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불평등과 편견을 허무는 차별에 화난 프로 불편러'들의 이야기 <까칠 남녀>가 4월 24일로 5회를 맞이했다. 프로그램은 '털', '졸혼', '피임', '김치녀', '시선 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내에 '젠더'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를 선택한 덕분에 매회 화제가 되었다. 또한 화제가 된 만큼 '엄연히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정영진 씨 등의 발언이 매회 인터넷 상에서 숱한 질타의 대상이 되며, 5회에도 발언을 할 때마다 '캡춰'돨 것이란 우스개가 등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연 이 '우스개'를 웃고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한남'과 '페미'라는 양 극단의 용어가 넘쳐나는 세상에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까칠 남녀>의 젠더 토크쇼에 대해 몇 가지 고민을 풀어보고자 한다. 




시선 폭력? 시선 강간?
5회의 주제가 된 것은 여성의 몸을 '폭력적'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 거리의 실험 영상을 예로 들며, 그런 남성의 '시선'에 대해 여성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프로그램. 하지만 곧 대다수의 여성들이 '시선 폭력'을 느꼈다는 것과 달리, 그 자리에 참석한 남성 패널들은 이런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힘들어 한다. 

남성이 여성을 보는 것은 '본능'이라거나, 여성들도 '시선을 즐기지 않냐'는 '이의 제기(?)'에 대해 페미니스트 은하선이나, 여성 철학자는 '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바로 '남성의 권력'이 우리 사회에서 우위에 있기에, 여성들은 그런 '젠더'의 '을'로, 남성들이 끈질기게 자신의 몸을 '관음'하는 시선에 '시선 강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폭력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 5회 '시선' 문제의 딜레마가, 동시에 젠더 문제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시선 폭력'의 문제가 제기되고, 그것이 '성적 권력 관계'에서 오는 관음적 폭력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그 '결론'에 대한 공감 대신, 오히려 애초에 개념인 '시선'에 대한 정의와 혼돈으로 '토크'는 뒤돌아 간다. 즉, 과연 어떤 시선이 '폭력'인가에 대해, 상황 설정까지 해가며 다시 설명을 하며, '여자는 안다'라는 단호한, 하지만 모호한 결론에 이르른다. 

'시선 폭력'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 내에서 젠더 권력 관계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분명한 '폭력'적 요소임에도, 어디까지가 '폭력'인가에 대해 '당하는 사람은 안다'라는 이 모호한 결론은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부딪치고있는 '젠더'문제의 모호함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기울어진 젠더의 전문성 
결론에 이르러 봉만대 감독이 '지켜본다'와 '바라본다'라는 언어적 유희를 통해 설명하려 했듯이,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본다'는 성적 호기심, 호감, 그리고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은 행위이다. 이는 즉, 프로그램의 초반, '시선'의 문제를 들어 '권력'이라고 소리를 높였듯, 우리 사회 내 '젠더'에 관한 문제는 수 천년의 시간 동안 '가부장제'적 구조 아래 '절대 우위'를 누려온 '남성'의 권력과 그 '권력'의 피해자 여성이라는 문제 임과 동시에, '섹슈얼'한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문제라는 복합적 구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가진다. 

정영진이나 봉만대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대표적인 '한남' 심지어 '한남충'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몰매를 맞는 것과 달리,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남성들이 심지어 '여성편'이라며 한없이 고개를 조아리는 서민조차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들이밀 정도로 '시선'의 문제를 내세우면 그것이 '본능'이라 생각한다는 지점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선의 폭력'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선'에 대한 정의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에는 '권력'의 문제와 함께, '생물학적 본능'의 지점이 내포되어 있는 복합적 문제라는 것을 여성과 남성이 역시나 공감하는데서,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은 '도그마'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양성 공감'으로서의 지평을 넓혀가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곧 <까칠 남녀>가 페미니스트적 담론을 되풀이하는 장이 아니라, 진정한 '양성의 대중적 공감'을 확산시키기 마당이 되는가의 시금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패널의 구성 자체에서도 어쩌면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 잡겠다고 하지만, 어쩌면 패널의 구성 자체가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아쉽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 은하선에 여성 철학자 이현재라는 '페미니즘'의 전문가 두 사람이 포진한 여성의 입장과 달리, 과연 봉만대나 정영진이 '남성'의 대표성을 띤 전문가인가라는 점에서 아쉽다. 즉 여성들의 입장이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권력' 문제까지 짚어져 가면서 문제 제기가 되고 결론을 '목적의식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서구에서는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이 자신을 스스로 가리는' 경우는 없다'며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기를 요구하는 '합리적'인 주장과, 아내가 나를 사랑해서 가사를 돌보고 양말을 신겨준다는 비이성적 잣대를 갈짓자로 오가는 정영진의 주장이나, 에로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뜬금없이 드러내고야 마는 봉만대의 입장은 어쩐지 늘 역부족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을 '한남'이라 욕하거나 제압하고 보면, 우리 사회 남자들이 반성할까? 의식이 달라질까? 과연 이 '한남'이라고 욕먹는 이들이 우리 사회 평균 남성들의 이하인가? 



문제는 이런 이들의 개별적이고 경험주의적이며, '논리적이지' 않은 입장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여성 측 전문가들의 입장이 '격파'한 것이 과연 '양성 평등'의 확산에 도움이 될까? 즉 이는 우리 사회 속 '페미니스트'적인 입장들은 분명하지만 과연 그 대중적 파급력이 얼마나 원심력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실 그런 점에서 기생충 학자 서민의 존재가 아쉽다. 콘돔의 사용과 관련하여 질외 사정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봉만대에게 그건 질외 사정의 합리성이 아니라, 봉만대의 나이에서 오는 정자 운동성의 감소라 과학적으로 짚었던 서민은 5회에 이르러 '여성편'이라며 앙탈을 부리거나, 우스꽝스런 상황극에 자신을 소모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심화되어가는 젠더 문제와, 경험주의적 무지가 지배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자'로서 서민은 '권력' 관계를 넘어, 보다 과학적인 전문가로서 '방향'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진화 심리학'조차 '젠더적 편견'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그의 사리밝은 식견이 도그만에 빠진 담론과, 그를 맞서는 막무가내 경험주의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젠더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계몽주의적 캠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캠페인의 성공의 전제가 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 대중의 공감이다. 권력의 관계이지만, 동시에 남성과 여성은 '성적'으로 동반자적 관계에 있는 미묘한 역학 관계의 존재들에 대한 때론 논리적이고, 때론 감성적인 설득이다. 과연 5회를 맞이한 <까칠 남녀>가 이런 딜레마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지향'과 함께, 그 '지향'을 위한 공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고민이 제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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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5 16:53

<나의 사랑, 그리스>의 제목 속에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낚여서, 혹시나 풍광이 좋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옵니버스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무참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위플래쉬>의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같던(?) j.k 시몬스의 '로맨틱한 사랑'이 기대되었다면 그 기대는 충족하고도 남을 듯하다. 로맨틱하지는 않은데 로맨틱하다? 바로 그런 영화가 <나의 사랑, 그리스>다. 


사랑 영화답게 <나의 사랑, 그리스>는 사랑의 신 에로스에 대한 극중 은퇴한 독일 교수이자, 그리스가 좋아서 현재 그리스 도서관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세바스찬 역의 j.k 시몬스의 긴 서언으로 시작된다. 



에로스, 다 알다시피 사랑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때론 짖궃게 사랑의 화살로 서로 사랑해서는 안될 사이를 연결하여 운명에 휘말리도록 만드는, 하지만 정작 그 자신도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연히 찔린 자신의 화살로 인해 프쉬케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는 그런 에로스의 운명같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랑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는 사랑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짚는 것으로 '프롤로그'를 대신한다. 그렇게 인간사를 뜻하지 않는 '운명'에 빠뜨릴 에로스의 화살이 그리스의 한 가족에게 세 발이나 쏘아진다. 

