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므로 산재를 인정합니다' 라는 산재 재심 위원회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창규의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병이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던 산재가 드디어 인정된 것이다. 산재만이 아니다. 억울하게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도 밝혀졌다. 그리고 그 시간 이창규를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 명성의 양태수는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되고, 최서라는 갑질 혐의로 역시나 구속된다. 길고도 지독했던 명성과의 악연, 그 한 장이 조장풍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인턴 이창규의 억울한 죽음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을 속시원하게 해결했던 조진갑, 하지만 가만있을 명성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시절 '폭력 교사'로 해고되었던 과거를 언론을 통해 흘리고, 그는 결국 근로 감독관에서 밀려나 산재 심사위원회로 보내졌다. 심지어 뇌출혈 환자에서 수면제를 처방하던 명성 병원의 의사 강민섭이 산재 위원으로 등장하여 사사건건 닥달하며 진갑의 혈압을 올린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곳에서 명성 병원 인턴이었던, 명성 병원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해줬던 인턴이었던 이창규의 죽음을 알게 된다.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했던 인턴 이창규, 그러나 그는 결국 명성 병원에서 쫓겨났고 가족에게도 숨긴 채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중 벽돌을 맞아 뇌에 부상을 입었으나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뒤늦게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하다 죽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는 공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산재를 신청했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만다.

자신을 도왔던 인턴이 명성 병원에서 쫓겨나 공사장을 전전하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아픔을 느낀 조진갑은 진실을 알기 위해 나선다. 산재,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당한 재해의 입증을 명성 건설은 유가족에게 떠넘긴다. 심지어 유품조차도 수습하지 못하게 하고, 진갑은 유품을 찾으러 명성 건설을 찾아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감옥에서 나와 최서라의 하수인으로 복귀한 구대길에 의한 교통사고와, 뇌물 수수 조작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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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조진갑의 활약은 계속
그런 가운데 최서라는 전환 사채 조작을 통해 자신의 아들 양태수에게 회사를 불법 승계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병실 내에 은밀하게 설치된 밀실에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불법 도청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이런 최서라의 비밀은 이창규의 핸드폰이 최서라에게 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은 조진갑과 천덕구(김경남 분)가 은밀하게 그곳을 조사하다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태수가 들이닥쳤지만 마약 복용으로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무사히 복사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산재 입증의 길은 멀었다. 병원 측은 이창규의 인턴 해고가 졸피뎀을 빼돌려 투약했다고 했고, 이에 우도하는 이창규 아내에게 돈을 주며 회유하고자 한다. 한편 공사 현장 근로 감독까지 나가서 어렵게 구한 cctv 자료 영상조차 진갑을 우려한 아버지로 인해 잃고 만다. 결국 빈 손으로 재심 위원회에 나서게 된 진갑과 이창규 가족, 그들 앞에 이창규가 자신 대신에 약물 혐의를 받고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뒤늦게 맘을 돌린 명성 병원 이과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 이창규가 빼돌렸다는 졸피뎀을 사용한 사람이 다름아닌 양태수라는 것을 진술하고, 그 진술에 증거가 될 영상을 조진갑이 제출하고, 드디어 '업무상 산재'가 입증된다. 

양태수가 한 마약을 빼돌렸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병원에서 쫓겨났던 이창규, 명성 건설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벽돌을 맞고 위급 상황에 빠졌던 그는 무재해라는 '허명'의 작업장을 지키기 위한 공사장 작업 반장의 방치로 '골든 타임'을 놓친 채 죽어갔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가족들의 통한이 될 뻔한 걸 산재 위원회에 간 조진갑과 이번에도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림없이 조진갑의 동지가 된 '갑을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성 건설의 무재해를 지키고자 이창규에게 다시 한번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던 명성은 고스란히 '부메랑'을 돌려받는다. 공화 장애를 핑계로 감옥에서 나온 양태수를 비롯하여 갖은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며 병실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하던 회장님들에게 뿌려진 물벼락을 시작으로 전환 사채를 이용하여 아들의 불법 승계를 하려던 최서라의 계획은 '말숙'을 볼모로 폭력을 가했던 최서라에게 '이에는 이'의 작전으로 응수한 천덕구의 '인터넷 봉쇄'로, 조진갑을 뇌물 수수로 엮으려던 구대길의 작전은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지키려는 주미란(박세영 분)의 역공으로 인한 양태수의 구속으로 최서라는 불법 승계는 커녕 스스로 '갑질'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감옥으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일찌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함부로 대한다며 조진갑을 손봐주겠다고는 결국 그를 '폭력 선생'으로 몰아 해고시켰던 조진갑과 최서라의 악연은 이제 근로 감독관, 그리고 산재 위원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이 된 조진갑과 각종 갑질은 물론, 불법을 넘나들며 특권을 행사하던 재벌 회장 최서라의 대결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지 않는 조진갑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간호사들의 걸그룹 춤 연습, 재벌 자제의 마약, 재벌가 사모님의 갑질,  전환 사채를 이용한 불법 승계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각종 현실의 사건 사고가 조진갑의 엄정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재벌들의 거악의 시리즈로 절묘하게 엮어나왔던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 그러기에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감은 더해지고 , 그 현실로부터 길어진 공무원 조진갑의 화끈한 활약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특별하다. 

by meditator 2019. 5. 15. 06:45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장르물이 시즌을 이어가는 경우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한 작가가 일관성있게 시즌을 집필하는 경우는, 특히 3번 째 시즌까지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스3>는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렇게 마진원 작가와 함께, 이제는 시청자들에게는 <손 the guest>의 연출로 익숙한 김홍선 감독에 이어,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의 이승영 피디의 시즌 2, 그리고 이제 <뷰티인사이드>, <터널>의 남기훈 피디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보다 '고어'하게 
그렇다면 시즌3의 <보이스>는 어땠을까? 
화가의 작업장인 듯 여기 저기 그림들과 작업 도구들이 있는 창고, 그 끝에 한 여성이 매달려 있다. 공중에 말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건 낚시줄? 혹은 얇은 철사와 같은 줄들이다. 그녀의 마디마디를 지탱하고 있는 그 줄은 동시에 그녀의 그 마디마디를 조여가며 끊어내고 있는 중, 바닥은 그녀의 피로 흥건하다. 그리고 살려만 달라고 절규하는 그녀의 앞에서 그 죽음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검은 망토에 하얀 마스크를 쓴 빌런,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은퇴하겠다는 여 화가의 작업장을 보러 온 부동산 업자와 손님, 그들은 질척이는 작업장을 둘러보던 중 이상한 설치 작품, 여성의 얼굴과 절단된 사지로 구성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주저앉아 버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흥건했던 것들이 바로 '피'였음을. 112를 찾으며 혼비백산하는 그들, 그렇게 '하드고어(고어(gore)는 '피, 핏덩이, 엉긴 피, 응혈'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징그럽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심하게 들어간 잔인한 작품)'하게 <보이스3>가 시작된다. 

<보이스 1>에서 이 드라마가 다른 장르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건, 사고로 인해 남다른 청각를 가지게 된 강권주 팀장(이하나 분)을 중심으로 한 범죄 현장의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 센터 팀과, 그 맞은 편에 쇠망치로 사람을 내리쳐서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태구(김재욱 분)로 대변되는 '고어'한 범죄들이었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강권주 팀장의 골든 타임 팀이 무진혁(장혁 분)에 이어 새로운 팀장 도강우(이진욱 분)을 맞이하여 체계를 갖추어 가며, 모태구의 철퇴로 내리치던  '고어'한 범죄는 방제수(권율 분)의 시신 부분 훼손 및 절단과 이의 유통인 '닥터 파르브'라는 다크 웹 사이트의 조직적 범죄로 범죄의 각을 넓혔다. 

시즌3의 <보이스>는 이런 시즌 1과 시즌2의 특징을 강화시킨다. 1회 초반 보여준 빌런의 '하드 고어'한 범죄에 이어, 일본 료칸을 배경으로 한 일본 여행을 온 한국인 여성 두 명을 납치 감금하고, 마치 컴퓨터의 리셋 버튼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가족을 끊임없는 납치를 통해 '리셋'하려하고 이에 반항할 때 거침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고어'한 설정의 에피소드로 시즌의 특성을 강조한다. 

거기에, 시즌 2의  사고 현장에서 사라졌던 도강우 팀장이 8개월만에 일본에 밀항을 감행하면서 까지 추적하는 시즌2의 빌런 방제수의 배후, 시즌 2에서 방제수가 거느렸던 '닥터 파브르'는 그 일부에 불과했던 절단된 시신들을 거래하는 '블랙 마켓 시크릿넷'이라는 거악이 시즌3의 과제로 제시된다. 료칸의 납치범 스즈키(정기섭 분)도 피해자들을 강간하며 죽이는 과정을 담은 '스너프' 필림을 올렸던 것으로 도강우의 추적이 실제 사건으로 드러나며, 과연 극 초반 등장했던 '하드 고어'한 범죄를 저질렀던 최종 빌런과 이 '시크릿 넷'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보다 처절하게
시즌3가 시작될 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건 바로 강권주의 생사였다. 방제수가 덫으로 놓은 폭탄이 설치된 지하로 들어갔던 강권주, 이후에 발생한 폭발, 과연 그 상황에서 강권주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시즌 3는 그 폭파의 현장에서 8개월을 건너뛰어 골든 타임 팀장으로 다시 복귀한 강권주로 시작한다. 폭파 현장에서 온 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그 현장에서 사라진 도강우 팀장을 찾기 위해 초인적인 힘으로 재활을 겪어낸 그녀는 다시 의연한 골든 타임 팀의 팀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그녀는 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이명'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 뜻하지 않는 순간에 그녀를 엄습하는 강렬한 기계음과 같은 이명은 남들과 다른 청각으로 사건을 인도하는 골든 타임 팀장으로 강권주에게는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핸디캡이다. 

