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어셈블리>에 대해 혹자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환타지라며 냉소한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시청자들이 골몰하는 평범한 주인공이 '재벌'을 만나서 사랑을 이루고, '재벌'을 징벌하는 드라마는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 <어셈블리>는 '일장춘몽'과도 같은 환타지였다. 그리고 아침과 주말, 그것도 모자라, 이제 주중 미니 시리즈까지 장악한 '재벌'을 조롱하고 징계하는 드라마들 역시 '환타지'이긴 매일반이다. 하지만 똑같은 '환타지'이지만 서로 다르다. 드라마판을 범람하는 '막장 재벌 드라마들이 현실 삶의 고통을  배설하고 소비하는 것이라면, 비록 4.9%의 시청자들만이 공유한 <어셈블리>의 환타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들을 새삼스럽게 '환기'시켜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각'시켜주는 무뎌진 일상의 '송곳'과도 같은 '환타지'였다.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가 끝난 이후, 마음이 더 묵직해지는, 그렇게 '진짜 정치'를 남기고 9월 17일 <어셈블리>는 20부의 꿈같은 시간을 마무리했다. 



정치 불감증의 현실을 복기하다. 

초반 시선 잡기에 무리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듯이 <어셈블리>의 첫 장면은 '법'으로 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일군의 노동자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일군의 노동자들은, 오늘의 우리 사회 이곳 저곳에서 길거리에서 조차 갈 곳이 없어 드라마 속 배달수가 올라갔던 '크레인'처럼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전광판이든 그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고공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이렇게 자신들의 목소리조차 전하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어셈블리>는 그 서두를 뗀다. 


더 이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곳이 없어 막막했던 해고 노동자 진상필(정재영 분)의 선택이었든, 여당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의 차기 선거를 향한 은밀한 포석이었든, 요행히도 진상필은 동료들의 오해까지 사며 여당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다. 


그렇게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가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어셈블리>는 본격적으로 '어셈블리'에서 국회의원이 할 일들을 점검해 나간다. 즉, 현실의 정치에서 권력의 이합집산으로만 비춰지는 국회, 극중 진상필이 정의내리듯, 편 가르기와 나눠먹기의 '정치공학'을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로 오해하게 하여, 외면하게 만들고, 그 한편에서 끼리끼리 맘껏 해먹는 '정치판'을 여당의 진상, 나아가 '국민 진상' 진상필을 통해 복기해 나간다. 


진상필의 진상 짓을 통해, 시청자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외면했던 '진짜 정치'란, 국회의원 자리는 밀실 공천을 통해 나눠먹기 식으로 준 하사품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를 뽑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은 그저 지역구의 이익 사업을 따내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나라 전체와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국회가 '힘있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법을 만들고 거수기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들이 모여,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라는 것을. 손바닥 뒤집듯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곳이 아니라, 신념을 위해 모인 '동지'들이 있고, 그 '동지'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정치를 외면한 댓가로 가장 저질스러운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결과를 낳는' 곳이 아니라, 치고 박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아무리 정치를 혐오하고 부정해도 정치가 우리의 인생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셈블리> 공홈 게시판을 끝없이 메운 '명대사'들이 실현될 수도 있는 그곳이 국회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어셈블리>는 현실에서 시작되어서, 가장 현실의 정치를 차근차근 복기해 나가면서, 그리고 현실에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진짜 정치들을 이야기해가면서 '환타지'가 되어간다. 

드라마 속 한낱 해고 노동자였던 진상필은 결국 '살신성인'으로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사회가 '쓰레기'라 버린 사회적 패자들을 위한 '배달수법', 두번 째 인생을 위한 법을 성취해 냈다. 19회 장황한 입법의 과정을 겪어내며,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거부'하면서 결국 애초에 자신이 국회에 들어온 목적을 이루어 내었다. 하지만 만약에 현실이었다면 요행히도 국회로 간 해고 노동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을 던지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수 있었을까? '법'을 만드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는 '재선'을 노리고, 원칙을 지키는 대신, 훗날을 도모한다는 미명하에 세를 규합하려 들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원칙들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일그러지고, 어긋나버리는 것을 굳이 드라마가 재현하지 않아도, 매일 매일의 정치에서 확인하기에 <어셈블리> 속 '진상 정치', '진짜 정치'는 환타지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가 된 진상필과 그의 동지들이 구현한 '진짜 정치'를 통해, 그간 우리가 정치라 믿었던 것이 '정치 기술자'들의 '정치 공학'이었음을, 국회의 주인은 세금내고, 나라를 지킨 국민들이며, 당연히 국회의원은 그들의 대표자로,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가슴아프게 일깨워준다. 국회에서 10넌간 잔뼈가 굵은 정현민 작가의 내공으로, 현실 가능한, 그리고 가능해야 할 '환타지'를 낳는다. 



현실로 온 정치, 정도전이 아니라, 진상필

정현민 작가는 정치판의 생로병사를 2014년 사극 <정도전>을 통해 실감나게 풀어낸바 있다. <정도전> 속 정치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듯, '정치'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정치 기술자가 된,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의 싸움판이었다. 그렇게 그 누구보다도 정치판을 '리얼'하게 묘사했던 작가가 현실로 끌어와서 풀어낸 정치로 구현해 낸 것은 정도전이 아니라 진상필이었다. 이상주의적 정치를 풀어내려 했다가, 결국 기술자가 되어버린 슬픈 운명의 사내, 그리고 그 사내를 둘러싼 숱한 정치 공학의 술수 대신, 우직하게 끝까지 원칙을 놓지 않은 '진상필'의 진상 정치를 내세웠다.


아마도, <어셈블리>가 현대판 정도전을 '리얼'하게 그려냈다면, 아마도 <어셈블리>는 정치 게임에 열광하는 숱한 애청자들을 양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세간의 시선을 잡는 정치 게임 대신, 아니 이미 현실의 정치판을 통해 신물나게 경험하고 있는 정치판의 복사 대신, 그런 정치판에서도 누군가 노력하면 가능할 '진짜 정치'를 논한다. 덕분에 누군가는 그것이 생경하다 외면하고, 누군가는 현실성이 없다 거부하고, 또 누군가는 '좌빨'이라며 손가락질 한 덕분에, 6%을 넘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환타지'로서마저도 '정치'에 희망을 걸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아직은 고사되지 않은 5~6%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포기되지 않는 '진짜 정치'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 속에서 닮은 정치인을 두고 설왕설래하듯, '리얼'한 정치판을 배경으로, 가장 '리얼하지 않은' 진짜 정치를 이야기 한 덕분에, 시청자들은 <어셈블리>을 보며, 현실 속에서도 가능한 '진짜 정치'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진짜 정치를 꿈꾸도록 하는데, '리얼'한 정치판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열연해준 <어셈블리>의 배우진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타지'인 줄 알면서도, 살그머니 진상필의 진상 정치, 진짜 정치를 응원하고, 그래서 놓을 뻔한 현실 정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다시 잡게 만든, 진상필로 '빙의'한 정재영의 열연,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만든 제작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시 정재영의 드라마 속 연기를 기대해 보고 싶지만, 정재영의 진상필 외에 그 누구를 쉬이 떠올릴 수 없도록 만든, 진상필, 정재영의 진정성이, <어셈블리>의 진심을 채웠다. 그리고, 제작진과 배우들의 진심이 더한 드라마 <어셈블리>는 2015년 우리가 잃어버린 '정치'를 잠시나마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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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9.18 09:17

