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이 방영되었던 게 벌써 2016년이다. 시즌 2에 대한 열화와 같은 기대가 이어졌을 만큼, <시그널>은 2016년을, 아니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젖힌 작품이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이미 <살인의 추억>을 통해 범죄 수사물의 클리셰가 되었다 했는데, 그 '클리셰'에 '과거'와 '현재'라는 공간적 지평을 넓히며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듯', '과거'를 통해 '현재'의 부조리를 '비판'해내며 김은희 작가는 이미 자신이 일궈놓은 장르물의 일가를 갱신했다.

그런 김은희 작가의 다음 선택은 애청자들의 기대였던 <시그널2>가 아니라 뜻밖에도 '좀비물'이었다. 그리고 공중파도, 종편도, 케이블도 아닌, 새로운 '플랫폼'인 '넷플릭스', 19금 인증을 하고 입장해야 하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을 연출한 건, 또 다른 반가운 이,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었다. 김은희와 김성훈 감독의 콜라보, 거기에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주지훈에 돌아온 류성룡, 믿고 보는 배두나가 만났다. 이들의 이름값 만으로도 이미 <킹덤>은 화제가 되었다. 화제작 <킹덤> 과연 그 이름값을 해냈을까?

 

 

트렌드가 된 좀비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부두교'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중국 강시가 유행하니 우리 영화에도 '강시'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듯이, 최근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좀비 역시 해외 이주 캐릭터이니까. 

로마 카톨릭의 제의적 형식에 아프리카의 주술적 신앙이 결합하여 아이티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간 신앙인 '부두교', 이 종교에서 등장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바로 좀비이다. 하지만 이 부두교의 좀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달리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던 좀비가 '영화'와 만나며 달라졌다. 좀비 영화의 조상이라 할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움직이고 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의 원형이 등장한다. 그러던 것이 2003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 후 '속도감'이 붙었다. 떼로 질주하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 이런 박진감 넘치는 좀비들의 공격은  이제 시즌9를 맞은 <워킹 데드> 등 미드와 <레지던트 이블>, <월드워 z>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표적 콘텐츠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에서 절찬리에 활약하던 '좀비'가 스물스물 우리의 장르물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생소한 장르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으며, 이어 부진했지만 <창궐>에 이어 <기묘한 가족> 등이 대기중이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도 뒤지지 않는다. ocn 인기작이었던 <손 the guest>를 비롯하여, <프리스트>에 이어 <빙의> 등 역시 '좀비물'의 영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렇게 우리 장르물에 있어서 대세가 되어가는 '좀비물', 그 대세의 김은희 작가가 <킹덤>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타깝게도, <킹덤>의 구성은 2018년 개봉한 <창궐>과 다르지 않다. 에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킹덤>이라지만,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가진 영화와 드라마라니, 이러한 비슷한 서사와 구성의 작품들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우라까이(베끼기)'의 관행은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익숙함이 만나니 새로운 
이러한 논란을 차치하고, <킹덤> 역시, 조선의 선조 때를 연상케 하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창궐'하는 좀비와 그 '원인'이 되는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말했듯이 해외 이주 캐릭터인 '좀비', 그 외인적 캐릭터를 어떻게 우리 정서에 맞게 설득하는가가 우선 작품 성공의 관건이 된다. 종교적 주술에서 출발한 좀비를 최근 영화들이 <부산행>에서 보여지듯 방사능이나 모종의 화학 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경적 사회적 요인을 통해 설득해 내며 현대로 온 좀비를 설득해내는 가운데, 과거로 간 <킹덤>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약초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여기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그 '의도'의 불온함, 권력의 불의함으로 부터 바로 <킹덤>은 시작된다. 말이 왕조 국가이지,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의정 조학주의 조씨 일가가 실질적인 지배자인 국가, 하지만 그럼에도 혈통으로 이어지는 왕조 국가에서 조학주(류성룡 분)는 자신의 딸인 중전(김혜준 분)의 출산 때까지 왕의 죽음을 미루기 위해 '생사초'를 이용한다. 

하지만 살아돌아온 왕은 궁궐의 연못을 '시체'로 메워갈 만큼 매일 밤  사람의 목숨을 탐하는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왕에 의해 희생된 부산 동래에서 온 의원의 수하로 인해 동래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 <킹덤>은 이를 역사 속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역병'으로 상쇄한다.  역병에 걸린 임금, 역병이 범람하는 고을. 여기에 알현조차 불허되는 아버지 왕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온 세자 이창(주지훈 분)와 그의 수하 무영(김상호 분), 그들이 좀비가 된 백성들과 대치하고 있는 의녀 서비(배두나 분)와 의문의 인물 영신(김성규 분)과 만나 범람하는 역병이라 부르고 좀비로 그려지는 백성들과 대치하는 한편, 그리고 이에 무지한 채 권력에 연연하는 지방 토호과 지방 관속들과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중고를 절박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러기에 <킹덤>은 불의한 권력 조학주에 의해 '농단'되는 왕, 그리고 국정과 그런 조학주에 본의 아니게 저항하게 된 세자의 '조학주와는 다른 백성을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왕도'의 길, 그리고 거기에 또 의지처처럼 등장했지만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모호한 안현 대감이라는 정치적 드라마를 한 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런 정치 드라마 갈등에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붙듯 창궐하게 된 백성들의 역습이라는 '좀비' 장르물을 더하며, '넷플릭스'속 세계 드라마에서는 신선한 장르로 등장한다. 물론, 2018년작 <창궐>을 차치하면 우리의 장르물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무기력하지만 권력에 탐하는, 그래서 권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선조와 그런 아비와 달리 진취적이며 개혁적인 세자 광해의 대립 구도는 이제 우리의 역사물에서 그리 새롭지 않은 서사이다. 그런데 이 새롭지 않은 갈등 구도를 조선 후기를 장악했던 권문 세가를 등장시켜, 이들에 의해 좀비가 되는 왕의 설정으로 가면서 드라마는 장르물의 신선한 흐름으로 변주된다. 

거기에 좀비인 왕에 의해 희생된 젊은 의생의 인육을 본의 아니게 먹게 된 백성들의 급격한 '좀비화', 심지어 밤만 되면 죽은 듯 활동을 멈추던 이들이 6화의 엔딩 즈음에 가서는 또 변수 '온도'를 통해 밤이 되어서도 활약을 하게 되는 설정은 역사물 그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엇갈린 평가, 그리고 과제 
하지만 이 '흥미'는 <킹덤>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1,2화에서 드라마는 장황하게 좀비의 역습을 그려낸다. 즉, 권문 세가의 손아귀에 좀비가 될 정도로 무기력한 왕과, 그런 왕의 칭병, 그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동래까지 '잠행'을 감행한 왕세자, 그런 왕세자를 '역모'로 모는 조학주의 음모, 그 진행은 익숙하거나, 느리거나, 헐겁다. 즉, '좀비'를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채워간 6부작 <킹덤>은, 좀비의 '창궐'에 흥미를 느낀 시청자라면 흥미롭게 6부를 완주해낼 수 있는 반면, 이전 작품에서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에 기대를 한 애청자였다면 6부를 완주하는데 끈기가 필요할 일이다. 심지어, 이제 왕세자 일행과 서비, 영신 등이 한 팀이 되어가고, 동래를 떠난 이들이 상주에서 이미 '좀비'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 안현 대감과 만나 이제 무언가 좀 하려는가 싶더니 시즌 1이 끝나버리는 지점에서는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시즌제는 좋지만, 과연 시즌 1에 걸맞는 충실한 내용이었는가에 대해 평가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시즌제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지점에서는 대부분의 시즌제 드라마가 첫 시즌에 등장 인물에 대한 캐릭터 구축으로 시즌 1을 설득해 내는 것과 달리, 안타깝게도 서비나, 중전에 대한 연기력 논란처럼 캐릭터 구축에 설득력이 떨어지며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데 <킹덤>의 짐이 무거워진다. 또한 조학주나, 왕세자 이창 역시 역사물 속 권문 세족이나, 개혁적 젊은 세자와 비슷하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것 역시 과제다. 그러니 그런 익숙하거나 어설픈 캐릭터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안현 대감이나 영신의 존재가 주목받는 것이다. 

 

 

또한 좀비가 백성에 대한 해석도 과제가 된다. 이미 <워킹 데드>, <월드 워 z>을 통해 이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피폐된 기층 민중들을 좀비로 상징화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듯, <킹덤> 역시 전란 후 끼니조차 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은 물론 지방 권력으로 부터 수탈받는 백성의 '역습', 그 상징으로 좀비를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 역습은 그러나, 동시에 불의한 권력를 둘러싼 정치적 드라마를 그려내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즉 고통받고 수탈받던 백성은 좀비가 되어, '주체성' 대신 공포적 도구화한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시즌2의 어깨가 무겁다. 

by meditator 2019. 1. 31. 16:18

본격 '미스터리 격정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tvchosun의 새 드라마 <바벨>의 출발은 3.5%(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순조롭다. <바벨> 제작진은 복수를 위해 인생은 내던진 검사(박시후)와 결혼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여배우의 사랑, 그리고 살인과 암투 속에 드러나는 재벌가의 탐욕스런 민낯과 몰락을 그려내겠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격정 멜로드라마답게 4부까지는 '19금' 드라마로 방송된다.




