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타는 금요일, 외로운 맘을 달래기 위해 tv를 켜면, kbs2tv <용감한 가족>을 제외하고는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tv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쏟아져 나올 뿐만 마치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아마조네스의 남성판이라도 되듯, 남자들끼리 먹고 마시고, 심지어 가족을 이루고, 마음을 나눈다. 그들은 외롭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그들 자체로 충만하다.



 

남자, 요리하다

매주 과연 차줌마 차승원이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삼시세끼>에서 변함없이 차승원은 갖가지 요리를 선보인다. 그저 바닷가에 붙어 있던 장식과도 같았던 거북손이 그의 손을 거치면 밥상의 반찬에서 부터 술안주, 심지어 죽으로 갖가지 변신을 거듭한다. 어디 그뿐인가, 갖가지 김치는 당연지사요, 동거인 참바다씨 유해진이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아니, 보통의 주부라도, 그저 마트에서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어묵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할 정도니, 웬만한 주부라도 그의 앞에선 명함도 못내밀 정도다. 거기에 요리를 하기 위해 그가 동원한 중국팬에서 부터, 매실 액기스 등에서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가 음식을 해내는 과정 자체가 흥겹다.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느낄 것이다. 그저 어떤 음식이던지, 주저하지 않고 뚝딱 만들어 내는 그의 모양새가 마치 고수가 칼을 가리지 않듯, 그저 요리를 잘 하는 것을 넘어 요리 자체에 어떤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tvn의 <삼시 세끼>에 차줌마가 있다면 <나 혼자 산다>의 이태곤의 먹방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좋아하는 옷에 음식 냄새가 밸까봐 집에서 음식을 해먹지 않는 이규한과 달리, 이태곤은 혼자만의 브런치를 즐긴다. 이태곤이 만들어 낸 요리래 봐야, 그저 고추 참치에 날 계란, 김과 깨를 곁들인 것이지만, 생선 맑은 국에 곁들여 초간단 자신만의 브런치를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는 이태곤의 모습에,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나도 한번 저렇게 해서 먹어봐야지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남자, 여유를 즐기다.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소개하기 위해 <나 혼자 산다>에 나온 이규한은, 자신의 하루를 '패션 피플'의 그것으로 정의내린다. '멋'이라는 것이 여성만의 전유물의 영역을 잊은지 오래된 이제, tv  속 남자 배우는 서슴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패션'이라 말할 수 있다. 혼자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나서려고 옷을 몇 차례나 갈아입는 그의 모습이 당당하게 화면 속으로 펼쳐진다. 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벗겨내고 돈벌이가 없어 어려운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이 쟁여둔 옷을 팔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중고 거래가 이젠 친한 친구가 광주에서 옷을 사기 위해 그의 집을 들를 만큼 부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안입는 옷을 쌓아놓을 이유가 없다고 쿨하게 말하던 그지만, 옷이 팔리자 마자 비싼 가격에 세일을 기다리던 청바지를 사겠다고 전화를 넣는다. 심지어 그가 출연했던 분량의 마지막은 함께 했던 <나 혼자 산다>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옷을 천연덕스럽게 강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패션을 즐기는 싱글 라이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여행에 성공했던 김광규는 새해를 맞이하여 역시나 중국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면서 용감하게 홀로 백두산 여행에 도전한다. 그런가 하면 <마녀 사냥>의 네 mc는 데이트 코스의 선 경험을 핑계로 홍콩 행을 감행한다. 남자들만의 여행, 그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들 자신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심지어 연인인 양 둘씩 짝을 지어 각자 해보고 싶었던 곳을 거닐고, 회전 관람차까지 탄다. 


남자, 사랑하다.

tv 속 남자들이 사랑을 나눈다. 게이물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등장했던 '브로맨스'가 이젠 예능 속에서 조차 그 지분을 확장해 나간다. 


<마녀 사냥>속 허지웅과 성시경은 서로 두 사람을 두고 사람들이 연상하는 '연인'모드에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도, 애틋한 속마음을 표출하는데 여념이 없다. 참 '고맙다'는 속마음을 진솔하게 표출하는 허지웅과, 그런 허지웅을 이해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회전 관람차 속의 두 남자를 두고, 그저 '친구'라는 수식어로만 표현하기엔 어째 간질간질하다. 유세윤과 

이렇게 '브로맨스'로 시작된 남남 캐미들은, <삼시세끼>로 오면 아예 대놓고 '부부'가 되어버린다. 집안 일이며, 음식하기를 즐겨하는 차승원은 차줌마이더니, 아예 '안사람'이 되어버리고, 그런 '안사람'을 꼬드겨 등산을 하고, 바닷 낚시를 즐기는 이름마저 '참바다'인 유해진은 '바깥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안사람'은 불철주야 '바깥 사람'을 위한 음식을 하느라 분주하고, 그런 '안사람'을 위해 원하는 만큼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바깥 사람'은 흡사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는 '남편'처럼 면목없어 한다. 

어디 차승원, 유해진뿐인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눌러앉을 기세인 손호준까지 가세하면 아예 한 가족이다. 심지어, 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강아지 산체조차도 <삼시 세끼> 농촌 편에서와 달리, 남자다. 시커먼 남자들로 유사 가족을 이뤄 시끌복작한데, 웬걸 제대로 가족 코스프레를 하는 <용감한 가족>보다 훨씬 가족같다. 




tv 속 예능에서 남자들이 득시글거리기 시작한 건, tv 리모컨의 향배가 여성 시청자층에게 있다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래서 이제 남자들은 시커멓게 토크쇼에서 부터 시작하여 리얼리티까지 그 존재감을 뽐낸다. 

