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 밴쯔, 이 정도야 이젠 상식에 속한다. 유튜버였지만 이젠 종편 tv에 까지 진출했으니 누구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유재일이나, 정규재, 황장수는 어떨까? 이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표명하는 순간, 혹은 이들 유튜버에 대한 애청 정도에 따라 당신의 정치적 색채는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혹,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다루는 와꾸대장 김봉준을 아시는가? 영화 소개의 엉준이나 삐맨은? 여행하는 앨리스 봉슬이나 수영계의 러브리 스위머, 이름과 달리 자전거 여행가 모험왕 별이 등등으로 가면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아니면 이런 건 어떨까? 미미, 파니, 장추자와 같은 트렌스젠더, 혹은 김철수나 강학두같은 게이 채널의 구독율은 사회적 시선과 달리 뜨겁다. 

 

 
그래서일까 너도 나도 유튜브로 간다. tv에서 보기 힘들던 강은비씨가 자신의 유투브 채널을 통해 연예인이던 시절보다 훨씬 벌이가 좋다는 기사를 내는가 싶더니, 신세경 씨와 같은 주연 급의 여배우도 개인 채널을 열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들과 교감한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가 택한 곳이 유투브 '교익 tv'인가 싶더니, 정치 재개를 선언한 홍준표 씨 역시 '홍카 콜라'를 개설했다. 그래서일까, 정치는 하지 않겠다던 유시민씨가 매주 한번씩 혹세무민하는 가짜 뉴스를 정복하러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기로 했다. 

격세지감 유튜브
지금으로 부터 한 20년쯤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 전일 수도 있겠다. 한참 우리 사회에 벤처 기업 붐이 일었을 때 선배들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사업화하기 위해 고심했다. 당시는 이제 막 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던 시절, 각자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사이트에 올려 나누어 보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야무진 포부, 하지만 그 시도는 안타깝게도 아직 영상을 찍어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생각조차도 아직 무르익지 않던 너무 빠른 선견지명 덕에 세상과 함께 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십년이 지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남이 올린 영상을 즐기고, 심지어 자기 자신이 영상의 주인이 되어 그걸로 돈을 번다. 심지어 '일확천금'을 했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그래서일까, 장래 희망이 건물주였던 초등학생들의 희망이 유튜버로 바뀌었다는 '카더라' 통신도 들린다. 실제 유투버로 활약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심심풀이로 자신의 도시에 온 아이돌 그룹의 영상을 좀 찍어 올려도 심심찮게 용돈 벌이가 되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낸 유튜버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심지어 그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개방적 매체'로 나날이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2018년에 유투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모임이라도 나가게 되면 예전같으면 기승전 드라마, 연예인 이야기 대신, 기승전 유투브에 대한 이야기로 설왕설래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예전에 하던 드라마, 연예인 이야기가 각자 서로 다른 삶에서 '공감'을 길어낼 수 있는 매개였다면 이제 유투브는 함께 하지만 매우 '개인주의적'인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똑같이 유투브를 즐긴다는데, 우리가 그 즐기는 걸 함께 나누거나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는 '즐감'하고, 심지어 '맹신'하지만, 그 즐기는 유투브로 인해 '반목'하기까지 한다. 또 하나의 세상, 하지만 저마다의 세상, 그게 바로 2018년의 유투브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얼마전 <아쿠아 맨>을 봤다. 쿠키 영상까지 놓치지 않고 봤다고 흐뭇해 했더니 웬걸, 영화에 제임스 완 감독의 전작 주인공(?)이었던 애나벨이 등장했었단다. 아차, 도대체 어디 나왔지? 하고 찾아보려니 결국 물어볼 곳이 유투브다. 이렇듯 요즘 사람들은 궁금하면 유튜브로 간다. 얼마전 해리 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던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의 경우에도 유투버에 물어만 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동물 사전까지 연대기에 대한 설명은 물론 각 캐릭터의 연관 관계에 대해  '쌈빡'하게 정리해준다. 이보다 더 좋은 '해설자'가 있을까. 

