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발간된 이토 우지다카의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1934년 일본 나다 학교에서 '기적'을 일으킨 하시모토 선생님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나다 학교에 부임한 하시모토 선생님은, 학생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는 방법으로, 3년 간 단 한권의 책을 읽는 독서법을 택한다. 그리고 하시모토 선생님이 선택한 책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칭송받는 나라 간스케의  '은수저' 이다. 선생님은 교실 구석구석까지 들리도록 낭랑한 목소리로 소설 은수저를 읽어내려가고, 학생들은 책을 천천히 따라 읽어가며, 그 내용과 거기에 나오는 단어들을 추적하며 때론 샛길로 빠져들며, 철저하게 음미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사진; spicy curry님 블로그)



그리고 올해 3월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용인 성서 초등학교에서는, 바로 이 하시모토 선생님의 '기적의 독서법, 슬로 리딩'을 국어 수업 시간에 도입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큐 프라임- 슬로 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3부작은 1부 스스로 읽다, 2부 오감으로 읽다, 3부 생각의 문을 열다를 통해 용인 성서 초등학교의 도발적인 슬로 리딩 실험을 카메라에 담는다.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즘 학생들의 독서 습관이 어떤지 알아본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용인 성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독서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하루에 한 권은 물론, 심지어 열 권까지도 읽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40% 이상의 학생들이 한달에 9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 많은 책을 다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을까? 조금 더 심도 깊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진솔한 답을 얻었다. 읽어야 한다기에, 혹은 학교와 학원의 과제로 책을 주워 삼기듯 많이 읽지만, 읽다보면 그저 글을 형식적으로 읽어내리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보'를 중요시하는 세상에, 아이들은, 허겁지겁 다독을 하지만, 정작 그것이 의미있는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해 설문은 회의적인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무모하지만, 성서 초등학교의 세분의 선생님들은, 한 학기 동안 한 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실험을 하고자 한다. 그것을 위해 선택된 책은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이다.  교사들이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한번에 읽어버리기엔 두터운 분량의 책으로, 하지만, 우리 말의 풍부한 어휘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주인공으 성장담이 담겨있는, 다양한 국어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두꺼운 책을 교사들은 하시모토 선생님이 그러하셨듯이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냥 읽고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되새김질을 하듯, 책에 나오는 모르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역사적 사실 하나 없이 하나하나 곱씹어 간다. 때로는 선생님이 설명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사전을 찾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그러면서, 처음에 책이 두껍다 난색을 표하던 아이들은, 차츰, 스스로 책에 달겨들기 시작한다. 학교 수업에서 읽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만이 아니다. 몇 달후 읽고 싶은 책을 물어본 질문에서,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은 비단 소설이 아니라, 역사, 과학, 상식 등 다양한 분야로 그 흥미가 확산되어져 있었다. 스스로 책을 읽어가는 힘을 키운 아이들은, 이제 그 어떤 분야의, 두꺼운 책에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과정은 그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산과 들로 나가, 싱아를 비롯해 책에 등장했던 나무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소녀의 고향인 개성의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맛보는 등, 오감을 통해 책 속의 글을 각자 살아있는 경험으로 살려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역사 공부도 빠질 수 없다. 이젠 아이들에게 화신 백화점은 그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백화점의 이름이 아니다. 소녀가 유학 온 서울을 상징하던 그 시대의 상징적 건물로 되살아 난다. 

이렇게 책 속의 내용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보던 슬로 리딩은 아이들이 책을 이해하는 깊이와 비례하여, 독서 활동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 비애'라는 책 속의 추상적 문장 하나를 길어올려, 아이들의 경험을 교차하여 글을 써보기도 하고, 책의 내용으로 신문을 만들고, 글의 배경이 된 일제 강점기의 또 다른 문학 작품들, 윤동주의 '참회록'이나, 김수영의 '사령'까지 찾아 읽게 보고, 시를 직접 써보는 과정에 이른다. 심지어,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마무리할 즈음이 되자, 아이들은, 책을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며, 책의 내용을 가지고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며 노래도 만들고, 만화책도 만든다. 

학기말, 아이들은 한 학기동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가지고 했던 자신들의 활동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실제 한 학기 동안 그저 단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하여 내심 미더워하지 않았던 부모들은, 아이들이 모아놓은 성과에 감탄을 한다. 한 권의 책이 문제가 아니라, 단 한 권이라도 스스로 씹어 자기 것을 만드느냐가 독서의 관건이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선생님들은 발표를 꺼려하던 아이들이, 책을 스스로 읽게 되자 자기 의견을 발표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으며, 쓰는 것 역시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따분하기만 하던 국어 수업을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육 방송이라는 취지에 맞게, <ebs다큐 프라임>은 우리 교육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카메라에 담고자 노력한다. 3부작<슬로 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천천히 음미하듯, 책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것을 100권의 책을 다독한 것보다 더 깊고 넓은 성취를 이룬다는 것을 보여준다. 

용인 성서 초등학교의 경우, 앙케이트 조사에도 나왔듯이,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능력을 가진 부모들을 둔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보인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의 교육 열풍에 발맞춰 아이들은, 변호사, 의사 등의 장래 희망을 가지고, 논술 수업을 듣고, 부모들이 권장하는 많은 책을 읽는 모양새이다. 그런 아이들의 경우, 오히려 다독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된다. 하지만, 정반대로, 부모 두 사람이 다 취업을 하고,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는, 그 반대로 전혀 책에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게임등에 빠져드는 정반대의 현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실제 그런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 혹은 중학교에 올라가 공부를 포기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한글을 읽어도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되는 독해 불능의 장애를 가지기 때문이다. 형식적 다독의 학생들에게도 슬로 리딩의 혁명은 필요하지만, 책의 재미를 느낄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그래서, 정작 글을 읽어도 독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슬로 리딩을 통해 책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실험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0. 9. 17:32

다시 한번 포맷을 변화시킨 <매직아이>가 이번에 들고 나온 승부수는 '취향의 발견'이다.

기존의 '뉴스'를 매개로 한 토크에서 벗어나, 게스트들 각자의 취향을 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새로운 토크의 매개로 삼았다. 

 

새로운 포맷 '취향의 발견'을 발견해줄 게스트로, 생고기 회를 즐기는 이원종, 청소 매니아 허지웅, 물에 빠진 손미나, 살구와 체리에 빠진 터키 남자 에넥스 카야가 등장했다.

몸이 아파 들른 한의원에게서 자신의 체질이 일반 한국인들과 다르다는 진단을 들은 이원종은, 배우로서 형형한 눈빛을 유지하고자, 생고기 회를 즐긴다며, 육회와는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전한다. 그리고 이런 이원종의 취향을 소개하기 위해, 마장동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고기 소믈리에의 꽃살회가 등장하고, 이어 고기매니아 이원종의 소개에 따라, 기름기없이 즐기는 삼겹살구이까지, 먹방의 진수가 이어진다.