그 속에서 그들은, 이른바 우리 사회가 '남성적'이라고 규정지어 놓은 영역을 자연스레 파괴해 나간다. 스스로 음식을 하고, 혼자 음식점을 찾아가서 먹고, 옷을 즐겨하고, 홀로 혹은 함께 여행을 하고, 남자들만의 가족을 만든다. 아마도 예전 같으면 남자가 음식 냄새가 밸까봐 집에서 음식도 안하고, 외출하는데 옷을 서너번 씩이나 갈아입는 걸, '남자답지'못하다고 할 상황이지만, 이젠 '패션 피플'이라는 명칭으로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차승원이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봐 머리 수건을 하고 종종 걸음으로 식재료를 썰고 무치고 볶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한 것이 되지 않았다. 야곰야곰 영역 파괴를 시작한 연예인들에게 더 이상 배우나 가수란 명칭이 무색해졌다. <나 혼자 산다>에서 가장 인기있는 mc 중 한 사람은 평론가 허지웅이요, <삼시세끼를 이끄는 세 남자는 온전히 다 배우들이다. 예능적이지 않은 예능인들이 만들어 가는 '남자들의 신선한 삶'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긴다. 


물론 이런 tv 속 남자들의 속내도 만만치 않다. 10년이 넘도록 오르지 않는 원고료가 평론가 허지웅으로 하여금 방송 출연이라는 영역 파괴를 실천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드라마가 이규한으로 하여금 예능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윤종신이 특수한 경우가 아닌 가수들에게 예능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한껏 희화화시켜주는 <라디오 스타>의 갑질(?)에 이제 예능의 기회가 열렸다며 감사하기까지 한다. '밥벌이'의 고달픔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예능 늦둥이들의 '러쉬'로 제공된다. 


또한 여성 시청자의 취향을 넘어서, 짝을 이루지 않은 남자들만의 스토리에는 더 이상 결혼이 최선이 아닌 현실의 묘한 모사가 담겨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이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혹은 잠정적으로 혹은 여타의 이유로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남자들은 혼자만의 삶을 즐기기에 노력한다. 그리고 tv 속 예능은 발빠르게 그런 남자들의 현실을 '예능'으로 승화(?)시킨다. 그런 남자들만으로 넘치는 예능을 보다, 문득, 남자건 여자건 저렇게 굳이 이성과 함께가 아니라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삶도 괜찮겠다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알량한 예능만의 영역일 수도 있다. <삼시 세끼>를 보며 차줌마와 바깥 사람의 정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현실의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에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까 말이다. 


 

 

 

by meditator 2015. 2. 14. 10:05

언제부터인가 <마녀 사냥>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금을 내세워, 금기시 되어있던 연예의 속사정을 다루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녀 사냥>은 그 존재만으로도 파격적이었지만, 2013년 8월에 시작하여 1년을 훌쩍 넘긴 <마녀 사냥>의 연예 코칭은 이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녀 사냥>의 이슈는, 프로그램 자체의 연예 코칭보다, 게스트가 누가 나와, 게스트와 mc간에 어떤 해프닝이 일어났는가가 화제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한고은과 허지웅의 '썸씽'이 그것이며, 연애 고수 mc들을 넘어서는 최화정의 존재가 그것이다.

 

그렇게 정체기에 들어선 <마녀 사냥>이 2015년 연중 기획으로, 홍콩을 떠나갔다. '홍콩', 왜 하필 홍콩인가?라는 이유를 들기 위해, 과거 mc였던 샘 해밍턴 질문을 복기하고, 거기에 대해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 그래서 결국 더 구차해지는, 하지만, 이른바 '음담패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홍콩'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장소로서의 홍콩행을 각인시켰다. <마녀 사냥>다운 여행이다.

 

홍콩의 상징성을 넘어, 연인들의 여행지로 유명한 홍콩에서, 네 mc들은 미리 맛보는 연예 코스로서의 홍콩행을 부각시킨다. 연인들이 함께 하면 좋을 거리를 걸어보고, 둘씩 짝을 지어, 연인들이 해볼만한 것들을 해보고, 홍콩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 다니고, 카니발 중인 곳에 가서, 대관람차와, 고공 놀이기구를 타본다. <마녀 사냥>답게 홍콩 한 노천 까페에 앉아 그간 타인의 연예 코칭 대신, 각자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탐색해 보기도 한다.

 

홍콩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기도 한 성시경의 능숙한 에티듀드, 즐기는 여행지로 자주 찾는 유세윤의 자유로움, 그리고 중년이 되도록 홍콩을 처음 가보는 신동엽의 설레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특집을 살린 것은, 예능인으로서 거듭나고 있는 허지웅의 면면이다. 이미 jtbc의 황태자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jtbc의 각 예능에서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홍콩 특집에서, 허지웅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저 심심하고 뻔한 여행 예능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 경제

 

본의 아니게, 허지웅은 홍콩행 출발지에서 부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벽주의적인 그의 면모와 다르게 여권을 놓고 와서, 유세윤이 분량을 부러워 할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인 홍콩이, 영화 평론가였던 그의 직업으로 말미암아,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 등 대표적 홍콩 영화의 ost가 어색하지 않은 추억의 장소로 거듭났다.

