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물론 이 주에 결정적 장면 정도를 쓰려면 이 주에 방영되는 드라마 정도는 다 보고 써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도 호불호가 갈리는, 그리고 지극히 편향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그래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또 하지만 비록 내가 모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손쳐도, 그래도  꾸준히 일주일 동안 본 드라마들 중에, 그래도 이 '결정적 장면'은 그냥 넘어가기가 아쉬웠다. 더구나 세 편의 드라마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은 그동안 드라마가 '복선'으로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 숨겨진 진실의 등장으로 드라마의 갈등은 전면화되고,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그 첫 번 째; <터널> 진짜 범인이 나타났다!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 온 아재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그가 못잡은 범인에 의해 죽은 피해자 여성의 아들 김선재(윤현민 분)과 함께 30년의 시차를 두고 '연쇄 살인'의 진범을 추격하는 미스터리 범죄 수사. 드디어 이들이 쫓던 연쇄 살인의 진범인 정호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수사팀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듯 공중전화를 이용하며 그들에게 알 수 없는 힌트를 흘리는 정호영. 정호영의 힌트에 미심쩍어하면서도 화양 경찰서 수사팀은 정호영을 잡기에 혈안이 되는데. 그렇게 정호영을 향해 치다리는 수사 상황 속에서 9회 마지막,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김선재가 가장 의지해마지않는 법의관 목진우(김민상 분)이 놀이터에서 '나는 이유없이 살인을 하지 않는다'며 여성 법의관의 목을 조르며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미 눈밝은 시청자들이라면 연쇄 살인이라는 범죄 자체가 등장하기도 전인 30년전 여성들을 잇따라 스타킹으로 목을 졸라 죽인 범죄가 당시 학생이었던 정호영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등장할 때마다 심상치않은 분위기와 대사로 이미 목진우를 의심스레지켜본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게 시청자는 알지만, 정작 수사 당사자들은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것을 드라마적 복선이 양 꽁꽁 숨겨놓는 것과 달리, <터널>은 자신만만하게 9회 엔딩에서 대놓고 자신의 숨겨진 패를 '깐다'. 결국 <터널>의 연쇄 살인 역시 <갑동이> 등에서 등장했던 진범과 카피캣의 이야기, 하지만 30년의 시간을 둔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형사의 슬픈 인연, 는그리고 과거의 연쇄 살인범과 현재의 카피캣의 엇갈린 범죄는 목진우의 가면이 벗겨지며 이제 그 얽힌 악연이 전면에 드러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두 번 째; <시카고 타자기> 귀신이 나타났다!
5회 마지막 한세주(유아인 분)가 그의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 분)와 함께 간 곳, 거기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오를 옆에 앉힌 유아인, 고백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유령 작가설은 낭설이었음을, 하지만 이번 작품의 유령 작가설은 진짜였음을. 당연히 그의 놀라운 발표에 기자들의 손은 빨라지고, 출판사 사장은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세주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유령 작가를 소개한 순간, 기자 회견은 해프닝으로 바뀐다. 한세주가 소개하는 유령 작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대필 작가로 등장했던 유진오가 진짜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이 장면, 하지만 뜻밖에도  그 장면은 제작진이 '놀랬지'라는 반전 카드에, 이미 시청자들은 수를 훤히 꿴듯, 그래 '놀랬다 치자' 정도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첫 회부터 계속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삽살개와 시카고 타자기에 이은 유진오의 등장으로 이 드라마가 초현실적 존재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어쩌면 <시카고 타자기>의 전작인 <도깨비>로, 그리고 <내일 그대와>에 다시 유령이라니, '또 너냐?'라는 느낌이 앞섰달까? 하지만 정작 그보다 심각한 것은 현실의 한세주에게 '유령이 나타난 들'이라는 심드렁함이다. 심지어 유진오 유령설 확정보다 삽살개에 빙의한 유진오가 더 흥미로웠다. 1회에서부터 유령보다 더 유령같은 한세주라는 기묘한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오히려 그런 현실의 한세주보다 잠시 잠깐 그의 잠재 의식 속에서 끌어올려지는 '1930년대의 경성 트로이카'가 더 궁금해지니, 이것이 바로 <시카고 타자기>의 딜레마이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이 '경성 트로이카'가 전면에 나선다면 <시카고 타자기>의 부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불씨의 조짐이기도 하다.



세 번 째; <자체 발광 오피스> 은장도가 낙하산이라니!
100번의 입사 시험에 실패한 은호원(고아성 분), 만년 공시생이라 애인에게 마저 차인 도기택(이동휘 분), 강남 8학군 출신에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도 매번 미끄러지는 장강호(이호원 분)은 면접 실패 동지이자, 한강 투신 동지들이다. 그런 이들이 하우라인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만났다. 그러나 이 '기막힌 우연'이 알고보니 사주 아들 서현(김동욱 분)의 기획된 '낙하산'이었다니! 

88만원 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여, 어렵사리 하울라인 비정규직 사원으로 고분분투하고 있는 <자체 발광 오피스>의 세 주인공들. 하지만 드라마는 이들이 기대고 있는 마지막 '자존감'의 보루마저 채가 버린다. 그래도 세상이 자신들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던, 자신들의 능력으로 쟁취했단 믿었던 그 '비정규직'의 자리조차. 사실은 그들의 원래 몫이 아니라고, 심지어 여태까지 은인이자 호인이라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들을 '이용'한 사람이라며 드라마는 그 알량한 '환타지'마저 거둬들인다. 역시나 시청자들은 알고 주인공들을 몰랐던 그 최소한의 '특혜'마저 거둬 들어며 주인공들을 다시 한번 맨 땅에 헤딩하게 만드는 <자체 발광 오피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거둬들인 곳에, 이제 진짜로 자신을 마주 봐야 할 세 명의 젊은이들이 있다. 늘 세상이 자신을 몰라줘서 서운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자신들 역시 그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어들고 이 자리에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세 사람. 늘 자신들의 삶이 '은장도'를 빼어든 '배수진'의 삶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배수진'의 처지가 역전된 상황. 그들은 '쪽 팔려서' 도망가는 대신, 마지막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 아니 은호원이 서현에게 '고소'를 들먹이며 따낸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놓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비록 회사가 내준 조건에 따르면 그간 사고만 친 이들에게 정규직의 희망은 아득하지만, 그래서 다시 손을 내민 하지나(한선화 분)의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이제 이들은 우르르 한강으로 몰려가던 그들이 아니다. 아직은 위축되고, 자신은 없지만, 대신 당당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역전된 처지에, 쪽팔려하는 대신,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 세 명의 은장도는 아프지만 주저앉지 않는 당당한 청춘을 그려내기에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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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3 18:50

흔히 남성 작가들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선굵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에 대해 막상 따지고 들어 정의를 내리자면 모호하지만, 서사의 스케일이 장대하며, 스토리 라인을 추동하는 힘을 '남성적 역동성'에 기댄다는 의미라 본다면 아마도 크게 엇나가지 않을 듯하다.  물론 '남성 작가'에 굳이 '선굵은'이란 수식어를 얹어주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성적 편견의 소치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의 영역에서 분명 '선굵은 남성 작가'의 장르는 내내 존속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일찌기 <주몽(2006)>에서 <아이리스(2009) 등으로 사극과 시대극을 오가며 그의 이름이 곧 장르가 되었던 '최완규'작가가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굵은 남성 작가로 칭해진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 자신조차도 그의 최근작 <옥중화>가 작품성에 있어서나,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결과를 보이며 그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통해 김은숙이란 장르에선 신선했던 이야기를 끌어냈던 김원석 작가가 4월 21일 jtbc의 <맨투맨>을 통해 또 한 명의 '선굵은 장르'작가로서 자신의 진검승부를 펼쳐보고자 한다. 


