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나온 태식(유건 분)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의 길로 나설  뻔 했던 유나(김옥빈 분), 하지만, 유나와 태식의 작전이 사전에 창만(이희준)에게 알려지고, 달호(안내상 분)와 창만은 유나와 태식이 범행하는 현장을 덮친다. 결국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까지 하며 창만 일행은 결국 태식의 일행을 배신한 남수(강신효 분)의 도움으로 유나가 소매치기한 돈봉투를 빼앗아 경찰에 가져다 준다.

 

결국 유나는 창만과 달호의 훼방으로 소매치기의 길로 다시 들어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나는 화가 나있다. 창만과 달호가 유나가 다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걸 막아준 건데, 감사하기는 커녕 잔뜩 화가 나 터져버릴 듯하다. 오히려 창만은 유나의 전화를 피하고, 그런 창만에게 유나는 전화를 자꾸 걸어댄다. 결국, 다영(신소율 분)으로 인해 유나의 전화를 받고, 유나가 홀로 술을 마시던 포장마차로 창만은 향한다. 그런 창만을 향해, '다시는 보지 말자'며 막말을 하던 유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다할 수 없는지, 결국 창만을 향해 손찌검을 한다.

 

창만이 맞는 모습을 보다 못한 다영이 거들고, 결국, 창만을 향한 분풀이는  볼썽 사나운 여자들의 육박전으로 마무리된다. 그러자,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창만도 마음이 달라진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유나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 유나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자신에게로 돌아오리라 믿고, 칼도 주먹도, 심지어 친어머니를 찾아다니며 갖은 애를 썼는데,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듯한 유나에게 서운하기 그지 이를데 없다.  그런 창만에게 달호는 상처난데 고춧가루라도 뿌리는 격으로 창만처럼 외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유나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 단언한다.

 

(사진;tv리포트)

 

하지만, 마음이 서운하여, 거리에서 마주친 유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는 창만을 유나는 한참 바라본다. 그런 유나의 눈은 많은 걸 담는다. 창만은 유나가 태식을 만나, 다시 소매치기를 하고, 그와 다시 사랑하게 될까 걱정하지만, 유나에게 태식은 그저 빚쟁이일 뿐이다. 마음의 빚쟁이.

 

유나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린 시절 소매치기를 시작한 자신을 '사랑'의 이름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그리고 자기의 죄까지 뒤짚어 써가면서 감옥 생활을 한 태식에게 유나는 마음의 빚이 깊다. 출소한 태식이 자신을 도와 달라고 했을 때, 유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소매치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마음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심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을 창만과 달호가 나타나 엎어뜨려 버리자, 유나는 자중지란이다.

 

미선과 양순의 충고로, 태식에게 이제 더는 소매치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태식은 본색을 드러내며 유나때문에 얽크러져 버린 일을 들먹인다. 그만하면 태식에게 진 빚은 갚았다고 하지만, 유나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빚'은 어떻게 청산되어야 할까?

양순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는 유나에게 그녀의 도움으로 태식이 손을 씻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손을 씻을 정도의 도움도 되지 않는 유나의 소매치기는 결국 악순환의 일부라고 단언하며.

또 다른 월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도 마음의 빚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입양이 된 하진(성준 분)에게는 고아원의 동생 아림(윤진이 분)이게게 마음의 빚이 있다. 아림이가 입양될 뻔한 기회를 둘이 도망가서 날렸음에도, 정작 자신은, 그 기회를 잃을까봐, 아림이가 자는 사이 몰래 도망치듯 고아원을 떠났던 기억에서 비롯된 마음의 빚이다. 그로 인해, 하진은 늘 악몽과 두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정작, 아림을 만나, 그녀로 인해 여름(정유미 분)의 오해를 사면서도, 하진은 아림 앞에서 솔직해 지지 못한다. 그녀를 물적으로 돕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자신이 고아원의 그 오빠라는 걸 고백하지 못한다.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는 아림은, 하진에게 편지를 통해 말한다. 자신이 서운했던 건, 그가 자신을 버렸다는 게 아니라,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그것 뿐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마음의 빚쟁이가 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하진의 마음이 쉬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여름의 능력을 아까워하며 자기 회사의 공간까지 빌려주며 가구 박람회에 나가기를 종용하던 태하(에릭 분)의 요청을 여름은 거절한다. 더 이상 그에게 또 다른 빚을 지고 싶지 않아서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빚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마음으로 진 빚은, 돈으로 청산되는 빚보다도 그 그림자가 깊다. 마음의 빚은 빚이다. 사랑이 아니다. 유나가 다시 소매치기를 하면서까지 그걸 갚으려고 할 만큼. 그리고 역으로, 창만이 유나에게 갖은 정성을 다하면 다할 수록, 유나와 창만의 관계에도, 아이러니하게 마음의 빚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오히려, 이제 유나에게 서운해 하는 창만, 그리고 그런 창만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유나의 관계에서 비로소 두 사람은, 마음의 빚을 진 관계를 넘어, '사랑'을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빚을 '불교 용어'로 '업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한 생에서 다하지 못한 업보를, 몇 생을 거듭하며 갚아나가야 하는 삶의 숙제로 설명한다. 그렇게 자신이 진 빚을 다하고 나면 비로소 생명의 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중생(中生)의 처지는, 업보를 쌓고, 지고 가는 고행길일 뿐이다.

그런 고행의 인생을, <유나의 거리> 작가는, 도끼 형님과 독사의 관계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유나가, 자신이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태식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를 하려고 할 때, 도끼의 병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도끼를 넘보던 독사, 하지만 이제 위암 말기에, 고통만을 호소해 병원 자체 내에서 기피 환자가 되어버린 독사를, 도끼와, 그 주변 사람들이 품어준다. 인지상정으로 보면 독사가 일어나 무릎 끓고 빌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독사는 도끼의 도움을 받는다. 심지어, 독사로 인해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 병실을 바꿔주겠다는 병원 측 배려에, 도끼는 괜찮다며 거절을 하고, 독사를 그런 도끼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즉, 김운경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빚이, 그렇게 유나가, 소매치기 한번으로 태식의 빚을 갚아내듯 단순한게 아니라고 도끼와 독사의 관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이승에서 진 업보는, 일회성으로 갚을 수 있는, 자신이 짊어지고 갈 말 그대로의 업보임을 작가는 밝힌다. 이미 유나가 저지른 과거의 소매치기 범죄가, 어디 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자해지가 아니라도, 삶에는 또 다른 돌파구가 있다. 평생을 조폭으로 살아오던 도끼가, 말년에, 한 병실의 독사를 품어내고, 빌라 사람들의 윗어른으로 살아가듯, 일더하기 일의 갚음은 아니라도, 그렇게 도끼는 자신의 업보를, 풀어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마음의 빚을 갚을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음을 작가는 암시한다.

