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ppl을 논하는 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되었다.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높아진 제작비와 군소 제작사, 그리고 열악한 제작 환경은 주어진 제작비만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른바 협찬이란 이름의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 제작비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ppl을 적절히 쓰는 것이 작가의 능력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시청자들조차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뜬금없이 홍삼 엑기스를 빨아대거나, 가방을 주렁주렁 매다는 게 다 ppl때문이라는 건 애교처럼 넘어가는 정도에 이르른 것이다. 




ppl 잘 쓰기로 정평이 난 김은숙 작가 
김은숙 작가는 ppl을 잘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언제나 쓰는 작품마다,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은 물론, 이른바 '대박' 작품을 늘 생산하고 있는 김 작가에게 자사 작품을 홍보하고 싶은 기업들이 줄을 잇는 것는 따논 당상이요, 스타 작가답게 김은숙 작가는 절묘하게 ppl을 드라마 안에 야무지게 버무려 넣는 것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은숙 작가의 ppl은 이런 식이다. <시그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 분)은 하고많은 회사 중 모 백화점 사장이고, 김주원과 길라임(하지원 분)은 하고많은 장소 중에 제주도의 모 고급 펜션에서 영혼이 바뀐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조차 금연 캠페인을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조연들을 통해 할 정도다.  <상속자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에스더 여사가 운영하는 회사가 원래 시놉과 다르게 의류 회사로 바뀌었고, 제국고 아이들은 방과 후 수업으로 저마다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한 '골프 웨어'를 빼어입고 골프를 친다.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 재회가 이루어지는 곳은 여주인공이 일하는 프랜차이즈 까페 등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입고, 먹고, 움직이는 동선의 배경 모두가 ppl로 범벅이 된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의 2016년 작 <태양의 후예>는 주인공이 군인이다. 심지어 군인인 남자 주인공 유시진(송중기 분)과 의사인 여자 주인공(강모연 분)이 사랑을 이뤄가는 곳은 지진과 분쟁의 중심인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이다. 하지만 분쟁지역이든, 작전 지역이든 ppl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역만리 서대영에게 온 소포에서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하도 봐서 정이 들 정도인 홍삼이 등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역시나 준전시 상황의 제한 때문이었을까? 이전 김은숙 작가 드라마에 비해서는 <태양의 후예> ppl은 애교 수준이었다. 

13회 그동안 못다한 ppl 한풀이라도 하듯
하지만 그 애교는 우르크라는 지정학적 한계 때문이었다는 것을 두 주인공이 고국으로 돌아온 13회 드라마는 증명한다. 귀국 후 모처럼 편안하게 연인의 시간을 보내는 두 주인공, 하지만 드라마는 이게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ppl이 만연한다.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강모연, 서대영-윤명주 못지 않게 언제 이루어질까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송상현(이승준 분)-하자애(서정연 분) 커플, 이들의 옥상 데이트 아닌 데이트에서 실론에서 왔다는 차가 함께 한다. 어디 이들뿐인가, 13회의 장면, 장면 함께 하는 것들은 즐비하다. 휴가를 나갈 군인들은 피부를 관리해야 한다며 다같이 팩을 두르고, 모처럼 휴가 나온 유시진은 강모연을 만나러 가는 대신 소줏집을 향한다. 그리고 거기에 합류한 송상현은 좋은 안주 다 놔두고 아몬드를 먹는다. 술에 취한 강모연을 데리고 집으로 온 유시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강모연의 어머니와, 그녀가 앉아있는 식탁의 중탕기이다. 무박 삼일을 작정으로 술을 마신 유시진과 역시나 주사를 할 정도로 취했던 강모연이 다음 날 해장으로 먹은 것은 종종 드라마를 통해 등장하는 햄버거요, 유시진-강모연 커플이 서대영-윤명주 커플과 만나 서로 닭살돋는 애정을 과시하는 곳은 가게 상호가 유난히 도드라지는 커피숍이다. 



