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한식 조리사자격증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식 조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식을 배우기 시작한 지인이 가장 놀란 건, 뜻밖에도 우리 요리에 들어가는 엄청난 설탕의 양 때문이었다. 지인 와, '설탕이 없으면 요리가 안돼!' 설탕이라면 서양 요리 빵같은데나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우리 요리를 하는데 '설탕'이 안들어가는 곳이 없단다. 그런데 '설탕'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누구겠는가, 그렇다. 바로 백선생, 백종원쉐프이다. 




설탕,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이 주장하다.
얼마전 자신의 이름을 건 커피 전문점까지 런칭한 백종원씨를 쉐프라고 해야할 지, 요식업체 대표라고 해야할 지 애매모호하지만, 어쨋든 세간에는 요즘 이른바 '백종원 레시피'가 대유행이다. 백종원표 된장찌개에, 백종원표 만능 간장에, 그가 요리 프로그램에서 하는 레시피마다 화제가 되어 검색어를 오르내린다. 그리고 레시피만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그가 요리 과정에 즐겨쓰는 '설탕' 역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의 말대로, 요리가 맛이 없을 때, 때려 넣으면 웬만하면 '중화'시켜 맛이 없지 않도록 만드는 재료의 대명사로 '설탕'이 등장했다. 물론 한식 조리 자격증을 딴 지인의 말처럼, 그리고 '설탕'을 강조하는 시청자들에게 극구 강변하듯이 '설탕'은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조리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분명 '설탕'은 조리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지만, 설탕으로 상징되는 그  '단맛'은 하나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6월 25일 새롭게 시작한 <썰전>의 썰쩐에 출연한 최진기의 분석처럼, 소주에서도 '순하리'와 같은 달달한 소주가 등장하듯이 '단맛'이 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격세지감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설탕'은 비만과, 인스턴트 음식의 대명사였었다. 그래서 '설탕'기를 뺀 다이어트 콜라가 유행했었고, 모든 요리에 설탕을 가급적 빼는 것이 레시피로 등장했고, '설탕'의 각종 대용품들이 등장했다. 설탕 대신 '매실액'을 쓰는 것이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마치 다이어트 식단을 하던 사람들이 '요요 현상'을 겪으며 '정크 푸드'에 빠져드는 것처럼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설탕을 마구 투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세프 전성 시대의 '걸진' 음식들
이렇게 더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게 된 시대의 상징이 바로 세프들이다. 세프들이란 음식이 갖가지 식재료를 가공하여 요리로 만드는 전문적인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 세프들이  트렌드에 중심에 서면서, 보다 맛있는 요리들이 tv를 채운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대표적으로 세프들은 갖가지 재료들을 써서 출연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최선을 다한다. 굳이 대결 방식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세간에 회자되는 백종원 레시피만을 보더라도, 기존에 사람들이 하던 요리 방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제공하기 위한 비법이 강조된다. 그나마 소박했던 <삼시세끼> 조차도 '차줌마'가 등장하면서, 소박한 밥상 대신 자꾸 '요리'를 한다. 

6월 22일 방영된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샘킴은 써니를 위해 오겹살을 요리한다. 오겹살을 갖가지 양념을 발라 카라멜라이징 기법까지 써서 조리를 하고, 거기에 다시 달콤한 소스를 끼얹는다. 그런데, 여기서 오겹살, 그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맛있는 재료이다. 하지만 세프들은 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이미 맛을 보장한 재료들을 가지고 다시 요리를 만든다. 이런 식이다. <오늘 뭐 먹지>에서 성시경이 자조적으로 한 그릇에 3만원이라고 말하듯, 고기 반,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의 고기 반, 국수 반의 베트남 쌀국수를 만드는 식이다. 

어디 재료뿐이랴, 흥건하게 사용되는 부재료는 설탕 만이 아니다. 버터 역시 지천이다. 버터를 쓸 때마다, '버터'가 들어가면 이미 게임 끝이라고 하듯이, 한때는 '콜레스테롤'의 대명사였던 버터가 한 주걱씩 요리에 들어간다. 버터만이 아니다. tv 속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요리들은, 이미 맛이 보장된 재료들에, 갖가지 양념들을 더하고, 기기묘묘한 조리 과정을 더해, 미각을 홀리는 완성품이 되어 등장한다. 며칠 간 화제가 되었던 백주부의 된장 찌개나, 만능 간장 역시, '고기'를 빼놓고서는 설명이 안된다. 

재료만이 아니다. <한식 대첩>의 경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각 지역의 요리 경연자들이 요리 재료를 들고 전쟁터에 무기를 들고 나오듯 등장하는 과정이다. 거기서 그들은 각자 자기 지역의 뽐낼 만한 재료들을 들고 나오는데, 종종 살아 움직이는 오리, 오골계, 퍼득이는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살아 펄덕이는 생명들을 보고, 생명의 외경심이나, '살생'의 아득함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저 그 생명들이 얼마나 맛있는 재료가 될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이렇게 이미 살아 펄덕이는 생명을 보고 입맛을 다시는 요리 프로, 이미 맛이 보장된 식재료에 과한 양념을 더해 가는 과정에의 탐닉, 그리고 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향한 레이스로 점철된 각종 요리 경연 프로그램들에, '고기 없는 월요일'이 상징하는 생명에의 외경, 지구를 나누어 쓰는 한 세대의 겸손함이란 찾을 수 없다. 심지어 한때 유행하던 '자연식'이나, 건강식 따위 조차 쉽게 발을 들이밀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tv 속 탐닉에의 극치가 현실의 역반응이라는 것이다. '썰쩐'의 최진기가 현실의 쓸쓸함을 잊기 위한 달콤함의 트렌드라 지적하듯, 현실 속 사람들은 한 끼의 밥조차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세상이다.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맛집을 찾아갈 형편이 안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tv 속 요리에 대리 만족을 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프리카 tv 먹방을 보며 편의점에서 한 끼는 때우던 그 시간의 연장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종원 레시피에 열광하고, 최현석, 샘 킴의 레스토랑은 비싸서 엄두를 내지도 못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 속 그들의 경연을 평하며 그들의 요리를 맛본 듯 만족감을 느낀다. 삶의 강팍함과 tv 속 요리의 화려함은 역비례한다. 
by meditator 2015. 6. 26. 16:54