<태양의 후예>처럼 날아서 
심지어 지하철 광고문에도 '했지 말입니다'란 사라진 군대 용어가 씌일 정도였던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시작은 바로 '신체 건강한 심지어 정신마저 건강한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였다. 항간에 대한민국 군복이 그렇게 멋있을 줄 몰랐다는 우스개가 떠돌 정도로 군복으로 감싼 잘 단련된 젊은이들이 이국의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가 첩보 영화에서나 보던 활약을 펼치는데 다수의 시청자들이 매료되었다. 우리의 군사 작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실질적 사실은 저리 밀쳐두고 미군 앞에서도 당당하고 '여자와 어린이'로 대변되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순수한 군인 정신은 '군인 드라마'는 안된다는 전례를 가볍게 물리쳤다. 그리고 <맨투맨>은 바로 오마주처럼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바로 그 '첩보' 영화 속 한 장면을 다시 불러들인다. 



스쿨버스의 아이를 생포한 인질범과 대치하는 다국적군, 지휘관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인질인 어린이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김설우(박해진 분)은 그런 지휘관의 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뛰어들어 그를 죽이고 아이를 구한다. 그의 하극상 행동은 체포와 함께 더 이상 군인으로 활약할 수 없는 그와, 대신 그에게 주어진 수면 아래의 첩보원 '고스트'로서의 새로운 인생, 그리고 그에 걸맞는 <007>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여자'를 볼모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적을 능멸하는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태양의 후예>에서 익숙했던 까메오와 함께. 

이 익숙한 화법은 이미 대중들에게 환호받은 바 있는 전작의 코드를 영리하게 활용함과 동시에 바로 이게 김원석이라는 장르라는 확인 도장과도 같다. 과연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의 공동 작품인 <태양의 후예>에서 명불허전의 김은숙을 차치하고, 김원석이란 색깔을 어디서 찾아야 했는지 궁금함에 대한 김원석 식의 답이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킨바 있고, 첫 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김원석 드라마의 주인공은 '국가'의 그늘 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직분'으로 살아가는 '정의로운' 젊은이다. 흔히 다른 드라마에서 '국정원'이 비리의 배후, 혹은 비리의 그림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맨투맨> 속 국정원은 첫 회에 등장한 장팀장(장현성 분), 이동현(정만식 분), 그리고 김설우의 면면만 봐도 <태양의 후예> 속 군인들 못지 않게 '직업적 사명감과 정의감의 현신으로 그려진다. 마치 007처럼. 과연 김원석의 이런 해석이 이번에도 또 한번 통할지 <맨투맨>의 귀추가 주목된다. 

어라, 장르가 뭐지?
그렇게 화려하게 <태양의 후예> 도입부처럼 날았던 <맨투맨>, 선굵은 액션 어드벤처를 기대했던 시청자의 기대는 온 몸을 감싼 히어로복을 입은 여운광(박성웅 분)의 입에서 사투리가 터져나오며 급 장르 변경을 한다. 헐리웃과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는 한류 스타 여운광, 하지만 그의 행보는 '코믹'하다. 허우대 멀쩡한 덩치와 다르게, 팬클럽 출신 차도하(김민정 분)에게 쩔쩔매다, 매니저에게 막무가내, 송미은(채정안 분) 앞에서는 자존심만 남은 그 모습은 마치 남자 천송이를 보는 듯 로맨틱 코미디의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여운광의 주변 에피소드에서 장르를 급변환했던 드라마는 다시 또 송산그룹 모승재 회장(연정훈 분)에게로 가면 장르가 달라진다. 할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서울 시장에 나서는 전직 관료에게 돈과 따귀 세례를 안기며 딜을 하는 그, 그리고 다시 그렇게 무자비하게 포기시킨 서울 시장 자리를 갖다 바친 백인수(천호진 분)와의 사이에서 등장한 '세 개의 목각상'은 이 장르가 여전히 미스터리 첩보 장르이면서, 동시에 최근 빈번해진 기업 비리물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렇게 장르와 장르 사이를 오가며 첫 회를 선보인 <맨투맨>, 덕분에 김설우과 여운광, 모승재의 등장 장면들이 연결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마지막 김설우와 여운광이 차도하와 함께 얽힌 해프닝을 통한 만남으로 이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엇보다 세 개의 목각상을 구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 '고스트'가 선택한 일자리가 뜻밖에도 한류 스타 여운광의 '가드'라는 신선한 설정은 흔히 첩보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가오잡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과 다른 반전이다. 과연 이 반전을 통해 폭을 넓인 드라마가 신선한 장르로 결과물을 나을지 그 또한 <맨투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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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2 13:06

김순옥 작가는 이른바 '막장 복수극'의 상징이자 전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작가이다. 김순옥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회자하게 만든 <아내의 유혹(2008)>이 그러했고, <왔다 장보리(2014)>와 <내 딸 금사월(2015)>로 그 정점을 찍었다. 얼굴에 점을 찍고 나타나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전 남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속여 넘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은재(장서희 분)식 설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어이없어 하면서도 열광하게 만들고, 착한 주인공 대신 '네버엔딩 악'이었던 연민정에게 환호하게 만들었듯이 김순옥 작가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가장 절묘하게 포착하여,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댓가로 돌아온 건, '막장'의 대표적 작가라는 오명과 함께 얻어진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당찬 자기 디스로 시작된 첫 회 
그런 이율배반적 명성의 작가답게 15일 첫 포문을 연 <언니는 살아있다>는 가장 자극적인 상황, 스토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 어렵게 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잃고, 범인으로 몰려 모든 것을 다 잃는 극한의 상황 속으로 주인공을 몰아넣으며 운을 뗀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여주인공을 인생 절체 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이런 자극적인 내용인데도 안볼래?라는 식이다. 

더욱이 첫 회 흥미로웠던 것은, 김순옥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디스'다. 발연기의 여배우 민들레(장서희 분)의 대본 연습 장면, 구제할 길 없는 그녀의 발연기에 작가가 한 마디하자, 민들레는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대본을 야유한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이 연상되는 이 장면, 스스로 작가 자신이 자신의 설정을 '막장'이라 조롱하는 이 장면은 반전의 '오마주'랄까? 아니면 '커밍 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막장이라 야유하면서 볼 거지?란 여율까? 그렇게 첫 회 스스로 자신에 대한 '디스'를 마다하지 않고 야심차게, 혹은 여유롭게 말문을 연 드라마의 설정은 기존의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극'과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상으로 이목을 끌고자 한다. 

우선 기존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의 그물이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다. 공룡 그룹을 중심으로 그 가계 내에서 공룡 그룹의 후계 구도를 향해 저마다 돌진하는 구세준(조윤우 분)과 구세경(손여은 분), 특히 구세경의 갑질과 김은향(오윤아 분) 남편인 추태수(박광현 분)과의 불륜은 '복수극'의 전형으로 씨을 뿌린다. 여기에 구세준의 친모 이계화(양정아 분)의 욕망과 김은향의 상실, 그리고 양달희(다솜 분)의 욕망이 뒤얽혀 들며 김순옥 특유의 '가족 막장극'의 구도를 완성한다. 

하지만 이런 가족간의 막장극이야 이미 주말 드라마 계에선 이제 클리셰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자기 복제를 거듭했던 장르가 되어버린 소재. 이런 '자가 당착'의 딜렘마를 극복하기 위해 김순옥 작가가 내세운 것은 '네 명의 언니'라는 거의 대하 드라마 급의 얽히고 얽힌 서사의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니 시리즈가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라는 하나의 멜로 구조를 가지고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주말 드라마 특유의 등장 인물 각가의 곡진한 멜로 구조가 김순옥 특유의 '극단적' 설정을 가지고 포진해 있다는 것을 첫 회의 첫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호객'을 한다.