시즌 2의 다른 제목이 필요하다면 '도강우 형사의 복권'이라고 해도 무람없을 만큼, 3년전 자신의 눈 앞에서 파트너였던 나형준 형사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도강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눈 앞에서 목격한 이유로 '동조자' 혹은 아버지와 같은 사이코패스라 의심을 받는 그는, 더구나 종종 정신을 잃는 '블랙 아웃 증세'에, 극한의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으며 폭주하는 성향으로 인해 나형준 형사의 형인 나홍수 계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형사'직에도 위기를 맞고 있는 형편이었다. 시즌 2는 바로 이런 도강우가 방제수의 음모로 인해 나형준 살해 사건의 범인이 아니며, 진짜 범인을 밝히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아버지의 범죄와 그로 인한 온 가족의 불행 이후 속죄하듯 경찰이 되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과거와 병력으로 인해 덮어씌워진 혐의를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도강우 형사, 그러나 그는 그런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린다. 그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전담반조차 그의 과거로 인해 폐지되던 무렵, 일본으로 밀항하는 그가 골든 타임 수사망에 잡히고, 그렇게 밀항자로써 강권주와 다시 만나지만 도강우는 예의 안하무인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며 팀원들을 멀리한다. 

 

 

강권주의 폭발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색 자동차로 인해 방제수의 배후를 직감한 그는 지난 8개월간 은밀하게 '블랙 웹'의 존재를 추적해 오던 중, 그 실마리를 찾아 일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안하무인이었지만, 당장 피해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고, 거기에 그 가해자가 자신이 찾는 블랙 웹과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도강우는 '료칸 납치 사건'에 뛰어들어 예의 '팀장'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마지막 범인 스즈키의 검거 과정에서 절제되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이 튀어나오고, 강권주와 대화하던 중 뛰쳐들어가 안정제 주사를 맞고 나와야 할 만큼 병이 악화된 상황, 더구나 감옥의 방제수는 도강우의 복귀를 듣고 그의 어릴 적 이름 '고우스케, 돌아왔구나'라고 하면서 시즌 2 내내 시청자들을 의혹에 빠뜨리게 했던 도강우의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의 불을 지핀다. 거기에, 시즌 2의 나형수 계장에 이어, 이제 다시 그가 살인마의 아들이라며 그의 뒤를 쫓는 일본 형사 료지(박동하 분)가 등장하여 도강우의 정체에 대한 혼돈을 부추긴다. 그렇게 도강우는 심해지는 병과 싸우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핸디캡을 가지게 된 강권주, 심해지는 병으로 인해 시간이 여의치 않은 도강우 이들은 첫 번째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그 누구보다도 서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라는 걸 확인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도강우는 단 두 달로 그들의 파트너 쉽을 한정시키고, 이제 함께 '하드 고어'한 거악의 범죄 단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나선다. 보다 처절한 조건에서, 보다 극악한 범죄자, 혹은 범죄 단체를 단죄하기 위해 나선 <보이스 3>, 이 흥미진진한 서막에 시청자들은 2회만에 5%를 넘보는 관심으로 호응했다. (2회 4.979% 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



by meditator 2019. 5. 13. 14:45

개혁 군주 영조의 새로운 면모를 그렸던 <해치>는 비록 7%대의 시청률이지만 월화 드라마 1위의 자리를 수성한 채 마무리를 했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건 모처럼 개화한 mbc의 월화 드라마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다. 물만난 듯한 김동욱의 호연과 <열혈 사제>를 잇는 화끈한 '사이다' 서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뚫어주며 7%의 벽을 뚫었다. 그렇게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 순풍에 돛단듯이 순항하는 가운데, 그 아성에 도전하는 후발 드라마 두 편이 있다. 바로 '장르'가 박보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tvn의 <어비스>와 <해치>의 후속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이다.

'장르'가 박보영이라지만 <어비스>가 '로코'인 듯 하지만 '빌런'으로서 이성재의 존재감에서 드러나듯이 '스릴러'의 요소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경우 드라마 초반 남자 주인공 도민익(김영광 분)이 피습을 당하는 '사건'으로 시작되며 미스터리하게 열었지만 막상 드라마의 내용은 도민익과 그의 비서 정갈희(진기주 분)의 아웅다웅하는 '관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로코인 듯 스릴러, 스릴러인 듯 로코인 복합 장르로서 두 드라마는 비슷한 듯 다르게 심지어 시청률조차 고만고만하게 (어비스 3.858, 초면에 사랑합니다 3.6, 닐슨 코리아 5.6 기준) 후발주자로서 고전하고 있다. 

 

 

영혼으로 소생한 현대판 미녀와 야수, <어비스>
20년지기 친구인 두 남녀가 있다. 한 명은 절세 미녀에 재원으로 잘 나가는 검사가 된 고세연과 또 한 명은 반대로 길 가다가도 누구나 한번쯤 돌아볼 덜 생긴 차민, 일편단심 고세연만 바라보던 차민에게 뜻밖에도 운명의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결혼을 약속까지 했는데 그녀가 사라졌다. 그로 인해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하던 차민은 외계인의 운전 실수로 말미암아 사망, 20년지기 절친 고세연 역시 자신의 집에 찾아온 연쇄 살인마로 인해 사망, 그렇게 두 절친은 세상을 떴고, 차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외계인이 준 생명 소생 구슬 '어비스'로 다행히 환생했다.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혼의 모습인 둘의 모습이 생전과 딴 판으로 평범녀와 누가 봐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잘생남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렇게 김사랑과 안세하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삶과 죽음의 기로를 넘기며 박보영과 안호섭이 바톤을 이어받았고, 그때부터 우리가 아는 예의 '박보영 표' 드라마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어비스>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아직은 드라마를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 풋풋한 안호섭이 이끌었던 초반을 지나 박보영이 등장하는 순간 드라마가 급 활기를 띠는 것처럼, 박보영은 그 또록또록한 발성과 똘망똘망한 연기로 대번에 드라마를 휘어잡는다.

하지만, 조금전까지만 해도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장례 치른다고 엉엉 울던 고세연이, 장면이 바뀌자 허겁지겁 해장국을 먹고,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차민의 물건들을 팔아 편의점 순례를 하고, 날짜 지난 상품으로 편의점 알바생을 눙치고, 즐펀하게 편의점 앞에서 쏘맥을 말아 수다를 떠는 지점에 이르면 이 드라마가 <오나의 귀신님>인지, <힘쎈 여자 도봉순>인지 기시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뜻밖에도 <어비스>가 드라마로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이성재'의 본격적인 등장에서 부터이다. 동료 검사도, 피해자의 아버지도 모두가 모호하고 의심스러웠던 등장이었지만, 서하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오성철의 존재가, 그의 환생이 분명해 지면서 부터 드라마는 '스릴러'로서 장르의 묘미를 살려가기 시작한다. 또한 그런 면에서 박보영의 전작 <오 나의 귀신님>과 <힘쎈 여자 도봉순> 역시 복합 장르 드라마였다는 것이 환기되며, 전작들에서처럼 박보영의 익숙한 연기를 새로운 '장르'의 서사가 융합하여 신선하게 다가올 가능성을 연다.

즉, 박보영은 그 박보영이지만, 박보영이 녹아든 이야기의 다름이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느냐가 <어비스>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오 나의 귀신님>, <힘쎈 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런 박보영의 전략이 또 다시 먹힐지는. 더구나 안효섭은 박보영이 함께 했던 그 어떤 남주보다도 '신인', 이성재의 압도적인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의 어깨가 무겁다. 

 

 

새로운 듯 익숙한 안면인식 장애 남자의 좌충우돌 해프닝, <초면에 사랑합니다> 
T&T 모바일 미디어 1본부장 도민익은 남 보기엔 완벽하고, 그래서 완벽한 만큼 까칠한 상사이다. 덕분에 의욕만 앞섰던 비서 정갈희(진기주 분)는 결국 상사의 싸가지 없는 해고 통지를 받게 되고 만다. 하지만, 그 날 회사에서 정갈희가 짤린 날, 정작 도민익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다. 겨우 목숨은 구하지만 어릴 적 그가 받았던 뇌수술 과정에 삽입했던 클립이 측두엽에 무리를 줘 안면인식 장애를 일으키고 만다.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이 이토록 흔한 증후군이었던가. MBN<마성의 기쁨>에서 공마성(최진혁 분)은 자고 일어나면 지난 날의 기억이 사라져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장애를 보였고, JTBC<뷰티 인사이드>의 서도재는 사고로 안면인식 장애를 안게 되었다. 잘 생기고 허우대 멀쩡하고, 심지어 직업도 다들 '장'이다. 뇌신경 센터 센터장, 항공 본부장에, 이제 모바일 미디어 본부장까지. 이 완벽한 조건에 완벽한 '티'가 되는 그들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후군에 완벽한 조력자가 있으니, 그녀들이다. 

