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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그래도 공중파에서 상반기에만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14일> 등 주목할 만한 다양한 스릴러물이 시도되었었다. 그러나 2015년 시청률에 얽매인 공중파의 드라마들은 점점 그 다양성을 잃은 채 6월에 이르기까지 이렇다할 스릴러 장르물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킬미힐미>와 <냄새를 보는 소녀>가 어설프게 로코와 스릴러의 복합 장르를 시도하였지만, 로맨틱 코미디 부문에서는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반면, 스릴러 장르에서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어설프다는 평을 얻었다. 오히려, 작년 <쓰리데이즈> 등을 방영하였던 sbs의 경우 <상류사회>, <가면> 등 월화 수목 모두다 재벌가의 '막장' 가족극을 다루며, 주말,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주중 미니시리즈에까지 연장시키며 드라마의 장르를 획일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mbc의 <화정>이나, <맨또롱 또똣>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던 <화정> 역시 차승원의 광해군이 무색하게 정명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코를 표방하는 <맨또롱또똣>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가운데, 케이블에서는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의 스릴러 물이 만들어 지고 있다. '실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해부했던 <실종 느와르 m>이 시즌2를 기약하며 종영하는가 싶더니, 이제 '먹방'으로 화제가 되었던 <식샤를 합시다2> 후속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출격했다. 어디 그뿐인가, ocn의 <나의 아름다운 신부>도 20일 부터 방영예정이어 장르물을 선호하는 시청자층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도심 액션 스릴러 <신분을 숨겨라>
tvn 월화 드라마로 6월 16일 시작된 <신분을 숨겨라>는 제목에서도 대번 알 수 있듯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수사 5과의 '잠입 수사'이야기이다. 잠입 수사 이야기는 이미 홍콩 영화 <무간도>(2004)를 통해,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2013)를 통해 이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르처럼 익숙한 소재이다. 그렇게 익숙한 잠입 수사물을 선택한 <신분을 숨겨라>는 거기에 '액션'이라는 방점을 찍어 변주를 시도한다.
첫 회, 형사의 신분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트너를 잃은 차건우(김범 분)는 자수를 하겠다는 범인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클럽에서 현란한 격투씬을 선보이고, 결국 범인과 함께 빌딩 옥상에서 떨어지는 극단적 액션씬을 보이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7년을 함께 한 파트너가 내 이름은 아냐며 우스개를 할 정도로 과묵한 주인공은, 늘 말 대신에 몸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극을 풀어간다.
그리고 그런 우울증으로까지 보이는 과묵함을 설명하기 위해 잠입 수사로 들어간 민태인(김태훈 분)과의 슬픈 악연을 연방으로 선보인 1,2회를 통해 풀어간다. 범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한 여자, 자신으로 인해 그 여자를 죽게 만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 그 여자의 오빠, 그리고 그 누구보다 가까웠던 선후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지만 몇몇 삽입 장면으로 설명된 두 사람의 인연은, 과잉 수사로 징계를 받은 차건우가 민태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에 뛰어들게 된 에피소드의 개연성에 충분하다.
그렇게 격한 액션씬과, 비극적 사연이 숨겨진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신분을 숨겨라>는 뻔한 잠입 수사라는 골격에 살을 입혀,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거기에 민태인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차건우 캐릭터가, 민태인을 구하러 잠입 수사를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그가 '짭새'라는 오명을 벗고 믿음을 얻기 위해서 민태인을 스스로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비극적 프롤로그를 연방으로 풀어냄으로써 더더욱 이야기에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나 이미 <신세계>를 통해 범죄물에서 돋보인 카리스마를 선보인바 있는 팀장 장무원 역의 박성웅의 압도적 존재감에, 까메오라기엔 아까운 죽음으로 마무리할 김태훈의 8년의 잠입 수사가 단번에 설명되는 연기, 거기에 윤소이, 이원종이 각자 캐릭터에 맞게 어우러졌다. 정작 부산 출신임에도 사투리는 어색했지만, 어두운 카리스마만으로 정선생을 설명한 김민준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특히 아직도 시청자들에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앳된 소년으로 기억되는 김범의 근육질 형사로서의 변신도 신선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성장통을 겪은 김범에게, '어른 남자'로서의 확인 도장을 찍을 만한 작품으로 <신분을 숨겨라>가 기억될 듯하다.
첫 회 시선을 잡기에 성공한 <신분을 숨겨라> 영화 한 편 분량의 이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로 계속 액션의 쾌감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그것이 이 도심액션 스릴러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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