욕망에 솔직한 여주인공들
거기에 더해 이미 일찌기 <아내의 유혹>이래 김순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도적으로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윗 연배의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은향이 '수동적'으로 자기 삶에 몰려온 '비극'에 대항하여 '복수'를 꾀하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주인공들인 반면, 그와 다르게 젊은 주인공 강하리(김주현 분)과 양달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수능 하루 전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전문대학만 나온 양하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문방구를 운영하며 어린 동생을 키우고 사는 소녀 가장. 흔히 이런 '캔디' 캐릭터가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 역시 양하리의 몫이다. 그 양상은 다르다.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온 입지전적 애인에 대해 주제를 알라는 동생에게게 당당하게 왜 자신이 포기해야 하느냐 반문한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며 하늘에 몸을 던져 먼저 프로포즈를 하는 등 자신의 사랑에 대해 비겁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양하리의 캐릭터는 이 시대 여성의 당당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양달희는 거기에 한 술 더 뜬다. 미국까지 건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처지에서 만난 재벌녀의 갑질에 그녀는 때론 반항하고, 결국 스스로를  범죄의 족쇄에 얽혀들게 만든다. 그런 그녀의 위기 속에 일관되게 표출되는 건 내가 돈만 없을 뿐 결코 저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당찬, 아니 당찬을 넘은 자존감. 그 자존감은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으로 전화되어, '배신'의 행로에 그녀를 몰아넣을 듯하다. 

이처럼 김순옥 등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욕망'의 솔직함,과 실천력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그리고 <왔다 장보리>의 주연을 역전시켜버린 연민정이 그랬듯이, 당하지 않고 비록 어거지일 설정이라도 그것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그리고, 기꺼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매진하는 '우먼 파워'가 바로 이 시대 시청자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언니가 살아있다>에서 아직 구은재와 연민정을 대신할 젊은 연기자의 매력이 돋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단 한 장면이지만, 나이든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연향의 호연이 돋보인다. 과연 이런 신구의 언밸런스한 연기력을 어떻게 조화로 이끌어 낼지, 과연 새로운 구은재와 연민정이 등장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스스로 디스한 그 김순옥 작가의 말도 안되는 설정의 딜레마를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지, 그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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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6 16:34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으로 시청률은 물론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이제 김은숙의 경쟁자는 김은숙이라는 정의가 나돌 정도로 김은숙 작가는 데뷔작 이래 줄곧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히트 작가의 대열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단 김은숙이라면 사람들은 '믿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제 드라마계에서는 출연한 배우들 못지 않은 '스타' 작가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작가만이 아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모래 시계>의 김종학 피디로 부터 기꺼이 김은숙 작가로 하여금 '적과의 동침'을 청하게 한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피디, 그리고 그 이름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피디 등 또 다른 '스타' 피디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 작가와 연출자들, 그들이 빚어내는 히트작들 속에서 당차게, 그리고 신선하게 자신들의 작품으로 자신들을 '들이대는' 신인 작가와 연출들이 있다. 




제 2의 김은희와 김원석? <터널>의 이은미와 신용휘
제일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의 <터널>이다. 기대작이었던 유아인의 <시카고 타자기>을 가볍게 누르며 4.02%(닐슨 코리아)로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성취했다. 방송 초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시그널>과 비교가 되었던 <터널>은 하지만 똑같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과거'의 아재 형사가 '현재'와 와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거에 못풀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신선한 구성 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ocn 특유의 장르물로서의 '수사 드라마'라는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80년대 아저씨의 어설픈,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가던 형사의 내공이라는 '인간미'를 내세우며 전작 <보이스>보다 더 접근성높은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터널>은 드라마 스페셜<불청객> 등 단막극을 집필한 바 있는 이은미 작가의 입봉작이자, 신용휘 감독의 입봉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입봉'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김은희-김원석의 <시그널>이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페와의 전쟁으로서의 연쇄 살인을 다룬 것과 달리, 동일한 연쇄 살인이지만 그 희생자들의 '의지'에 촛점을 맞추며 수사물의 새로운 영역을 매끄럽게 풀어낸다. 



공모전 수상 작가의 화려한 데뷔-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
이영애, 송승헌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며 수목 드라마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kbs2의 <추리의 여왕>과 mbc의 <자체 발광 오피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 모두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가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추리의 여왕> 이성민 작가는 2016년 8회를 맞이한 kbs의 경력 작가 극본 공모에서 '이정은'이라는 이름으로 동명의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자체 발광 오피스>의 정회현 작가 역시 동명의 작품으로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우수상을 받으며 입봉한 케이스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입봉'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경찰이 되고 싶었으나 이른 결혼으로 꿈을 접은 채 동네에서 '한 추리'하며 파출소장에게 '선생님' 대접을 받는 유설옥(최강희 분)과 그녀와 엮이게 된 경찰대 수석 입학에, 알고보면 거대 로펌의 후계자라는 금수저의, 그러나 현실은 파출소로 경질된 현직 형사의 생활 밀착형 '추리 수사물'은 그 신선한 소재와 출연한 배우들 모두를 살려낸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록 <추리의 여왕>에 눌려 2위이지만, 3.8%로 시작하여 10회 이제 7.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거의 두 배가 넘는 기록을 갱신중인 <자체 발광 오피스>는 우리 시대의 현실에 기반한 실감나는 '오피스물'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만년 공시생에, 입사 면접 100번의 흙수저 낙방생에, 마마보이 등 우리 시대 어디선가 만날 법한 주인공들이 자살 위기를 겪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애환과 사랑을 엮어가는 사연은 뻔한 재벌남, 혹은 능력자 로맨스물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이렇게 <터널>,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는 뻔한 소재의 답보 상태에 놓인 드라마 계에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의 구성으로 신선한 수혈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드라마들이 '추리', '수사, '오피스'물이라는 전통적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서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드' 등으로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에 대한 젊은 드라마 시청자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입봉 작가라고 해서 다 성공적인 입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만과 편견>, <결혼 계약>의 김진민 피디의 첫 tvn 연출작이자, 동명의 일본 에니메이션, 드라마의 번안작으로 화제가 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단막극 <정글 피쉬2>를 공동 집필한 김경민 작가의 미니 시리즈 첫 입봉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연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와 '음악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로 tvn 월화 드라마의 암흑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입봉 작가와 피디들의 작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2의 <완벽한 아내>의 후속작 <쌈 마이웨이>는 단막극 사상 미니 시리즈를 제압한 <백희가 돌아왔다>의 임상춘 작가와 영화로도 개봉한 <눈길>의 이나정 피디의 미니 시리즈 입봉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mbc에선 역시나 2016 드라마 극본 입상작인 김수은 작가의 <파수꾼>이 대기하고 있다. <자체 발광 오피스>의 후속작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정해리 작가와 공동 집필할 박혜진 작가 역시 입봉작가로 알려져 있다. sbs에서는 <사임당> 후속 권기영 작가의 <이 여자를 조심하세요>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 연출을 도왔던 박선호 피디가 미니 시리즈에 입봉을 한다. 케이블과 종편에서로 신인 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힘센 여자 도봉순>의 후속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의 첫 단독 미니 시리즈 집필인 <맨투맨>이며, 조승우와 배두나의 만남 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비밀의 숲> 역시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다. 