2m이내 접근 금지를 부르짖으며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던 홍찬미(김서형 분) 의원과 최인경(송윤아 분) 보좌관, 이 두 사람의 멋진 '합작'으로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이 수감중이던 감옥에서 나왔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두 사람의 합작이라기 보다는, 결국 한민 은행장에게서 시계를 받지 않았던, 그래서 그 시계값을 은행장 면전에 대고 뿌렸던 진상필 의


원의 승리이기도 하다. 홍찬미 의원과 최인경 보좌관이 합작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한 푼


도 받지 않았던 진상필 의원과 달리, 백도현(장현성 분)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과 검은 뒷거


래를 했던 한민은행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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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의 합종 연횡, 그리고 독야청청 진상필의 행보 
수감되었던 진상필의 석방은, 곧 그를 주요 타겟으로 삼았던 백도현 사무총장의 위기로 다가온다. 노골적으로 집행부는 백도현의 사퇴를 요구하고, 그런 사퇴 요구에 백도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무기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그런 백도현의 '공작'에 청와대와 손을 잡은 딴청계는 지도부 집단 사퇴라는 카드를 들고 결국 백도현을 사무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만든다. 

하지만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고 했던가, 한때는 그의 개였던 보좌관조차 '협박'을 해대는 상황에서, 백도현은 그가 은닉하고 있던 비자금을 무기로, 반청계와 함께 '비대위'로 다시 한번 국민당의 권력을 사로 잡는다. 비대위의 딴청계 대표 자리를 놓고 여유롭게 실랑이를 벌이던 딴청계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그리고 그 대응에 최보좌관이 노심초사할 때, 진상필은 그런 최보좌관을 말린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진짜 정치'를 하겠노라고, 그러면서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은 한때 그의 인턴 보좌관이었던 배달수의 아들 김규환이 만들다 만, '두번 째 기회를 위한 법안', '패자 부활법'에 매진한다. 

한민 은행장과 손을 잡고 진상필을 불법 정치 자금 수수로 엮어 감옥으로 보내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여, 아니 그 이전부터, 최인경이 선배님의 초심이 그립다고 했던 그 시절부터, 아니 최인경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기 그 이전 진상필을 경제시에 국회의원으로 공천을 주던 그 시점부터 백도현은 '정치인' 대신, 차기 재선을, 그리고 국민당의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꾼'이 되었다. 

그런 백도현이 늘 진상필과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은 백도현이 걸어가고자 하는 방식과 진상필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늘 그 원칙에서부터 위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도현이 '권력'을 노릴 때, 그의 반대편에서 진상필은 그의 초심을 생각했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생각했고, 국민의 뜻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생각했다. 그러기에 늘 백도현의 가는 걸음걸음 진상필은 걸림돌이 되었고, 백도현은 이제 반청계의 우두머리 박춘섭(박영규 분)조차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노회한 음모가이자, 술수꾼이 되었다. 

진상필을 끌어내리기 위해 끝없이 펼쳐지는 백도현의 방해 공작, 드디어 진상필을 감옥으로 까지 보낸다. 하지만 다행히 진상필의 곁에는 백도현 못지 않는 '정치 공학'에 득도한 최인경이 있고, 이제는 제법 국회의원티가 나는 홍찬미까지 가세했다. 17회, 진상필을 감옥에서 출감시키기 까지는 이 두 사람, 최인경과 홍찬미의 멋진 팀웍이 돋보였다. 홍찬미는 백도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잠시 '칩거'를 마다하지 않고, 그런 와중에 최인경은 진상필의 석방을 위해 발로 뛰고, 갖은 지혜를 짜낸다. 그리고 석방된 진상필에 만족하지 않고, 청와대를 설득하여 백도현을 사무총장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진상필의 감옥 행과 그 이후의 여야 담합, 그리고 그것을 뒤집기 위한 딴청계의 한 판. <어셈블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결국 자신의 보좌관을 감옥으로 보내버리고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백도현을 보며 잠시 승리의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백도현은 그의 적이었던 반청계와 손을 잡고 '비대위'의 1인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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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이 아니라, 진짜 '정치'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아마도 <어셈블리>를 보는 시청자들은 17회에 벌어진 신나는 홍찬미와 최인경의 더블 플레이를 보며, '정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보좌관 생활로 뼈가 굵은 작가 정현민은 보란 듯이,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낀, '정치'를 뒤집는다. 게임처럼, 그렇게 '장군'하며 적을 물리친 '정치'는 결국, '멍군'하며 치고 올라오는 '또 다른 정치'로 인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진짜 정치가 아니라고. 그런 정치, 비대위에 들어가지 못해 노심초사하며 작전을 짜려고 했던 그런 정치는 결국, 다수의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는 '싸움박질 하는 정치'를 낳을 뿐이라고.

17,8회 보여지듯이 진상필은 참 무능하다. 심지어 청와대와의 통화에서도 최보좌관이 적어 준 쪽지를 대놓고 읽을 정도로, 그는 '정치적 상황'을 풀어가는데 무기력하다. 그래서 언제나 최보좌관의 눈치를 보고, 그의 의향을 묻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최인경이 국회의원을 하고, 진상필은 그의 운전을 해줘도 모자를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진상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정치'에 능한 최인경은 보좌관이다. 왜? 진상필이 진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반청계와 백도현의 합종 연횡에, 비대위의 한 자리를 빼앗긴 것에 고심하는 최인경이 아니라, 더 이상 그런 한 자리를 놓고 싸움박질을 해대고, 좀 더 유리한 정치적 고지를 획득하기 위해, 폭로'를 일삼는 정치가 아니라, 그런 정쟁 대신 진상필은 일찌기 자신이 국회에 들어왔던 본연의 임무 '법'으로 귀환한다. '법'을 만들기 위해, 동료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백도현에게 무릎을 끓었던 그 초심을 잃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상황을 역전시킬 '작전'에 골몰하는 능수능란한 최인경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진상필은 국회의원의 정의를 바로 세운다. 그렇게해서 그는 경제시의 숙원 사업을 전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반대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꺼이 감옥으로 갔고, 이제 비대위의 한 자리를 놓고 싸우는 대신 '목숨'을 걸고 법을 만든다. 비대위의 한 자리를 건 싸움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보다 더 노회하고, 협잡과 술수에 능숙한 '정치꾼'들에 의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지만, 그가 만든 법안은, '개정'이 되기 전에는 국민들을 위한 '등대'가 될 수 있으니까. 바로 이것이, 정현민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정치이다. 