우리나라의 최저 빈곤층은 정부 통계상으로 2.6%이다. 그러나, 6월 24일 방영된 <추적 60분>은 이런 정부의 통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추적 60분>이 이날 방송을 통해 찾아낸 방식에 따르면 최저 빈곤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부 통계의 두 배를 넘어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를 위해 <추적 60분>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시간 빈곤', 즉 통계나 수치상으로 잡히지 않는, 삶의 질로써의 '빈곤'의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 <추적 60분>은 인간다운 삶의 최저 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의 빈곤 상태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숨겨진 빈곤을 폭로한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
그렇다면 숨겨진 빈곤층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시간 빈곤'이란 개념은 무엇일까? 
1주일 168시간 중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 주당 근로 시간보다 적을 경우를 '시간 빈곤'으로 정의된다. 2014년 한국 고용 정보원과 미국 레비 경제 연구소가 공동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의 42%가 시간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왜 그 중 여성을 <추적 60분>은 주목했을까? 이렇게 시간 빈곤에 놓여있는 42% 중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 육아, 가사 등 삼중고로 극단적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추적 60분>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들어간다.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한승희씨 그녀의 아침은 초등학생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두 아이를 깨워 각각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는 준비를 하는 한편, 빨래를 하는 등 집안 일을 하기 위한 전쟁과 같은 시간으로 채워진다. 단 한 시간 안에 이 모든 일들을 '슈퍼우먼'처럼 해내고 아이들을 각각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아픈 작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까지 들려야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바삐 출근 준비를 하는 한승희씨에게 자신을 위한 치장이나, 아침 식사를 위한 시간은 없다. 또 다른 두 아이의 엄마 조은주씨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레비 연구소와 함께 제작진들은 이들의 '시간 빈곤'을 명확하기 위해 이들의 일주일을 시간표로 만들어 분석해 본다. 그 결과, 일주일에 35시간이 부족한 한승희씨, 27시간이 부족한 조은주씨는 극단적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결국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먹고 자는 시간을 줄이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들은 결혼의 동반자인 남편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온전히 가사, 육아의 책임을 전담하고 있느라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시간 빈곤 층 42% 중 56%가 여성이었다. 4인 가족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이 55이었을 때 50시간을 쓰는 한승희씨와, 53시간을 쓰는 조은주씨가 얼마나 편중된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소득이 낮아질 수록 더 심해지는 시간 빈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계층에 따라 더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승희씨의 경우, 그녀의 부족한 '시간 빈곤'을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채워간다. 그녀가 퇴근하기까지의 '육아'를 친정 어머님이 맡아 주신다. 조은주씨 역시 친정 어머님이 도와주시다 다치시는 바람에, 조은주씨 자신이 일을 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맞벌이를 하는 조은주씨는 아이들을 맡기고 밤 늦게까지 일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계층이 낮아질 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어린이 집에서 보육 교사로 일하며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큰 아이들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 가정에서 엄마의 시간 빈곤을 채우는 건 아이들이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의 경제 형편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 과정조차 마칠 수 있을까 불안해 한다. 

그래도 맞벌이 부부의 형편은 낮다. 한 부모 가정, 그 중에서도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형편은 잔혹하다. 
50대의 신영주씨의 하루 일과는 끝없이 이어지는 아르바이트의 연속이다. 새벽 2시 신문 배달로 시작된 그녀의 일과는 공중 화장실 청소, 장애인 돌보미, 노인 돌보미 등으로 이어진다. 20년을 그렇게 살아온 그녀, 그녀는 '자신이 죽어야 이 노동이 끝날 것'이라며 자조적으로 말한다. 
40대의 여성 가장 이지선씨가 일하는 곳은 마트이다.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는 야근을 하며 받는 택시비를 아껴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늦은 밤 두 시간 여의 거리를 버스를 타고 으슥한 밤길을 걷는다. 덕분에 아침 등교를 하는 중학생 딸 아이의 얼굴은 당연히 마주할 수가 없다. 



왜 소득이 낮을 수록 '시간 빈곤'은 심해지는 것일까? 정부는 여성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지만, 정부가 자신하는 많은 일자리의 대부분은 여성을 정당한 노동 인력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보조적 '아르바이트' 개념의 노동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20대의 남성과 여성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 비율이 비슷한 반면, 나이가 들어가면 여성과 남성의 비정규직 노동 비율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전체 노동자 중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33.7%인데 반해,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60.3%이고, 그 중 39.1%가 저임금 계층이다. 최저 임금을 받는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여할 수 밖에 없고, 거기에 가사, 육아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여성의 시간 빈곤'의 실체다. 

따라서 <추적 60분>이 주장하는 것은 노동 정책에서 지금까지 논외로 치부되었던 가사, 육아 노동의 시간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즉,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배려하지 않는 노동 정책이 계속되는 한, 가사, 육아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이중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시간 빈곤',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숨겨진 최저 빈곤층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 빈곤층 2.6%의 통계 속에 숨겨진 '시간빈곤'에 시달리며 경제적 부담까지 짊어진 여성 노동자의 삶의 빈곤을 들여다 볼 때이다. 
by meditator 2015. 6. 25. 12:11

6월 22일 <너를 기억해> 첫 회가 방송된 이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올라왔다. 2014년 CJ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자신의 드라마 시나리오와 내용이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작가 지망생의 글은 곧 일파만파 '표절'시비로 이어졌다. 이에 <너를 기억해>의 작가 권기영은 다음 날 2013년말부터 노상훈 감독과 함께 이 드라마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 왔으며 2014년 7월 14일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드라마 지망생의 저작권 등록일 8월 21일보다 앞선 시점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관련 여론이 잦아들지 않다. 다음 날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CJE&M은 문제를 제기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본선에 올라 경합되었지만 아쉽게도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고, 오르지 못한 작가의 시나리오 파일을 폐기되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음을 단언했다. 또한 이미 2013년말부터 작가와 감독 등이 작품과 관련하여 나눈 이메일등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고 덧붙이며 '표절'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개운치 않은 '표절'의 그림자 
절차상의 문제, 그리고 저작권 등록일 등 법적 문제로 볼 때, <너를 기억해>의 표절 문제로 일단 표면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 문제를 접한 네티즌 등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운치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너를 기억해> 1회의 전개 중,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아들 형제의 설정, 그리고 그중 한 명을 아버지가 '싸이코패스'라 짐작하여 '감금'하기에 이르렀다는 설정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내기에는 너무도 고유한 독특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마치 신경숙 작가가 '표절' 시비와 관련하여 일본 작가의 '우국'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을 했지만, 누구나 두 작품을 나란히 마주하면 '표절'을 연상하듯, 프로파일러 어머니와 두 아들이라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설정과 <너를 기억해>의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두 아들의 설정은 지나치게 흡사하다. 더욱이 아들 중 한 명이 싸이코패스고, 그 아들의 존재를 착각한다는 설정에 이르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너를 기억해>의 '표절' 시비는 법적, 혹은 절차적 문제와 별개로 두고 두고 <너를 기억해>와 권기영 작가의 짐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작가는 전작 <내 연애의 모든 것> 첫 회, 아론 소킨의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첫 회 설정과 유사한 설정을 그대로 본따와 논란이 되었던 바 있기에 더더욱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셜록인 듯, 셜록같지 않은, 셜록같은 
그렇다면 표절의 문제를 차치하고 드라마로 들어갔을 때 <너를 기억해>는 어땠을까? 1,2회에 걸쳐 두 번의 범죄 현장에 남은 표식과 관련하여 화면에 각종 도표가 띄워지며 공감각적 이미지를 한껏 배가시키는 연출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거기에 이현(서인국 분)과 차지안(장나라 분)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역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익숙하다. 심지어, 2회에 들어서면서 차지안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며 차지안으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이현의 스타일에 이르르면 떠오르는 한 편의 작품이 있다. 바로 영국 드라마 <셜록>이다. 

<너를 기억해>는 프로파일러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와, 그의 앞에 나타난 싸이코패스 범죄자 이준영(도경수 분), 그리고 싸이코패스로 오해받은 아들 이현의 과거 사연을 한 축으로 한다면, 그 과거의 사연이 현재로 이어져 벌어지는 이현과 차지안의 진실을 향한 사건 수사가 또 다른 한 축을 고정한다. 그 중 현재에 방점을 둔 이현과 차지안은 역시나 한국 드라마 답게 사건을 수사하다 연애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1,2회 이제 막 관계를 풀어가기 시작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연인의 단계에 앞서 마치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천재 범죄학자로 미국에서 범죄학 관련 강의를 하고 뉴욕 경찰의 범죄 수사 컨설팅을 해주었다던 이현은 과거 사연과 관련된 메일을 받고 다짜고짜 한국으로 건너 와 한국 경찰의 컨설팅을 해주는 캐릭터이다. 캐릭터 소개에서 셜록인 양 한다지만,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와 설정은 과거의 사연을 제외한다면 셜록과 너무도 흡사하다. 거기에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그의 사건 수사와 관련된 프로파일링을 설명하는 장면 역시 '셜록'과 흡사하다. 