여기에서도 보여지듯이 이들 '입봉' 작가 혹은 피디들의 드라마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달리 새로운 장르, 새로운 구성, 새로운 서사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포부를 펼친다. 물론 그들 중 누군가는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이고, 혹은 화제의 외곽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이런 신인들의 야심찬 도전이 드라마 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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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4 16:18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싸우다 정든다'라는 건 이제 로맨틱 코미디를 비롯한 사랑 이야기에 클리셰와도 같은 설정이다.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으르렁거리다가, 서로의 진실, 속내를 알게 되면서 '웬수'같던 상대방이, '측은지심'을 넘어 '사랑'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말 덧붙이기도 입 아플 정도로 '흔해 빠진'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드라마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전형적인 구도가 다시 차용되는 건, 적이 동지가 되고 연인이 되어가는 그 '역동적' 과정에서 오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그러기에 웬수가 연인이 되는 이야기를 준비하는 작품들은 더욱 더 치명적인 설정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한다. 그런 가운데 서로 '적'으로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 남자와 여자가, 조만간 '사랑'을 할 것같은 두 편의 드라마가 눈에 띤다. 바로 <귓속말>과 <자체 발광 오피스>이다. 




<귓속말>의 두 주인공 이보영과 이상윤은 2013년 kbs2의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여주인공 서영이와 그녀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우재씨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었다. 여전히 두 사람을 보면 우재씨와 서영이가 떠올려지는데, 웬걸 박경수 작가의 주인공으로 만난 두 사람은 호시탐탐 서로를 제거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보영이 분한 극중 신영주의 아버지는 방산복 비리 사건을 폭로하려다 오히려 동료 기자의 살해범으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된다. 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정의로운 판사로 통하던 이상윤이 분한 이동준을 찾아가 아버지의 구명을 부탁했던 신영주. 하지만 대법원장 사위 등에 대해 강직한 판결로 인해 위기에 몰린 이동준은 신영주 아버지에 대해 눈을 감으며 그 위기를 빠져나간다. 이에 신영주는 자신의 몸을 던져 이동준을 위기로 몰아넣고, 위장으로 그의 비서가 되어 그의 목을 조르며 아버지를 구하려 한다. 이런 신영주에 대해 이동준은 사람을 풀어 그녀가 숨긴 동영상을 찾는 등 어떻게든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한다. 

적이 되어 만난 서영이와 우재씨 
서로 적이 되어 만난 두 사람, 이들의 구도는 흡사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죽인 여자라 오해하고 그녀를 죽일 듯이 괴롭힌 2015년 kbs2의 <비밀>과 흡사하다. 물귀신처럼 따라붙으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넣으려는 사람과, 그런 사람으로 인해 점점 더 궁지에 몰리는 또 한 사람. 이 헤어나올 길 없어 보였던 <비밀>의 악연이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그 뒤에 숨겨진 더 큰 악의 그림자가 드러나며 적이었던 두 사람이 증오를 연대로, 다시 사랑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었다. 마찬가지로 신영주의 아버지에 대한 판결을 내린 사람은 이동준이었지만 그런 판결을 협박한 건 방산업체를 비호한 법무법인 '태백'이라는 배후가 두 사람이 공동전선을 꾸릴 계기가 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태백의 사위가 된 이동준, 하지만 알고보니 딸 최수연(박세영 분)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정일(권율 분)이었다는 숨겨진 진실과 함께 그 '사위'의 자리는 '사약'을 받아놓은 거나 다름없는 처지로 돌변한다. 목을 조르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유일한 지푸라기인 이동준, 자신의 목을 조르지만, 그럼에도 그 누구도 믿을 사람이 없는 태백에서 유일한 자신의 편인 신영주, 그렇게 두 사람은 본의 아닌 '동지'가 되어 '태백'을, 그리고 태백 속 실세로 자부하는 강정일 세력을 상대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전략적 동지였던 두 사람, 그 동지적 관계는 강정일과 백상구의 손아귀에서 위협에 빠져있던 신영주를 이동준이 기지로 구하고, 이제 위기에 빠진 자신이 지나가던 호송차 속 자신을 떠올리며 혼란에 빠지듯, 지나가는 상조 차량을 보며 아버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신영주에 대해 연민을 느끼며 '전략적'이라는 '이성적' 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그 변화는 뜻밖에도 5회 마지막 장면, 옭죄어오는 백상구 일파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이동준의 입을 굳이(?) 신영주의 입이 막으며, 첫 회 두 사람의 동침에 이어 '적이 아닌 관계'로의 질적 전환을 예고한다. 



갑을 로맨스
서로 너 죽고 나 살기로 얽어매어진 <귓속말> 커플에 비하면 그래도 <자체발광 오피스>는 나은 편일까? 하지만 어쩌면 갖은 치명적 요소를 다 장착한 <귓속말> 커플에 비해 갑을 관계로 만난 은호원(고아라 분)과 서우진(하석진 분)의 애증이 더 현실적일 지도 모르겠다.

100번 째 면접 시험장에서 면접관과 응시생으로 만난 서우진과 은호원. 서우진은 학점 말고는 스펙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 채 입사 원서를 낸 은호원이 성의가 없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질타하고, 그런 서우진에 대해 '알바'를 하며 겨우 대학을 마친 은호원은 벽 앞에 서있는 노력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그 결과는 어김없이 또 한 번의 실패다. 그리고 그 실패는 그녀를 한강 다리로 내몬다. 

이처럼 최악의 '갑질'과 죽음에 내몰린 '을'과 만났던 두 사람, 뜻밖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하울퍼니처의 임시직 사원과 마케팅 팀장으로 이어진다. 엮이고 싶지 않은 갑질의 상사와 사고뭉치 신입에 임시직 사원이라는 두 사람의 '편견'은 몇 번의 해프닝을 거치며 그 오해의 커튼을 걷어 간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같은 서우진은 알고보면 집에서 반바지 바람에 소탈한 아재로, 거기에 어머님을 여의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온 입지전적 인물로 그 까칠한 외피를 벗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그저 노력 부족 사고뭉치 임시직이었던 은호원은 자기 헌신적이며 희생적이기까지 한 마음 따뜻하고 때로는 엉뚱한 '여성'으로 서우진의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사실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든 갑을 팀장님과 임시직 사원이, 서로의 다른 면모를 통해 마음을 열고, 이제 은호원의 시한부라는 또 다른 복병으로 인해 어쩌면 이미 시작한 끌림을 본격적 사랑으로 풀어갈 듯하다. 

내 아버지에 대해 부당한 판결을 내린 판사, 입사 시험장에서 갖은 면박을 주며 나를 떨어뜨린 면접관, 이들을 과연 현실에서 사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기적'을 위해 가장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해 관계를 끌고온다. 그 비현실적인 현실 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의 사실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극적인 사랑의 유효한 땔감이 된다. 

또 한편에서 이렇게 이해 관계의 갈등으로 시작되는 남녀 관계가 사랑의 전면적 관계로 등장하고 있는 지점에는, 우리 사회 속 갈등 요소로 자리 잡은 젠더 갈등의 여운도 드리워져 있다. 그들이 '남자와 여자'로 만나 사랑을 할 수 있는 관계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속에서 사회 내에 책임지워진 역할을 놓고 끊임없이 그 '권력'으로서의 관계를 다투는 현실이, 자연스레 이해 관계의 충돌로써 남녀를 주인공으로 이물감없이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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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1 15:46