 

마음의 빚에서 시작된 유나의 소매치기 재범 해프닝은, 그저 유나와 태식, 창만의 삼각 관계를 넘어, '업보'라는 인간적 딜레마에 대한 진한 고찰로 이어진다. 여전히 <유나의 거리>가 보는 세상은 넓고 깊다.

 

by meditator 2014. 10. 7. 11:40

10월 6일 <힐링 캠프>는 김준호 편을 방영했다. 여기저기 출연을 통해 김준호라는 인물에 대해 더 이상 사람들이 알 것이 무엇이 있겠나 싶었나 싶었는데,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코미디를 향한 그의 열정과, 그 열정 속에 숨겨진 그의 속내를 다시 한번 진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패러디로 명량의 이순신처럼 등장한 김준호,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호칭은, 명량이 아니라, 천하에 놀기 좋아하는 '한량'이었다.  mc들은 한량 김준호를 증명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증거를 들이댔고, 8개의 명함을 위시하여, 그 모든 것이, '한량' 김준호를 설명해 내는데 이의를 달 길이 없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량' 김준호를 증명하는 과정은, 역으로, 코미디언 김준호의 열정을 설명하는 지름길이 되었다.

 

출연하는 내내 김준호는 어설픈 영어를 남발했다. 한때 첫 버라이어티 신고식을 치루었던 <남자의 자격>에서 발길질을 당하며 함께 했던 선배 이경규와는, 마치 그의 발길질이 호된 학습이라되 된 듯이, <힐링 캠프>에 나온 김준호는 이제, 자신이 <인간의 자격>에서 오로지 밀 수 있었던 콩트 대신에,  그 어떤 영어보다도 한국인이 알아듣기 쉬운 난이도의 어설픈 영어로 죽을 맞춰가며, 재밌는 예능의 호흡을 맞춰낸다.

 

 

 image

(사진; 머니투데이 뉴스)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김준호의 어설픈 영어가 그저 웃기기 위한 소도구가 아니었음을 시청자들은 알게 된다. 올해 들어 이제 2회 째를 맞이한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이끄는 집행위원장인 그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사비를 털어 넣으면서도, 부산을 국제 코미디 교류의 '무역 센터'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의 수단임을 느낄 수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처럼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또 하나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 그의 어설픈 영어는 웃음의 소도구 이상, 그의 열정의 도구로 씌여질 듯하니까. 그리고 이런 김준호의 열정은 처음엔 '한량'처럼 그럴 듯한 직함을 가졌다는 우스개에서 시작된 mc들의 소개를 넘어, 선배 이경규조차 후배 김준호의 코미디 사랑에 고개를 숙이고, 내년에 부산 거리에서 함께 공연을 할 것을 약속하게 만든다.

 

그의 열정은 그저 페스티벌 등 행사를 벌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폐지 이후 일자리를 잃은 타 방송사 후배들에게 주머니의 돈을 다 내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개그맨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코코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사장이 되었다. 처음 김준호가 코미디 기획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김준호가?' 했던 것들이, 이제는 김준현, 이국주, 조윤호 등, 트렌디한 개그맨들이 모여있는 코미디계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우스개로 휴머니즘으로 시작하여, 자본주의로 마무리되는 그의 기획사는 그만의 기획사가 아니라, 그와 후배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견인차가 된 듯 보인다.

 

부산 코미디 페스티벌 집행 위원장, 코코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세간의 인식으로 보면, 한 '권위' 할 것 같은 그의 직함들을 소개 받으며 여전히 김준호가, 권위있는 실세가 아니라, 그의 어설픈 영어 표현대로,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라는 그의 표현이 고스란히 그의 진심으로 느껴지듯, 코미디를 향한 그의 열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놓고 기획사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차별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페스티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수리가 땅에 닿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는 그의 '세속적' 표현들조차 그의 열정을 설명해 주는 다른 표현에 불과한 듯이

by meditator 2014. 10. 7. 09:57

10월 5일 방영된 2014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시리즈의 열 여덟번 째 작품은 2013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단막극이다. 그래서일까?  <다르게 운다>는 제목에서부터,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방벽에 우등상장이 즐비하게 붙어있는 방, 수학 문제를 풀던 지혜는, 그 매미 소리를 못견뎌한다.

지혜는 아버지와 이혼한 채 두 아이를 기르는 편모 슬하의 딸이다. 우등새인 지혜는 그래도 자기 앞가름은 스스로 하는 기특한 아이지만, 오빠는 다르다. 소년원을 들락거린 오빠는 지금도 여전히 짬만 나면 쌈박질에 파출소 행이다.

 

우등생에게 주어지는 해외 어학 연수 기회를 얻은 지혜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딸의 어학 연수보다 자신의 대학원 수업에 더 관심이 많은 엄마가 원망스럽다. 매사에 시끄럽게 싸워대는 엄마와 오빠가 흡사 지혜가 싫어하는 매미들같다. 심지어 우연히 전화통화를 하게 된 아버지의 잦은 전화조차, 매미소리처럼 지겹다. 차라리, 바퀴벌레처럼 조용하기나 하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겨우 잔뜩 원성을 쏟아붓고 얻어낸 어학 연수의 기회마저 오빠의 폭력 사건으로 날리고, 지혜의 마음은 바뀐다. 이 집에서 자신이 그저 조용히 살아야 할 바퀴벌레 같다. 드러나면, 날라온 책에 얻어맞아 터져버리는 바퀴벌레처럼, 어학 연수 기호를 놓친 자신의 처지가 하염없이 원망스럽고, 그런 마음을 가감없이 가족에게 쏟아놓는다.

 

하지만 상황은 아버지의 생각지 못한 죽음으로 달라진다. 전화를 통해 암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토로를 귓등으로 흘려 들다못해,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귀찮게 여겼던 지혜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빛쟁이에 쫓기던 아버지였기에 장례식조차 갈 수가 없다. 오빠와 지혜가 할 수 있는 건  친권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냉정한 듯 보이던 가족들은, 마치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듯, 결국 터져버리고 저마다의 울음을 토해 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지혜는 안다. 매미가 한 여름 죽도록 울어대듯이, 그간 가족들이 저마다 다르게 울어왔음을, 자신은, 매미를 그저 지겨워 하듯이, 그렇게 가족들도 대해 왔음을.