이 '익숙한' 설정을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T&T 모바일의 후계 구도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어머니와 삼촌 간의 복잡한 집안 관계, 그리고 뜻하지 않은 피습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 현장에 있었던, 그리고 점점 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도민익이 유일하게 알아보는 단 한 사람 정갈희를 등장시켜, 갑과 을이 사랑하는 사이로의 전복되는 과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해프닝을 통해 도민익의 오랜 절친 기대주(구자성 분)와 베로니카 박(김재경 분)과의 사각 관계로 풀어갈 예정이다. 피습 사건으로 심각하게 시작했던 드라마는 정갈희를 찾아와 상사 면접을 진심으로 받는 도민익으로 풀어내며 '로코'로서의 특색을 강화해 간다. 

<너의 결혼식>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영광과 박보영, <퐁당퐁당 러브>에서 함께 했던 진기주와 안효섭이 이제 파트너를 바꿔 경쟁자로 만났다. 발군의 박보영, 한층 무르익은 김영광이 이끌고, 신인 진기주와 안효섭이 따르는 이 두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유제원 피디가 과연 박보영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의 김아정 작가와 함께 입봉한 이광영 피디가 드라마에서 계속 부진했던 김영광에게 고진감래의 기쁨을 안길지, 하지만 이미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 상승세를 펴고 있는 월화 드라마에서 이들 후발 주자들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by meditator 2019. 5. 8. 05:33

로맨틱 코미디의 관건은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 이성이 만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휴머니즘'이 아닐까 라고 tvn  수목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은 말한다. 언제나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 대한 '오해'로 시작된 <그녀의 사생활> 속 라이언 골드와 성덕미의 관계, 그 얼크러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건 뜻밖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다. 

 

 

오해, 사랑을 위한 배경지식?
성덕미(박민영분)는 채움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이다. 전직 관장이었던 재벌가 엄소혜가 남편의 비리와 미술관을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물러나고 새로운 관장으로 입양아 출신의 라이언 골드(김재욱 분)가 오게된다.  지난 시절 그녀가 없으면 채움 미술관이 돌아가지 않는다 할 정도로 헌신하여 차기 미술관 관장이 돼도 손색이 없다 싶었던 성덕미,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일장춘몽'은 라이언 골드의 등장과 함께 무너지는 건 물론, 엄소혜의 텃새로 인해 오해를 사며 '해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신임 관장인 라이언 골드와의 사이는 적대적일 수 밖에.

그런데 성덕미에게는 보여지는 큐레이터라는 직업 외에 또 하나의 숨겨진 직업이자 취미가 있다. 바로 아이돌 차시안의 열렬한 팬이자, 그를 위한 팬까페의 홈마스터(홈마), 차시안이 뜨면 그녀는 마스크까지 검은 색으로 자신으로 가리고 그를 담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달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항에서 입국하는 라이언 골드와 부딪치며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팬 다이어리를 그에게 떨어뜨리게 된다. 상심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녀와 같은 취미 생활의 동지인 이선주(박진주 분)가 시안이 머물렀던 호텔 스위트룸에서 호캉스를 보내는 것으로 위로를 해주려는데, 이미 그 방에 머물렀던 라이언 골드와 방을 바꾸는 해프닝을 벌이는 가운데 라이언은 두 사람을 동성애자라 오해하게 된다. 

언제나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굳이 주인공 남자와 여자인 라이언과 성덕미가 매번 부딪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뜻하지 않은 오해까지 하며 해고와 동성애 사건을 겪게 된다. 해고의 해프닝은 그에 대한 성덕미의 얕은 복수심에서 벌어진 라이언의 카페인 알레르기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성덕미는 라이언의 생사여탈의 가해자이자 구원자가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본의 아니게 점점 더 긴밀해져 간다. 그런 가운데, 미술관 전시회를 위해 함께 차시안의 집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시안 팬들의 오해로 성덕미가 '테러'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에 라이언은 스스로 그걸 막기 위해 '가짜 연애'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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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랑의 시작 
라이언이 가짜 연애를 제안한 이유는 그저 시안의 팬들을 막아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호텔에서 목격한 사실을 근거로 성덕미를 사회적 약자로 배려의 대상이라 생각한 그는 그녀의 정체성이 드러나서 고통받는 대신 자신이 방패막이가 되어주겠다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또 다른 오랜 친구인 남은기(안보현 분)가 찾아와 '아우팅' 운운하자 그는 분노해 그와 유도 대련을 펼치며 자신이 성덕미에 대해 생각한 바를 흘리고, 그로 인해 성덕미는 라이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라이언은 자신이 그녀를 터무니없이 오해한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지만, 정작 성덕미는 그런 라이언의 배려에 마음이 울리고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그 둘의 가짜 연애를 의심하는 관장 딸이자 성덕미의 경쟁 팬홈 마스터인 신디의 눈을 돌리기 위해 함께 한 강원도 길, 그곳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노석 작가의 오랜 벗인 사진작가의 죽기 전 마지막 사진에 대한 덕미의 해석, 안녕이란 제목이 세상과의 이별을 뜻하는 '굿바이'가 아니라 사진 밖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안녕 나는 이렇게 잘 있으니 걱정하지마'라는 위로의 의미란 해석에, 이른바 라이언이 '동공 지진'하게 되는데. 엄마가 자신을 버려 어린 시절 입양이 되어 누군가의 손을 놓치는 게 싫어 타인의 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라이언이 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덕미의 해석에 얼어붙었던 라이언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라이언 만이 아니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으로 중학교 때 만나 무려 30년 동안 자신을 바라봐 왔지만 엄한 가정에서 자라 그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 상처로 남았던 노석 작가의 얼어붙은 사랑마저도 덕미의 그 따스한 해석에 마음을 돌리도록 만든다. 

그렇게 비록 사회적 약자라 오해했지만 기꺼이 자신을 지켜주려는 라이언, 오랜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가진 노석 작가의 마음조차 돌려세운 성덕미의 따스한 시선, 결국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이성 간의 연애를 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건,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온기, 선의, 이런 것들이 기본이 되는게 아니냐고 <그녀의 사생활>은 말한다. 불신, 오해를 넘어, 이제 서로에 대해 온기를 느끼며 '덕질'의 초기 단계에 빠져드는 라이언과 덕미의 '덕질 연애', 그들의 '휴머니즘 러브'가 궁금해 진다. 

by meditator 2019. 4. 25. 15:12

사이다 백만 개를 주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던 <열혈 사제>가 떠났다. 그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회를 거듭할 수록 근로감독관의 활약이 열렬해 진다. 전직 국정원 대테러 전담반 요원이었던 신부님이 조절되지 않는 분노를 화끈한 액션을 앞세워 구담구 적폐 카르텔의 소탕 작전으로 돌렸다면, 조장풍으로 날렸던 전직 유도 선수 출신 선생님 역시 한 액션하시지만, 그래도 '근로 감독관'이라는 직업답게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시며 공무원도 얼마든지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해 보이시는 중이다.  사제님의 열일도 구원받은 구담시, 이제 근로 감독관 조진갑(김동욱 분)의 열일로 구원시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88만원 세대의 슬픔, 그 기원은?
장은미는 휴먼테크의 파견직 사원이다. 오랫동안 취직 못했던 그녀가 언니에게 잘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회사의 막내 사원인 그녀의 회사 생활은 '지옥'이었다. 2년 동안 제 시간에 퇴근을 한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 며칠 째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 그녀가 근무하는 책상 한 귀퉁이의 약병들은 그녀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오력'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견디지 못하고 나간 경력직 사원 4명 몫의 일을 해야했던 그녀, 사무실의 온갖 잡일에서 부터 기획안까지 쉴 틈이 없었다. 일만 많은 게 아니었다.  클라이언트의 변심은 그녀가 일을 못해서라고 사장을 비롯한 사원들은 그녀를 동네 북처럼 두들겨 댔다. 그래도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처럼 '여기서 못버티면 어디 가서 뭘 하겠냐'고 했고,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사장은 자기 말을 안들으면 이 바닥에 발도 못붙이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녀가 언니에게 자신을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며 하소연을 했다. 

동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찾은 언니, 하지만 뜻밖에 언니가 들은 말은 '노동 계약서'가 없어서 노동자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법'의 테두리를 확인했을 뿐,  결국 견디지 못한, 아니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다 못해 접대 자리까지 불려나간 동생은 다음 날 뇌진탕을 일으킨 채 발견됐다. 

 

 

노동 계약서가 없는 계약직, 파견직 사원  이 문제를 맡은 특별한 근로 감독관 조진갑은 자신들의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변명 반, 그런 적이 없다는 배째라 반으로 나오는 사장의 뻔뻔한 저항에 부딪친다. 

이에 조진갑 근로 감독관은 알바 노동자 소년들의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휴먼 테크의 장시간 노동을 적발하는 한편, 휴먼 테크를 넘어 원청과 하청의 관계로 휴먼 테크에 또 다른 갑이 되는  '티에스'라는 악의 축을 저격한다. 또 한편에서 파견직이라는 이름으로 은미와 같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노동 계약서도 없이 다단계 식으로 이 기업 저 기업에 파견하는 파견직 보도방의 비리로 적발한다. 즉, 드라마는 오늘날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고통받는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 문제를 그저 한 직장 내 프레임을 넘어 사회 구조적으로 대기업에서 부터 하청, 재 하청을 해가며 결국 그 모든 사업적 부담을 최 하단의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에게 업무적으로, 거기에 한 술 더 떠 체불 임금으로 떠맡기고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액션을 조미료, 근로감독관의 이름으로 
하지만 파견직 사원의 부당한 고용을 밝히기 위해 파고 들어간 원청 티에스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조진갑에 대해 그의 상관 구원지청장 하지만(이원종 분)은 냉정하게 반대한다. 

