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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방영된 7회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 현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입은 평화 재건 사업 현장에서 긴박하게 재난 구조 활동을 펼치는 특전사 부대와 의료 봉사팀의 활약을 그렸다. 물론 드라마는 그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며 깊어지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참 군인 유시진 대위와, 고뇌하는 인의로서의 강모연의 직업 윤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쌍곡선
그 직업 윤리를 돋보이기 위해 군인과 의사 두 사람의 직업 윤리를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우르크 지진과 평화 재건 사업 현장의 피해 상황은 긴박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에피소드는 바로 서로 다른 장소이지만 결국 하나로 꿰어진 붕괴된 건물 더미에서 목숨의 줄다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고반장님과 현지인 직원의 삶과 죽음의 쌍곡선이다.
이미 강모연과 훈훈하게 안면을 익힌 고반장님, 하지만 강모연이 고반장님을 다시 만난 것은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더미 아래서이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발을 움직여 보라고 한 강모연,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고반장님의 대답과 달리,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나온 발은 요동이 없다. 하지만 강모연은 포기하지 않고 콘크리트 더미를 옮길 것을 독려하는데, 그때 다가온 유시진 대위는 또 다른 환자에게 그녀를 데리고 간다. 반대편에 있는 현지인 직원, 그는 가슴에 철근이 관통된 상황이다. 그를 본 강모연은 역시나 얼른 철근을 뒤에서 절단할 것을 주문하는데, 그런 그녀의 주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시진을 그녀을 데리고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유시진이 그녀에게 주문한 것은, 바로 두 사람 중 누굴 살릴 것인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장소이지만, 한 무리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리고 관통상을 입은 두 사람, 둘 중 한 사람을 구하려 하면, 다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밖에 여유 시간이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강모연은 생과 사의 심판자가 되어야만 한다.
익숙한 장면, 클리셰일까 표절일까
그런데, 이 장면, 그간 미국과 일본의 의학 드라마를 많이 본 눈 밝은 시청자라면 낯설지가 않다. 2010년작 일본 드라마 <코드 블루>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등장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는 거의 판박이같은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2 6화,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들 사이에, 금속 막대기 하나에 관통된 두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두 남녀도 <태양의 후예>의 고반장님과 현지인 직원처럼, 한 명을 살리면 또 다른 한 명이 죽는 그런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생명에 대한 판단은 당시 응급실에 있는 젊은 여의사 메러디스에게 돌아간다. 강모연처럼 갈등하던 여의사는 극중 강모연처럼 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고, 발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이에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 챈 가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의 짐을 덜어준다.
이렇게 <그레이 아나토미>와 유사한 설정이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것을 두고 발빠른 시청자들은 어느 의학 드라마에서나 종종 등장하는 클리셰인가, 그게 아니면 노골적인 표절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는 중이다.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으로 환자의 생명 유지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흔한 클리셰일 수 있지만, 교묘하게 위장했지만 결국 한 사람이 살면, 또 다른 사람이 죽을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사고에 꿰어진 두 명의 환자 에피 자체는 흔하기 힘든 것이며, 그것이 여의사의 판단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죽음을 눈치 챈 환자가 의사가 내릴 결정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과 그의 죽음 이후, 여의사 앞에 죽은 사람의 환영이 나타나는 장면이 똑같이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표절'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태양의 후예>의 표절이 아쉬운 것은,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시리즈라는 점, 거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 조차 이른바 '대박'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가 된다.
더우기 보도에서도 등장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모처럼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별에서 온 그대> 역시 방영 당시 만화 '설희'에 대한 표절 시비가 붙었었다는 점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나,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 드라마 작가인데, 이 두 사람의 히트작에 공교롭게도 '표절'이란 꼬리표가 붙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다. 또한 <태양의 후예>를 함께 집필한 김원석 작가는, <태양의 후예>의 모작이라 할 수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로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탄 바 있는 입봉 작가로서 그 창작적 역량에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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