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연출했던 <1박2일>과의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을 크리스마스 특집을 통해 선보였다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던 최재형 피디가, <유희열의 스케치북>본연의 맛을 살린 '솔로 특집'을 선보였다. 


그럼, 여기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본연의 맛이란 무엇일까?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전통은 공개 음악 방송이란 점이다. 다수의 방청객을 불러놓고, 무대 위에서 양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그것도 말 그대로 '고품격 음악 방송'으로서, 다른 무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양질의 '라이브'의 진수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좀 듣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텔레비젼의 모드를 '음악'으로 해놓고 프로그램을 감상한다고 한다. 즉, 이 프로그램의 주연은 바로 '음악'이다. 거기에 덧붙여, 무대에서 한 발짝 내려오면 바로 객석인, 관객과의 교감, 그것이 음악을 우리가 기계음을 통해 듣는 그것을 넘어서는 시너지를 가미해 생동감 넘치는 그 무엇으로 전달해 주기에, 불타는 금요일 늦은 시간까지 인내하며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사진; 스포츠 월드)

아마도 지난 시간 찾아가는 크리스마스 캐롤 특집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고정 독자들에게 탐탁치 않았던 이유는 바로, 어설픈 <1박2일>의 흔적에, 본연의 맛조차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기획에 있었을 것이다. 신선하고, 따스했으나, 그 시간을 기다렸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본연의 맛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제는 전국민적(?)인 별칭이 되버린 '감성 변태' 유희열이 거기에 있다. '감성'과  '변태',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단어의 조합인가, 바로 이 감성적이지만, 결국은 그것에 침참하지 않고, 그것을 한번 비틀어 대는 넉넉한 위트가 <유희열의 스키치북>의 또 다른 본연의 맛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잘 발현된 특집이 바로 27일의 '솔로 특집', '오빠 한번 믿어봐'이다. 

출연한 유민상이 연병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는 말이 솔직한 감상이듯, 27일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관객석은 오로지 남성들로만, 그것도 이른바 자칭타칭 '솔로'라는 남성들로 가득찼다. 진짜 연병장에서만, 혹은 남고에서만 울려퍼질 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선사한 걸 그룹의 노래의 후렴을 불러제낀다. 

(사진; 리뷰스타)

크리스마스를 연인 없이 홀로 보내는 남성들을 위해, 걸그룹 천사들이 등장해 그들을 위로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개그콘서트>의 '안생겨요' 팀은 화룡점정이다. 심지어, 솔로'왕'까지 뽑는다. 거기서 그치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아니다. 늘 그렇듯,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을 뒤트는 출연자가 등장한다. 바로, 남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가수, 성시경의 등장이다. 하지만 '우~'하는 원성을 기대했던 제작진의 야무진 기대와는 달리, 그간 <마녀 사냥>을 통해 이 시대 대표적 솔로남의 심정을 잘 대변했던 성시경은 또 다른 의미에서 솔로남들의 환영을 받는다. 유희열과 함께 막간 <마녀사냥>버전으로, 솔로남들의 고민을 들어주기까지 하며, 솔로 특집을 풍성하게 만든다. 

'솔로왕'으로 뽑혔던 24살의 남자가, 그 전날 다음 날 할 일이 없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는 말처럼, 언제인가 부터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최대 명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작년에 '솔로 대첩'이 실행되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명절은, 곧 솔로들에게는 쓰디쓴 인고의 시간이 되어 버린 걸 의미한다. 한참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자의건, 타의건 누군가 함께 해줄 사람이 없이 연인들의 명절을 홀로 보낸다는 고통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역설적 제목, '오빠 한번 믿어봐'를 통해 승화시킨다. 걸그룹의 노래를 듣고, 성시경과 유희열의 연예 코치도 들으며, '안생겨요'의 고통을 나누고,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의지를 고양시키는 것으로. 그렇게 슬픔을 위로하고 나누고, 즐기다 보니, 슬픔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게 바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가진 본연의 맛이다. 


by meditator 2013. 12. 28.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