 

이원종에 이어 등장한 취향은 홀로 살아서 더 매력있는 남자 허지웅의 취향, 청소이다. 일찌기 스무 살 시절, 고시원 총무로 생활하던 때, 무엇이든 잘 정리하지 않으면 난장판이 되고마는 한 평 남짓 좁은 방에서 시작된 그의 청소 취향은, mc들과 게스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할 만큼, 결벽증에 가까운 취향의 끝판 왕을 보여준다.

 

허지웅에 이은 에넥스 카야의 취향은, 역시나 이원종에 이은 하지만 이원종과는 다른 달콤한 먹방이다. 한국에 터잡고 오래 살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다는 평가를 받는 에넥스 카야의 소망은 뜻밖에도 한국에 생소한 터키 알리기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 터키의 동치미라 할 수 있는 한국에 없는 체리와 살구를 끓여 만든, 콤포스트이다. 과일의 향과  영양이 엑기스가 되어 담긴 이 음식은 한국인들도 접근하기 쉬운 에넥스 카야의 향수어린 음식이다.

 

(사진; 스포츠 경향)

 

마지막 게스트 손미나의 물은, 어머니의 정성을 상징한다. 학창 시절 이래 공부를 하고, 아나운서라는 고달픈 직업, 그리고 뒤이어 여행가로 바쁜 딸을 위해 어머니가 준비한 좋은 재료를 넣고 달인 물은, 몸의 상태나 체질에 맞춰 섭취하면, 약이 따로 없는 보약이 된다.

 

'취향의 발견'이라며 등장시킨, 이원종의 생고기 회, 허지웅의 청소, 에넥스 카야의 살구 콤포스트, 손미나의 물의 조합은, 마치 <해피 투게더>의 '야간매점'과 같은 컨셉이다. 게스트들이 각자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것들을 들고 나와, 그것을 매개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식인 것이다. 지리멸렬해 가던 <해피투게더>는 한참 먹방이 화제가 될 즈음, '야간 매점'을 통해, 프로그램의 생명을 화려하게 부활해 낼 수 있었다. 과연 <매직 아이>도 그럴까?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야간 매점'이 성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에 트렌드가 되어가던 야식이라는 신선한 컨셉도 한 몫을 했지만, 게스트별로 다른 음식을 프로그램의 매개체로 윤활하게 버무려 낸 유재석이라는 명 mc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 회를 마친 <매직 아이>는 어떨까? 특별한 취향만큼 도드라진 이원종의 존재감과, '성욕'을 거부한 청정 독신남에 어울리는 허지웅의 취향도, 그 맛과 향기가 궁금한 에넥스 카야의 살구 콤포스트도 기억에 남지만 그뿐이다. 마치, 매일 저녁 찾아오는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맛집처럼, 그렇게 '취향의 발견'도 게스트들만의 별달랐던 취향으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먹음직스런(?) 육고기 회에, 달콤한 살구 콤포스트의 맛이 궁금하고, 허지웅의 방안이 궁금하지만 그뿐이다. 도대체, 애초에 <매직 아이>가 무엇이었을까 되볼아 보기 조차 아득하다.  그저 익숙한 김구라와, 그가 주도하는 분위기에, 몇 마디 말을 얹는 이효리, 문소리, 그리고 추임새를 넣는 문희준이, 게스트들의 독특한 취향의 소개에 진력할 뿐이다. 애초에 야심차게 선보였던 '매직 아이'라 할만하던 신선한 시선도, 냉철한 견해도, 이제 '취향의 발견'에서는 찾아볼 여지가 없다. 이원종의 육고기 회 부분에서, 그저 채식을 즐기는 이효리를 위한 콩고기 요리가 등장할 뿐, 육고기 회를 먹는 자체에 대한 회의나 반문은 없이, 상찬만이 이어진다. 허지웅의 청소 취향에 대해서는 뻔한 '외로움'이 화두로 등장할 뿐이다. 당연히 게스트들의 말빨에 따라, 에넥스 카야와 손미나의 취향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다.

 

애초에 이효리의 토크쇼라 하던 <매직 아이>는 이제 김구라의 <매직 아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이고, 그런 김구라의 대한민국 보통 아저씨의 눈높이에 맞춘 토크쇼에서, 제주도에서 대안적 삶을 꿈꾸는 새댁 이효리의 시선이나, 촌철살인을 하는 문소리의 견해가 등장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메인 mc 김구라에, 패널 이효리, 문소리, 문희준의 분위기가 되어간다.

더구나 김구라가 유재석처럼 분위기를 아울러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라디오 스타> 같다. 누군가 튀어오르는 사람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토크의 참여도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원종의 생고기 회 이야기를 할 때, 에넥스 카야나, 손미나의 존재는 방기된다. 애써 생고기 회를 먹고자 하는 김구라와 허지웅만이 함께 할 뿐이다. 그 취향의 성격도, 김구라가 mc인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김구라의 색깔만이 도드라지듯이, 안타깝게도, '취향의 발견' 첫 회에서, 모두가 함께, 누군가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하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아저씨 김구라의 취향에 맞는 취향의 발견같기도 하다.

 

물론, 생고기 회나, 살구 콤포스트나, 각종 약재를 끓인 물에 청소까지, 취향의 발견에 등장한 소재들은, 이전의 <매직 아이>에 등장했던 토크의 매개체들보다 한결 친숙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다. 그러기에, '취향의 발견'이 이전 <매직 아이>에 비해 한결 덜 생경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신,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토크란 느낌 역시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매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이는 취향 여부에 따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오고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그 익숙함과 친숙함 덕분에, 침체되어 있던 <매직 아이>는 전주 대비 1%의 상승이라는  시청률의 청신호를 얻었다. 이 호응을 mc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게스트들을 어우러내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살리는 것이 남은 숙제가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0. 8. 11:54

10월 7일 <연애의 발견>이 16부작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청률은 여전히 7% 대(10월 7일 7.6%, 닐슨 코리아)에서 머물고, 단 한번도 월화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한 적도 없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여름(정유미 분)이 결국 누구와 이루어질 것인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질 만큼, 화제성넘치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정현정 작가의 대부분의 전작처럼, 역시나 <연애의 발견>에서도 한여름은, 그녀의 첫사랑 강태하(에릭 분)와 이루어 졌다.

 

멋진 성형외과 의사 애인 남하진(성준 분)을 놔두고, 전에 사귀었던 애인을 잊지 못해 오해를 사고, 결국 그로인해 이별을 반복한 끝에 다시 첫 사랑의 그 남자를 찾아가는 <연애의 발견>의 그 어떤 것이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앗아간 것일까?

