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딸들> 첫 방송, 시청률 공약을 거는 시간, 장기 하숙생 컨셉으로 합류한 박수홍이 10%를 들자, '러시아에서 온 새엄마' 이미숙이 말린다. 첫 술에 너무 과한 시청률 공약을 내걸었다 안되면 의기소침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이미숙이 내건 수치는 5%. 첫 회 <하숙집 딸들> 시청률은 5.4%, 이미숙이 걱정한 의기소침의 벽을 넘어, 첫 번째 시청률 공약을 기쁘게 지킬 일만 남았다. 2월 10일 첫 선을 보인 <언니들의 슬램 덩크 시즌2> 역시 5%를 넘기며 무사히 안착했다. 


예능으로 온 주연급 여배우들 
물론 <언니들의 슬램 덩크 시즌2> 멤버 전원이 여배우들은 아니지만, 시즌1의 화제성을 이끈 인물이 라미란이었듯, 시즌2역시 기존 멤버 김숙, 홍진경 외에 한채영과 강예원을 합류시키며 관심을 주목시켰다. 강예원은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통해 예능에 첫 발을 딛었으며, 오히려 예능보다도 <백희가 돌아왔다> 등 출연한 작품 속 개성강한 캐릭터로 인해 각인이 된 배우다. 그에 반해 '예능'에서의 한채영은 예외라 할만큼 신선한 인물이다. 이렇게 전혀 뜻밖의 여배우들을 등장시킨 건 <하숙집 딸들>이 한 수 위다. <내게 남은 48시간>을 통해 예능 신고식을 치룬 이미숙을 필두로, 박시연, 이다해, 장신영, 윤소이 등 스타급 여배우들이 리얼버라이어티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 등장만으로도 신선했던 면면에 더해, 밤새 잠을 못이뤘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예능에 첫 발을 디딘 그녀들의 활약은 존재만큼 신선했다. 예능에 나온 만큼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겠다며 매니저보고 나가있으라고 하는 한채영부터, 자신의 컨셉을 여러 남자를 거드려, 아버지가 다른 딸들을 거느린 여장부 스타일로 자신의 컨셉을 잡은 이미숙에, 자신의 소개에 부끄러운 듯, 하지만 솔직담백하게 이혼 중이라는 사실을 꺼리낌없이 드러낸 박시연, 꽃게춤을 마다하지 않는 장신영, 거침없이 내복 패션쇼를 선보인 윤소이까지, 웬만한 예능 새내기의 포부를 뛰어넘는다. 늘 화면에서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맡던 그녀들이 꺼리낌없는 언변에서 부터, 몸개그, 결벽증 등의 성격까지 보여주는 그 솔직함이 우선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찌기 2007년 종영한 <여걸 식스>를 통해 이소연, 정선경, 전혜빈 등이 당당하게 한 몫을 해낸바 있다. 그리고 이젠 mc로 더 익숙한 김원희 역시 배우 출신이다. 하지만 한동안 뜸하거나 출연을 해도 화제성을 충분히 이끌어 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에 새로운 물꼬를 튼 건 역시나 예능의 트렌드를 주도한 나영석 피디였다. <삼시 세끼>에 이은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성공시킨 나영석은 <꽃보다 누나> 등을 통해 고인이 되신 김자옥 배우를 비롯하여 윤여정, 김희애, 이미연, 최지우 등의 여배우들을 예능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물론 '화장실'과 관련한 웃픈 에피소드 등도 있었지만, 예능에 나오는 것이 곧 '망가짐'으로 통했던 트렌드를 '예능'을 통해 이미지를 확산내지는 상승시킬 수도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만든 것이다.

거기엔 '걸크러쉬(girl crush; 카리스마있고 자신감있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호감 트렌드)'라는 여성주도적 시류는 여배우들의 예능적 캐릭터의 한계를 또 한번 넓힌다. 덕분에 라미란은 자신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센언니'의 캐릭터를 한껏 부풀려 여걸 식스 걸그룹 편에서 걸출한 활약을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라미란못지않은 '기'를 드러내보이고 있는 이미숙 역시 당당하게 <하숙집딸들>의 가장으로 등장하여 '러시아에서 온 결혼 여러 번 한 엄마' 가장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그녀들의 속사정 
물론 이러한 여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꼭 신선한 예능 트렌드에 대한 부응이라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채영, 이다해, 박시연, 장신영, 윤소이 등 모두 한때는 공중파 드라마의 주연을 맡던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결혼 등의 일신상의 변화와 더불어 서른 중반을 오가는 그녀들의 연령대는 어느덧 배우로서의 그녀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한다. '비비인형'이라 불리웠던 한채영이지만, 그녀의 최근작은 2013년 <예쁜 남자>였다. 이다해 역시 2014년 <호텔킹>이 최신작이듯, 나이와 함께 그녀들의 '드라마' 속 입지는 자꾸만 축소되거나 밀려나는 처지였던 것이다. 이미숙 역시 <질투의 화신> 속 말 그대로 '걸크러쉬'한 계성숙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런 역할이 쉬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예능에 출연한 이서진, 하석진, 심형탁 등이 '예능'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쇄신하며 그런 예능적 성과를 작품으로 이어가며 배우들의 예능 출연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라미란 등이 예능과 연기의 두 마리 토끼를 너끈히 잡으며 '소모전'이 아닌 예능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트렌드의 수혜자가 모두가 될 수는 없다. 이서진, 에릭 등은 '나영석'이란 걸출한 연출자란 배후가 확실했다. 하석진이나 심형탁은 그 자신들이 가진 뜻밖의 예능적 재미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변화시킨 케이스다. 라미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전후'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결국 '능력있는 배후'가 있거나, '개인의 특출한 혹은 예외적 능력'이란 전제 조건이 있어야 예능도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선을 보인 <하숙집 딸들>은 우려되는 지점을 남긴다. 드라마를 통해 '공주'같던 모습을 보였던 그녀들의 뜻밖의 소탈하고 털털한, 심지어는 결벽증있는 예외적인 모습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과연 그런 '신선함'이 <하숙집딸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지속성으로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첫 방송에서부터 방송을 이끌어가는 건 이수근과 박수홍이었고, 여배우들은 그런 그들의 진행에 따라 출연한 게스트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 과연 그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뚫고 매회 게스트를 맞이하며 게임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예능적 캐릭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에서도 걸그룹을 하기 전까지는 전천후 라미란조차 그 존재감이 쉬이 드러나지 않았듯이, 여배우들의 예능 적응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숙집딸들>은 2014년 sbs에서 시도했던 그룹홈 방식의 리얼 예능 <룸메이트>의 다른 버전같다. <룸메이트> 역시 예능에 첫 선을 보인 배종옥, 이동욱 등 신선한 얼굴들로 화제를 끌었지만, 결국 게스트에 의존하는 자체 동력의 고갈로 프로그램의 생명을 단축시켰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하숙집딸들>이 극복할 수 있을지, 웃음 제공, 박수 부대를 넘어선 진정한 '걸크러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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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5 17:38

