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는 흡사, 한때 jtbc의 10시 드라마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김희애의 <아내의 자격>의 속편처럼, '아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있다. 시간도 같은 시간대다. 뿐만 아니다. 김희애의 열연으로, 중년 아내의 가정 내 갈등과 사랑 찾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야심차게 잡아보인 수작으로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아내의 자격>처럼, 벌써 방송 초반임에도, <네 이웃의 아내>는 <아내의 자격>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9금의 수위도 마다않고 부부의 속내를 들여다 보고, 그 속내를 풀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화려하다. 더구나, <수상한 가정부>가 1위를 수성함에도 불구하고 11%(닐슨 코리아, 전국)의 비교적 낮은 수치에, 그보다도 맥을 못추는 <미래의 선택>이나, <불의 여신 정이>로 보았을 때, <네 이웃의 아내>가 <아내의 자격>만큼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네 이웃의 아내>는 종편인 jtbc의 주시청층인 중년에 타깃을 분명히 한 드라마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정도로 결혼 생활을 오래 한, 잠자리를 반년 넘게 가지지 않아도 그게 이상해 지지 않는, 드라마 안선규(김유석 분)의 친구 말대로, 이제는 '우정'이라 해도 낯설지 않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래된 관계에서 쌓이는 건 우정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 홍경주(신은경)은 남편의 밥을 푼 다음 침을 뱉는다. 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혼자 포장도 하지 않는 이사를 강권한다. 능력없다는 남편의 닥달에 아내는 사람이 죽어나간 집을 서슴없이 고르고 청소하며 마주한 핏자국을 스스럼없이 닦아낸다.
< 네 이웃의 아내>가 초반 눈을 끄는 건, '권태'라는 단어로 규정하기조차 무신경하고, '애증'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기엔 적대적이 되어버린 오래 산 부부들의 현실이다. 비뇨기과 광고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서슴없이 안선규와 채송하(염정아 분) 부부 관계의 주된 화두가 된다. 19금이지만, 그것이 그저 낯뜨겁지 않은 이유는, 바로 우리네 안방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직도 실제 대한민국 한 켠에서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부장적 부부 관계도 홍경주와 민상식(정준호 분)의 과장되어 보이는 듯한 관계 속에서 적나라하게 읽혀진다. 홍경주의 살의가 그저 남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주부들이 많은 것이다. 
부부 관계 만이 아니다. 민상식과 채송하가 조우하게 되는 '일'의 이야기를 다루는 폼새도 만만치 않다. 마흔을 넘은 직장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혹은 그 자신도 모르게 밀려나고 있는 직장의 풍속도가 현실감있게 그려진다. 
그런 <네 이웃의 아내>의 중년 부부들의 풍속도를 그려내는 제작진과, 거기에 얹힌 배우들의 연기는 그런 사실을 '공감'으로 승화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하지만, <네 이웃의 아내>가 그저 현실을 그려내는데 그쳤다면 <사랑과 전쟁>이 되었을 것이다. 거기서, 드라마는 환타지를 제공한다. <사랑과 전쟁>에서 사건으로만 다뤄지던 불륜을, 그것도 심지어 '스와핑'을 연상시키는 구도는 <네 이웃의 아내>로 오면, 오랜 결혼 생활을 한 부부의 환타지로 탈바꿈한다. 
서로 다른 직장을 다니지만,이젠 중견 사원이 되어 느끼는 고뇌를 공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되는 민상식과 채송하의 관계, 그리고, 강한 배우자로 인해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다, 상대방의 가벼운 호의에 스르르 무너지고 마는 안선규와 홍경주의 관계는, '권태'로운 부부들의 환타지를 또 다른 사랑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기에 공감할 만하고, 그러기에, 미드 <위험한 주부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과연 이 뜨거운 감자, 엇갈린 사랑의 씨앗을 <네 이웃의 아내>는 어떻게 요리해 나갈지 궁금해 진다. 모처럼 화면을 통해 선을 보인 정준호의 연기에, 신은경, 염정아, 김유석의 호연이 헛되지 않게, 그저 막장이 아닌, <아내의 자격>처럼 21세기의 또 다른 결혼과 가정에 대한 화두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3. 10. 16.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