평범한 그리스의 한 가족이 있다. 
이제는 말년의 평화로움을 즐겨야 할 나이의 가장이 있다. 하지만, '그리스'란 나라는 그에게서 그 '말년의 휴식'을 빼앗아 갔다. 그는 오늘 그에게 남겨진 유일한 재산인 차를 팔러가는 길이다. 한때 가게를 세 개나 운영하던 잘 나가던 그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한 대 남은 차마저 넘기러 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행상, 바다 건너 온 이방인이다. 불같이 화를 쏟아붓는 그, 불현듯 자신에게, 그리고 그리스의 모든 가장들에게 벌어진 불행이 바로 이들 '이방인' 때문이란 생각에 멈춘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행동에 옮긴다. 우유부단한 국가를 대신하여 이 나라를 야곰야곰 좀 먹어 오는 저들 이방인을 '응징'하고자 나선다. 

에게해와 지중해, 이오니아 해,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그리스, 덕분에 일찌기 그 바다를 통해 고대 세계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였으며, 그 바다를 통해 유입된 동양의 문물을 통해 서양 고전 문명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21세기의 그리스는 그 열려진 바다를 통해 아프리카와 중앙 아시아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 그 예전 '화려한 그리스 문명의 통로였던 곳에 기근과 전쟁을 피해 찾아든 '이방인'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넌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21세기의 그리스는 유럽 연합의 도움없이는 스스로를 연명하기에도 버거운 상태라는 것. 그 국가적 채무의 부담은 고스란히 그리스 국민들에게 전과되어, 이미 그리스인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여러 다큐와 뉴스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황이다. 그런데 쏟아져 들어오는 이방인이라니!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그리스의 아버지가 보인 결단은 그들을 향해 곤봉과 총을 드는 것이었다. 



바로 자신의 문제, 자신의 세대가 실패한 삶, 그리고 자신의 세대가 일군 국가가 빚어낸 실패를 자신들이 아닌 그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려세우는 방식이 낯설지 않다. 촛불이 불타오르던 그 광장의 또 다른 한편에서 '종교집단'처럼 자신들의 지나간 역사를 붙들고 강력하게 저항하던 우리의 아버지 세대의 모습과 공교롭게도 오버랩된다. 지난 4월 oecd가 발표한 소비자 심리 지수에서 나란히 꼴찌에서 둘째, 세째를 차지한 건,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아버지 세대가 결국 거리에서 그 '아들, 딸'의 세대와 맞부딪치듯, 그리스의 아버지 역시 딸과 맞닦뜨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세대 충돌 사이에 '경찰'이라는 방패가 있었던 것과 달리, 공권력이 무기력해지고, 그 공권력의 빈틈을 '파시스트'가 된 아버지가 판을 치고 다니는 사이, 아버지의 적을 사랑했던 딸 다프네는 아버지가 우려하듯 이방인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의 동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시대의 또 한 편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죽음'을 먹고 마무리된다. 

이렇게 그리스 한 가정에 쏘아진 첫 번째 화살은 그 제목처럼 '부메랑'이 되어 아버지가 토해낸 적개심의 추진력으로 딸의 가슴을 향하고 만다. 그렇게 영화의 첫 번째는 아버지와 딸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그리스 인과 그리스가 배척하고 있는 시리아로 대표되는 이방인의 관계를 '비극적 사랑'을 통해 그려낸다. 

그리스인과 이방인, 엇갈린 갑을의 사랑
이방인과의 금지된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첫 번째에서 '시리아'와 '그리스'의 관계에서 그리스가 갑이었다면, 이번엔 그 관계가 역전이 되어 그리스가 '을'인 처지의 사랑이다. 

우연히 바에서 만나 원나잇을 하게 된 스웨덴에서 온 엘리제와 그리스의 지오르고, 그리고 그리스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그리스 주부 마리아와 독일에서 온 은퇴한 학자 세바스찬. 엘리제와 지오르고의 접점이 된 건 지오르고의 우울증 약 로세프트 50mg이고, 마리아와 세바스찬의 교각이 된 건 토마토 한 팩이다. 한 알의 약과 한 팩의 토마토보다, 더 절묘하게 현재 그리스 중년과 노년들이 겪는 고통을 설명할 대상은 없다. 

감봉과 감원의 위협 속에 파산지경에 몰린 그리스 경제에서 빚에 허덕이며 가정 불화까지 겪는 지오르고가 버텨가는 방법은 우울증 약, 스웨덴에서 온 엘리제는 그런 지오르고를 '우유부단' 혹은 '자기 도피'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유럽의 보다 잘 사는 나라들이 그리스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한다. 그러나 지오르고의 회사 상사로 등장하여 살인적인 감원을 실행해가야 하는 엘리제, 그런 엘리제와 동료,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부유하는 지오르고의 운명은, 결국 마지막 엘리제가 털어넣는 로세프트 한 말 말고는 달리 도망칠 곳이 없다. 



마리아는 어떤가? 허리가 안좋아서 도움을 청한 이방인에게 마리아는 마음껏 토마토 한 봉지조차 살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퍼붓는다. 하지만 그리스가 좋아 은퇴후 그리스를 찾은 세바스찬에게 그런 솔직한 마리아가 매력적이다. 다음을 기약하고, 슈퍼마켓을 환타스틱한 공간으로 바꾸어가며 이어지는 그들의 두 번째 사랑. 그건 그저 늦바람이 아니라, 이제 가족을 위해 더는 할 일이 없어 좌절해 가는 주부 마리아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두 번째 인생의 기회는 뜻하지 않은 마리아네 가족의 비극사로 인해 물 건너 가고 만다. 

이방인이라는 방점이 찍히지 않는다면, 성폭행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성과의 플라토닉한 사랑, 원나잇이 무색하게 한없이 빠져든 40대의 늦지만 솔직한 사랑, 그리고 인생의 말미에 다시 한번 꿈꾸고 싶은 두 번 째 사랑. 하지만 그 사랑들이 그리스라는 사회 속에 깃들여지면, 그리고 그 대상들이 그리스의 이방인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물며, 그 세 개의 파편적인 사랑이 '가족'을 중시하는 그리스의 한 가족의 식탁에서 맞닦뜨려진다면. 정작 세 가지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을 모르지만, 관객들은 아는 그 가족의 저녁 식사 장면은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게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설명한다. 

