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마녀'라 지칭하며 남녀 간의 연예에 대해 갑론을박할 때만 해도 <마녀 사냥>이 뭐야? 했었다. 하지만, 2013년 8월에 시작하여, 불과 반년 정도가 지난 지금,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소리높여 말한다. 매주 즐겁게 시청하고 있어요~. 군대간 아들의 전언에 따르면 군인들이 가장 즐거이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마녀 사냥>이라고 한다. 어느덧 이 프로그램에서 묘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출연자의 머리 위에 퍼지는 초록빛 기운과 시그널이 타 프로그램에서도 도용되어도 전혀 이물감이 없는 상징이 되었다. 시청률 표에 잡히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마녀 사냥>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진; 뉴스웨이)
그래서 이제 <마녀 사냥>은 위험해 졌다. 그저 어느 종편 방송국 구서진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누군가의 연애를 도마에 올려놓고 회를 칠 때만 해도, 그저 저런 시각도 있구나 싶었지만, 이제 동시대의 연애 코칭의 상징적 프로그램이 되어가는 <마녀 사냥>에서는 권력의 향기가 난다.
들여봐 주는 사람들이 적을 때의 <마녀 사냥>에서 곽정은 에디터가 외국의 유명(?) 박사나 연구 기관의 실험 결과를 들먹일 때만 해도, 그녀의 이야기는 그저 각자의 사견에 불과한 연애론에, 조금은 더 객관적인 데이터처럼 보였지만, 이제 다수의 관심이 쏠린 <마녀 사냥>에서 그녀가 매주 들먹이는 이론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신봉되어질 가능성을 보인다. 특히 그린 라이트를 켜줘가 그저 네 남자의 지극히 남성중심적 뒷담화와 거리의 반향을 모으는 수준에 그친 다면, 그린라이트를 꺼줘에 이르면 좀 더 넓은 스튜디오에서, 나름 연예에는 일가견이 있네 하는 출연자에서, 방청객의 선택까지, 연예 재판정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린 라이트의 불이 거의 꺼진다면, 당연히 질의자의 연애는 '쫑'을 내야 하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즉 연예가 남녀간의 사설이 아니라, 공적 담론이 되어 도덕적 잣대에 따라 정해지게 되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마녀 사냥>을 통해 등장하는 질문들의 경향이 묘하게 달라져 간다. 처음에 그저 그린 라이트를 켜느냐, 끄느냐처럼 이것이 사랑인가 아닌가 라는 자신도 헷갈리는 연애에 대한 질의 정도였다면, 언제인가 부터 자꾸만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연애를 결정해달라는 식의 질문들이 등장한다. 원컨 원치 않건 출연자들이 질의자들의 연예 멘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향을 인지한 듯,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그린 라이트 켜고 끄는 결과와 상관없이 결정은 질의자의 몫이라는 언급이 부쩍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연예는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미련이 남는다는 부연 설명도 붙여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게 더 책임감있어 보이는 한 발 빼기가 시청자들에게는 겸손으로 비춰져 더 신뢰의 도를 더할 뿐이다.
물론 이렇게 지극히 사적인 척도의 연예 담론으로 시작된 <마녀 사냥>이 마치 이 시대의 대표적 연예 코칭 프로그램화 되어가는 것에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 클 것이다. 도무지 공부 외에서 그 어떤 것도 가르쳐주거나, 의논해 주지 않는 사회, 그저 공부만 하다 어른이 된 아이들은 우왕좌왕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하다, 이제 금요일 밤 텔레비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거기에서만은 가식적이지 않게, 연애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며, 어느 카페, 어느 사이트의 게시판을 헤매며 공인되지 않은 연애의 담론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검증되지 않은 의견들에 비하면 tv프로그램화 된 <마녀 사냥>의 공신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스포츠 한국)
결국 이것은 그저 출연자들의 사견이라는 첨언도 중요하지만, 지금 <마녀 사냥>이 처하게 된 위치에 대한 책임감을 제작진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보여진다. 그저 우리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 혹은 시청률이 높아 라는 자부심이 아니라, 연예 상담에 갈 곳 몰라 목말라 하는 청춘들이 <마녀 사냥>이라는 연못에 우르르 모여드는 현상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유연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시점이라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2월 14일 게스트로 출연한 문소리의 입장은 의미심장하다. 20 대 초반에 만난 그 한 사람이 내 평생의 사람이 아니라는 넓은 시각 아래, 차이기도, 차보기도, 심지어 매달려 보기도 하며 다양한 연예를 경험하라는 그녀의 시각이 <마녀 사냥>에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 보여진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 '추억'이라 부르기엔 명불허전, 허참의 '가족오락관' (2) | 2014.02.17 |
---|---|
<삼촌 로망스> 리얼 버라이어티가 된 '귀농' (2) | 2014.02.16 |
<감격시대> 개연성있는 주먹이 있을까? (2) | 2014.02.13 |
<공유TV좋아요> '예능'으로 이식된 SNS (1) | 2014.02.12 |
tv 안의 대놓고 '나쁜 년들', 커리어우먼 (0) | 2014.02.11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