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의 한 코너 <예능 심판자>는 하차하는 허지웅 대신 서장훈을 투입하며 심기일전 새로운 도약을 노렸지만, 결국 6월 18일 120회의 방송을 끝으로 그 생명을 다했다. '심판'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내걸로 야심차게 연예 비평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나마 평론의 맥을 놓치지 않으려던 허지웅이 나간 이후, 아줌마, 아저씨의 한담 수준으로 전락한 '예능 심판자'는 결국 여느 연예 프로의 정보성이나, 기획의 차별성도 드러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연예인이거나, 준연예인인 패널 자신들이 연예인을 '깐'다는 비평의 자가당착을 못한바가 컸으며, '썰전'의 이철희, 강용석이 보이는 전문성의 수준에 한참 미달한 프로그램의 내용이 결국 이 코너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6월 25일 새로인 선보인 '썰쩐'.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경제 이슈를 모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보겠다는 코너이다. 돈에 의해 살고, 돈을 위해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이슈 속에 숨은 내돈의 향방을 풀어보겠다는 '썰전'은 그 시도만으로도 말 그대로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까지 2회에 걸쳐 방영된 '썰쩐'의 그 내용도 귀를 솔깃하게 하는 기획 의도만큼 볼만 했을까?



솔깃하게 만드는 트렌디한 경제적 이슈들로 꾸려진 '썰쩐'
'썰쩐'의 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역시나 김구라이다. 김구라를 중심으로, 왼쪽에 인문학 강사 최진기, 경제 햇병아리를 자처하는 개그우먼 장도연, 오른쪽엔  최근 예능 대세로 떠오르는 서장훈에, 회마다 달라지는 게스트가 자리를 함께 한다. 자리의 구도상으로 보면, '썰쩐'은 1부의 '썰전'보다는 '예능 심판자'의 구성에 가깝다. 

121회의 게스트는 작곡가 김형석, 그리고 그와 함께 나눈 이야기는 주당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를 초대한 회차 답게 '단소주 열풍'을 풀어냈다. 122회에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을 초대하여, 최근 부상하고 있는 렌터카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회적 이슈' 속에 숨어있는 내 돈의 향방을 추적하겠다는 야심차게 포부를 밝힌 '썰전'은, 막상 거창한 경제 이슈보다는, 트렌디하게 부각되는 경제적 이슈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단 소주 열풍'이라던가, 장기 렌터카'등은 트렌디한 열풍이지만, 그 속에 말 그대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의 '돈'의 향방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썰쩐'의 기획은 참신하다. 이미 앞의 1부 '썰전'에서 시사적 포인트가 있는 경제 문제들을 종종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 이슈'만을 떼어놓은 '썰쩐'의 운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솔깃한 이슈들을 1,2회에 걸쳐 적절하게 기획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산뜻한 출발을 보인 기획이 그리 길지 않은 방영 시간 동안 제대로 풀어졌을까? 그 점에서 아직 미지수다. 이제 겨우 2회 남짓 방영한 '썰쩐'을 평가하기에 앞서, 살아남은 '썰전'과 결국 고사하고 만 '예능 심판자'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썰전'이 시청률과 상관없이 세간에 화제가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두 패널 이철희, 강용석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 회차마다 이철희 소장의 언급이 검색어를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색깔과 소신이 분명한 이철희 소장의 날선 비평은 정부와 대통령의 처신에 답답해 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여름날 소나기와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이철희 소장이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 언어로 각종 사안의 본질을 냉철히 짚어주는 것으로 화제를 이끄는 반면, 또 다른 패널 강용석 변호사는 현란한 그의 말솜씨로 그가 준비해온 자료를 질펀하게 늘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시청자들의 '알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다. 종종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야당 대통령 후보감들에 대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변호사가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어쨋든 그를 통해 얻어듣는 것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썰전'은 각종 시사적 이슈들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거나,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적절하게 대신해 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요구에 호응한다. 적어도, '썰전'을 보면, 속이 시원해지거나, 얻어듣는 '가치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양가있는 '썰전'에 반해 '예능 심판자'는 그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시청자들이 모르는 연예가의 소식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속시원한 비평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좀 전문적이었던 허지웅마저도 점점 더 말수를 잃었고, 도무지 전문적과는 거리가 먼, 아저씨, 아줌마 마인드의 출연진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렇다고 신선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이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썰전'의 장점보다는 '예능 심판자'의 단점이 부각되는 '썰쩐'
그렇다면 새로이 시작한 '썰쩐'은 어떨까? 패널로 가세한 최진기의 분석은 가히 '썰전'의 두 패널에 못지 않다. 소주 열풍이 아니라, 단소주 열풍이라는 분석과, 장기 렌터카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사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파는 사람 입장에서 이 열풍을 짚어 보아야 한다는 지적은 '썰쩐'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냈다. 더구나 렌터카 시장을 자동차 시장이 아니라, 금융 상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석에 이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수준이다. 

하지만, 최진기의 '촌철살인'에 비하면 다른 패널들은 아직 아쉽다. 첫 회 주당이라서 출연한 김형석의 출연은 쓴웃음이 나오며 그마나 두번 째 신동헌의 출연은 시의적절했지만, 그의 출연평처럼 김구라, 서장훈의 설전에 제 몫을 다했다 보기는 어려웠다. 서장훈은 회차마다 많은 준비를 해오는 듯하지만 전문가도 아닌 것이, 진행자도 아닌 것이, 굳이 이 경제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한 자리를 껴앉아야 하는 것인지, 그의 정체청은 늘 애매하다. 그래도 그나마 서장훈은 그간 살아온 사회적 경험에, 나름의 준비가 있어 몇 마디라도 건네니 다행이다. 요즘 대세라는 장도연은 여러모로 아쉽다. 여성 mc의 부재를 아쉬워 하지만, 도무지 우스개를 하는 상황 외에는 한 마디도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감은 '썰쩐'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mc 김구라는, 최근 그가 종횡무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듯이 시사, 예능, 요리 등 어느 프로그램에서난 걸출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나 그의 진행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 이유가 <썰전>에서도 드러난다. 1부 '썰전'에서 김구라는 이철희 강용석이라는 두 전문 패널의 아우라에 진행과 조정이라는 그의 본분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패널등이 자기 색깔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김구라는 종종 '진행'을 넘어, '전횡'을 한다. 이제 2회에 들어선 '썰쩐'이 안타깝게도 그 싹이 보인다. 이미 '예능 심판자'에서 준비도 없이 우기기만 하는 모습 등으로 지탄을 받던 그였는데, 새로이 구성된, 그리고 최진기를 제외하고는 그의 기세를 누를만한 패널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구라의 영향력은 프로그램 전체를 지배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김구라 자신의 의견과, 상대적으로 친한 서장훈과의 실랑이(?)로 때워진다. 이래서는 '썰쩐'이 가진 애초의 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 그저 회차마다 바뀌는 게스트 정도로는 아쉽다. 

트렌디한 이슈 속에 숨겨진 우리도 모르는 경제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자 하는 '썰쩐', 그 시도는 적절하다, 하지만, 김구라의 '전횡'을 막을 만한, 그리고 최진기의 전문성에 필적할 만한 패널이 보강되어, 믿고 찾게 되는 '썰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7. 3.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