가장 로맨틱한 사랑을 통해, 현실을 적확하게 설명해낸 드라마, 에로스라는 신이 그의 화살을 통해 그리스 신화 속 수많은 분쟁과 비극의 도화선을 만들듯, 이 세 편의 사랑을 통해 오늘날 그리스가 그 지정학적 위치답게 바다를 통해, 그리고 육지와의 관계에서 처하고 있는 입지를 정확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아내 마리아는 저들에 대해 적개심을 쏟아내는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이라고. 그렇다. 사랑을 통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원제는 world apart, Enas Allos Kosmos.  Enas Allos Kosmos는 그리스어로 Ένας Άλλος Κόσμος 또 다른 세계라는 의미이다. 즉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혀진 관계 그 이상의 그리스라는 국가가 담은 관계들. 하지만, 그런 설명보다도, 오히려 번역된 '나의 사랑, 그리스'가 더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리스'에 대한 영화다. 그리스란 공동체를 구성하는 세대별 구성원들이 처한 오늘날의 이야기, 그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 대한 애증이 듬뿍 묻어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잃은 딸의 이름은 다프네, 다프네는 나무의 요정,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그녀는 월계수가 되었다. 나무의 요정이 사라진 숲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월계수는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나무, 그 월계수가 사라진 그리스는? 그렇게 영화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사랑이라는 가장  사적인 감정조차도 인간의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보편적 정의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나의 사랑, 그리스>, 이 이방의 영화를 통해 역시나 oecd 꼴찌 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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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4 16:42

드라마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물론 이 주에 결정적 장면 정도를 쓰려면 이 주에 방영되는 드라마 정도는 다 보고 써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도 호불호가 갈리는, 그리고 지극히 편향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그래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또 하지만 비록 내가 모든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손쳐도, 그래도  꾸준히 일주일 동안 본 드라마들 중에, 그래도 이 '결정적 장면'은 그냥 넘어가기가 아쉬웠다. 더구나 세 편의 드라마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드라마의 결정적 장면은 그동안 드라마가 '복선'으로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 숨겨진 진실의 등장으로 드라마의 갈등은 전면화되고,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그 첫 번 째; <터널> 진짜 범인이 나타났다!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 온 아재 형사 박광호(최진혁 분)가, 그가 못잡은 범인에 의해 죽은 피해자 여성의 아들 김선재(윤현민 분)과 함께 30년의 시차를 두고 '연쇄 살인'의 진범을 추격하는 미스터리 범죄 수사. 드디어 이들이 쫓던 연쇄 살인의 진범인 정호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수사팀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듯 공중전화를 이용하며 그들에게 알 수 없는 힌트를 흘리는 정호영. 정호영의 힌트에 미심쩍어하면서도 화양 경찰서 수사팀은 정호영을 잡기에 혈안이 되는데. 그렇게 정호영을 향해 치다리는 수사 상황 속에서 9회 마지막,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김선재가 가장 의지해마지않는 법의관 목진우(김민상 분)이 놀이터에서 '나는 이유없이 살인을 하지 않는다'며 여성 법의관의 목을 조르며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미 눈밝은 시청자들이라면 연쇄 살인이라는 범죄 자체가 등장하기도 전인 30년전 여성들을 잇따라 스타킹으로 목을 졸라 죽인 범죄가 당시 학생이었던 정호영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등장할 때마다 심상치않은 분위기와 대사로 이미 목진우를 의심스레지켜본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게 시청자는 알지만, 정작 수사 당사자들은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것을 드라마적 복선이 양 꽁꽁 숨겨놓는 것과 달리, <터널>은 자신만만하게 9회 엔딩에서 대놓고 자신의 숨겨진 패를 '깐다'. 결국 <터널>의 연쇄 살인 역시 <갑동이> 등에서 등장했던 진범과 카피캣의 이야기, 하지만 30년의 시간을 둔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형사의 슬픈 인연, 는그리고 과거의 연쇄 살인범과 현재의 카피캣의 엇갈린 범죄는 목진우의 가면이 벗겨지며 이제 그 얽힌 악연이 전면에 드러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두 번 째; <시카고 타자기> 귀신이 나타났다!
5회 마지막 한세주(유아인 분)가 그의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 분)와 함께 간 곳, 거기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오를 옆에 앉힌 유아인, 고백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유령 작가설은 낭설이었음을, 하지만 이번 작품의 유령 작가설은 진짜였음을. 당연히 그의 놀라운 발표에 기자들의 손은 빨라지고, 출판사 사장은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세주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유령 작가를 소개한 순간, 기자 회견은 해프닝으로 바뀐다. 한세주가 소개하는 유령 작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대필 작가로 등장했던 유진오가 진짜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이 장면, 하지만 뜻밖에도  그 장면은 제작진이 '놀랬지'라는 반전 카드에, 이미 시청자들은 수를 훤히 꿴듯, 그래 '놀랬다 치자' 정도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첫 회부터 계속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삽살개와 시카고 타자기에 이은 유진오의 등장으로 이 드라마가 초현실적 존재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어쩌면 <시카고 타자기>의 전작인 <도깨비>로, 그리고 <내일 그대와>에 다시 유령이라니, '또 너냐?'라는 느낌이 앞섰달까? 하지만 정작 그보다 심각한 것은 현실의 한세주에게 '유령이 나타난 들'이라는 심드렁함이다. 심지어 유진오 유령설 확정보다 삽살개에 빙의한 유진오가 더 흥미로웠다. 1회에서부터 유령보다 더 유령같은 한세주라는 기묘한 캐릭터를 등장시켰지만, 오히려 그런 현실의 한세주보다 잠시 잠깐 그의 잠재 의식 속에서 끌어올려지는 '1930년대의 경성 트로이카'가 더 궁금해지니, 이것이 바로 <시카고 타자기>의 딜레마이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이 '경성 트로이카'가 전면에 나선다면 <시카고 타자기>의 부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불씨의 조짐이기도 하다.



세 번 째; <자체 발광 오피스> 은장도가 낙하산이라니!
100번의 입사 시험에 실패한 은호원(고아성 분), 만년 공시생이라 애인에게 마저 차인 도기택(이동휘 분), 강남 8학군 출신에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도 매번 미끄러지는 장강호(이호원 분)은 면접 실패 동지이자, 한강 투신 동지들이다. 그런 이들이 하우라인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만났다. 그러나 이 '기막힌 우연'이 알고보니 사주 아들 서현(김동욱 분)의 기획된 '낙하산'이었다니! 

88만원 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여, 어렵사리 하울라인 비정규직 사원으로 고분분투하고 있는 <자체 발광 오피스>의 세 주인공들. 하지만 드라마는 이들이 기대고 있는 마지막 '자존감'의 보루마저 채가 버린다. 그래도 세상이 자신들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던, 자신들의 능력으로 쟁취했단 믿었던 그 '비정규직'의 자리조차. 사실은 그들의 원래 몫이 아니라고, 심지어 여태까지 은인이자 호인이라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들을 '이용'한 사람이라며 드라마는 그 알량한 '환타지'마저 거둬들인다. 역시나 시청자들은 알고 주인공들을 몰랐던 그 최소한의 '특혜'마저 거둬 들어며 주인공들을 다시 한번 맨 땅에 헤딩하게 만드는 <자체 발광 오피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거둬들인 곳에, 이제 진짜로 자신을 마주 봐야 할 세 명의 젊은이들이 있다. 늘 세상이 자신을 몰라줘서 서운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자신들 역시 그 누군가의 밥그릇을 뺏어들고 이 자리에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세 사람. 늘 자신들의 삶이 '은장도'를 빼어든 '배수진'의 삶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배수진'의 처지가 역전된 상황. 그들은 '쪽 팔려서' 도망가는 대신, 마지막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 아니 은호원이 서현에게 '고소'를 들먹이며 따낸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놓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비록 회사가 내준 조건에 따르면 그간 사고만 친 이들에게 정규직의 희망은 아득하지만, 그래서 다시 손을 내민 하지나(한선화 분)의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이제 이들은 우르르 한강으로 몰려가던 그들이 아니다. 아직은 위축되고, 자신은 없지만, 대신 당당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역전된 처지에, 쪽팔려하는 대신,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고,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 세 명의 은장도는 아프지만 주저앉지 않는 당당한 청춘을 그려내기에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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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3 18:50

흔히 남성 작가들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선굵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에 대해 막상 따지고 들어 정의를 내리자면 모호하지만, 서사의 스케일이 장대하며, 스토리 라인을 추동하는 힘을 '남성적 역동성'에 기댄다는 의미라 본다면 아마도 크게 엇나가지 않을 듯하다.  물론 '남성 작가'에 굳이 '선굵은'이란 수식어를 얹어주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성적 편견의 소치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의 영역에서 분명 '선굵은 남성 작가'의 장르는 내내 존속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일찌기 <주몽(2006)>에서 <아이리스(2009) 등으로 사극과 시대극을 오가며 그의 이름이 곧 장르가 되었던 '최완규'작가가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굵은 남성 작가로 칭해진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 자신조차도 그의 최근작 <옥중화>가 작품성에 있어서나,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결과를 보이며 그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통해 김은숙이란 장르에선 신선했던 이야기를 끌어냈던 김원석 작가가 4월 21일 jtbc의 <맨투맨>을 통해 또 한 명의 '선굵은 장르'작가로서 자신의 진검승부를 펼쳐보고자 한다. 