 

첫 회, 드라마는 다짜고짜, 인터뷰라도 되는 듯, 과거의 연인이었던 한여름, 강태하의 카메라를 향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사랑을, 하지만 여전히 감정이 섞인 채 발언하는 두 사람에게서,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에 쟁여놓은, 이루지 못한 사랑의 흔적을 끄집어 내게된다. 모든 완성되지 않은 첫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혹은 남자는 죽을 때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등등,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첫사랑에 대한 격언들은, 우리가 어설퍼서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된 첫사랑에 대한 쓸쓸한 되새김질로 가득차있다.  왜? 아마도 말 그대로 '첫'사랑이기에, 대부분 성취하지 못한 사랑이기에, 처음이 가진 처녀지의 기억과, 그 처녀지를 일군 서투른 농부의 또 다른 경험이, 실패한 자에게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아주 경제)

 

이렇게 드라마는, 사랑을 해보았던 사람들에게 대부분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낚아 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반추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 실패를 되돌이킬 기회를 준다. 애인 남하진의 소개팅 장소로 돌진한 한여름은, 그 장소에서 우연히도 전 애인 강태하를 만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적나라한 연애사가 시작된다. 말 그대로 '양 손의 떡'을 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 한여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게 또 실감난다. 왜? 그것 역시 '솔직히'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해본 감정이니까.

동물의 세계도 아닌 인간 세계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공평하게 하나의 짝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따박따박 수학 공식처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교통사고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연애의 발견>은 바로 그 지점, 흔한 멜로 드라마의 삼각 관계를 인터뷰의 형식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접근해 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는 치졸한 모습들, 혹은 오해를 살만한 행동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감정들을, <연애의 발견>은 가감없이 드러낸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애라는 것이, 사랑이란 감정 노동을 빌어, 결국은 내 짝을 쟁취하고야 마는 원초적인 짝짓기의 요식 행위이기에, 일찌기 도끼를 들고 대결을 벌이던 원시시대 이래, 승패가 분명하게 판가름날 수 밖에 없는 전투라는 것을 <연애의 발견>은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승리의 과정은 '나쁜 년', 나쁜 놈'이라는 도덕적 댓가보다도 본능적으로 우선한다는 것 역시 가감없이 드러낸다.

 

물론 이런 두 남자를 양 손에 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설정, 남하진과의 관계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전 애인 강태하를 놓지 못하는 식의 도돌이표 해프닝은, 솔직한 토로임에도, 애청자들을 중반부 많이 지치게 했다. 아마도, 그나마 '나쁜 년' 한여름을 정유미라는 선하고 사랑스러운 배우가 연기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을 외면하고 말았을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정유미의 솔직한 사랑스러운 연기에, 그리고 욕하면서도, 사실은 우리도 그렇지 하는 인지상정으로 <연애의 발견>의 개근 티켓을 딴다.

 

그러나 <연애의 발견>이 그저 흔한 삼각 관계와, 진정한 사랑의 쟁취에만 방점이 맞혀져 있지 않다. 마치 하루를 마치고 일기를 쓰듯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성찰'에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와 남하진을 사귀고 있는 한여름이 강태하를 만나 다시 흔들리는 사건은, 그저 사건이 아니라, 5년 전 강태하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어진 한여름의 트라우라로 이어진다.

언제나 자상한 남하진의 인내도, 어릴 적 입양 과정에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동생에게 남겨준 상처로 이어진다.

가장 그럴 듯해보이는 연인 한여름, 남하진은, 결국 이제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른 연인 코스프레를 하는 슬픈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묻는다. 진짜 사랑을? 그리고 엉뚱하게도, <연애의 발견>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사랑은, 그 누굴 만나느냐가 아니라, 올곧게 자기 자신으로 선 주체적 자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강태하랑 헤어진 한여름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듯이, 자신을 접고, 남하진과의 사랑에 적합한 여자가 되고자 한다. 남하진 역시, 어린 시절의 슬픈 기억을 덮어두고, 누군가의 착한 아들, 멋진 남자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위선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조차도 왜곡시킨다고 <연애의 발견>은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이 강태하를 다시 만나 흔드리는 것, 남하진이 안아름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묻어두었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그래서, 한여름의 뻔하디 뻔한 삼각 관계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아가는 '자아발견'의 과정으로 승화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메시지를 남기면서,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와 차별성을 가지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한여름이 다시 강태하를 만나는 것은, 그저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방기했던 자기 자신을 추스려, 다시 자기답게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선언 같은 것이다. 그래서, 뻔뻔하게 강태하 앞에 나타난 한여름이 티없이 밝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의 발견>은 가장 솔직한 연애 담론에, 자기 성장드라마까지 곁들여, 젊은이들의 절실한 감성을 건드려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지지를 얻는다. 때론 뻔하고 되풀이 되는 해프닝이었지만, 그래도 사랑의 본류에 가식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치지 않는 본질에 닿으려 했던 정현정 작가와, 작가의 감성을 200% 구현해낸 연출팀, 그리고, 그것을 더욱 설득력있고 사랑스럽게 연기한 배우들의 합이 만들어 낸 성취이다.

 

물론 현실의 그림자 따위는 찾아볼 길 없는 잘 나가는 선남선녀의 그림같은 사랑이야기라는 환타지, 순수 청춘 소설같은 감수성에서 한 치도 넘어서지 않는 정서 등의 한계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그 한계마저도, 그저 한계가 아니라, 정현정 작가의 다음 작품의 화두로 남길, 가능성으로 접어둘만큼, 뻔한 사랑 이야기에서, 그나마 <연애의 발견>은 진솔하게 청춘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길을 열었다.

by meditator 2014. 10. 8. 10:08

감옥에서 나온 태식(유건 분)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의 길로 나설  뻔 했던 유나(김옥빈 분), 하지만, 유나와 태식의 작전이 사전에 창만(이희준)에게 알려지고, 달호(안내상 분)와 창만은 유나와 태식이 범행하는 현장을 덮친다. 결국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까지 하며 창만 일행은 결국 태식의 일행을 배신한 남수(강신효 분)의 도움으로 유나가 소매치기한 돈봉투를 빼앗아 경찰에 가져다 준다.

 

결국 유나는 창만과 달호의 훼방으로 소매치기의 길로 다시 들어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나는 화가 나있다. 창만과 달호가 유나가 다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걸 막아준 건데, 감사하기는 커녕 잔뜩 화가 나 터져버릴 듯하다. 오히려 창만은 유나의 전화를 피하고, 그런 창만에게 유나는 전화를 자꾸 걸어댄다. 결국, 다영(신소율 분)으로 인해 유나의 전화를 받고, 유나가 홀로 술을 마시던 포장마차로 창만은 향한다. 그런 창만을 향해, '다시는 보지 말자'며 막말을 하던 유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다할 수 없는지, 결국 창만을 향해 손찌검을 한다.

