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요미우리 신문발 보도로 한일 정상 회담 과정에서 일본의 독도 편입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란 표현으로 정체성을 의심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독도를 깜짝 방문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독도를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의 독도 방문으로 오히려 독도는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부각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일본내 반한 감정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안그래도 일본내 끝없는 불황의 지속으로 재일 외국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격해지고 있는 시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상황의 예봉을 한국인으로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냉랭하다 못해 '소원'해진 한일 외교 정책, 그리고 그런 한국의 태도에 맞불을 놓기라도 한 일본 정부의 반한 시위 등 혐한 감정에 대한 암묵적 방조는 2002년 월드컵, 그리고 드라마 <겨울 연가>, 이후 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의 인기로 융성했던 한류 붐의 침체기를 불러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한류'라는 막연한 문화 현상, 혹은 문화를 빙자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류', 하지만 실제 일본에서 '한류'는 '신오쿠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고, 그 속에는 거기에 깃들어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 뉴커머들이 있다. 



신오쿠보 화려한 영광과, 긴 그늘
신오쿠보 지역이 원래부터 번성했던 상업지구는 아니었다. 일본 신주쿠에서 10분 남짓 신오쿠보, 한류 거리, 코리아 타운이라 불리어지는 이곳은 애초에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던 공장 주변에, 한인들을 위한 식당, 가게들에서 그 유래를 추정한다. 하지만, 그때는 코리아 타운이라 불리워지지 않았다. 그저 퇴폐 유흥 업소들이 즐비한 후미진 골목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곳이 한류 열풍과 더불어 화려하게 만개했다. 

하도 길을 메운 인파가 많아서, 심지어 '걷다가 서지 마시오'라고 했던 이곳,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며,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한국 식당, 화장품, 한류 인기 상품을 파는 곳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분위기를 급락시켰다. 무엇보다 일왕에 대한 남다른 외경감을 가진 일본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은 감정적 충격파가 컸다. 그에 이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단 한번도 이루어 지지 않는 정상 회담으로 양국의 냉각 분위기는 더해졌고, 그는 곧 일본 내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류가 붐을 이루었을 때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한국 문화 등에 대한 소개가 자주 등장하여 일본 문화 전반에 한국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 냉각된 한일 관계는 그 자리를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대신한다. 그리고 신오쿠보 중심가에서는 혐한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겨진 상인들은 한류 붐을 타고 높아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미노게임처럼 파산 대열에 빠져들고 만다. 남아있는 상인들도, 혐한 시위대가 던진 빨간 페인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을 가리고,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대신, 도시락 배달을 한다. 

정부의 정책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변하고, 산업으로서의 한류는 편의적으로 흐름이 달라지지만, 그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쉽게 그 곳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한때는 tv에 소개되기도 했던, 재료가 없다며 사람들의 줄을 끊기도 했던 호떡 장수는 '화양연화'처럼 그 시절을 회고할 뿐이다. 그나마 이전에 돈을 벌어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고, 파산 신청을 한 사람들은 일본에서도, 그렇다고 이제 한국으로도 발길을 돌리지 못해 방황한다. 



물론 정부의 냉각된 외교, 한 철 장사같았던 한류 열풍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신오쿠보 상권의 한계도 있다. 동아시아 최고라 불리워지는 챠이나타운처럼 문화콘텐츠로서의 내실을 키워가지 못한 채 화장품 가게와 한류 상품에만 집중한 상권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신오쿠보가 인기가 있자 너도나도 몰려들어 동일한 업종에 경쟁이 붙어 스스로 부가가치를 낮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혐한이나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일본 내 양심적인 움직임이 등장하고, 혐한시위도 한풀 꺽여 가는 이 즈음, 여전히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일본내에 자리잡고 살고자 하는 3세대 한인들은 일본 내 공존을 위해 고민한다. 
by meditator 2015. 7. 23.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