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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프로듀사>의 여운이 사라지기라도 기다렸던 것처럼 6월 13일 <구여친 클럽>이 12회로 조기 종영됐음에도, 후속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7월 3일에 첫 선을 보였다. 그간 다수의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음에도, tv 드라마 출연에는 뜸이 길었던 박보영의 출연작이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오 나의 귀신님>, 하지만 뜻밖에도 1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보영이 아니라, 제목의 그 귀신, 김슬기였다. 한을 품고 죽어 하늘로 오르지 못해 이승을 헤매며 숱한 남자들을 호리고 다니는 문제 귀신 김슬기의 명불허전 귀신 연기가 오롯이 첫 회의 드라마를 이끌었다.
박보영의 선택, 장고 끝에?
무당이 될 팔자를 타고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여자, 이 캐릭터가 낯설지 않다. 그렇다 바로 2013년 sbs에서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건장한 남자들이 즐비한 주방, 거기에 수틀리면 요리를 하던 프라이팬 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까칠한 셰프? 이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샘킴이 모델이었다는 최현욱으로 분한 이선균이 주인공이었던 2010년 <파스타>가 떠오른다. 또 죽은 사람이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건, 이요원이 1인2역을 했던 2011년작 <49일>과 비슷하다.
왁자기껄한 김슬기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오 나의 귀신님>은 그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게 만든다. 게다가 '남자 좀 후리면 어떻냐고' 당당한 말괄량이 귀신 김슬기에 비해, 귀신에 시달려 잠을 못자 매양 꾸벅꾸벅 졸거나, 입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달고 사는 나봉선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의기소침해 보일 뿐이다.
그렇게 1회를 휘저어버린 신순애의 김슬기와 달리, <파스타>의 최현욱과 별 다른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던 강선우, 그리고 그닥 매력이 있어 보이지 않던 나봉선, 이렇게 애매하게 시작했던 <오 나의 귀신님>은 1회 말, 자신을 쫓던 무당을 피해 나봉선의 몸에 깃든 신순애의 빙의로 인해 비로소 본 게임을 시작한다.
나봉선의 기억을 잊은 채 몸만 나봉선인 채 신순애가 된 캐릭터, 다른 세프들의 말처럼, 나봉선이지만, 나봉선이 아닌 듯한 존재에서, 비로소 박보영이 장고 끝에,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의 <오 나의 귀신님>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 진다.
물론 박보영은 <늑대 소년>을 통해 영화 배우로 분명하게 자리 매김했지만, 정작 박보영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다짜고짜 젊은 아버지 집에 어린 아들과 찾아와 덜컥 주저앉아 버린 '후안무치' 황정남의 캐릭터를 통해서이다. 물론 최근 <1박2일>을 통해서 여전히 귀엽고 앙징맞은 소녀같은 매력을 선보였지만, 그런 소녀같은 이미지 이전에, 박보영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이쁘고 사랑스럽기 보다, 자신에게 빙의된 신순애을 천연덕스럽게 재연해 냄으로써, 연기 잘 하는 배우 박보영으로 거듭나고자 하며, 2회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 낸다. <오 나의 귀신님>이 드라마적 전개와 맞물려 어떤 성취를 보일 지 모르지만, 박보영이란 배우가, 또래 배우들 중에 연기폭이 넓다는 것은 단 2회만에 증명한 셈이다.
<파스타> 같지도 않고, <주군의 태양> 같지도 않은 <오 나의 귀신님> 고유의 이야기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앞판과 뒷판이 똑같다'며 자기 디스를 서슴치 않고, 말끝마다 '니기럴'하며 욕을 장착하는 신순애 판 나봉선은 <파스타>인 듯 하다, <주군의 태양>인 듯 하던 <오 나의 귀신님>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며 끌어나간다.
또한 그저 최현욱인거 같던 강선우 역시 19의 나이에 그를 나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를 방치했던 하지만 뒤늦게 극성스러운 엄마 조혜영(신은경 분)의 출현으로 여리기에 강해진 독특한 캐릭터의 사연이 풀어진다. 거기에 교통 사고를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우의 동생 신혜선과 친구 이소형(박정아 분)의 존재로 까칠한 세프에서 사연많은 남자로 거듭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회 말 <오 나의 귀신님>은 나봉선이 된 신순애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나봉선이 되어 레스토랑 선의 주방 보조가 된 신순애, 하지만 그녀에겐 주방이 낯설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술 취한 자신의 남동생을 파출소로 데려다 주고 동생을 찾아온 아버지를 알알 본 순간, 아버지와 함께 기사 식당을 했던 죽기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 상실한 귀신으로 제삿밥도 얻어 먹지 못해 구박을 받던 신순애의 사연은, 뜻밖에도 '눈물샘'을 자극하며 <오 나의 귀신님>을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진지함을 풀어내며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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