<김과장>이란 절대 아성이 사라지자, 수목 드라마의 접전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과장>의 후속 작품으로 전작의 아우라에 힘입은 <추리의 여왕>은 첫 회 11.2%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코믹 스릴러'라는 이질적인 장르의 문제였을까, 2회만에 9.5%로 1위의 자리를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영애와 송승헌의 결합이라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내리 <김과장>에게 고전했던 <사임당>은 야심차게 1위로 뛰어올랐다(닐슨 전국 기준 9.6%). 하지만 1위라지만 2위인 <추리의 여왕>과는 0.1% 차이, 더구나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추리의 여왕>이 우세한 편이다. (<추리의 여왕>  10.0%. <사임당> 9.3%,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아직은 그 누구의 손이 올라갈만한 형편이 아닌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여왕>과 <사임당>의 혼전이 반가운 이유는 권상우, 송승헌이라는 두 배우가 모처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으며 건재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의 대표적 스타 송승헌&권상우 
송승헌은 1997년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잘 생긴 신인으로 얼굴을 알린 후 1999년 <해피 투게더>에 이어 2000년 <가을 동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대표적 청춘 스타가 된 배우다. 이후 <여름 향기(2003)>, <에덴의 동쪽(2008)>, <마이 프린세스(2011)> 등을 통해 무난하게 그의 유명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닥터 진(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에 이르러서 그의 스타성은 정체, 혹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권상우 역시 2001년 <맛있는 청혼>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며 <천국의 계단(2003)>, <슬픈 연가(2005)>로 역시나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영화에서 부진했던 송승헌과 달리, 권상우는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시작으로, <신부수업(2004)>, <말죽거리 잔혹사(2004)>, <청춘 만화(2006)>을 통해 영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청춘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송승헌과 함께 했던 영화<숙명(2008)>, 드라마 <못된 사랑(2007)>을 경과하며 권상우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2000년대 최고의 '잘 생김'을 연기했던 두 배우 권상우, 송승헌. 두 배우는 당대 '청춘'의 대명사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청춘'의 싱그러움을 넘어선 '연기'로 자신을 증명해 내는데 실패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2003년 대종상 영화제 남자 신인상, 이어 <말죽거리 잔혹사>로 2004년 대종상 영화제로 남자 인기상을 수상했지만 권상우는 그의 대사가 오랫동안 개그의 소재로 회자될 만큼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사 처리의 어색함과 미숙함이란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짙은 눈썹, 우수어린 연기의 송승헌 역시, 그런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분위기'만을 되풀이하는 하는 그의 경직된 연기로 인해 점점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랬던 그들이 모처럼 다시 돌아왔다. 물론 아직 최종 결과물이 나온 것도, 비록 확고한 시청률로 보상받고 있지도 않지만,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돌아온 권상우와 송승헌의 복귀에 대해 반응은 호의적이다. 물론 여전히 권상우의 발음은 귀에 걸리고, 송승헌은 예의 잘생김만을 연기하지만, 그럼에도 '구관이 명관'까지는 아니지만, '구관 나름의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돌아온 익숙한 오빠들
<대장금>의 신화, 그 주인공이었던 이영애의 13년만의 복귀로 화제가 되었던 <사임당>,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드라마는 배우 이영애의 미모 이상을 설득하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는 집중력을 분산시켰고, 무엇보다 여전히 현모양처라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선입관이 강한 사임당에 대한 '역사'를 넘어서다 못해, 역사를 방기한 듯한 이야기는 공감을 떨어뜨렸다. 그런 와중에 송승헌의 존재감이 한 줄기 빛 처럼 드라마를 구해가기 시작했다. 조선판 개츠비라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이미 결혼하여 아이들까지 둔 첫 사랑 사임당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왕족이라는 '낭만적 설정'은 모처럼 돌아온 이 잘생긴 분위기의 배우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송승헌이 등장하지 않은 현대가 차라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말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헌신적인 이겸은 볼만하다는 것이 최근 <사임당>에 대한 평가들이다. 

그렇게 송승헌이 오랫동안 칩거 후에 예의 그가 가장 자신있는 '헌신적인 순정남'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듯이, 송승헌과는 다르지만 권상우 역시 검사나 의사 등 어려운 대사 처리가 필요없는 그가 가장 잘 하는 '소탈한 형사'로 돌아와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서동서 폭력 2팀 형사, 직감과 본응으로 수사하는 일명 마약 탐지견, 즉 '개같은' 형사다. 폭력 시비로 관할 파출소로 좌천될 만큼 수사 과정에서 물불을 안가리는 하완승 캐릭터는 모처럼 권상우가 '스타'로 각광받던 시절 잘 하던, 예의 힘을 뺀 연기이다. 물론 과거의 사연을 떠올리며 그의 눈에 맺힌 눈물 역시 감성 배우 권상우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다. 

이렇듯 모처럼 돌아온 송승헌과 권상우는 가장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게 모처럼 보니 신선하다. 잘 생긴 송승헌과 털털한 권상우의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는 모습이 반갑기 까지 하다. 물론 그들이 전보다 더 연기를 잘 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그들이 어울리는 작품에서 그들이 잘 하는 걸 가끔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와 감독의 포장으로 연기를 운운할 게재가 되지 않는 종합 선물셋트같은 드라마들도 있는 마당에 그래도 한때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스타였던 그들이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지나간 폐가전제품으로 밀쳐지는 것보다는 가끔 여전히 '우리의 오빠'로 그 존재감을 증명해 주는 것. 그것 또한 나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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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07 16:34

촛불에 의해 '탄핵'을 당한 전직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화제가 되는 시절이다. 청와대가 비워지자, 정국은 급속도로 다음 청와대 주인공이 될 사람을 향해 몰려간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대통령을 잘 뽑으면 다 되는 것일까? 거리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그저 새로운 대통령이 아니다. 새로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체제, 새로운 사회'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의 시작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 '시작'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런 고민의 시점에 박경수 작가가 <귓속말>을 들고 찾아왔다. 


<추적자 the chaser(2012)>, <황금의 제국(2013)>, <펀치(2014)>라는 그의 전작들만으로 더 이상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치 않은 작가다. 일찌기 아내와 딸을 형사 백홍석(손현주 분)을 통한 권력에 대한 복수를 시작으로, 그의 '부도덕한 권력'을 향한 '복수극'은 시작되었고, 매년 그 복수는 정치와 경제, 법의 '카르텔'을 저격해 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사법' 카르텔에 의해 아버지를 '영어의 몸'이 되게 만든 전직 형사 신영주(이보영 분)를 내세워 또 한 편의 '복수'의 시동을 건다. 



하지만 1,2회 아버지에게 '자유'를 안기기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직은 물론,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헌신하는 신영주보다 더 시선이 가는 건 뜻밖에도 요지부동의 늪에 빠진 판사 이동준(이동준 분)이다. 

위기에 빠진 '정의남' 이동준
서울 지방법원의 촉망받는 판시 이동준은 아버지의 청탁조차 외면한 채 대법원장의 사위를 구속시킬 만큼 법 앞의 정의를 실천하는데 추호의 흔들림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바로 그 '정의로운 판결'로 인해 스스로 '재임용'의 늪에 빠지게 된다.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대법원장이 그와 마찬가지로 이동준의 판결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동료 법관들과 함께 이동준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자 한 것.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동준은 예의 '정의로움'으로 돌파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어머님을 돕기 위해 방문했던 건강보험 평가원행이 뜻밖에 '불법'의 이름으로 그를 옭죄어 오자 고민에 빠진다. 정의로웠던 판사가 하루 아침에 '피의자'의 신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 그가 '법비(法匪)'라 경멸해 마지 않았던 거대 로펌 태백의 최일환(김갑수 분)가 손을 내밀었던 것. 그의 요구 조건은 이동준의 마지막 재판이 될 신영주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 재판에서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마지막 동앗줄이라며 그를 찾아온 신영주에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을 했던 이동준, 하지만 그 약속은 '구속'의 위기에 몰린 이동준에 의해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만다. 그리고 그 헌신짝처럼 버려진 약속으로 인해 이제 또 신영주라는 또 하나의 늪이 그의 발목을 잡아끈다. 

