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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모두들 투표를 하느라 애쓰고, 투표를 해야 한다 독려하고, 투표율이 얼마인가가 화제의 중심이 된다. 아마도 오늘 하루가 지나면 당락에 따라, 어느 당과 어느 당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십일의 투표 과정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 현실은 '국회의원'들이, 그리고 그들의 출사표가 얼마나 담아냈는지 점검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저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 의원들이 '우리 동네' 사람들의 살 길을 제대로 살펴줄 것인지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선거 당일 SBS TV를 통해 방영된 2부작 <나청렴 의원 납치 사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방영 그 자체가 한편의 블랙코미디와도 같다. 한마음당(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국회의원 납치 사건을 둘러싼 한바탕 해프닝으로 펼쳐진 <나청렴 의원 납치 사건>은 그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는, 아니 청렴하지 않은 의원만 청렴하지 않는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속시원한 소동극이다.
국회의원 선거일, 국회의원을 납치하는 철거민들
극중 나청렴 의원이 납치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배경이 되는 건 그의 지역구 행복구 낙원동이다. 미당 건설이 이곳을 재개발하려고 하고 그런 재개발 사업에 주민들이 반대하며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도장을 내놓으라 못내놓겠다 철거 용역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주민들을 나청렴 의원을 찾아와 도와달라 요청하고 그런 주민들에게 자신이 건설사 사장을 만나보겠다며 의원은 주민들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그날밤 철거 '알바'들이 들이닥쳐 낙원동을 마구 때려부수고 그 과정에서 희경(전미선 분)의 아들이 철거 용역에게 상해를 입혀 감옥에 갇히고, 영란(김현숙 분)의 남편은 의식을 잃는다. 정작 영란의 남편에게 상해를 입힌 용역은 무죄로 풀려나고. 결국 희경과 영란은 철거는 둘째치고 아들의 합의금과 남편의 병원비가 발등에 불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막무가내 영란의 시누이 슬기(이수경 분)는 은행을 털거나 납치를 하자고 하지만 희경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며 말린다. 그러나 정작 다음 날 하루 벌이를 위해 골프장 잔디를 뽑으러 간 곳에서 사실 이 일련의 철거 과정이 모두 그 뒤의 실세 나청렴 의원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의원 납치를 모의한다.
납치 과정에서 부터 나청렴 의원과 박사장의 알력으로 얻어걸린 세 사람의 '납치'는 '납치'를 하기에는 모질지 못하고 어리숙한 세 사람과 납치를 당해서도 '갑질'의 기력을 다하는 나청렴 의원, 그리고 그의 하수인 박사장과 김사장 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다. 드라마는 이름부터 아이러니한 나청렴 의원을 통해 말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뒤로는 비자금을 불리기 위해 철거마저 무자비하게 강행하는 국회의원의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결국 소동극답게 경찰서까지 잡혀갔던 희경과 슬기는 영란의 지혜 덕분에 무사히 풀려나고, 오히려 나청렴 의원을 협박하여 그의 비자금으로 철거민들에게 나눠주고, 그의 비리는 밝힌 후 다시 돌아온 행복한 일상으로 마무리된다. 일장춘몽처럼. 물론 당신들이 제대로 뽑지 않으면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거라는 암시는 명약관화하다.
클리셰같은 조들호의 승리
또 한 편의 철거민의 승리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서도 이루어 졌다. 조들호(박신양 분) 변호사가 평소그 사장님을 어머니라 부르던 시장 순대굿집에 철거반원이 들이닥친다. 건물주인이 재개발을 빌미로 순댓국집을 철거하려 했던 것,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건물주의 뒤에는 대화 그룹의 아들, 바로 조들호가 밝히고자 하는 3년전 뺑소니 사건의 범인 마이클 정이 있다. 그는 재건축을 빌미로 건물주들을 내쫓은 뒤 리모델링하여 집세를 올려받고자 현재 세입자들을 내쫓으려 한 것이다.
이 사실을 밝혀낸 조들호는 법정에서 그 사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의 편에서, 순댓국집 할머니 편에 서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은 쉬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조들호의 진심, 그리고 몇 십년간 시장 상인들의 어머니처럼 인심을 쌓아왔던 순댓국집 주인의 마음이 시장 상인들을 움직여 재판을 승소로 이끈다. 이런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승리는 철거민의 클리셰처럼 익숙하다. 2014년 방영된 <빅맨>에서도 주인공 김지혁(강지환 분)은 조들호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 상인들의 승리를 이끌어 낸다. 심지어 극중 중심이 되는 곳도 조들호의 그곳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어머니처럼 여기는 분이 운영하던 식당이었다.
10여년이 지나도 쉬이 나아지지 않는 철거의 상흔
하지만 늘 철거민들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서 그들은 드라마 속 그들처럼 기분 좋은 승리를 맛보거나,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고발하지 못한다. 현실에 좀 더 가까운 철거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통해 등장한다.
극중 등장하는 모든 갈등의 근원지는 바로 13년전 k그룹의 철거 현장이다. 이제는 카지노가 들어서 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이곳이 13년전에는 여명하(조윤희 분), 정수경(정수경 분)이 그의 가족들과 경찰들과 대치하던 곳이요, 가족들을 잃은 곳이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여명하는 위기 협상팀이 되었고, 정수경은 정반대로 피리부는 사나이의 하수인이 되어 각종 사건의 배후로 암약한다. 13년이 흘러도 '철거'의 상흔은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을 지배한다.
12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트라우마 센터 사람들을 인질로 삼은 이철용 형사(이원종 분) 사건에서 피리부는 사나이 윤희성(유준상 분)과 하수인 정수경의 입장은 어긋난다. 이철용의 도발로 생방송 토론에 나온 양청장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윤희성은 목적한 바를 성취했다 생각했지만, 정수경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트라우마 센터에 독극물을 푼다. 공지만 팀장(유승목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위기 협상이 주가 되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위기 협상팀 주성찬(신하균 분)의 활약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기에 드라마는 사건과 그 해결 과정에 집중하지만, 12회에 드러난 윤희성과 정수경의 대립은 주목할 만하다. 정수경을 찾아가 각목으로 피가 흐르도록 그를 팬 윤희성, 그는 말한다. 니가 이렇게 맞아도 니 생각이 변하지 않듯이, 사람들은 이철용의 인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양청장의 비리 대신, 피리남이 저지른 횽포한 사건에만 주목한다고. 윤희성은 일련의 테러를 통해 k그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정치 언론 법이 함께한 카르텔을 폭로하고자 하는 반면, 정수경은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당한 만큼 갚아주어야 한다며 질주한다. 폭로를 위해 테러도 마다하지 않는 윤의성도, 당한만큼 갚아주어야 한다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정수경도 결국 13년전 k그룹 철거의 상흔이다. 비록 드라마는 철거의 희생자였던 두 사람을 이제 최종 보스와 그 희생자로 한정해 가지만, 가장 현실과 가까웁게 '철거'를 다룬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철거의 희생자들은 그렇게 상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선거 당일 국회의원 납치 소동극이 등장한 단막극도, 그리고 월화 드라마 1위에 빛나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도, 그리고 신하균과 유준상이란 걸출한 배우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분위기,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부진한 <피리부는 사나이>도 모두 우리 시대의 '철거'를 다룬다. 물론 이제는 클리셰처럼 '소재주의'의 경계에서 간당간당해 보이기도 하고, 통쾌한 소동극이 되기도 하고, 주객체가 뒤바뀐 듯 고민이 깊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선거판에서 활개를 치는 발전과 개발의 그늘에서 보이지 않는 철거를 동시대의 드라마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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