 

창만이 맞는 모습을 보다 못한 다영이 거들고, 결국, 창만을 향한 분풀이는  볼썽 사나운 여자들의 육박전으로 마무리된다. 그러자,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창만도 마음이 달라진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유나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 유나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자신에게로 돌아오리라 믿고, 칼도 주먹도, 심지어 친어머니를 찾아다니며 갖은 애를 썼는데,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듯한 유나에게 서운하기 그지 이를데 없다.  그런 창만에게 달호는 상처난데 고춧가루라도 뿌리는 격으로 창만처럼 외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유나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 단언한다.

 

(사진;tv리포트)

 

하지만, 마음이 서운하여, 거리에서 마주친 유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는 창만을 유나는 한참 바라본다. 그런 유나의 눈은 많은 걸 담는다. 창만은 유나가 태식을 만나, 다시 소매치기를 하고, 그와 다시 사랑하게 될까 걱정하지만, 유나에게 태식은 그저 빚쟁이일 뿐이다. 마음의 빚쟁이.

 

유나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린 시절 소매치기를 시작한 자신을 '사랑'의 이름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그리고 자기의 죄까지 뒤짚어 써가면서 감옥 생활을 한 태식에게 유나는 마음의 빚이 깊다. 출소한 태식이 자신을 도와 달라고 했을 때, 유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소매치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마음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심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을 창만과 달호가 나타나 엎어뜨려 버리자, 유나는 자중지란이다.

 

미선과 양순의 충고로, 태식에게 이제 더는 소매치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태식은 본색을 드러내며 유나때문에 얽크러져 버린 일을 들먹인다. 그만하면 태식에게 진 빚은 갚았다고 하지만, 유나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마음의 빚'은 어떻게 청산되어야 할까?

양순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는 유나에게 그녀의 도움으로 태식이 손을 씻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손을 씻을 정도의 도움도 되지 않는 유나의 소매치기는 결국 악순환의 일부라고 단언하며.

또 다른 월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도 마음의 빚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입양이 된 하진(성준 분)에게는 고아원의 동생 아림(윤진이 분)이게게 마음의 빚이 있다. 아림이가 입양될 뻔한 기회를 둘이 도망가서 날렸음에도, 정작 자신은, 그 기회를 잃을까봐, 아림이가 자는 사이 몰래 도망치듯 고아원을 떠났던 기억에서 비롯된 마음의 빚이다. 그로 인해, 하진은 늘 악몽과 두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정작, 아림을 만나, 그녀로 인해 여름(정유미 분)의 오해를 사면서도, 하진은 아림 앞에서 솔직해 지지 못한다. 그녀를 물적으로 돕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자신이 고아원의 그 오빠라는 걸 고백하지 못한다.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는 아림은, 하진에게 편지를 통해 말한다. 자신이 서운했던 건, 그가 자신을 버렸다는 게 아니라,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그것 뿐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마음의 빚쟁이가 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하진의 마음이 쉬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여름의 능력을 아까워하며 자기 회사의 공간까지 빌려주며 가구 박람회에 나가기를 종용하던 태하(에릭 분)의 요청을 여름은 거절한다. 더 이상 그에게 또 다른 빚을 지고 싶지 않아서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빚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마음으로 진 빚은, 돈으로 청산되는 빚보다도 그 그림자가 깊다. 마음의 빚은 빚이다. 사랑이 아니다. 유나가 다시 소매치기를 하면서까지 그걸 갚으려고 할 만큼. 그리고 역으로, 창만이 유나에게 갖은 정성을 다하면 다할 수록, 유나와 창만의 관계에도, 아이러니하게 마음의 빚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오히려, 이제 유나에게 서운해 하는 창만, 그리고 그런 창만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유나의 관계에서 비로소 두 사람은, 마음의 빚을 진 관계를 넘어, '사랑'을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빚을 '불교 용어'로 '업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한 생에서 다하지 못한 업보를, 몇 생을 거듭하며 갚아나가야 하는 삶의 숙제로 설명한다. 그렇게 자신이 진 빚을 다하고 나면 비로소 생명의 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중생(中生)의 처지는, 업보를 쌓고, 지고 가는 고행길일 뿐이다.

그런 고행의 인생을, <유나의 거리> 작가는, 도끼 형님과 독사의 관계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유나가, 자신이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태식을 도와 다시 소매치기를 하려고 할 때, 도끼의 병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도끼를 넘보던 독사, 하지만 이제 위암 말기에, 고통만을 호소해 병원 자체 내에서 기피 환자가 되어버린 독사를, 도끼와, 그 주변 사람들이 품어준다. 인지상정으로 보면 독사가 일어나 무릎 끓고 빌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독사는 도끼의 도움을 받는다. 심지어, 독사로 인해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 병실을 바꿔주겠다는 병원 측 배려에, 도끼는 괜찮다며 거절을 하고, 독사를 그런 도끼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즉, 김운경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빚이, 그렇게 유나가, 소매치기 한번으로 태식의 빚을 갚아내듯 단순한게 아니라고 도끼와 독사의 관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이승에서 진 업보는, 일회성으로 갚을 수 있는, 자신이 짊어지고 갈 말 그대로의 업보임을 작가는 밝힌다. 이미 유나가 저지른 과거의 소매치기 범죄가, 어디 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자해지가 아니라도, 삶에는 또 다른 돌파구가 있다. 평생을 조폭으로 살아오던 도끼가, 말년에, 한 병실의 독사를 품어내고, 빌라 사람들의 윗어른으로 살아가듯, 일더하기 일의 갚음은 아니라도, 그렇게 도끼는 자신의 업보를, 풀어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마음의 빚을 갚을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음을 작가는 암시한다.

 

마음의 빚에서 시작된 유나의 소매치기 재범 해프닝은, 그저 유나와 태식, 창만의 삼각 관계를 넘어, '업보'라는 인간적 딜레마에 대한 진한 고찰로 이어진다. 여전히 <유나의 거리>가 보는 세상은 넓고 깊다.

 

by meditator 2014. 10. 7. 11:40

10월 6일 <힐링 캠프>는 김준호 편을 방영했다. 여기저기 출연을 통해 김준호라는 인물에 대해 더 이상 사람들이 알 것이 무엇이 있겠나 싶었나 싶었는데,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코미디를 향한 그의 열정과, 그 열정 속에 숨겨진 그의 속내를 다시 한번 진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패러디로 명량의 이순신처럼 등장한 김준호,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호칭은, 명량이 아니라, 천하에 놀기 좋아하는 '한량'이었다.  mc들은 한량 김준호를 증명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증거를 들이댔고, 8개의 명함을 위시하여, 그 모든 것이, '한량' 김준호를 설명해 내는데 이의를 달 길이 없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량' 김준호를 증명하는 과정은, 역으로, 코미디언 김준호의 열정을 설명하는 지름길이 되었다.