법대로 하고자 하지만 법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조진갑, 그때 지난 상도운수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한때 제자 김선우(김선규 분)가 동앗줄을 드리워준다. 김선우가 고등학교마저 못마치도록 만들었던 왕따 사건의 주동자였던 양태수(이상이 분)가 그를 자신의 운전사로 고용하여 다시 한번 사사건건 갖은 괴롭힘과 모멸감을 주는 상황, 김선우는 이제 더는 상도 운수 때처럼 물러서거나 타협하는 대신 스스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양태수에 대한 적극적 복수를 하고자 한다. 즉 신원을 보호해준 내부 고발자가 티에스와 고용 계약서도 쓰지 않은 장은미와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 사항을 나누었다는 증거 서류를 '고발'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 

 

 

이에 '내부자 고발'이란 카드를 뽑아든 조진갑은 '내부자'가 빼낸 서류를 빼내기 위해 무단으로 티에스에 잠입, 하지만 매달 바뀌는 번호키로 인해 고전하던 중 전처 주미란(이세영 분)에게 들키고 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무실을 방문한 우도하(류덕환 분) 덕분에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 조진갑, 티에스와 명성병원의 전산 시스템 구축 협약식이 있던 날, 사경을 헤매는 동생에게 병문안은 커녕 문자로 해고 통지서를 보낸 휴먼 테크 사장에게 분노하던 언니를 진정시키는 한편, 하지만 구원지청장을 설득해 얻어낸 '체불 임금으로 인한 특별 근로 감독' 개시를 선언한다. 결국 파견직 장은미의 눈물을 근로 감독관 조진갑의 방식으로 닦아준 것이다. 


양태수로 인해 선생님직을 잃었던 조진갑, 하지만 이제 근로 감독관이 된 조진갑은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싸운다. 김선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양태수를 천덕구가 주먹을 날려 경찰서로 연행되었을 때도 선생님이던 시절의 분노 대신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양태수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 영상이란 딜을 통해 두 제자를 무사히 법의 심판으로 부터 구제하고, 이제 비록 그가 애초에 원했던 원청 폭로는 아니지만, 대신 체불 임금으로 인한 근로 감독으로 그가 하고자 했던 티에스의 손발을 묶는데 성공한다. 주먹을 쥐었지만 그걸 날리는 대신 근로 감독관으로 '준법적 방향'을 택해서 조금은 에둘러가는 길을 택한 조진갑, 한 방의 주먹보다 법이란 효율적인 승부처를 택한 그 싸움의 방식이 주는 '사이다'는 주먹 한 방과는 또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 

by meditator 2019. 4. 24. 05:59

촛불을 들고 구체제를 물리치고 '적폐청산'을 내걸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도 어언 3년 여가 지났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슬로건은 무색하게 연일 가쉽성 사건들만 난무하고 그 사건들의 이른바 실체는 갈수록 오리무중인 채, 정국은 다음 선거를 둘러싼 세 싸움의 양상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적폐 청산'이란 말 자체가 구태의연해져 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그 '임무'를 꾸준히 가열차게 실천하는 분야가 있다. 뜻밖에도 그건 시청자들의 밤을 밝히는 드라마들이다. 월화수목금토, 우리는 매일 저녁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드라마로 만난다. 현실이 되어야 할 이야기들, 그렇게라도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달랜다. 

 

 

분노는 정의로 치환된다-<열혈 사제> 
시작은 본당에서 쫓겨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사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통에 대뜸 주먹부터 나가고 보는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는 트라우마에 절어 폐인이 되어가던 그를 거둬주었던 이영준 신부의 구담 성당으로 오지만, 그가 맞딱뜨린건 이영준 신부의 죽음이다.

이영준 신부 자살 위장 사건 그 뒤에는 구담 구청장, 경찰서, 구담시 국회의원, 그리고 특수 수사부 부장 검사 등 구담구 지역 카르텔이 있었다. 당연히 김해일 신부는 '분노'하고 홀홀단신 이 사건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전직 국정요원답게 거침없는 그의 액션은 <정글의 법칙>이 떠난 빈 자리를 꽉꽉 메운 채 답없는 세상에 답답해 하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속시원하게 뚫어주며 시청률로 보답을 받기 시작한다. 

구담구 지역 카르텔로 시작했던 사건을 '왕맛 푸드 사건'을 거쳐,  '버닝 썬'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무렵 절묘하게 구담구 내의 사교 클럽 라이징 썬 사건으로 연역해내며 드라마의 현실성을 증폭시켜나가는 한편, 김해일이라는 독고다이 분노 조절장애 사제의 헌신적 분노를 구대영 형사(김성균 분),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비롯하여, 서승아 형사(금새록 분), 한성규 사제(전성우 분), 김인경 수녀(백지원 분), 오요환 편의점 직원(고규필 분), 쏭싹 중국집 배달원(안창환 분)까지 구담구의 정의로운 시민들을 구담구 카르텔에 대항하는 구담구 어벤져스로 재편하며 드라마의 전선을 살려냈다. 

현실에서 지지부진한 '버닝썬'은 드라마 <열혈 사제>로 오면 '라이징 썬'의 실질적 소유주였던 문홀딩스의 차명 사업자들, 아들을 문홀딩스 대표로 내세운 박신우 의원, 구담구청장 정동자, 구담 경찰서장 남석구, 검사 강석태 등을 속시원하게 까발리고, 이들이 구담구 어벤져스의 작전에 따라 서로 이전투구하며 몰락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려내며 박수를 받는다. 

 

 

통수 위에 외통수 - <닥터 프리즈너> 
<닥터 프리즈너>를 여는 건 태강 병원 응급 의학센터 에이스였던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이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를 도왔던 고지식한 의사였던 그는, 태강 그룹의 망나니 아들 이재환으로 인해 아끼던 환자 부부를 잃는 건 물론, 의사 까운을 벗고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된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자신이 투옥되었던 서서울 교도소의 의무 과장으로 부임하고자 한다. 

왜 교도소 의무 과장이었을까? 여기엔 바로 나이제가 의사직을 잃게된 깊은 원한의 이유가 있다.  형사 소송법 471조에 의거하면, 형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이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 해당 교도소 과장의 동의를 받아서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바로 이 조항때문에 일개 교도소 의료 과장은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서서울 교도소에서 그 권력을 누려온 것이 바로 선민식(김병철 분)이었다. 그는 이런 교도소 의무 과장의 재량에 의거 재벌, 정치인 등에게 형 집행 정지를 이용해 돈과 권력을 누려왔었고, 그 과정에서 나이제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러기에 나이제의 선민식을 향한 복수는 곧 그가 누려왔던 교도소라는 공간을 통해 이루어져 왔던 부도덕한 정, 재계 카르텔에 대해 칼을 겨누는 것이 된다. 교도소 의무 과장 자리에서 부터, 출자자 명부, 하은 병원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선민식과 나이제의 '통수'에 통수는 결국 복수와 정의를 향한 나이제의 외통수 앞에 선민식이 무릎을 끓고 만다.  자신의 목적을 향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듯하지만 결국 '정의'의 목적에 충실한 '다크 히어로' 나이제의 방식은 <열혈 사제>의 분노 액션과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이제의 복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로 이루어진 하은 병원을 선민식으로 부터 받아내어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한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야심차게 내보인다. 결국 카르텔의 허브였던 선민식을 제친 나이제가 궁극적으로 상대해야 할 대상은 태강 그룹이라는 재벌, 그 중에서도 자신의 승계를 위해 '살부'도 불사하고, 정민제 의원마저 살해 사주한  이재주(최원영 분)과의 본격 한판 승이다.  과연 재벌 회장을 상대로 한 외통수 나이제의 통수 작전이 이번에도 먹힐 지, 엎치닥뒤치락하며 선과 악의 롤러코스터가 주는 마력이야 말로 <닥터 프리즈너>의 결정적 매력이다. 

 

 

금권 카르텔에 대항하는 고지식한 선의 - <더 뱅커>
매회 끝을 알 수 없는 통수의 향연인 <닥터 프리즈너>의 가장 큰 희생양은 아마도 동시간대 수목 드라마인 mbc의 <더 뱅커>일 것이다. kbs2 드라마의 부진을 깨끗이 잊게 만드는 <닥터 프리즈너>가 20% 시청률의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등 쟁쟁한 출연진의 호연에 잘 짜인 대본으로 승부스를 건 <더 뱅커>는 안타깝게도 4% 대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만으로 <더 뱅커>를 평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만화는 물론 드라마로도 인기를 끌었던 <감사역 노자키>의 리메이크작인 <더 뱅커>는 대한 은행이라는 금융계의 절대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정의의 드라마틱한 전개로 열혈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직이었던 공주 지점장이었던 노대호(김상중 분)는 지점 폐쇄라는 불운을 겪지만 뜻밖에도 행장 강삼도(유동근 분)에 의해 감사로 위촉된다. 벌써 3번이나 행장을 연임한 강삼도는 어수룩한 노대호를 감사 자리에 앉혀 그의 공명정대한 감사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했던 '배임 행위'로 육관식 부행장을 밀어내는데 이어, kt 부정 취업이 연상되는 국회의원, 국정경제 자문회의 부의장, 금감원장의 압력인 채용 비리 사건으로 도전무(서이숙 분)를 토사구팽하며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만든다. 