 

(사진; 뉴스웨이)

 

벌레의 울음 소리를 매개로 열 여덟 소녀 지혜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들여다 보는 <다르게 울다>는 '가족의 발견'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징적 혜안이 돋보인 작품이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 시끄러운 가족들의 싸움 소리, 그 소리의 반대 편에, 항상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조용한 지혜, 그리고 조용히 자기 살 길을 찾아 움직이는 바퀴 벌레 라는, 소리와, 무 소음의 대비를 통해, 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그리고, 시끄럽고 귀찮은 가족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뿔뿔이 저마다 흩어져 있던 가족을, 하나의 공동체로서 느끼고, 관계 맺기를 회복하고자 한다.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런 <다르게 운다>의 통찰적 관점은 단편 소설적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것이 하지만 이 드라마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한 가족 저 마다의 상징과 발견은, 무릎을 탁 칠 만큼의 혜안이지만, 동시에, 그 상징이,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되었는가는 아쉽다. 결국 상황의 구상화를 통한 설득이 아니라, 지혜의 나레이션을 통해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상징은, 평면적일 수 밖에 없고, 통찰은 이해가 되지만,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엄마와 오빠의 그 모습이, 가을이 오기 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미같은 또 다른 울음이었다는 해석은 탁월하지만, 그것이 나레이션을 통한 사후 해석이 아니라, 극중에서 좀 더 설득적으로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가족들이, 그간 각자 다르게 울어왔음을 이해한 이후 급작스럽게 변화된 가족의 관계도 그렇다. 아버지의 죽음을 매개로, 각자 통곡을 하며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있음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인데, 어쩐지, 의례적인 결론 같아서 뻔하다. 각자 저마다 통곡을 한 후 각자 변화된 모습은 이제 '클리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 시절, 자신이 이 가족의 일원이 아니기를 바라는, 청소년기의 분리 정서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극으로 드러낸 점, 그리고 그것을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해 가족과 소녀의 관계를 정립하고 정리해 나가려 한 설정은, 최우수작에 걸맞는 성취이다. 하지만, 그런 빼어난 직관은,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 이후, 급작스러운 가족들의 변화와 어설픈 해피엔딩으로 맛을 잃는다. 여전히 다시 시작한 드라마 스페셜의 한 편의 완결된 드라마를 내보이겠다든 조급함이랄까, 어설픔이랄까 하는 것이 극복되지 않는다. 시나리오의 글맛이 더 나았을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너무 피상적이었나 하는 고민을 주는 드라마였다.

by meditator 2014. 10. 6. 10:48

강남 한류 페스티발이 열리기 이틀전인 3일 밤, 한류 페스티발이 열릴 예정인 영동대로 한국전력 공사 앞 한 구석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선착순 입장이 예정된 jyj 콘서트에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시작한 이후로 몰려든 사람들은 콘서트 당일 오전, 벌써 한국 전력 본사 앞은 물론, 주차장에 뺑글뺑글 뱀이 또라이를 틀듯 끝도 없이 줄을 이어갔다. 오후 5시 입장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콘서트 장으로 빠지는게 무색하게, 계속해서 콘서트를 보려는 사람들로, 주차장은 계속 채워져 갔고, 결국 콘서트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콘스트 장 주변 인도까지 빼곡하게 채운채, 오만 여 명의 사람들이  jyj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한류 페스티발이라는 콘서트의 주제가 무색하기 않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가 공연하길래 이렇게 외국 사람들이 많냐고 놀라듯, 공연장을 채운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다양한 국적의 이방인들이었다.

(사진';뉴스엔)

 

 

'왕의 귀환'이라는 이번 앨범의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jyj는 7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예의 '아이돌'이라는 틀에 국한시키기에는 아쉬울만큼의 '뮤지션'다운 풍모를 뽐냈다.

비더원(be the one), 바보보이(baboboy) 등의 화려한 무대로 오프닝을 연 jyj는 그들의 콘서트와 조금은 달랐던 개인의 단독 무대가 돋보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김재중은 이적의 '하늘을 달린다'를, 박유천은 '너에게 기대' 등 일반에게 익숙한 대중 가요를 선보였다.

이어진 공연에서, 김재중은 자신의 곡 '화장'으로 가을의 정서를 더했고, '버터플라이'를 통해 록커로서의 면모를 아쉬움 없이 뽐냈다. 박유천 또한 자신의 자작곡, '서른', '그녀와 봄을 걷는다'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풍부한 감성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준수는, '사랑은 눈꽃처럼'을 통해 이미 뮤지컬 가수로서도 정평이 난 그의 가창력을 확인시켜 주었고, 이어 '인크레더블', '타란탈레그라'등 빠른 템포의 곡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를 보여줌으로써 불가능한 경지의 댄스가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준수의 말처럼, '동방신기'로 광화문 앞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이후, 오랜만에 대중 앞에서 오픈 콘서트 기회를 얻은 jyj는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강남구청과 현대 자동차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고, 쌀쌀한 가을 밤 자신들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가을 밤의 한기를 잊을 정도의 열정을 분출해 내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무대에 이어진 jyj 무대에서, 인해븐(in heaven), 소소(soso) 등 발라드 곡은 물로, 이번 앨범의 대표곡인 백싯(back seat), 발렌타인(balentine)은 물론,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서도 사람들을 열광시킨 엠티(empty) 등의 댄스곡으로 가을의 영동대로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이 마무리 된 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jyj와 앵콜을 연호하며 이들을 기다렸고, jyj는 그런 팬들의 성원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와, 신나는 앵콜을 통해 두 시간 여의 공연을 충만하게 마무리했다.

 

영동 대로 한쪽 차선을 막고 설치된 이날의 야외 무대는, 야외라는 말이 무색하게 훌륭한 음향과, 전광판으로 멀리서도 jyj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공연 중간, 물과,불과, 폭죽으로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도 이날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 어떤 외국인이 봐도, 손색이 없는 한류 페스티발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며칠 밤을 새서야 겨우 앞 자리를 차지 할 수 있거나, 당일 날 오더라도 하루 종일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선착순 입장은 좋은 콘서트를 위한 감내의 시간이라기엔 고통이 가혹했다. 심지어, 주최측과 일반인과, jyj멤버쉽 회원간의 입장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오랜 시간을 기다린 관객들에겐 또 한번의 혼란이었다.