이미 과거부터 이현을 스토킹했다는 사연을 차치하면, 이현의 뛰어난 범죄 추리 능력에 늘 허를 찔리고, 하지만 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통을 터져하면서도, 사건 수사를 위해 그의 뒤를 허덕이며 쫓을 수 밖에 없는 차지안은 영락없이 여자 왓슨이다. 그렇게 <너를 기억해>의 현재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캐릭터와 두 사람이 사건을 수사하는 장면들은 영국 드라마 <셜록>이 없었다면 존재하기 힘든 설정들이다. 단지, 스물 아홉 서인국이 연기하기에 능력자 이현의 캐릭터가 좀 버거워보이고, 아직은 여자 형사 차지안의 캐릭터가 몸에 배지 않은 장나라라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아이디어와 영국 드라마 <셜록>을 차치하고서도 <너를 기억해>는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드라마이다. 한 싸이코패스 범죄자와 인연을 맺은 부자의 악연, 거기서 시작된 현재의 범죄, 저마다 하나씩 사연을 품은, 그래서 미스터리해질 수 밖에 없는 등장 인물들이 자아내는 궁금증,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도 저마다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범죄 수사를 중심으로 얽혀들어가며 풀어내는 재미 등, 굳이 주인공을 '연애담'으로 엮지 않을 지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드라마처럼 보인다. 부디 그 무엇을 본딴 아류나, 표절이 아니라 좋은 캐릭터의 향연으로 <너를 기억해>를 기대해 보고 싶다. 
 
by meditator 2015. 6. 24. 15:34

6월 22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비정상회담>에 전달된 안건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의문이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이 세 사람이 진행하기에는 버거운 주제라 판단한 제작진은 급하게 진중권 교수에게 sos를 쳤고, 이에 진중권 5월 18일 혐오주의 편에 이어 가장 최단 기간 내에 게스트로 재출연하여 품격높은 토론을 이끌었다. 


전쟁의 위협에서 시작되어, 세계 정세에 대한 현명한 해석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정상 vs. 비정상에 대한 표결로 토론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비정상에 손을 들었던 타일러 라쉬는 '전쟁은 시대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항시적으로 전쟁 중이다. 단지 그 형태가 바뀌어 다수의 국가대, 다수의 국가가 맞부닥치는 대전의 형태가 아니라, 각 지역 국가 내의 내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현재에도 지구촌의 여러 국가는 내전 상황에 놓여져 있다. 이게 바로 3차 대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도발적 해석으로 토론의 물꼬를 튼다. 이런 타일러의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쪽은 제 2차 대전 중 사용된 무기의 양과, 살상된 인명의 숫자를 들어 대전과 내전은 그 형태와 질을 달리한다며, 현재에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내전의 범람을 곧 3차 대전이라 몰고가는 것은 논리적 무리수라 지적한다. 



이렇게 갑론을박하는 G12들의 격렬한, 하지만 심도깊은 의견 교환에, 세 MC들은 눈만 끔뻑거리는 상황에서, 진중권 교수는 명쾌하게 정리를 해낸다. 즉, 대전과 내전은 전쟁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질을 달리한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서, 우리나라의 6.25를 든다. 6.25의 배후에는 구 소련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있었지만 우리가 6.25를 세계 대전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최근에 내전이 잦다고 해서, 그것을 제 3차 대전이라고 규정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진중권 교수는 타일러 라쉬의 의견처럼 전쟁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에서 민족국가가 중심이 되었던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더 이상 진영과 진영간의 대결이 극대화된 대전의 형태는 힘들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이렇게 제 3차 대전이란 막연한 전쟁의 공포, 혹은 우려로 시작된 '즉자적' 질문은 G12들의 다양한 의견과, 그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게 자신의 식견을 덧붙인 진중권 교수의 마무리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아마도 진중권 교수가 없었다면, 타일러 라쉬의 어찌보면 속단에 가까운 논리도, 그 반대의 막연한 개념도 허공으로 흩어져 세 MC의 공허한 유머로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의 적절한 마무리로 생각해 볼만 하지만, 결코 논리적 비약이 아닌, 현재 세계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마무리 되었다.

진중권, 논쟁의 중심보다는, 토론의 마무리 구원 투수가 되다. 
키보드 워리어 라는 진중권 교수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로 섣불리 판단한다면 그는 오히려 전쟁의 위협을 강조할 것 같지만, 오히려 G12 중 전쟁의 위협을 강조하는 사람들과 달리, 전쟁의 형태는 달라질 것이며 더 이상 전세계적 대전의 위협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의 편에 자신을 둔다. 이후에 자연스레 이어진 각 나라의 패권에 대한 해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풀려져 가면서 이야기는 그 자리에 있는 쟁쟁한 국가의 출신들 답게 역사적으로 패권을 가진 국가들의 이야기로 흘러들어간다. 또한 역사적으로 서로 앙숙이었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한때는 앙숙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어른들 시대의 이야기가 된 독일과 프랑스의 이야기도, 미래 세계의 패권을 두고, '답정너'의 중국의 장위안과, 타일러 라쉬, 그리고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러시아의 벨라코프 일리야의 입이 바빠진다. 결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두고 달러의 위력, 소프트 콘텐츠의 저력 등을 들며 미국의 우세를 점치는 편과, 깨어나고 있는 중심 중국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런 편가르기식 의견 나누기에서, 진중권 교수는 우스개로 시작된 제 3세력의 해석을 확장시킨다. 즉, 여전히 달러 경제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우세가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중국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지만, 유럽 등 여타 세력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다극화된 세계로 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의견은 앞서 제 3차 대전에 대한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일관성을 가진다. 



<비정상 회담>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 
결국 제 3차 대전에 대한 위협에서 시작된 전쟁과 평화의 이야기는 '호국 보훈의 달' 특집답게 순차적으로 우리나라의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져 간다. 이어진 '통일'에 대한 G12의 의견. 그런데 정작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다니엘은 한국의 통일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다지 큰 경제적 차이를 가지지 않은, 그에 비해 국토의 압도적 우세로 시작된 독일의 통일은 그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엄청난 부담을 독일에게 지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미 경제적 격차가 너무 현격해진 남과 북, 그리고 통일에의 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통일이 다가온다면 한국은 그걸 소화해 내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다니엘의 의견을 받아든 진중권 교수 역시 그에 동조한다. '통일바라기'일 것 같던 세간의 편견과 달리, 그 역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일러 러쉬의 생각처럼, 정전 상태인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는 데 자신의 의견을 더한다. 이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경제적 격차가 난 한반도에서 갑작스레 다가올 '통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결과를 나을 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덧붙인다. 오히려 외국이라는 쉽게 교류를 트며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관계가 '통일'이라는 화두에 얽혀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더한다.