<태양의 후예>처럼 날아서 
심지어 지하철 광고문에도 '했지 말입니다'란 사라진 군대 용어가 씌일 정도였던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시작은 바로 '신체 건강한 심지어 정신마저 건강한 진짜 군인들의 이야기'였다. 항간에 대한민국 군복이 그렇게 멋있을 줄 몰랐다는 우스개가 떠돌 정도로 군복으로 감싼 잘 단련된 젊은이들이 이국의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가 첩보 영화에서나 보던 활약을 펼치는데 다수의 시청자들이 매료되었다. 우리의 군사 작전권이 미국에 있다는 실질적 사실은 저리 밀쳐두고 미군 앞에서도 당당하고 '여자와 어린이'로 대변되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순수한 군인 정신은 '군인 드라마'는 안된다는 전례를 가볍게 물리쳤다. 그리고 <맨투맨>은 바로 오마주처럼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바로 그 '첩보' 영화 속 한 장면을 다시 불러들인다. 



스쿨버스의 아이를 생포한 인질범과 대치하는 다국적군, 지휘관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인질인 어린이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김설우(박해진 분)은 그런 지휘관의 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뛰어들어 그를 죽이고 아이를 구한다. 그의 하극상 행동은 체포와 함께 더 이상 군인으로 활약할 수 없는 그와, 대신 그에게 주어진 수면 아래의 첩보원 '고스트'로서의 새로운 인생, 그리고 그에 걸맞는 <007>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여자'를 볼모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적을 능멸하는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태양의 후예>에서 익숙했던 까메오와 함께. 

이 익숙한 화법은 이미 대중들에게 환호받은 바 있는 전작의 코드를 영리하게 활용함과 동시에 바로 이게 김원석이라는 장르라는 확인 도장과도 같다. 과연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의 공동 작품인 <태양의 후예>에서 명불허전의 김은숙을 차치하고, 김원석이란 색깔을 어디서 찾아야 했는지 궁금함에 대한 김원석 식의 답이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킨바 있고, 첫 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김원석 드라마의 주인공은 '국가'의 그늘 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직분'으로 살아가는 '정의로운' 젊은이다. 흔히 다른 드라마에서 '국정원'이 비리의 배후, 혹은 비리의 그림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맨투맨> 속 국정원은 첫 회에 등장한 장팀장(장현성 분), 이동현(정만식 분), 그리고 김설우의 면면만 봐도 <태양의 후예> 속 군인들 못지 않게 '직업적 사명감과 정의감의 현신으로 그려진다. 마치 007처럼. 과연 김원석의 이런 해석이 이번에도 또 한번 통할지 <맨투맨>의 귀추가 주목된다. 

어라, 장르가 뭐지?
그렇게 화려하게 <태양의 후예> 도입부처럼 날았던 <맨투맨>, 선굵은 액션 어드벤처를 기대했던 시청자의 기대는 온 몸을 감싼 히어로복을 입은 여운광(박성웅 분)의 입에서 사투리가 터져나오며 급 장르 변경을 한다. 헐리웃과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는 한류 스타 여운광, 하지만 그의 행보는 '코믹'하다. 허우대 멀쩡한 덩치와 다르게, 팬클럽 출신 차도하(김민정 분)에게 쩔쩔매다, 매니저에게 막무가내, 송미은(채정안 분) 앞에서는 자존심만 남은 그 모습은 마치 남자 천송이를 보는 듯 로맨틱 코미디의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여운광의 주변 에피소드에서 장르를 급변환했던 드라마는 다시 또 송산그룹 모승재 회장(연정훈 분)에게로 가면 장르가 달라진다. 할아버지의 초상화 앞에서 서울 시장에 나서는 전직 관료에게 돈과 따귀 세례를 안기며 딜을 하는 그, 그리고 다시 그렇게 무자비하게 포기시킨 서울 시장 자리를 갖다 바친 백인수(천호진 분)와의 사이에서 등장한 '세 개의 목각상'은 이 장르가 여전히 미스터리 첩보 장르이면서, 동시에 최근 빈번해진 기업 비리물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렇게 장르와 장르 사이를 오가며 첫 회를 선보인 <맨투맨>, 덕분에 김설우과 여운광, 모승재의 등장 장면들이 연결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마지막 김설우와 여운광이 차도하와 함께 얽힌 해프닝을 통한 만남으로 이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엇보다 세 개의 목각상을 구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 '고스트'가 선택한 일자리가 뜻밖에도 한류 스타 여운광의 '가드'라는 신선한 설정은 흔히 첩보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가오잡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과 다른 반전이다. 과연 이 반전을 통해 폭을 넓인 드라마가 신선한 장르로 결과물을 나을지 그 또한 <맨투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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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22 13:06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 중과 우리 나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었다. 새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에 배치를 서두르던 미국, 그런 미국에 대항하여 한류 관련 산업과 상품에 있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중국, 그 가운데에서 청와대가 빈 우리나라는 외교적 대응 대신, 사드 배치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정쟁에 빠졌다. 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치킨 게임'은 뜻밖에 허무하게도 미중 정상 회담으로 한 김이 빠지고 만다. 냉랭하게 공동 회견조차 하지 않고 끝났다던 두 정상의 회담은 이후 뜻밖에도 많은 공가대를 형성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 넘긴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중국은 '한류'등 을 통해 중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Made in korea'에 대해 그 흐름에 족쇄를 채웠고, 미국은 여전한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검증했다. 이렇게 결국 우리 땅에 배치하는 '사드'에 대해 그 '결정권'에 있어 다시 한번 무기력했음을 증명했던 시간, 하지만 사드가 끝일까? 이에 kbs1의 <시사 기획 창>은 마치 무기력한 한반도에 저 마다의 이권을 가지고 쟁투했던 제 2의 구한말과 같은 이 시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변화를 2부작 <격동의 세계>로 다룬다. 




1부; 스트롱 맨의 부활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격동에 빠뜨린 가장 결정적 인물은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의 승리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당연히 한반도를 격동으로 몰아넣는데 김정은보다도 더 불확실한 존재가 되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쉽 분석으로 부터 들어간다. 

키신저에 의해 본능형 인간이라 규정되는 트럼프는 '트럼프 케어'가 폐기된 날 골프를 치는 여유를 부리고, 선거 전 일본을 압박하다, 입장을 싹 바꾸는 등 '관습이나, 풍습, 심지어 법규조차' 존중하지 않는 예측 불가의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예측 불가 행보는 '그와 가족과 조직에 이로운 것'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미국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던 이유고, 또 그런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의 방향이 한반도에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막무가내 스트롱맨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올해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핵심' 칭호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시황제'가 된 시진핑은 '정치적으로는 인민주의의 마오쩌둥을 경제적으로는 개방의 덩샤오핑'을 이어받은 합리적이며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남중국해 장악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역시나 중국 패권주의의 또 다른 스타일일 뿐이다. 