어디 그뿐인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 호텔에서는, 이런 건 편집할 거야 라며 위세도 당당하게 팬티 바람으로 활보하고, 웃통을 벗어제끼는 노출씬까지 마다하지 않는 눈요기꺼리도 제공해 주었고, 그의 페이스북에서나 조우했던 '허세 가득한' 셀카를 어느 연예인못지 않게 연출해 내었다.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예능의 꽃인 고공 놀이기구 타기이다. 흔히 겁이 많은 여성 연예인의 전유물인 고소 공포증이 뜻밖에도 허지웅의 것이 되어, 다른 세 mc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pd가만 안둬'등의 방언이 난무하는 가학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허당에, 노출에, 절규에, 이른바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 캐릭터를 단 한 회만에, 특집답게 허지웅 개인이 고스란히 전해준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쳤다면, 그저 <마녀 사냥>은 홍콩 여행을 간 평범한 여행 예능이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야외 버라이어티에 어색한 신동엽,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 든지 예능적 재미를 선하하기 위해 쉴새없이 고군분투하고, 성시경, 유세윤이 예능에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제작진이 내걸은 연인들의 홍콩 여행 코스프레를 충실히 하는 한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마녀 사냥>의 정체성을 깊게 한 것은, 뜻밖에도 연인 코스프레를 하며 탄 대관람차에서의 진솔한 허지웅의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쿨할 것 같은 캐릭터를 가진 허지웅이, 가장 진솔하게, 선배 mc 신동엽에게 판을 깔아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나이가 들면서, 신동엽처럼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는 어른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존경스럽다고 했을 때, <마녀 사냥>의 홍콩행은 그저 즐기고 먹는 여행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나누었던 벗들의 MT같은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낯선 MT장소에서, 밤이 이슥해서, 촛불을 켜고, 혹은 한 잔 술을 나누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나누듯, 단 15분의 연인을 위한, 공중에서 흔들거리며 홍콩의 전경을 즐기는 대관람차에서 허지웅은 진솔하게 풀어낸다.

 

허지웅이란 캐릭터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심지어 최근에는 드라마의 단골 까메오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속사정 쌀롱>의 윤종신의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처럼, 언제라도 이 '속물적'인 혹은 '위선적'인 TV를 탈출해 도망칠 거 같은 경계인의 이미지를 전한다. 그래서 항상 그 누구보다도 거리를 두고, 쿨하게 전달하는 그의 발언들이, 그에 대한 극도의 호불호를 낳기도 한다. 그런 허지웅이, 나이가 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논하고, 서슴없이 신동엽과 성시경과, 유세윤이 좋다고 말할 때, 그 진솔함의 깊이는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덕분에, 그저 이제 조금씩 낡아져 가던 <마녀 사냥>이란 프로그램이, 허지웅이 먼저 자신을 허물고, 그의 허물어짐에, 신동엽이 응답하고 어우러지면서, 그저 남의 연애사에 간섭하는 MC들이 아니라, 사람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면서, 함께 오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기대고 싶은 벗들이 있는 곳으로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바래게 된다. 절묘하고도 탁월한 연중 기획이다.

by meditator 2015. 2. 7. 06:22

카메라가 밖으로 옮겨지고, 스튜디오와 거리가 연결된다. 스튜디오의 네 명의 mc들이 화면에 비춰지면, 젊은이들은 환호작약하며 달려간다. 그리고 서로서로 앞다투어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고, 고민을 나눈다. 


<마녀 사냥>의 이원생중계 현장에서 보이는 젊은이들의 반응을 보면, <마녀 사냥>이라는 프로가 얼마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공신력있고'(?), 인기있는 프로그램인가를 알 수 있다. 분명이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젊은이들은 전혀 꺼리낌없이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고,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물론 이는 다른 각도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 얼마나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연애사를 의논할 곳이 없으면, 저렇게 예능 프로그램에다가 자신의 속사정을 의논할까 싶은 것이기도 하다. 가장 사적인 삶에 대해 기존의 사고는 무너지고, 그 어떤 가르침이나, 지침도 주지 않는 사회에서, <마녀 사냥>의 19금토크는, 젊은이들에게 갈증을 달래주는 샘물과도 같다는 느낌을, 스튜디오와 현장이 연결된 이원생중계 코너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마녀 사냥>은 자신들은 전혀 연애 코칭 프로그램이 아니며, 연애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프로라고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틈에 젊은이들 연애사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 <마녀사냥>에서 출연자들이 언제나 거쳐가야 하는 통과 의례가 있다. 바로, '당신의 낮과 밤은 어떠십니까?'라는 취지의 질문이다. 물론 질문은 이런 식이 아니다. 신동엽은 장황하게 묻는다. 낮저밤이, 낮이밤이, 낮저밤저, 낮이밤저 냐는 식으로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고, 출연자는 이걸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이 낮 어쩌고, 밤 어쩌고가 다른 프로그램까지 침입하고 있는 중이다. 