또한 길다랗게 만들어진 특설 무대도 만만치 않았다. 올 스탠딩 특설 무대는 멀리 자리잡은 팬들에겐 가수를 보는 건 거의 언감생심 수준이었고, 전광판을 통해서나 그나마 가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하필 이날따라 전광판은 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불친절하여 때론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려고 몸싸움을 하며 발돋움을 하다 우는 관객조차 속출하였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린 한류 페스티발로써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루었다는 성취는 보였지만, 정작 콘서트 관객에게 그리 배려되지 않은 공연으로서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안정된 음향과,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즐길 꺼리가 되었던 jyj의 음악만이, 오랜 시간을 기다린 콘서트 관객들의 위로가

by meditator 2014. 10. 6. 09:10

ocn의 새로운 장르물이 등장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출연진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 했던 <나쁜 녀석들>이 바로 그 작품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은 이후, 출연 작품조차 그가 방송을 통해 보여준 균형잡힌 시선의 이미지에서 크게 훼손되지 않았던 작품만 골랐던 김상중이 냉혹한 법률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던 <개과천선>에 뒤이어,  '미친 개'같은 형사로 돌아왔다.

김상중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전직 형사기라도 하지, 다른 '나쁜 녀석들'은 말 그대로 나쁜 녀석들이다.

한 덩치하는 마동석이야, 조폭이 낯설지 않는다 해도, 멜로 드라마에서 실장님 역을 단골로 맡던 미남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다. 번듯한 외모의 조동혁은, 지방 0%의 느낌을 주는, 날선 근육질의 살인청부업자 이태수가 되었다. 훈남 박해진은, 흰자위 안에 동동 뜬 검은 눈동자가 섬찟하게 느껴지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이 되었다.

 

<나쁜 녀석들>의 시작은 한 가정의 가장인 형사에게서 시작한다.

자신의 가정을 넘어 세상 모든 가정의 평안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범인을 쫓던 형사는 끝내 범인의 칼을 피하지 못한다. 경찰청장인 아버지(강신일 분)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과도한 사건 조사로 물의를 빚고 쫓겨난 '미친 개 오구탁(김상중 분)을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범죄로 잃은 형사 오구탁에게 아들을 죽인 범인을 잡아준다면, 나쁜 놈들을 소탕할 전권을 주겠다고 설득한다. 경찰청장의 청을 받아들인 오구탁, 자신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수단으로 삼은 것은 또 진짜 나쁜 놈들, 살인청부업자에, 조직 폭력배에, 연쇄 살인범이다. 이들을 감옥으로부터 부른 오구탁은, 몇 십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형량과 관련된 '딜'을 제시한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 mbn)

 

첫 회의 <나쁜 녀석들>은 '미친 개'같은 캐릭터의 향연이다. 형사 오구탁을 위시하여, 조폭 박웅철에, 살인청부업자 이태수에, 연쇄살인범 이정문까지, 언제나 한껏 감정을 꼭꼭 담아 누른 위압적인 연기를 통해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김상중이, 정말 미친 개가 '으르렁거리기라도 하듯' 한껏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낯설게 분로를 발산한다. 오구탁의 김상중만이 아니다.  누가 더 나쁜 놈인가를 내기하도 하듯, 정태수는 독사처럼 비열함을 내뿜고, 박웅철은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린다. 멜로 드라마에서 빛나던 박해진의 허여멀건한 외모는, 밀랍으로 만든 인형처럼 감정을 소통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제격이다.

 

한껏 각자의 캐릭터를 발산하는 만큼, 첫 회의 드라마는 단선적이다. 나쁜 녀석들을 모아, 더 나쁜 녀석들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이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고심하는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법의 수호에 상징인 경찰청장은, 자신의 아들이 죽자, 대번에 '사적 복수'를 위해 불법적 수단을 마다치 않는다. 거기에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미친 개' 형사는 제격이다. 그리고 미친 개에 어울리는 '더 미친 녀석들' 세 명의 포스와 활약 만으로도 <나쁜 녀석들>의 아우라가 넘친다. 경감이라는 유미영은, 경찰 고위직에도 불구하고, 김상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되는 듯 단순하고 감정적이고, 다짜고짜 상의를 벗고,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며,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또 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전형적인 남성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로 소비된다.

마치 레이스를 기다리던 차들이 '부릉부릉' 시동을 걸다, 깃발이 올라가기 무섭게 질주하듯, <나쁜 녀석들>의 1회는 사이코패스 이정문이 합류하기 까지 그들이 얼마난 나쁜 놈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달린다.

 

그러기에, 이렇게 진력하여 얻어낸 '나쁜 녀석들'로 이제 진짜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2회가 기대된다. <나쁜 녀석들>이 어떤 드라마일 것이라는 판단 역시 초반 스파트에 치중한 1회만을 보고는 선뜻 이렇다 정의내릴 수 없다. 또한, 그래도 경감이라며 조사를 해서 알아냈다는 유미영의 정보, 세 나쁜 녀석들과, 오구탁 경감의 면직일 사이의 관계, 왜 하고많은 범죄자들 중 이들을 선택했는지의 이유가, '나쁜 녀석들을 이용하여 더 나쁜 녀석들'을 잡는 드라마의 숨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자를 단죄할 수 밖에 없는 비도덕적 도전에 대한, 고뇌와 해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0. 5. 02:06

음원까지 휩쓸며 화제를 모았던 곽진언과 김필이 라이벌 미션에서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벗님들의 '당신만을'에 이은 멋진 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심지어, 눈물까지 어린 듯 이들의 노래를 감상하던 윤종신이, 라이벌 미션을 하라고 했는데,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면 어떻게 어떻게 하느냐며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미션은 미션, 결국, 들국화의 '걱정말아요'를 전체적으로 편곡을 하며 프로듀싱을 했던 곽진언의 숨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김필이 승자가 되었다. 김필은, 곽진언이 떨어진 것에 대해, '걱정말아요'가 온전히 그의 프로듀싱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을 잇지 못한다. 곽진언은 자신을 알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쓸쓸히 뒤를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여섯 번째 시즌까지 애청한 시청자라면, 그렇게 화제성을 뿌린, 거기에 실력까지 겸비한 곽진언이라면, 필히 그가 되살아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아니 확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다수의 참가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미션에서 동시에 탈락한 결과, 라이벌 미션의 본선 진출자는 일곱 명 밖에 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떨어진 나머지 탈락자들 중, 무려 네 명의 참가자에게 본선 진출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린다. 톱11이다.

 

이렇듯, 시즌6까지 도달한 슈스케는 마치 시즌제의 드라마와 같다. 미션이 주어지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참가자들, 그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의 과정에 감동이 있다. 하지만 냉혹한 미션, 심사위원들은 출연자들의 성취에 따라, 때로는 감동적인, 때로는 가장 냉정한 리액션을 보인다. 그리고 결과, 대별되는 심사위원의 표정만큼이나, 출연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시청자들이 느끼기에도 별로였던 공연은, 가차없이 모두가 탈락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좋았다고 느꼈던 공연에서도 예외없이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안다. 그것이 감동적 클라이막스를 위한, 슈스케의 숨겨진 한 수라는 걸. 미션의 승리자들이 기다리고, 갖가지 방법을 통해, 패자부활했음을 통보 받는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식의 상황이 재미를 준다면, 라이벌 미션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연기력이 실험대에 오른다.