<각시탈> <최고다 이순신> <화랑> 등을 연출했던 윤성식 감독은 지난 24일 제작발표회에서  "그간 연출을 해오며 절절한 멜로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라며 "완성도 높은 대본에 배우들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호흡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끝까지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기 않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박시후, 김해숙 등 캐스팅에 대해서 "대본을 본 뒤엔 그림을 그려보게 되는데... (촬영을 진행해 보니)이들 배우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완결성 있는 연기로 탄탄한 대본을 잘 살려냈다"라고 출연진에 대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미스터리한 장르적 요소가 많지만 무엇보다 차우혁(박시후)과 한정원(장희진)의 이루기 힘들 것 같은 사랑, 하지만 그것을 향해 투쟁하는 두 사람의 예측불가하고 변화무쌍한 운명을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또한  "흔한 재벌가의 권력 암투가 아니라, 색다르고 파격적인 신현숙, 태민호, 태수호의 캐릭터 변주에 주목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바벨> 관전 포인트는? 

전작인 <러블리 호러블리>가 미처 끝나기 전에 몰입감 있는 대본과 감독-배우들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박시후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냉철한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차갑고 묵직한 남자다운 매력을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멜로의 장인이라고 불리지만, '격정 멜로'는 처음이라 걱정이 된다"라면서도 "첫 촬영부터 키스신을 찍었다. 하지만 덕분에 상대 배역인 장희진과 친숙해져 작품에 매진할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였지만 신문기자 차우혁의 기사로 인해 결국 태민호와 결혼, 거산 그룹의 며느리가 된 한정원 역할을 맡은 배우 장희진은 "기존에 내가 했던 역할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다 감정 표현이 다양하며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캐릭터의 차별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바벨>은 출연 배우들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연기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연과 비밀이 많은 거산가의 안주인 신현숙 역할을 맡은 김해숙은 "배우라면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변신에 설렌다"며 "아들에 대한 그릇된 모정으로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나를 주목해달라"고 부탁했다.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 수석 졸업이지만 태 회장의 외도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 때문에 30여 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온 태민호 역할을 맡은 김지훈은 "악역은 거의 처음이다시피 한데, 기존의 악역과는 다른 역대급 악역인 자신의 캐릭터를 주목해 달라"라고 말했다.


태민호 캐릭터와 상반된, 소심하고 유약한 마마보이 태수호 역을 맡은 송재희는 "대본을 읽고 '이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by meditator 2019. 1. 31. 13:31

선견지명이다. 지난 2013년 ebs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세먼지'의 위험성, 그 중에서도 특히 자라나는 성장이 아이들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다루었다. 그로부터 햇수로만 6년, 다큐가 제시한 해법에 우리는 얼마나 접근했을까? 무려 6년 전의 다큐를 통해 '미세먼지' 해법에 있어 여전히 지지부진한 우리의 현실을 실감해 본다. 

 

   

 

2013년, 초미세먼지를 주목하다 
2013년의 다큐는 '미세먼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연무가 아직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던 시절, 정연신 국립 기상 연구소 황사 연구과장은 토양 입자가 주성분인 1~20 ㎛(마이크로미터)의 '흙비'로 중국 북부나 몽골 사막으로 부터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건 주로 1~10㎛로 '계절적' 요인이 크다. 2013년 기준 한 해 130일 이상 연중무휴로 한반도를 뒤덮은 '연무'는 지름 pm2.5(2.5㎛) 이하의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1㎛은 1m의 백만 분의 1, 초미세먼지 pm 2.5는 머리카락의 1/20~1/30분의 1정도이다. 이 상상하기 힘든 사이즈의 가장 비근한 사례를 들자면 '담배 연기'가 가장 흡사하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 낸 화석 연료의 연소 과정, 즉  '난방, 자동차, 공장'등 우리 문명의 결과물이 주원인이 된다. 

왜 이 '미세한' 먼지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대부분 큰 먼지들은 우리의 목에 걸리고, 인후부에서 제거되지만, 이 '미세먼지'들은 이러한 호흡기의 장막들을 거뜬히 통과하여 우리 몸 깊숙이 스며들어 온몸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코털을 거쳐 기관지 섬모를 넘어 폐포에 흡착하여 염증과 각종 폐질환의 원인이 되는가 하면, 혈관에 스며들어 모세 혈관을 수축시키는 등 심혈관계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지금까지 비소 세포 암등 비흡연환자의 폐암에 대해 간접 흡연이나 라돈 등의 영향이라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주목한다. 다큐는 그 대표적 예로 울산 화최근의 새로운 학설에 따르면 치밀 조직이라 외부 물질의 유입이 힘들다고 알려진 뇌에 조차 미세 먼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후신경을 통해 후점막에 침적된 미세먼지는 행동기능 장애 및 각종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장기라서 더 치명적인 
이렇게 우리 몸 구석구석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다큐는 특히 아이들을 위협한다고 밝힌다. 흔히 오해를 하는 게 아이들을 어른의 축소판이라 하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아이들은 그저 덜 자란 어른이 아니라, 성장기의 아이들은 모든 신체 조직이 급격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로, 그만큼 외부적 요인에 대한 흡수가 빠른 시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것들 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와 같은 나쁜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도 성장기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빨리 많이 흡수하게 되며, 이런 측면에서 아이들에 대한 미세먼지의 습격은 보다 '민감하고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다큐는 밝힌다. 

찻길 옆 아파트에 사는 두 살의 승찬이와 다섯 살의 민찬이는 환절기가 아닌데도 비염 약을 달고 산다.  이렇게 계절성 질환으로 알려졌던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 이제는 1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알러지 질환인 소아 천식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임산부의 태아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태아의 좌우 머리뼈가 0.16㎛ 감소되며 대퇴골의 길이 역시 줄어들고, 조산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해결을 위해 노력한  '청정국가'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청정 국가로 스웨덴으로 시선을 옮긴다. 청정국가로 알려졌지만 스웨덴이 첨부터 청정국가였던 건 아니었다. 수도 스톡홀름의 훈스가탄 거리, 하루 300만 대의 차량이 이동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테헤란로 같은 거리, 이곳 역시 한 때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추운 나라인 스웨덴은 스노우타이어의 징이 도로 바닥과 마찰하며 생기는 미세 먼지의 폐해가 심각했다. 2011년 스웨덴 정부는 이 지역을 다니는 차량에 스노우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했다. 그러자 미세먼지 배출이 반으로 줄었다. 

그런가 하면 청정 도시로 알려진 하마비 시의 경우 미세 먼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민 중 30%가 알러지 환자인 하마비 시는 알러지와 관련된 제품을 '인증'하며,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청소기 필터의 '인증'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거치도록 한다. 

전세계적으로 미세 먼지가 심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뉴욕시, 뉴욕시의 퀸즈 중학교 앞에는 애즈마(asthma; 천식) 프리 스쿨 존 표지판이 놓여져 있다. 대표적인 알러지 질환인 천식 환자, 나아가 미세먼지로 부터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애즈마 프리 스쿨 존 법을 만들어 실천하다.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낮시간, 창문을 열지 않고 대신 에어컨을 켜며, 스쿨 버스는 주차와 동시에 시동을 꺼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벌금과 위반 티켓을 끊고,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 학교 앞에 주차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법의 실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학부모 교육에 주력한다. 

미국,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건, '실천'이다. 즉 스웨덴과 같은 국가가 청정 국가가 된 건 애초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그 '실천'에 주목한다.

 

   

  ​​​​​​​

방음벽만 있어도 
다큐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돌아본다. 우리나라 전체가 이런 미세먼지의 습격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곳이 동일하지는 않는다. 탄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발생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블랙 카본이 미세먼지의 핵심 물질로 추정되는 가운데, 당연히 차량이 많은 곳의 미세먼지가 더 심하다. 버스 터미널은 기준치의 3배를 넘으며, 4차선 도로 옆 공원은 말뿐인 공원이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다큐는 두 표본 사례의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한다. 운동장의 2면이 차도와 맞닿은 A학교, 또 하나는 산과 인접한 B학교, 학교 주변을 돌며 작성한 오염지도에서 미세 먼지를 만들어 내는 질소 산화물이 당연하게도 A학교가 평균보다도 높았으며, B학교는 낮았다. 심지어 A학교 교실의 미세먼지 농도는 낮시간에 환기를 하면 안될 정도로 표준치의 두 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지어진 학교를 옮길 수도 없고, 다큐는 그 해법을 '방음벽'에서 찾는다. 차도 주변이지만 방음벽이 둘러쳐진 C학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음벽이지만, 이 방음벽이 미세먼지를 10배까지도 차단하는 고무적 실험 결과를 얻었다. 즉 '방음벽'이라는 어찌 보면 원칙적인 대안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비책이 된다는 것을 다큐는 보여준다. 