 

출연하는 내내 김준호는 어설픈 영어를 남발했다. 한때 첫 버라이어티 신고식을 치루었던 <남자의 자격>에서 발길질을 당하며 함께 했던 선배 이경규와는, 마치 그의 발길질이 호된 학습이라되 된 듯이, <힐링 캠프>에 나온 김준호는 이제, 자신이 <인간의 자격>에서 오로지 밀 수 있었던 콩트 대신에,  그 어떤 영어보다도 한국인이 알아듣기 쉬운 난이도의 어설픈 영어로 죽을 맞춰가며, 재밌는 예능의 호흡을 맞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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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머니투데이 뉴스)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김준호의 어설픈 영어가 그저 웃기기 위한 소도구가 아니었음을 시청자들은 알게 된다. 올해 들어 이제 2회 째를 맞이한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이끄는 집행위원장인 그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사비를 털어 넣으면서도, 부산을 국제 코미디 교류의 '무역 센터'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의 수단임을 느낄 수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처럼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또 하나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 그의 어설픈 영어는 웃음의 소도구 이상, 그의 열정의 도구로 씌여질 듯하니까. 그리고 이런 김준호의 열정은 처음엔 '한량'처럼 그럴 듯한 직함을 가졌다는 우스개에서 시작된 mc들의 소개를 넘어, 선배 이경규조차 후배 김준호의 코미디 사랑에 고개를 숙이고, 내년에 부산 거리에서 함께 공연을 할 것을 약속하게 만든다.

 

그의 열정은 그저 페스티벌 등 행사를 벌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폐지 이후 일자리를 잃은 타 방송사 후배들에게 주머니의 돈을 다 내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개그맨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코코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사장이 되었다. 처음 김준호가 코미디 기획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김준호가?' 했던 것들이, 이제는 김준현, 이국주, 조윤호 등, 트렌디한 개그맨들이 모여있는 코미디계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우스개로 휴머니즘으로 시작하여, 자본주의로 마무리되는 그의 기획사는 그만의 기획사가 아니라, 그와 후배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견인차가 된 듯 보인다.

 

부산 코미디 페스티벌 집행 위원장, 코코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세간의 인식으로 보면, 한 '권위' 할 것 같은 그의 직함들을 소개 받으며 여전히 김준호가, 권위있는 실세가 아니라, 그의 어설픈 영어 표현대로,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라는 그의 표현이 고스란히 그의 진심으로 느껴지듯, 코미디를 향한 그의 열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놓고 기획사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차별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페스티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수리가 땅에 닿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는 그의 '세속적' 표현들조차 그의 열정을 설명해 주는 다른 표현에 불과한 듯이

by meditator 2014. 10. 7. 09:57

10월 5일 방영된 2014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시리즈의 열 여덟번 째 작품은 2013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단막극이다. 그래서일까?  <다르게 운다>는 제목에서부터,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방벽에 우등상장이 즐비하게 붙어있는 방, 수학 문제를 풀던 지혜는, 그 매미 소리를 못견뎌한다.

지혜는 아버지와 이혼한 채 두 아이를 기르는 편모 슬하의 딸이다. 우등새인 지혜는 그래도 자기 앞가름은 스스로 하는 기특한 아이지만, 오빠는 다르다. 소년원을 들락거린 오빠는 지금도 여전히 짬만 나면 쌈박질에 파출소 행이다.

 

우등생에게 주어지는 해외 어학 연수 기회를 얻은 지혜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딸의 어학 연수보다 자신의 대학원 수업에 더 관심이 많은 엄마가 원망스럽다. 매사에 시끄럽게 싸워대는 엄마와 오빠가 흡사 지혜가 싫어하는 매미들같다. 심지어 우연히 전화통화를 하게 된 아버지의 잦은 전화조차, 매미소리처럼 지겹다. 차라리, 바퀴벌레처럼 조용하기나 하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겨우 잔뜩 원성을 쏟아붓고 얻어낸 어학 연수의 기회마저 오빠의 폭력 사건으로 날리고, 지혜의 마음은 바뀐다. 이 집에서 자신이 그저 조용히 살아야 할 바퀴벌레 같다. 드러나면, 날라온 책에 얻어맞아 터져버리는 바퀴벌레처럼, 어학 연수 기호를 놓친 자신의 처지가 하염없이 원망스럽고, 그런 마음을 가감없이 가족에게 쏟아놓는다.

 

하지만 상황은 아버지의 생각지 못한 죽음으로 달라진다. 전화를 통해 암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토로를 귓등으로 흘려 들다못해, 자신의 처지로 인해 귀찮게 여겼던 지혜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빛쟁이에 쫓기던 아버지였기에 장례식조차 갈 수가 없다. 오빠와 지혜가 할 수 있는 건  친권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냉정한 듯 보이던 가족들은, 마치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듯, 결국 터져버리고 저마다의 울음을 토해 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지혜는 안다. 매미가 한 여름 죽도록 울어대듯이, 그간 가족들이 저마다 다르게 울어왔음을, 자신은, 매미를 그저 지겨워 하듯이, 그렇게 가족들도 대해 왔음을.

 

(사진; 뉴스웨이)

 

벌레의 울음 소리를 매개로 열 여덟 소녀 지혜의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들여다 보는 <다르게 울다>는 '가족의 발견'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징적 혜안이 돋보인 작품이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 시끄러운 가족들의 싸움 소리, 그 소리의 반대 편에, 항상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조용한 지혜, 그리고 조용히 자기 살 길을 찾아 움직이는 바퀴 벌레 라는, 소리와, 무 소음의 대비를 통해, 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그리고, 시끄럽고 귀찮은 가족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뿔뿔이 저마다 흩어져 있던 가족을, 하나의 공동체로서 느끼고, 관계 맺기를 회복하고자 한다.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런 <다르게 운다>의 통찰적 관점은 단편 소설적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것이 하지만 이 드라마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한 가족 저 마다의 상징과 발견은, 무릎을 탁 칠 만큼의 혜안이지만, 동시에, 그 상징이,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되었는가는 아쉽다. 결국 상황의 구상화를 통한 설득이 아니라, 지혜의 나레이션을 통해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상징은, 평면적일 수 밖에 없고, 통찰은 이해가 되지만,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엄마와 오빠의 그 모습이, 가을이 오기 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미같은 또 다른 울음이었다는 해석은 탁월하지만, 그것이 나레이션을 통한 사후 해석이 아니라, 극중에서 좀 더 설득적으로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가족들이, 그간 각자 다르게 울어왔음을 이해한 이후 급작스럽게 변화된 가족의 관계도 그렇다. 아버지의 죽음을 매개로, 각자 통곡을 하며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있음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인데, 어쩐지, 의례적인 결론 같아서 뻔하다. 각자 저마다 통곡을 한 후 각자 변화된 모습은 이제 '클리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 시절, 자신이 이 가족의 일원이 아니기를 바라는, 청소년기의 분리 정서의 뉘앙스를 고스란히 극으로 드러낸 점, 그리고 그것을 벌레 울음 소리를 통해 가족과 소녀의 관계를 정립하고 정리해 나가려 한 설정은, 최우수작에 걸맞는 성취이다. 하지만, 그런 빼어난 직관은,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 이후, 급작스러운 가족들의 변화와 어설픈 해피엔딩으로 맛을 잃는다. 여전히 다시 시작한 드라마 스페셜의 한 편의 완결된 드라마를 내보이겠다든 조급함이랄까, 어설픔이랄까 하는 것이 극복되지 않는다. 시나리오의 글맛이 더 나았을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너무 피상적이었나 하는 고민을 주는 드라마였다.