마녀사냥 은정 낮이밤져
(사진; tv데일리)

19금 토크를 하는 <마녀 사냥>에서 일단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까놓고 시작하겠다는 이 낮과 밤의 연애 방식에 대한 통과 의례는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은, 낮과 밤의 연애를 구분함으로써, 거기에, 이미 19금의 연애사의 전제를 깐다. 출연자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이미 당신은 그 정도 단계의 연애는 해보았겠지요 라는 것이다. 초창기 그 질문에 대해 출연자가 말을 돌리면, mc들은 무슨 내숭이냐는 듯이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이제 <마녀 사냥>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하며 당당하게 응수하기 시작하고, 그 다음엔, 그들이 선택하는 연애 스타일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성 출연자가, 낮이밤이를 선택한다면, mc를 비롯한 패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남자가, 낮저밤저를 택한다면, 아니~ 하는 식의 반응이 우선적으로 튀어나온다. 가장 정석적인 답이라면, 20일 방송에서, 티아라의 은정처럼, 밤에는 남자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 남자가 리드하는 밤을 원한다면, 반응이, 상당히 그럴싸하다는 수긍으로 귀결된다. 여성이 지면 어쩐지 당연하고, 이기면 어딘가 드세게 보는 그 분위기를 숨길 수 없다. 물론, 이민기처럼, 낮에 하는 연애의 정체성에 대해 반문하여, 오히려 mc진을 당혹스럽게 만들며 한 수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남자가 지면 시선은 애매해 진다. 보기에 질 것 같은 남자가 자기는 아니라면, 은근히 예상 외라며 대단하게 취급하는 식이다. 

누군가의 연애사의 스타일을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는 것은 무어라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걸, 이기고 지는 연애의 권력 관계로 귀결시켜야 하는가 라는 점, 그것이 <마녀 사냥>의 통과 의례가 되어야 하는가는 이즈음에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이기고, 지는 것인지 그것의 정의조차 애초에 미묘한 것이 아닐까. 아니,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우선은 까발려야 한다는 그 지점부터,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애초에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사적 연애를 공론화 시켜야 하는 마녀 사냥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당당한 성인으로서의 평등한 연애를 추구한다면서, 애초에 당신의 연애 권력 관계는 어떠십니까 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딜레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마녀 사냥>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당당한 성인의 성숙한 연애라는 목적은 있으되, 매번 등장하는 사연에 대한 반응은 지극히 1차원적이거나, 성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여성이 글래머라면 일단 접고 들어가고, 남성이 키가 180 이상이라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프로그램 자체가, 사안에 따라, 지극히 쿨한 연애의 중계자가 되기도, 혹은, 지극히 속물적인 성적 시야에 한정되어 있는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쿨한 시각을 견지하던 허지웅이나, 성시경이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에 동화되어, 그 '솔직함'을 넘어선 '성적 편견'에 사로잡힌 모습을 빈번하게 내보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마녀 사냥>의 딜레마인 것이다.  20일 방송에서, 자신의 조카가 등장하자, 난색을 표하는 성시경의 모습은, 누군가의 연애가 어쩌면 흥미꺼리 이상이 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솔직함이, 걸러지지 않는 편견의 노출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젊은 층의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마녀 사냥>, 지금의 솔직함에 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4. 6. 21. 05:59

봄을 앞두고 각 방송사 별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개편 소식이 들린다. 

유재석, 강호동 등 이른바 예능의 전성기를 이르던 두 예능 거두의 새로운 프로그램 발진이 시도되는가 하면, 이제는 그들 못지 않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동엽과 김구라의 새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봄 개편 예능의 대체적인 추세는 그간 인기를 끌던 리얼 버라이어티 대신 스튜디오 토크쇼라는 점이다. 물론 신동엽이 윤종신과 함께 하는 새 파일럿 예능 <미스터 피터팬>의 경우는 야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제외하고, 강호동의 <별바라기>,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 그리고 김구라의 <진격의 역지사지- 대변인들> 모두 스튜디오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토크쇼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 장을 과감하게 닫고 스튜디오 토크쇼가 대두하게 된 배경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장기간 독주와 범람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야외로 나가는 것도 모자라, 해외로, 정글로, 시골로, 심지어는 군대로까지 그 공간적 범위를 확대하고, 연령별로는 청년을 넘어 할배, 할미에서, 어린이, 이제는 아기까지 가리지 않고 예능의 대상이 된 상황이 포화점을 지나지고 있다는 지적은 굳이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제 아무리 포화 상태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하느니 보다, 낯뜨겁더라도 기존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바꿔서 연명하는 것을 선택하던 예능 트렌드가 결정적으로 변화되는 변곡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수 김그림이 JTBC 마녀사냥에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 JTBC 방송 화면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그것은 외람되게도 공중파가 아닌 종편 jtbc의 예능 <마녀 사냥>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 
평균 시청률 2.627% 를 가지고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 맞다. 하지만, 그 저렴한 시청률로는 설명하지 못할 이 시대의 트렌드로써 <마녀 사냥>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견을 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균 시청률 2.627 %가 의미하는 바는 역설적이기도 하다. 광범위한 연령 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 표에서는 결코 집계 할 수 없는, 시청률 집계표가 놓여있는 텔레비젼이 놓인 거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마녀 사냥>의 초록색 기운을 공중파의 개그 프로에서 차용해 써도 이물감이 없어지는 tv 시청 양식의 변화를 <마녀 사냥>은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녀 사냥>은 마치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의 텔레비젼 판이라도 되는 양, 연애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프로그램의 소재로 한다. 당당하게 19금을 내건 이 프로그램은 그간 공중파의 토크쇼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았던 성에 대한 담론은 스스럼없이 내세우면서, 현실적인 젊은이들의 성과 사랑을 토크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결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음성적으로나마 엿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공론화 되면서, 그 또래의 젊은이들의 연애 코치로 당당하게 등극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그 시간에 그 자리를 지켜서 봐야할 의미을 잃어가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간절히 원하는 동시대 젊은 층의 지지를 획득한 <마녀 사냥>의 성취를 당연히 새롭게 개편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놓칠 리가 없다. 