즉, 사소한 듯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시간 '환기'를 한다며 창문을 열지 않는다던가, 미세먼지가 심한 시간을 체크하여 교실 내 환기 시간을 조절한다던가, 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청소 시간 함께 꼭 환기를 한다던가 하는 사소한 실천에서부터, 학교 앞 방음벽 설치 등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미세 먼지의 습격으로 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다큐는 강변한다. 


by meditator 2019. 1. 28. 17:32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속 내용을 두고 '웃음은 우리에게 해악인가?'라고 논쟁하고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던 <장미의 이름> 속 14세기 중세처럼 엄숙주의 시대도 아닌데 이 시대 참 웃을 일이 없다.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의 뚝뚝 떨어지는 시청률처럼, 우리는 호쾌하게 웃는 대신 각종 토크 프로그램의 비야냥거리고 이기죽거리며 조롱하는 것을 웃음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위트' 와 '촌철살인' 대신 직설적인 언어로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 송곳의 한 마디가 '유머'가 된 세상이라 그랬을까, <극한직업>을 보며 한없이 웃다 나오니 이렇게 실컷 웃어본 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기 까지 한다. '유머'코드가 없는 프로그램이나 작품이 없는데, 왜 그랬을까? 어쩌면 우리가 <극한직업>을 통해 만난 웃음이 오랜만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극한직업> 그 웃음의 시작은 무엇일까? 그걸 위해 우리는 어떤 때 웃게 되는 걸까란 질문부터 시작해 보자.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속된 말로 우리보다 잘난 놈이 별 거 아님을 스스로 '자폭'하며 드러낼 때,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역시 그와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굳이 경계를 가질 필요가 없을 만큼 만만하다 여겨질만큼 모자르다 느꼈을 때일 것이다. 영화 <극한직업>은 바로 이 우리가 웃을 수 있는 이 두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의 경계를 해제시킨다. 

웃다가 정든 마약반 
우선 해체 위기의 마약반, 말이 마약반이지 자신의 기수보다 몇 기수 아래인 동료들이 앞서 진급을 하고, 심지어 마약반의 업무조차 다른 부서에게 빼앗기는 형편, 그래서 대놓고 동료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반장(류승룡 분)을 위시하여,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지훈(공명 분)이 그들이다. 

대놓고 자신들을 조롱하며 마주한 이웃 수사반에게 자존심대신 그들이 농처럼 던진 '한우 회식'에 기꺼이 끼어드는 자존심 저리 던진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준 마약반의 첫 씬으로 이미 관객들은 그들의 동료들이 그들에게 경계심을 늦춘 것처럼 찌질한 그들에게 웃음의 여유를 허락한다. 

 

 

한우 한 점에 자존심을 버렸지만, 그래도 마약반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이들은 동료에게 읍소하여 얻어낸 정보로 이무배(신하균 분)를 잡기 위해 그들의 아지트로 예상되는 건물 맞은 편 치킨 집에 잠복을 한다. 하지만 '잠복'이 무색하게 맞은 편 건물의 진입조차 녹록치 않은 형편, 치킨 배달부로 위장하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안타깝게도 치킨집이 폐업을 선언하고, 그 폐점 선언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을 치킨집 점주로 들어앉힌다.  그리고 잠복을 위해 선택한 치킨집이 뜻하지 않은 마형사의 아이템 '수원 왕갈비 통닭'으로 인해 대박이 나게 되는데. 

무엇보다 <극한직업> 속 마약반이 주는 웃음의 시작은 캐릭터와 서사로 부터 비롯된다.  한우 한 점이 아니라도 언제든 무릎끓고 자존심을 헌납할 준비가 되어있는,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며 딸에게는 호구인 전형적인 소시민 마약반 고반장, 얼굴이 자존심이지만 누구도 그의 그 자존심을 알아주지 않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 마약반 사고뭉치 마형사, 알고보니 유일하게 마형사의 얼굴을 쳐주었던 이게  진짜 걸크러쉬지 할 수 있는 마약반의 대들보 장형사, 잠복 전문가로서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어쩐지 까칠하지만 그래도 원팀 영호, 범인 검거 한번 못해본 의지 발랄의 지훈까지. 영화 속 그들이 보여주는 웃음은 바로 이 세상사에서 늘 치이거나 밀릴 것만 같은 이 캐릭터들 자체로부터 비롯된다.

거기에 배우들이 애써 웃기는게 아니라, 어쩐지 옆 집에 살 거 같이 어디선가 본 듯한데, 굉장히 신선한 이들 캐릭터 그 자체가 삶의 궤적 속에서 빚어내는 불협화음, 즉 '배수진'의 각오로 퇴직금까지 들여가며 마지 못해 시작한 닭집, 거기에 마지못해 맞이한 손님에게 고육지책으로 대접한 '수원왕갈비 통닭'이 대박을 난다던가, 그래서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딜레마에 빠지고,  그럼에도 범인을 잡겠다며 '대박'을 포기하고 들이닥쳤지만 맞닦뜨린 허무한 결과라던가, 이제 정말 포기하고 닭집이나 하려고 했더니 제 발로 들어가게 된 사건이라던가, 인생의 아이러니함 속에 던져진 캐릭터들의 충실한 변주가 어거지가 아닌 웃음을 끝없이 자아낸다. 

그저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다. 처음엔 자존심은 길 바닥에 내어던져 놓은 거 같은 이들이 좀 많이 모자라 보였는데, 그럼에도 퇴직금까지 던지며 해체 위기에 놓인 자신들의 팀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면면에 정이 들어 간다. 그들의 잔꾀나 계략은 늘 어설프거나, 운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늘 자신의 삶에 우직할 정도로 충실하다는, 그게 형사일 때나, 닭을 튀기거나, 양파를 썰거나, 닭집 테이블 세팅을 하거나, 심지어 잠복하다 달려가 파를 사올 때에도 달라지지 않는 그 '태도'가 그저 우습게만 보이던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재밌는 이야기, 더 재밌는 배우들의 연기 
심지어, 알고보니 이들이 그저 골칫덩어리 찌질 군단이 아니라, 팀장이 애써 모아놓은 '어벤저스(?)이라는 반전마저도 그저 여느 히어로 물과 달리 이들답게 몸을 던져 처절해지면서 일관성있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어쩌면 <극한직업>을 보고 나왔을 때 흐뭇하게 재밌었다 라는 감정은 바로 이런 조금은 부족한 듯한 이들이 말 그대로 '고진감래'했다는 소박한 성취가 주는 공감에 기반한 것일 것이다. 물론 우직하지만 늘 치였던 마약반 답게 이들의 '고진감래'는 처절하다. 그 처절함의 정수는 물론 당연히 마지막 길다싶은 선과 악의 결투로 정점을 찍으며 수사물로써의 '서비스'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은 마약반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맘이 들 정도로. 마치 6,70년대 인기를 끌었던 구봉서 선생 등이 출연한 휴먼 코미디 영화처럼, 이른바 '서민', 혹은 '소시민'이라 지칭되는 이들의 삶에 근거한 <극한 직업>은  우리 역시 일상의 삶에선 늘 이들처럼 좀 모자르고 치이며 살아간다는 공감의 웃음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최근 딜레마에 빠진 한국 영화계가 주목해야 할 방향이 아닐지. 

이렇게 공감어린 서사와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몫이 크다. 반가운 류승룡의 힘뺀 열연, 그리고 이제는 대세다 싶은 진선규의 마형사,  섹시할 때보다 훨씬 더 빛난 이하늬, 동룡이의 그림자를 벗어난 이동휘,  존재감을 인정받은 공명까지, 이 신선한 조합과 이들의 새로운 열연이 이병헌 감독이 풀어놓은 그물 속에서 펄떡인다. 전작에서 가끔은 뜬금없다 느껴졌던 감독의 엉뚱한 유머조차 살려낸 공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몫이다. 

 

 

물론 이들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웃음의 또 다른 포인트인 잘난 놈이 별 거 아님을 자폭하는 캐릭터로 이무배 역의 신하균과 테드 창 역의 오정세는 감초라기엔 그 역할의 진폭이 크다.  전작 <바람바람바람>에서 이미 이병헌 감독과 함께 했던 신하균이었지만, <바람바람바람>의 봉수보다 <극한직업>의 이무배가 더 맞춤옷인 듯 럭셔리한 싸가지 마약업자 이무배의 캐릭터는 신하균의 것이었다. 또한 초반부터 활약했던 신하균과 달리 불과 몇 씬이 아니었지만, 스타일에서 부터 시작하여 무식한 테드 창의 오정세는 발군이다. 이 두 사람의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코믹한 포스가 <극한직업> 속 선과 악, 그 웃음의 균형추를 잡아낸다. 








by meditator 2019. 1. 26. 23:47

삼한사온이 아니다. 삼한사 아니 오미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회자된다. 맞다, 여기서 '미'는 미세먼지의 그 '미'다. 예전이면 황사와 함께 '봄철'의 특별한 연례 행사였던 미세먼지가 '연중 관례'가 되어간다. 날이 추워지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웬걸 겨울 하늘이 뽀얗다. 추워서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특히 초미세먼지(PM 2.5)농도가 2017년기준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 25.1㎍/㎥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한 결과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습격
미세먼지는 공장, 건설 현장, 자동차 등에서 고체 상태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 먼지와 가스 상태로 나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미세 먼지로 나뉘어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72%가 2차 미세 먼지이다. 또한 이러한 미세 먼지 발생에 자동차의 기여도가 27%나 된다. 