by meditator 2014. 10. 6. 10:48

강남 한류 페스티발이 열리기 이틀전인 3일 밤, 한류 페스티발이 열릴 예정인 영동대로 한국전력 공사 앞 한 구석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선착순 입장이 예정된 jyj 콘서트에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시작한 이후로 몰려든 사람들은 콘서트 당일 오전, 벌써 한국 전력 본사 앞은 물론, 주차장에 뺑글뺑글 뱀이 또라이를 틀듯 끝도 없이 줄을 이어갔다. 오후 5시 입장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콘서트 장으로 빠지는게 무색하게, 계속해서 콘서트를 보려는 사람들로, 주차장은 계속 채워져 갔고, 결국 콘서트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콘스트 장 주변 인도까지 빼곡하게 채운채, 오만 여 명의 사람들이  jyj의 공연을 지켜보았다. 한류 페스티발이라는 콘서트의 주제가 무색하기 않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가 공연하길래 이렇게 외국 사람들이 많냐고 놀라듯, 공연장을 채운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다양한 국적의 이방인들이었다.

(사진';뉴스엔)

 

 

'왕의 귀환'이라는 이번 앨범의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jyj는 7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예의 '아이돌'이라는 틀에 국한시키기에는 아쉬울만큼의 '뮤지션'다운 풍모를 뽐냈다.

비더원(be the one), 바보보이(baboboy) 등의 화려한 무대로 오프닝을 연 jyj는 그들의 콘서트와 조금은 달랐던 개인의 단독 무대가 돋보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김재중은 이적의 '하늘을 달린다'를, 박유천은 '너에게 기대' 등 일반에게 익숙한 대중 가요를 선보였다.

이어진 공연에서, 김재중은 자신의 곡 '화장'으로 가을의 정서를 더했고, '버터플라이'를 통해 록커로서의 면모를 아쉬움 없이 뽐냈다. 박유천 또한 자신의 자작곡, '서른', '그녀와 봄을 걷는다'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풍부한 감성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준수는, '사랑은 눈꽃처럼'을 통해 이미 뮤지컬 가수로서도 정평이 난 그의 가창력을 확인시켜 주었고, 이어 '인크레더블', '타란탈레그라'등 빠른 템포의 곡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를 보여줌으로써 불가능한 경지의 댄스가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준수의 말처럼, '동방신기'로 광화문 앞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이후, 오랜만에 대중 앞에서 오픈 콘서트 기회를 얻은 jyj는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강남구청과 현대 자동차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고, 쌀쌀한 가을 밤 자신들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가을 밤의 한기를 잊을 정도의 열정을 분출해 내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무대에 이어진 jyj 무대에서, 인해븐(in heaven), 소소(soso) 등 발라드 곡은 물로, 이번 앨범의 대표곡인 백싯(back seat), 발렌타인(balentine)은 물론,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서도 사람들을 열광시킨 엠티(empty) 등의 댄스곡으로 가을의 영동대로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이 마무리 된 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jyj와 앵콜을 연호하며 이들을 기다렸고, jyj는 그런 팬들의 성원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와, 신나는 앵콜을 통해 두 시간 여의 공연을 충만하게 마무리했다.

 

영동 대로 한쪽 차선을 막고 설치된 이날의 야외 무대는, 야외라는 말이 무색하게 훌륭한 음향과, 전광판으로 멀리서도 jyj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공연 중간, 물과,불과, 폭죽으로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도 이날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 어떤 외국인이 봐도, 손색이 없는 한류 페스티발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며칠 밤을 새서야 겨우 앞 자리를 차지 할 수 있거나, 당일 날 오더라도 하루 종일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선착순 입장은 좋은 콘서트를 위한 감내의 시간이라기엔 고통이 가혹했다. 심지어, 주최측과 일반인과, jyj멤버쉽 회원간의 입장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오랜 시간을 기다린 관객들에겐 또 한번의 혼란이었다.

또한 길다랗게 만들어진 특설 무대도 만만치 않았다. 올 스탠딩 특설 무대는 멀리 자리잡은 팬들에겐 가수를 보는 건 거의 언감생심 수준이었고, 전광판을 통해서나 그나마 가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하필 이날따라 전광판은 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불친절하여 때론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려고 몸싸움을 하며 발돋움을 하다 우는 관객조차 속출하였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린 한류 페스티발로써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루었다는 성취는 보였지만, 정작 콘서트 관객에게 그리 배려되지 않은 공연으로서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안정된 음향과,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즐길 꺼리가 되었던 jyj의 음악만이, 오랜 시간을 기다린 콘서트 관객들의 위로가

by meditator 2014. 10. 6. 09:10

ocn의 새로운 장르물이 등장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출연진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 했던 <나쁜 녀석들>이 바로 그 작품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은 이후, 출연 작품조차 그가 방송을 통해 보여준 균형잡힌 시선의 이미지에서 크게 훼손되지 않았던 작품만 골랐던 김상중이 냉혹한 법률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던 <개과천선>에 뒤이어,  '미친 개'같은 형사로 돌아왔다.

김상중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전직 형사기라도 하지, 다른 '나쁜 녀석들'은 말 그대로 나쁜 녀석들이다.

한 덩치하는 마동석이야, 조폭이 낯설지 않는다 해도, 멜로 드라마에서 실장님 역을 단골로 맡던 미남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다. 번듯한 외모의 조동혁은, 지방 0%의 느낌을 주는, 날선 근육질의 살인청부업자 이태수가 되었다. 훈남 박해진은, 흰자위 안에 동동 뜬 검은 눈동자가 섬찟하게 느껴지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이 되었다.

 

<나쁜 녀석들>의 시작은 한 가정의 가장인 형사에게서 시작한다.

