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 화요일 두 편의 스릴러물이 안방 극장을 찾아든다. kbs2의 <너를 기억해>와 tvn의 <신분을 숨겨라>가 바로 그 두 편의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적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색채는 다르다. '사랑하고 치유하는' 로맨틱 스릴러를 표방한 <너를 기억해>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범죄심리학 교수 이현(서인국 분)과 경찰인 차지안(장나라 분)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메인으러 내세운 반면, 도심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신분을 숨겨라>는 매회 유혈이 낭자한 현실감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수사5과의 지능적 범죄 수사가 화면을 채운다.




절대 악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스릴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절대 악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이현이 우연히 아빠의 경찰서에서 만나게 된 연쇄 살인범 이준영, 그가 감옥에서 탈주를 하고 집으로 찾아온 날 이현의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은 죽임을 당했고, 동생은 사라졌다. 아버지에 의해 사이코패스가 규정되어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의 일부분조차 사라진 이현은 차지안의 요청으로 고국에 돌아와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과거의 인연을 짚어가며 절대 악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매회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건들은 프로파일러로써의 이현의 능력을 증명해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현의 숨은 기억 속 퍼즐을 맞춰가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너를 기억해>가 '살인' 등의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라면,<신분을 숨겨라>의 절대 악은 스케일이 크다. 민태인(김태훈 분)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찾고 싶은, 그리고 8회 차건우가 상부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다가가고 싶은 존재 '고스트'는, 그 누구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이 죽는 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일찍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가정보원까지 국가 기관이 나서서 그를 잡기위해 혈안이 된 고스트는 위폐, 마약, 청부 살인은 물론 7월 7일 8회에서는 세균전까지 불사하려 한다. 그저 범죄 조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런데, <너를 기억해>도, <신분을 숨겨라>도 모두 궁극적으로 찾아내야 할 절대악은 분명하지만, 정작 그가 누군인지는 모른다. <너를 기억해>에서 '생각보다 범인은 가까이에 있다'는 대사처럼,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 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의심을 살만한 정황을 가지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나가는 것이 이 두 드라마의 묘미다. 



그런데 절대 악은 누구?
<신분을 숨겨라>는 '저승'을 갈 때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고스트, 중정 시절부터 국가로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그 연배의 출연자들은 모조리 의심스럽다. 가장 유력한 대상자로 눈빛부터가 모호한 국정원 최대현 국장(이경영 분)에서부터 수사5과를 진두 지휘하는 경찰청장, 심지어 수사5과의 최태평(이원종 분)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며 의심하는 맛이 <신분을 숨겨라>의 묘미이다. 정작 드라마는 수사 5과의 신분 위장 수사를 매개로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절묘하게 신분을 숨긴 사람은 바로 그토록 찾아헤매는 범인이다. 

<신분을 숨겨라>가 단 한 명 고스트를 향한 여정이라면 <너를 기억해>의 술래잡기는 조금 더 미묘하다. 이현의 아버지가 죽던 날 사라진 이현의 동생, 그리고 함께인지, 따로인지 역시나 사라진 이준영, 그 또래로 보여지는 <너를 기억해>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수상하다. 7월 7일 6회묘하게 이현의 눈에 들어온 법의관 이준호(최원영 분)의 일거수 일투족은 수상하며, 그가 내뱉은 말은 그저 허투루 지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이현 동생 또래로 등장하는 정선호(박보검 분)는 이현 못지 않게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면 늘 등장하여 시선을 끌 뿐만 아니라,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만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의심이 갈만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스치듯 지나갔지만 사건 수사 현장에 제일 먼저 갔다는 최은복(손승원 분) 역시 그저 지나치기가 애매하다. 그저 웃기는 캐릭터 같은 강은혁(이천희 분)조차 의심스럽다. 