Mnet '슈퍼스타K6' 방송 화면 캡처

(사진; 텐아시아)

 

하지만 '이렇게 ~는 떨어지게 되는 건가요?'라는 나레이션 성우의 목소리조차, 뻔해지는 여섯 번째 시즌임에도, <슈퍼스타k6>는 화제의 중심에 있다. 다섯 번째 시즌이 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달리.

그리고 그 이유는 명확하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노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시즌5에서 처럼, 노래를 못하는 데도 다음 미션에 진출하는 어거지도 없고, 없는 감동을 짜내는 '악마의 편집'의 무리수도 한결 줄어 들었다. 여전히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연출은 존재하지만, 그런 제작진의 의도를 넘어서게, 시즌6은 심사위원들이, '지옥의 레이스'라고 할 만큼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했다.

콜라보레이션 미션 후, 곽진언-김필-김도연의 '당신만이', 그리고 이제 라이벌 미션 후에는 역시나 곽진언-김필의 '걱정말아요'가 음원 차트의 수위를 차지한다. 슈스케에 이제는 관심이 멀어졌던 사람들도, 그들의 노래를 찾아듣고, '이제는 한물 갔다던' 슈스케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마치 슈스케 시즌2의 허각이나, 슈스케 시즌3의 울랄라 셔센처럼, 노래 잘하는 출연자들의 노래를 통해 슈스케는 다시 기사회생했다.

결국, 제 아무리 '악마의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심장을 죄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들,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본연의 맛은, 결국, 좋은 노래와, 훌륭한 출연자에게서 비롯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슈스케6가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 지리멸렬해지던 슈스케에게 생명줄을 연장시켜 준 건, 우연한 출연자의 실력이다.

by meditator 2014. 10. 4. 13:48

10월 2일 11시 15분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이 등장했다.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

'부탁해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덕화가 처음으로 '쇼'가 아닌 '예능'에 등장한다. 이름하여, 고충처리반 단장이다. 이덕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무려 5년 만에 mbc로 귀환한 이경규이다. 그들과 함께 고충처리반 단원으로 유상무, 시스타의 보라가 활약한다.

그런데, 5년만의 이경규의 귀환답게(?), 첫 방송된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의 면면은 어디선가 본듯 익숙하다. 

 

첫 번째 꼭지로 등장한 빌라에서 닭키우는 집은 그 상황만으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리는, <국민고충 처리반 부탁해요> 첫 회를 장식하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다. 사업의 실패 후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준 '닭'에게서 위안을 얻기 시작하여 기르게 된 닭이 무려 500여 마리가 넘는 상황은, 카메라에 비춰진 그 자체로 '아비규환'이었다. 외부에서 키워보려 했지만, 민원이 거듭되어, 결국 집안으로 들여올 수 밖에 없다는 민원의 그 집에는, 방이고, 거실이고, 부엌이고, 베란다고 온통 닭과 닭깃털, 닭똥 투성이였다. 식구들은 그 안에서 닭과 씨름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성장한 자식들은 그런 집을 이해 못해 기숙사로 떠나거나 군대로 가버렸고, 친정 어머니는 의절을 선언했다.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닭소리와 500마리의 닭들이 뿜어내는 냄새에 동네 주민들은 잠을 못잘 지경이다. 그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충 처리'의 필요성이 절감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부탁해요

(사진; tv데일리)

 

이렇게, 닭키우는 빌라의 상황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할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 처리반 부탁해요>는 '세상에 이런 일!'을 그저 보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직접 그 집을 찾아가 대화를 거부하던 주인 내외를 설득해 닭을 키우게 된 사연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자고 설득해 들어간다. 드디어 주인 내외가 수락하자, '고충저리반'이 나서서 그들이 마련한 비닐 하우스를 개선하고 닭이 살만한 공간으로 만든다. 집에서 닭들을 깨끗이 치우고, 친정 어머니를 초대해 마음의 앙금을 풀어냄으로써, 첫 번째 고충 처리를 말끔히 해결한다.

 

두번째 고충처리 안건은 더더욱 익숙하다. 일찌기 이경규를 mbc의 얼굴, 공익 캠페인의 대명사로 만들었던 '양심 냉장고'의 2014년 판 버전이다.

서대문구, 중구, 강남구의 세 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세 곳의 구청장까지 출연시켜, 사람들의 무단횡단을 감시한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했던 서대문구는 물론, 중구, 강남구까지 구청장까지 직접 나서서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일주일 후, 카메라를 설치했던 그곳의 무단횡단은 한결 줄어든 것으로 방송은 마무리된다.

 

우선, 공익 캠페인성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된 이경규의 복귀와 '양심 냉장고' 등으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공익성 예능이 다시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다.

첫 회 충격적인 집에서 닭을 키우는 집과,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괜히 반갑고 친숙하다. 이경규와 호흡을 맞춘 이덕화 역시 예능의 첫 mc란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위트넘치는 진행의 일가견을 보여준다. 단원으로 등장한 유상무와 보라도 무리없이 어우러져 보인다.

 

하지만, 친숙함과 반가움을 뒤로 하고, 냉정히 평가해 보면,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21세기로 떨어진 20세기의 예능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안에서 닭을 키우는' 부부의 사례를 보자.

주민들이 빌라에서 닭을 키우는 집 때문에 민원을 넣는다. 그래서 찾아가 주인을 설득하여 닭을 소거하고, 척진 주변 관계를 해소한다. 언뜻 보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하지만 , 정말 그럴까? 아마도 텔레지젼을 보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비닐 하우스를 지어 옮겨 놓으면 뭘 하나 잡지도 않고, 부화기까지 동원해 마구 키워대는 닭을 앞으로 어찌 하려고? 도살되지 않은 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과연, 그럴 듯하게 지어놓은 비닐 하우스가 해결책이 될수 있을까?