자신의 가정을 넘어 세상 모든 가정의 평안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범인을 쫓던 형사는 끝내 범인의 칼을 피하지 못한다. 경찰청장인 아버지(강신일 분)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과도한 사건 조사로 물의를 빚고 쫓겨난 '미친 개 오구탁(김상중 분)을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범죄로 잃은 형사 오구탁에게 아들을 죽인 범인을 잡아준다면, 나쁜 놈들을 소탕할 전권을 주겠다고 설득한다. 경찰청장의 청을 받아들인 오구탁, 자신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수단으로 삼은 것은 또 진짜 나쁜 놈들, 살인청부업자에, 조직 폭력배에, 연쇄 살인범이다. 이들을 감옥으로부터 부른 오구탁은, 몇 십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형량과 관련된 '딜'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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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n)

 

첫 회의 <나쁜 녀석들>은 '미친 개'같은 캐릭터의 향연이다. 형사 오구탁을 위시하여, 조폭 박웅철에, 살인청부업자 이태수에, 연쇄살인범 이정문까지, 언제나 한껏 감정을 꼭꼭 담아 누른 위압적인 연기를 통해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김상중이, 정말 미친 개가 '으르렁거리기라도 하듯' 한껏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낯설게 분로를 발산한다. 오구탁의 김상중만이 아니다.  누가 더 나쁜 놈인가를 내기하도 하듯, 정태수는 독사처럼 비열함을 내뿜고, 박웅철은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린다. 멜로 드라마에서 빛나던 박해진의 허여멀건한 외모는, 밀랍으로 만든 인형처럼 감정을 소통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제격이다.

 

한껏 각자의 캐릭터를 발산하는 만큼, 첫 회의 드라마는 단선적이다. 나쁜 녀석들을 모아, 더 나쁜 녀석들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이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고심하는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법의 수호에 상징인 경찰청장은, 자신의 아들이 죽자, 대번에 '사적 복수'를 위해 불법적 수단을 마다치 않는다. 거기에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미친 개' 형사는 제격이다. 그리고 미친 개에 어울리는 '더 미친 녀석들' 세 명의 포스와 활약 만으로도 <나쁜 녀석들>의 아우라가 넘친다. 경감이라는 유미영은, 경찰 고위직에도 불구하고, 김상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되는 듯 단순하고 감정적이고, 다짜고짜 상의를 벗고,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며,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또 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전형적인 남성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로 소비된다.

마치 레이스를 기다리던 차들이 '부릉부릉' 시동을 걸다, 깃발이 올라가기 무섭게 질주하듯, <나쁜 녀석들>의 1회는 사이코패스 이정문이 합류하기 까지 그들이 얼마난 나쁜 놈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달린다.

 

그러기에, 이렇게 진력하여 얻어낸 '나쁜 녀석들'로 이제 진짜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2회가 기대된다. <나쁜 녀석들>이 어떤 드라마일 것이라는 판단 역시 초반 스파트에 치중한 1회만을 보고는 선뜻 이렇다 정의내릴 수 없다. 또한, 그래도 경감이라며 조사를 해서 알아냈다는 유미영의 정보, 세 나쁜 녀석들과, 오구탁 경감의 면직일 사이의 관계, 왜 하고많은 범죄자들 중 이들을 선택했는지의 이유가, '나쁜 녀석들을 이용하여 더 나쁜 녀석들'을 잡는 드라마의 숨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자를 단죄할 수 밖에 없는 비도덕적 도전에 대한, 고뇌와 해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0. 5. 02:06

음원까지 휩쓸며 화제를 모았던 곽진언과 김필이 라이벌 미션에서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벗님들의 '당신만을'에 이은 멋진 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심지어, 눈물까지 어린 듯 이들의 노래를 감상하던 윤종신이, 라이벌 미션을 하라고 했는데,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면 어떻게 어떻게 하느냐며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미션은 미션, 결국, 들국화의 '걱정말아요'를 전체적으로 편곡을 하며 프로듀싱을 했던 곽진언의 숨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김필이 승자가 되었다. 김필은, 곽진언이 떨어진 것에 대해, '걱정말아요'가 온전히 그의 프로듀싱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을 잇지 못한다. 곽진언은 자신을 알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쓸쓸히 뒤를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여섯 번째 시즌까지 애청한 시청자라면, 그렇게 화제성을 뿌린, 거기에 실력까지 겸비한 곽진언이라면, 필히 그가 되살아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아니 확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다수의 참가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미션에서 동시에 탈락한 결과, 라이벌 미션의 본선 진출자는 일곱 명 밖에 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떨어진 나머지 탈락자들 중, 무려 네 명의 참가자에게 본선 진출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린다. 톱11이다.

 

이렇듯, 시즌6까지 도달한 슈스케는 마치 시즌제의 드라마와 같다. 미션이 주어지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참가자들, 그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의 과정에 감동이 있다. 하지만 냉혹한 미션, 심사위원들은 출연자들의 성취에 따라, 때로는 감동적인, 때로는 가장 냉정한 리액션을 보인다. 그리고 결과, 대별되는 심사위원의 표정만큼이나, 출연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시청자들이 느끼기에도 별로였던 공연은, 가차없이 모두가 탈락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좋았다고 느꼈던 공연에서도 예외없이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안다. 그것이 감동적 클라이막스를 위한, 슈스케의 숨겨진 한 수라는 걸. 미션의 승리자들이 기다리고, 갖가지 방법을 통해, 패자부활했음을 통보 받는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식의 상황이 재미를 준다면, 라이벌 미션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연기력이 실험대에 오른다.


Mnet '슈퍼스타K6' 방송 화면 캡처

(사진; 텐아시아)

 

하지만 '이렇게 ~는 떨어지게 되는 건가요?'라는 나레이션 성우의 목소리조차, 뻔해지는 여섯 번째 시즌임에도, <슈퍼스타k6>는 화제의 중심에 있다. 다섯 번째 시즌이 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달리.

그리고 그 이유는 명확하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노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시즌5에서 처럼, 노래를 못하는 데도 다음 미션에 진출하는 어거지도 없고, 없는 감동을 짜내는 '악마의 편집'의 무리수도 한결 줄어 들었다. 여전히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연출은 존재하지만, 그런 제작진의 의도를 넘어서게, 시즌6은 심사위원들이, '지옥의 레이스'라고 할 만큼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했다.

콜라보레이션 미션 후, 곽진언-김필-김도연의 '당신만이', 그리고 이제 라이벌 미션 후에는 역시나 곽진언-김필의 '걱정말아요'가 음원 차트의 수위를 차지한다. 슈스케에 이제는 관심이 멀어졌던 사람들도, 그들의 노래를 찾아듣고, '이제는 한물 갔다던' 슈스케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마치 슈스케 시즌2의 허각이나, 슈스케 시즌3의 울랄라 셔센처럼, 노래 잘하는 출연자들의 노래를 통해 슈스케는 다시 기사회생했다.