특히 최근에는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미세먼지 PM2.5)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머리카락의 1/30 정도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나 발전 기관 등의 내연 기관에서, 즉 연료 등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들로 입자가 작은 만큼 우리 몸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커서 폐 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나라의 미세 먼지는 그 '원인'에 있어 최악의 미세먼지 보유국 중국(초미세먼지 기준 53.5㎍/㎥)을 빼놓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스모그가 발생하면 서풍을 타고 2,3일 후 우리나라 서쪽을 중심으로 그 영향력이 미치는 것이 영상 관측을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있어 평상시에는 국내적 요인이, 고농도의 미세 먼지일 때는 중국 쪽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다. 양쪽의 비율로 봤을 때 어느 한 편이 우세하다 말하기 힘든 5;5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 아무리 엄마가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고 집안을 소독용 에탄올로 닦아내도 미세먼지 속에서 등하교를 하는 아이의 아토피는 나날이 심해져 물집이 생기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미세먼지 속에서 운전을 하는 아버지는 마스크를 써도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을 겪는다. 호흡기와 피부, 안과 질환을 넘어 자율 신경계 조절에 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먼지, 과연 해법은 없을까? 

 

 

공장을 부쉈다. - 중국 
그 '역지사지'의 사례를 우선 당사국 중국으로 부터 찾아본다. 베이징 뿌연 하늘이 구슬 장식품이 되고, 혼탁한 공기가 고향을 그리는 향수 상품이 되는 곳, 2017년 기준 보건기구의 기준치를 20배나 훌쩍 넘었던 곳, 하지만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벌이는 지금 이곳에서 미세먼지는 35%나 줄었다. 

그 시작은 시민들로부터이다. 사진작가는 미세 먼지를 적나라한 실상을 한 컷에 담았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항의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분노에 정부가 움직였다. 

허이짱후 마을, 미세먼지가 심하던 시절 10M 앞도 보이지 않던 곳, 시민들은 공기청정 모터가 달린 6만원 짜리 마스트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마을의 거리엔 빨래가 걸려있다. 마스크들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곳 사람들이 주로 쓰던 석탄 보일러가 물로 순환하는 전기 보일러로 거의 교체됐다. 비용의 90%를 국가가 보조했다. 이곳 마을에서 조금 나가면 있던 물류 회사, 하루의 시작을 자동차의 시끌벅적한 배기음으로 시작됐던 곳, 하지만 이젠 허물어진 공장터만이 남겨져 있다. 

중국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적극적'이다. 허이짱후 마을만이 아니다. 공장들이 즐비했던 헤베이선 랑팡시 역시 공장을 폐쇄하고, 건물을 부수는 중이다. 석탄 보일러들은 LPG 보일러로 교체시켰다. 당연히 공기의 질이 좋아질 밖에. 

 

 
 

 

경유차는 NO - 파리 
여행자들의 천국 프랑스는 어땠을까? 프랑스하면 상징인 에펠탑, 하지만 이곳이 2016년만해도 스모그에 가려 보이지 않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로부터 정부가 시민을 보호하지 않았다하여 몇 년간 미세 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은 시민 등으로부터 보상 소송까지 벌어졌고, 4만 8천 여명이 미세 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에 이르렀다며 르몽드 지 등이 사회적 이슈로 미세 먼지를 제기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는 푸른 하늘을 되찾았다. 에펠탑은 우뚝 파리의 상징으로 잘 보인다. 

2012년 국제 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경유차의 엔진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블랙 카본, 전체 미세먼지 유해성 중 경유차의 발암 기여도가 8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유형별로 따졌을 때 LPG 차에 비해 10배나 많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2016년 6월 미세 먼지를 잡기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를 실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2011년 이후 출고한 LPG 겸용 차량을 0등급으로 하여, 경유차나 연식이 오래된 차들의  4,5등급까지 나누고, 미세 먼지가 심한 날 4.5 등급의 파리 진입을 불허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3.5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만 3천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한 2~300유로에 해당하는 번호판 등록세를 무료로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LPG 차량을 사도록 유도했다. 당연히 시민들도 운행 제한 등이 없는 LPG 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차 한 대를 더 보태지 말자'는 슬로건 아래  2007년 이래 프랑스 100여 개 도시에서 택시보다 1/5~1/6이나 싼 전기 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활성화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저감 정책에도 불구하고 2500 여명이 미세 먼지로 인해 사망한 결과가 드러나자 프랑스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실시한다. 차도를 폐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차도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나 보행자 전용 도로를 늘린 파리 시, 이러한 강력한 교통 정책은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마저 변화시키며 파리에 푸른 하늘을 되찾아 주었다. 

 

 
다큐가 찾아본 중국과 프랑스의 사례, 이는 결국 '미세 먼지'의 습격이 우리 사회 공기 오염의 원인은 되겠지만, 그게 '운명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결의와 각오로 이 문제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맑은 하늘과 공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 바로 이것아야말로 2019년 새해부터 혼탁한 하늘과 숨쉬기 힘든 공기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들에게 가장 반가운 희소식이다 

by meditator 2019. 1. 21. 16:20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 하나 먹고', 아이를 학대하다 죽인 엄마의 주검 앞에 남겨진 시fh 시작되었던 드라마, 그 문학적 상징성의 함의가 모처럼 좋은 드라마를 만났다며 드라마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 설레임을 배반치 않고, 1월 16일 종영을 맞이한 <붉은 달 푸른 해>는 한 편의 명작처럼 묵직한 물음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드리운다. 전작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뛰어넘은 도현정 작가의 치밀하고 밀도깊은 극본, 그 극본을 문학적으로 구현해낸 최정규 연출과 제작진, 이 드라마에게 시청률이 몇 프로인지는 의미가 없다. 마치 대학생 권장 도서를 사람들이 즐겨 찾지 않듯이, 하지만 그 권장 도서 목록 속의 명작들처럼 아마도 지금 시청률이 좋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오래오래 좋은 드라마로 사람들이 찾게 될 드라마가 될 터이니. 

 

 
차우경이라는 씨실로 풀어간 시가 있는 죽음들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번듯한 남편과 이쁜 딸과, 그리고 조만간 태어날 아이까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나마 걱정이라면 교통사고로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동생 정도. 하지만 그 행복의 시간은 그녀 앞으로 뛰어든 어린 소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아니, 어쩌면 그 소년은 매개였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녀의 행복했던 삶 자체가 신기루같은 것이었을지도. 

그렇게 <붉은 달 푸른 해>는 차우경(김선아 분)의 궤멸되어져 가는 행복한 삶을 씨실로 엮으며 시작된다. 사고, 유산, 드러나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그녀 앞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록색 원피스의 소녀, 그녀를 뒤흔드는 사건들 속에서 우경은 그 무엇보다 초록색 원피스의 환영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 환영을 따라가는 곳에서 그녀는 이 드라마의 날실인 살인 사건의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시작은 감옥에서 죄를 다 치루고 나왔다는 한 여성이다. 아이를 죽인 남편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은 여성은 몇 년의 형을 치루고 감옥 앞에서 달걀 세례를 받으며 그래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얼마 뒤 그녀는 불탄 시체로 발견되었고, 이 사건은 강지헌 경위(이이경 분)를 사로잡는다. 

이어서 발생한 또 다른 불에 탄 시체, 사건에 등장한 상징성 가득한 한 편의 시구들을 통해 이 사건이 '아이'를 매개로 한, 학대받은 아이로 인한 연쇄 살인 사건임이 드러난다. 시를 품은 사건의 뒤를 집요하게 쫒은 지헌과 특별 수사팀, 사건 속에서 '밤새 울었다던' 붉은 울음을 건져낸다. 첨단의 사이트를 활용하여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그 가해자들을 '단죄'해주는 이, 혹은 이들의 꼬리를 쉽게 밟히지 않는다. 스스로 드러내기 전 까지는. 

차우경이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따라 찾아간 곳에서 발견되 시와 엄마의 죽음, 그리고 방치된 채 자란 아이, 그 모든 비극의 원흉으로  '처단'되는 개장수 아빠, 그리고 그 잔혹한 사적 복수의 끝에서 등장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은호,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하고 나아가 은호의 세계를 온전히 지배했던 상담센터 전 원장를 죽이며 스스로 붉은 울음이라 밝혔던 은호의 타살이지만 자살과도 같은 죽음은 시청자들을 한껏 연민 속으로 밀어넣으며 '아동 학대'의 뿌리깊은 연원에 몸서리치게 만든다. 

