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첫 선을 보인 kbs2의 미니 시리즈 <어셈블리>의 첫 회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자신들의 부당 해고 판결을 파기 환송해 버린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하여, 법을 제정하는 국회로 질주한 일군의 노동자들이다. 


드라마 속 부당해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더라'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진중필(정재영 분)이 조직부장으로 있는 한수조 정리 해고자 복직 투쟁위는 경제시에 터를 잡고 있는 한국 수리 조선소에서 해고된 지 3년된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부당 해고에 대하여 법원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 1심에서 회사 측에 손을 들어주었던 법원은 2심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고, 마지막 대법원은 결국 1심 법원으로 환송해 버리는 허무한 결정을 내려 버린다. 그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분노한 진상필은 자신들을 '얼르고 뺨친' 대가로 '사과'라도 하라고 울부짖는다. 항의 농성하러 불법으로 점거한 의원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제시를 대표한 국회의원은 그들이 찾아간 바로 그날, 불법 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고 만다. 결국 아침마다 한국 수리 조선소의 아침 체조 구령에 맞춰 함께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던 노동자들은 이제 전기를 끊고,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회사의 통고에 벼랑 끝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불법'을 마다하지 않은 농성마저 무위로 만들었던 경제시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뜻밖에도 '한수조 해고자 복직 투위'에 호재로 작동한다. 조선소 등 노동자들의 다수가 선거권자인 이곳에 야당 연합이 '한수조 복직 투위' 위원장을 경제시의 야당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복직 투쟁의 길이 막연해진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면 그나마 자신들의 억울함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한수조 복직 투위'를 흔들고, 나서겠다는 위원장과, 결국 국회의원이 일신 상의 입신양명 아니겠냐는 진상필의 만류로 복직 투위는 혼돈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드라마는 뜻밖의 복병이 등장한다. 국회로 쳐들어 온 진상필을 눈여겨 본 여당 사무총장 백도현(장현성 분)이 진상필에게 야당이 아닌 경제시 여당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현실 속 부당 해고, 도돌이표의 끝나지 않는 싸움
여당이냐, 야당이냐, 국회의원에 나갈 것이냐, 말 것이냐, 그래도 드라마 <어셈블리> 속 한수조 복직 투위에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어셈블리>가 끝나고 이어진 <추적 60분-부당해고, 멀고 먼 복직>으로 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다큐는 부당 해고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부당해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행하는 해고를 뜻한다.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거나, 행정 소송, 민사 소송 등을 통해 부당 해고를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셈블리>에서처럼 대법원이 1심으로 되돌리지 않아도, 실제 법원에서 '부당 해고'을 인정 받아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법'과 같지 않다. 

우선 <어셈블리>에서 진상필이 속한 한수조 복직 투위의 법적 투쟁이 대법원까지 3년 여의 시간이 걸리듯이 '부당 해고'를 인정받기까지의 길고 지리한 법정 싸움 끝에 부당 해고 인정을 받은 노동자들, 하지만 막상 '법적 강제력'이 없는 법원의 판결에 사측은 '복직' 대신 과태료인 '이행 강제금'을 내며 버티기도 한단다. 그리고 그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다시 끝없는 법정 싸움이 이어진다. 총장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는 바람에 해고된 교수는 해고 무효 판정을 받아들었으나 학교측은 재임용 기간 만료를 핑계로 교수의 복직을 거부했다. 복직을 하기 위해 사장 앞에 무릎까지 끓었던 한 운전기사는 그럼에도 복직이 되지 않자, 모멸감에 스스로 회사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복직이 된다고 해도 '원직 복직'은 요원하다. 우선은 원래 자신이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가 배치받은 곳은 취업 지원 센터'잡카페 드리미'였다. 말이 취업 상담이지,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는 학생들에게 풀이나 빌려주며 시간을 보내다, 그마저도 다시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어 다시 '해임 처분'을 받아야만 했다. 13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고 복직한지 1년만에 양우권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말이 복직이지 한 달 여의 교육이 끝난 후 현장에서 일하던 그를 책상 앞에 앉혀놓고 그 누구도 그와 말조차 나누지 못하게 하는 생활을 견디지 못한 그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접었다. 그나마 '복직'이 되었다고 해고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복직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부당 해고를 당한 그 순간부터 노동자들의 삶은 벼랑으로 몰려간다. 몇 년의 시간을 들여 무효 판결에 이르는 시간은 '삶과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지름길이요, 설사 판결을 받아 복직이 된다 한들, 사측, 사용주 측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언제든지 다시 노동자들 '해고'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 '부당 해고'에 대한 법적 판결은 너무 긴 시간, 구속력이 없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복직 이후의 삶은 보호받지 못한다. 거기엔 그들을 구원해 줄 동앗줄 같은 국회의원 보궐 선거같은 건 없다. 



부당 해고 만이 아니다. 408일 만에 굴뚝 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스타 케이칼 노동자 차광호 씨를 기다린 것은 구속 영장이었다. 경영 악화를 핑계로 문을 닫은 회사를 상대로 싸우던 노동자들은 '해고자 11명의 힘으로 해결 할 방법이 굴뚝 밖에 없어 그곳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어셈블리>의 한수조을 연상케 하는 대우 조선 해양 하청 노동자 강병재씨는 50m크레인에 매달려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 노동자 송복남, 심정보 씨는 노조 인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부산 시청 앞 전광판에 77일 째 올라가 있다. 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 씨는 '불법 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국가 인권위원회 전광판에서 21일을 경과하고 있다. 

사용자 측에 유리한 법, 그리고 사용자의 전횡을 묵과하는 각종 시스템이 항존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은 사면초과다.  외환 위기 이후 노조의 힘이 사회적으로 약해진 이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막다른 길에서 높은 곳으로 오른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나 외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노동자들이 오른 높이는 1389, 4166m(한겨레 신문 7월 2일자)이다. 
by meditator 2015. 7. 16.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