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몸 담고 있던 이승을 떠나 또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용이하지는 않다. 최근 '삼우제'라 하면 장사 지낸지 삼일 째 되는 날 산소를 잘 살펴드리며 지내는 제사란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삼우제의 '우제'(虞祭)는 원래 고인의 혼이 방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계시도록 안정시켜 드린다는 의미의 제사였다. 돌아가신 분과의 이별은 슬프지만, 혹여라도 그 분이 저승에 자리잡지 못하고 이승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낭패(?)가 되니 말이다. 


이런 조상들의 의식은 불교적 윤회 사상에 기반을 둔다. 즉 불교에서는 죽은 자는 바로 저승을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7일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심판을 받고, 마지막 49일 째에 염라대왕의 심판에 따라 지옥과 극락행이 정해진다는 불교식 죽음에 대한 해석에 기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결국 사람은 죽고 나서도, 49일에 이르를 때가지는 죽었으나 죽은 게 아닌 상태로, 49재(齋), 즉 무사히 좋은 곳으로 돌아가길 기원해 주는 제사를 통해 죽은 자의 극락왕생(윤회의 세상을 벗어나 괴로움과 걱정이 없는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게 됨)을 기원한다. 



죽음 앞에 유예된 삶
그래서 이 삶도 죽음도 아닌, 49일간의 유예 기간은 종종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문화적 콘텐츠로 차용되어 왔다. 중국의 유명 작가 위화는 <제 7일>을 통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방황하는 영혼을 통해, 죽음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되찾게 되는 교훈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가 하면, 소현경 작가의 2011년 작품 <49일> 역시 49일의 유예 기간 동안 삶을 갈구하며 진실을 향해 가는 젊은 여성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5년 인기를 끌었던 tvn의 <오 나의 귀신님> 역시 3년이란 기한제 귀신의 한풀기 프로젝트란 점에서 콘텐츠적 유사함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제 2월 24일 첫 방영된 <돌아와요 아저씨> 역시 죽음에서 유보된 두 남자의 이야기란 점에서 동일한 맥락을 지닌다. 

일본 영화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각색한 <돌아와요 아저씨>는 하지만 앞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 작품들과 좀 다른 선택을 한다. 즉, 대부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죽은 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에게서 죽은 자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란, '우연' 혹은 '해프닝'과 같은 '보너스'의 시간이다. 하지만 한국판으로 각색된 <돌아와요 아저씨>의 두 주인공 김영수(김인권 분)과 한기탁(김수로 분)는 적극적으로 삶의 세계를 선택한다. 즉, '보너스'가 아니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삶에 대한 '결자해지'가 강조된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돌아와요 아저씨>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가 된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첫 회는 바로 이 적극적 이승 선택권에 대한 해명을 위해, 엉크러진 두 남자의 삶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이 그러하듯이,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가족과 삶을 희생하며, 암묵적 자살 행위를 도발했던 백화점 과장 김영수나,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했던 첫사랑을 구제하려 했던 한번의 선택이 자신이 일구어 왔던 모든 것은 물론, 그녀의 삶조차 더 헝크러뜨려버진 한기탁의 선택은 이들이 천국행 열차를 마다할 개연성을 충분히 설명한다. 

하지만 적극적 선택에도 불구하고, 유예된 이승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슴 근육이 불룩불룩한 평소에 로망이었던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김영수 과장은 자신이 남편이었다는 것을 아내에게 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심지어 한기탁은, 평소 그의 캐릭터와는 상반된 여자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첫 회에 처연했던 극은 그래서, 2회에 졸지에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돌아온 두 남자의 해프닝으로 인해, 배꼽을 잡을 만큼의 코믹한 극으로 돌변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죽은 남편의 뒤를 이어 백화점에서 일하는 아내와의 조우, 평생을 통해 일구워온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난 현실의 목격 등, 극적인 지뢰밭을 내보인다. 



신윤섭 연출, 또 한번의 야심작 
그런데 비극적 전사, 그리고 이어진 2회의 뜻하지 않는 해프닝에서 떠올려지는 작품이 있다. 바로 <돌아와요 아저씨>의 신윤섭 연출의 2012년작 <옥탑방 왕세자>이다. <옥탑방 왕세자>는 죽음 앞에 유예된 삶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세자빈의 죽음 뒤에 비밀을 풀기 위해 300년의 시간을 타임슬립한 왕세자 일행의 해프닝을 담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특히, 1회가 세자빈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고, 그 죽음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비극적 구조를 선보인 반면, 2회가 왕세자의 신분으로 현대로 타임 슬립하여 옥탑방의 군식구가 되어 벌이는 코믹한 해프닝의 역전은 <돌아와요 아저씨>와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동시간대 대결 구도조차 전작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적옥킹'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kbs의 <적도의 남자>와 mbc의 <더 킹 투 하트>, 그리고 sbs의 <옥탑방 왕세자>의 쟁쟁한 대결은 여러 해가 지나서도 언급이 될만한 화제작들의 대결이었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대전도 만만치 않다. 비록 현재는 송중기, 송혜교 두 스타에 김은숙이란 스타 작가를 내세운 kbs의 <태야의 후예>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만, 첫 회 6.6%에서 다음 회 7.6%로 상승 기조를 탄 <돌아와요 아저씨>의 기세는 흡사 첫 회 꼴찌로 시작하여, 1위로 마무리 한 <옥탑방 왕세자>의 기세를 연상케 한다. 심지어, 결국은 타임 슬립물 <옥탑방 왕세자>와, 역시나 유예된 삶을 살아야 하는 <돌아와요 아저씨>는 슬픈 이별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결정적 한 방이 예고된 셈이니, 마지막에 웃을 자가 누군지는 쉽사리 예단 할 수 없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6. 2. 26.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