모든 사건의 주범이라 스스로 밝혔던 은호의 죽음은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고, 결국 은호의 공범이자, 이 모든 사건의 설계자인 진짜 붉은 울음의 정체가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토록 우경을 괴롭혔던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비극적 사연이 비로소 베일을 벗는 시간도 다가오며 16부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 사회의 짙은 그늘, 아동 학대의 갖가지 모습들
차우경의 환영과 붉은 울음의 거대한 음모와 그 실행이 주도면밀하게 직조되어 도달한 곳에는 우리 사회의 그늘로 짙게 드리운 '아동 학대'가 있다. 처음 여자 친구의 임신을 외면했던 지헌이 지나가듯 말했듯이 중학교 때까지 맞았다던 그 경험이 여전히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는 새삼스러운 경험이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지헌의 경험은 아이를 낳아 기를 자신이 없는 것으로 되었지만, 아이를 학대하고 때리면서 그걸 사랑이라고 항변했던 민아정, 그리고 16회에서 우경의 새엄마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릴 수도 있다'는 뻔뻔한 자기 고백의 살인이 되기도 한다. 

그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때리는 것만이 아니다. 대놓고 가정 폭력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아내는 물론,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권위'를 '폭력적'으로 행사한다. 그가 번드르르한 사채업자건, 개장수건. 일용직 노동자건. 그 수직 피라미드 가정 폭력의 가장 하부에 놓인 아이는 폭력에 무방비하게 그것을 감내하거나 죽어갈 수 밖에 없다. 

가부장적 구조는 가정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입양간 형과 떨어져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은호는 원장의 방에 불려가 시를 읽으며 또 다른 폭력의 학대를 당한다. 그 어린 시절의 학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를 원장과 그 아들의 세계 속에 볼모로 잡아 그의 세계를 조종하기까지 한다. 개장수가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라나, 시완이 아빠가 엄마도 죽어라며 협박한 거나, 우경의 왜곡된 기억까지 미성숙한 아이의 세계는 무방비하게 어른의 '포로'가 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저 아이의 학대가 전근대적인 가치관이나 가부장적인 패러다임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덧붙인다. 우경이 본의 아니게 죽음에 이르게 한 일곱 살 소년, 그 소년의 정체를 찾아 헤맨 우경이 만난 부모는 이 시대의 젊고 무책임한 부모들이었다. 두 아이를 놔두고 피씨방에 사는 아빠, 그런 가정을 버리고 나온 엄마, 그들에게는 자신의 즐거움과 현생이 두 아이에 대한 보육보다 우선인 이 시대의 또 부모의 또 다른 표상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붉은 울음'의 단죄를 통해 우리 사회 갖가지 아동 학대의 양상들을 폭로한다. 

차우경과 붉은 울음의 서로 다른 선택 
과연 이 학대받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아이들을 학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붉은 달 푸른 해>는 다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찾아온 은호의 치료 과정에서 은호의 학대를 알게 되고 분노한 정신과 의사 윤태주, 붉은 울음은 은호와 함께 '학대의 처단자'가 된다. 사이트를 통해 동조자를 규합하고 블랙 챗을 통해 피해자를 유도하여 사건을 기획하고 실천한다. 윤태주는 설계하고 은호가 실행에 옮겼던 아이를 죽였던 엄마를 죽이고 서정주의 문둥이를 남겼던 사건부터 시작하여, 소라 아빠 살해, 민아정 자살 유도, 하나 엄마, 개장수 살해 등을 통해 학대받던 아이를 구하고, 가해자를 '단죄'한다. 그리고 그 '단죄'의 정점은 자신을 학대했던 원장의 입에 그가 읽도록 했던 시집을 물려 죽였던 은호의 복수를 건너, 시완의 아빠 살해와 우경의 엄마 살해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하지만 붉은 울음이 의도했던 설계는 그를 알아보고 그가 종용한 선택을 포기한 차우경으로 인해 어긋나 버린다. 붉은 울음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종용했던 그 '복수'를 우경은 포기한다. 덕분에 가열하게 폭주했던 '단죄'의 기관차는 마치 엔진이 식은 듯 멈춰선다. 여전히 '아픈 사람들'은 많은데. 

우경의 선택은 곧 <붉은 달 푸른 해>가 남긴 질문이다. 자신의 동생을 죽여서 거실에 묻은 엄마, 그리고 그걸 방조하고 묵인한 아빠. 그런 엄마에 분노하며 쇠망치를 들었던 우경을 환영 속의 동생 초록색 원피스의 소녀가 막는다. 그런 그녀를 다시 붉은 울음이 사주했지만 끝내 우경은 엄마를 '단죄'하지 않는다. 이건 딜레마다. 우경은 자신의 딸 은서가 할머니를 너무 좋아한다 했지만 그 말은 새엄마가 당당하게 말했듯 그녀를 키워준 30년의 세월 그 무게이기도 하다. 이미 은서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새엄마, 자신이 친동생인 줄 알았던 가짜 세경의 엄마, 그녀는 붉은 울음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여전히 아프고 괴롭다. 그리고 그 '여전히 아프고 괴로운 건' 이제 우리의 몫이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라던  그 짐은 고스란히 남는다. 드라마는 '카타르시스' 대신, 여전히 드리워진 우리 사회 '학대'의 그늘에 대한 딜레마를 숙제로 떠맡긴다. 붉은 울음은 '환타지'였지만, 우경의 고민은 우리의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9. 1. 17. 06:15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상해로 가서 당시 독립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생활 상을 직접 체험해 보는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1부 <독립자금을 벌어라>에서는 출연자 김수로, 박찬호, 강한나, 김동완, 공찬 등이 직접 윤봉길, 백산상회 등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뛰어든 생활전선을 체험해 보았다. 그에 이어 1월 14일 방영된 2부는 <임시정부를 구하라>이다. 왜 임시정부를 구하라였을까? 그 내막과 결국 자신을 던져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구한 윤봉길, 이봉창 두 의사의 행적을 따라가본다. 

 

 

위기에 빠진 임시정부 
1919년 국제적 금융 도시 상해에 첫 임시정부 청사가 세워졌다. 3.1 운동의 열기가 남아있던 시절, 전남 함평의 지주 아들 김철이 자신의 가산을 정리해왔고, 해외에 세워진 첫 임시 정부이기에 각지에서 독립운동 자금이 답지해왔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1930년대 임시 정부는 이제 집세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일본이 한반도 내 식민지 체제를 갖춰가는 것과 함께 해외로 팽창 정책을 벌이며 만주로 중국으로 그 야욕을 한껏 펼치던 시기였다. 일본의 토지 조사 사업으로 땅을 잃은 농민들은 대다수 만주 등지로 이주를 했다.  지린성 창춘의 만보산(완바오 산)에 일본이 개간을 계약한 땅을 조치하기로 한 우리 농민들, 수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곳의 중국인들과 충돌을 빚게 된다. 실제 사건은 크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일본의 사주를 받은 <경성일보>가 부풀려 보도하는 하는 바람에 전국에 반중국인 정서가 한껏 들쑤셔졌고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행사하며 다수의 중국인 사상자가 생겨났다. 결국 <동아일보>가 사건을 바로잡으면서 국내의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는 다시 중국내 반한 감정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만보산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중국내 반한 감정, 중국 전역에서 이루어진 조선인 박해는 상해 임정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다. 1931년 만주사변 등으로 중국내 일본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청사의 운영자체가 위기를 맞게 된다. 


이렇게 임시정부의 운영, 나아가 독립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상해 임시 정부가 생각한 타개책은 이런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한 강력한 한 방의 타격이었다. 이를 위해 1931년 10월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공근 선생을 비롯한  80여 명의 비밀 요원들이 모여 <한인애국단>을 결성한다. 