6월 22일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걸고 시작된 '전쟁과 평화'의 특집은 <비정상회담>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아마도, 이런 주제가 G12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끼리의 의견이었다면, 거기엔 또 이른바 '진영 논리'라는 편가르기가 더해졌을 것이며, <썰전>에서 보듯이 강용석처럼 자신의 편을 위해 막무가내식 들이대기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론, <비정상회담>에도 중화주의적 논리를 내세운 장위안의 '답정너'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외의 G12들의 심도깊은, 그리고 다양한 해석으로 인해,  '답정너'로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아마도 진영 논리의 싸움판이 되었다면 진중권 교수 역시 예의 '키보드 워리어'의 기질을 살려 편견을 사로잡기 위해 또 한 사람의 싸움꾼이 될 수 밖에 없을수도 있지만, G12의 객관적인 다양한 의견 들 속에서 진중권 교수는 가장 객관적인 해석자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고, 세간에서 그를 오해(?)하는 것과 달리 가장 완곡한 입장을 피력해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누군가의 편에서, 혹은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들여다 보았단 '전쟁',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해 한번쯤은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진짜배기 '호국보훈의 달' 특집이 되었다. 모처럼 <비정상회담>이 제 몫을 해낸 시간이었다. 바라건대, 진중권 교수가 비상근 게스트가 된 이런 자리가 종종 마련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5. 6. 23. 11:38

케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물 소재들이 작품화하는 가운데, 이제 더 이상 '액션'이라던가, '스릴러'라는 장르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되는 작품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는데, 6월20일 시작된 ocn의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내세운 전략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실종'으로 인해 꽃피우지 못한, 그래서 '완결'을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비극을 도태한 사랑이다. 




지고지순한 연인들의 사랑 속에 숨겨진 뜻밖의 복선
언뜻보기에 평범한 연인들이 있다. 집안의 권유로 선을 보러간 남자 김도형(김무열 분), 하지만 그는 가장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이 이 자리에 나올 뜻이 없음을 알린다. 그렇게 선자리에서 물벼락을 맞을 뻔하던 그는 그 자리 이후 단숨에 자전거를 달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진짜 연인 윤주영(고성희 분)에게 달려온다. 굳이 결혼까지 바라지도 않는다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무릎을 끓어 '나의 신부가 되어주시겠습니까'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청혼을 하는 남자. 여기까지 보면 이 소박한 연인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그저 층이 지는 집안 환경 정도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어렵사리 여자가 결혼을 결심하고 뱃속에 든 아이의 존재마저 고백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진다. 남자는 그녀를 찾아헤매다 경찰에게 알리고, 뜻밖에도 그를 돕던 경찰의 눈에 발견된 건 그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벌거벗은 남자의 시신 한 구!

스릴러와 액션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지는 가운데 매 작품들은 스릴러와 액션 중에서도 한 분야를 선택하곤 한다. 얼마전 종영한 <실종 느와르 M>이 '실종'이라는 분야에 천착했다면, 사랑하는 연인의 실종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걸터앉은 건 '사채시장'이라는 영역이다. 



어둠의 세계 사채 시장과 빛의 세계 금융권의 엇물리는 인연
언뜻보기에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텔레마케팅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려는 직장인으로 보였던 사라진 신부 윤주영(고성희 분)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제목과 달리, 사채 시장의 우두머리 송학수(이재용 분)의 피튀기는 검거작전으로 드라마가 시작된 이유이다. 윤주영은 룸싸롱에서 일하며 송학수의 연인으로 지내던 중 우연히 첫사랑 김도형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의 만남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다시 빛의 세계로 돌아갈 용기를 얻은 윤주영은 경찰의 정보원이 되어 송학수를 경찰에 검거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김도형을 찾아간다. 

감옥에 간 윤주영의 과거의 연인 송학수가 몸담고 있었던 곳은 사채 시장. 1,2회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박태규(조한철 분)가 사채를 쓴 중소기업 사장에게 하듯이, 아마도 윤주영도 그렇게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어둠의 세계로 납치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윤주영, 그리고 빛의 세계에서 제 1금융권 신국은행 기업 금융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도형, 그들의 매개는 뜻밖에도 박태규이다. 김도형의 고객으로 세려 건설 사람으로 등장한 박태규는 사라진 연인 윤주여을 찾기 위해 남겨진 전화번호의 주인으로, 두 세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어둠의 그늘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키우며 심지어 금융권의 '소중한' 고객이 되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채 시장이라는 '범죄'의 영역을 배경으로 하며, 거기에 사랑하는 연인의 실종이라는 실마리를 던져 놓고, 그 시장을 상대로 한 해군 udt 출신의 1:17정도는 가볍게 무찌를 수 있는 전지전능한 남자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의 물불가리지 저돌적인 실종 연인 찾기 사연을 풀어가고자 한다. 

능력자 남자 주인공의 사라진 여자 찾기, 이 이야기의 윤곽은 이미 원빈이 출연했던 <아저씨>로 익숙한 이야기이다. 단지 어린 여자 아이에서, 자신의 아이를 뱃속에 지닌 사랑하는 연인으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그렇게 스테레오 타입화된 능력자 남자의 활약기를 변주하기 위해,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룸싸롱에서 일하며 경찰 정보원을 했던 윤주영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던 경찰 차윤미(이시영 분)을 등장시킨다. 사라진 연인을 찾고자 하는 남자의 맹목적 활약, 거기에 빚진 마음으로 그의 활약에 자신을 더할 차윤미, 이렇게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관전 포인트다. 



그런데, 6월 20일, 21일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그것이 펼쳐 갈 거미줄같은 포석과 달리, 순애보적인 감성에 짖눌려서일까 어쩐지 느슨하다. 안타깝게도 그의 국가대표급 활약에도 불구하고, 인형같은 차윤미 역을 맡은 이시형의 형사 반장 역할은 어쩐지 수긍이 가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숨긴 사연많은 여인이라기에 고성희의 연기는 아직도 생경하다. 김도형 역의 김무열 역시 연인이 사라지고 나서야 좀 그의 무표정이 어울리기 시작한다. 1,2회 두 연인의 사연과, 그 사연 속에 숨겨진 어둠의 그림자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우들의 '감성'연기가 뒷받침 해주지 못해, 드라마는 늘어진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맛을 살려낸 것은 조연으로 등장한 박태규 역의 조한철의 연기이다. 기존 ocn의 작품들 <나쁜 녀석들>이나, <실종 느와르 M>이 이미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먹고 들어간 경우와는 정반대의 수를 걷고 있다. 사채 시장과, 금융권, 그 사이에 걸쳐진 남자 김도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풀어가는 대한민국 금융권의 빛과 그늘, 그 숨겨진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부디 연기의 난맥상을 뚫고 애초에 하고자 하던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하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5. 6. 22. 11:40

6월 20일 화제의 드라마 <프로듀사>가 종영하였다. kbs예능국의 서수민 피디, 거기에 표민수 연출,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까지 '어벤져스'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팀들이 모여, 마지막 회 17.7%(닐슨 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김수현, 박지은 불패 신화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다시 한번 뭉친 박지은 작가와 배우 김수현은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시 한번 잡아냄으로써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역시 박지은, 김수현은 망하지 않는다. 라는 가설이 진리임을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입증의 뒷맛은 쓰다. <프로듀사>라는 그럴 듯한 제목을 지어놓고 12부작으로 시작되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도도한 땅이 된 kbs 6층 예능국 하지만 그곳에서 '시청률'에 목을 매어 살아가는 직업인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그려내겠다는 야무진 시도로 시작된 것이다. kbs예능국의 작품답게, 가장 큰 ppldl kbs예능국이라는 평가답게,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어리버리 신참 pd 백승찬의 첫사랑 사연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예능국의 전설 <전국 노래 자랑> 송해 선생님으로 마무리된 <프로듀사>는 그 어떤 홍보 영상보다 적절하게 자사 프로그램을 널리 알렸고, 적절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과연 얼마나 pd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획 의도에서보여지듯이 수재 소리를 들어가며 sky를 나와 언론 고시라는 관문을 어렵게 통해 방송국에 들어왔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길까 까나리 비법 제조에 골몰하는, 그리고 방송국과 엔터테인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깨지며 '눈치'만을 키워가는 '고학력 바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다지만 <프로듀사> 속 야심찬 기획 의도는 언제나 해프닝이거나, 주연들의 입을 통해 구술되는 '설명'이었다. <프로듀사>를 통해 기대된 것은 방송가의 <미생>이었지만, 결국 <프로듀사>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병인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만 줄창 하다 간간히 그런데, 이 사랃들이 '고학력 바보' 프로듀서래요. 하곤했다. 