(사진; 엑스포츠 뉴스)

4월 9일 부터 선보일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는 철저히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공중파임에도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네세우는 방식에서 부터 케이블의 방식, 혹은 <마녀 사냥>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남자'를 내세우는 방식은 결국 그 이면에 그들의 이야기 대상이 대부분 여자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감으로써 결국 여자를 마녀로 규정하고 시작했던 <마녀 사냥>과 다르지 않은 출발점을 가진다. 물론 유재석의 이 프로그램을 오로지 <마녀 사냥>의 답습으로 보기는 힘들다. 8년 여 만에 폐지되었던 <놀러와>의 마지막 시도 중 하나가, 유재석과 남자 패널들이 여성 게스트를 불러다 놓고, 연애에 있어 남성적 시각과 여성적 시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조율했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그 시도는 <놀러와>의 호흡기를 뗀 결정적 시도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묻혔던 아이템을 용감하게 다시 들고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그런 그들만의 이야기가 손질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마녀 사냥>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내세운 것은 유재석만이 아니다. 신동엽이 kbs2에서 선보일 파일럿 예능 <미스터 피터팬>역시 남자들만의 예능을 표방한다. 물론 이 작품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월 7일 <마녀 사냥> 예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도 야외 녹화만으로도 힘들다고 하는 신동엽이 하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것도 남자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프로그램은, <마녀 사냥>의 mc 신동엽의 색채가 짙게 음영처럼 드리워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마녀 사냥>의 성공을 단지 19금이라던가, 음지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양지로 꺼내든 성적 담론에 국한시키면 아쉽다. 19금이라던가, 성에 관해서는 <마녀 사냥>못지 않은, 혹은 그보다는 더한 케이블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마녀 사냥>이 군계 일학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던 것은,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의 mc진과 곽정은, 한혜진, 홍석천등의 패널 등이 이루어진 솔직하고 설득력 있는 조화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자막으로 순화시켜야 하거나, 묵음 처리를 해야 할 만큼 솔직한 입장의 토로와, 그에 못지 않은 패널 별 입장에서의 현실적이고도 설득력있는 조언들이 이 프로그램을 '소통'에 성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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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머니투데이)

그에 따라, 봄 개편을 맞이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스튜디오 토크쇼라 하더라도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 혹은 관객 이상의 시청자층과의 소통을 내건다. <마녀 사냥>의 성공을 뒤업고 성시경이 mc 중 하나로 등극한 kbs의 토크쇼 <진격의 역지사지-대변인들>이 그것이다. '당신의 입이 되어 드립니다'라는 컨셉은 <마녀 사냥>의, 그리고 kbs2의 <안녕하세요>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단지 성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넘어서, 개인의 신변 잡기를 넘어서, 갑을 관계 등 사회적 불통을 그 대상을 확산 시킨다는 점에서 발전적 모방의 사례가 된다. 이미 <라디오스타>나, <마녀 사냥>을 통해 검증된 김구라와, 성시경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감으로써, 새로운 영역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홀씨처럼 날아가, 새로운 포자들을 번식시키고 있는 <마녀 사냥>이 처음이라고 말하기는 또 어폐가 있다. 그에 앞서, 게스트들을 불러놓고, 19금은 아니지만, b급 정서의 솔직한 토크로 한때 화제가 되었던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라디오 스타>가 존재하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여전히 우리의 생활 곁에서 우리의 귀가 되어주고 있는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라디오 프로그램식의 시청자가 사연을 보내주고, 그것을 mc가 소개하고, 게스트와 함께 난장토론을 벌이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식들이 홀씨의 근원이다. 결국 범람하다 못해 고사되어 갈 조짐을 보이는 공중파 예능의 젖줄은 방송의 원류 라디오가 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3. 8. 11:48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마녀'라 지칭하며 남녀 간의 연예에 대해 갑론을박할 때만 해도 <마녀 사냥>이 뭐야? 했었다. 하지만, 2013년 8월에 시작하여, 불과 반년 정도가 지난 지금,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소리높여 말한다. 매주 즐겁게 시청하고 있어요~.  군대간 아들의 전언에 따르면 군인들이 가장 즐거이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마녀 사냥>이라고 한다. 어느덧 이 프로그램에서 묘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출연자의 머리 위에 퍼지는 초록빛 기운과 시그널이 타 프로그램에서도 도용되어도 전혀 이물감이 없는 상징이 되었다. 시청률 표에 잡히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마녀 사냥>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진; 뉴스웨이)