극중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김규환은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거침없이 최보좌관을 향해 막말을 던진다. 그런 김규환에 대해 최보좌관은 그럼에도 그런 신물이 나는 정치가 바로 너의 삶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 설득하려 한다. 설득에도 불구하고 '냉소'로 떠난 김규환, 진상필이 감옥에 갔을 때도 돌아오지 않았던 김규환이 진상필이, 그가 만들려 했던 '패자 부활법'을 만들자 돌아온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통해, 인터넷에 회자되는, '당신이 정치를 외면할 때 가장 어리석은 자의 지배를 받는다'는 식의 말뿐인 설득 대신, 이 시대 정치가 해야할 바를 말한다. 이 시대의 수많은 배달수씨를 위한 법, 그런 법을 만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그 무엇을 해내는 것이, 바로 이 시대 정치의 몫이요, 정치를 외면하는 이들을 설득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변한다. 6%의 시청자들만이 누리는 '진짜 정치'의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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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9.11 15:12

kbs2의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는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수목 드라마의 꼴찌다. 시청률이 상승했다지만 6%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셈블리>의 반응은 시청률로 잡혀지지 않는 곳에서 뜨겁다. '한겨레'는 한 지면을 할애하여, 진상필을 비롯한 <어셈블리>의 등장인물들과 현실 정치인과의 '싱크로율'을 앙케이트화하였고, 이 앙케이트는 곧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상의 여러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그 앙케이트에서 박춘섭의 현실적 인물로 다수의 표를 받았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과 진상필이 닮았다 하여 '공분'을 사기도 하였다. 현실에서 박춘섭에 버금간다고 평가받는 여당의 노회한 정치인이 시청률 꼴찌 드라마에 등장하는 '진상' 정치인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자신의 '진심'을 어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다가오는 진상필의 정치적 위기
<어셈블리>는 이른바 '발암' 드라마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 정치 초년생 진상필(정재영 분)은, 정치인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난의 역정을 겪는다. 15회에서는 '공천 나눠먹기'를 폭로함 혐의로 출당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었고, 16회에는 드디어 국회의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것도 뇌물 수수 혐의로. 

하지만, 극중 진상필에게 닥치는 '고난'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발암'을 일으키는 <어셈블리>를 통해 작가 정현민이 '정치'의 본질을 설파하는 과정이 된다. 즉, 진상필에게 고난이 닥치면 닥칠 수록, 진상필은 무너지고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진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정치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서 역설적으로 현실의 정치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15회, 진상필이 출당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게 된 사연의 시작은 홍찬미(김서형 분) 의원으로 부터 비롯된다.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홍찬미, 그녀는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통해 재선을 하려고 했지만,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의 외면으로 지역구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홍찬미, 그런 그녀에게 백도현은 그녀와 자신의 관계가 '동업자'임을 분명히 한다. 그런 백도현에게 분노하지만 홍찬미도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 백도현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녀 먼저 백도현을 멀리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백도현이란 끈을 놓친 홍찬미는 부랴부랴 박춘섭(박영규 분)에게 달려가지만 거기서도 홍찬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냉대였다. 결국 여당의 두 계파에게 '팽'당한 처지의 홍찬미는 진상필을 이용하여, 회심의 복수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녀가 준비한 복수에 돌아온 댓가는 여당 두 계파의 나눠먹기식 공천을 폭로한 진상필의 출당 징계위원회 회부이다. 심지어 거기에 홍찬미는 징계위원으로 선정된다. 

그 누구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징계위원으로 참석한 홍찬미, 심지어 두 계파의 백도현과 박춘섭이 관전한 가운데, 징계 위원회는 진상필을 다그친다. 당신에게 그 문건을 넘겨준 사람이 누구냐고. 하지만, 진상필은 최보좌관(송윤아 분)의 설득에도, 그리고 '출당'을 들먹이며 위협을 하는 위원들의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니가 바로 '좌파'가 아니냐는 위원들의 공격에, 오히려 반격한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청와대파도, 반청파도 아닌, 그저 국민들의 대표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일 뿐이라고. '출당'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이용하려 했던 홍찬미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진상필, 그런 진상필에게 결국 홍찬미가 두 손을 들어버린다. 

15회의 진상필은 그렇게 홍찬미라는 한 사람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그저 한 사람의 신뢰가 아니다. 비례 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늘상 누군가의 손을 잡고, 누군가에 매달려 편을 먹고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무언가를 획책하는 '정치'라는 걸 해왔던 사람을 돌려세운 것이다. 그것은 곧, 홍찬미가 해왔던 방식의 정치를 돌려세우는 진상필의 정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는 있는 정치, 그것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라고 <어셈블리>의 진상필은 설득한다. 

진상필의 정치의 시작은 '배달수'이다. 자신이 여당 국회의원이 되겠다 마음 먹은 그 시각, 부당 해고를 알기기 위해 철탑을 올라가다 목숨을 잃은 오랜 동지이자, 형 배달수, 국회에 들어온 진상필은 배달수가 만족할 만한 정치를 하기 위해 매진한다. 동지이자 형을 만족시키겠다는 정치, 매우 소박하고 감상적이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소박함과 감상적인 진상필의 정치의 본질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진상필은 그가 위기에 빠진 순간마다, 자신이 웃음을 되찾아 주어야 하는 형, 그리고 자신을 뽑아준 경제시민들, 그리고 자신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들이라는 '사람'의 실체를 확장해 가고,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진상필의 '신뢰'를 놓치지 않는 진심의 정치 맞은 편에는 홍찬미에 대한 최보좌관의 물음, 그간 국회에 들어와 누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느냐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홍찬미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실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국회에 들어와 당신들이 한 일이 무엇이냐고!