하지만 새로이 등장한 부행장 이해곤(김태우 분)이 은행을 개혁할 꺼라며 자신의 편에 서라는 회유에, 그건 부행장님의 권력욕일 수 있다며 돌아선 노대호 감사, 드라마는 이합집산하는 대한 은행과 그를 둘러싼 정재계 카르텔 속에서도 꿋꿋히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의 길을 고지식하게 고수하는 감사의 정점이 어딘가 궁금하게 만든다. 더구나 지금까지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행장 강삼도가 그가 꺼내든 은행 개혁과 관련된 D1보고서를 덮으라 하며 노대호의 동지였던 한수지(채시라 분)까지 부행장으로 회유하며 <더 뱅커>는 본격적인 노대호 대 강삼도의, 일개 감사와 대한 은행을 배경으로 한 금융 카르텔의 권력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이제이, 적을 이용하여 적을 제거하는데 그 누구보다 교활한 강삼도 앞에 우직한 노대호 감사의 칼날이 먹힐지 거기에 이해곤과, 한수지의 욕망의 끝은 어딜지, 그 욕망과 정의의 파노라마, 그 귀결점이 궁금하다. 

 

 

근로 감독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무한하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근로 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의 실시 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근로 감독관은 법적으로는 엄연히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그걸 믿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에서 보여지듯이 각종 정치적 외풍과 거기에 더해 금권을 전횡하는 기업주에 맞서 일개 공무원이 근로 기준법을 법대로 구현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MBC월화 드라마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은 바로 이 법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현실로 부터 '법대로'하는 히어로가 된 근로 감독관 조장풍을 길어낸다. 

일찌기 유도 선수 출신으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교 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덕분에 폭력 교사로 낙인이 찍혀 직장과 가정을 잃은 바 있었던 조진갑은 어렵사리 얻은 근로 감독관이란 직분을 복지부동으로 버텨가고자 한다. 하지만 선생직을 잃게 만들었던 그 학폭 사건의 희생자였던 소년이 이제 다시 상도여객의 운수 노동자로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이자 그는 예의 불의를 참지 못하던 '조장풍'의 기질을 살려낸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그 어떤 조폭이 떼를 지어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포에, 눈 앞에서 깐죽대며 쳐보라는 구대길 이사장(오대환 분)을 향해 대뜸 주먹을 날려버리는 대책없는 용기, 하지만 이번에는 고등학교 때처럼 그저 당하지만은 않는다. 그 시절 그의 은혜를 입었던 천덕구(김경남 분)가 운영하는 갑을 기획의 특출난 사업 능력을 뒷배로 하여, 구원시 노동지청은 물론, 검찰까지 회유한 구대길이 몇 천의 벌금으로 법망을 피해 나가려 하자, 약간의 트릭을 거쳐 운행 정지라는 법적 조치를  통해 벌금을 메꾸려 밤낮없이 혹사당하던 버스와 운수 노동자들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묘수를 통해 근로 감독관으로서의 법적 임무를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조진갑의 법적 해결은 뜻밖에도 시민의 발을 정지시켰다는 역풍을 맞고 조진갑은 진상조사위에 회부된다. 좋게 좋게 해결하자는 조사위원들에게 '꼭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어야만 합니까'라며 당차게 반문한 조진갑, 그런 가운데 구대길은 고의 파산을 통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 하고. 조진갑에게 넘겨진 가짜 정보의 압수 수색과 구대길의 해외 도피, 그 간발의 차이를 넘어 결국은 구대길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해내며 근로 감독관으로의 첫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열혈 사제>에서 부터,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까지> 주중, 주말을 휩쓸며 답답한 현실 대신 시청자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드라마들, 공교롭게도 이들 드라마들은 모두 '아재'들이 주인공이다. 마흔 줄의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게 자신의 직분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 아재들, 그들은 자신을, 혹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는 어떤 사건을 통해 각성하고, 그 사건 이면에 숨겨진 우리 사회 카르텔에 도전한다. 드라마는 이 평범한 시민의 각성과 실천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 '도전'의 키가 되는 건 뜻밖에도 그들의 직업이다. 열혈 사제의 김해일 신부는 신부라는 특별한 위치이지만 그 이전에 그가 속했던 국정원이라는 직업이 지금 그가 해결해 가는 사건에 주된 '마스터 키'가 된다. 나이제 역시 의사였던 그의 과거가 지금 그를 서서울 교도소 의무 과장에의 도전에서 부터 선민식, 이재준에 대한 복수의 길에 가장 유리한 방패이자 칼이다. <더 뱅커>의 감사 노대호나,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근로 감독관 조진갑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고픈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직업적으로 만난 사람들, 사건들로 인하여 그들의 '정의'가 불지펴진다. 

이렇게 아재들의 투철한 적폐청산,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핏대를 올리며 '정의'를 목놓아 외치지 않는다. 분노 조절장애 김해일 신부는 외려 때론 그의 분노가 귀엽게 느껴질 만큼 순수하며, 그래서 그의 분노는 중독성있게 주변 사람들을 '오염(?)시켜 전선을 확장키켜 나간다.  시니컬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는 나이제의 여유와, 아재 개그를 남발하며 썰렁해서 어느덧 정기 가버린 노대호의 아재스러움, 거기에 몸무게를 불려 그 덩치만큼 넉넉한 조진갑의 넉살이 이들 드라마의 날선 경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짓게 만든다. 마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았다던 그 전설의 복서처럼 이들은 주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매료시켜 내 편의 긴장을 풀어주되, 결코 정의의 전선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투철함으로 이 시대 넉넉한 히어로의 모습을 구현한다. '넉넉함'과 '투철함' , 어쩌면 이들 드라마의 환영받는 주인공으로 부터 사람들이 그리는 히어로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by meditator 2019. 4. 19. 17:51

그가 공무원이 된 목적은 '무사안일'이었다. 그래서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려 했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자신을 찾아와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에 눈을 질끈 감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 서로들 말로 해결을 해보시라고 했다. 알바생의 시급을 떼어먹은 점주를 '감독'하는 대신, 알바 생에게 봉투를 주며 어차피 돈 받기 힘들다며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이런 대접 받지 않게 살라는 계면쩍은 핑계를 댔다.

그런데 딸 아이가 '아빠가 부끄럽다'고 했다. 하필이면 그가 감독해야 할 운수 회사에서 이제는 운수 노동자가 된 오래 전 제자를 만났다. 돈 3000원 때문에 '버스비 횡령'으로 해고될 처지의 제자는 그간 못받은 돈도 돈이지만 억울하다 했다. 두 눈 질끈 감고 살려고 했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복지부동'으로 살기엔 그의 피가 너무 뜨거운 탓이 아닐까? 한때 조장풍으로 날렸던 전직 유도 선수에 전직 선생님이었던 근로 감독관 조진갑말이다. 

 

 

적폐 청산의 주역이 된 감사와 근로 감독관 
mbc 주중 미니시리즈는 '적폐 청산'의 시대다. 월화 드라마 < 더 뱅커>가  '대한은행'을 배경으로 '정재계의 카르텔'에 날을 세우더니, 그에 이어 수목 드라마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은 명성 그룹을 주축으로 미리내 재단, 성도 운수 등 재계의 카르텔을 저격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바로 그 '적폐 청산'의 선봉에 선 당사자들이다. <더 뱅커>가 전직 사격 선수에 별정직 사원으로 은행에 입사한 고지식한 은행원이었다가 행장의 복심으로 감사가 된 노대호(김상중 분)라면,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조진갑은 공교롭게도 전직 유도 선수에 의협심이 강해서 선생을 그만 두게 된 공무원 조진갑이다. 

말끝마다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자타공인 썰렁한 아재 노대호나, 전작인 <손 the guest>와의 캐릭터 차별성을 위해 장장 10kg를 찌워서 돌아온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까지 둔 조진갑은 말 그대로 '아재'들이다. 그리고 그저 맡은 바 일을 '충실하게' 해내며 자신의 직업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픈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먹고사니즘'의 근원이 된 바로 그 '일'이 그들을 '정의'의 선봉으로 밀어버린다. 

