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sbs스페셜>은 '먹튀 논란'에 시달리는 이소연에 대한 다큐를 방영했다. 이미 2008년 이래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과 관련된 논란을 비로소 다룬 것이다. 하지만 다큐를 보면 안다. '비로소'가 아니라, '이제야'라는 것을. 이소연이란 개인이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 결국 한국 사회에서 '먹튀'로 '논란의 대상'이 된것은 바로 우리 사회, 아니 우리의 정권들이 해왔던 전시 행정의 또 하나의 실패 사례이자, 그 오욕을 고스란히 한 개인에게 전가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 복기를 논란의 당사자 이소연으로 부터 시작한다. 




먹튀가 된 우주인 
논란이 시작된 건 2014년부터였다. 이소연이 그녀를 우주로 보낸 주무부처였던 한국 항공 우주 연구원(항우연)을 퇴사하면서 먹튀 논란이 시작되었다. 언론들은 이 사안을 '먹튀'라는 선정적 단어를 넣어 기사화하였고, 온갖 그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구설수를 기사로 옮겼다. 마치 우리가 최근에도 흔히 보듯 연예인의 가십 기사처럼 말이다. 그 기사들의 논조가 이구동성으로 읊는 건 바로 이소연이 260억을 들인 국가적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날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를 둘러싼 이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소연을 찾아가 그녀의 일상을 지켜본다. 현재 '백수'로 자신을 소개한 그녀, 논란의 가지가 되었던 남편은 그녀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줄도 몰랐다는, 심지어 영주권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방인 이소연을 통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건 260억짜리 이벤트성 항공 우주 사업이다. 

2006년 항공 우주 사업을 시작한다는 뉴스는 센세이션했다. 당연히 36206명이라는 많은 호응이 뒤따랐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고산씨가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탈락하고 함께 선출된 이소연씨가 대신 그 책임을 맡았고, 2008년 4월 10일 간의 우주 체험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귀환은 곧, 그녀를 우주로 보낸 사업이 '우주 관광'이며 '혈세 낭비'가 아니었느냐는 국민적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이소연은 2018년에야 답한다. 그녀는 항우연이 만들어 낸 우주인 배출 사업의 상품이었다고. 2008년에 시작된 논란에 대해 2018년에야 답할 수 있는 이 상황은 무엇일까? 그 답엔 바뀐 정권, 그리고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우리의 과학 기술 사업이 있다. 우주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교신까지 했던 이소연, 현실은 주무 부서가 과학 기술부에서 교육과학 기술부로 바뀌는 정권의 변화, 그래서 우주 정거장에서 새 부서의 이름으로 패치를 바꾸어야 했던 웃픈 상황이었다. 

4월 8일에서 19일까지 러시아 소유즈-TMA12호를 타고 우주에 있던 이소연은 꿈에도 후속 사업이 없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를 맞이한 건 후속 사업따윈 없는 단기 이벤트성 사업으로서의 그녀의 우주 여행이었다. 그리고 바뀐 정권, 변화된 시류는 전국민적 호응에 힘입어 뽑힌 그녀에게 260억 세금으로 호화 우주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이 아니냐는 비ㄴㅏㄴ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교육 과학 기술부에 이러저러한 제안을 했지만 변화된 시류는 그런 그녀의 제안에 차갑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이미 러시아의 기술력에 의존하여 제한된 조건에서 한 우주 여행이었음에도 나사가 '실패'라고 규정했던 위험했던 불시착 과정으로 힘들었던 몸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자신이 했던 실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우주 과학을 위한 예산을 따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했다고 이소연은 밝힌다. 당시 악화된 여론을 개선시키기 위한 항우연의 다양한 홍보성 자리와 함께. 

2년간의 복무 기간을 마친 이소연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미국에서 MBA를 공부했다.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를 공부하는 그녀는 또 한번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자신이 했던 우주 실험, 우주 사업에 대한 예산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녀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심정은 다시 바뀐 정권에서 실종된 '우주 사업' 속에서 전혀 해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8년에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정권이 바뀌고, 이소연은 이제야 말문을 연다. 고국에서 계속되는 논란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차라리 화재까지 났던 사고였던 그 도착 과정에서 자신이 죽어버렸다면 명예로운 우주인으로 오래 기억되지 않았을까라며 눈물짓는다. 

전문가는 말한다. 분명 이소연이 참가한 사업은 당시 국민들이 불만을 표했던 260억짜리 이벤트 성 우주 여행이 맞다고. 그렇다고 해서 그 당사자인 이소연이 그 비싼 이벤트의 대가를 치루는 것은 부당하다 덧붙인다. 이소연의 러시아 우주 사업 참가의 방식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었다. 일본도 우리처럼 '이벤트 성'으로 우주 사업을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전국민적 합의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시선을 끌어모으는 이벤트 성 사업은 비난받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이벤트 성' 사업으로 시작하여 일본이 우주 정거장을 개설하고 그곳에 자국의 우주인을 보내기까지의 지속적인 우주 사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정권의 입맛대로 우주 사업을 '실종'시키고, 그 당사자였던 우주인의 경험조차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이소연은 먹튀일까? 그녀는 2년간의 항우연 복무 기간을 마치고, 실망하는 마음으로 고국을 떠났지만, 최초의 우주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잊은 적 없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이 실종된 실종된 한국의 우주 사업에 대해 실망했던 것처럼, 이소연 그녀 역시 '책임'으로 복무한 그 시간에 대한 '치유'가 필요한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공인'이라 낙인 찍힌 사람들에게 '아량'이 없다. 다큐는 그 '아량'없는 세상에 이소연을 설득하기 위해 애쓴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권과, 그들이 벌인 '냄비'같은 정책의 문제라 본질을 짚고자 한다. 

아량이 없는 고국에 여전한 책임감으로 답하고자 노력했던 이소연.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우주인이었지만, 넓은 세상으로 나오니 500여 명의 우주인 중에 한 명이 된 그녀는, 이제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국가의 시책이 아닌, 기업이 우주 여행을 하는 시대, 기꺼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백수 이소연은 분주하다. 그리고 어쩌면 최초의 우주인, 그녀의 활용법은 이제 비로소 시작일 지도 모르겠다. 

by meditator 2018. 4. 16.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