진상필의 진상, 아니 진심 정치 
하지만, 진상필이 그 말하기 좋은 '초심'을 놓치지 않고, '신뢰'를 잃지 않는 '진심'의 정치를 하려 하면 할수록 그의 행로는 험란해 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진상'이었던 진상필의 정치는 이제 '국민 진상'이 되어, 국민당의 계파를 막론한 모든 이들의 정치 행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빠르게 조웅규(최진호 분)를 영입한 백도현은 진상필을 제거하려 하고, 출당이라는 처분이 여의치 않자, '뇌물 수수'라는 졸렬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카드는 그간 '국민 진상'의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진상필에게 독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진상필의 진실을 알려하기 전에, 뇌물 수수 혐의란 그 혐의만으로도 손가락질을 한다. 더구나 '법'은 언제나 강한 자의 편이다. 게다가 이제 막 시작한 정기 국회에서 활약은 봉쇄되고. 

그 상황에서 정치 공학에 능란한 최보좌관이 꺼낸 카드는 구속을 미뤄달라는 국회의원들의 표결이었다. 반청계와 야당의 자율 투표까지 호응을 얻어내며.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며, 국회라는 장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그 전략을 진상필은 마다한다. 어떻게든 국회를 놓치지 않으려던 현실 정치의 그것을 진상필은 그저 '시간 벌기'이며, 그래봐야 국민들의 의심을 풀수 없다며 거부한다. 그리고 당당히 법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셈블리>의 감동은 바로 그 순간에 찾아온다. 진상필이 규정했던 바, 재선을 노리고, 국회 안에서 살아남는 정치 공학 대신에, 홍찬미가 '바보'라고 정의내릴 정도로 고지식하고 우직하게, 정치의 본질를 묵묵히 감내하려 하는, 진상필의 어리석은 진심의 그 순간, 우리가 현실에서 잃어버렸던 정치가 '필사즉생(必死卽生반드시 죽고자 하면 오히려 살아난다)'한다. 그렇게 현실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치는 수목 꼴찌 드라마 한 주인공을 통해 부활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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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9.04 14:44

tv에도 종종 등장하는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취미 생활을 '정치'라 정의한다. 나이들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남자들이 밥 먹고 취미 삼아 허구헌 날 '정치'를 취미로 단물이 다 빠지도록 씹고 또 씹는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듯 '종편'이 하루 종일 '정치'를 매개로 각종 프로그램을 돌려도 그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남성들의 정치다. 아니 남성들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폭스 tv를 본따, 가쉽화한 '정치'는 이제 여성들의 '껌'으로 까지 기능한다. 조만간 tv에서 자취를 감출 강용석이 tvn에서 가쉽성 프로그램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진행하다, tv조선의 <강적들>이나, jtbc의 <썰전>에 출연하는 것이 이물감이 없는 이유는, 바로 연예인들의 가쉽이나, 타 프로그램의 정치가 같은 프레임의 틀 안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정치'라고 생각해 왔다. 


독일의 총리였던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 정의했다. 대표적 현대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이미지와 의미의 관계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예술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정치는 '혐오주의'를 낳을 만큼 협잡의 장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는 정치는 현실로 들어오면 이합집산과 이전투구의 다른 말로 구현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 침을 뱉고, 그 더러운 침을 뒤집어 쓴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무관심을 혹은 가쉽성 관심을 핑계로 더더욱 그들만의 리그에 충실한다. 

그런데 보좌관 생활 10년 국회에서 뼈가 굵을 대로 굵은 작가 정현민은 그렇게 현실에서 우리가 보는 그것이 '정치'가 아니라고, <어셈블리>의 진상필을 통해 일갈한다. 국민 진상 진상필을 통해 매번 물을 먹은 백도현(장현성 분)에 대해 드디어 청와대 칼을 빼들었다. 스스로 국민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가 선택한 카드는 진상필. 왜 자신처럼 매번 청와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문제적 국회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권유하냐고 진상필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진상필의 의문에, '제갈공명'같은 최인경(송윤아 분)는 이것이 청와대에게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히든 카드요, 재선을 기약할 수 없는 진상필에게는 정치의 중심에 설 절호의 기회라 역설한다. 일개 국회의원인 당신으로서는 해결하기 힘든 해고 노동자 문제와 같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최인경에게 진상필은 한 마디 던진다. '최보는 기술자 같아요. 정치 기술자!'



정치 공학이 아닌 진짜 정치를 말하는 <어셈블리> 
사무총장직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국민당 의총, 그 자리에서 백도현은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그리고 잇달은 국민당 의원들의 성토 발언, 마지막으로 진상필에게 발언권이 주어진다. 진상필은 '제가 사무총장이 된다면'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사무총장이 된다면, 반청계와 친청계로 나뉘어 계파 싸움이나 하는 당신들에게 한 명도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소리높여 말한다. 그의 발언에 반발하는 동료 국회의원들에게도 거침없다. 당신들, 국회 앞에서 매일 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들이 어느 회사 소속인 줄 알고나 있냐고, 정작 국민들의 대표로 이 자리에 있는 당신들이 계파 싸움에, 차기 공천에 눈이 멀어 있는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은 체불되고, 그 사주는 법의 선처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벗어나는데, 그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소리 높인다. 그리고 만약에 자신에게 그런 일을 할 권한을 준다면 사무 총장을 당장이라도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당신들이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편갈라 싸우는 '정치 공학'이라고 일갈한다. 

<어셈블리>의 시청률은 고전중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그런데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13회 진상필이 한 일은 아내가 돈을 맡긴 바벨 타워 시티 파산에 대해 아내의 돈을 받아주는 대신, 그 문제로 '특검'을 들고 나온 진상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배달수의 아들을 통해 진상필의 목을 조르려던 백도현 측의 술수가 결국 진상필의 진심에 마음을 돌린 김규환에 의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을 다룬다. 그리고 14회, 백도현의 사무총장 직을 넘겨받은 진상필로  결국 통쾌한 '정치 공학'에 대한 질타로 이어진다. 이렇게 진상필에 의한 '진상'이 아닌 진짜 정치'를 다루는데, 왜 시청률이 낮을 수 밖에 없냐고? 