그나마 이젠 커피숍이나 햄버거집은 ppl의 여사가 되었다는 듯, 이어진 서대영-윤명주의 키스씬에서 ppl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최근 '자동 주행'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모 자동차를 타고 윤명주를 집으로 바래다 주는 서대영, 신중하기 그지없는 그의 성격과 다르게, 윤명주에게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을 밝히기 위해 차를 자동 주행으로 모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자동 주행을 하며 자동차 운전씬의 신천지를 연다. 지금까지의 드라마라면 길 한 가운데를 달리던 차가 급격하게 핸들을 꺽어 급정거를 하고 이어졌던 키스씬을, <태양의 후예> 속 신차는 자동 주행으로 놓은 채 행한다. 

당혹스럽다. 과연 이 장면을 신개념의 키스씬으로 봐야 하는 건지, 제ooo의 놀라운 성능으로 감탄해야 하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스를 위한 자동 주행을 무개념으로 봐야 하는 건지, 다중을 상대로 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심지어 해외에서도 다시 한번 한류 붐을 이루었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기사를 내는 이 드라마의 이 장면을 그저 ppl의 신세계로 넘겨야 하는건지. 공중도덕의 무개념으로 봐야 하는건지, 과연 조만간 길거리에서 <태양의 후예>의 이 장면을 뽄따서 자동 주행으로 놓고 키스를 하는 커플이 있다면 이들은 교통 법규 상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머리가 복잡해 지는 순간이다. 

그까이꺼 뭐 머리가 복잡할 게 뭐 있냐고, 그저 드라마로 보면 되는거라고? 허긴 조만간 주인공이 총을 맞고 쓰러지기 5분전, 국빈을 위한 경호에 나선 특전대 상사가 여친과 헤어졌다며 초코바 두 개를 연달아 먹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거리의 자동 주행쯤이야 뭐 그리 대수겠는가 싶기도 하다. 조선 시대에 '목우촌'의 깃발이 휘날리는 ppl 세상에서 안되는 게 뭐 있겠는가. 그런데 13회는 드라마를 본게 아니라 마치 영화 상영 전 주구장창 틀어주는 광고 방송을 본 기분이 드는 건 어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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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4.07 05:43
3월 16일 방영된 7회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 현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입은 평화 재건 사업 현장에서 긴박하게 재난 구조 활동을 펼치는 특전사 부대와 의료 봉사팀의 활약을 그렸다. 물론 드라마는 그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며 깊어지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참 군인 유시진 대위와, 고뇌하는 인의로서의 강모연의 직업 윤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쌍곡선 
그 직업 윤리를 돋보이기 위해 군인과 의사 두 사람의 직업 윤리를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우르크 지진과 평화 재건 사업 현장의 피해 상황은 긴박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에피소드는 바로 서로 다른 장소이지만 결국 하나로 꿰어진 붕괴된 건물 더미에서 목숨의 줄다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고반장님과 현지인 직원의 삶과 죽음의 쌍곡선이다. 

이미 강모연과 훈훈하게 안면을 익힌 고반장님, 하지만 강모연이 고반장님을 다시 만난 것은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더미 아래서이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발을 움직여 보라고 한 강모연,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고반장님의 대답과 달리,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나온 발은 요동이 없다. 하지만 강모연은 포기하지 않고 콘크리트 더미를 옮길 것을 독려하는데, 그때 다가온 유시진 대위는 또 다른 환자에게 그녀를 데리고 간다. 반대편에 있는 현지인 직원, 그는 가슴에 철근이 관통된 상황이다. 그를 본 강모연은 역시나 얼른 철근을 뒤에서 절단할 것을 주문하는데, 그런 그녀의 주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시진을 그녀을 데리고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유시진이 그녀에게 주문한 것은, 바로 두 사람 중 누굴 살릴 것인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장소이지만, 한 무리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리고 관통상을 입은 두 사람, 둘 중 한 사람을 구하려 하면, 다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밖에 여유 시간이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강모연은 생과 사의 심판자가 되어야만 한다. 