은행의 감사가 회계에서 부터 업무 전반에 걸쳐 '감사'를 하는 일의 성격적 특성으로 부터 그 일을 '제대로' 하는 과정에서 '적폐의 카르텔'과  맞부닥치게 된다면, 조진갑의 직업인 '근로 감독관' 역시 직업적 특성으로 부터 '정의'가 도출된다. 즉, 두 드라마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이 되기 위해서는 누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근로 감독관이 된 한때 조장풍 선생이던 조진갑 
근로 감독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근로 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의 실시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다. 일찌기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의 몸을 불태우며 '근로 기준법을 지켜라'고 한 게 1970년, 하지만 이 근로 기준법의 실시 여부를 감독 지도하는 공무원인 근로 감독관은 드라마에서 그린 대로 과도한 업무에 밀려, 또한 '갑'인 업주가 가진 '재력'의 위세와 권능에 밀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에는 늘 역부족이라 평가받는 직업이다. 이 직업을 가진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 현대사의 구비구비을 채운 그 수많은 쟁의와 투쟁들은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렇게 '법'과 그 직업의 현실의 행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갑의 후배 이동영(강서분 분)의 말처럼 자긍심보다는 자괴감이 앞서는 직업, 안타깝게도 '복지 부동'과 '무사 안일'을 모토로 하여 6년을 버티던 조진갑 역시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딸은 부끄럽다고 하고, 그것도 어떻게 눈을 질끈 감아보려 했는데, 6년 전 그로 하여금 선생직을 그만두게 했던 그 사건의 피해자 선우(김민규 분)가 체불 임금 노동자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은 '실화'에서 부터 출발한다. 현금 승차 승객이 낸 3100원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게 된 버스 기사의 사연, 거기서 부터 주인공 조진갑과 선우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6년전 유도 선수 출신으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선도에 앞장서던 조 선생이던 시절, 선우는 학교 이사장 아들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다, 그만 손에 잡힌 시멘트 블럭을 휘둘러 학창 시절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하게 된 조선생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5년 학창 시절 좀 놀았다던 엄마의 사연과,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그 딸의 겪는 교육의 문제를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사건을 절묘하게 직조하여 '교육 문제'에 '메스'를 들이댔던 김반디 작가는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을 통해 다시 한번 '과거'가 매개된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적폐'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명성 학원이라는 사학 재단을 중심으로 왕따를 선동했던 재단 이사장 아들과, 그의 하수인으로 불가피하게 폭력을 행사했던 천덕구(김경남 분)과 왕따의 피해자였던 선우, 그리고 그 사건에서 중재하려 애썼지만 그 자신 역시 선생직을 잃게 되며 가정까지 놓쳤던 선생 조진갑의 '과거 악연'은 이제 명성 그룹이라는 재계 카르텔과 그 계열사 상도 여객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선우, 근로 감독관이 되어 선우를 만나게 된 조진갑, 그리고 흥신소 직원이 되어 돌아온 덕구를 통해 새로운 '현재'으로 조우하게 된다. 즉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악연이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현재'의 사건으로 등장하며 '적폐'를 실감케 한다. 

과거 왕따 폭력 사건으로 인해 오지랖에 '욱함'과 '개도 안물어갈 정의감'의 3종 세트로 인해 직업도 잃고 가정도 잃었던 조진갑, 한때 조장풍 선생은 공무원을 준비하며 그 반대의 삶,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삶을 살겠다 다짐했었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었던 선우가 다시 목숨마저 위협을 받는 처지에 이르자, 그는 다시 한번 예의 '욱'을 발동하며 근로 감독관으로서의 오지랖을 펴기 시작한다. 

4회를 마친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은 이렇게 한때 조장풍이었던 조진갑의 과거를 풀어내며 악연의 역사를 드러내고 성도 운수를 중심으로 미리내 재단을 이끄는 구대길(오대환 분)을 등장시키며 '악의 축'을 구축하고, 그에 대응하여 어떻게든 복지부동하려 했지만 과거의 조장풍으로 돌아간 조진갑의 활약상을 그려낸다. 근로 감독관이라는 '법'의 테두리와, 흥신소 덕구를 활용한 법의 경계를 넘어선 '조력', 거기에 끝내 주먹이 앞서는 조장품의 욱함은 <손 the gust>의 윤화평을 잊게 만드는 김동욱을 비롯한 출연진의 호연과 김반디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하는 대본을 절묘하게 풀어내는 박원국 피디의 적절한 조율로 선배 <더 뱅커>을 훌쩍 넘어 월화 드라마의 강자로 등극할 기세다. 

by meditator 2019. 4. 10. 05:33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는 평범했던 어머니가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아들을 따라 '혁명가'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며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삶에 지쳐 배웠던 글조차 잊었던 닐로브나, 그녀에게 아들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정작 그 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가 아들이 '헌신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되고 우려와 걱정을 넘어 '동지'가 되어가는 '비등점'을 한 여성이자, 한 사람의 어머니의 관점에서 막심 고리끼는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먹고사니즘'의 승화, 그 과정은 언제나 숭고하지만 그 질적인 비등점을 설명하는 건 막상 쉽지 않다. 캠페인이나 계몽적 선언이나 명구가 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그러기에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가 오래도록 '회자'되는 명작이 된 것일 터이다.

 

 

<열혈 사제>는 이미 김남길의 몸이 부서져라 작두를 타는 듯한 혼신의 연기로 시청률이라는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열혈 사제>를 김해일 신부로 분한 김남길만으로 정의내리는 건 섭섭하다. 충분 조건이 되고도 넘치는 많은 이들의 열연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중반부를 넘어선 <열혈 사제> 그 화려한 조연진들 중에서 이제 김해일 신부와 함께 '어벤져스'로 활약할 캐릭터들의 '비등점'을 다루며 영웅기 그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구대영, 다시 열혈 형사가 되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건 바로 모처럼 몸에 맞는 캐릭터로 돌아온 김성균의 구대영 형사이다. 그도 한때는 열혈 형사였다. 하지만 이제 그를 '호구, 모지리, 쫄보, 쪼다' 취급을 한다. 오죽하면 그가 소속된 형사팀이 현장을 급습할 때 그는 홍보 요원이 되어 거리를 헤매게 할까. 그 과정에서 조폭들에게 옷을 빼앗기고 웃음거리가 되고 그에게 그런 '수모'가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나체가 되어 거리를 헤매도, 조폭들에게 얻어터져도 참는다. 왜냐하면 그의 파트너였던 후배 형사가 죽어가며 그에게 어떻게 하든 살아남으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수모를 겪을 수록 그 후배 형사의 아내와 아이들은 안전할 것이라 그는 믿는다. 

그런데 그의 앞에 그의 그런 신념을 흐트러뜨리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영준 신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김해일 신부가 그에게 골칫덩어리이다. 팀장은 어수룩하고 만만한 그에게 김해일 신부를 '커버'하라 하지만, 어느 틈에 김해일 신부는 그에게 '입장'을 분명히 하라 강권하고 있다. 그 '입장', 매일밤 집에 돌아오면 뒤척이며 모처럼 찾아간 후배의 납골당에서 몸은 편한데 마음이 안편하다던 구대영 형사는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어느 틈에 자신도 모르게 김해일 신부의 '뒷배'가 되고 있다. 황철범에게 맞는 김해일 신부를 위해 119 구급대를 부르는 것에서 부터 바야바 분장을 하고 함께 별장을 찾아든다. 신경 쓰임이, 마음 쓰임으로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김해일 신부의 안위를 걱정하던 그가 김해일 신부가 후배 형사를 죽어가게 했던 러시아 조폭 무리가 연루된 라이징 썬을 향해 돌격하려 하자, 자신이 짊어졌던 짐을 고백하고 예전의 구대영 형사로 돌아가고자 한다. 

 

 

부장검사의 '꼬붕'에서 김해일 신부와의 '공조'로 
이영준 신부님을 존경하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지만, 그런 종교적 신념이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의 '성공을 향한 광녀 모드'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영준 신부님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지만 그보다는 이제야 검찰 내에서 윗선의 눈에 들어 양 날개를 달 듯한 자신의 입지가 먼저였다. 다시 고향에 돌아가느니 차라리 강석태 검사 앞에 무릎을 끓고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해결사가 되는 길을 기꺼이 택하려 했다.

그런데 등장부터 그녀의 남다른 '얼빠' 감각을 홀리더니 그녀의 고해 성사를 거부하는가 하면 대놓고 신자인 그녀의 성당 출입마저 거부하는 김해일 신부에게 그 누구라도 그녀의 앞길을 막는 자 욕부터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제쳐버리던 그녀가 자꾸 머뭇거린다. 그리고 그 머뭇거림의 끝에는 여전히 그녀의 집 탁자 위에 여전히 인자한 웃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이영준 신부님이 계시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그녀에게 암살자를 보냈다. 그 무엇도 무서울 것이 없다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앞에서는 한낮 바람 앞에 촛불 신세였다. 그런데 그 순간 신부님이 나타났다.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한다더니, 이젠 목숨까지 구해줬다. 자신의 뒷배가 된다던 부장 검사가 자신을 고향으로 좌천시킨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녀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도 다르다. 말로는 한껏 으르렁거리지만, 김해일 신부에게 자꾸 믿음이 간다. 말로는 자신을 죽이려던 그 세력이라면 그 누구라도 라며 '복수'를 내세웠다. 그녀가 살아왔던 방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부님은 그녀의 허를 찌른다. 그녀가 해왔던 비겁함과 오욕의 시간에 대한 '회개'의 한 방식이 아니냐고. 회개면 어떻고, 고해면 어떻고, 혹은 복수면 어떠리. 이제 박경선 검사는 그 누구도 감히 손대려 하지 않은 라이징 썬으로 대변되는 '부도덕의 카르텔'에 뛰어들고자 한다. 그녀에겐 김해일이라는 든든한 '동지'가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오요한과 쏭샥, 사랑보다 더한 커플의 동지애 
시작은 악연이었다. 김해일 신부가 이영준 신부를 대신해 미사를 집도한 날 배가 고파서 자기 얼굴만한 모카빵을 먹던 오요한(고규필 분)은 성당에서 쫓겨났다. 배가 고프면 잘 안들린다는 변명 아닌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치는 없지만 독실한 신도였던 그는 성당도 날선 훈계를 하는 김해일 신부도 멀리하지 않았다. 아니 그의 성정답게 그 누구도 그는 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팠던 천체 물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불철주야 어떤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 오요한이 밤마다 지키는 편의점을 찾는 태국에서 온 쏭삭마저 그에게 '친구'였다. 서로 남은 삼각 김밥과 식은 군만두를 나누어 주는. 