옷을 사고 싶어도, 화장품을 하나 사려 해도, 신발을 사도, 심지어 맛집도 유투브로 간다. 어디 그뿐인가, 관심있는 연예인이 생기면 당장 유튜브에 물어본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에 있는 퀸의 여러 영상들의 조회수가 '폭발'했다. 유투브에서 날 밤을 새우느라 다크 서클이 바닥에 닿았다는 농담은 흔히 '덕질'의 입문 단계를 뜻한다. 그저 한때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나 찾으러 들어갔던 곳, 하지만 이제는 그곳은 '물어보면 다 나오는' 만능 해결사가 되어간다. 

요즘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게이나 트렌스젠더들의 채널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도 처음엔 '호기심'으로 부터 시작된다. 다름에 대한 관심, 호기심으로, 그리고 그 호기심은 그들이 펼쳐내는 가식없는 솔직한 성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지며 15금의 공중파 드라마로서는 감히 다가설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니 당연히 드라마가 시시해지는 게 당연하다. 

 

 

패자 부활전
롯데 ** 햄버거 선전에 god의 박준형이 등장한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더니 짜장면을 먹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짜장면 대신 햄버거를 베어문다. 익숙했던 유행가의 허를 찌른 역설적 광고다. 이 광고를 보고, 박준형이 god의 멤버라서 등장했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다. 여기서 박준형의 등장은 '와썹맨'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인기에 기반한 것이다. '와썹맨'에서 박준형은 '먹방'의 주인공이다. 좀 맛있다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직접 먹어보고 박준형 특유의 어눌하지만 위트있는 직설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기존의 자신의 커리어에 기반하여, 혹은 자신의 커리어가 이미 그 생명을 다했어도 그곳에서 알려진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여 유튜버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god의 박준형이 그러하듯,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자는 개코와 함께 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이지만 동시에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최자로드'란 먹방 채널로 인기를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축구 선수였던 이천수, 송종국, 김병지 역시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 현역 시절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여 '축구 관련 유투버'로 활약하며 인기를 모은다. 그런가 하면 과거의 게임으로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스타 크래프트'는 본의 아니게 은퇴를 당한 선수들이 아프리카 tv를 중심으로 게임 방송을 재개하는가 싶더니, 그 여세를 몰아 이제 유투브에서 본격적으로 스타 리그를 부활시켰다. 유투버를 중심으로 하여 선수들이 의기투합하여 열렸던 경기는 이제 신한금융투자 등의 후원까지 얻어 당당하게 '패자부활전'을 열고 그 시절의 '이영호, 이제동'을 소환했다. 

정치 투쟁의 온상
하지만 무엇보다 유투브와 관련하여 뜨거운 열기는 '정치 관련 유투브'이다. 똑같은 연배의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각자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보는 채널이 다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한 하늘을 이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가 싶게 같은 뉴스에 대한 해석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다. 문제는 해석이 다르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다른 해석은 옳고 그름이 되고, 신념이 되어 정파적 입장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멀리갈 것도 없다. 홍카 콜라를 즐겨 보고 홍준표의 막말에 가까운 일성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유재일이나 김어준 등의 분석은 '색깔론'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적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홍준표나 정규재의 채널은 '가짜 뉴스'일 뿐이다. 
뉴스보다 가깝고 친숙한 유튜버들의 활약, 사람들은 뉴스 채널을 통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자기 판단  '내 논에 물대기' 식의 유투버들의 간지러운데 긁어주는 '강력한 한 마디'에 더 매료된다. 글로 보는 뉴스는 그 글을 독해하는 동안 '생각할 공간'을 머리에 만든다. 글로 읽으며 생각하던 그 시간을 tv는 단축시켰고, 유튜브는 거기에 더해 생각까지 얹어준다. 세계는 유튜브라는 공간 속에서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지만 정작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생각도 좁혀지지 않는다. 유튜버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이라 생각하는 세상, 하지만 그 나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 되지 못한 채 저마다의 세상 속에서 부유하는 세상, 그것이 오늘날 유튜브 월드이다. 






by meditator 2018. 12. 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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