그렇다고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되었을까? 물론 시청률 수치에서 박지은과 김수현의 불패 신화는 이어졌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박지은 작가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숱한 해프닝과 캐릭터로만 이어갔다. 라준모(차태현 분), 탁예진(공효진 분), 백승찬(김수현 분), 신디(아이유 분)의 캐릭터는 분명했지만, 그들 중 자신의 사연이 깊은 신디 외에, 라준모, 탁예진, 백승찬이라는 캐릭터는 프로듀서라는 직업군의 세계를 설명해 내기에는 얇았다. 그래서 그들의 사연은 마지막 회 알고보니 라준모가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탁예진과 함께 하기 위해 프로듀서가 되었다는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식이다. 그렇게 라준모, 탁예진, 백승찬이라는 피디들의 이야기가 그저 해프닝식으로, 그리고 결국은 네 사람이 누구랑 이어질까 라는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집중되다 보니, 네 사람 중 가장 구구절절한 사연이 깊은 신디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고, 결국 마지막 신디의 홀로 서기와, 그 홀로서기를 적극적으로 돕는 세 피디들의 이야기로 이끌어지면서 '신디듀사'라는 평가를 얻기도 하였다. 

어쩌면 '신디듀사'는 화려하는 빛나는 스타들의 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그려내는 피디들의 이야기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 내는 단어일 수도 있겠다. 결국 빛이 나는 건 화면 속의 스타이니까. 그런 면에서 <프로듀사>의 마무리는 적절했을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공허하기도 하다. 그리고 예능국이 주재한 드라마에서 긴 호흡의 이야기대신 해프닝과 캐릭터의 향연으로 이끌어간 박지은 식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가장 예능적 호흡에 적절한 것이기도 하다는 '웃픈'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편성의 꼼수로 만들어 낸 무거운 영광 
하지만 스타 작가와 쟁쟁한 스타들, 그리고 kbs예능국의 수장이 함께 어벤져스 급으로 만들어 낸 이 신화가 '시청률 꼼수'를 통해 만들어진 신화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첫 회 72분으로 시작된 <프로듀사>는 마지막 회 광고없이 본방만 106분을 방영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고무줄같은 편성을 운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케이블은 긴 편성 시간만큼 잦은 광고시간이 끼어들곤 했다. 그에 반해 <프로듀사>는 단 한 차례의 광고 없이 두 편의 드라마를 이어붙인 셈이다. 타 방송국에서 한 작품이 끝나고 광고를 할 동안, <프로듀사>는 온전히 tv를 독차지한 것이다. 과연 이런 편법을 통해 만들어진 '어벤져스급' 영광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그것은 kbs예능국의 몫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과연 굳이 예능국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편성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홍보'하고자 한 <프로듀사>의 시도가 이후의 kbs예능국에 어떤 효과를 나을지가 관건이 된다. <프로듀사>를 통해 ppl로 등장했던 kbs의 여러 예능들의 홍보는 효과가 있었는지, 어거지 편성을 하며 무리수를 둔 <프로듀사> 이후 과연 후속 예능들의 시청률은 <프로듀사>만큼 잘 나올지. 그게 진짜 관건인 것이다. 지금이야, 높은 시청률과, 스타들의 향연으로 엄청난 성과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예능국은 이 깜짝 해프닝을 넘어 예능으로 소통해야 하는 것이 본래의 몫이니까. 

그런 면에서 <프로듀사> 이전 작품은 네 명의 아이돌들이 인도를 여행하던 4부작 <두근두근 인도>였다. 이 작품을 만들었던 이예지 피디가 이 작품 이후 smc&c로 들어간 행보로 판명되었듯이, 공중파, 그것도 kbs에서 특정 소속사의 아이돌들의 홍보 영상을 찍어준 것 같다는 평을 얻었던 <두근두근 인도>는 평균 2.8%의 시청률을 얻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은 것이 이 프로그램의 면피였다. <프로듀사>의 후속 작품은 정형돈, 안정환이 투톱 mc를 맡은 연애인들의 자기 옷 입기 프로그램인 <네 멋대로 해라>이다. 비록 단 한 번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이 <네 멋대로 해라>가 과연 얼마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건지, 이후 kbs예능국이 확보한 이 시간대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을런지가 <프로듀사> 작전의 진정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올 상반기 kbs예능국은 <어 스타일 포유>, <나를 돌아봐>, <레이디 액션>, <인간의 조건3> 등의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프로듀사>를 뛰어넘는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없다. 결국, <프로듀사>는 kbs예능국의 화려한 영광이 되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예능이 마련되기 까지는 언제나 kbs예능국을 따라다닐 무거운 영광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6. 21. 13:17

2015년 2월 26일 <문제적 남자>가 첫 출격을 하였을 때, 이 예능은 재미는 차치하고, 카이스트, 한양대 공대, 연세대 출신의 연예인, 서울대에 재학중인 외국인에, 아이큐 148에 독학으로 다진 외국어 실력을 가진 아이돌들이 풀어대는 대기업 입사 시험 문제와 시험 문제 못지 않은 냉정한 시험관들의 평가로 인해 '학력 사회 스트레스'를 자아내곤 했다. 


마치 잘난 이들의 더 잘남을 뽐내는 전시장같던 <문제적 남자>는 고난이도의 이과형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문과 라인인 전현무, 김지석이 허당스런 모습을 노정하며 비로소 인간적인 공감대와 예능적 재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만의 문제적 리그였던 <문제적 남자>는 전현무의 좌충우돌 자기 중심주의와, 외국 유학생이면서도 외국어에 약한 김지석의 허당스런 매력, 거기에 주말 드라마 속 주인공이면서도 여전히 공대생같은 하석진에, 문제를 풀 때는 저돌적이지만 언제그랬냐는 듯 새색시같아지는 이장원,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소녀같은 타일러 라쉬, 아이돌이란 존재가 무색하게 가장 소탈하고 솔직한 랩 몬스터까지 출연진들의 매력과, 그들 지인들의 색다른 면모가 더해지며 <문제적 남자>는 '문제있는(?)' 예능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삼성 고시를 넘어 싱가포르 수학 문제를 넘나들며 문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해도, 6월 18일 시청자 대상 시짓기 장원 작품, 아?, 아!, 아......, 아~ 처럼, 공감보다는 '이질감'을 벗어나김 힘든 <문제적 남자>의 문제들은 이 프로그램을 정체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제 아무리 다양하다 한들, 아?와 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정체하던 <문제적 남자>는 출연자들의 지기를 초대한 게스트 출연으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더니, 6월 11일 게스트로 이기우가 출연한 16회에는 출연자들이 문제를 맞히는 순서에 따라 배역이 정해지고, 그 배역에 맞춰 <문제적 남자> 홍보 광고를 찍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아줌마같은 스튜어디스로 변화한 전현무에서,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아줌마 복장을 한 포장마차 주인 김지석에, 소녀같은 외모에 털이 숭숭난 다리를 드러낸 타일러 러쉬까지 문제푸는 예능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문제적 남자>가 18일 17회에서 꺼내든 카드는 '문학' 그 중에서도 '시'이다. 
그간 <문제적 남자>를 통해 등장했던 출연자들의 어록을 한 편의 시화로 변화시켜 전시회처럼 꾸민 프롤로그를 지나, kbs1의 <우리말 겨루기>에 등장했던 초성으로 우리 속담 알아맞추기, 맞춤법 문제 등으로 몸을 푼 이후 시집 서울시의 작가 하상욱을 초대해 본격 시의 세계로 돌입한다.

