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이 노래 가사 같은 한 마디가 플라스틱과 함께 하는 당신의 일상을 묻는 것이라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며 하루를 여는 당신, 물은 건강을 위해 생수를 마시고, 점심 식사 후엔 졸음을 쫓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다시 오후를 버티며, 퇴근 후엔 마트에 들러 삼겹살 포장육에, 비닐 봉지에 든 마늘과 상추를 사서 푸짐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시원한 캔 맥주 한 잔과 함께 그 날의 피로를 풀어내며 하루를 마감하는,일찌기 조선 시대 어느 부인네가 반짇고리 속의 물품들을 자신의 벗이라 칭했듯, 2018년 우리의 가장 친근한 '벗'은 어느 틈에 '플라스틱'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벗'인 줄 알았던 플라스틱이 알고보니 '소리없는 암살자'였다면? 




폐기되는데 400년? 
7월 1일 방영된 < sbs스페셜- 식탁 위로 돌아온 미세 플라스틱> 과도한 사용으로 이제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더운 여름 대표적인 아이스 커피 한 잔, 이 커피를 마시는데 얼마나 걸릴까? 평균 1인당 이런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시간은 20여분, 그런데 이들 플라스틱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건 대부분 1분, 그런데 비해 1회용 컵이 지구에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50년, 플라스틱 빨대는 200년, 비닐 포장재는 200~400년, 페트병은 450년 정도가 걸린다. 

1회용 플라스틱 용품 소비에 익숙해진 우리들, 한 해 소비되는 빨대는 5억개, 1년 동안 1회용 컵을 한 개인이 사용하는 수량은 평균 257개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는 세계 2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은 132톤으로 세계 1위다. 지난 66년동안 63억톤의 플라스틱을 세계는 써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만들어내고, 마구 써대며, 반면 폐기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결국 지구 전체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범람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건, 지구의 마지막 정수장이라는 '바다 속 플라스틱 오염'이다. 

영덕에서 온몸이 붉은 색으로 변한 채 죽은 바다 거북이 발견되었다. 수령 30년 정도로 추정되는 바다 거북의 내장에서 발견된 건 플라스틱 비닐 봉지, 비닐 전단지, 비닐 끈 등 쓰레기 들. 바다 생물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죽음의 덫이다. 바다 거북만이 아니다. 놀래미, 아귀 등 익숙하게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의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해조류는 어떨까? 담치를 실험용 비이커에 넣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물을 담았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후, 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져 있다. 그 모든 오염물을 담치가 흠입한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mm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한다. 처음부터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것들도 있고, 플라스틱 제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과정에서 부서지면서 생성되기도 한다. 이제는 너무도 쉽게 눈에 띄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생활 쓰레기들, 그리고 양식 등에 사용되는 스티로폼이 해양 생물 및 바다의 주오염원이 되고 있다. 한국 해양 과학 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비해 우리 나라는 10배나 많이 해양이 오염되어 있으며 모래 사장이나 갯펄 역시 일본이나 러시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976n/ , 러시아 293n/ , 우리나라 평균 3.936n/ )

플라스틱 사회
문제는 이런 해양 오염이 결국 우리의 식탁 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먹거리는 물론, 우리가 안심하고 사먹는 생수까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다. 물 그 자체, 대기, 용기등으로 인해 전세계 생수의 93%가 오염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10개의 생수 중 4 종에서 폴리스틸렌, 폴리카보네이트가 발견되었다. 수돗물은 다를까, 국내 정수장 10곳 중 3곳에서 역시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먹고 마시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플라스틱'을 벗어날 수 없는 플라스틱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만지고 닿는 거의 모든 것은 플라스틱이다. 환경 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가 아이들이 사용하는 리듬악깅, 사인펜, 리코더, 미니 가방에서 기준치를 한참 초과하여 검출되고 있다. (리듬악기 174.4배 초과, 사인펜 174배 초과, 리코터 232.6배 초과, 미니 가방 96.7배 초과)



해양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바다를 오염시킨 미세 플라스틱은 '역주행'을 거듭하여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 자리에 있는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미세 플라스틱은 그저 플라스틱보다 한층 더 위험하다. 태양이나 자외선, 파도 등으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표면적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 증가된 표면적은 바다 속에 부유하는 독성 물질의 흡착을 한결 더 쉽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위장 기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지만 더 나노로 쪼개진 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하여 몸에 머물게 되는데, 물고기의 간세포에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은 종양을 유발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사인펜, 악기 등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검출되는 프탈레이트는 발달 자체를 저하시키며, 자폐, 지적 장애 등의 심각한 장애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는 최근 늘어가는 아동 신경계 질환이 방어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미친 미세 플라스틱에서 그 원인을 추측한다. 



일본에서 지난 1968년 단 몇 달 동안 식용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폴리염화비페닐(PCB)이 흘러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가네미 지방 1만 4000여 명이 피부 질환 등의 이상을 호소했다. 여기서 문제는 당사자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피부가 검은 아이가 태어나기 시작했으며, 이 아이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내내 피부, 신장 , 위 등의 질환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이들의 자녀까지 이들처럼 검은 피부의 아이로 휴유증을 고스란히 안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3대에 걸친 비극이야말로 우리가 무심히 쓰고 버리는 미세 플라스틱이 낳은 재앙을 경고하는 시금석이다.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60년전에 금지를 해도 지금까지 그 휴유증이 대를 이어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 금지한다고 해도 반감기가 긴 이 '플라스틱의 난'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방비한 것이 아니냐고. 환경 운동가들이 예측하는 2050년의 바다는 물 반 쓰레기 반이다. 플라스틱 지구, 플라스틱 사회의 재앙이 분명해진 세상, 그러나 오늘도 점심 시간 거리의 횡단보도는 저마다 1회용 컵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찬다. 
by meditator 2018. 7.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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