미, 중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요지부동이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달려가 '조공 외교'라고 조롱을 받았던 아베 일본 수상, 하지만 아베는 웃었다. 경제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는 듯하면서, 미일 군사 동맹을 확고히 하여 군사 강국으로의 야심을 펴나갈 기반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2016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영향력 1위, 미 대선 조차도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는 3번의 대통령, 1번의 총리, 이제 다시 재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캐스팅 보트'를 쥔 채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부; 태평양 무역 전쟁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은 저마다 자신의 국익을 제일로 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바로 다큐가 주목한 바 '태평양 무역 전쟁'이다.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은 명확하다. only America first! 미국의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이다. 미국과 타국, 대표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수지에서, 중국의 압도적 흑자에 더 이상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반대를 겪으며 어렵사리 도달했던 한미FTA 10년. 이제 한국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이 협정에 대해 미국은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다큐의 제작진은 미국을 향한다. 한때는 융성했던 미국의 한 도시, 그러나 그 도시를 먹여살리던 기업체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자, 도시는 망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이제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지킨다. 바로 여기에 트럼프 정책의 본질이 있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있던 기아와 LG의 공장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가 물건만 팔아먹으면서 미국에 이익을 넘겨주지 않는 해외 기업들에, 국가들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선전 포고에 각국의 대응은 발빠르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했고,  아베는 취임식도 전에 미국을 예방했다. 아베는 토요타 자동차의 미국 투자 등을 내세워 트럼프를 달랬고, 중국은 '국경세'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도전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대부분의 생필품은 중국 아니면 멕시코, 하지만 국경세가 더해지면 불가피하게 이들의 값을 오를 수 밖에 없다. 즉 트럼프의 도발로 미국의 몇몇 산업은 되살아날지 모르지만, '보호무역주의'의 여파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미국 하층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경제 전쟁' 상태에 들어간 주변 열강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그 전쟁의 핵인 미국의 현실을 현장에서 지켜본다. 전문가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실행되었던,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짚어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관적이라 본다 하더라도, 짧게는 4년, 최장 8년간 미국은 그 예측불가능하게 자국의 이익을 향해 돌진하는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사드를 핑례로 한류를 겁박하는 중국, 위안부는 나몰라라 하면서 미일 동맹에는 매달리는 일본, 그리고 그 뒤에서 영향력을 확산시켜가는 러시아는, 구한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난도질했던 서구 열강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큐가 찾아온 태평양 무역 전쟁의 현장에 한국 정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체는 트럼프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채 멕시코 공장 이전 등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 구한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 내부의 의견조차도 마무리짓지 못한 채 열강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시 한번 허수아비의 춤을 추게 되는 건 아닐지. 전쟁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주도권은 언감생심인 한반도의 운명을 다큐는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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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9 15:57

해리, s,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통해 '인구 절벽'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시켰다. 이 책은 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젊은 층의 인구가 인구 그래프에서 절벽과 같이 뚝 떨어지고 있는 지점을 가르켜 '인구 절벽'이라 정의내린 것이다. 해리, s, 덴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원인이다. 경제적인 위기가 젊은 인구 감소, 인구 절벽에 직접적인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세계 은행(WB)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현황 보고서는 2040년까지 한국에서 14세에서 60세까지의 인구가 15%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런 한국이 맞은 인구 절벽 상황은 그간 한국을 이끌어 온 성장 동력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런 인구 절벽, 특히나 생산 인구의 감소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건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이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공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 9~24세 청소년 인구가 924만 9천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78년 36.9%로 정점을 찍은 뒤 한국의 청소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하락, 인구 5명당 한 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어 2060년에는 청소년 인구가 11.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청소년들 중 51.4%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보수적 가정관을 지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70%를 넘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나라, 아이도 낳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 청소녕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대한민국, <MBC 스페셜-인구 절벽 원년 보고서>는 그런 '인구 절벽'의 나라 대한민국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1부; 2년제 인생, 결혼 못하는 청춘 
인구 절벽 시리즈가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건 '결혼은 꿈, 아이는 언감생심'인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인서울 잘 나가는 대학 미디어 관련 학과를 나온 김경민 씨의 첫 직장은 영업직 인턴, 역시나 IMF를 뚫고 취업을 문을 뚫었다는 최애란 씨의 첫 직장 역시 비정규직 인턴, 입학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했던 윤성노씨 이후 한양대 경영학과에 편입, 학사 장교를 거치며 어렵사리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가 그를 맞이하는 방식은 역시나 '인턴'.

비정규직 사원으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은 이들, 하지만 그 비정규직 사원에서 2년 안에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이들은 영원히 월 100만원 남짓의 '비정규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33살이 되어서 결혼식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느 김경민씨는 '탈조선'을 꿈꾸고, 자신의 꿈을 찾아 어렵게 요가 강사가 된 최애란씨는 대신 단돈 10만원의 청약저축 통장과 8번의 이사, 그리고 결혼을 포기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윤성노씨는 이제 일일 노동자가 되어 집도 없이 서울을 떠돈다. 과연 이렇게 자기 한 몸 벌어먹이기도 힘들고, 그래서 누일 곳도 마땅찮은, 비젼이나 꿈따위는 사치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인구 절벽'이란 시대적 호소는 씨도 안먹힌다. 



2부; 1.17 기적의 출산율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질까? 4월 17일 방영된 2부에서는 '문산여고 5인방'이라는 젊은 아기 엄마 다섯 명의 현실을 통해 출산과 육아가 기적인 나라를 살펴본다. 

문산 여고에서 꽃다운 10대를 보냈던 다섯 명의 동창생, 그들이 아기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났다. 다섯 명의 엄마와 아빠들, 그들의 아이는 합쳐 일곱 명이다. 하지만 다섯 명의 동창생들은 그 일곱 명의 아이들을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입을 모은다. 

모 대통령 후보의 유아 교육과 관련된 공약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와 호응을 앞다투어 드러내는 시절, 왜 그리도 많은 엄마들이 공약의 단어 하나에 일희일비했을까? 그 이유는 동창생 중 한 명인 송미영의 피말리는 유치원 입성기를 통해 드러난다. 2016년 21조가 넘게 보육 정책에 들였다는데,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대기를 타도 몇 년을 기다려야 갈 수 있을지 말지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 아동 비율이 12.1%, 24.1%인 상황에서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다. 

엄마들은 말한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낳으면 하나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면 그것도 어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기업 임직원을 꿈꾸던 엄마는 아픈 아이 때문에 쉬고 온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받았다. 낳는다 해도 돈이 문제다. 2월에 재희씨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이유를 탈 서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남편때문에 육아는 온전히 그녀의 '독박'이다. 세째를 가진 지근호씨 부부는 똑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맘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조성희씨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엄마들은 묻는다. 초저출산 국가 16년째 국가는 계속 아이를 나으라 무언가를 했다는데 그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21조는 어디로 간거냐고. 여전히 아이를 낳는 것이 모험이고, 자멸이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결혼은 말조차 꺼내기도 무색한 청춘,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탈조선'을 해야하는 나라, 열 명 중 한 명이 나라에서 만든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 한때 인구 12만의 번성했던 도시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청년 인구 400명도 안되는 '도시 소멸'에 이른 일본 유바리시는 바로 젊은이를 등쳐먹고, 어머니를 학대하고 아이들 방치하는  대한민국의 당연한 미래다. 청춘의 현실, 육아의 현황은 다큐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현실이 '인구 절벽'이라는 주제 아래 새롭게 묶여 구성되니, '헬조선'의 현실이 보다 극명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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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8 14:34

사회가 변하고 있다. 아니 변화가 강제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부터 너도 나도 자신이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라 단언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던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인공 지능'이 판을 친다는 세상을 도대체 어찌 맞이해야 하는걸까? 그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몸담아 왔던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랑 무엇이 다르단 것일까? 