여기서 21세기의 해결책은, 닭을 빌라에서 '소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친정 어머니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자기 자식까지 나몰라라 하면서 '닭'에 매달리는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뒤틀린 애정'의 마음 상태에 대한 치료 없이, 당장 닭을 집에서 몰아낸다고, 해결이 된 것일까?  그 집에 필요한 것은 닭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한 수의사가 아니라,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심리 치료사나 정신과 의사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그 예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 코너들이 하듯이, 방송이 나서서 무언가를 없애주고, 지어주고 함으로써 해결되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의 그런 해결주의적 프로그램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졌듯이, 노회한 시청자들도 안다. 그런 것이, 그저 방송용 깜짝쇼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물론 무단 횡단 근절 중요하다. 하지만, 그저 무단 횡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캠페인 성 접근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서대문구 사례를 보자. 연세대 앞 골목은 2차선으로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활용되는 곳이다. 이덕화의 변명처럼 사람들은 주말의 습관을 주중에도 이어나간다. 구청장은 곧 이곳을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코너를 이끌어 가는, 이경규는 그런 변명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을 자른다. 여전히 나라에서 만든 법은 지켜야 한다는, 우직한,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상명하달식'의 고답적 법치주의 가치관이다.

오히려,서대문구라면, 차라리 빨리,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었으면 어떨까? 거리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강남구와 중구도 마찬가지다. 왜 그곳에 사람들이 굳이 횡단보도를 놔두고, 자꾸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지 짧은 꼭지의 시간에 쫓겨서인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보다 '법'이 우위다. 사람들은, 그저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구청장들이 사람들을 동원하고, 플랜카드를 만들어 보이는 행정을 통한 해결책 밖에 결론이 없다. 이제 그런 걸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새로운 예능이라며 연예인들을 데려다 짝짓기를 하고, 여행을 다니고, 음식을 먹는 여타의 예능에 비하면 신선하다. 하지만, 고충을 처리하는 방식은, 8,90년대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해 진부해 보인다. 2014년이라면, 오늘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맞는 '고충 처리'를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디 좀 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고충 처리의 방식을 가지고, 롱런하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0. 3. 11:25

매주 월, 화, 수 9시 50분에 방영되는 ebs 다큐 프라임은, 지난 주에 이어 월, 화요일까지, 5부작 <생과 사의 강, 브라마푸트라>를 방영하였다. 그리고 수요일 밤, 남은 한 회차의 <다큐 프라임> 시간에는, 2012년 9월 22일 방영하였던 <길위의 천사>를 재방영하였다. 재방영이란 말이 무색하게, <길위의 천사>는 돈에 쫓기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직업적 소명 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주는 수작이다.

 

길위의 천사라 불리는 '창린 창'의 직업은 우편배달부이다.

편지를 전해주는 우편배달부가 왜 '천사'가 되었을까? 그를 천사로 만든 건, 바로 그가 우편배달일을 하러 다니는 곳이 묘족 마을이기 때문이다.

 

묘족은 중국 남부 귀주, 호남, 운남, 광서, 해남 등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 민족으로, 그 중에서도 묘령산맥과 무릉 산맥 등 산간 지방에 주로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다. 여자들이 검은 바탕에 화려한 수가 놓인 옷을 입고, 금빛 장식이 화려한 관과 같은 모자를 쓰는 이들은 중화주의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묘족 우편 배달부 창린 창에게로 가면 이런 묘족의 삶의 조건은 곧 고난의 상징이 된다. 그를 천사로 만들 수 밖에 없는 산간 벽지의 묘족 마을, 그곳에 우편 배달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꼬박 나흘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나흘이 아니다. 노새나 나귀도 갈 수 없는 99고개라 불리는, 풀이 무성해지는 한 여름에는 제초를 해주지 않으면 길조차 사라져버리는 꼬부랑 길을 60여킬로가 넘는 우편 물을 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거리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짐꾼들이 지는 두툼한 장대가 휘어질 정도로 우편 배달 가방을 양쪽으로 매달고 창린 창은 길을 떠난다. 그가 우편 배달일을 하게 되는 바람에 홀로 농사를 짓게 된 아내는 가파른 고개를 넘다 굴러 멍투성이가 되거나, 심지어 앞니를 잃는 우편 배달일을 만류했다. 하지만, 미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길을 떠나는 남편을 보고, 그저 이제는 건강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길 위의 천사 - 귀주성 진핑 우편배달부 창린창   (EBS 다큐프라임) http://www.youtube.com/watch?v=jGLnNpIkg-o

 

서둘러 우편 배달일을 하기 위해 창린 창은 차려 준 아침도 마다하고 길을 서두른다. 23개의 마을을 돌기 위해서 사흘 밤은 묘족 마을의 어느 집에서 신세를 져야 한다. 손주의 대학 입학 합격 소식도, 반대로 손주만 남기고 돈을 벌러 떠난 아들의 소식도, 세간의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도, 의료진료소의 귀한 약품도 창린 창의 발걸음이 아니고서는 묘족 마을에 닿을 길이 없다. 그저 소식을 전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묭멘 어족 몽어파 먀오어 군'의 독자 언어를 가진 묘족이지만 그것을 표기할 문자를 가지지 못한 묘족은 한자를 빌어 자신의 말을 표기해 왔다. 그러기에, 편지를 가져다 주어도 읽지 못하는 문맹인들이 많아, 창린 창의 임무는, 그것을 읽어주는 것까지이기도 하다. 편지가 전해준 기쁜 소식의 기쁨도, 슬픈 소식의 아픔도 제일 먼저 나누어 주는 것도 창린의 몫이다. 어디 그뿐인가. 친구가 없는 산골 마을 꼬마의 친구 역할까지. 창린의 임무는 끝이 없다.

 

그까이꺼 우편배달부가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되물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창린의 나이의 또 다른 남자들은, 돈을 벌기위해 자식마저 늙은 부모에게 맡기고 도회로 떠난다. 하지만 도회로 떠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파괴된 가정과, 3년이 되도록 보지 못한 자식의 얼굴이다. 자본주의의 공습은 산골짜기 묘족의 마을도 피해가지 않아, 묘족 마을의 젊은이들은 자꾸 문명으로 향한다. 그런 와중에, 창린은 미련하리만치, 자신 한 몸 대신, 묘족 마을의 소식 알리미를 택한다. 고개에서 굴러 아픈 몸으로 장대에 달린 60여 킬로의 무게를 버티는 것은, 낯선 마을, 바닥에 깔린 모포 한 장의 잠자리로 버티는 며칠의 떠돌이 생활을, 밥벌이의 고단함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대신, 다큐는 그에게 '길위의 천사'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다큐를 보다보면, 진짜 그가 천사의 현신인 듯 느껴진다.

