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드라마 마의 시청률 시청률 40%를 넘은 kbs2의 <황금빛 내 인생>은 올 상반기 지상파 vod 1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뜻한 주말 가족극을 표방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건 극중 재벌 3세인 최도경(박시후 분)과 흙수저 서지안(신혜선 분)의 '러브 스토리'였다. 소현경 작가는 주체적인 서지안의 삶을 통해 '역신데렐라' 스토리를 추구했다. 재벌 3세인 최도경은 서지안을 만나, '개과천선'하여 집안의 유일한 남자로 당연히 계승받을 그룹의 회장 자리를 걷어찬 채 서지안에게 영향을 받은 '나무 사업'을 맨 몸으로 개척함은 물론, 자신은 물론 아버지, 어머니 등 혈연 중심의 그룹 경영을 일소하여 '재벌 개혁'을 해낸다. 그래서 어쩌면 <황금빛 내 인생>이야말로 진짜 '신데렐라 환타지'일지도 모르겠다. '재벌 3세'가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 재벌가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그 내용만으로도.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물불가리지 않는 발로 뛰는 취재로 두각을 나타낸 강유미가 이번엔 재벌3세를 탐구하기 위해 나섰다. 




강유미의 탐구기, 그 시작은 세상을 다시 한번 떠들썩하게 만든 한진 가 재벌 3세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이다. 물컵을 던지고 고성의 폭언을 한 조 전무는 경찰 포토 라인에 서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한다. 과연 그녀는 정말 죄송할까? 다큐의 질문은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돌출되는 재벌 3세를 비롯한 재벌가의 갑질,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재벌들의 심리는?
고급 승용차 뒷자석에 시승하고, 조현민처럼 물컵을 던지며 악을 써보던 강유미는 다른 세상을 경험한 듯하다 소회를 밝힌다. 일찌기 개그맨이 되기 위해 손목에 무리가 올 정도로 커피 전문점 알바에서 부터 갖은 알바를 전전했던 그녀에게 8살 나이에 외제차를 타는 퍼스트 클래스라는 걸 자부했던 조현민의 삶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나선다. 

심리 연구소 소장 황상민 씨는 이런 재벌 3세들의 '폭언'의 근저에는 오로지 '돈', 가진 것을 통해 구축된 그들의 삶에서 비롯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자기 자신 외에는 가족도, 친지도 믿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그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피해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러기에 자신에게 어떤 '위해(?)를 가한 타인에 대해 '복수'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재벌가의 '특별한 피해 의식'에 더하여, '가진 자'들이 가진 '특권 의식'의 무도덕성을 '심리적'으로 분석한다. UCLA의 폴 피프 교수는 100쌍의 사람들에게 동전 던지기 시합을 하도록 한다. 단,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부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그런데 동전 던지기 라는 '하찮은 시합' 과정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례'하며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에 '무지'하며, 심지어 그 '알량한 과정'에서도 물질적 성공을 과시하려 든다는 결과을 도출해 낸다. 




이런 폴 피프 교수의 실험 결과를 제작진은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비싼 차가 불법을 자행하는 경향이 많다는 보고서에 근거하여 강남 교차로에서 불법 유턴하는 차량의 가격을 분석한 것이다. 불법 유턴은 벌칙금 6만원에 벌점이 30점 적립되는 '불법적 행위'이다. 그런데 3시간 동안 교차로에서 불법 유턴을 한 차량은 4800만원 이하 차량보다, 5800만원 이상 대의 차량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천만원 대 이하 가격의 차량은 대부분 법 질서를 충실히 지켰다. 반면, 5천만원에서 7천만원 대 차량의 70% 이상이 '불법'을 자행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규범'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경향성, 이런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책임을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재벌'의 문제가 그 결과가 아닐까. 이른바 '갑질'로 나타나는 재벌들의 행태는 이중적이다, 경찰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던 조현민, 조현아 자매는 정작 카메라 가 사라진 법정에서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공적으로는 가장 '품위'있는 듯하지만, '사적'이 되는 순간 '돌변'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이상 심리를 알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 중 하나가 역시나 빈번하게 문제시 되고 있는 운전기사 폭행 사건'이다. 이른바 '리모컨질'이라 통칭되는 이 행태는 이름대신  '야!', '개새끼야'로 불려지며 '달려'라는 지시 하나로 갓길 운행은 물론 빨간 불이라도 달려야 하고, 그 명령을 어겼을 때 돌아오는 구타를 의미한다.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된 'M&m 최철원 회장의 한 대에 백만원이라는 야구 방망이 폭력이 그 세계에서는 '범사'이다. 




재벌에 '관대한 사회'
<황금빛 내 인생>의 최도경이 서지안과 엮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걱정을 하듯이 이들 '가진 자'들은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자라난다. 외국인 학교를 나와 아버지가 후원하는 미국 남가주 대학을 다닌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들과만 관계를 맺고 자란다.   인간의 공동체 의식은 나와 상호작용을 하는 이들을 통해 자라난다.  어려운 반 아이들을 보며 타인에 대한 '이해심'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는 이들에게 '없는 사람'들은 이해불가의, 아니 애초에 이해할 가치조차 없는 나와 다른 종류의 '인간'이고, 돈을 주고 '명령'을 내리는 대상이 될 뿐이다.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 '돈'은 그들에게 '객관적 판단의 능력'을 앗아간다. 그런 그들에게 '재벌'가의 자제란 이유만으로 국민 경제의 책임을 맡긴다는 건, '자살 행위'와도 같다고 박노자 교수는 단언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들 재벌에 대해 어떤가? 안타깝게도 우리의 법은 그들에 대해 오랜 불처벌의 관행을 가져왔다. 이러저러한 법적 조항을 제시하지만 사실상 면제부를 쥐어준다. 
대통령도 감옥에 가지만 재벌들은 이른바 '징3집5'라는 속설처럼 대부분 '집행 유예'의 판정을 받아 유유히 걸어나온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 유예 4년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위의 표에서 보여지듯이 전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진 일가 중 그 누구도 감옥에 갈 가능성은 없다.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 최철원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받고 2심에서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야구 방망이로 폭행을 당했던 유호준 씨는 마치 앙갚음이라도 당하듯 업무 방해, 일반 교통 방해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조현아의 갑질 대상이 된 박창진 사무장은 온갖 소문에 시달리며 회사를 다니기 위해 오늘도 아침에 정신과 약을 털어넣는다. 

재벌과 같은 동종 범죄의 경제 사범 중 단 44%만이 집행 유예를 받는 반면, 재벌들 72%가 '집행 유예'로 풀려난다. 더구나 그들의 '집행 유예' 사유는 대부분  '사회 공헌'과 '경제 발전에 기여'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과 관련하여 그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등장했지만, 다큐가 지적하는 건, 판결을 내린 개인이 아니라, '법조계' 전반을 지배하는 '인지 포획'이다. 즉, 재벌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산다, 재벌이 곧 한국 경제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도그마'가 법 앞에서 그들을 '자유롭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를 분석하고, '다른 별'의 사람들이라는 걸 이해하면 뭐하는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이해는 외계인보다도 소통 불가한 재벌이라는 먹먹한 현실에 도달할 뿐이다. 다큐는 묻는다. 과연 언니 조현아에 대한 처벌이 강력했다면 연이어 동생 조현민과 그 엄마 이명희 씨의 오만한 '갑질'이 되풀이 되었을까? 재벌들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강유미의 한 마디는 의미심장하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벌'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처벌'이라고. 

by meditator 2018. 7. 31. 15:48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