'정의'의 시대, 박경수 작가가 주목한 것은 뜻밖에도 '정의'의 시대를 사는 '지식인'들이다. 지식인이란 어쩌면 이 시대에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이 단어의 주인공을 일찌기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샤르트르는 자신의 출신 계급과 무관하게 자신이 배움을 통해 선택한 사상에 따라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항하고, 비판하면서 소외 계층에 봉사하는 존재라 정의 내렸다. 하지만, 샤르트르의 이 말을 뒤집으면, 노엄 촘스키가 지적한 바, 부와 권력으로 장악된 이 사회에서 그의 하수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짜 지식인'의 정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살아갈 '존재'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 

일찌기 6.25전쟁 이후, 논과 땅과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을 교육시켜 '입신양명'을 이루고자 했던 한국의 열렬한 자식 사랑은 이 사회를 '학력 사회'로 만들었다. 학교의 교육을 통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뷰로크라트(관료)와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았고. '탄핵'이 된 시점에서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없는 검찰 등의 권력의 '내부자들'로 권력 카르텔의 성실한 수행인이 되었다. 



<귓속말> 속 아버지 세대들은 태백의 대표 최일환, 이동준의 아버지 이호범(김창완 분)처럼 지배 계급의 성공한 '지식인'들과 그런 그들에 대항해 싸웠지만 자신의 직위(기자)와 경제적 능력조차 잃고, 이제 영어의 몸이 된 신창호를 통해 우리 현대사 속 지식인의 서로 다른 길을 이분법적으로 제시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지식인의 명확하게 다른 모습이다. 

젊은 지식인의 선택
그리고 이동준이 빠진 '자중지난'을 통해 이제 그 자식 세대가 봉착한 '딜레마'를 드라마의 주제로 내세운다. 정의로웠던 판사 이동준은 불명예에는 맞서 싸워보려 하지만, 스스로 '법'의 심판을 받을 지도 모를 함정에는 무기력했다. 그래서 신영주의 아버지를 희생양으로 자신은 태백의 사위가 되는 선택을 했다. 

남들은 그가 국내 최고 로펌 태백의 사위가 됐음을 축하하지만 이동준의 미간은 풀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청탁마저 거절하며 그가 살고자 하지 않았던 길에 원치 않게 들었다고 생각한다. 신영주에게는 어떻게든 자신이 그녀를 돕기 위해 애를 써보겠다며 말한다. 

그런 그에게 두 사람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버지는 '태백 최일환 대표'를 묻는 동준에게 되묻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최일환의 정체가 아니라, 바로 니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위기에 빠졌을 때 너는 거침없이 태백의 손을 잡았다고. 니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또 한 사람, 신영주는 신영주의 아버지를 나중에라도 꼭 구해주겠다고 말하는 이동준에게 '세월호'가 연상되는 답으로 돌려준다. '기다려라'라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또한 시험의 계절, 단 한번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한 교수가 결국 총장 취임을 앞두고 불법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례를 들며, 시험의 계절은 매년 돌아온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이동준의 선택을 비웃는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그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어쩌면 동반자인 우병우와 김기춘 등의 실체에 대해 샅샅이 밝혀졌다. 공부 잘하고 똑똑했던 소년은 그가 선택한 '권력'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스스로 권력의 내부자로 이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잔존하고, 끊임없이 생성되는 '학력 사회'를 통해 합법적 권위와 권력이 된 다수의 '지식인'들의 카르텔이 진짜 문제라는 걸. 



그리고 바로 그 진짜 문제에 대해 <귓속말>은 한때는 정의로웠으나 어느덧 그 '카르텔'의 일원으로 허용된 이동준을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드라마 속 이동준은 태백의 사위이자, 거대 로펌 태백의 촉망받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린다. 여전히 그의 정체성은 '정의로운 판사'지만, 이미 그의 선택은 '부도덕'의 루비콘 강을 건넜다. 과연, 그 '저승'의 강에서 이동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 또한 신영주를 비롯한 태백의 딸 최수연(박세영 분), 보국산업의 아들 강정일(권율 분) 들 또 다른 '지식인'들의 행보를 통해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선택을 묻고자 한다. 

덕분에 혼돈스러운 이동준을 그려내기 위해서였을까? 1,2회의 <귓속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을 떠나, 꽤나 모호하고 혼돈스럽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듯한 대사들은 떠오르지만, 그 모든 것들이 궁지에 몰린 이동준마냥 뒤엉켜버린다. '선'가 '악'의 경계가 벌써 주인공 자신에게서 결정되지 않았다. 그 '경계'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도 불편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불편함은 정의로운 주인공에게 닥친 시련과는 다른 거북스러움이다. 과연 이 거북스러운 질문에 시청자들의 인내심이 견뎌낼 지 그 쉽지않은 길의 여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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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29 16:08

왜 또 화성일까? 3월 25일 시작한 OCN의 범죄 수사 드라마 <터널>을 보면 이 질문은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일찌기 연극 <날 보러와요>의 영화 버전 <살인의 추억> 이래, tvN의 <갑동이> <시그널>까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엔 <시그널>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이재한 형사의 잔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형사라니! 

결국 <터널>의 첫 번째 과제는 과연 이 드라마가 같은 소재를 다루되, 어떻게 다른 지점을 보고 있는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회, <터널>은 분명 같은 '화성 연쇄 살인'이지만, 조금은 다른 '포커스'의 이야기임을 '차별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터널

터널ⓒ OCN


<터널>의 첫 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뜬금없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영국 드라마(영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1960년대 영국과 1980년대 한국

영국 itv가 방영한 <endeaver(인데버)>. 2013년에 시작된 이 드라마는 <셜록>처럼 4회차의 미니 시리즈이다. 첫 회 방영 이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제 시즌 4를 무사히 방영하고, 시즌 5를 준비 중이다. 이 드라마는 1965년 옥스포드를 배경으로 옥스포드를 중퇴한 형사 모스가 주인공으로 끌어가는 수사 드라마이다.

왜 1965년이었을까? 드라마 속 경찰서는 <터널> 속 1980년대의 경찰서와 판박이다. 사건이 나면 동네 양아치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라는 명목으로 잡아다 다짜고짜 네가 범인이지? 그날 밤 뭐 했어? 라는 식의, 이미 영화<살인의 추억>에서 부터 클리셰가 되었던 그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수사를 한다. 

그러던 그 옥스포드에 <터널>처럼 10대 소녀를 비롯한 여성들의 살해가 연거푸 등장하기 시작한다. 같은 수법, 같은 방식. 경찰은 예의 방식으로 수사를 반복하지만, 도대체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다. <터널>의 형사들이 눈을 씻고 봐도 사건의 단서하나 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 1960년대의 영국과 1980년대의 한국은 아직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이라는 '신종 범죄'가 등장하지 않은, 그래서 그런 범죄자에 대한 미개척지이자 그런 수사를 할 준비도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데버

인데버ⓒ itv


바로 그때 <인데버>에서는 아직 정식 경장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한 젊은 모스가 툭 튀어나온다. 한때 옥스포드를 다녔던, 늘 오페라 음악을 듣고, 취미가 신문의 십자말 풀이인 이 형사는 우락부락한 덩치로 곤봉이나 총을 내세워 범죄자를 제압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당시의 그들과 다르게 '머리'를 써서, '추리'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범죄의 도래를 예측한다.

그렇게 영드 <인데버>는 산업의 발전,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새로이 등장하는 지능 범죄, 성범죄,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 살인 등 신종 범죄를 그 소재로 하여, 새로운 수사의 지평을 연다.

3월 25일 첫 선을 보인 <터널> 역시 지금까지 화성 연쇄 살인을 다루었던 드라마들과 같은 소재를 다루었지만, <인데버>처럼 그 전과는 달랐던 새로운 범죄 양상에 속수무책인 당시의 경찰의 혼돈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이 드라마의 영역을 드러낸다.

형사 박광호의 30년 타임 슬립

강력반 10년 고참의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는 '누군가 봤고, 누군가 들었고, 누군가 알고있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사건이 나면 '저인망' 식으로 주변을 샅샅이 훑어 결국은 용의자를 찾아내는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경찰이다. 그런데 그의 관내에서 되풀이 되는 여성들의 살인 사건에는 베테랑인 그는 물론 동료 형사들 모두 속수무책이다.