 

물론 묘족 마을의 창린 창 만이 아니다. 99고개를 넘어 나흘을 집 밖으로 떠돌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에도 여전히 시골 마을 노인분들의 말벗을 마다하지 않는, 거센 풍랑을 헤치며 외딴 섬에 소식을 전하는 우편 배달부들이 계신다. 그런 분들이 자신의 직업을 완수하는 과정은, <길 위의 천사>에서 다큐가 지켜보듯이, 단 몇 푼의 돈으로 가늠할 수 없는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흔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는 있지만, 우편 배달부가 행여 길에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동네 주민들이 나와, 그가 오는 길에 앞서 풀을 베고,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다며, 손주 대학 합격 잔치의 상석으로 기꺼이 인도하고, 그를 칭송하는 노래를 불러주는 묘족들의 일상은, 이기적 잣대와, 계산 속에 소통마저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에겐, 경험해 보지 못한 노스탤지어의 감상을 자아낸다.

 

여전히 느리게 돌아가는 구비구비 99 고개 저 너머의 묘족 마을, 그 마을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바깥 세상의 소식을 가장 빠른 발걸음으로, 가장 느리게 전달하는 창린 창의 모습은, '천사'라는 말로도 설명할 길 없는 인간적 아름다움이다.

 

by meditator 2014. 10. 2. 14:37

10월 1일 394회를 맞이한 <라디오 스타>가 마련한 특집은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으로, 가수 설운도와 그의 아들 아이돌 그룹 엠파이어 보컬 루민과 개그맨 장동민과 그의 아버지 장광순씨가 연예인 부자로 출연했다.

 

10월 1일 라디오 스타의 포인트는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라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설운도-루민 부자와, 장동민-장광순 부자의 다른 관계에 있다.

 

아들의 생일도 모르는 아버지 설운도, 아들 루민이 무슨 말을 할라치면, 방송에 나와서 할 말을 가려 해야 한다며 하고픈 말이 많다는 아들의 입을 지레 막는다. 아버지의 무심함에 서운한, 그리고 그에 동조한 mc들이 무심한 아버지 설운도의 자세를 지적할라치면, 역으로 일년 내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뛰는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며 불가피한 처지를 역설하고, 그게 아니라면 자신 못지 않게 돈이 필요해야 아버지를 찾는 야속한 아들들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설운도 부자와 사사건건 비교 대상이 되는 건 개그맨 장동민과 그의 아버지의 남다른 부자 관계이다. 아버지라기보다는 나이 많은 형같다는 아버지 장광순에게 장동민은 '밥 먹을까' 식으로 늘 친숙하게 반말을 건네며, 일찌기 고집스레 먼지를 집어먹던 고집스런 아기 장동민을 간파하고 그가 무슨 일을 하던 반대를 해본 적이 없다는, 장광순의 '자유방임주의'는 모든 면에서 설운도네 부자와 비교가 되었다.

 

 

(

(사진; 한국 경졔)500,802

 

사고싶은 오픈카가 있어, 방송을 통해 아들에게 확인 도장을 받고 싶어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아직 그리 나이들지 않은 연세에 손주나 보기엔 아깝다며 고깃잡을 준비하는 아들, 격식은 없지만, 격식 없음이 무례가 아니라, 편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는 걸 보여준 장동민 부자의 관계는, 요즘 젊은 부자들의 이상적 모습처럼 보인다.

그에 반해, 사사건건 mc들의 태클을 받는 설운도는 이제는 과거의 한 장이 되어가는,

이른바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돈을 벌어오는데 치중하며, 그것을 통해 모든 권위가 생성되어가는, 이전 세대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설운도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돈이 필요해야 자신에게 연락하는 아들에게,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스스로 벌어먹고 살 힘을 키우라는 아버지 설운도는, 흡사 자신의 새끼를 벼랑 아래로 밀어넣는 맹수들의 제왕 사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아버지이지만, 단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자기 자식을 파악하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는 결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이, 시간이 흐를 수록 드러난다.

그토록 자유분방하던 아버지 장광순도 아들 장동민이 대학을 나온 장동민이 개그 시험 준비를 한다면 친구들과 방구석에 틀어박힐 땐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결국 아들에게 한 소리를 하고야 말았으며, 집에 온 여자 친구를 '박대하는' 설운도의 속깊은 곳에는, 잦은 아들의 이성 편력을 걱정하는 자상한 배려심이 숨겨져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걱정하고 아들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설운도-루민, 장동민-장광순 부자의 토크는, 말끝마다 '괜히 나왔어'를 반복하는 설운도의 언급이 후렴처럼 반복되었지만, 훈훈한 웃음을 시종일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훈훈했던 분위기와 달리, 보면 볼수록 연예인 부자의 그 익숙한 구도가 어디서 본 듯하다. 부자 관계에 불을 지피는 김구라의 익숙한 멘트, 그에 대해 발끈하는 설운도, 그런 설운도가 들으라는 듯, 자기 가족 자랑을 하는 장광순, 바로 매주 토요일 밤 찾아오는 <세바퀴>에서 자주 보았던 토크의 스타일이다. 아니 10월 1일의 <라디오 스타>는 아예 <세바퀴>의 출연진 중 한 부분을 담씩 들고온 것 같다. 출연자들이 나이가 중후하기에 함부로 못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은근히 툭툭 건드리며 할 말은 다하고 보는 스타일의 토크에서부터, 서로 다른 관계의 선명한 대비까지. <세바퀴>를 통해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이런 <세바퀴> 식의 <라디오 스타> 특집은, 무슨 이유때문이었을까?

이제는 온갖 조합을 다 갖다 꿰맞추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어, <세바퀴>의 스타일조차 베껴야하는, 그게 아니라면, 모처럼 신선하게 <세바퀴>식의 게스트 조합과 토크가 차용한 것이었을까?

혹시나 그도 아니라면, 동시간대 타 방송국에서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 분명한 <풀하우스>를 저격한 공격적인 기획이었을까? 하지만 공격적인 기획이라기엔, 동시간대 경쟁작 <풀하우스>의 시청률은 <라디오 스타>가 견제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신선한 모색이었든 궁여지책 답습이었든,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훈훈한 재미는 있었지만, 어쩐지 익숙한 허전함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 주 노골적인 홍보를 위한 차태현과 그가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 또 다른 출연자로 급조된 특집이 뜻밖에도 전형적인 <라디오 스타>의 맛을 살렸던 것과 달리, 이번 주, 준비된 특집,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오히려 홍보보다도 그 맛이 덜 <라디오 스타> 같다.

결국 <라디오 스타> 다움은 기발한 특집 문구와 조합에서 마련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누가 오더라도, <라디오스타>가 되는, <라디오 스타>만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개성에 있다. 그런 면에서 10월 1일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특집은, 재밌었지만, <라디오 스타> 답지는 않았다.

