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sbs의 <힐링 캠프>의 초대 손님은 요즘 대세 쉐프인 이연복, 최현석 두 명의 쉐프이다. 중식과 양식의 대표적 쉐프테이너인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분야의 요리를 다양하며 선보이며, 자신들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mbc다큐 스페셜 <별에서 온 쉐프>에도 두 사람이 출연한다.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전성시대 그 중심에 놓인 남자 쉐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격돌을 벌인 두 방송중 굳이 한 쪽의 손을 들어준다면, 사람좋은 미소로 일관했던 <힐링 캠프>에 비해, 아내를 따라 유기견 보호소를 들렀다 오랫동안 길렀던 반려견을 잃고 힘들어 했던 아내의 속내를 그제서야 깨닫고 눈물을 쏟아버린 이연복 쉐프의 뜻밖의 순간을 다룬 <mbc다큐 스페셜>에 한 표를 던진다. 준비된 토크의 초대손님보다, 민낯의 쉐프들이 더 진솔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다큐의 맛이다. 6월 14일, 15일 sbs와 mbc의 두 '스페셜'한 다큐는 요즘 대세라는 '요리하는 남자'를 다뤘다. <sbs스페셜>이 '요리하는 남자'가 트렌드가 된 시대에, 요리와 남자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mbc다큐 스페셜>은 그 트렌드의 중심의 민낯을 그려보고자 한다. 




남자, 요리를 만나다- <sbs스페셜-요리, 남자를 바꾸다>
쿡방 전성시대, 그리고 그 흐름을 이끌고 있는 훈남 쉐프 전성시대에 이 시대 남자들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해 <sbs스페셜>은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70이 넘도록 요리라고는 해보지도 않은, 심지어 자기 집 주방 불조차 제대로 켤 줄 모르는 조영남을 내세운다. 또한 현역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펄펄 날던 공직 생활 30년 이후 여전히 아내가 매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윤건중씨에게 요리를 배우도록 한다. 

소설가 최인호 등 또래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후배들은 그 조차 떠날까 우려하며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는 조영남, 그는 그렇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후배와 친구들을 위해 한 상을 차리기 위해 요리를 배운다. 늘 누군가 해주는 요리를 먹거나, 그게 안되면 시켜 먹거나, 사먹으며 요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그, 고기를 굽고, 거기에 맞는 스스로 만들어 곁들이며 새로운 세계를 맛본기 시작한다. 윤건중씨도 마찬가지다. 쌀도 씻을 줄 모르던 그가 아내의 친구들을 위해 한 상 차림을 마련하게 되면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남자들에게 요리란 어떤 존재로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 남편과 단 둘이 사는 윤건중씨의 아내는, 주변에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가며 음식을 할 줄 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혹시나 있을 상황을 걱정한다. 그렇게 현실적 필요에서 시작된 요리지만, 다큐 중 등장한 샘킴의 확언처럼, '누군가를 생각하며 요리를 하고, 그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요리의 맛을 느끼는 순간, 이들 남자들에게 요리는 그들이 맛보지 못한 희열의 세계를 선사한다. 

아내의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 친구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 윤건중씨에서부터, 요리 교실에서 배워 온 요리를 통해 사춘기 자녀와의 사이가 한결 가까워졌다는 김승용 요리 교실의 수강자, 그리고 아들 은규의 거센 사춘기 반항을 매 끼니 소박하게 차려내는 밥상으로 순화시킨 이충노씨의 요리는 변화 이상의 그 무엇이다. 특히, 잘 나가던 건축업계 ceo를 접고 아들과 단 둘이 아들이 전학해온 양평으로 내려 와 오로지 매 끼니 밥상을 차리며 튕겨져 나갈 아들을 품으로 끌어들인 이충노씨의 밥상은, 사랑의 상징이다. 그렇게, 이 시대 남자들은, 비록 전문 쉐프는 아니지만, 멋들어진 상차림 속에 숨겨진 진짜 요리의 맛과 멋을 체득해 가는 중이다. 



