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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시리즈'는 주로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드라마나 영화가 시리즈가 될 수 있는 주요 관건은 바로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존재감이다. 물론, 영화 <배트맨>이나, <슈퍼맨>처럼 오랜 시간 다시 만들어 지면서 원작 나이대의 캐릭터 유지를 위해 주인공을 달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 64세가 된 마크 하먼이 여전히 건재하게 리로이 제스로 깁스 역을 유지함으로써, 13까지 가는 시리즈의 건재를 증명하는 <ncis>처럼 대부분 주요 배역들을 중심으로 시리즈의 생명력을 이어간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출연 배우들의 저간의 사정이라던가, 제작비 등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시즌2의 제작이 용이치 않다. 심지어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마무리된 드라마나 영화들 조차, 그 이후 편이 종무 소식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 환경을 '변주'을 통해 개척해 간 드라마가 있다. 바로 3월 5일 첫 선을 보인 sbs의< 미세스 캅2>이다.
최영진이 떠오르지 않는 고윤정의 압도적인 존재감
김희애가 강력반 형사 반장 최영진으로 분해서 강태유(손병호 분) 회장과의 대를 이은 악연을 종결했던 <미세스 캅>은 최영진 반장의 강력반이 풀어갈 이야기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2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김희애가 고사를 하며, 순조롭게 풀려가던 최영진 반장의 강력반 이야기는 좌초되고, 시즌2이지만, 주인공이 바뀐 전혀 다른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전혀 다른 캐릭터의 강력반 여성 형사 반장인 고윤정의 등장이다. 보이쉬한 매력을 드러내 보였던 전작 최영진 반장에 대한 부담을, <미세스 캅2>는 전혀 다른 버전의 형사 반장 고윤정을 통해 풀어간다.
즉, 딸 하나를 둔 싱글맘에 워커 홀릭이었던, 그래서 털털하기 그지없던 여성이었지만, 가급적이면 여성이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최영진과 달리, 선그라스에 화려한 털 코트, 거기에 하이힐까지 장착하고 경찰서를 들어가려다, '아줌마'라며 대번에 입구의 경찰에게 볼 일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며 걸리고 마는 고윤정의 모습에서, 전작의 흔적은 찾을 길없다. <여왕의 꽃>의 레나정에서의 연기 논란이 무색하게 김성령 버전의 여성 형사 반장은 김성령이 가진 연기적 색채에 천착한다.
여전히 전작 <미세스 캅>을 연출했던 유인식 감독과 황주하 작가가 힘을 합친 시즌2이고, 시즌1의 형사반장 박종호(김민종 분)가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시리즈는 최영진을 떠올리기 힘들만큼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자칫 외모에서 부터 차별성으로 인해, 형사 반장이라는 본분에 어긋날 수 있는 지점을, 고윤정의 '폼생폼사' 제일주의 로 피해간다. 그리고, 그와 대번에 통한 팀원 배대훈(이준혁 분)을 통해, 고윤정이 보기에만 화려할 뿐, 알고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은 역시나 강력반 형사 반장을 할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간파시킨다. 그리고 고윤정의 이런 겉다르고 속다른(?) 면모를 시즌2의 새로운 재미 요소로 제시한다. 거기에 남편과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 한 명의 자식과 친정 식구에게 얹혀 살다시피하는 가족 설정도 시리즈를 이어간다.
전형과 차별성의 적절한 구성
최영진과 다른 하지만 일관된 능력자 형사 반장 고윤정에서도 보여지듯이, <미세스캅2>가 가진 묘수는 시리즈로서의 전형과 차별성을 적절하게 섞어낸 데 있어 보인다. 형사 반장 박종호는 여전하지만, 시즌1에서 최영진을 흠모해 그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였던 그가, 낙하산인 고윤정에게 매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 시즌2의 새로운 갈등요소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시즌1과 출연진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인물의 캐릭터에서 통일성을 유지한다. 즉, 어수룩해 보이지만, 능력있는 조재덕 에서 배대훈으로 이어지는 고참 수사관의 존재이다. 그리고 이들 배역은 타 드라마에서 걸출한 조연으로 인정받은 허정도와 이준혁이 맡았다는 점에서 일관되지만, 이들의 연기 색채가 다른 데서 오는 질감의 차이가, 두 시즌의 색다른 감초로서의 색채를 다르게 만든다.
또한 고지식한 남자 수사관과 저돌적인 여수사관의 존재도 한진우(손호준 분)-민도영(이다희 분)에서 오승일(임승올 분)과 신여옥(손담비 분)로 일관되게 이어진다. 더구나, <미세스 캅> 시리즈에서 여성 반장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인 여성 팀원의 캐릭터 경찰대 출신에서 일진 출신으로 역시 시즌1에 이어, 단 2회지만 충분히 매력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팀원들만이 아니다. 3월 5,6일에 방영된 1,2회에서 보여지듯이 주인공 여성 형사 반장은 야무지게 팀원을 이끌어 가는 능력자이지만, 마치 원죄처럼 그녀를 괴롭히는 사건의 트라우마로 고뇌하는 인물로 시작하는 것 또한 시즌1과 일맥상통한다. 거기에 역시나 시즌1에서 처럼 부도덕한 재벌의 등장 역시 동일하다.
이제 2회를 방영한 <미세스 캅2>는 신선한 캐릭터와 시리즈의 통일성을 이어갈 여러가지 설정들로 기대가 된다. 물론 압도적 우세의 mbc 주말 드라마와의 대결에서 시청률로 선방할 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동시간대 차별성있는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선 신선한 편성이다. 물론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 tvn의 <시그널>처럼 화제가 된 수사물이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1,2회에서 보여준 차별성있는 캐릭터에 이은 성공적인 수사물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거기에 무엇보다 발목을 잡는 것은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나, 얼마전 종영한 <리멤버>의 남규만(남궁민 분)으로 정점을 찍은 재벌 사이코패스의 재등장이다. 결국, 그 차별성은 다짜고짜 손망치를 휘두르는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더 악랄한 존재감인데, 과연 이것이 이제는 슬슬 진부해져 가는 재벌 사이코패스의 트렌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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