이를 위해 미, 중 등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발빠른 움직임에는 그저 '산업'적 변화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산업'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사회와 교육이 변화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건 미국의 '스타트업'. 교육에 있어서의 '메이커(maker)'와, 산업에 있어서의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트렌드는 창의력에 기반을 둔 '무한 도전'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스타트 업 기업이 '창업'되고 있다. 이 '다수'의 창업 기업 중 정작 성공하는 기업은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달라진 사회 분위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고무'한다. 바로 여기, 이 달라진 '트렌드'에 4월 16일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의 배경이 자리잡는다.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의 한석정 총장님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상한(?) 강연을 하곤 한다. 이른바 '나처럼 망해라' 부산대학교 총장님이 된 한석정 총장님의 이력서, 하지만 그 이력서 뒤에 나타난 또 한 장의 이력서는 들어가는 기업마다 망해서 마흔이 되도록 전전했던, 그래서 심지어 그가 유학을 가자 그곳 대학도 망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들의 웃음섞인 우려를 들었던 그의 실패사로 가득차있다. 재수, 폐업, 그리고 이제 총장이 된 이후에도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의 실패로 가득찬 그의 또 다른 이력서를 학생들에게 자랑하며 한석정 총장은 '실패'는 인생에서 당연한 것이라 '권'한다. 

이렇게 4월 16일 방영된 <sbs스페셜-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 '실패'를 불러낸다. 과연 그 불러낸 '실패'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실패'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초대한 사람은 바로 '성선제 피자'의 성선제씨. '피자'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피자 브랜드인 '피자헛'을 도입하여 30대의 입지전적 사업가가 되었던 그, 이후 케니 로저스 치킨의 실패를 딛고, 자생 피자 브랜드인 성선제 피자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암 수술 이후, 몇 평의 가게에서 홀로 재기를 꿈꾸는 처지이다. 그런 그가 뒤늦게 자신의 실패를 돌아본다. 자신이 했던 실패를 되돌려 보기 싫어 처음 성선제 피자를 열었던 명동엔 발걸음도 하기 싫었다던 그, 그러나 그보다 더 실패를 했던 7전8기의 김승호 회장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는 사업마다 족족 망했던 그는 이제 4000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김승호 회장을 통해 성선제씨는 비로소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은 실패를 부끄러워하고 아파했지만 정작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뒤늦게 그는 예전 자신이 성공하던 시절, 그리고 실패를 하던 시절의 메모를 들춰본다. 그와 함께 사업을 했던 동료의 말처럼, 되돌이켜 보니 지난 시절 그가 했던 말 속에 '성공'의 자양분이 있었다. 



실패는 곧 도전이다 
이렇게 <나의 빛나는 흑역사>가 주목하고자 하는 건, 성공의 밑받침이 되는 실패다. 우리도 익히 아는 접착제의 성능 부족이 오늘날의 3m을 만들었던 사례에서 부터, 노키아의 도산 이후 그 인재들의 창업이 오늘날 새로운 핀란드의 부흥을 이끌어 냈던 사례까지 '실패'로 부터 시작되는 '성공'이다.

또한 이렇게 '실패'가 새롭게 조명되며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내 변화도 주목한다. 10대 시절부터 창업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젊은 스타트업 대표 주자 양준철 대표는 자신의 실패를 거름 삼아, 회사에 실패의 경험을 단 실패목을 세우고, 직원들의 실패담을 회의에서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한다.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상을 주는 회사도 생겼다. 

왜 실패가 외면대신 '격려'를 받게 되는 것일까? 이것은 앞서 말한 4차 산업 시대를 이끌어 갈 달라진 산업 환경에 그 이유가 있다. 노키아의 실패 이후 새로운 핀란드를 이끌고 있는 핀란드 최대 모바일 게임 회사 ceo는 '실패 장려 정책'을 벌인다. 10개의 게임을 만들면 그 중 9개가 실패를 하는데 바로 그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다음의 성공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데 '장려 정책'의 취지가 있다고 말한다. 양정철 ceo 역시 계속된 실패를 놓치지 않은 것이 오늘날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자부한다. 

그렇다고 상까지 준다고? 하지만 실패의 다른 말은 '시도'요, '도전'이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어로 씌여진다. 여기선. 유투브의 스타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는 미국의 거절 전문 블로거가 있다. 미국에서 비자를 받는 것에서 부터 취업까지 모든 것을 실패했던 그는, 그런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100번 거절 당하기 동영상을 시도한다. 처음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1달러를 빌리기 위해 주저하고 목소리를 떨었던 그는, 이제 '거절'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능숙하게 요청하고, 여유롭게 거절당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즉, '두려움'의 대상인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실패'로 인한 '늪'에서 자신을 건져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4차 혁명을 앞두고 달라질 산업 환경,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그런 트렌드에 <sbs스페셜- 나의 빛나는 흑역사>는 발빠르게 발맞추어 우리 사회에서 '끝'이라고 여겨지는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굳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한 번 실패가 곧 인생의 망함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그런 견고한 의식에 대한 재고로 다큐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실패는 긍정적이지만, 그것 역시 어쩌면 그 지난 시대의 '하면 된다'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언제나 그렇듯, 실패를 하라며 내몰기 전에, 실패를 해도 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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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7 13:24

김순옥 작가는 이른바 '막장 복수극'의 상징이자 전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작가이다. 김순옥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회자하게 만든 <아내의 유혹(2008)>이 그러했고, <왔다 장보리(2014)>와 <내 딸 금사월(2015)>로 그 정점을 찍었다. 얼굴에 점을 찍고 나타나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전 남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속여 넘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은재(장서희 분)식 설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어이없어 하면서도 열광하게 만들고, 착한 주인공 대신 '네버엔딩 악'이었던 연민정에게 환호하게 만들었듯이 김순옥 작가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가장 절묘하게 포착하여,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댓가로 돌아온 건, '막장'의 대표적 작가라는 오명과 함께 얻어진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당찬 자기 디스로 시작된 첫 회 
그런 이율배반적 명성의 작가답게 15일 첫 포문을 연 <언니는 살아있다>는 가장 자극적인 상황, 스토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 어렵게 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잃고, 범인으로 몰려 모든 것을 다 잃는 극한의 상황 속으로 주인공을 몰아넣으며 운을 뗀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여주인공을 인생 절체 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이런 자극적인 내용인데도 안볼래?라는 식이다. 

더욱이 첫 회 흥미로웠던 것은, 김순옥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디스'다. 발연기의 여배우 민들레(장서희 분)의 대본 연습 장면, 구제할 길 없는 그녀의 발연기에 작가가 한 마디하자, 민들레는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대본을 야유한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이 연상되는 이 장면, 스스로 작가 자신이 자신의 설정을 '막장'이라 조롱하는 이 장면은 반전의 '오마주'랄까? 아니면 '커밍 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막장이라 야유하면서 볼 거지?란 여율까? 그렇게 첫 회 스스로 자신에 대한 '디스'를 마다하지 않고 야심차게, 혹은 여유롭게 말문을 연 드라마의 설정은 기존의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극'과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상으로 이목을 끌고자 한다. 

우선 기존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의 그물이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다. 공룡 그룹을 중심으로 그 가계 내에서 공룡 그룹의 후계 구도를 향해 저마다 돌진하는 구세준(조윤우 분)과 구세경(손여은 분), 특히 구세경의 갑질과 김은향(오윤아 분) 남편인 추태수(박광현 분)과의 불륜은 '복수극'의 전형으로 씨을 뿌린다. 여기에 구세준의 친모 이계화(양정아 분)의 욕망과 김은향의 상실, 그리고 양달희(다솜 분)의 욕망이 뒤얽혀 들며 김순옥 특유의 '가족 막장극'의 구도를 완성한다. 