익숙한 장면, 클리셰일까 표절일까
그런데, 이 장면, 그간 미국과 일본의 의학 드라마를 많이 본 눈 밝은 시청자라면 낯설지가 않다. 2010년작 일본 드라마 <코드 블루>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등장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는 거의 판박이같은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2 6화,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들 사이에, 금속 막대기 하나에 관통된 두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두 남녀도 <태양의 후예>의 고반장님과 현지인 직원처럼, 한 명을 살리면 또 다른 한 명이 죽는 그런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생명에 대한 판단은 당시 응급실에 있는 젊은 여의사 메러디스에게 돌아간다. 강모연처럼 갈등하던 여의사는 극중 강모연처럼 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고, 발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이에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 챈 가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의 짐을 덜어준다. 

이렇게 <그레이 아나토미>와 유사한 설정이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것을 두고 발빠른 시청자들은 어느 의학 드라마에서나 종종 등장하는 클리셰인가, 그게 아니면 노골적인 표절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는 중이다.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으로 환자의 생명 유지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흔한 클리셰일 수 있지만, 교묘하게 위장했지만 결국 한 사람이 살면, 또 다른 사람이 죽을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사고에 꿰어진 두 명의 환자 에피 자체는 흔하기 힘든 것이며, 그것이 여의사의 판단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죽음을 눈치 챈 환자가 의사가 내릴 결정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과 그의 죽음 이후, 여의사 앞에 죽은 사람의 환영이 나타나는 장면이 똑같이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표절'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태양의 후예>의 표절이 아쉬운 것은,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시리즈라는 점, 거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 조차 이른바 '대박'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가 된다. 

더우기 보도에서도 등장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모처럼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별에서 온 그대> 역시 방영 당시 만화 '설희'에 대한 표절 시비가 붙었었다는 점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나,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 드라마 작가인데, 이 두 사람의 히트작에 공교롭게도 '표절'이란 꼬리표가 붙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다. 또한 <태양의 후예>를 함께 집필한 김원석 작가는, <태양의 후예>의 모작이라 할 수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로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탄 바 있는 입봉 작가로서 그 창작적 역량에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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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3.17 06:14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가 침체된 kbs드라마에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야심차게 선보인 장혁 주연의 사극<장사의 신-객주 2015>를 편성했지만, 동시간대 sbs의 드라마에 고전했던 kbs는 3월 동시에 시작한 sbs의 <돌아와요 아저씨>를 가볍게 물리치고, 14.3%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가 싶더니, 무려 3회만에 20%를 넘는 시청률로, 고전하는 kbs 드라마를 구제한다. 역시 김은숙이라는 감탄이 나올만 하다. 


2004년 최고 시청륙  57.6% <파리의 연인> 이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온에어(2008)>, <시크릿 가든(2010)>, <상속자들(2013)>까지 지난 10여년간 언제나 '베스트셀러'의 무게를 견디며 '왕좌'의 자리를 지켜왔다. 과연, 지난 10여년간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은숙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웃통 벗어제친 군인을 관음하듯
병원 이사장에게 밉보여 우르크 의료 봉사단으로 발령을 강모연 일행을 맞이한 것은 바로 우크르에 주둔하고 있는 유시진(송중기 분)의 모우루 중대였다. 총상을 입은 유시진을 치료한 일을 계기로 잠시 사랑의 설레임에 빠졌던 두 사람, 하지만 언제나 출동을 대기하는 군인 유시진과 어긋남을 참을 수 없었던 모연은 결별을 선언했지만,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이역만리 우르크라는 곳에서 이어진다. 

이슬람 권의 가상 분쟁 지역인 우르크를 배경으로 풀어지는 강모연과 유시진의 사랑 이야기는 풍광이 아름다운 지중해의 나라, 그리스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에머랄드' 빛 바다, 그리고 그 바다 만큼이나 맑은 하늘,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폐허의 공간은, 그 자체로 '사랑'에 빠지기 좋은 장치가 된다. 우르크에서 첫 날을 맞이한 강모연과 일행, 그들을 맞이한 건, 웃통을 벗어제친 채 건강한(?) 몸으로 구보를 하는 유시진의 수하 병사들이다. 강모연과 측근들은 그런 그들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심지어 그리워했던 유시진에게 시야를 가리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다. 바로 이 장면, 두 눈 크게 뜨고 웃통을 벗어제친 근육남들을 한껏 관음하는 이 시선, 이것이야말로, 시청자들이 김은숙 드라마에 빠지는 본질을 드러낸 가장 명장면이 아닐까?