엔터테이너가 된 쉐프들의 민낯-<mbc다큐 스페셜-별에서 온 쉐프>
mbc다큐 스페셜은 쉐프전성시대를 직시한다. 그리고, 이제는 쉐프테이너가 된 그늘의 명과 암을 찬찬히 그려나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른바 '쿡방'의 시대사로 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국민 엄마가 된 고두심씨가 진행하던 요리 프로에서 부터 시작하여, 방송사와 함께 명맥을 이어가던 요리 프로그램, 한때는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여성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던 여성 요리사가 인기가 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 tv 속 요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연복, 최현석, 샘킴들의 쉐프테이너들이 있다. 

<별에서 온 쉐프>는 요리 평론가 황교익, 요리하는 기자 박준우를 등장시켜 현 쉐프 전성시대를 진단한다. 한때 우리 방송가의 대세였던 운동선수들처럼, 그렇게 트렌드로서 '끝물'로 쉐프 전성시대를 진단하는 박준우와 달리, 황교익은 불황의 늪이 깊은 현 시대, 대리 먹방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그렇게 냉정한 분석에서 시작된 쉐프 전성시대, 거기에 '맹기용쉐프논란'과 같은 잡음에 대해서도, 겨우 4년차의 쉐프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게 되는 '방송이기에' 만들어 지는 해프닝을 짚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짜 쉐프들의 삶은 어떨까?

르 코르동 블루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제는 50대가 넘은 쉐프는 그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지휘한다. 쉐프의 길이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짐이 덜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78세의 냉면의 장인은 냉면 육수의 맛을 내기 위해 여전히 새벽녘 집을 나선다. 쉐프테이너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최현석 쉐프의 말처럼 그들은 여전히 전쟁터와 같은 주방을 진두 지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제 아무리 바쁘다 한 들 주방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그래서 가족과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아픈 아내의 마음조차 돌아보지 못해 눈물을 쏟고 마는 이들이 쉐프테이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연복 쉐프와 같이 중식 쉐프는 이연복 쉐프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한다. 그간 각종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불량식품'처럼 이미지가 박혀있던 중식에 대해 이연복 쉐프가 이미지 전환을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황교익 평론가는 이미 예약 손님들로 꽉 찼던 이연복 쉐프의 식당이었음에도 굳이 방송 출연을 하는 이연복 쉐프를 두고 '심심하셨는가봐요'라고 우스개를 던지지만, 먹고 살기 위해 중식 쉐프가 되고 그 길을 평생 걸어온 이연복 쉐프 자신도 세상 사람들에게 요리 하는 자신을 떳떳이 내세우고픈 인정 욕구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식당들이 파리를 날리는 불황기에도 서로 매상을 비교하며 뿌듯하게 성업 중인 샘킴과 최현석의 레스토랑에서도 보여지듯, 방송 출연이 곧 '매상'이라는 생업의 향상으로 직결되는 현실을 그려낸다. 

하지만 몇 달 후까지 예약이 차있는, 밀려드는 손님, 예정된 방송 활동 가운데, 쉐프테이너들은 지쳐간다. 코스 요리 중심이었던 이연복 쉐프 중식 레스토랑은 매출이 줄어들 정도로, 탕수육 등 단일 품목만이 인기를 끈다. 예능 출연 중에 부상을 입었던 샘킴 쉐프는 결국 병원을 찾고야 만다. 190을 넘는 건장한 체격의 최현석도 체력 충전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도 한 말 또 하고 또 하게 만드는 방송 생리를 잘 몰랐다고 토크쇼 출연을 자제해야 하겠다고 말하는 이연복 쉐프의 말처럼 몇몇 인기 쉐프들 중심으로 돌려막기식의 쉐프 전성 시대는 방송 스스로 '끝물'을 조장한다. 하지만 쉐프테이너건 아니건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남자들은 오늘도 뜨거운 불앞에서 굵은 땀을 흘린다. 
by meditator 2015. 6. 16.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