그래서 이제 <마녀 사냥>은 위험해 졌다. 그저 어느 종편 방송국 구서진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누군가의 연애를 도마에 올려놓고 회를 칠 때만 해도, 그저 저런 시각도 있구나 싶었지만, 이제 동시대의 연애 코칭의 상징적 프로그램이 되어가는 <마녀 사냥>에서는 권력의 향기가 난다. 
들여봐 주는 사람들이 적을 때의 <마녀 사냥>에서 곽정은 에디터가 외국의 유명(?) 박사나 연구 기관의 실험 결과를 들먹일 때만 해도, 그녀의 이야기는 그저 각자의 사견에 불과한 연애론에, 조금은 더 객관적인 데이터처럼 보였지만, 이제 다수의 관심이 쏠린 <마녀 사냥>에서 그녀가 매주 들먹이는 이론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신봉되어질 가능성을 보인다. 특히 그린 라이트를 켜줘가 그저 네 남자의 지극히 남성중심적 뒷담화와 거리의 반향을 모으는 수준에 그친 다면, 그린라이트를 꺼줘에 이르면 좀 더 넓은 스튜디오에서, 나름 연예에는 일가견이 있네 하는 출연자에서, 방청객의 선택까지, 연예 재판정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린 라이트의 불이 거의 꺼진다면, 당연히 질의자의 연애는 '쫑'을 내야 하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즉 연예가 남녀간의 사설이 아니라, 공적 담론이 되어 도덕적 잣대에 따라 정해지게 되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마녀 사냥>을 통해 등장하는 질문들의 경향이 묘하게 달라져 간다. 처음에 그저 그린 라이트를 켜느냐, 끄느냐처럼 이것이 사랑인가 아닌가 라는 자신도 헷갈리는 연애에 대한 질의 정도였다면, 언제인가 부터 자꾸만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연애를 결정해달라는 식의 질문들이 등장한다. 원컨 원치 않건 출연자들이 질의자들의 연예 멘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향을 인지한 듯,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그린 라이트 켜고 끄는 결과와 상관없이 결정은 질의자의 몫이라는 언급이 부쩍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연예는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미련이 남는다는 부연 설명도 붙여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게 더 책임감있어 보이는 한 발 빼기가 시청자들에게는 겸손으로 비춰져 더 신뢰의 도를 더할 뿐이다. 

물론 이렇게 지극히 사적인 척도의 연예 담론으로 시작된 <마녀 사냥>이 마치 이 시대의 대표적 연예 코칭 프로그램화 되어가는 것에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 클 것이다. 도무지 공부 외에서 그 어떤 것도 가르쳐주거나, 의논해 주지 않는 사회, 그저 공부만 하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우왕좌왕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하다, 이제 금요일 밤 텔레비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거기에서만은 가식적이지 않게, 연애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며, 어느 카페, 어느 사이트의 게시판을 헤매며 공인되지 않은 연애의 담론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검증되지 않은 의견들에 비하면 tv프로그램화 된 <마녀 사냥>의 공신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스포츠 한국)

결국 이것은 그저 출연자들의 사견이라는 첨언도 중요하지만, 지금 <마녀 사냥>이 처하게 된 위치에 대한 책임감을 제작진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 그저 우리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 혹은 시청률이 높아 라는 자부심이 아니라, 연예 상담에 갈 곳 몰라 목말라 하는 청춘들이 <마녀 사냥>이라는 연못에 우르르 모여드는 현상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유연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시점이라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2월 14일 게스트로 출연한 문소리의 입장은 의미심장하다. 20 대 초반에 만난 그 한 사람이 내 평생의 사람이 아니라는 넓은 시각 아래, 차이기도, 차보기도, 심지어 매달려 보기도 하며 다양한 연예를 경험하라는 그녀의 시각이 <마녀 사냥>에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 보여진다. 


by meditator 2014. 2. 15. 11:35

파올로 코엘료의 작품 중 [11분]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마리아라는 소녀가 진정한 성과 사랑의 완성을 찾아 가는 성장 소설이다. 작품 속 마리아는 한때 창녀로 일하며 성에 탐닉하거나, 성에 짖눌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과 사랑이 조화되는 완성된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작품의 제목으로 쓰인 11분은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하는데 있어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도대체 갑남을녀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에서 시간의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표준으로 정해진 것은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 기사 주변에 잔뜩 산재해 있는 수많은 '긴'시간을 보장한다는 비뇨기과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언제인가부터 그 수많은 광고들이 우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긴' 성행위가 '좋은' 성행위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 osen)


그리고 그것은 실제의 사례에서 바로 등장한다. 
<마녀 사냥>의 상담 코너에서는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하는 남성이 3분 정도의 짧은 성행위 시간으로 인해 매번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는 고민이 등장했다. '3분 카레'라며 살짝 놀려대기도 했지만, 그 고민을 보낸 여성은 자신은 절대 이 남성에게 불만이 없지만, 정작 남성 자신이 너무 괴로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녀 사냥> 27일 방송분은 내내 이 커플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고민을 상담하는 네 명의 mc는 물론, 거리로 나선 이원 생중계 카메라에 등장한 젊은 시민들에게도 이 질문은 던져졌으며, 또 다른 패널과 게스트가 초청된 '그린라이트를 꺼요' 코너에서도 다시 한번 이 주제가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네 명의 mc 들의 쿨한 입장과 달리, 대다수의 남성에게 있어서는 그 '시간'이라는 게 자존심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을 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대다수의 여성 역시 고민을 보내온 여성처럼, 그다지 '시간'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렇게 여성의 입장과 남성의 생각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성시경의 명쾌한 정의와 신동엽의 첨언처럼, 사람들이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정상적인 것들이 없다보니, 왜곡된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호간의 대화인데,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채, 자신이 얻은 왜곡된 지식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상대방은 괜찮다는데, 나 혼자 자괴감에 빠지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에 이른다는 현실이 등장하는 것이다. 