 

 

 

by meditator 2014. 10. 2. 10:27

kbs2를 통해 방영중인 <연애의 발견>은 시청률표에서 늘 고전한다. 월화 드라마중 1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뿐더러, 시청률 순위표에서 그 이름을 찾기 조차 힘들 때가 많은 정도로 꼴찌는 따 논 당상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겨가는 인터넷 공간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이나, 방영되는 이후에 다수의 공간에서, 드라마의 내용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집계되지 않은 '히트 드라마'이다. 


곰곰히 <연애의 발견>의 스토리를 들여다 보면,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는 젊은 여주인공이 있다. 그녀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는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성준 분)이다. 조만간 결혼 약속을 할 거 같은 더할 나위없는 선남 선녀 커플이다. 하지만, 어려운 공방 사정과, 아직 채 다 갚지 못한 학자금때문에, 한여름은 선뜻 남하진과의 결혼을 서두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를 둔 하진의 어머니는, 하진에게 좀 더 번듯한 조건의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하고, 그 사실을 안 한여름은, 분노에 차, 그의 맞선 장소로 돌진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작 한여름이 마주친 것은 5년 전 헤어진 전남친 강태하(에릭 분)이다. 
로맨틱했던 하진과 여름의 연애는, 강태하의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여전히 여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태하는, 여름의 공방 일을 핑계로 여름의 곁에서 맴돌고, 그와의 연애를 신물나 하던 여름 역시,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던, 그에게 흔들린다. 
다음 과정은 익숙하다. 자꾸 엮이게 되는 태하와 여름, 그리고 하진에게 뜻밖에 등장한 어린 시절 동생이었던 아림(윤진이 분), 네 사람의 관계는, 얽히고 섥히며 오해에 오해를 낳고, 그에 따른 해명과, 해프닝으로 이어진다. 
다시 나타난 그룹 대표 전 남친과, 잘 나가는 의사인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여주인공이라니! 아침드라마에서부터, 주말 드라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막장'의 설정이다. 거기에, 이도 저도 아닌 듯 갈피을 못잡고, 두 남자에게, 사랑인듯 사랑이 아닌 듯, 감정을 '흘리고' 마는 여주인공이라니, 이 정도면, '어장관리'의 최고봉이다.

(사진; 일간 스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이 그 엄마 세대처럼, '욕하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그 '삼각관계'의 원초적이고도 치명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뻔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엄마를 흉보던 딸이, 엄마가 자러 들어간 거실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가 보던 드라마와 그리 다르지 않는 스토리의 <연애의 발견>을 열중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본질' 이랄까. 어느 틈에, 엄마 세대의 막장 드라마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의 발견>같은 로맨틱한, 하지만, 알고보면, 뻔한 구도의 러브 스토리가, 역시나 애용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말이다.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뻔한 사랑이야기가 가진 매력 말고도,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연애의 발견>의 매력은, 바로 제목에서도 명시하듯이, 연애를 발견해 가는 듯한, '청춘의 질감'에 있다. 
마치, <마녀 사냥>의 비디오 판이라도 되듯이, 카메라를 향하여 남녀 주인공들은 자신의 연애를 솔직히 토로한다. 네 사람 사이의 상황이 끝나고, 언제나, 마무리는, 그 누군가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감정이 섞인. 그리고, 그것을 통해, 뻔한 연애 이야기는, 바로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독특한 공감을 낳는다. 
연애의 목적이 무엇일까? 결국 남자와 여자가 성공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답이 없는 것이 없다. 뻔한 사랑 이야기인 <마녀 사냥>이 매회 다른 이야기로 메꾸어 지듯이, 수만 번의 연애사라 한들 답이 없이, 난제인 것이다. 매번 잘 하고 싶지만, 결코 잘 해질 수 없는 어설픔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인 젊은이들의 인생사에서, 여름과의 해후를 통해, 다시 잘해보고 싶은 태하의 마음과, 그런 태하를 미워하면서도, 그와의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아팠던 사랑을 지우지 못한 여름이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렇게 태하를 놓쳐야 했기에, 이제는 좀 더 능숙하게 잘 해보고 싶은 하진과의 연애사가, 결결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러난다. 
엄마가, 막장 드라마를 보며, 자신과 자기 주변의 경험을 투영하며, 열을 내듯이, 어느 틈에, 딸인 그녀들, 심지어, 아들인 그들까지도, <연애의 발견>을 보며, 지난 번 헤어졌던 나의 경험을 되돌아 보며, 그와 그녀의 연애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뻔한데, 그 안에서 던져지는 감각적인 대사와, 혼잣말처럼 카메라를 향해 토로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두 남자에게 얽혀있는 한여름이 '나쁜년'인 줄 알겠는데, 현실의 내 연애사의, 그'년' 혹은, 그'놈'도 만만치 않게 나빴기에,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5년 전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태하와의 사랑을 다하지 못했던 여름은, 어떻게든 이번에는 좀 더 능숙하게, 좀 더 덜 상처받으며, 하진과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애초에 연애사라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인 한에서, 이제 여름도 알고, 시청자들도 안다. '발견' 한다고 연애는 익숙해지거나, 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허무한 연애사로 마무리되는, 또 한 편의 연애사, 초가을,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허허로운 젊은이들의 감성을 움켜쥔다. 

그리고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숨겨진 매력은, '거세된 현실'에 있다. 
<마녀 사냥>의 숱한 연애사들에, 오로지 연애만 있고, 삶의 고단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알바의 시급도, 직장인의 애환도 거기선 그리 짙지 않다. <연애의 발견> 역시 마찬가지다. 잘 되지 않는다는 한여름의 공방은 그림엽서 속 장소처럼 아름답고, 대학 학자금 융자가 남은 여름의 집은 이상적인 그룹홈이다. 잘 되지 않는 공방의 사정이나, 고학생인 아름이의 어려움에는, 잘 나가는 작가인 엄마와, 그룹 대표인 전남친, 그리고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린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아원 오빠라는 보험이 있다. 
덕분에, 삶의 냉엄함으로 고통받는 현실의 연애는 그 현실성을 거세당한 채, 오로지, 연애, 그 순수한 결정체로만, 젊은이들에게 마취약처럼 다가간다. 몽롱한 그들의 연애에서, 하지만, 사실은 건설업체 대표와 성형외과 의사와 공방 대표의 '부르조아틱'한 연애가, 내 연애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연애의 발견>의 숨겨진 진짜 매력은, 진짜 궁상스러움을 감춰주는, 연애지상주의의 궁상스러움일지도 모른다. 


by meditator 2014. 10. 1.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