김해일 신부의 청으로 자신의 장기를 살려 왕맛 푸드의 비밀 장부를 꺼내오는 임무를 함께 하는 작전에서도 몸이 무거운 오요한을 도운 건 쏭삭이었다. 생전 처음 그런 임무를 맡아 '도움'을 실천한 오요한은 생전 처음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고백한 것도 쏭삭이었다. 하지만 쏭삭은 그런 오요한의 고백에도, 그로 인해 오요한이 장룡 무리에게 심하게 매타작을 당할 때도 쏭삭은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했다. 그저 늘 장룡 무리에게 '간장 공장 공장장은' 하며 조리 돌림을 당해던 그 '태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요한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고백에도 쏭삭은 자신이 지켜야 할 태국의 가족이 그를 주저앉혔다. 오요한이 뜨거워져도 쏭삭은 냉정했지만 막상 오요한이 '냉담'해지자, 그런 그에게 찾아와 '우정'의 뜨거운 눈물로 그 마음을 녹여준 건 쏭삭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더는 비겁하게 물러서지 않겠다 고백한다. 

그 '고백의 실천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가슴에 '돼지 새끼'와 '옹박'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라이징 썬의 알바가 된 두 사람, 그곳을 덮친 김해일 신부와 박경선 검사의 공조팀이 공격을 당하고, 구대영이 쓰러지고, 서승아가 쓰러지고 박경선 검사를 향해 야구 방망이가 날아갈 때 박경선 검사를 흠모하던 오요한이 그 방망이를 자신의 몸으로 막고 쓰러지자, 쏭삭은 그동안 자신을 숨겼던 만만한 동네 배달맨의 꺼풀을 벗어던진다. 왕을 지키던 옹박 저리가라할 고수의 실력으로 말 그대로 일당 백의 무술인으로서의 진정한 풍모를 드러냈다. 

 

 


구대영, 박경선, 오요한, 그리고 쏭삭, 그들 모두는 '먹고사니즘'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혹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그리고 혹은 순탄한 재외 외국인으로서의 생활을 위해 그들은 '비겁'을 눈감으며 '불의'를 감수했다. 하지만 비록 단단한 무쇠로 만들어진 듯했지만 그래도 거대한 카르텔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김해일 신부의 '열혈' 투신이 그들을 변화시켜 나간다. 아니 그 이전에 그들을 한결같이 보다듬었던 이영준 신부의 '사랑'이 그들의 마음을 자꾸 들쑤셨다.

결국 그들은 한 걸음이 자신을 주저앉혔던 먹고 사니즘의 장막을 걷어제치고 나선다. 박경선이 복수를 핑계로 '누구라도 나와'라며 호기롭게 '주님'못지않다는 검사로서의 본분에 나서고, 구대영이 과거의 짐을 덜고 비로소 형사로서의 거침없이 떨쳐일어서고, 쏭삭이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숨겨두었던 무공을 뽐내는 25,6회야 말로 그간 은근히 지펴졌던 <열혈 사제>의 비등점이 끓어오르며 폭발했다. 김해일 신부의 분노와 그 분노로 추동되었던 헌신이 불쏘시개가 되어 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열혈 사제>를 끓어 올렸다. 

by meditator 2019. 3. 30. 06:07

김상중, 채시라, 유동근, 안내상, 서이숙, 출연진의 면면만 봐도 <천추태후>, <정도전> 쯤 되는 대하 사극인가 싶다.  그런데 mbc 수목 미니 시리즈다. 거기다 사극이 아니라 '금융권' 이야기를 다루는 일본 만화 리메이크작이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건 이런 쟁쟁한 출연진으로 이미 '대박'이라는 이 드라마의 출발이 4.5,6%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심지어 이 '쟁쟁한' 출연진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타 방송사 경쟁작은 외려 시청률이 상승했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1,2회 아기자기한 농촌 휴먼 스토리인가 드라마는 2회 말 공주 지점이 폐쇄된 후 주변에서 앞날을 걱정해 주던 노대호 공주 지점장이 대한은행 감사로 승진하게 돼 본점으로 들어오며 이야기의 각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버블 경제가 무너지던 일본의 1990년대 일본의 금융계는 '금융 빅뱅'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정이 넘쳐 지역의 대소사까지 챙기던 오오조라 은행의 지조도리 지점장 노자키 슈헤이는 지점 폐쇄를 맞닦뜨리게 된다. 이렇게 <감사역 노자키>는 시작되고, <더 뱅커>는 이런 설정을 공주 지점의 노대호 캐릭터로 그대로 들여온다. 

지방 지점장에서 하루 아침에 감사가 된 '노대호'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출신,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지고, 그가 속한 사격단이 해체되며 그는 '별정직 사원으로 은행에 특채되었다. 운동 선수 출신이라는 우려 속에 뜻밖에도 '주산'부터 배우기 시작해 강삼도 은행장의 기억에 자신을 새겼던 노대호(김상중 분), 그는 '성실하게 충실히' 대한은행맨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성실한 은행원으로 살아온 시절이 그에게 보상한 건 가족의 붕괴였다. 리먼 사태의 여파로 그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한 은행'과 거래했던 장인은 그의 눈 앞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낸 아내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 역시 지방으로 좌천되고, 하지만 그는 '공주'에서도 여전히 충실한 '대한은행맨'으로 살아간다. 

<더 뱅커>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속도전 대신, 1,2회에 걸쳐 진득하게 노대호를 설명한다. 은메달리스트의 사격 실력으로 잡아준 멧돼지, 폐점 위기의 은행도 구하고, 귀농인과 농민들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한 협동 조합 개설 등 흡사 농촌 계몽 드라마라도 보는 듯한 '고지식한' 설정으로 노대호를 설명하는데 공들인다. 거기에 이미 이혼한 사인지만 암으로 투병하는 아내의 병원비마저 기꺼이 감당하는 책임감까지. 실소를 자아내는 아재 개그는 덤이다. 

 

 

시청률 대신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득하기에 고심한 <더 뱅커>만의 방식은 바로 노대호란 인물이 '자본주의'의 첨병이 되는 '은행, 그 중에서도 육관식(안내상 분), 도정자(서이숙 분) 등 첨예하게 대립되는 파벌과 그 파벌을 노련하게 운영하며 3번째 행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강삼도(유동근 분)의 성채와도 같은 대한 은행 속에서 '강직한 감사'가 될 기초를 쌓아올리는 시간이었다. 

마치 <그것이 알고싶다>의 공주 버전과도 같이 충청도 사투리가 아닐까 싶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노대호 캐릭터를 지켜보는 건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그런 그였기에 3회 초반 감사가 된 그가 비싼 연회로 이루어진 주주들의 모임에서 값비싼 포도주를 힐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또한 감사가 된 후에도 공주 지점의 직원의 곤란한 처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한은행 옥상에서 돈을 뿌리며 자살을 기도하는 그녀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끝내 애쓰는 노대호의 캐리터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벌이는 '공명정대하고 원칙적인 감사'의 여정에 믿음이 가게 되는 것이다. 

대한 은행, 그 복마전에 뛰어든 감사 노대호 
그렇다면 노대호에게 '전가보도'가 된 감사란 무엇일까? 주식회사의 감사는 조직의 업무 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감사'를 주요한 직무 권한으로 하는 '상설 기관'으로 이를 위해 회계 및 영업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각종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이다. 가장 비근한 사례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그 근거가 된 것이 바로 아시아나 항공의  '감사' 보고서였다. 

하지만 꼭 이렇게 순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뱅커>에서 보여지듯이 노대호를 감사로 뽑은 사람은 다름아닌 행장 강삼도이다. 강삼도는 첫 출근한 노대호에게 공명정대한 감사 업무를 부탁한다. 이에 노대호는 그 대상이 그 누구라도 괜찮겠느냐며 반문하자 멈칫한다. 이렇게 대주주, 혹은 <더 뱅커>에서처럼 최고 경영자의 손에 의해 뽑힌 '감사'는 자칫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세력'이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더 뱅커>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노대호, 그가 속했던 대한 은행의 공주 지점을 폐점으로 이끈건 바로 육관식 부행장과 정치인간의 불법 비자금 커넥션이었다. 부행장은 호시탐탐 강삼도 행장의 자리를 노리며, 또 도정자 전무와 파벌 싸움 중이다. 말로는 '공명정대'함을 요구했지만 과연 강삼도 행장은 그런 '순수한' 목적만으로 노대호를 발탁했을까? 이렇게 이해가 충돌되는 세력 들 사이에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간 '원칙적이며 정의로운 휴머니스트' 노대호의 행보가 바로 <더 뱅커>의 주목할 만한 지점이 된다. 즉 우리의 사회 속에서도 그 위치가 모호한 '감사'와 '은행'을 배경으로 '공명정대'한 사회를 향한 싸움의 여정 그 자체가 아마도 그 무엇보다 <더 뱅커>의 주요한 배경이 된다. 

노대호만이 아니다. 또 한 사람, 바로 '마녀'라 불리는 한수지(채시라 분)의 존재이다. 고지식한 노대호의 오랜 동료로 여상을 나와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부장, 본부장을 거쳐 이제 강삼도에 의해 임원으로 발탁된 한수지, 부행장의 라인이면서, 동시에 강삼도 행장을 존경하는 그녀가 '성공'과 '멋들어진 대한은행원'으로써의 길에서 겪는 딜레마와 선택 역시 노대호와 다른 지점에서 <더 뱅커>의 볼거리가 된다. 