시인 하상욱을 통해 시도된 <문제적 남자>의 변화
sns을 통해 일본의 하이쿠와 같은 짧은 시 속에 담긴 풍부한 의미로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하상욱 시인. 그는 자신의 시를 특별한 감성이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시도때도 없이 느끼는 일상의 '평범한 감성'에의 공감을 주장한다. 아마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요즘'
사람들이 하상욱에 환호하는 이유는, 문학은 죽었다고 선언되는 문단 문학 시대에, <문제적 남자>에도 자신의 시집을 거부한 바 있는 타일러 라쉬에서 시집을 팔러 나왔다며, 거창한 '시인' 대신 '시팔이'라 자칭하는 시인의 소박한 존재론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눈높이를 '평범함'에 맞춘 시인은 그 소개에 이어, 랩 몬스터와 겨루었던 sns 상의 베틀을 소개하며, 그의 만만함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이어 시작된 '하상욱 식 시의 세계'로의 입문, 그것은 그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시들의 제목 알아맞추기이다. '방법이 없잖아 하라면 해야지'라는 시에 '납세'로 시작된 국민의 4대 의무 운운에서 부터 시작하여 '약관 동의'의 원제에 이르르는 과정은, 그 어떤 수수께끼보다도 짜릿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하상욱 시인의 시세계, 단 두 줄로 전달되는 '촌철살인'의 쉬우면서도 뜻밖의 공감을 위한 시로의 진입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을 위해 600여 편의 네티즌들이 보낸 하상욱 식 백일장에 대한 선발과, 출연자들이 직접 지어본 시로 마무리된다. 



공교롭게도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지을 수 있다는 시팔이 하상욱이 등장한 <문제적 남자>의 방송분은 문단의 거장이 된 한 작가의 표절 시비가 대중들에게 공론화되는 시점과 겹친다. 그 작가가 표절했던 일본 문단 작가의 구절이, 그 작가와 그 작가를 비호한 출판사의 엇나간 사랑으로 비꼬아진 문장으로 탈바꿈하여 인터넷을 떠돌 때, 여전히 작가와 출판사는 하늘을 가리고 그 누군가처럼 자신을 지지하는 독자들의 여린 감성에 호소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가 된 문학의 현실태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그 지점에서, '시팔이'가 된 당대 최고 인기 시인은 기꺼이 예능에 등장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시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의 문학성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 그 누군가의 몫이겠지만, <문제적 남자>에서 함께 한 하상욱의 짧은 시, 그리고 그를 본딴 출연자와 네티즌의 시들은, 문학 본연의 소명을 다한다. 

당대의 이야기를 당대의 언어와, 당대의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젊은 시인, 그리고 그의 기꺼운 예능 출연, 이렇게 예능으로 온 문학을 통해, 그저 그들만의 리그같았던 <문제적 남자> 역시 다양한 '뇌섹'의 변주 가능성을 연다. 6월 18일 방송으로 저래서 오래 가겠어? 했던 <문제적 남자>가 '두고볼만 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by meditator 2015. 6. 19. 12:10

2014년에는 그래도 공중파에서 상반기에만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14일> 등 주목할 만한 다양한 스릴러물이 시도되었었다. 그러나 2015년 시청률에 얽매인 공중파의 드라마들은 점점 그 다양성을 잃은 채 6월에 이르기까지 이렇다할 스릴러 장르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킬미힐미>와 <냄새를 보는 소녀>가 어설프게 로코와 스릴러의 복합 장르를 시도하였지만, 로맨틱 코미디 부문에서는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반면, 스릴러 장르에서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어설프다는 평을 얻었다. 오히려, 작년 <쓰리데이즈> 등을 방영하였던 sbs의 경우 <상류사회>, <가면> 등 월화 수목 모두다 재벌가의 '막장' 가족극을 다루며, 주말,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주중 미니시리즈에까지 연장시키며 드라마의 장르를 획일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mbc의 <화정>이나, <맨또롱 또똣>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던 <화정> 역시 차승원의 광해군이 무색하게 정명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코를 표방하는 <맨또롱또똣>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가운데, 케이블에서는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의 스릴러 물이 만들어 지고 있다. '실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해부했던 <실종 느와르 m>이 시즌2를 기약하며 종영하는가 싶더니, 이제 '먹방'으로 화제가 되었던 <식샤를 합시다2> 후속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출격했다. 어디 그뿐인가, ocn의 <나의 아름다운 신부>도 20일 부터 방영예정이어 장르물을 선호하는 시청자층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도심 액션 스릴러 <신분을 숨겨라>
tvn 월화 드라마로 6월 16일 시작된 <신분을 숨겨라>는 제목에서도 대번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수사 5과의 '잠입 수사'이야기이다. 잠입 수사 이야기는 이미 홍콩 영화 <무간도>(2004)를 통해,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2013)를 통해 이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르처럼 익숙한 소재이다. 그렇게 익숙한 잠입 수사물을 선택한 <신분을 숨겨라>는 거기에 '액션'이라는 방점을 찍어 변주를 시도한다. 

첫 회, 형사의 신분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트너를 잃은 차건우(김범 분)는 자수를 하겠다는 범인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클럽에서 현란한 격투씬을 선보이고, 결국 범인과 함께 빌딩 옥상에서 떨어지는 극단적 액션씬을 보이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7년을 함께 한 파트너가 내 이름은 아냐며 우스개를 할 정도로 과묵한 주인공은, 늘 말 대신에 몸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극을 풀어간다. 

그리고 그런 우울증으로까지 보이는 과묵함을 설명하기 위해 잠입 수사로 들어간 민태인(김태훈 분)과의 슬픈 악연을 연방으로 선보인 1,2회를 통해 풀어간다. 범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한 여자, 자신으로 인해 그 여자를 죽게 만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 그 여자의 오빠,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까웠던 선후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몇몇 삽입 장면으로 설명된 두 사람의 인연은, 과잉 수사로 징계를 받은 차건우가 민태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에 뛰어들게 된 에피소드의 개연성에 충분하다. 

그렇게 격한 액션씬과, 비극적 사연이 숨겨진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신분을 숨겨라>는 뻔한 잠입 수사라는 골격에 살을 입혀,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거기에 민태인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차건우 캐릭터가,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를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그가 '짭새'라는 오명을 벗고 믿음을 얻기 위해서 민태인을 스스로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비극적 프롤로그를 연방으로 풀어냄으로써 더더욱 이야기에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나 이미 <신세계>를 통해 범죄물에서 돋보인 카리스마를 선보인바 있는 팀장 장무원 역의 박성웅의 압도적 존재감에, 까메오라기엔 아까운 죽음으로 마무리할 김태훈의 8년의 잠입 수사가 단번에 설명되는 연기, 거기에 윤소이, 이원종이 각자 캐릭터에 맞게 어우러졌다. 정작 부산 출신임에도 사투리는 어색했지만, 어두운 카리스마만으로 정선생을 설명한 김민준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특히 아직도 시청자들에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앳된 소년으로 기억되는 김범의 근육질 형사로서의 변신도 신선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성장통을 겪은 김범에게, '어른 남자'로서의 확인 도장을 찍을 만한 작품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기억될 듯하다. 