<한인애국단>은 첫 의거로 난징을 방문하는 남만주철도주식회사 우치다 총재 암살을 준비하였지만 방문이 취소되는 바람에 실행하지 못한다. 그에 따라 첫 의거는 이봉창 의사에게 맡겨졌다. 1932년 1월 8일 신년 연병식을 위해 가던 일왕의 마차에 폭탄을 투척하였다. 비록 일왕의 암살에는 실패하였지만 이 사건은 중국 내 팽배해있던 반한 감정을 잠재웠고,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이봉창 열사의 의거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독립자금이 하와이 등 전세계에서 답지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호의적인 협조로 무기를 구하기가 한결 용의해졌다. 이런 이봉창 열사의 의거로 인한 분위기의 반전이 있었기에 그로 부터 1년 뒤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다.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의 행적을 따라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2부 임시정부를 구하라>에서 출연진은 <한인애국단> 숙소를 '길을 잃을 것같으면 ㄹ 자를 길에 뿌려 찾아오도록 했다는 이화림 선생의 회고록에 따라 찾아본다. 또한 <인민영웅기념탑> 이 세워진 황포탄 부두를 찾아가 '나는 적성(참된 정성)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야 한인 애국단의 일원이 되야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세하였나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이곳을 떠나 일본으로 떠난 이봉창 의사의 행적을 짚어본다. 이곳은 또한  11개월 후 이봉창 의사가 독립에의 결심을 가지고 떠난 것과 달리, 항저우 공원에서 의거 후 체포되어 윤봉길 의사 역시 이곳을 통해 압송되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2부 임시정부를 구하라>는 노란손수건을 찾아 의거 전 윤봉길 의사의 행적을 따른다. 1930년 청도를 거쳐 상해에 도착한 윤봉길 의사가 김구 선생을 처음 만난 '사대 다관', 4월 27일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안공근 선생의 집터, 이력서와 유서를 남겼던 <중국기독청년회관(YMCA)>, 의거 당일 아침 '농부가 논밭에 나가듯 태연자약했던' 윤봉길 의사가 김구 선생과 아침 식사를 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주었던 <김해산의 집> 등을 둘러본다. 또한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해 <매헌 기념관에 들러> 죽음에 이르러서도 강직했던 윤봉길 의사가  '강보에 싸인 두 병정, 너희가 피가 있고 뼈가 있거든 조선을 위한 용감한 투사가 되라'며 두 아들에게 남긴 유언을 다시금 아로새겨 본다. 

 

 

막연한 역사적 사건으로만 남겨졌던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의거, 하지만 출연진들이 직접 그곳을 찾아보고, 윤봉길 의사가 담담하게 걸어가셨다던 항저우 공원으로 향한 길을 걸어보는 여정은 그 자체로 한 세기의 간극을 넘어 출연진을 울컥하게 만든다. 거기에 자신이 가졌던 6원의 시계가 더는 필요없으니 2원짜리 김구 선생의 시계와 바꾸셨다던 에피소드,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도시락 폭탄이라 알았지만 사실은 그날 던져진 건 물병 폭탄이었으며 도시락 폭탄은 윤봉길 의사의 자폭용이었다는 예외적 진실, 그리고 무사히 폭탄을 옮기기 위해 바짓가랑이 사이에 숨기고 일본으로 떠났던 이봉창 의사의 행적 등을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잘못알았던 사실을 퀴즈를 통해 새롭게 알아간다. 

또한 두 의사 뿐이 아니다.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 2부 임시정부를 구하라>는육삼정을 찾아 같은 날 윤봉길 의사와 같이 의거를 준비했던 또 다른 열사의 행적도 소개한다. 일찌기 3.1운동부터 독립운동에 매진해오셨던 백정기 열사는 , 같은 시기 김구 선생과 같은 취지로 상해 흑색 테러단을 조직하고 홍커우 공원에 들어가려 했지만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실패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1933년 일본 공사 암살을 준비하던 중 체포되어 일본으로 압송되어 옥사하셨던 우리가 몰랐던 위인이다. 

by meditator 2019. 1. 15. 16:55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다이어트'이다. 꼭 날씬해지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비만'과의 전쟁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과제로 등장하게 된 이후 보다 과학적으로, 보다 손쉽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새록새록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발을 맞추어 다큐 프로그램들은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을 여는 1월 올해도 어김없이 sbs스페셜은 '다이어트'의 화두를 가지고 등장한다. 그런데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14년 <끼니 반란>을 통해 제시했던 '간헐적 단식'이다. 

 

 

왜 다시 간헐적 단식인가?
이미 2014년 sbs스페셜은 <끼니 반란>을 통해 과잉 영양에 처해있는 현대인의 딜레마를 짚은 바 있다. 산업 혁명 이전만 해도 하루 한 끼면 족했던 인간들, 즉, 인류의 DNA는 굶주림에 맞게 재단되어 있는데, 오늘날 현대인은 그런 ,DNA와 정반대되는 하루 세 끼의 풍족한 식생활을 누리며 이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1일 1식>에 따라 하루 한 끼면 족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5년 다큐는 다시 한번 그 주장을 강화시킨다. 즉 하루 한 끼를 먹는 방식에서 먹느냐의 방점을 '언제'로 변화시켰다. 그동안 무엇을 먹느냐에 천착되어 왔던 다이어트의 화두를 언제 먹느냐는 새로운 질문을 통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학자들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주장을 펼친다. 

그 자신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해온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의 성훈기 교수, 그는 간헌적 단식을 하게 되면 이른바 '지질 지방'인 백색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변화된다고 주장한다. 갈생 지방이란 미토콘드리아 등이 그 안에 존재하는 건강한 지방으로 열을 발생하는 활성화된 지방을 말한다. 즉 먹기도 하고, 굶기도 하면서 지방도 운동을 하게 되면서 건강한 지방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 성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공복이 되면 감각이 예민해 지면서 두뇌가 보다 섬세하게 가동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성교수는 그 자신이 간헐적 단식의 적극적 실천가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바이오 해커로 일하는 제프리 유는 프리랜스 생태학자로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생리적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간헐적 단식이 몸을 최적화시키는 방식이라 주장한다. 즉 육체적 노동의 시대에 운동이 생소했던 개념이었지만 지적 노동의 시대가 되면서 운동이 필수가 된 것처럼, 먹거리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 육체적 노동의 시대에서 지적 노동의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하며, 그에 가장 걸맞는 방식이 간헐적 단식이라 주장한다.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하게 되면 체지방이 줄고 근골격이 늘어나게 된다는 걸 그 자신의 몸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9 간헐적 단식이 주장하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시간을 조사한 실험, 놀랍게도 오늘날 현대인들은 이른바 '야식'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즉 깨어있는 하루 종일을 먹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에 따라 다큐는 먹는 시간을 '다이어트'하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건강에 이르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즉 하루 3끼의 고정 관념을 깨서 16시간을 단식하고 8시간 동안 먹는다던가, 12시간을 단식하고 다시 12시간을 먹는다던가, 혹은 5일은 평소대로 단식하고 나머지 2일을 단식하는 방식이다. 

정재훈 푸드라이터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많이 먹을 수 밖에 없지만 이 간헐적 방식을 통해 건강과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정씨의 경우, 간헐적 단식을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 주장한다. 쇼핑몰을 하는 이수향 씨 역시 저녁 7시에서 아침 11시까지 굶고 , 하루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16KG을 감량한 케이스다.  자신의 간헐적 단식을 유투브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진소희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주부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다이어트 방식을 간헐적 단식이라 주장한다. 

비만 가족이었던 킴과 라이언 부부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무려 41kg을 뺐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니콜 키드먼 등의 헐리웃 스타들의 건강 관리법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케이스이다. 

 

  ​​​​​​​
최적의 단식 시간은? 
마이클 라이드 박사는 생체 리듬에 맞춰 12시간 내에 식사를 그칠 것을 주장한다. 8시간에서 시작하여 9, 12, 15시간 공복 시간이 늘어날 수록 체지방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사츄세스 공과 대학팀은 쥐 실험을 통해 16시간의 공복이었던 쥐의 경우 줄기 세포가 강화된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인간의 경우 역시 12시간보다 8시간 동안의 식사가 더 체지방 감소에 유리하다는 걸 주장한다. 

2017 노벨 생리학상은 '24시간 인간의 생체 리듬'을 연구한 팀에 돌아갔다. 이 연구는 인간은 각가 고유의 생체 리듬을 가지며 이 리듬에 맞춰 휴식과 활동을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요한 변수로 '빛과 어둠'을 들고 있다. 

그에 따라 다큐는 오전 7시에서 부터 오후 3시까지 식사를 하는 아침형 그룹과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저녁형 그룹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간헐적 단식의 실험에 들어간다. 솔크 연구소 사치다닌 판다 박사 팀의 경우 체내 시간이 교란된 직업군인 샌디에고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10시간 동안 식사 실험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즉 자신의 몸에 맞는 생체 리듬을 찾아 그 시간에 맟춰 식사를 하는 것이 간헐적 단식의 관건이다. 