멋진 풍광과, 비극을 잉태한 국제 분쟁 거기에 끼인 두 순수한 열정의 젊은 남녀, 그리고 그 젊은이의 사랑을 한껏 더 아름답게 만드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있는데, 겨우 웃통 벗어제친 군인들을 한껏 관음하는 시선이 명장면이라니 어불성설 아니냐고? 하지만 어쩐다, 엎어치건 제치건, 결국 김은숙 드라마의 본질은 바로 그 장면에 있는 걸!



군인이 연애하는 이야기, 
<태양의 후예>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여러 반응들이 있지만, 그 중 공통적인 것을 추려보자면, '군인이 멋지다', '송중기가 멋지다', '우르크가 아름답다'로 추려진다. 이 감상의 공통점은 '멋지다', '아름답다'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과 멋짐이 불온하다. 

그 누구도 잘 생긴 송중기가 연기하는 유시진 대위의 하얀 얼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난 몇 회를 통해 보건대, 육사 출신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생과 사가 오가는 야전에서 굴러먹은 그인데, 그의 수하 서대영(진구 분)이나, 여타 군인들과 다른 그의 외모에 대해 감탄을 할 지언정,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뭐 그건 제 아무리 전장을 헤매고, 훈련을 거듭해도 절대 타지 않고, 훼손되지 않는 이상체질이 있다 치자. 

문제는 그 아름다운 군인 송중기의 사랑 이야기를 벌이기 위해 풀어놓은 대한민국 부대의 활약상이 더 불온하다는 점이다. '테러 방지법' 통과를 두고 국회의원들이 밤을 새서 국회 연단을 지키고, 하루가 멀다하고 종편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각종 기사가 도배되고 있는 이즈음, 가장 인기있는 주중 미니 시리즈가 '군인이, 그것도 가장 멋진 군인이, 군대에 대한 로망을 한껏 부풀리며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70년대 간접 잡는 실화 극장은 저리 가라할 국책 드라마 아닌

그런데 그 부대가 활약하는 곳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가상의 이슬람 국가 우르크다. 그곳에서 가장 인본주의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군대로 유시진의 군대는 등장한다. 특전사인 그의 부대는 미군과 힘겨루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이슬람 국가와 미국의 신경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슬람 정부 요인의 목숨을 구하는데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정의의 군대다. (작전지휘권도 없는 한국의 민망한 처지를 포장하기 위해 이슬람 주요 인사는 우연한 사고로 유시진의 부대에 불시착하는 드라마의 미덕을 발휘한다) 드라마는 작전 지휘권을 미국이 가진 남한의 상처난 자존심, 거기에 신흥 강대국 G20에 속하게 되었지만 선진국으로서의 삶과 질을 담보하지 못한선진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한껏 내보인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군인들의 액션 어드벤처가 아니다. 제 아무리 유시진이 자신의 군인 생명을 내걸고 작전을 수행하고, 강모연이 불가능한 수술을 감행한다 해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한 '결정적 장치'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맘 편하게 드라마 속 국제적 위기와 군대 내부의 갈등을 지켜본다. 오히려 특전사 사령관을 아버지로 둔 윤명주(김지원 분)와 겨우 특전사 상사에 불과한 서대영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 더 애절하게 다가올 만큼. 

문제는 그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인 유시진 대위의 모험과 강모연의 도발을 위해 사용되는 장치에, 가상의 이슬람 국가와 그 국민들이 대상화되었다는 점이다. 극중 유시진 대위는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좌우명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이런 좌우명을 멋들어지게 드러내기 위해, 지뢰밭에서 마구 뛰어노는 우르크의 아이들이 '사용'된다. 심지어 그 아이들은 납이 잔뜩 든 쇠붙이를 빨기 까지 한다.(먹을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무방비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은 한 술 더 떠서, 유시진의 부대에 와서 먹을 것을 구걸하고, 그러다 납중독으로 인해 응급 상황을 만든다. 