'감옥'은 폐쇄적 공간이다. 그러기에 그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낸 일찌기 스티브 맥퀸의 <대탈주(1963)>에서부터, <쇼생크 탈출(1994)>까지 탈출의 감동을 다룬 영화들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감옥'을 배경으로 시즌 5까지 이어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도 있으니까. 그러기에 상고를 포기하고 '탈출'을 기획하기 시작한 박정우(지성 분)의 결심으로 이제 <피고인>은 본격적으로 '프리즌'을 '브레이크'하고, 바깥 세상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벌여나가나 했다. 그런데 웬걸, 16부작의 딱 반을 넘긴 8회, 바깥 세상에서 박정우를 옭죄이던 차민호(엄기준 분)가 그의 두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아버지의 순애보 
여전히 박정우의 '수난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살인 혐의는 재심 공판에서 친구 강준혁(오창석 분)이 튼 '자백' 동영상으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결국 '상고'마저 포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사형수 낙인과도 같은 붉은 3866번호가 박힌 푸른 죄수복을 받은 처지의 박정우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그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덜어졌다. 

무엇보다 기억도 잃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던 박정우가, 조금씩 기억을 찾아가며 비록 이젠 재심마저 포기한 사형수의 처지지만, 그러기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형이 왜 죽어요'라는 의문의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 성규(김민석 분), 다시 찾아온 그를 보고 박정우는 자신의 딸 하연이가 생존해 있으며 그가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자백 동영상과 관련된 기억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비록 아내는 죽었지만 딸 하연을 살리기 위해 피치못하게 자백을 해야만 했던 사실을 이젠 박정우가 깨닫게 되며, 그는 여전히 감옥에 갇힌 처지이지만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탈옥'마저 감행하려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시청자'들을 흡인한다. 즉 박정우의 상고 포기는 그를 지켜보는 '적'들에게 '포기'라는 항복 선언을 통해 그에 대한 안심을 주려는 '페이크'인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자 하는 일타이피의 '작전'이다. 비록 아내는 지키지 못했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곡진한 아버지의 순애보다. 


살인자의 일타이피 순애보 
그렇게 이제 '박정우'버전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작되나 했는데 박재범 작가는 보기좋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며 8회를 마무리한다. 그간 노심초사하며 죽은 형 코스프레를 하며 차명그룹 장남 행세를 하던 차민호. 하지만 그가 전혀 몰랐던 형의 여자 제니퍼 리(오연아 분)가 등장하자, 결국 예의 '사이코패스'적 행태를 되풀이하고야 만다.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도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던 형의 애인을 흔한 '매수' 대신, 영원히 입을 다물게 만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 그가 걱정한 것은 '자신의 살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살인 과정이 중계된 핸드폰을 듣고 있던 형의 아내이자 자신의 첫사랑 나연희(엄현경 분)였다. 

살인자의 순애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충격으로 술에 취해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에게 친 아내를 대신하여 자신이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물론 운전대를 잡고, 경찰서 취조실에 들어설 때까지 차민호가 감옥으로 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수사를 강준혁이 맡은 것처럼 그는 무사히 '법망'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취조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는 '법꾸라지' 대신, 자신의 발로 감옥행을 택한다. 8회 드디어 드러났듯 박정우의 아내를 죽였듯, 그리고 오연아를 죽였듯, 이제 '도발'을 포기한 박정우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기 위해 감옥행을 택한 사이코패스 재벌이라니! 신선하다. 


8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박정우 vs. 그런 박정우를 손아귀에 틀어쥔 차민호에 의해 조종된 조력자들간의 일종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박정우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온 차민호 vs. 사건의 전말을 자각한 박정우의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감옥 속 조우는 차선호의 죽음을 둘러싸고 차선호인척 하는 차민호를 쫓는 검사 박정우의 추격전에서, 감옥에 갇힌 박정우와 차민호 조력자의 대리전을 지나, 본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탈옥의 기회가 되는 이감까지 1주일, 그런 박정우를 죽이려 드는 차민호와의 숨막히는 대결에서 박정우는 목숨을 보전해야 탈옥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중의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신이 제법 돌아온 박정우라니 기대해 봄직하다. 덕분에 지난 8회 동안 '사이다' 한 잔을 마다하고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은 애청자들에겐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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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7.02.1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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