첫 회 시선을 잡기에 성공한 <신분을 숨겨라> 영화 한 편 분량의 이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로 계속 액션의 쾌감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그것이 이 도심액션 스릴러의 관건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6. 17. 11:25

6월 15일 sbs의 <힐링 캠프>의 초대 손님은 요즘 대세 쉐프인 이연복, 최현석 두 명의 쉐프이다. 중식과 양식의 대표적 쉐프테이너인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분야의 요리를 다양하며 선보이며, 자신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mbc다큐 스페셜 <별에서 온 쉐프>에도 두 사람이 출연한다.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전성시대 그 중심에 놓인 남자 쉐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격돌을 벌인 두 방송중 굳이 한 쪽의 손을 들어준다면, 사람좋은 미소로 일관했던 <힐링 캠프>에 비해, 아내를 따라 유기견 보호소를 들렀다 오랫동안 길렀던 반려견을 잃고 힘들어 했던 아내의 속내를 그제서야 깨닫고 눈물을 쏟아버린 이연복 쉐프의 뜻밖의 순간을 다룬 <mbc다큐 스페셜>에 한 표를 던진다. 준비된 토크의 초대손님보다, 민낯의 쉐프들이 더 진솔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다큐의 맛이다. 6월 14일, 15일 sbs와 mbc의 두 '스페셜'한 다큐는 요즘 대세라는 '요리하는 남자'를 다뤘다. <sbs스페셜>이 '요리하는 남자'가 트렌드가 된 시대에, 요리와 남자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mbc다큐 스페셜>은 그 트렌드의 중심의 민낯을 그려보고자 한다. 




남자, 요리를 만나다- <sbs스페셜-요리, 남자를 바꾸다>
쿡방 전성시대, 그리고 그 흐름을 이끌고 있는 훈남 쉐프 전성시대에 이 시대 남자들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해 <sbs스페셜>은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70이 넘도록 요리라고는 해보지도 않은, 심지어 자기 집 주방 불조차 제대로 켤 줄 모르는 조영남을 내세운다. 또한 현역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펄펄 날던 공직 생활 30년 이후 여전히 아내가 매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윤건중씨에게 요리를 배우도록 한다. 

소설가 최인호 등 또래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후배들은 그 조차 떠날까 우려하며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는 조영남, 그는 그렇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후배와 친구들을 위해 한 상을 차리기 위해 요리를 배운다. 늘 누군가 해주는 요리를 먹거나, 그게 안되면 시켜 먹거나, 사먹으며 요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그, 고기를 굽고, 거기에 맞는 스스로 만들어 곁들이며 새로운 세계를 맛본기 시작한다. 윤건중씨도 마찬가지다. 쌀도 씻을 줄 모르던 그가 아내의 친구들을 위해 한 상 차림을 마련하게 되면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남자들에게 요리란 어떤 존재로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 남편과 단 둘이 사는 윤건중씨의 아내는, 주변에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가며 음식을 할 줄 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혹시나 있을 상황을 걱정한다. 그렇게 현실적 필요에서 시작된 요리지만, 다큐 중 등장한 샘킴의 확언처럼, '누군가를 생각하며 요리를 하고, 그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요리의 맛을 느끼는 순간, 이들 남자들에게 요리는 그들이 맛보지 못한 희열의 세계를 선사한다. 

아내의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 친구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 윤건중씨에서부터, 요리 교실에서 배워 온 요리를 통해 사춘기 자녀와의 사이가 한결 가까워졌다는 김승용 요리 교실의 수강자, 그리고 아들 은규의 거센 사춘기 반항을 매 끼니 소박하게 차려내는 밥상으로 순화시킨 이충노씨의 요리는 변화 이상의 그 무엇이다. 특히, 잘 나가던 건축업계 ceo를 접고 아들과 단 둘이 아들이 전학해온 양평으로 내려 와 오로지 매 끼니 밥상을 차리며 튕겨져 나갈 아들을 품으로 끌어들인 이충노씨의 밥상은, 사랑의 상징이다. 그렇게, 이 시대 남자들은, 비록 전문 쉐프는 아니지만, 멋들어진 상차림 속에 숨겨진 진짜 요리의 맛과 멋을 체득해 가는 중이다. 



엔터테이너가 된 쉐프들의 민낯-<mbc다큐 스페셜-별에서 온 쉐프>
mbc다큐 스페셜은 쉐프전성시대를 직시한다. 그리고, 이제는 쉐프테이너가 된 그늘의 명과 암을 찬찬히 그려나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른바 '쿡방'의 시대사로 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국민 엄마가 된 고두심씨가 진행하던 요리 프로에서 부터 시작하여, 방송사와 함께 명맥을 이어가던 요리 프로그램, 한때는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여성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던 여성 요리사가 인기가 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 tv 속 요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연복, 최현석, 샘킴들의 쉐프테이너들이 있다. 

<별에서 온 쉐프>는 요리 평론가 황교익, 요리하는 기자 박준우를 등장시켜 현 쉐프 전성시대를 진단한다. 한때 우리 방송가의 대세였던 운동선수들처럼, 그렇게 트렌드로서 '끝물'로 쉐프 전성시대를 진단하는 박준우와 달리, 황교익은 불황의 늪이 깊은 현 시대, 대리 먹방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그렇게 냉정한 분석에서 시작된 쉐프 전성시대, 거기에 '맹기용쉐프논란'과 같은 잡음에 대해서도, 겨우 4년차의 쉐프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게 되는 '방송이기에' 만들어 지는 해프닝을 짚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짜 쉐프들의 삶은 어떨까?

르 코르동 블루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제는 50대가 넘은 쉐프는 그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지휘한다. 쉐프의 길이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짐이 덜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78세의 냉면의 장인은 냉면 육수의 맛을 내기 위해 여전히 새벽녘 집을 나선다. 쉐프테이너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최현석 쉐프의 말처럼 그들은 여전히 전쟁터와 같은 주방을 진두 지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제 아무리 바쁘다 한 들 주방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그래서 가족과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아픈 아내의 마음조차 돌아보지 못해 눈물을 쏟고 마는 이들이 쉐프테이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연복 쉐프와 같이 중식 쉐프는 이연복 쉐프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한다. 그간 각종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불량식품'처럼 이미지가 박혀있던 중식에 대해 이연복 쉐프가 이미지 전환을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황교익 평론가는 이미 예약 손님들로 꽉 찼던 이연복 쉐프의 식당이었음에도 굳이 방송 출연을 하는 이연복 쉐프를 두고 '심심하셨는가봐요'라고 우스개를 던지지만, 먹고 살기 위해 중식 쉐프가 되고 그 길을 평생 걸어온 이연복 쉐프 자신도 세상 사람들에게 요리 하는 자신을 떳떳이 내세우고픈 인정 욕구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식당들이 파리를 날리는 불황기에도 서로 매상을 비교하며 뿌듯하게 성업 중인 샘킴과 최현석의 레스토랑에서도 보여지듯, 방송 출연이 곧 '매상'이라는 생업의 향상으로 직결되는 현실을 그려낸다. 