그도, 그의 동료들도 늘 그래왔듯이 피해자 주변 그 누군가일 것이라고 탐문에 탐문을 거듭하지만, 도무지 실오라기 하나 건져지는 것이 없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사건. 2017년을 사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연쇄살인이지만, <터널> 속 1986년을 사는 형사들은 그것을 알리가 없다. 

 터널

터널ⓒ OCN


그 시절 범죄는 피해자와의 어떤 원한이나 피해에 의해서만 일어나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함께 고도화되어 가는 사회는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죽이는 살인마를 잉태하고 탄생시켰다. 바로 이 지점을 첫 회 <터널>은 충실히 보여준다. 부당한 권력이, 부도덕한 사회가 배태한 연쇄살인이라는 <시그널>과, 잡히지 않는 연쇄 살인마와 경찰의 대결이라는 <갑동이>와는 같은 듯 다르게 <터널>이 터트린 프롤로그다.

그리고 그 프롤로그는 역시나 역부족인 형사 박광호가 범인을 따라 훌쩍 30년의 시간을 건너뛰며, 이제는 연쇄 살인이 관례화되고, 그와 함께 그에 대한 범죄 수사 방식도 일취월장한 2017년의 시대와 호흡할 '여지'를 만든다. 그렇게 <터널>은 첫 회를 통해, 박광호 형사의 시간을 건너뛴 수사의 개연성을 닦으며, 1980년대 형사의 21세기적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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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28 21:18

격세지감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51.6%로 대통령이 된 순간이래, 장미 대선이라는 조기 대선이 이루어지는 날이 돌아오기 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람들은 절망했고, 그 절망에 찬물이라도 끼얹는듯 정권은 사람들을 목조르고 세상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져만 갔다. '희망'이란 말이 무색하던 시절, 하지만 그 완고하던 권력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통해 누수가 되며, 광장의 촛불이 켜졌다. 모두들 숨죽이고 포기하고 살았던 것만 같던 시절, 그 촛불의 저력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되돌아보니, 사람들은 일찌기 '불가능'의 시대에 그 불가능을 돌파할 '희망'을 꿈꾸었던듯 하다. 2016년 <시그널>에서 <태양의 후예>, 다시 2017년으로 이어진 <낭만 닥터>, <피고인>, <김과장>까지 높은 시청률과 함께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 중 다수가 그 불가능를 피어올린 주인공들이었다. 이들 드라마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이란 쌍글이에 성공했던 것이다. 




시작은 <시그널>이었다. 
그 이전 영화 <살인의 추억>, 그리고 드라마 <갑동이>와 동일하게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시그널>, 하지만 드라마가 촛점을 맞춘 것은 바로 그 불가능했던 과거의 사건을 풀어내고자 하는 '과거'와 '현재'의 인간들이었다. 1989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 당시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그 시절 목격자이자 희생자였던 소년에서 이제 경찰대 출신의 프로파일러가 된 박해영(이제훈 분),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을 집요한 사건 추적이라는 목적의식으로 승화시킨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이 그 주인공들이다. 

결국 이재한의 '실종'으로 마무리되어버린 1989년과 달라지지 않은, 아니 그 시절 사건의 결탁자들이 그것을 빌미로 권력을 공고화시킨 현재는 우리 현대사의 '권력'의 태생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여전히 전근대적인 시대를 상징한 채 씁쓸한 패배로 남았던 화성 연쇄 살인을 과거와 현재 인물들의 '의지'를 통해 '환타지'적으로 해결해 낸다. 그리고 그 사건의 해결은 몇 십년을 통해 공고해진 현대사의 적폐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이었다. 



그 '의지'를 이어받은 건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는 20일 방통위 방송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한국 피디대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2016년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로맨스 드라마의 대가인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가 함께 한 이 드라마는 '군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인기가 없다는 전례를 불식시키며 38.8%의 압도적 시청률로 작품성과 인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전대통령조차 애청자였다는 아이러니한 인기를 구가했던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끈 가장 큰 요인은 흔히 '정권'의 수호자였던 '군인'이 '여자와 어린이'라는 대사로 상징되듯, '국민 일반'을 위한 보편적 정의의 수호자로 거듭났다는 점에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탈피하여 이국의 전장터를 배경으로 삼은 '환타지적' 배경과, 총을 맞고도 다음 장면에서 바로 '불사'의 존재로 적과 대치하는 주인공의 '슈퍼맨'을 능가하는 능력치는 '로맨틱 드라마'의 가장 유효한 장치로 작동했지만, 그런 '로맨스'의 줄기를 타고 곳곳에서 두 주인공을 통해 드러나는 정의와 휴머니즘을 고뇌하는 청춘의 모습은 정의로운 시대를 갈구하는 대중들의 염원을 드러내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전장의 정의는 이어서 <낭만 닥터> 속 의료 현실의 정의로 새롭게 구현된다. 
도라지 위스키가 나오는 옛날 다방에나 어울릴법한 한물 간 '낭만'이라는 단어가 경쟁과 성공시대에  '인간다움'이란 의미로 재해석되며 27.6%의 화려한 성적으로 2017년을 열었다. 

한때 거대 병원에서 가장 잘 나가던 의사, 외과계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신의 손 부용주(한석규 분), 그렇게 잘 나가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빌어 대리수술을 자행했던, 하지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그에에 덮어씌운 병원 측의 모함을 뒤로 한 채 사라졌다. 그런 그가 나타난 곳은 강원도 인근의 돌담 병원. 카지노로 주변의 교차하는 고속도로로 응급 환자가 범람하는 곳, 하지만 '영리'라는 조건에서 보면 한없이 방치된 이곳에, 그는 '김사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답게 저 마다의 상처를 지닌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인간적인 의술'을 구현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필요한 의술 대신, 돈이 되는 기계와 그럴 듯한 외관으로 환자를 유혹하는 시대, 낭만적인(?) 낡은 병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곳에서 김사부와 때론 그를 의심하면서도, 그럼에도 그가 보이는 기적같은 의술을 따라 어느 틈에 자신도 '낭만적'이 되어가는 젊은 의사들은 의술이 곧 돈이고 사업인 시대에 '인간적인 의술', 그를 위한 돌담 프로젝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 오로지 그들의 '선의'로. 



다음엔 법이다. <피고인> 
3월 21일 역시나 28.3%로 박수를 받으며 떠난 <피고인>의 시작은 뜻밖에도 기억조차 잃은 채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 검사 박정우(지성 분)였다. 재벌 앞에 당당했던 검사, 재벌가의 아들 차민호(엄기준 분)이 저지른 패륜적 범죄를 눈감아주지 않은 채 집요하게 그의 뒤를 쫓던 박정우에게 돌아온 것은 아내와 딸의 살인범이라는 무자비한 함정, 심지어 그는 그 충격으로 기억까지 잃었다. 

하지만 감옥도 박정우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라 빗대어진 드라마는 이제 종영과 함께 미드를 지우며, 박정우를 기억에 남긴다. 검사로서의 출중했던 그의 능력은 기억을 잃은 그 상황 속에서도 차민호가 끊임없이 그를 향해 펼쳐대는 암울한 상황을 뚫고 재심 포기와 사형수라는 족쇄를 뚫고 탈옥과 검사로의 복귀라는 희대의 역전극을 펼친다. 드라마는 늘 박정우라는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그를 '고난'에 빠뜨렸지만, 그는 그 어떤 순간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의에 대한 의지로 그 모든 미션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며 결국 재벌가의 망나니 연쇄 살인범 차민호를 법정에 세운다. <피고인>의 미덕은 재벌과 손잡은 검찰, 그리고 그 하수인이 된 교도 행정의 부도덕한 권력의 고리 아래에서,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결국 '법'의 심판이란 기본적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원칙'의 문제를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심판 과정과 맞물리며 의의가 배가된다. 