이쯤에서 <정도전>의 화제성을 되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핵심에는 바로 지금 <어셈블리>에서 노회한 반청계 대표로 등장한 이인임이란 인물이 있었다. 즉, 고려말 노회한 정치가 이인임에 의해 벌어지는 '정치 공학', 마치 삼국지의 각 인물들이 일진일퇴를 하듯, 게임처럼 자신들의 정치 생명과 목숨을 두고 벌이는 롤러코스터같은 그 '정치 드라마'에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등장한 결국 이기는 자도 지는 자도 없는 정치허무주의까지. 사람들이 생각한 '민낯'의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물론 <어셈블리>에도 반청계와 친청계를 중심으로 한, 그리고 정치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백도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 공학의 묘수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진상필에 의해 설파되는 진짜 정치에 대한 '계몽'이 <어셈블리>에는 결정적이다. 바로 이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참 정치에 대한 갈파가, 역설적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셈블리>에 재미를 덜 느끼게 한다. 진상필의 정치는 분명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그리고 추구해야 할 진짜 정치이지만, 그래서 어쩐지 더 이상적이고, 불가능해 보인다. 현대판 각시탈같은 <용팔이>의 김태현보다도 더. 아내가 피땀흘려 벌어들인 돈 보다도, 국민을 생각해야 하는 국회의원, 입신영달보다도, 재선보다도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노동자들의 밀린 임금을 더 고려해야 하는 진짜 정치, 그게 너무 다가오지 않는 웃픈 현실인 것이다. 김규환이 말하듯, 최인경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듯, 진상필은 멋지고, 최고인데, 그가 멋지고, 최고일 수록, 어쩐지 점점 현실에서 멀어져만 가는 듯하니, 역시 현실의 진짜 정치는 '상그릴라'처럼만 느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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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8.28 15:09

sbs의 수목 드라마 <용팔이>가 4회만에 14.9%의 시청률을 보이며 놀라운 시청률 상승을 보이고 있다. 그런 반면, 이제 10회를 맞이할 <어셈블리>는 여전히 5%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하지만 <어셈블리>의 시청률을 들여다 보면, 용접공 신분으로(정확하게 신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접공은 드라마 상에서 진상필을 대우하는 동료 국회의원들의 태도만 봐도 '신분' 맞다) 감히 여당 국회의원이 된 지 몇 달 만에 정치 생명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진상필(정재영 분)처럼, 한 회 4%대였다가, 한 회 5%대였다가 역시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다. 또한 재미있는 게, 그저 백도현(장현성 분)의 선거용 이용물로 여당에 들어왔다가 조금씩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진상필처럼 들쑥날쑥하면서 야곰야곰 시청률도 성장하여, 이제는 6%를 바라보고 있는 것 역시 <어셈블리>와 같다. 



리얼 인듯, 환타지스런 정치인 진상필
<어셈블리>란 드라마는 현실적이다. 백도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 이야기, 자신의 지역구에 등장한 대통령 후보군의 인물 때문에, 은밀하게 새로이 물색한 후보 지역구에, 총알 받이로 노조위원장 출신의 진상필을 공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국회에 들어온 신참 국회의원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여당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저격수를 마다하지 않는 과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셈법에 따라 다시 한번 내처지는 과정은 '실록'처럼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의 맨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면 애초에 용접공 출신 노조 위원장이 여당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에서 부터 '환타지'스러웠던 설정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정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초심을 놓치지 않는 인간 진상필이 벌이는 정치 행보, 그 자체가 <어셈블리> 자체를 더욱 환타지 스럽게 만든다. 

여당이라면 무조건 당선은 따논 당상인 경제시에서, 백도현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진상필은 국회의원이 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그와 함께 노조를 이끌어 오던 배달수(손병호 분)의 희생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 진상필은 국회로 가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그와 함께 하게 된 애초에 경제시의 국회의원 내정자였지만, 진상필의 출현으로 졸지에 그의 보좌관이 된 최인경(송윤아 분)가 있다. 

이 두 사람은 최인경은 진상필더러 모가 아니면 도라고 다그치며 좀 더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라 힐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닮았다. 무기력한 노조 대신 정치를 선택했던 행보, 그리고 다음 공천을 위해 여당 저격수를 마다하지 않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형과 같은 배달수와 함께 했던 그 초심을 놓치지 않고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진상필이 있다. 그리고  가장 믿었던 선배 백도현의 부탁으로 진상필을 돕게 되었지만, 이제 그 백도현의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 희생양이 되어가는 진상필을 위해, 자신의 계보와도 같은 백도현을 등지기로 결심한 최인경의 행보 역시 '낭만적일 만큼' 인간적이다. 최인경의 '동지'라는 무색하지 않게, 진상필과 최인경은 인간이기를 쉽게 마다하는 '정치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얼굴을 포기하지 않는 정치'의 동지들이다. 

드라마 중 김규환(옥택연 분)의 존재는 사족이다. 배달수의 아들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오해하고,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진상필에게 접근하여 칼을 간다. 드라마 속 진상필의 진심을 의심하는 그의 존재는 정치인 진상필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그 존재를 통해 매회 진상필이란 정치인의 진심을 의심하고, 따져보고, 건드려 보며 그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어셈블리>의 행보는 더디다. 



정치 혐오주의 세태 속에서 인간적 정치란?
왜 굳이 속시원한 진상필의 활약 대신 그때문에 죽었다는 오명을 쉽사리 벗기 힘든 형과 같은 동지의 아들을 등장시켜 진상필을 의심하게 만들까. 
그것은 진상필로 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에 팽배하여 있는 '정치 혐오주의'때문이다. 

그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그 시기조차 알 수 없게, 우리 사회엔 정치는 더럽고 나쁜 것이란 '정치 혐오주의'가 팽배하여 있다. 물론 국회의사당에 모인 사람들은 맨날 말만 많고, 심지어 서로 싸움박질만 하고 제대로 해내는 것은 없다. 아니, 제대로 해내는 것이 있기는 하다. 자기 논에 물대기처럼 국민들이 뽑아주었다는 처지를 망각한 채, 자기들 개인의 이익, 그리고 차기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자기 지역구 이익에는 앞장을 선다. 그리고 이런 국회의원들의 변할 줄 모르는 행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혐오'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뿌리깊으면 뿌리깊을 수록, 사실 '노가 나는' 것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정치인들이다. 국민들이 더럽다고 손가락질 하면 할수록, 그 손가락질 받은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협잡을 하고, 자신들끼리 해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현실 정치 혐오주의에서, '인간적 정치'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간적'인 그 면을 설득해 내기 위해 <어셈블리>는 지지부진 갈짓자를 달려왔다. 끊임없이 사족같은 동지의 아들을 통해 진상필을 의심하고, 심지어 동지였던 최인경조차 서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9회 어떻게 하면 진상필을 끌어내릴까 노리던 김규환이 진상필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판국에도 최인경을 보호하고 싶은 그의 진심이 적이었던 김규환을 돌려 세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인경도 돌아왔다. 

그리하여 여전히 낭만주의적일 정도로 순수한 정치적 이상주의자 최인경과, 노조 출신의 초심을 놓치지 않은 진상필은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자 한다. 그 길을 구불구불하고 에돌아 왔지만, 대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셈블리>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에 대한 희망을 건져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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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8.13 18:20

kbs2의 미니 시리즈가 고전 중이다.