JTBC 마녀사냥에서 곽정은이 여성의 외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JTBC 마녀사냥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실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녀 사냥>은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수위에 들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여기서 19금의 야한 이야기를 해주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지점,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거리에서 카메라에 비친 여성조차 성행위의 시간을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시대에 여전히 그들이 사랑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은 단편적이다. 그래서, <마녀사냥>을 통해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동년배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패널들의 솔직한 담론에 솔깃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나 27일의 성행위 시간에 대한 담론도, 곽정은 연애 칼럼니스트의 통계에 근거한 명쾌한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거기에 더해, 상호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성시경의 충고도 얹어졌다. 

하지만<마녀 사냥>의 시간이 꼭 적절한 정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신동엽은 짧아도 괜찮다는 여성들의 허위를 밝히기 위해 집요하게,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행위 시간에 대한 질문을 여성 패널과 거리의 관객에게 던진다. 그리고 결국은, 너무 짧은 건 싫다는 답을 반복적으로 얻어 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런 집요한 질문의 시간은, <마녀 사냥>이 양질의 정보와, 19금의 탐닉의 줄타기에서, 결국은, 탐닉의 늪으로 빠져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1분이라는 비정상적인 시간 개념까지 제시하면서 결국은 여자들은 자신을 오래도록 즐겁게 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통념의 늪에 다시 한번 빠지게 만들고야 마는 것이다. 곽정은 칼럼니스트가, 성행위 시간을 구성하는 과정을 제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해 줘도, 결국 이 시간을 지켜본 남성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집요한 신동엽이 얻어낸, '짧은 건 싫어요'가 아닐까. 이러니, 여전히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by meditator 2013. 12. 28. 11:41

<웃음을 찾는 사람들2(이하 웃찾사)> 의 한 코너 '굿닥터' 중에서,

연애 상담을 하려고 찾아온 남녀, 여자는 매사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남자에게 짜증을 낸다. 남자; 알았어, 알았어, 담배 끊을게
여자; 그래? 그러면 대신 사탕 먹어
남자; 사탕? 무슨 맛 먹을까?
주원 선생; 안됩니다. 안됩니다. 사탕은 안됩니다. (목소리가 바뀌며)사탕보다 달콤한 네가 필요해~
여자와 간호사, 동시에 격렬하게 환호하며 주원 선생에게 매달린다. 

(사진; tv리포트)

이 코너의 상황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여자와 남자는 동일하게 한국말을 사용하지만, 여자가 쓰는 한구말에는 통역이 필요하다는 것과,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이 쓰는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웃찾사>의 또 다른 코너, '내남자'는 남자들의 상황을 개그로 풀어낸다. 등장한 네 명의 남자들은 몸이 아프다며 누워있다. 친구가 만나자고 놀러 나가자고 해도 다 귀찮단다. 그러던 남자들이, 여자를 만나기로 했다는 소리에, 그 여자가 혼자 산다는 소리에, 벌떡벌떡 일어선다. 여기서 남자들은 오로지 '여자'와 그 여자와의 스킨쉽 등 맹목적인 메뉴얼에만 반응하는 외계에서 온 독특한 생명체이다. 

굳이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찾아보지 않아도 요즘 텔레비젼을 틀면 이렇게 서로 다른 별에서 사는 외계인같은 여자와 남자에 대한 담론들이 차고 넘친다. 개그 프로그램이라면 한 코너 이상은 여자와 남자의 다름에 대한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jtbc의 <마녀 사냥>은 아예 프로그램 내내 서로 다른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을 이루어 가는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마녀 사냥>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의 목적이 서로 다른 여자와 남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터인데, 보고 있노라면 여자나 남자를 이해하게 되기 보다는, 공부해도 늘지 않는 외국어처럼, 점점 요지경 속에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매주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라고 소리를 높인다. 과연 이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종족을 하나의 인간종에 묶어도 될까 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게다가 이해를 돕는다는 전제를 깔며, 오히려 차이를 부각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에 제시한 예처럼, <마녀 사냥>의 패널들은 친절하게, 자기 여자 친구의 속마음을 몰라 우물쭈물하는 남자 상담자에게, 여성의 그런 반응은 이런 것이라면 친절하게 해석을 해준다. 그런데 그 해설이 더 오묘하다. 사탕을 주겠다는 여성의 속마음이 사실은 네가 더 달콤해 라는 대답을 원한다는 걸 이해할 남성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녀 사냥>이든,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의 몇몇 코너들에서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이 점점 더 전형화되어간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웃찾사>의 '내남자'들처럼 앉으나 서나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여자들은 호시탐탐 밀땅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여성학'의 입문 과정에 전제로 깔리는 것이 있다. 실제 조사를 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여성과 남성 간의 차이보다, 동성간, 즉 여성이면 여성, 남성이면 남성 간의 차이의 편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방송 속 여성과 남성은 전형적이다. 최근, 저런 식으로 여성과 남성의 심리를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들은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녀 사냥>의 경우,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기는 하기만, 거개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식이다. 