결국, 제 아무리 '악마의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심장을 죄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들,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본연의 맛은, 결국, 좋은 노래와, 훌륭한 출연자에게서 비롯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슈스케6가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 지리멸렬해지던 슈스케에게 생명줄을 연장시켜 준 건, 우연한 출연자의 실력이다.

by meditator 2014. 10. 4. 13:48

10월 2일 11시 15분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이 등장했다.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

'부탁해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덕화가 처음으로 '쇼'가 아닌 '예능'에 등장한다. 이름하여, 고충처리반 단장이다. 이덕화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무려 5년 만에 mbc로 귀환한 이경규이다. 그들과 함께 고충처리반 단원으로 유상무, 시스타의 보라가 활약한다.

그런데, 5년만의 이경규의 귀환답게(?), 첫 방송된 <국민고충처리반 부탁해요>의 면면은 어디선가 본듯 익숙하다. 

 

첫 번째 꼭지로 등장한 빌라에서 닭키우는 집은 그 상황만으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리는, <국민고충 처리반 부탁해요> 첫 회를 장식하기에 충분할 만큼 충격적이다. 사업의 실패 후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준 '닭'에게서 위안을 얻기 시작하여 기르게 된 닭이 무려 500여 마리가 넘는 상황은, 카메라에 비춰진 그 자체로 '아비규환'이었다. 외부에서 키워보려 했지만, 민원이 거듭되어, 결국 집안으로 들여올 수 밖에 없다는 민원의 그 집에는, 방이고, 거실이고, 부엌이고, 베란다고 온통 닭과 닭깃털, 닭똥 투성이였다. 식구들은 그 안에서 닭과 씨름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성장한 자식들은 그런 집을 이해 못해 기숙사로 떠나거나 군대로 가버렸고, 친정 어머니는 의절을 선언했다. 시시때때로 울어대는 닭소리와 500마리의 닭들이 뿜어내는 냄새에 동네 주민들은 잠을 못잘 지경이다. 그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충 처리'의 필요성이 절감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부탁해요

(사진; tv데일리)

 

이렇게, 닭키우는 빌라의 상황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할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 처리반 부탁해요>는 '세상에 이런 일!'을 그저 보도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직접 그 집을 찾아가 대화를 거부하던 주인 내외를 설득해 닭을 키우게 된 사연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자고 설득해 들어간다. 드디어 주인 내외가 수락하자, '고충저리반'이 나서서 그들이 마련한 비닐 하우스를 개선하고 닭이 살만한 공간으로 만든다. 집에서 닭들을 깨끗이 치우고, 친정 어머니를 초대해 마음의 앙금을 풀어냄으로써, 첫 번째 고충 처리를 말끔히 해결한다.

 

두번째 고충처리 안건은 더더욱 익숙하다. 일찌기 이경규를 mbc의 얼굴, 공익 캠페인의 대명사로 만들었던 '양심 냉장고'의 2014년 판 버전이다.

서대문구, 중구, 강남구의 세 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세 곳의 구청장까지 출연시켜, 사람들의 무단횡단을 감시한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했던 서대문구는 물론, 중구, 강남구까지 구청장까지 직접 나서서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일주일 후, 카메라를 설치했던 그곳의 무단횡단은 한결 줄어든 것으로 방송은 마무리된다.

 

우선, 공익 캠페인성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된 이경규의 복귀와 '양심 냉장고' 등으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공익성 예능이 다시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다.

첫 회 충격적인 집에서 닭을 키우는 집과,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괜히 반갑고 친숙하다. 이경규와 호흡을 맞춘 이덕화 역시 예능의 첫 mc란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위트넘치는 진행의 일가견을 보여준다. 단원으로 등장한 유상무와 보라도 무리없이 어우러져 보인다.

 

하지만, 친숙함과 반가움을 뒤로 하고, 냉정히 평가해 보면,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21세기로 떨어진 20세기의 예능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안에서 닭을 키우는' 부부의 사례를 보자.

주민들이 빌라에서 닭을 키우는 집 때문에 민원을 넣는다. 그래서 찾아가 주인을 설득하여 닭을 소거하고, 척진 주변 관계를 해소한다. 언뜻 보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하지만 , 정말 그럴까? 아마도 텔레지젼을 보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비닐 하우스를 지어 옮겨 놓으면 뭘 하나 잡지도 않고, 부화기까지 동원해 마구 키워대는 닭을 앞으로 어찌 하려고? 도살되지 않은 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과연, 그럴 듯하게 지어놓은 비닐 하우스가 해결책이 될수 있을까?

여기서 21세기의 해결책은, 닭을 빌라에서 '소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친정 어머니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자기 자식까지 나몰라라 하면서 '닭'에 매달리는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뒤틀린 애정'의 마음 상태에 대한 치료 없이, 당장 닭을 집에서 몰아낸다고, 해결이 된 것일까?  그 집에 필요한 것은 닭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한 수의사가 아니라, 두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심리 치료사나 정신과 의사이다.

하지만,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그 예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 코너들이 하듯이, 방송이 나서서 무언가를 없애주고, 지어주고 함으로써 해결되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다수의 그런 해결주의적 프로그램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졌듯이, 노회한 시청자들도 안다. 그런 것이, 그저 방송용 깜짝쇼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물론 무단 횡단 근절 중요하다. 하지만, 그저 무단 횡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캠페인 성 접근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서대문구 사례를 보자. 연세대 앞 골목은 2차선으로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활용되는 곳이다. 이덕화의 변명처럼 사람들은 주말의 습관을 주중에도 이어나간다. 구청장은 곧 이곳을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코너를 이끌어 가는, 이경규는 그런 변명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을 자른다. 여전히 나라에서 만든 법은 지켜야 한다는, 우직한,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상명하달식'의 고답적 법치주의 가치관이다.

오히려,서대문구라면, 차라리 빨리, 주중에도 차없는 거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었으면 어떨까? 거리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강남구와 중구도 마찬가지다. 왜 그곳에 사람들이 굳이 횡단보도를 놔두고, 자꾸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지 짧은 꼭지의 시간에 쫓겨서인지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보다 '법'이 우위다. 사람들은, 그저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구청장들이 사람들을 동원하고, 플랜카드를 만들어 보이는 행정을 통한 해결책 밖에 결론이 없다. 이제 그런 걸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국민 고충처리반 부탁해요>는 새로운 예능이라며 연예인들을 데려다 짝짓기를 하고, 여행을 다니고, 음식을 먹는 여타의 예능에 비하면 신선하다. 하지만, 고충을 처리하는 방식은, 8,90년대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해 진부해 보인다. 2014년이라면, 오늘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맞는 '고충 처리'를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디 좀 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고충 처리의 방식을 가지고, 롱런하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10. 3.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