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독재 시절, 하루 아침에 금쪽같은 아이들을 차디찬 감옥으로 빼앗긴 부모들은 아이들을 대신하여 거리에 섰었다. 1974년 민청학년 사건을 계기로 모인 부모들은 1986년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을 계리로 '민가협'을 결성하고 우리 사회 양심수 문제에 앞장서 왔다. 그렇게 우리의 민주화 역사는, 민주화에 앞장선 자식들을 둔 부모들을 아이들과 함께 그 대열에 서게 만든 역사였다. 그런데, 세월은 흐르고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는데, 이제 또 부모들은 거리로 나선다. 심지어 차가운 거리에서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이 부모들의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다. 다큐를 연 건, 징하게도 추웠던 지난 겨울, 안산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을 방문하여 응원의 노래를 부르는 416합창단으로 부터 시작된다.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4년 아이들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들은 그 '참척'의 고통을 '연대'로 승화시킨다. 대한민국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지만, 여전히 그 '역사'는 자식들을 제물로 삼았고, 부모들은 '세상의 정의'를 묻기 위해 여전히 거리로 나선다. 2018년에도. 




4년이나 지났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배도 어렵사리 땅 위로 올라왔고. 2014년 그 날 이래, 늘 '세월호'를 따라다니는 건, 이제 그만하면 됐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mbc스페셜>은 당사자 부모들을 만나러 간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일 년이 가도 십 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잊지않을게> 중에서 

그 날의 부모들,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다 
안산의 성당 한 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 모처럼 그곳에 모인 부모들 사이에 활기가 넘친다. 세상은 이제 그만 보내주라는 시간, 세월호 학부모들과 시민 단원들이 입을 모아 만든 416 합창단에 새로운 학부모 단원 두 분이 들어오셨기 때문이다. 서로 앞집뒷집 하며 소개를 하며 쑥쓰러운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단원들, 

엄마는 말한다. 숨을 쉬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이라고. 그 날 이후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엄마는 도저히 맞물려 들어갈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함께 웃을 수도, 그렇다고 다른 표정을 지으면 티를 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집 밖으로 한 걸음 나오기가 무서운 엄마에게,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이곳은 '숨통'이다. 벌써 4년, 세상은 이제 그만 놓아주라는데 엄마는 한 달에 두번 들르는 강원도 산골 산사에서 아이의 사진을 부등켜 안고 한번만 너를 안아봤으면 좋겠다고 울음을 토해 놓는다. 아이를 생각해서 시를 지어준 시인이 눈이 오면 아이가 오는 것이라 했다고, 아빠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눈이 오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아이를 맞는다. 옴팍 쇠어버린 흰 머리로 매일 오후 4시 19분이면 자신이 하는 세월호 방송을 통해 묵념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 아버지도 있다. 세상은 무뎌가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그 날, 그 바다에 있다. 

처음부터 노래를 부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세월호 500일 각지에서 보내주신 성원에 조금이나도 답을 해볼까 시작했던 노래다. 합창단이라고 해서 정식의 합창단과 같은 형식과 절차를 밟지 않는다.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가창력이나, 파트에 어울리는 톤이 합창단의 요건이 아니다. 그저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이곳에서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뿐이다. 하지만, 그 '마음'으로 뭉친 부모들은 이제 어디라도 간다. 고공 농성의 현장에도, 쌍용 자동차 현장에도, 그리고 각종 세월호와 관련된 집회에. 노란 파카를 입은 부모들은 그 어디라도, 어떤 영하의 혹한이라도  두렵지 않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 다> 중에서 


아버지는 안산의 합동 분향소에 딱 한번 갔었다. 그곳에 있는 304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다 불러주었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그 날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 너희들을 만나러 오겠다고. 하지만 그로부터 4년, 세상은 이제 그만 놓아주라는 시간, 엄마는 말한다. 밝혀진 건 없다고. 심지어 새 정부가 들어서니, 정부가 알아서 할테니 라며 부모들이 나서는 걸 저어하는 사람들조차 생겼다고. 정부의 처분만을 바라는 '희망 고문'의 시간, 하지만 부모들은 말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진 건 없다고. 이제서야 그날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무엇을 했는지가 드러나는 시간, 지치고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모들의 심정은 그들이 4주기 추모곡으로 선정한 <너를 보내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구름낀 하늘은 왠지
네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창문들마저도 닫지 못하고
하루종일 서성이며 있었지
삶의 작은 문턱조차 쉽사리
넘지 못했던 너에게 나는
무슨말이 하고 파서 였을까
먼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난 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가자 하지 못했나

다큐가 보여주는 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숨을 쉬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전히 아이들만 떠올리면 눈물이 차오는 부모들, 그 모습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가 배를 바다 위로 올렸지만, 세월호와 관련하여 그 날의 진실은 물론, 피해 관련자들에 대한 어떤 치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려 피해자인 사람들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뭉쳐 거리로 나서고, 스스로 함께 다독이며 추스리는 상황, 그건 여전히 우리가 사회적 재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되돌아 보면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을 다큐는 절감하게 한다. 벌써 4년이라지만. 4년 아니라, 40년이 걸려도 아버지가 다시 아이들의 이름을 당당히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부모님들의 노래가 더 이상 눈물로 적셔지지 않을 때까지, 세월호의 진실 규명은 멈춰져서는 안된다는 지긋한 목소리, 4월 16일 mbc스페셜이다. 


by meditator 2018. 4.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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