(사진; osen)

아마도, 차이가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과정의 맹목성에 있겠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이라는 동질의 감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맹목적 열정이, 여자와 남자의 다름, 아니 기본적으로는 성의 차이가 아니라, 나고 자라나고 교육받아온 과정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적 차이를 고까워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 텔레비젼 속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들은,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다름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외계의 자기 별에만 머무르려는 이방인의 관점만을 부각시키는 듯하다. 그래서 보면볼수록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낯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마치 수능 문제집을 더 많이 푼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따르듯, 남녀의 심리에 천착하게 된다. 

논어에 나오는 대표적 이념이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이 자구에 대해 신영복 선생은 다름을 인정하며 화합한다는 것으로 해석하신다. 그 말에 반대말이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다. 남녀 관계도 결국 인간 관계다. 사실 가장 문제는 서로 다른 외계별에 살았던 과거가 아니다. 이제는 지구별에서 함께 사랑을 꾸려가야할 현재인 것이다. 다른 별의 언어는 제 아무리 독해를 해도, 외계어일 뿐이다. 그런데 남녀의 심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시시콜콜 그 다른 외계어를 독해해주는데 골몰한다. 제 아무리 많은 문제집을 풀어도, 그것을 관통하는 원리를 꿰지 못하면, 조금만 틀어놓은 문제가 나오면 틀리는 건 당연지사다. 아니, 애초에 남녀관계가 서로 문제를 내주고 풀어보라는 식이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by meditator 2013. 11. 23. 10:06

이제는 성인이 된 당신의 자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십니까? 

그렇다면, <마녀 사냥>을 보십시오. 
어떤가? 이 홍보 문구, 단언컨대, 지금의 <마녀 사냥>에 가장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

청춘의 '청춘'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거리에 설치한 마이크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물론 걔중에는 인사 치례상 하는 말도 있겠지만, 모두들 입을 모아 <마녀 사냥>을 봤단다. 재밌단다. 그리고 진지하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사랑'이냐고, 사귀어도 되냐고 묻는다. 때로는 '백주대로'임에도 19금의 내용들이 발설된다. 하지만, 그 19금이 신경쓰이는 건,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 19금이라서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마녀 사냥이 지금처럼 '그린 라이트'를 켜고 끄는 청춘 상담소 버전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마녀'를 사냥하겠다는, 치명적이지만, 그 속내를 알 수없는 여자들에게 놀아나는 순진한 남성들을 구원하겠다는 컨셉으로 시작되었다. 덕분에 숱한 명작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을 어거지로 '어장관리녀' 등으로 등장, 사랑의 역사에 한 유형의 마녀로 분석 대상이 되곤 하였다. 
하지만, 점차 청춘들의 솔직한 '사랑'에 대한 고민 상담이 반응을 얻게 되면서, 처음에 단순히 '그린 라이트를 켜줘'가 확장하여, 거리로 나가 직접 고민을 들어보고, 반대 버전인 '그린 라이트를 꺼줘'까지 등장했다. 마치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의 텔레비젼 변형판이 되어간다. 

처음엔, 좀 놀아본 네 남자가 감히 텔레비젼을 통해 할 수 없었던 음험한 속내를 드러내는 '폭로', 혹은 거칠 것 없는 여성 게스트의 솔직한 고백, 그리고 '탑' 게이의 성적 취향에 촛점을 맞추는가 싶더니, 회를 거듭할 수록, '성'을 논하는 걸 당당한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솔직한 남자들의 이야기에, 온갖 심리학 등 각 분야의 학자들의 견해까지 소개해 줄 수 있는 전문 칼럼니스트에, 여성의 입장에서, 게이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진지한 '카운셀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녀 사냥>의 가장 긍정적인 성취는 바로 음지에서 논해지던 사랑에 대한 또 하나의 이면을 솔직하게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가볍게는 스킨 쉽에서부터, 사랑을 나누는 것에서, 이것이 사랑일까에서부터, 이것이 이젠 사랑이 아닐까 까지의 남녀 관계 문제를, 그 어떤 영역도 마다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다루어 준다는데서, 청춘들의 '열렬한' 반을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열혈 청춘들 고민의 상당 부분이 바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그 과정과 내용에 대한 것인데, 막상 거기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의논할 곳이 없다. 고만고만한 친구라든가, 그도 아니면, 믿을 수 없지만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그나마의 장소 인터넷 게시판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음지의 이야기들을, 19금을 불사하며 공론의 장으로 꺼내들었다는 것에 이 프로의 장점이다. 더구나,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 솔직하게 말하자며 청춘들의 건강한 '성'을 독려(?)하기 까지 한다. 


10월 18일 방송 사례에서 보면, 어떤 학교 선배가 여자 후배에게, '넌 참 색기있어'라는 말을 했다며, 과연 이것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응에서, 불쾌하다는 반응과, 그것이 자신을 성적 매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 아니겠냐는 식으로 서로 의견이 갈렸다. '색기가 있다'는 말에,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요즘의 젊은이들이, '성적'이라는 단어에 예전 세대와 달리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마녀 사냥>에서 만이 조우할 수 있는 지점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분위기 상으로, '그린 라이트'로 몰고가는 남성 mc들의 획일적 판단은 위험성을 지닌다. 여전히 그런 발언에는 성적 편견이나, 심지어 성적 희롱의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한 것과, 성적 편견을 표출하는 것 혹은 '음담패설'은 다른 것이다. 때로는 남성의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지점에서, <마녀 사냥>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질 때가 종종 있다는 건, 지속적인 자기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by meditator 2013. 10.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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