실제 하루 종일 먹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생체 리듬에 따라 하루 8시간만 먹을 경우 몸 속의 좋은 박테리아가 더 많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푸드 그래퍼 권익경씨의 경우 이 방식을 따라 한 때 11kg이었던 몸을 70kg 대의 마른 체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기다림'의 미학,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 풍성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즐거움, 그에 더불어 '공복감'의 행복도 놓치지 않는다. 먹어서 느끼는 포만감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비웠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의 쾌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헐적 단식을 통해 '기다림'과 '비움', 그리고 '가벼움'을 느끼며 사람들은 점차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인들의 10%가 실천하고 있다는 간헐적 단식, 2019년의 새해를 들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by meditator 2019. 1. 14. 15:03

<꺼삐딴 리>는 전광용의 1962년작 소설이다. 일제 시대 잠꼬대도 일어로 할 정도로 열성 친일이었던 의사 이인국은 해방이 되자 당연히 친일로 몰린다. 그를 구해준 건 뜻밖에도 진주한 소련군, 대세는 소련이라 생각했던 그는 감옥에서 매를 맞으며 러시아어를 익히고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키며 친소 노선을 걷는다. 그러다 발발한 6.25로 아내를 잃고 아들조차 소식이 끊기자 청진기 하나를 들고 월남하여 병원을 미군 및 남한의 고위층을 고객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이제 미국인과 결혼한 딸의 초청을 받아 미국에서의 성공을 기약하며 비행기에 오른다. '카멜레온'이란 단어에 딱 어울리는 소설의 주인공, 그를 통해 전광용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기회주의적 인물의 전형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 기회주의적 인물은 소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월 10일 방영된 <다큐 시선- 우리 곁의 친일 잔재, 2부, 미술, 친일을 그리다> 속의 미술가들 역시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꺼삐딴 리이다. 소설 속 꺼삐딴 리는 일신의 보신에만 급급했지만, 문제는 미술계의 이 꺼삐딴 리들이 바로 우리 현대 미술계의 중추적 인물이라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미술계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 다큐는 이를 추적한다. 

 

   

 
만원짜리 속 세종대왕의 딜레마 
다큐의 시작은 만원 짜리 지폐다.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는 만원 짜리 지폐를 들고 시장으로 간 제작진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많이 쓰는 이 지폐를 '친일 미술가'가 그렸는데 어떻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적이다. 화가 난다. 처음 알았다 라며 놀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외려 짜증을 내신다. 그 옛날 밥먹고 살기 위해 친일 안했던 사람이 어딨냐며, 이제 와서 그걸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구. 이미 생존하지도 않는 친일파 미술가들을 이제 와서 들추는게 정말 의미가 없을까?

만원 짜리에 그려져 있는 세종 대왕 영정을 그린 이는 다름 아닌 천재 화가로 알려진 운보 김기창 화백이다. 김 화백이 그린 건 세종 대왕만이 아니다. 신라 문무왕, 무열왕, 을지문덕, 임진왜란의 의병장 조헌 등이 그의 손을 통해 구현되었다. 위인들의 영정을 그린 건 김기창만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 미술인 이당 김은호 화백, 그 역시 친일 인명 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는 대표적 친일파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월전 장우성은 이순신을 비롯하여 정약용, 강감찬, 김유신, 정몽주 내로라하는 위인을 비롯하여 심지어 유관순, 윤봉길 의사까지 그의 손을 거쳤다. 남산 공원의 백범 김구 동상이나 도산 안창호, 안중근 열사의 동상, 그리고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만든이는 김경승, 우리 조각계의 독보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형 화가 김인승과 함께 일제 동아시아 건설에 앞장섰던 이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친일파가 자신의 동상을 만들 줄 아셨다면 돌아가신 백범 김구 선생은 어떻게 하셨을까?

 

 

도대체 입도선매도 아니고 이들 위인들의 영정이 모두 대표적 친일 미술인들의 손에 의해 그려진 사태는 무엇때문일까? 바로 미술계판 국정 교과서라 할 수 있는 표준 영정 때문이다. 우리가 이 위인들을 생각할 때 떠올려지는 대표적 이미지는 박정희 시절 국가에서 정한 표준 영정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런데 이 표준 영정 97위중 14위를 저 세 사람을 비롯한 친일 미술인들이 그렸다. 아이러니한 건 이들이 왜군과 싸운 장군, 일본에 저항한 독립 투사들까지 그렸다는 사실이다. 

운보 김기창, 이당 김은호, 월전 장우성은 우리 근대 화단의 대표적인 미술인들이다. 월전 장우성은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서화에 능숙, 한국화의 전통에 기반한 이른바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화의 전형이라 할 <승무>, <귀로> 등이 그의 작품이다. 순종 황제 어진을 그린 이당 김은호는 <성춘향>, <논개> 등 근대기 채색화단의 대표적 인물로 한국 미술을 발전시킨 장본인으로 대접받는다. 이당 김은호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민화풍의 과감한 붓질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그 명성을 알린 그의 작품 세계는 청년기에서부터 만년 걸레 그림까지 한국 미술계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일본이 만든 전시회를 통해 이름을 알린 대가; '채관보국'
이들 인물들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일제 시대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1931년 일본이 만든 10회 조선 미술 전람회(이하 선전)에서 입선을 하며 등장했다. 이어 16,7,8,9회까지 화려한 수상 경력에 40년 추천 작가로 화려한 이력을 채워나간다. 장우성 역시 비슷한 시기인 1932년 입선으로 시작하여 전람회 연속 특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 두 사람의 스승이기도 한 이당 김은호 화백은 일찌기 1919년 서화협회 회원이 된 이래 1922년 제 1회 선전에서 입선을 한 이래 30년까지 다섯 차례의 입선과 두 차례의 특선을 거치며 명실상부 조선의 대표적 미술인이 되었다. 
 

   

   

 
이렇게 일본이 자국의 문전(문부성 미술 전람회)을 본뜬 선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들이 과연 자신들에게 입신양명의 기회를 준 일본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은 전시 동원 체제가 되었다. 각종 공출과 수탈이 횡행했으며, 학병 등의 강제 징용과 근로 정신대가 본격화되었다. 이때 일본은 전문가들에게 '직역봉공'을 요구했다. 즉 각자의 직업을 통해 나라에 공험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미술인들에게 요구된 것이 바로 '채관보국', 그림을 그리는 능력으로 나라를 도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노골적인 친일 작품이 요구되었다. 

김은호는 일본이 직역봉공을 위해 만든 조직인 조선 미술가 협회 회원으로 친일파 귀족 윤덕영의 처가 만든 애국 부인회가 금붙이 등을 모아 일본에 헌납하는 과정을 그린 <금차봉납도>등 친일적 내용을 그렸다. 그런가 하면 장우성은 일본 호국 불교의 수호신인 부동명왕을 친일 잡지에 그리는가 하면 한국인 최초로 1943년 선전에서 국민 예술에 앞장 설 것을 결의하고, 미영 연합군에 대항하는 내용의 <항마>로 일본이 전쟁을 부추기기 위해 만든 '결전미술 전람회'에서 입선을 하였다. 운보 김기창 역시 식산은행 사보 표지로 등장한 1944년작 <총후병사>,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등의 친일 혐의가 농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친일 인사가 받은 3.1 문화상 
이 당시 김기창이 그린 작품 중에는 1934년 <소국민>이라는 어린이 잡지에 발표된 <적진육박>이라는 작품이 있다. 남양군도 밀림에서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군인을 그린 이 작품,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의 구도나 설정이 그로부터 30년후 베트남 파병 국군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적영>과 흡사하여 '자기 표절'논란이 일었다. 
이 '자기 표절'의 30년, 거기엔 바로 일제 시대에 이어 해방 후, 심지어 박정희 시대에 까지 승승장구했던 미술인의 초상이 있다. 

지난 주 일제 하 교육 영역에서 친일에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들이 해방이 되고 자신들의 친일 행각에 대한 반성없이 기존에 일궈놓은 업적과 명망에 기대어 '입신양명'의 길을 매진했듯이, 이들 미술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해방 이후 운보 김기창은 국립 민속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홍대 교수로 부임하여 우리 미술계의 중추가 된다. 김은호 역시 선전을 그대로 뽄따 만든 '국전'의 추천 작가(1949)를 거쳐 국전의 심사위원이 되었으며 1966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월전 장우성은 우리나라 미술계를 이끈 서울대 미술학부 교수가 되었고, 역시나 국전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미술계의 중추적 인물이 된 이들, 여기서 심각한 건 일제에 자의건 타의건 협조하거나 친일에 앞장섰던 이들이 1960년대 다른 상도 아닌 3.1정신 선양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3.1문화상'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건 바로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폐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금관 문화 훈장, 해방 기념 문화 훈장 등을 받으며 대한민국 미술계 원로로 대접받았다. 