하지만 몇 달 후까지 예약이 차있는, 밀려드는 손님, 예정된 방송 활동 가운데, 쉐프테이너들은 지쳐간다. 코스 요리 중심이었던 이연복 쉐프 중식 레스토랑은 매출이 줄어들 정도로, 탕수육 등 단일 품목만이 인기를 끈다. 예능 출연 중에 부상을 입었던 샘킴 쉐프는 결국 병원을 찾고야 만다. 190을 넘는 건장한 체격의 최현석도 체력 충전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도 한 말 또 하고 또 하게 만드는 방송 생리를 잘 몰랐다고 토크쇼 출연을 자제해야 하겠다고 말하는 이연복 쉐프의 말처럼 몇몇 인기 쉐프들 중심으로 돌려막기식의 쉐프 전성 시대는 방송 스스로 '끝물'을 조장한다. 하지만 쉐프테이너건 아니건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남자들은 오늘도 뜨거운 불앞에서 굵은 땀을 흘린다. 
by meditator 2015. 6. 16. 12:04

백종원, 최현석, 정창욱, 이들은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쉐프 전성시대'를 이끄는 대표 주자들이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 보면 6월 13일 방송에서 밝혔듯이 백종원은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없는, 쉐프라기 보다는 '새마을 식당' 등을 위시로 한 요식업계의 대표적 ceo에 가깝다. 그에 반해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주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최현석과 정창욱은 방송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각각 '엘본 더 테이블'과 챠우기의 대표, 혹은 오너 쉐프로서 정통 쉐프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 중 백종원과 최현석은 <한식 대첩>에서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등장하지만, 막상 프로그램 중에 이 두 사람의 차별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저 백종원이 '백과사전'파의 지식을 현란하게 내보이는 반면, 최현석은 깐깐한 후각과 미각에 입각한 섬세한 요리평을 선보이는 정도? 그런데, 정작 이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나는 건, 토요일 밤 늦은 시간 방영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과 < 인간의 조건>을 통해서이다. 




백종원의 서민적 레시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종원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란 프로그램이 공중파의 예능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백종원이란 존재의 영향력이 지대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6월 13일 방영된 8회, 역시나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는 70%대의 육박하는 압도적인 시청률로 굳이 1등이 누군지 밝힐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매회 나머지 출연자들이 '백종원 타도'를 외치지만, 결국 백종원이 선점하고 남은 30%의 시청률 나눠먹기일 뿐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제목이 무색하게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는 전혀 고급지지 않은 서민적 레시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6월 13일 방영분, 그가 선보이고자 한 것은 함박스테이크(햄버그 스테이크)이다. 이를 위해 소고기와 돼지 고기 반근을 준비한 그는 거기에 필요한 고기로 비싼 부위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이어 들어간 요리 과정, 각 가정에서 실제 준비하기 힘든, 하지만 실제 함박 스테이크에는 필요한 재료들을 적절히 생략하거나 대체한다. 
우스타 소스는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실제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소스이지만, 백종원은 그 조차도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토마토 케첩과 간장, 식초로 대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백종원의 요리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가 완성시킨 요리는 그것을 시식해 보는 작가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여느 레스토랑 음식에 손색이 없지만, 그 과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리로 둔갑한다. 가장 서민적인 레시피로, 가장 고급진 음식을 맛보게 한다. 채팅창을 들여다 보며 실시간으로 그의 요리에 반응하는 채팅창의 독자들과의 조화와 더불어, 매회 그의 레시피가 세간에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그의 '서민적' 레시피에 기인한다. 거기에 종종 등장하는 구수한 사투리에,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며 '레테르'따위는 가볍게 넘어서는 그의 내공에, 요식업계 ceo 백종원을 잊어버리고, 권위와 서열에 지친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

 

최현석과 정창욱의 특별한 요리 
그렇게 토요일 밤 11시대의 시간조차 백종원이란 쉐프 아닌 쉐프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 내며, 기존의 <인간의 조건>을 무기력하게 만들자, 시즌 3에 들어선 <인간의 조건> 역시 칼에는 칼이라는 듯이 쉐프들을 내세운다. 바로 백종원과 함께 <한식 대첩>을 이끌고 있는 최현석과, 그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또 한 사람 정창욱이 그 주인공이다. <인간의 조건>시즌 3가 윤종신, 조정치, 정태호, 박성광 등이 합류하고 있지만, 그 누가 봐도, 이 시즌의 주인공이 이 두 쉐프라는 건 단 한번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명의 대세 쉐프를 필두로 한 <인간의 조건> 시즌 3의 방향은 어떨까? 6월 13일 두 쉐프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은 영등포 구청 옥상에 마련한 텃밭에 심을 작물을 구하기 위해 경북 봉화로 향한다. 왜 하필 경북 봉화일까? 거기엔 바로 쉐프들 요리의 비법이 되는 신비한 비밀의 정원, 즉 허브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봉화의 허브 농원에 도착한 두 명의 쉐프를 비롯한 멤버들은 커다란 농원에 가득찬 신기한 허브들에 눈과 마음과, 입맛을 빼앗긴다. 이미 스타 쉐프이지만, 한때 쉐프였던 농장주 앞에선 허브의 이름을 알아맞추지 못해 면박을 당하는가 하면, 세상에 처음 맛본 그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들이 만난 갖가지 신기한 허브를 구경하고 난 후, 역시나 이곳에서도 두 쉐프의 주도로 멋들어진 바베큐 한 상이 차려진다. 농원에서 만난 갖가지 허브가 들어간 샐러드로 미각을 빼앗긴 멤버들은 정창욱, 최현석의 조합이 만들어낸 바베큐 요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의 '허세' 캐릭터에 걸맞게, 요리사는 만들어 지지만, 로티세르(고기를 다루는 책임자)는 하늘에서 내린다'며 그래서 자신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자화자찬에 걸맞에 그 어디에서도 맞보지 못한 허브 양념을 한 양고기, 삼겹살을 선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요리를 남다르게 만든 갖가지 허브를 잔뜩 사들고 돌아와 그들의 옥상 텃밭에 심는다. 

이렇게 최현석, 정창욱 쉐프는 그들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의뢰인의 냉장고 속 평범한 식재료를 기가 막힌 요리로 거듭나게 했듯이, <인간의 조건>에서도, 예의 마법같은 요리를 선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가끔은 스스로들도 이름이 헷갈리는 허브를 옥상 텃밭의 작물로 심는다. 이들 요리의 마법은 여전히 기묘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인간의 조건> 속 활약과, 그들이 심어놓은 허브까지 기묘하지는 않다. 어쩐지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성주의 리액션과 정형돈의 추임새가 그리워지고, 그저 옥수수만 심어도 재미있던 <삼시 세끼>가 떠오른다. 그들의 스타성과 요리는 대단하지만, 그게 <인간의 조건> 시즌3의 공감 요소가 될 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들이 심어놓은 이름모를 허브들처럼. 

어쨋든 쉐프 전성시대, 토요일 밤 공중파의 두 채널은 서민적, 혹은 가장 스타성이 강한 쉐프들을 동원하여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들 중 누군가를 선택할 지는 결국 시청자들의 취향에 달려있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 여부를 떠나, 다양한 쉐프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고, 선도하거나, 추수하거나 결국 쉐프 만능주의의 획일성은 한번쯤 생각해 볼일 이다. 

by meditator 2015. 6. 14.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