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의 1,2회라고 그리 다르지 않았다. 지난 주 시작한 <듀얼>이 그러하듯, 장르물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이한' 방식으로 가족적 사연있는 주인공의 절규로 시작되었다. 자살한 선배 대신 조교 자리를 달라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 가난한 고학생 우진(여진구 분)은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외계인'에 정신팔린 형이 혹시나 살인자일까 하는 불안에 떨며 형의 뒤를 쫓는다. 


외계인이라니! 하지만 이 쌍둥이 형제는 일찌기 어린 시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ufo와 외계인 여성을 목도한 바 있으니. '외계와의 조우'라는 생소한 설정은 하지만 현실의 우진 형제의 뜻모를 위기로 이어지며 sf물 <써클>은 '장르물'의 형태를 띠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sf라는 장르보다 더 생소하게 만든 건 <베타 프로젝트>와 <멋진 신세계>란 제목으로 등장한 두 개의 세계이다. 과거의 30분과 미래의 30분 분량으로 배분된 드라마. 2030년의 스마트 도시와 일반 지구로 나뉘어진 미래의 지구 <멋진 신세계>는 우진의 과거에 등장한 외계인보다 더 이질적이었다. 거기에 과거에서 형을 찾아다니는 우진과, 미래의 스마트 도시에서 역시나 형을 찾아 잠입한 형사 김준혁(김강우 분)의 질주는 서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피로감을 주었다. 심지어 2030년이라기엔 어색한 80년대 드라마에서도 나오기 힘들 뽕끼 다분한 ost의 과도한 배치라니!






어느덧 외계인도 '미스터리'하지만 익숙해진 
그렇게 이질적이고, 단선적으로 시작되었던 <듀얼>, 하지만 이제 12부작의 절반을 돌아선 이 시점에서 보면, 처음의 그 낯섬과 맹목적인 서사는 sf물이라는 낯섬조차도 잊을 정도로, 매회 흥미진진한 서사를 이어가며 많지는 않지만 열광적인 호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극 초반 다짜고짜 등장한 외계인의 생소한 존재를 현재와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미모를 자랑하며 활약하는 한정연(공승연 분)이라는 '의문의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순치'시키는데 성공했다. sf물답게 ufo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이질적 존재는 과거 우진 형제 앞에 등장했다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별이란 여인과, 현재의 블루버드라는 아이디를 가진 과거가 불투명한 교수의 딸 한정연, 그리고 이제 미래 도시에서 기억이 통제된 인간들 기억의 빗장을 풀어내는 블루 버드로 외계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의문의 인물처럼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던지는 매회의 새로운 '미스터리'는 <써클>을 이끌어가는 주된 질문이 된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한정연만이 아니다. 그 이질적이었던 현재와 2030년의 미래의 지구로 나뉘어진 '서사'가, 이제 현재에서 사라진 형을 쫓다, 자살한 이들에게서 꿈틀거리며 기어나온 푸른 벌레의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 우진, 그리고 2030년 미래에서 '형'을 쫓아가던 김준혁이 우진이 아니라, 사실은 바로 그 '형'이었음이 드러나며, 나뉘어져 졌던 두 개의 세계는 '우진 형제'의 과거와 미래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서 잡혀간 형 범균이, 이제 미래에서 머리에서 이식된 칩을 제거한 형사 김준혁으로 등장하며, '형'을 찾아서는 이제 오히려 그러면 미래에서 '우진'은? 이라는 뜻밖의 궁금증을 유도하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매회의 미스터리를 생소하지 않게 이끌어 가는데는 제작진은 물론, 여진구와 김강우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설득력있는 연기다. 

이러한 늙지 않는 미스터리한 외계의 생명체,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서 그 행적이 궁금해지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는 1,2회 등장했던 자살자들의 미스터리에서 이제 미래의 기억 통제와 그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제'로 한 회, 한 회, 치밀하게 접근해 들어가며 짜임새있는 전개를 펼쳐가고 있다. 즉, 첫 회 그 형제의 서로 다른 행보와, 느닷없이 등장한 외계인이며, 젊은 대학생들의 죽음이란 별개의 사건들이 '푸른 벌레'를 통한 기억 통제의 실험에서 이제, 기억을 통제하는 사회로의 진화, 그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라는 '디스토피아'를 드러내며 <써클>의 정체성을 밝힌다. 






현재와 미래가 직조해가는 '디스토피아'
그러기에 회를 거듭하며 디스토피아 전체의 서사로 직조되어 가는 걸 목도하는 건, 장르물의 시청자로서 최고의 즐거움이다. 또한 그저 수동적 목도가 아니라, 과거의 인물과 미래의 인물을 맞추어 가며 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추리'의 즐거움 역시 <써클>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과거의 우진이 미래의 준혁이 아니었다는 뜻밖의 반전에 기꺼이 뒤통수를 내어주며. 

sf물이자, 미스터리 장르물로써 <써클>은 극 초반 산만한 전개와 이질적 구성 요소로 인해 그 '미래'에 대한 암울한 진단을 받았지만, 이제 중반에 들어선 현재, 이 정도라면 sf물로서는 안정적인 안착이 아닐까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릴 만하다. 
by meditator 2017. 6.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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