 

  

 

친일 미술인에 대한 평가, 그 딜레마 
과연 이 반성하지 않은 친일에 대해 후대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일본이 망할 줄 몰랐다는 서정주의 고백처럼 팽창 정책을 노골화시켜가던 일본의 식민지민에게 일본의 패망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예술로서 국가에 충성한다는 시대 정신을 가진 이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들의 친일을 그 시대를 살아냈던 고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은호 의 경우 3.1운동 때 독립 신문을 돌리다 핍박을 당하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한 전력을 들어, 또한 월전은 적극적으로 친일에 앞장 선 전람회에 참여하지 않는 등  친일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들이 일제에 협조하여 창작해 낸 산물이 일제 하 대중에게 미친 '이미지의 힘'(조각이나 그림을 통해 전한 사상, 즉 일본 군국주의의 전파)이 너무도 심대하며, 그들이 '친일'을 도모하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동안 '독립 운동'에 헌신한 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누리지 못한, 심지어 빼앗긴 권리와 혜택에 대한 후손에 대한 교훈적 각성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친일은 정죄되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현실은 비판조차 여의치 않다. 이들이 일제 하 자신의 업적과 명예를 해방 후로 이어가며 대한민국 미술계의 중추적 인물이 되었고, 이들이 기른 제자들이 우리 미술계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일 행적에 대한 제기는 '은덕에 대한 배신'으로 취급되며 불이익을 받기가 십상이다. 정부 역시 친일 작가의 표준 영정 문제에 대해 해지할 근거가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3.1운동 100주년 여전히 우리 안의 '친일'의 뿌리는 깊고, 극복은 쉽지 않다. 






by meditator 2019. 1. 12. 04:41

kbs2의 드라마가 제일 바닥을 튼튼하게 깔아주며 한가롭던 월화 드라마가 kbs2가 <동네 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이하 조들호2)>로 승부수를 던지며 격전장으로 변했다. 당연히 첫 방송이 끝나고 승자의 미소를 띤 건 박신양, 고현정의 <조들호 2>이다. 하지만 그 승리의 미소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화요일 밤이 지나고 뜻밖의 복병 tvn의  <왕이 된 남자>의 상승세나 반응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왕이 된 남자>가 사극이기 때문일까? 그러기엔 <조들호2>란 드라마가 그 자체로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박신양에 의한 시즌 2 
시즌 1에서 '동네 변호사'로 그 이름을 떨친 조들호(박신양 분), 그 다혈질의 성격답게 tv 방송에 나가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강직한 이 캐릭터, 하지만 그런 그가 뜻밖의 '온정'으로 맡은 사건으로 인해 시즌1에서처럼 다시 한번 추락하고 만다. 잘 나가던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아내조차 잃은 거지꼴 변호사로 추락했던 조들호는, 시즌2의 시작을 감지 않아 떡진 머리에 언제 갈아입었는지도 모를 츄리닝에 껴입은 파카, 쓰레빠(슬리퍼가 표준 말이지만 박신양이 신은 건 어쩐지 쓰레빠가 어울린다) 신세의 거지꼴로 돌아왔다. 마치 그런 모습이 시즌의 통과 의례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만사 다 포기하고 사는 듯한 그의 앞에 그의 아버지같은 검찰 수사관 윤종건(주진모 분)의 실종 사건이 던져진다. 쓰레빠를 신고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들호,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앞에 나타난 건 '자살'이라는 윤종건 수사관의 시신, 그리고 자폐증의 딸 뿐이다. 

그렇게 추락과 추락의 나락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건을 계기로 조들호의 포문을 연다. 동네 변호사답게 그를 추락시킨 것도 예의 조들호의 인정, 그리고 이제 다시 조들호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그의 '인지상정'이다. 그를 아들처럼 여겨주었던 검찰 수사관의 실종,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의 무죄를 입증하려다 온 몸을 두드려 맞은 어머니, 그렇게 드라마는 조들호의 '휴머니즘'을 부각시키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소환한다. 

 

 

고현정이라는 화룡점정 
그리고 그런 그의 맞은 편에 '휴머니즘'의 반대편인 피도 눈물도 없이 자신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아니 외려 그 사람의 죽음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한 이자경(고현정 분)이 있다. 시즌 1이 법무법인 금산과 그와 얽힌 검찰의 권력이라는 조직적인 거악을 상대해 서민들을 위한, 서민들의 변호사 동네 변호사 조들호라는 전선으로 드라마가 구성되었다면 시즌 2는 첫 회에서부터 휴머니티한 조들호와 그와 정반대의 사이코패스라 하는 게 딱 어울릴 극한의 악인 이자경을 포진시켜 선과 악의 대결로 전선을 변주한다. 

이러한 전선의 변화를 위해 등장시킨 첫 사건이 바로 조들호를 나락으로 빠뜨린 부패한 정치인 백도현의 아들 백승훈의 성폭행 사건, 정치인 따위의 사건, 심지어 스쿨 미투에 대해 방송에 나가 고성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던 그이기에 더욱이 맡고 싶지 않았던 사건을 백승훈의 자해라는 사건을 계기로 조들호의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법조문의 헛점을 찌른 그의 판결은 피해자의 자살로 이어지면 그를 파멸로 이끄는데, 문제는 최근 법조 드라마에서 이런 성폭행 피해의 진실이 뒤바뀌는 사건이 너무도 빈번해, 이제는 '클리셰'로 마저 느껴진다는 것이다. 

 

 

과연 박신양과 고현정만으로? 
거기에 초반 가장 추레한 차림으로 동분서주하는 조들호는 2016년으로 부터 무려 햇수로 3년만에 돌아오건만 2회가 되기도 전에 예의 박신양 표 연기가 너무 익숙해 진다는 점 또한 아쉽다. 물론 <조들호 2>라는 시즌 자체가 이 익숙한 박신양 표 연기의 친숙함에 기대어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질구레한 그와 강만수(최승경 분), 윤소미(이민지 분)의 씬들이 어제 본듯하다는 건 분명 16부작의 정주행에 장점만은 아닐 터이다. 

뿐만 아니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의 함정인 것인지 조들호 캐릭터의 불균등성이 처음 부터 눈에 띈다. 윤정건이 납치되었을 장소를 눈으로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거기에 떨어진 이자경의 사탕 껍질 하나 만으로도 사건의 윤곽을 잡아내는 이성적인 능력자가, 정작 백도현의 아들 사건에 있어서는 그 혜안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작위적이거나 불균등한 서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극 초반부터 소리지르고 물불 가리지 않고 사건으로 뛰어드는 조들호의 캐릭터를 보여주며 질주한다. 문제는 그렇게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의 캐릭터인 조들호를 드라마의 전열 제일 앞에 내세우고서는, 그와 함께 등장한 인물 들 역시 '포르테'의 연기를 보인다는 것이 시즌 2의 뜻밖의 복병이 된다. 조들호와 한 몸인 듯 움직이는 강만수도, 이자경의 배후인 시즌 2의 거악인 국일그룹의 국현일(변희봉 분) 회장도, 조들호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빚쟁이 부부 안동출(조달환 분)과 오정자(이미도 분)도 마치 무슨 성질내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마냥 드라마는 극 초반부터 서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러기에 이런 고음의 향연에서 낮은 목소리로 깔리는 이자경의 포스는 더욱 빛난다. 아마도 조들호의 캐릭터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 더욱이 그렇게 설정했을 터이다. 그런 이자경이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깔깔거리고 웃거나, 짜증스럽게 마약에 취한 국일 그룹 아들을 샤워기로 마구 때릴 때 드라마의 집중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그런 이자경의 캐릭터는 이미 <리턴>, 아니 그 이전 <선덕여왕>, <여광의 교실>이래로 고현정에게 익숙한 것이니 고현정의 연기를 지켜보아 왔던 팬들에게는 새롭다기 보다는 또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새롭기 보다는, 마치 고현정이 가장 잘하는 걸 더욱 극단적으로 강조한 느낌이 강한 악역 캐릭터는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몇 스푼 더 넣은 듯하다. 

결국 4회에 이른 <조들호2>는 포르테시모의 박신양과 목소리는 피아니시모인 하지만 그 악행에서는 포르테시모인 고현정의 '포스' 대결, 그리고 그 행간을 메우는 익숙한 클리셰의 사건들로 귀결된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과연 <조들호 1>이 어떠했는가 라는 것이다. 과연 <조들호 1>이라는 드라마가 박신양 표 연기를 차치하고 리바이벌 할 만한 내용이었는가 라는 의문을 뒤늦게 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시즌 1 역시 박신양의 연기를 제외하고, 그 연기에 힘입은 시청률을 빼놓고는  드라마 적 내용에 있어 이렇다 하게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을까란 반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돌아온 시즌2 역시 성긴, 혹은 어느 법률 드라마, 혹은 장르 드라마에서 본듯한 익숙한 서사는 차치하고,  박신양, 고현정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와 분위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듯 보여진다. 무엇보다 시즌 1의 미덕이었던 동네 변호사라는 그 특성은 4회까지에서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그럼에도 두 배우가 등장하면 드라마적 흡인력은 높아진다. 그저 거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박신양이 나즈막히 몇 마디 했을 뿐인데도 설득이 되고, 쓰레빠로 경호원 두 명을 무찔러도 통쾌하다. 심지어 다음 회차에서 그 냄새날 것같은 옷을 벗어던진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고현정도 마찬가지다. 어눌하고 나즈막한 목소리의 그녀가 진짜인 듯 신경질을 내며 샤워기로 사람을 패는데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장면 차 드실래요 하는 고현정의 목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이 발견한 사탕 껍질을 내놓는 박신양을 보며 다음 회를 기약하게 된다. 과연 <조들호 1>처럼 아니 거기에 고현정이라는 화룡점정을 얹은 <조들호 2>는 이번에도 배우의 힘만으로 시즌을 성공시켜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9. 1. 9. 17:06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