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채널 cgv는 영화 전문채널의 특성을 살린 영화 전문 토크쇼 <무비 스토커>를 선보였다. 이른바 '취향 저격 토크쇼'라는 취지를 내건 이 프로그램은 실제 영화 잡지 '맥스 무비' 편집장인 박혜은을 편집장으로 하여, 기자 출신 영화 감독 이병헌, 그리고 현역의 기자 이지혜에, 뮤지션 윤상, 배우 김정민, 최태준이 기자로 등장하여, 각자 취향에 맞춰 주제에 맞는 영화를 소개하고, 그 내용으로 한 권의 영화 잡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 전문 채널답게 하나의 주제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영화 소개가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지만, 거기에 잡지를 표방한 다양한 기자층을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토크가 <무비 스토커>의 매력이다. 


그런데 첫 회, 제 아무리 등장만으로도 다섯 기자들을 움찔하게 만드는 기존 영화 잡지의 편집장이라지만 토크쇼는 처음인 박혜은, 이 명목상 편집장의 곁에서 부편집장으로, 이질적인 다섯 기자들을 때로는 쪼고, 때로는 부추키며 토크쇼로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결국 실질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mc격인 한 인물이 있다. 바로 김구라다. 



mc계의 신종 포식자 김구라
그렇게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거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또 한 편 늘렸다. 고정 mc를 보는 mbc의 <라디오 스타>, <복면 가왕>, <세바퀴>, sbs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jtbc <썰전>, tv조선<솔직한 연애 토크 호박씨>, tvn의 <집밥 백선생>에 이제 채널 cgv의 <무비 스토커>까지, 말 그대로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 수에 있어서는 최근 예능 mc가 되어 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동엽에 비해 비록 그 숫자는 적을 지 몰라도, 그 활동 범위에 있어서는 신동엽 못지 않은 '포식력'을 자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김구라가 누구인가. 2012년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김용민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 과거 김용민과 함께 했던 인터넷 방송에서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한 막말 동영상이 문제가 되어 본의 아니게 출연했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던 사람이다. 그렇게 칩거했던 김구라는 같은 해 9월 tvn의 <택시>를 통해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가정사로 인한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간의 칩거는 있었지만, 김구라는 오히려 그가 방송을 자진하차했던 이후보다 더 활발하게 mc로서의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mc로서 김구라와 신동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였던 이경규가 <힐링 캠프>에서의 하차와 더불어 주춤하고 있고, mc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던 강호동, 유재석 중 강호동은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면피를 하는 형편이고,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 <런닝맨>등의 스테디 셀러를 통해 존재감을 놓치진 않지만,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jtbc의 새 예능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와중에, 신동엽과 김구라는 불도저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늘려가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구라만의 다양한 행보 
이 두 사람의 활약은, 이른바 리얼리티 예능이 한 풀을 꺽이고, 다시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토크'예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 예능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일하게 스튜디오 예능의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지만 신동엽과 김구라의 행보는 좀 다르다. 신동엽은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하고, <마녀 사냥>에서 <오늘 뭐 먹지>까지 다양한 색채를 보이는 듯 하지만, 그 모든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은 묘하게도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신동엽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바로 <마녀 사냥>의 신동엽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야한 것'에 솔깃한, 솔직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런 <마녀 사냥> 속 신동엽의 모습은 그가 참여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버전만 다를 뿐 동일하게 운용된다. 

그에 반해 몇 달 간의 칩거 후 복귀한 김구라의 행보는 좀 더 실험적이다. 여전히 예전에 하듯이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복면 가왕>, <세바퀴>까지의 말많고 간섭이 심한 듯 하지만, 게스트의 숨은 매력을 매의 눈으로 놓치지 않는 그의 장기를 아낌없이 내보이는 한편, <마이 리틀 텔레비젼> 등을 통해서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았던 영역으로의 시도를 거침없이 해본다. 

2015년 4월 첫 선을 보인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의 원조로서 합류한다. 그리고 11회에 이른 이제 변함없는 1위를 고수하는 백종원과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 '백종원 타도'를 내세우며 이 프로그램에 잔존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하듯 '닥치고 막말'대신, 인터넷 방송도 이렇게 고품격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할 양으로, 야구, 그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보여주기에 고심한다. 물론 늘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볼 거리가 있는 방송으로서의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복귀 후 김구라가 타 mc들과의 차별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게 만든 프로그램은 다름아닌 <썰전>이다. <썰전>에서 두 시사 평론가 이철희와 강용석의 중심에 서서, 각종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김구라는 손색이 없다. 물론 그 이후의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때로는 준비 부족으로 질타를 받기도 하였지만, 역시나 철판 깔고 심판하는데 김구라만한 출연자는 드물었다. 결국 '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능 심판자>는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 후속으로 경제 문제를 끌어 온 <썰쩐>에서 김구라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엊그제까지 연예인의 가쉽을 논하던 그가, 오늘 집값과 차값, 증시를 운운하는데 이물감이 없다. 



시사 문제를 논하고, 인터넷 방송에서 인문학을 논하던 김구라가 <집밥 백선생>에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겠다고 나선다. 때로는 눈치없이 끼어들어 퉁바리를 얻어들으면서도 굳굳하게 자기 주장을 놓치지 않는 그가 회를 거듭하며 땀을 삐질거리며 요리를 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영화 프로그램에서 부편집장입네 하고 앉아서 '입을 터는데' 그리 이물감이 없다. 각자 취향에 빠져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기자들 사이에서 때론 중심을 잡고, 종종 예리하게 핵심을 집는다. 그저 말만 많은 상사가 아닌 것이다. 

7월 8일 방송된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는 기승전 '나 잘 났소'의 삼천포식 자기 최면 화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최근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나 잘 났소' 할만하다 할 만큼 다양하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김구라만큼 시사에서 경제, 요리,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제 몫을 하는 mc가 과연 누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면 답이 분명해진다. 아마도 이 정도의 역량을 보이는 누군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김구라에 대한 '갈급'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김구라의 존재감은, 세상물 좀 먹은, 하지만 그저 나이만 먹지는 않은 그래도 줏어 들은 거가 좀 있는 세상사에 관심많은 아저씨를 대변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저씨스런 잔소리나, 아저씨스런 속물감으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서 편하고,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진 하차 이전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의 mc로서의 확장을 넘어, 방송 칩거 이후 김구라가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쉽게 누군가 따라하기엔 '내공'이 필요한 영역이다. 아들 동현이에게 '책을 읽으라' 강권하는 아버지 김구라가 그저 '권위'나 '허언'이 아님을 최근 김구라의 실속있는 행보가 증명한다. 
by meditator 2015. 7. 9.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