새로이 시작한 sbs의 수목 드라마<용팔이>는 첫 회 11.6%(닐슨 코리아 기준)로 너끈하게 동시간대 1위를 쟁취하였다. 하지만 <가면>의 종영 이후 새로이 펼쳐진 공중파 3사의 경합에서, <어셈블리>는 자체 최고 시청률 5.3%(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였지만 역시나 꼴찌의 자리는 면치 못했다.  
그런가 하면 역시나 동시간대 1위였던 <상류 사회>가 종영된 이후 뒷심을 노리던 <너를 기억해>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5.3%(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 상승을 보였지만, 동시간대 꼴찌는 따논 당상이었다.
이런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의 꼴찌 릴레이를 두고, 혹자는 '고전'중이라는 타이틀을 내건다. 하지만, 그건 이 두 드라마를 폄하하는 평가일 뿐이다. 그리고 '시청률'이라는 편협한 프레임 속에 드라마를 집어넣고, 드라마의 입지를 좁혀가는 시선일 뿐이다. 오히려,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는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뻔한 막장급 재벌 드라마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분전 중이라고 평가되어야 하는 수작들이다.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의 첫 번째 공통점; 재벌이 없다.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종영한 <가면>, <상류 사회>, 그리고 그 후속작인 <미세스 캅>, <용팔이>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재벌'스 월드이다. '재벌'에 의해 움직이며, 그들과 그들 주변 인물들의 이합집산과, 이전투구, 그리고 정의 실현이 세상을 채운다. 살면서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면 만나지도 못하는 재벌들의 이야기, 최근 뉴스를 점하고 있는 롯데 그룹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혈육 간의 골육 상쟁이 시청률 상위의 드라마들을 접한다. 

그리고 이런 재벌들의 이야기는 바이러스와도 같이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그 시작이 주말 드라마부터였던가, 아니면 아침 드라마부터 였던가, 시청률 주도층인 3.40대 중장년 주부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상류 재벌 집안의 막장 스토리가 트렌드가 되기 시작하면서, 아침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을 잠식하더니, 이제 케이블과 종편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세와, 젊은 층의 외면으로 인해 낮아진 시청률로 고전하던 주중 미니 시리즈까지 잠식하고 말았다. 

종영한 <상류 사회>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권두언은 뒤집으면 재벌 자제와 '평민'들간의 사랑 싸움과 집안 갈등으로 채우겠다는 말이었다. 작가 최호철을 임성한의 뒤를 이을 막장계의 후계자로 만든 <가면> 역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커녕, 갖다 붙이면 이야이가 되고 마는 어이없는 재벌가의 막장 해프닝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설픈 신인들의 연기가 어땠건, 말도 되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스토리가 어땠건, 재벌가의 막장 급 이전투구는 여전히 '욕을 하면서' 보건 말건 시청률 1위의 자리를 고수한다. 

그런 '트렌디'한 '재벌'가란 소재가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에는 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이들 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대신 <어셈블리>는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농성 장면이 화면을 채웠다. 혹자는 바로 이런 시작이 <어셈블리>의 접근성을 낮춘 요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게다가 정의롭기만 해도 될똥망똥한 주인공은 형제같은 사람을 배신하고 여당 국회의원이 되더니, 공천을 받겠다고 삼천포로 빠져서 여당의 돌격대가 되어 설친다. 그런가 하면 <너를 기억해>는 익숙한 사이코패스가 등장하지만, 그는 재벌이 아니다. 정체를 모를 연쇄 살인범,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주인공, 그리고 범죄 심리학자와 법의관, 형사, 변호사, 이렇게 전문직들이 등장하여 각자 자신의 전문적 용어를 즐비하게 나열하며 '추리'를 해대는 이들 드라마는 '접근성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에는 만날 일 조차 없는 그들의 집안 내 막장 스토리는 뉴스를 통해서야 아는 하지만, 언제나 드라마만 보면 옆집 사람처럼 익숙하게 집안 속내를 까발리는 '재벌'이 없는 드라마, 사람들이 기피하는 노조의 이야기와, 정치의 협잡과 더러운 이면을 낱낱이 까발리는 드라마,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사건의 추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하나의 사건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이 꼬리를 물고, 그것을 통해 조금씩 과거가 드러나는 드라마, 이것이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이다. 이렇게 익숙하지 않고 낯설고, 생소한 이들 두 드라마, 그렇다고 '고전'이라는 말로 밀어 제치기에는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의 가치는 소중하다.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는 분전 중
여권 실세인 여당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의 히든 카드로 국회에 입성한 진상필(정재영 분), 하지만 그의 행보는 여느 '히어로'물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애초에 더 이상 몰릴 곳이 없는 노조 위원장으로 선택한 행보였지만, '노조'라는 위치와 달리, 그가 선택한 곳은 '노조'의 성향과는 반대편인 '여당'이었다. 어떻게 중간이 없이 모 아니면 도냐며 볼멘 소리를 하는 최인경(송윤아 분)의 말처럼, 여당에 들어온 진상필의 행보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여당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정부 추경 예산을 추인할 수 없다고 큰 소리를 치는가 하면, 어느새 백도현의 개가 되어 반청파를 물어 뜯는데 앞장 선다. 그러다, 이제는 살생부 속 한 인물이 되어,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는다. 

그는 '배신자' 소리를 들어가며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던 그 초심, 그리고 그를 '믿노라'며 죽어가던 배달수(손병호 분)의 유언처럼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국회의원이 되보고자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장벽이다. 정치 초년병인 그는 노회한 정치 고단자들에게 이용해 먹히기 십상이고, 그의 선의는 언제나 짓밟히곤 한다. '무관심'을 넘어. '혐오' 수준에 이른 정치에 대한 '희망'을 길어 올리기엔 아직 한참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셈블리>는 가치있다. 쉽게 환타지처럼 정의로운 히어로를 내세워 쉽게 희망을 들먹이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현실에 천착하여, 갖은 우회로를 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치'를 놓아서는 안되는 목적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 사람들이 쉽게 평가하고, 시청률을 내세워 험담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에 흔들리지 않는다. 