<김과장>의 사이다도 빠질 수 없다. 
아직 2회가 남은 <김과장>은 앞선 드라마들에 비하면 18회 17.0%로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취이다. 하지만 매회 김과장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어준 속시원한 사이다 한 잔으로 차자면 그 어떤 인기 드라마 못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착해서 당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반면교사 삼아 '삥땅'이 능력이 된 김성룡(남궁민 분), 그런 그가 우연히 빙판에서 구해준 인연으로 자꾸만 '착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전임자 부인을 도와주고, 더러워서 나가려다 택배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고, 구조 조정에 앞서며, '비리'의 귀재, 그가 '정의로운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그만이 아니다. 그가 몸담게 된 경리부 늘 회사의 궃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사무실에서 음식 냄새 피운다고 구박덩이였던 바람부는대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편한 삶의 방식이라 여겼던 '복지부동'이 삶의 모토였던 사람들이 김과장과 함께 '복마전' 재벌 TQ의 대항마가 되어간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가진 자,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질서 아래에서 나 하나 어찌 목숨을 보전하고, 내 가족을 먹여살리면 된다 생각했던 '보통 사람들'이 각자의 '도생'을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하니, 불가능하리라 보였던 '불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드라마 <김과장>은 가장 통쾌하게 그려낸다. 마치 하나 둘씩 피워내기 시작한 촛불이 광장을 덮고, 절대 권력을 이제 법 앞에 세우기에 이르른 것처럼. 

이렇게 <시그널>에서부터, <태양의 후예>, <낭만 닥터>, <피고인>, <김과장>까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시청자들이 열렬히 환호했던 드라마들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시청자라 이름지워진 이 시대의 대중들이 갈구했던 것, 기원했던 것들이 드라마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들이 형사이건, 군인이건, 의사이건, 검사이건, 일개 회사원이건, 시청자들은 그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불의에 '복지부동'하는 대신, 싸워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영원할 것같은 재벌과 정치 권력과, 검찰 등 이 시대의 권력들의 '적폐'를 무너뜨려주기를 원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화려한 시청률은 이 시대의 '건강한 시민의식'의 또 다른 발현이요, 갈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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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24 17:44

공교롭게도  mbc 수목 드라마 <미씽 나인>의 후속 작품은 kbs2의 <김과장>과 동일한 배경인 '오피스물' <자체 발광 오피스> 이다. 하지만 동일한 소재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미 김과장이 17.1%(닐슨 코리아 전국)의 압도적인 1위를 선점하는 가운데, 후속 작품인 <자체 발광 오피스>는 3.9%로 고전하는 중이다. 수목 드라마 따논 1위와 꼴찌, 하지만 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두 드라마 들여다 보면 오피스물이라는 공통적 소재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다. 


수목 1위로 매회 속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쭈욱 들이키게 <김과장>은 극의 구성이 2013년 <직장의 신>과 흡사하다.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 분)의 기상천외한 행보로 전형적인 '갑을' 관계였던 직장 내의 관계가 속시원하게 역전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직장 내의 가장 존재감이 없는 '비정규직'이 가장 '능력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상황은 당시 '갑을' 관계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대던 우리 사회의 문제 의식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한 비선 실세의 권력 농단 못지 않게 승계를 위해 동조한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가 공분을 사는 이 시점, 복마전인 대기업에 들어간 똘끼 충만한 '김과장'의 '사이다'식 해프닝이 역시나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변방에서 온 흑기사들 
그런데 일찍이 <직장의 신>에서 부터 <자체 발광 오피스>까지 주인공들을 보면 오피스 물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왜 무슨 이유로 그런지 알 수 없는 부장보다 이사보다 더 능력자인 미스 김, 하지만 그녀의 직책은 단기 계약의 비정규직이다. 이렇게 오피스물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은 '오피스'의 변방으로부터 등장하다.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은 능력자 미스 김 못지않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성과 깡, 비상한 두뇌, 돈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을 지녔지만 지방에서 조폭들 자금 세탁이나 해주던 처지, 그러던 그가 자신의 꿈이었던 덴마크 이민을 위해 뜻하지 않게 도달하게 된 곳이 바로 '비리'의 온상 TQ그룹이다. 그가 들어간 곳은 '비리' 혐의로 죽은 전임 과장의 후임, 회사에서 가장 대우받지 못한 채 혹사당하며 위에서 시키는 일만 식사하러 갈 사이도 없이 죽도록 하는 회계과다. 

이처럼 <직장의 신>이나, <김과장> 모두, 주인공들은 '능력자'이지만 그 능력에 대한 제대로된 과정으로 '오피스'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그런가 하면 <자체 발광 오피스>는 이 시대의 '을'인 청춘 세 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 다니면서 스펙 대신 알바를 하며 겨우 학점만을 따야했던 여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은 무려 100번의 입사 원서를 내지만 번번히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를 한다. '스펙'이 만땅인 장강호(이호원 분)는 너무도 모범 답안인 그의 스펙과 더더욱 모범 답안인 그의 면접 답안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극적 태도'로 말미암아 역시나 번번히 미역국을 먹는 처지다. 서른 두 살이 먹도록 변변한 스펙하나 없이 시험 준비만 하다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만 도기택(이동휘 분)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블랙코미디 현실의 환타지로서의 오피스물
이렇게 현재 대한민국 88만원 세대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지닌 세 명의 인물이 바로 <자체 발광 오피스>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인연으로 맺어지며 급기야 서현(김동욱 분)의 배려로 하우라인 3개월 계약직에 위촉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간 곳은 하우라인 영업부와 판촉부, 거기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비리'와 갑을 관계, 남녀간의 불균형적 처지 등이 고스란히 집합된 전형적인 직장 부서이다. 

이렇게 이들 '오피스' 물의 배경이 되는 직장은 곧 현실, 바로 우리 사회로 등치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주인공은 정통이 아닌 존재로 등장하며, 그곳에서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회사'의 일에 얽매이며,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의 주도적 존재가 되어간다. '덴마크'로 이민 가기 위한 한 탕 장소로 들어간 회사에서 그의 전직과는 전혀 다른 '의로운' 인물이 되어가는 김과장이나, 사실은 그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기회를 잡은 3개월 계약직 <자체 발광 오피스>의 은호원, 장강호, 이동휘 세 사람 역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태도의 삶을 살아간다. 2회 회사의 고질적인 진상 고객을 자신의 처지로 설득해 내는 은호원을 통해, 이들의 존재가 <김과장> 처럼 역설적으로 '힘'이 될 것임을 드라마는 예고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옭죄인 가족, 사회적 관계의 틀에서 옴싹달싹 못하지만, '이민'이라던가, '죽음'이라는 삶의 이탈적 요소를 지닌 주인공들은 그래서 용감하고, 그 용감함이 그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끌며 평범한 주변 인물을 독려함은 물론, 역시나 일상의 삶에 지쳐가는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삶의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코믹'한 요소들은 사실 '사이다'같은 시국과 맞물려 박수를 받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노오력'을 해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 기회, 고착된 갑을 관계 속에서 나 하나의 도태 아니고서는 쉬이 변화를 바래보기 힘든 '블랙 코미디'인 현실의 '환타지'이다. 

2013년 <직장의 신>으로 '갑을 관계'라는 것이 전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로 부터 몇 년이 지난 현재 그 '갑을 관계'는 잠깐의 환기 이후 더 고착되었다.  과연 <김과장>이 매회 권하는 이 '사이다'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88만원 '노오력' 세대의 고군분투는? 아직은 사이다의 강렬한 시원함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그 의미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과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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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3.17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