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저녁 8시 30분부터 새롭게 선보인 jtbc의 새 예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한참 인기몰이 중인 <비정상 회담>의 스핀오프(spin-0ff)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중인 mc유세윤을 비롯하여, 외국인 패널 장위안, 기욤 패트리, 알베르토 몬디, 줄리안 퀸타르트, 타일러 라쉬 등의 다섯 외국인들이 친구가 되어, 각 나라의 친구의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7일에 방영된 첫 번째 편은 지도에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중국 안산에 위치한 장위안의 집을 찾아 떠나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보여주었다. 중국인이라는 자신감하나를 내세웠지만, 막상 한국인인 우리도 내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면 말이 통한다는 장점 외에는 역시나 이방인임에는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중국인 장위안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그 하나만을 믿고, 중국인 친구가 있다는 자부심으로 시작된 여행을 첫 단추부터 여행지의 친구들을 당황하케 만든 게 새롭게 시작한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재미있는 설정이다. 거기에 실제 중국인이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을 떠나보지 않은 장위안보다, 이탈리아인이지만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여행을 많이 한 알베르토가 중국 여행에 대해 더 많이 아는 뜻밖의 상황이, 그래서 장위안을 중심으로 뭉친 친구들과, 알베르토를 믿고 뭉친 친구들 사이에 막상막하의 대결이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이, 역시나 이 프로그램의 생각 외의 복선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최근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jtbc의 예능은, 이미 jtbc를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공을 담보한 인물들, 내용들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예능이 담보할 불투명함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우선 가장 돋보이고 있는 것은 인물의 재활용이다. 
<비정상회담>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위안 등 다섯 인물들을 고스란히 주인공 삼아 기획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물론, 최근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들은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눈도장을 찍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강용석이다. <썰전>을 통해 '고소'로만 각인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리메이킹한 강용석을 그의 아들들을 내세워 <유자식 상팔자>의 mc로 등장시켜, 야욕에 불탄 정치인을 그저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 상으로 재탄생시켰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시나 <썰전>에서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공신력을 얻은 평론가 허지웅을 그의 쿨한 이미지를 내세워 뜻밖에도 19금 연애 코칭 프로그램인 <마녀 사냥>에 등장시켜, 젊은 여성들의 아이돌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런 허지웅의 인기는, 그 여세를 몰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게스트를 넘어, 신해철의 부재로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속사정 쌀롱>의 구세주로 등원시켜 프로그램의 안착에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미 <속사정 쌀롱>에 합류한 진중권과 허지웅,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 혹은 냉철한 호흡이, 여느 토크쇼와 다른 지평을 열여가고자 하는 <속사정 쌀롱>의 색채를 강화시켰다. 

<마녀사냥>의 인기를 힘입어, 이제는 종종 로맨틱한 드라마의 까메오로까지 진출한 허지웅만이 아니다. 역시나 연애 고수로 같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시경 역시, 예의 지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비정상 회담>의 mc로 나선데 이어, 연애 능력자의 컨셉을 유지하는 <나홀로 연애>까지 섭렵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연배의 남성 연예인 들 중, 독보적인 연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의 컨셉은, 어설퍼 보일 수 있는 <나홀로 연애>의 바로미터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진솔함 예능감을 선보인 강남이 어눌한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속사정 쌀롱>에 합류하면서 예능의 전성기를 열어간 것 역시 다르지 않다. 
강남 만이 아니다. 새로운 학교를 갈 때마다 새로운 게스트의 공급이 필요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역시, 허지웅을 비롯하여,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게스트들의 여러 패널들이 등장하여, 심심하던 학교 예능의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뿐이 아니다. <마녀 사냥>에 뒤늦게 합류한 유세윤 역시, 뒤이어 <비정상회담>에 이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까지, 음주 운전으로 인한 잠정적 휴식 이후, jtbc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인물들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설정 역시 앞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그것들을 재활용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tvn의 성공적 컨셉인, 연예인들의 해외 여행기나, 오지 생활기, 그리고, 직장인의 애환을 전혀 꺼리낌없이 본딴 프로그램들을 내세우면서, 모방작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는 반면, jtbc는 이미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자사의 프로그램을 조금 변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언급된 바, <비정상 회담>의 스핀 오프 격으로 재탄생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외에도, 1월 31일 선보인 <나홀로 연애중> 역시, <마녀사냥>의 연애 코칭을 버전 업시킨 프로그램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녀 사냥>에서 남의 연애를 상담하던 연예인들이, 이제 직접 연애의 현장에 뛰어들어, vcr 속의 가상 연인을 상대로, 각자 자신만의 연애 담론을 펼쳐가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나홀로 연애중>의 관전 포인트이다. 

프로그램의 전체 내용을 통째로 변주시켜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분 부분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심리 토크쇼라는 주제를 내세우고,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조금씩 변화를 계속 가져가고 있는 <속사정 쌀롱>의 경우, <썰전>에서 이 주의 포토제닉을 통해, 그 주에 화제가 된 사건, 인물들에 대해 정치 평론을 하고 있는 것을 인용하여, 이 주의 말을 통해 한 주간 화제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심리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진다던가, <마녀 사냥>의 사연을 본따서, 역시나 '속사정 쌀롱 사연'을 통해 우리 곁의 심리로 '심리학'의 심리를 우리 곁의 '심리'로 끌어다 앉히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파가 어설프게 케이블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을 재활용하거나, 모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면서도 인물의 이미지를 그저 삽입하는데 그치거나, 생뚱맞은 아류로 변질되는 것에 비해, jtbc의 경우, 성인용 멘트에는 <마녀 사냥> 고유의 초록색 기운을 등장시키듯, jtbc 고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연결하면서, 그 정서를 유지하고, 친밀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파의 새 예능이 번번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확장이 지금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담보해 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의 점도 있다.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연예계 트렌드에서, 한 인물에 대한, 혹은 한 컨셉에 대한 대중의 변덕이 과연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가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혹여나 한 컨셉, 한 인물에 대한 대중의 싫증이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jtbc의 여러 프로그렘에 대한 권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도 정겨워 보이지만, 그것이 어느 시점에서는, 어디를 봐도 뻔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성공 전략의 숨겨진 이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jtbc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한 충격파가 무뎌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지점은 놓쳐서는 안될 함정이다. 


by meditator 2015. 2. 8.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