<너를 기억해> 역시 쉽지 않다. 아버지를 사이코패스에게 잃고 동생마저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하나의 사건들을 통해, 그와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한 회의 이야기는, 하나의 퍼즐을 푸는 동시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그저 범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그 이면의 진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차분하게 천착해 나간다. 이 놈이 나쁜 놈 하고 다같이 몰려가 두드려 패는 식의 사건 해결이라는 것은 없다. 통쾌한 한 방도 없다, 장군 하면 멍군이요, 멍군인가 하면, 또 다른 패가 등장한다. 하지만, 대신, 그 느리고, 퍼즐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면, 고정 관념을 넘어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선과 악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역시나 그저 시청률이나, 범인 잡기로만 설명할 길이 없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시청률 지상주의 드라마 시장에서, <어셈블리>나 <너를 기억해>는 그저 꼴찌일 뿐이다. 그나마 콘텐츠 영역 면에서 면피를 한다. 더구나 한 회만으로 그 흐름을 따라잡기 힘드니, 리모콘 돌리다 재밌어 자리 틀고 앉게 되는 '중간 유입'도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다세대의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 드라마로는 젬병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냉혹한 시청률 기중에 따른 평가는 처음으로 드라마판에 들어선 영화배우 정재영의 마지막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일까, <너를 기억해> 후속 작품은 가장 대중적 기호에 맞춘 '고부 갈등'을 내세운 <별난 며느리>를 택했다. <복면 검사>에서 <어셈블리>로 이어진 '사회 비판적'인 계보를 잇던 수목 미니 시리즈 역시 대하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를 선택하였다. 

만약에 드라마에서 '재벌'을 등장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통과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우리 드라마계는 '개점 휴업'을 해야 할 형편에 빠질 것이다. 그만큼 현재 특히나 공중파 드라마들은 '재벌 중심의 막장 스토리'에 현격하게 편중되어 있다. <상류 사회>, <가면>의 후속작인 <용팔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하지만, 신선하지 않다. 역시나 재벌가의 이전투구가 빠지지 않는다. 제 아무리 시청률 1위를 수성하고 있다지만, 결국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느낌이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내세우면 결국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뻔해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익숙하지 않지만, 뻔하지 않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는 <너를 기억해>와 <어셈블리>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저 몇 %의 시청률로 설명할 수 없는, 귀 기울여 들어볼만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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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8.06 17:20

정도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정도전> 작가 정현민의 복귀와 영화배우 정재영의 첫 드라마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kbs2의 수목 미니 시리즈 <어셈블리>, 하지만 그 화제성은 아쉽게도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았다. 첫 회 5.7%를 보였던 시청률은 모처럼 볼만한 정치 드라마란 호평에도 불구하고 2회만에 4.7%로 자리수를 바꾸며 주저 앉았다.(닐슨 코리아 기준) 




<어셈블리>의 부진, 정도전은 되고 진상필은 안되는 걸까?
2014년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50부작 <정도전>은 그 이전의 사극과는 궤를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시대적 사명에 부름받은 입지전적 인물로 미화시키는데 반해, 사극<정도전>은 고려말 조선초를 배경으로 격동기의 역사 속에 '정치'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명멸해간 인간적 군상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신성인의 길을 걸었던 정도전은 하지만 막상 권력을 손에 쥐자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화신이 되어 정권을 유지하는데 혈안이 된 인물로 변모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가 취하고자 하는 신념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 빗바래져만 가고, 결국 역사는 그저 명멸하는 '권력'만이 생존할 뿐이라는 걸 '허무'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날 것 그대로의 '정치'를 그려낸 <정도전>에 열광했다. 주인공 정도전 뿐만이 아니라, 극중 이인임으로 등장한 박영규까지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5년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는 마치 고려말의 정도전이 현대로 환생한 듯 역시나 날 것 그대로의 정치 현장을 오늘에 되살린다. 드라마 속 정도전이 성균관을 뒤집어 업고 똥물을 고려 권신에게 투척하던 그 모습은 이제 2015년의 현대의 정도전이 된 진상필은 노동 현장의 해고 노동자가 되어 되살아 난다. 고려 말 화분의 꽃잎을 닦아주던 이인임(박영균 분)은 역시나 여당의 막강 실력자 박춘섭으로 현현되어 집 마당의 꽃나무를 쓰다듬는다. 이권을 위해서는 나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던 고려 말 권신은 이제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대의를 운운하지만 정치꾼이 되어 다음 선거를 위해서는 야권 후보조차 쟁탈하는 백도현(장현성 분)으로 돌아왔다. 여야의 대립으로 각을 세우는 대신 노동 현장의 부당 해고자가 여당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으로 어설픈 논쟁을 피해, 역설적으로 정치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출연자들의 면면을 현실 정치인에 빗대어 상상해 보는 재미에서 부터, 여야를 떠나 결국은 '선거'를 통해 이합집산하는 정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화제를 모았던 <어셈블리>의 성과는 미미했다. 드라마의 첫 출연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이면서도 유연한 화면 장악으로 '역시 정재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은 졸지에 '정재영'이라서 라는 물음을 만들고야 만다. 극적인 반전이었던 부당 해고 노동자의 여당 국회의원으로의 변신은 시선을 사로잡아야 할 첫 회에 노동자들의 해고 투쟁을 선보여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시청률이 나오기 전 <어셈블리>에 대한 호평들은 시청률이라는 지표로 읺내 단 한 순간에 사람들이 외면할 이유가 되었다. 결국은 '먹고사니즘'이 판치는 세상에 누가 골치 아프게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허무맹랑하면서도 머리 아픈 이야기를 들여다 보겠냐는 것이 낮은 시청률의 이유라면 이유이겠다. 



<어셈블리>의 고전,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신드롬이 되었다던 <정도전>도 처음부터 신드롬이지는 않았다. 일개 성균관 유생이던 정도전이 더러운 권신들의 세상을 참지 못해 똥물을 투척하고 세상을 떠돌때만 해도 <정도전>은 10%를 겨우 넘는 드라마였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셈블리>의 좌초를 섣불리 운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진상필이 국회로 입성하여 본격적으로 '정쟁'을 벌이기 시작한다면 '정치' 드라마로서 잃었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회복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지고 보면 사람들이 <정도전>에 매료되기 시작한 시점은 이인임과 정도전의 반목이 본격화되면서 부터였기에, 국회로 들어온 진상필이 박춘섭, 백도현과 이념을 넘어선 권력 투쟁을 하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어셈블리>의 국면 전환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당 해고자 진상필의 필모를 이른 정리와  여당 국회의원으로 빠른 변신은 <어셈블리> 전개의 청신호다. 그리고 거기엔 그저 무난하게 연기를 하는 김규환 역의 택연의 연기가 발연기처럼 보이는 출연자들의 호연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과 별개로, 전작 <복면 검사>에서 이제 <어셈블리>2회까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나 기능을 담은 드라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 반응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볼만 한다. '먹고사니즘'이 판치는 세상, 결국 사회 비판의 맥은 '우리의 먹고사니즘'이건대, 자기 삶에 몰입한 사람들은 내 '먹고 사니즘'이 아니고서는 외면하는 그 즉자적인 반응이 무섭다. 결국, 인간사 '우리'가 아니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세상에, 갈수록 '내 먹고사니즘'에의 몰입은 점점 더 사회현실을 논하는 드라마들의 입지를 좁히기만 하니 말이다.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내 먹고사니즘'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은 정작 '남의 먹고사니즘'이라는 것이다. 동시간대 <가면>의 자체 최고 시청률(12.2% 닐슨 코리아 기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도 다름아닌 '재벌'들의 이야기. 도대체 살면서 뉴스가 아니고서는 조우할 일도 없는 재벌가의 끝도 없는 이전투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보기 편하고 재밌으니라는 말로 퉁치기엔 씁쓸한 오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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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7.17 18:12