그 잘생긴 군인과 아름다운 의사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점령지의 아이들은 한껏 구질구질해졌다. 그들의 구질구질함과 구차함은 흡사, 6.25 전쟁 당시 미군을 향해, 'give me a gum'을 외치던 우리의 아이들과 같다. 그 시절 미군의 눈에 비쳤던 가난하고 남루한 우리의 모습을 드라마는 이제 타국의 아이들을 통해 '보상'받는다. 마치 이제 우리도 느네들을 도울만큼 살만 해 라고 자화자찬하듯. 

그렇게 가난한 아이들을 상대로 한껏 폼을 잡으며 사랑의 계기를 만들던(솔직히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첫 눈에 반하다시피 한 두 사람은 굳이 이국의 아이들을 대상화시키지 않았어도 사랑에 빠졌을 터이다)두 사람은 이제 한 술 더 떠 이국의 정부 요인을 치료하며 사랑을 다져간다. 우리 정부도, 군대도, 그리고 그 우르크의 그 누구도 그의 목숨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인'을 보살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유시진과, 메스를 놓은 지 한참된 속물 의사 강모연이 뜻을 맞춰 그를 구한 것이다. 상명하복이 중요한, 그리고 외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우리 군대야 그렇다 치고,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조차 생명보다 절차를 중요시하는 굳어빠진 조직으로 만들며, 두 주인공은 '정의'의 승리를 일궈낸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시진이 이끄는 우르크 중대는 세상에 없는 가장 이상적인 군대다. 오토바이 털이범조차 개과천선 시키는, 육사 출신 중대장과, 군대 짬밥이 높은 선임 상사 사이는 '브로맨스'인 듯 돈독하며, 중대를 이끄는 책임자가 종종 의료 봉사 온 의사 여친이랑 데이트를 즐겨도 절대 불만을 표시하기는 커녕, 일사불란하게 전장에서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불사하는 이상적인 군대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종종 빚어지는 군대 내 왕따나, 상명하복의 불협화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상처받은 우리의 자존심을 부추켜 세워주는
이렇게 드라마는 실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빚어지는 군대 조직의 현실을 그려내는 대신, 풍광 좋은 그리스를 이슬람 그 어딘가의 국제 분쟁 지역으로 치고, 거기서 일어나는 국제간 불협화음에서 신출귀몰한 활약을 벌이는 한국 군인의 무용담을 배경으로, 한 술 더 떠 의료 봉사진의 활약까지 얹어, 가장 환타지스러운 전장 속의 사랑을 만들어 낸다. 외국의 눈치를 보느라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조차 구렁이 담타넘듯 외면하는 폭좁은 대한민국의 입지는 미국과 힘을 겨루는 파견군으로, 구질구질한 대한민국 병영 대신 그리스의 풍광으로, 종종 사회면 기사로 등장하는 군대 내 문제들은,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는 웃통 벗어제친 군인들로, 현실에서 한껏 주눅들었던 시청자의 어깨를 펴준다. '군인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었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희어멀건한 군인도, 잘 나가는 의사도, 입을 여니,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한껏 잘 난체 하는 듯 하더니,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란다. 잔뜩 새침한 거 같더니, 나 이쁘지 않냔다. 때로는 순수했으나 속물이 된 여자의 세태 적응은 익숙하고, 그런 여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속물로 살아가는 시청자의 존재조차 긍휼히 여기는 듯하다. 군인이건 의사건 사람살이 거기서 거기라는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도, 속물이라는 여자도, 결정적일 때, 정의롭고 바르니, 속물로 살아가는 우리도 본디 그 마음은 순수하고 아름다울 것이라 지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순수하고 소박한 세계관이다. 이 보다 더한 위로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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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6.03.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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