하지만 이런 가족간의 막장극이야 이미 주말 드라마 계에선 이제 클리셰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자기 복제를 거듭했던 장르가 되어버린 소재. 이런 '자가 당착'의 딜렘마를 극복하기 위해 김순옥 작가가 내세운 것은 '네 명의 언니'라는 거의 대하 드라마 급의 얽히고 얽힌 서사의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니 시리즈가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라는 하나의 멜로 구조를 가지고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주말 드라마 특유의 등장 인물 각가의 곡진한 멜로 구조가 김순옥 특유의 '극단적' 설정을 가지고 포진해 있다는 것을 첫 회의 첫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호객'을 한다.



욕망에 솔직한 여주인공들
거기에 더해 이미 일찌기 <아내의 유혹>이래 김순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도적으로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윗 연배의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은향이 '수동적'으로 자기 삶에 몰려온 '비극'에 대항하여 '복수'를 꾀하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주인공들인 반면, 그와 다르게 젊은 주인공 강하리(김주현 분)과 양달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수능 하루 전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전문대학만 나온 양하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문방구를 운영하며 어린 동생을 키우고 사는 소녀 가장. 흔히 이런 '캔디' 캐릭터가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 역시 양하리의 몫이다. 그 양상은 다르다.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온 입지전적 애인에 대해 주제를 알라는 동생에게게 당당하게 왜 자신이 포기해야 하느냐 반문한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며 하늘에 몸을 던져 먼저 프로포즈를 하는 등 자신의 사랑에 대해 비겁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양하리의 캐릭터는 이 시대 여성의 당당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양달희는 거기에 한 술 더 뜬다. 미국까지 건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처지에서 만난 재벌녀의 갑질에 그녀는 때론 반항하고, 결국 스스로를  범죄의 족쇄에 얽혀들게 만든다. 그런 그녀의 위기 속에 일관되게 표출되는 건 내가 돈만 없을 뿐 결코 저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당찬, 아니 당찬을 넘은 자존감. 그 자존감은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으로 전화되어, '배신'의 행로에 그녀를 몰아넣을 듯하다. 

이처럼 김순옥 등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욕망'의 솔직함,과 실천력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그리고 <왔다 장보리>의 주연을 역전시켜버린 연민정이 그랬듯이, 당하지 않고 비록 어거지일 설정이라도 그것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그리고, 기꺼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매진하는 '우먼 파워'가 바로 이 시대 시청자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언니가 살아있다>에서 아직 구은재와 연민정을 대신할 젊은 연기자의 매력이 돋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단 한 장면이지만, 나이든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연향의 호연이 돋보인다. 과연 이런 신구의 언밸런스한 연기력을 어떻게 조화로 이끌어 낼지, 과연 새로운 구은재와 연민정이 등장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스스로 디스한 그 김순옥 작가의 말도 안되는 설정의 딜레마를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지, 그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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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6 16:34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으로 시청률은 물론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이제 김은숙의 경쟁자는 김은숙이라는 정의가 나돌 정도로 김은숙 작가는 데뷔작 이래 줄곧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히트 작가의 대열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단 김은숙이라면 사람들은 '믿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제 드라마계에서는 출연한 배우들 못지 않은 '스타' 작가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작가만이 아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모래 시계>의 김종학 피디로 부터 기꺼이 김은숙 작가로 하여금 '적과의 동침'을 청하게 한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피디, 그리고 그 이름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피디 등 또 다른 '스타' 피디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 작가와 연출자들, 그들이 빚어내는 히트작들 속에서 당차게, 그리고 신선하게 자신들의 작품으로 자신들을 '들이대는' 신인 작가와 연출들이 있다. 




제 2의 김은희와 김원석? <터널>의 이은미와 신용휘
제일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의 <터널>이다. 기대작이었던 유아인의 <시카고 타자기>을 가볍게 누르며 4.02%(닐슨 코리아)로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성취했다. 방송 초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시그널>과 비교가 되었던 <터널>은 하지만 똑같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과거'의 아재 형사가 '현재'와 와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거에 못풀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신선한 구성 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ocn 특유의 장르물로서의 '수사 드라마'라는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80년대 아저씨의 어설픈,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가던 형사의 내공이라는 '인간미'를 내세우며 전작 <보이스>보다 더 접근성높은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터널>은 드라마 스페셜<불청객> 등 단막극을 집필한 바 있는 이은미 작가의 입봉작이자, 신용휘 감독의 입봉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입봉'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김은희-김원석의 <시그널>이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페와의 전쟁으로서의 연쇄 살인을 다룬 것과 달리, 동일한 연쇄 살인이지만 그 희생자들의 '의지'에 촛점을 맞추며 수사물의 새로운 영역을 매끄럽게 풀어낸다. 



공모전 수상 작가의 화려한 데뷔-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
이영애, 송승헌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며 수목 드라마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kbs2의 <추리의 여왕>과 mbc의 <자체 발광 오피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 모두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가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추리의 여왕> 이성민 작가는 2016년 8회를 맞이한 kbs의 경력 작가 극본 공모에서 '이정은'이라는 이름으로 동명의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자체 발광 오피스>의 정회현 작가 역시 동명의 작품으로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우수상을 받으며 입봉한 케이스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입봉'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경찰이 되고 싶었으나 이른 결혼으로 꿈을 접은 채 동네에서 '한 추리'하며 파출소장에게 '선생님' 대접을 받는 유설옥(최강희 분)과 그녀와 엮이게 된 경찰대 수석 입학에, 알고보면 거대 로펌의 후계자라는 금수저의, 그러나 현실은 파출소로 경질된 현직 형사의 생활 밀착형 '추리 수사물'은 그 신선한 소재와 출연한 배우들 모두를 살려낸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록 <추리의 여왕>에 눌려 2위이지만, 3.8%로 시작하여 10회 이제 7.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거의 두 배가 넘는 기록을 갱신중인 <자체 발광 오피스>는 우리 시대의 현실에 기반한 실감나는 '오피스물'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만년 공시생에, 입사 면접 100번의 흙수저 낙방생에, 마마보이 등 우리 시대 어디선가 만날 법한 주인공들이 자살 위기를 겪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애환과 사랑을 엮어가는 사연은 뻔한 재벌남, 혹은 능력자 로맨스물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이렇게 <터널>,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는 뻔한 소재의 답보 상태에 놓인 드라마 계에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의 구성으로 신선한 수혈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드라마들이 '추리', '수사, '오피스'물이라는 전통적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서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드' 등으로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에 대한 젊은 드라마 시청자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입봉 작가라고 해서 다 성공적인 입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만과 편견>, <결혼 계약>의 김진민 피디의 첫 tvn 연출작이자, 동명의 일본 에니메이션, 드라마의 번안작으로 화제가 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단막극 <정글 피쉬2>를 공동 집필한 김경민 작가의 미니 시리즈 첫 입봉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연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와 '음악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로 tvn 월화 드라마의 암흑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입봉 작가와 피디들의 작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2의 <완벽한 아내>의 후속작 <쌈 마이웨이>는 단막극 사상 미니 시리즈를 제압한 <백희가 돌아왔다>의 임상춘 작가와 영화로도 개봉한 <눈길>의 이나정 피디의 미니 시리즈 입봉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mbc에선 역시나 2016 드라마 극본 입상작인 김수은 작가의 <파수꾼>이 대기하고 있다. <자체 발광 오피스>의 후속작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정해리 작가와 공동 집필할 박혜진 작가 역시 입봉작가로 알려져 있다. sbs에서는 <사임당> 후속 권기영 작가의 <이 여자를 조심하세요>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 연출을 도왔던 박선호 피디가 미니 시리즈에 입봉을 한다. 케이블과 종편에서로 신인 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힘센 여자 도봉순>의 후속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의 첫 단독 미니 시리즈 집필인 <맨투맨>이며, 조승우와 배두나의 만남 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비밀의 숲> 역시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다. 