7월 15일 첫 선을 보인 kbs2의 미니 시리즈 <어셈블리>의 첫 회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자신들의 부당 해고 판결을 파기 환송해 버린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하여, 법을 제정하는 국회로 질주한 일군의 노동자들이다. 


드라마 속 부당해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더라'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진중필(정재영 분)이 조직부장으로 있는 한수조 정리 해고자 복직 투쟁위는 경제시에 터를 잡고 있는 한국 수리 조선소에서 해고된 지 3년된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부당 해고에 대하여 법원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 1심에서 회사 측에 손을 들어주었던 법원은 2심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고, 마지막 대법원은 결국 1심 법원으로 환송해 버리는 허무한 결정을 내려 버린다. 그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분노한 진상필은 자신들을 '얼르고 뺨친' 대가로 '사과'라도 하라고 울부짖는다. 항의 농성하러 불법으로 점거한 의원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제시를 대표한 국회의원은 그들이 찾아간 바로 그날, 불법 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고 만다. 결국 아침마다 한국 수리 조선소의 아침 체조 구령에 맞춰 함께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던 노동자들은 이제 전기를 끊고,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회사의 통고에 벼랑 끝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불법'을 마다하지 않은 농성마저 무위로 만들었던 경제시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뜻밖에도 '한수조 해고자 복직 투위'에 호재로 작동한다. 조선소 등 노동자들의 다수가 선거권자인 이곳에 야당 연합이 '한수조 복직 투위' 위원장을 경제시의 야당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복직 투쟁의 길이 막연해진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면 그나마 자신들의 억울함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한수조 복직 투위'를 흔들고, 나서겠다는 위원장과, 결국 국회의원이 일신 상의 입신양명 아니겠냐는 진상필의 만류로 복직 투위는 혼돈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드라마는 뜻밖의 복병이 등장한다. 국회로 쳐들어 온 진상필을 눈여겨 본 여당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이 진상필에게 야당이 아닌 경제시 여당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현실 속 부당 해고, 도돌이표의 끝나지 않는 싸움
여당이냐, 야당이냐, 국회의원에 나갈 것이냐, 말 것이냐, 그래도 드라마 <어셈블리> 속 한수조 복직 투위에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어셈블리>가 끝나고 이어진 <추적 60분-부당해고, 멀고 먼 복직>으로 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다큐는 부당 해고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부당해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행하는 해고를 뜻한다.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거나, 행정 소송, 민사 소송 등을 통해 부당 해고를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셈블리>에서처럼 대법원이 1심으로 되돌리지 않아도, 실제 법원에서 '부당 해고'을 인정 받아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법'과 같지 않다. 

우선 <어셈블리>에서 진상필이 속한 한수조 복직 투위의 법적 투쟁이 대법원까지 3년 여의 시간이 걸리듯이 '부당 해고'를 인정받기까지의 길고 지리한 법정 싸움 끝에 부당 해고 인정을 받은 노동자들, 하지만 막상 '법적 강제력'이 없는 법원의 판결에 사측은 '복직' 대신 과태료인 '이행 강제금'을 내며 버티기도 한단다. 그리고 그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다시 끝없는 법정 싸움이 이어진다. 총장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는 바람에 해고된 교수는 해고 무효 판정을 받아들었으나 학교측은 재임용 기간 만료를 핑계로 교수의 복직을 거부했다. 복직을 하기 위해 사장 앞에 무릎까지 끓었던 한 운전기사는 그럼에도 복직이 되지 않자, 모멸감에 스스로 회사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복직이 된다고 해도 '원직 복직'은 요원하다. 우선은 원래 자신이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가 배치받은 곳은 취업 지원 센터'잡카페 드리미'였다. 말이 취업 상담이지,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는 학생들에게 풀이나 빌려주며 시간을 보내다, 그마저도 다시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어 다시 '해임 처분'을 받아야만 했다. 13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고 복직한지 1년만에 양우권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말이 복직이지 한 달 여의 교육이 끝난 후 현장에서 일하던 그를 책상 앞에 앉혀놓고 그 누구도 그와 말조차 나누지 못하게 하는 생활을 견디지 못한 그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접었다. 그나마 '복직'이 되었다고 해고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복직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부당 해고를 당한 그 순간부터 노동자들의 삶은 벼랑으로 몰려간다. 몇 년의 시간을 들여 무효 판결에 이르는 시간은 '삶과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지름길이요, 설사 판결을 받아 복직이 된다 한들, 사측, 사용주 측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언제든지 다시 노동자들 '해고'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 '부당 해고'에 대한 법적 판결은 너무 긴 시간, 구속력이 없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복직 이후의 삶은 보호받지 못한다. 거기엔 그들을 구원해 줄 동앗줄 같은 국회의원 보궐 선거같은 건 없다. 



부당 해고 만이 아니다. 408일 만에 굴뚝 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스타 케이칼 노동자 차광호 씨를 기다린 것은 구속 영장이었다. 경영 악화를 핑계로 문을 닫은 회사를 상대로 싸우던 노동자들은 '해고자 11명의 힘으로 해결 할 방법이 굴뚝 밖에 없어 그곳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어셈블리>의 한수조을 연상케 하는 대우 조선 해양 하청 노동자 강병재씨는 50m크레인에 매달려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 노동자 송복남, 심정보 씨는 노조 인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부산 시청 앞 전광판에 77일 째 올라가 있다. 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 씨는 '불법 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국가 인권위원회 전광판에서 21일을 경과하고 있다. 

사용자 측에 유리한 법, 그리고 사용자의 전횡을 묵과하는 각종 시스템이 항존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은 사면초과다.  외환 위기 이후 노조의 힘이 사회적으로 약해진 이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막다른 길에서 높은 곳으로 오른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나 외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노동자들이 오른 높이는 1389, 4166m(한겨레 신문 7월 2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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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5.07.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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