일본 만화 혹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계몽주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작된 <더 뱅커>, 금융이라는 우리 드라마계에서는 생소한 분야를 소개하기 위해 드라마는 노대호란 '인간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유동근, 채시라, 안내상 등 중견 배우들의 굵직굵직하고 힘있는 연기에 기대어 '드라마'를 추동하고자 한다. 하지만 '연기신'이라 불리는 김상중의 캐릭터 설정조차도 아직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또 다른 버건같다거나, 어색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 거기에 요즘은 드라마의 한 축으로 확고해진 ost마저 생뚱맞게 튀어나오고, 배우들의 쟁쟁한 연기마저도 때로는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진행이 과연 애초의 의도대로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틀리지 않게 3,4회에 들어서며 그 어색했던 나른한 말투하며 어설픈 아재 개그마저 친숙해 져가는 가운데 역시나 위기 상황에서 빛나는 김상중의 발군의 연기와 못지 않은 채시라 등의 기세가 <더 뱅커>의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by meditator 2019. 3. 29. 05:17

마르세이유 출신의 젊은 선원 에드몽 당테스, 겨우 스무 살에 그는 선주의 눈에 들어 선장이 되고 약혼녀와의 결혼식을 앞둔 꿈에 부푼 청년이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약혼식 장에서 음모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무려 14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감옥에서 만난 신부의 도움으로 갖은 지식을 얻고 천신만고 끝에 감옥을 빠져나온 그는 숨겨진 재산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 세탁을 한 후 '복수'를 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지우고 새롭게 거듭난 복수의 화신이 2019년 우리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로 '열일'한다. 자신이 당한 만큼 되갚아 주기 위해 자신을 지우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조차도 마다하지 않는 이 '복수'의 클리셰가 21세기의 봄에 우리 사회에서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로망'으로서일까? 과연 그들이 '복수'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복수를 위해서라면 감옥도 마다하지 않는다 - <닥터 프리즈너> 나이제 
태강 병원 응급의학센터 나이제(남궁 민 분), 그는 고지식한 의사였다.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버틴 그곳에서 자신의 월급을 털어 노숙자들을 치료해 주었고, 가난한 농아 부부에게 직원 할인이란 핑계로 도움을 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올곧은 의술은 가난한 농아 부부를 사고로 내몰고도 자신의 동생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하라 길길이 날뛰는 태강 그룹의 아들 이재환(박은석 분)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농아 부부는 골든 타임을 놓쳐 죽음에 이르렀고 자신의 말을 안들었다는 이유로 이재환의 농간에 나이제는 의료 면허가 취소된 채 감옥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가 3년 후 자신이 머무렀던 서서울 교도소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번에는 죄수가 아니라 교도소 의무 과장을 지원했다. 그리고 그곳엔 곧 그에게서 의사 면허를 뺏고 두 부부와 뱃속에 든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았던 이재환이 마약 복용 혐의로 수용될 예정이다. 그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날 차량 전복 사고가 나고, 그 현장에 나타난 나이제는 이재환의 어머니가 기획한 형 집행 정지 판정으로 이끌 이재환의 부상을 치료한다. 그 과정에서 이재환과 그의 어머니 모이라의 적대적 세력인 이재준(최원영 분)의 신임까지 얻는다.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던 전직 교도소 의무과장 선민식(김병철 분)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며. 죽어가는 이재환에게 이제야 너때문에 죽어가던 이의 마음을 알겠냐고, 그러면서 그를 살린다. 그리고 그냥 죽이는게 아니라, 이재환이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장소 감옥에서 차근차근 그를 괴롭히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수라, 나이제 식의 '눈눈이이'다. 

병원장의 회유와 재벌의 강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돌아섰던 강직하고 고지식했던 의사 나이제,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형집행정지를 바라는 여죄수의 없는 병도 만들어 주고, 자신의 자리에 예정되어 있던 의료과장 후보자를 납치하기 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감옥의 죄수들 재벌이든 그 누구라도 손을 잡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정의로운 의술을 펼치려던 그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술을 잃고, 자신이 보살피던 환자들마저 잃게 되며, 마치 '착한 사람이 돌변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닥터 프리즈너>는 4회에 걸쳐 나이제란 인물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서울 교도소 의무 과장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며 분노하지만 차마 복수하지 못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청자들의 통쾌한 탄성을 자아낸다. 

 

 

참회의 길이 복수의 길로 - <열혈 사제> 김해일
이번에는 본의 아니게 신분 세탁이 된 케이스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던 김해일(김남일 분)은 위르키스탄 반군들에게 붙잡힌 한국 봉사원들을 구하던 도중 그가 던진 폭탄에 어린이들을 살상하게 된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해일은 국정원을 나와 이영준 신부의 인도를 받아 신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전력은 기록 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구담구 카르텔의 이권을 위해 성당을 차지하고자 한 세력들이 이영준 신부를 살해하고, 신부님이 애써 보살폈던 복지원마저 저들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분노 조절 장애 신부님이었던 김해일은 자신의 전력을 활용하여 수사에 돌입한다. 그는 구담구 신부이지만, 본의 아니게 그가 신부라는 존재가 그의 지난 전력을 숨기는 방패가 된다. 자신을 숨긴 채 하지만 가장 예리한 국정원 요원의 자세로 존경했던 신부님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의 분노는 조절 장애가 아니라, 가장 성스러운 수단이 된다. 

신부님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신부님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증인'들을 찾기 위해 국정원 시절 알았는 해커를 다그쳐 그들이 숨어있는 아지트를 터는가 하면, 국정원 시절의 수사 능력으로 구담구 카르텔의 약한 고리였던 복지원 급식 업체 왕맛푸드의 비밀 장부를 입수하고, 국정원 요원의 실력으로 그를 막아섰던 공무원과 황철범의 똘마니들을 압도한다.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비롯한 구담구 쪽에서는 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지만 기록에서 삭제된 그의 과거는 오리무중이다. 이제 사건 당일 황철범의 별장에 이영준 신부님이 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해일은 신부복을 벗는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오게 될 일이 없기를 기도해 왔다'던 자신이 국정원 시절 장비들로 무장한 채 바이크를 타고 결전의 그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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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딜레마 - <바벨> 차우혁
어린 그의 앞에 다정했던 아버지는 차가운 시체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찾아온 거산 회장이 전해준 무언가를 보더니 다음 날 아침 목을 맸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차우혁(박시후 분)은 '복수'로 돌렸다. 거산을 쓰러뜨리기 위해 기자가 되었다. 거산의 비리를 파헤쳤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신문사의 가장 큰 광고주였던 거산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연예부 좌천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거산가 둘째 아들과 여배우 한정원의 밀회를 목격했다. 연예부 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형태로 '스폰서' 운운하며 기사를 써제꼈다. 데스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그리고 그날 신문사에도 사표를 던졌다. 거산을 무너뜨릴 수 없는 도구가 되지 않는 기자직에 미련이 없었다. 

대신 검사가 되었다. 서부 지검 칼잡이가 되었고, 인도적인 정보를 통해 거산가의 둘째 딸 태유라의 마음을 샀다. 덕분에 거산 태회장의 눈에 들어 거산 변호사가 될 기회가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 헬기 사고로 태회장이 사경을 헤매고, 둘째 아들인 태민호가 살해당했다. 그 수사가 차우혁에게 배당됐다. 거산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자가 되고,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려던 그의 오랜 '복수'의 집념이 스스로 파열음을 낸 거산 덕에 탄탄대로를 걸을 일만 남은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바로 태민호의 아내다. 그가 살아돌아온 태민호로 인해 오열하던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맞추었던. 

<바벨>의 서사는 여느 복수극과 톤을 달리한다.  드라마는 부도덕한 재벌의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한 복수극을 향해 질주하지만, 그 질주의 속도를 제어하는 건 뜻밖에도 '복수의 딜레마'이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거산이라 생각했던 차우혁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던진다. 기자가 되고, 검사가 되고,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방법들이 이제 그를 옭죈다. 자신의 기사로 인해 태민호와 결혼했던 한정원의 불행한 처지를 알게된 차우혁은 그만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의 서류에 '접근하기 용이할 것'이라던 그 대상 한정원에게 '복수의 대상' 이상으로 마음을 줘 버린 것, 스스로 '죄책감인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말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재벌 가의 희생양이 되고만 한정원을 두고 볼 수 없다.

자신의 복수가 낳은 도덕적 '딜레마'는 '사랑'으로 치환되어 차우혁을 고뇌에 빠뜨린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했던 행위들이 낳은 불행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사랑'을 매개로 논한다. 그런 차우혁의 맞은 편에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랑하는 이에게 마저 칼을 꼿는 신현숙(김혜숙 분)이 있다. 드라마는 그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사랑의 도덕적 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그가 달려왔던 복수가 흔들린다. 아버지가 했던 사업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버지는 태회장과 신여사와의 치정의 피해자였던 것, 과연 그럼에도 거산을 향해 계속 칼을 겨누어야 할까? 이렇게 <바벨>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부도덕한'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있는 tvchosun을 통해 '의도와 행위의 도덕적 딜레마'를 논한다. 

by meditator 2019. 3. 22.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