여기에서도 보여지듯이 이들 '입봉' 작가 혹은 피디들의 드라마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달리 새로운 장르, 새로운 구성, 새로운 서사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포부를 펼친다. 물론 그들 중 누군가는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이고, 혹은 화제의 외곽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이런 신인들의 야심찬 도전이 드라마 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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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4 16:18

2014년 한 해 이혼 건수는 11만 5000 여건으로 2009년 12만 4000건에 비해 무려 7%나 감소했다. 이런 통계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2004년 이래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드는 이혼율과는 반대로 20년 이상 산 부부의 경우 2003년 17.8%에서, 2014년 28.7%, 그리고 2016년 30.4%가 이혼하는 등 오히려 이른바 '황혼 이혼'의 비율과 수는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2016년, 2017년 전년 대비 많이 검색된 단어에 '졸혼'이 등장했다. 


<꽃보다 할배>를 찍을 당시만 해도 부인의 마중을 받으며 여행을 떠났던 백일섭이 2017년 새 예능 <살림하는 남자>에 '졸혼'한 남자로 등장하며 예능에서도 '졸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남녀의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겠다 포문을 연 <까칠 남녀>가 세 번째 다룬 주제 역시 요즘 핫하다는 '졸혼'이다. <별거가 별거냐>는 연예계 잉꼬 부부 세 쌍의 가상 별거를 다루며 졸혼 코스프레를 해본다.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예능 속의 졸혼은 어떤 모습일까?



졸혼의 대명사가 된 백일섭
12일 <살림하는 남자> 시즌 2의 출연자로 인터뷰를 한 백일섭은 '졸혼과 관련하여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 부담스러운지 '졸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졸혼'이란 단어가 최근 예능을 비롯하여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데는 백일섭의 졸혼이 계기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해 tv 조선 <인생 마이웨이>에서 '이혼 뭐 이런 것은 아니고 내가 결혼을 졸업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히며 40년의 결혼 생활을 마친 것을 밝힌 이래, 지난 2월 7일 종영한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1에서 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졸혼의 대표적 인물로 부상되었다. 

'아버지로서 대우도 받고 싶었고 이런 저런 사이클이 맞지 않아서 스스로 나간다 하며 집을 나왔다던 백일섭은 이후 '혼자 살며 살림하는 법도 익히며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다'며 졸혼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예능에서 긍정적으로 부각된 백일섭과 달리, 4월 10일 방영된 <까칠 남녀>에서 소개된 60대 졸혼남의 말로는 '고독사'였다. 2015년 통계로 5시간마다 한 사람씩 '고독사'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그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대비되는 졸혼 이후의 삶, 그 이전에 결혼을 졸업한다는 '졸혼'은 무엇일까?

졸혼이란 단어를 처음 등장시킨 것은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이다. 그녀의 책 <졸혼을 권함>은 우리나라에 <졸혼 시대>로 번역되어 있다. 스기야마 유미코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그녀 자신의 경험에서 부터이다. 마흔 무렵 남편과의 갈등에 고민하던 중 딸의 권유로 따로 살게 되면서 주변의 부부들을 살펴보고, 각 부부의 상황에 맞춰 부부 관계와 역할을 새로이 정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졸혼'으로 정의내리며 이 단어가 세상 밖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까칠하게 들여다 본 졸혼
하지만 '졸혼'이란 단어는 서구 사회에서는 이질적 단어다. 결혼 생활이 안맞으며 그냥 '이혼'을 하면 되는 사회에 굳이 '졸혼'이란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졸혼'의 등장을 <까칠 남녀>는 가족주의 전통이 아직 강고하게 남아있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사회에서 이혼이라는 법적, 사회적 부담을 덜 짊어지고,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도기적 방식이라 정의내린다. 즉, 현재 한국 사회의 이혼율 감소가 애초에 젊은 층의 결혼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초래되고 있는 결과인 한에서, 또한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과도기적' 묘수 '졸혼'은 그저 '트렌드'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혼'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2,30대에 '사랑'이라는 정서적 결정에 기초하여 법적으로 구성된 부부라는 관계를 평생 끌어가야 하는 비효율적이고 가혹한(?) 제도적 문제에 근거한다고 <까칠 남녀>는 분석한다. 거기에 덧붙여 중년 남성의 54%에 비해, 중년 여성의 63%가 더 많이 졸혼에 의향이 있다는 통계라던가, 나이가 들수록 많은 여성들이 환영하는 이유는 oecd꼴찌인 결혼 호 여성과 남성의 가사 분담율에서도 비롯된다고 덧붙인다. 

특히 <까칠 남녀>의 여성학자 이현재의 분석처럼,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여성의 가사 노동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임금' 노동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듯이, 남성과 여성이 생각하는 '가사 노동'의 갭과, 맞벌이를 해도 여전히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인 우리의 불평등한 현실이 많은 여성들이 '졸혼'을 갈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현실적 분석을 더한다. 

특히 <까칠 남녀>가 주목한 것은 백일섭이 보이고 있는 사랑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각되는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여전한 가족주의의 범주가 아니라, 현실로서의 '졸혼'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또 다른 졸혼남 평론가 김갑수와 함께, 69세 정정숙 여사의 '돈만 있다면 100% 졸혼'이라는 실감나는 소회처럼, 경제적 독립과 졸혼 이후의 이성 문제라는 현실적 '함정'들을 짚는다. 서민 박사는 최근 '졸혼'으로 부각됐을 뿐 이미 우리 사회에는  '별거', '기러기 아빠', '쇼윈도우 부부' 등 '졸혼'의 유사 사례가 이미 존재해 왔음을 솔직하게 지적한다. 즉 이미 한국 사회의 부부, 혹은 가족은 '졸혼'이란 그럴 듯한 부부 관계의 해체가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될 만큼, 이미 '해체' 혹은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서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졸혼이 안된다면 별거라도
지난 4월 1일 부터 e 채널을 통해 방영되며 중장년층 사이에 소소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별거가 별거냐>는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를 모토로 건다. 잉꼬 부부로 널리 알려진 결혼 14년차 김지영-남성진 부부, 19년차 이철민-김미경 부부, 11년차 사강-신세호 부부 등을 등장하여 아슬아슬 위기의 부부 상을 보여주며,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별거'를 제안한다. 술마시는 남편과 가정적인 아내, 살림하는 남편과 외향적인 아내, 잔소리많은 아내와 자유롭고 싶은 남편, 부부라는 이름만으로는 버거운 위기의 부부들이 '이혼' 대신 '별거'라는 애교있는 해법을 택하는 모습을 리얼리티로 방영한다. 즉, '졸혼'은 아니지만, 잠재적 졸혼으로 중년 부부의 위기를 돌파하는 또 다른 결혼의 해법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연기자 백일섭, 그리고 대표적 잉꼬 부부 김지영-남상진이 방송에 등장하여 결혼을 마쳤음을 이야기하고,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내며 부부의 위기를 보여주는 시절, 이는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대한민국 부부의 이혼율을 발빠르게 예능이 접수하고 있는 현장이다. 제 아무리 주말 드라마를 통해 '가족' 지상주의를 외쳐도, 현실의 가족은 '해체' 중이다. 그리고 그 '해체'의 해법이 '졸혼'으로 ,때론 '별거'란 완곡한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래도 아직은 '가족'과 '부부'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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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4.12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