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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물 소재들이 작품화하는 가운데, 이제 더 이상 '액션'이라던가, '스릴러'라는 장르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되는 작품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는데, 6월20일 시작된 ocn의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내세운 전략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실종'으로 인해 꽃피우지 못한, 그래서 '완결'을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비극을 도태한 사랑이다.
지고지순한 연인들의 사랑 속에 숨겨진 뜻밖의 복선
언뜻보기에 평범한 연인들이 있다. 집안의 권유로 선을 보러간 남자 김도형(김무열 분), 하지만 그는 가장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이 이 자리에 나올 뜻이 없음을 알린다. 그렇게 선자리에서 물벼락을 맞을 뻔하던 그는 그 자리 이후 단숨에 자전거를 달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진짜 연인 윤주영(고성희 분)에게 달려온다. 굳이 결혼까지 바라지도 않는다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무릎을 끓어 '나의 신부가 되어주시겠습니까'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청혼을 하는 남자. 여기까지 보면 이 소박한 연인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그저 층이 지는 집안 환경 정도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어렵사리 여자가 결혼을 결심하고 뱃속에 든 아이의 존재마저 고백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진다. 남자는 그녀를 찾아헤매다 경찰에게 알리고, 뜻밖에도 그를 돕던 경찰의 눈에 발견된 건 그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벌거벗은 남자의 시신 한 구!
스릴러와 액션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지는 가운데 매 작품들은 스릴러와 액션 중에서도 한 분야를 선택하곤 한다. 얼마전 종영한 <실종 느와르 M>이 '실종'이라는 분야에 천착했다면, 사랑하는 연인의 실종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걸터앉은 건 '사채시장'이라는 영역이다.
어둠의 세계 사채 시장과 빛의 세계 금융권의 엇물리는 인연
언뜻보기에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텔레마케팅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려는 직장인으로 보였던 사라진 신부 윤주영(고성희 분)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제목과 달리, 사채 시장의 우두머리 송학수(이재용 분)의 피튀기는 검거작전으로 드라마가 시작된 이유이다. 윤주영은 룸싸롱에서 일하며 송학수의 연인으로 지내던 중 우연히 첫사랑 김도형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의 만남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다시 빛의 세계로 돌아갈 용기를 얻은 윤주영은 경찰의 정보원이 되어 송학수를 경찰에 검거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김도형을 찾아간다.
감옥에 간 윤주영의 과거의 연인 송학수가 몸담고 있었던 곳은 사채 시장. 1,2회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박태규(조한철 분)가 사채를 쓴 중소기업 사장에게 하듯이, 아마도 윤주영도 그렇게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어둠의 세계로 납치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윤주영, 그리고 빛의 세계에서 제 1금융권 신국은행 기업 금융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도형, 그들의 매개는 뜻밖에도 박태규이다. 김도형의 고객으로 세려 건설 사람으로 등장한 박태규는 사라진 연인 윤주여을 찾기 위해 남겨진 전화번호의 주인으로, 두 세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어둠의 그늘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키우며 심지어 금융권의 '소중한' 고객이 되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채 시장이라는 '범죄'의 영역을 배경으로 하며, 거기에 사랑하는 연인의 실종이라는 실마리를 던져 놓고, 그 시장을 상대로 한 해군 udt 출신의 1:17정도는 가볍게 무찌를 수 있는 전지전능한 남자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의 물불가리지 저돌적인 실종 연인 찾기 사연을 풀어가고자 한다.
능력자 남자 주인공의 사라진 여자 찾기, 이 이야기의 윤곽은 이미 원빈이 출연했던 <아저씨>로 익숙한 이야기이다. 단지 어린 여자 아이에서, 자신의 아이를 뱃속에 지닌 사랑하는 연인으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그렇게 스테레오 타입화된 능력자 남자의 활약기를 변주하기 위해,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룸싸롱에서 일하며 경찰 정보원을 했던 윤주영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던 경찰 차윤미(이시영 분)을 등장시킨다. 사라진 연인을 찾고자 하는 남자의 맹목적 활약, 거기에 빚진 마음으로 그의 활약에 자신을 더할 차윤미, 이렇게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관전 포인트다.
그런데, 6월 20일, 21일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그것이 펼쳐 갈 거미줄같은 포석과 달리, 순애보적인 감성에 짖눌려서일까 어쩐지 느슨하다. 안타깝게도 그의 국가대표급 활약에도 불구하고, 인형같은 차윤미 역을 맡은 이시형의 형사 반장 역할은 어쩐지 수긍이 가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숨긴 사연많은 여인이라기에 고성희의 연기는 아직도 생경하다. 김도형 역의 김무열 역시 연인이 사라지고 나서야 좀 그의 무표정이 어울리기 시작한다. 1,2회 두 연인의 사연과, 그 사연 속에 숨겨진 어둠의 그림자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우들의 '감성'연기가 뒷받침 해주지 못해, 드라마는 늘어진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맛을 살려낸 것은 조연으로 등장한 박태규 역의 조한철의 연기이다. 기존 ocn의 작품들 <나쁜 녀석들>이나, <실종 느와르 M>이 이미 배우들의 존재감으로 먹고 들어간 경우와는 정반대의 수를 걷고 있다. 사채 시장과, 금융권, 그 사이에 걸쳐진 남자 김도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풀어가는 대한민국 금융권의 빛과 그늘, 그 숨겨진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부디 연기의 난맥상을 뚫고 애초에 하고자 하던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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