 하지만 극 초반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이국의 전장터에서 격투씬까지 벌이며 작전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대한민국 군인이야말로 '솔직히' '전작권'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캐리터보다 '환타지'적이 아니었을까. <태양의 후예>는 헬기를 타고 신출귀몰은 물론, 총을 맞고 절명하는가 싶더니, 바로 다음 날 작전에서 펄펄 나는 유시진을 통해 이 인물이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히어로못지 않은 캐릭터임을 시인한다. 왜 굳이 대한민국을 놔두고 우르크라는 이방의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을까. 심지어 극중 배경은 중앙 아시아의 난민이 발생하는 국가라고 설정했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비경으로 소문난 그리스이듯이, 배경부터 시작하여 캐릭터의 활약상까지,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입은 로맨스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드라마라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김은숙 표 드라마 = 환타지 로맨스의 역사 
물론 일찌기 우리의 '로맨스'는 환타지였다. 가난한 여성과 사실은 평생 가야 그녀가 마주칠 일조차 희귀한 재벌가의 자제가 '사랑'을 나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꿈'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이 시대를 타고 '현실적'인 양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개연성'이었다. 앞서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로 '갓은숙'으로 칭송받기에 이른 김은숙 표 로맨스를 되돌아 보면 바로 '환타지'로서의 로맨스의 역사를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려 50%가 넘는 시청률(57.6% 20회)을 기록한 여전한 김은숙 표 드라마의 아성 <파리의 연인>을 비롯하여, 2012년 <시크릿 가든>에서 2013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까지, 특히나 김은숙 드라마 중 신드롬 급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것은 '재벌' 혹은 '재벌'가의 자제들이었다. 여전히 인기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속 주된 캐릳터들만 봐도, 재벌가는 여전한 '사랑'의 근거지가 된다. 

이렇게 로맨스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 되었던 '재벌', 그들의 빈번한 드라마 출정은 배금주의적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백'도 잦으면 싫증이 나는 법,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 미니 시리즈까지 남자 주인공을 독점하는 '재벌'가 남자들에 대한 '진부함'이 쌓일 수 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자본의 독점과 과점이 전사회적으로 체제화 되어가는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은 부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고착화된 계급사회화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는 그 경제적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반응 또한 도출한다. 

그래서 재벌은 여전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사랑'이 주요한 배경이자, 주인공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장르물을 비롯한 각종 드라마에서 '주된 악'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피고인>을 비롯하여 도덕적 의식이 부재한 사이코패스 악인은 대부분, 그 존재가 '재벌'인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부'의 쓰임새가 사이코패스적 체감을 가져올 만큼 부도덕하다는 광범위한 대중적 인식에 기인한다. 



로맨스물의 궤도 수정= 업그레이드 재벌
그러니 발빠른 트렌디 로맨스 물의 궤도가 수정될 밖에. 주말 드라마나 주부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를 썼던 박지은 작가는 영생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을 주인공을 등장시켜 2014년의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재벌'을 넘어선 존재로 외계인이 등장한 것이다. 도깨비 못지 않게 오랜 시간을 인간 세상에 산 도민준은 그의 외계적 능력을 이용하여 재벌못지 않은 부를 지녔으며, 위기의 천송이(전지현 분)를 구해낼 기상천외한 능력을 지닌다. 이제와 비교해 보면 도깨비 김(공유 분)와 외계인 도민준은 도깨비와 외계인이라는 이질적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 신묘한 능력으로 부를 축적하여 재벌에 버금가는 부와 재벌같은 인간 따위가 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에서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능력에서 상당히 유사한 버전이다. 마치 재벌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만약에 영생을 사는 외계인과 도깨비가 가난한 백수라던가, 취준생이었다 해도 지금과 같이 그들의 슬픈 운명으로 인한 여운에 시달렸을까?

재벌못지 않은 캐릭터가 또 있다. 역시나 김수현이 분한 <해를 품은 달>의 왕 이훤과 역시나 왕못지 않은 세자인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 분)이다. 이들은 권문 세족의 핍박을 받는 불우한 왕족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불운을 넘어 사랑을 지켜 낼 '왕족'의 권위가 있다. 현대의 어느 재벌인 들 신분제 국가의 왕을 넘볼 수 있겠는가. 

2012년 <해를 품은 달>부터 2017년을 신드롬으로 연 <도깨비>까지 화제가 되었고,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로맨스 드라마들의 주인공은 '재벌' 대신, 마치 재벌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돈은 물론 권력을 가졌거나, 권력은 저리 가라할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렇게 드라마 속 신묘한 남자 주인공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시기는 안타깝게도 현실의 신분 상승은 점점 암담해지고 신 신분제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되어 가는 시기이다. 재벌은 로망 대신 사이코패스적 부도덕의 상징이 되어가는 '암울한 현실'인식이 퍼져나가는 시기였다. 이런 시기의 극강의 환타지는 위로하고 마취하며 고단한 현실을 버텨내는 지렛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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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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