케이블과 공중파의 서로 다른 입지가 낳은 다른 처지 
<신분을 숨겨라>는 케이블 드라마 답게 제작 발표회에서 1%의 시청률 공약을 내걸었다. 초반 정선생으로 분하여 압도적 존재감을 선보인 김민준의 열연과 그와 엇물리는 김태훈, 수사 5과의 활약으로 <신분을 숨겨라>는 순탄하게 1%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2% 고지조차 거뜬히 해치워 출연자들이 커피를 대접하는 등 공약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선생이 출연한 1,2회 이후 좀 맥이 빠진듯한 스토리가 잠시 지지부진한 듯 하지만, 새로운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남인호(강성진 분)등 다른 고스트의 하수인이 저마다의 포스를 가지고 헤집으며, 그 새로운 악과의 대결을 위한 위장 작전과 액션이 매회 애청자들의 손에 땀이 식지 않게 만든다. 거기에 매회 끈끈해지는 듯하면서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수사 5과 캐릭터들의 매력도 <신분을 숨겨라>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다. 또한 케이블이라는 존재적 특성을 살려 거친 액션과 국정원에 사과 문구를 내보일만큼 수위를 넘나드는 설정 등이 <신분을 숨겨라>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늘 제작사 cje&m이 6월 4주 콘텐츠 지수에서 <너를 기억해>가 <무한 도전>, <복면 가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기사를 냈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콘텐츠 지수 1위가 무색하게, 시청률면에서 <너를 기억해>는 4%대를 넘지 못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 '표절'과 관련된 시비를 무난하게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너를 기억해>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서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이현이라는 셜록 홈즈 뺨치게 능력자인 주인공을 커버하기엔 아직 서인국의 내공이 딸려 보이는 면이 역력한데다, 드라마는 모든 출연진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문어발식으로 이리저리 엮인 관계들로 어수선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초반 스릴러물로서 이야기의 틀이 잡기히도 전에 어설프게 풀기 시작한 이현과 차지안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오히려 스릴러물로서의 <너를 기억해>의 정체성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런 초반 악수를 극복하고 이제 6회에 들어선 <너를 기억해>는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과거가 풀어지면서 그저 로맨틱물을 넘어선 스릴러물의 공조자로서의 주인공들의 위치를 공고히하고, 매회 등장하는 사건들과 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본격적으로 스릴러물로써의 묘미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엔 여전히 난해한 스릴러 장르는 공중파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너를 기억해>의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 
by meditator 2015. 7. 8. 15:44

지난 2014년 6.4 지방 선거 중 함께 치뤄진 교육감 선거에서 뜨거운 화두는 바로 학생들의 '수면권'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대한 각 자치권역 교육감들의 선거 공약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9시 등교', 그리고 충북 김병우 교육감의 '0교시 폐지'였다. 그리고 이런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진보적 입장의 이들 교육감들은 '성적' 이전에 학생들의 '행복 추구권'을 앞세우며 각각 학생들의 충분한 아침 잠을 위해 '0교시'를 폐지하고, 9시 등교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2014년 11월 충북 고교생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도내 766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70.2%의 학생들이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 충북의 한 시의원은 '김 교육감의 0교시 폐지 정책으로 '9년은 행복할 지 몰라도 90년 불행할 수도 있다'며 0교시 폐지로 인한 교육량 감소, 학력 저하를 문제 제기하고 나서기도 하였다. 과연, '잠'을 줄여서 수업을 해서 교육량을 늘려야만 학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인가? '성취'와 '능력'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고통 감수를 당연시하는 '능력 사회'에서 '잠'은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7월 6일 <mbc다큐 스페셜>이 파헤쳐 본다. 



성공하기 위해 잠을 줄이는 사람들
다큐는 '능력 사회' 속 자신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잠을 줄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대표적으로 잠을 줄이는 사례로 등장하는 것은 수능 준비를 하는 고3수험생이다. 수능에서 좀 더 높은 성적을 위해 애쓰는 승엽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면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부족한 잠때문에 아침 밥상에서도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는 승엽이, 그런 승엽이가 안타까워 엄마는 고기 반찬에 영양제까지 챙겨 먹이지만,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잠은 승엽이의 고민거리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직장인 김씨, 높은 연봉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지만, 유학을 다녀온 동료들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남들보다 잠을 덜 자는 것이다. 새벽 서너시가 되도록 수학 문제를 풀고, 독서를 하며 자신을 다져가는 김씨, 하지만 일상의 그는 늘 '피곤에 쩔어있다'. 

보다 나은 능력을 얻기 위해 잠을 줄이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만의 화두가 아니다. 자본신자유주의가 점령한 세계 곳곳에서 '능력 사회' 속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잠을 줄이고' 있다.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생들의 20%가 잠을 덜 잘 수 있는 '스마트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하고, 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 잠을 쫓는 '경두개직류 자극장치(TDCS)가 인기를 끈다. 우리 사회에서 잠을 쫓는 각종 각성 음료는 학생 층을 중심으로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위적으로 잠을 쫓는 방식, 성공을 위해 잠을 희생하는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MBC다큐 스페셜>은 이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잠, 생존을 위해, 성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잠을 줄여 자신의 충전에 사용하는 직장인 김씨, 그를 진단한 의료진은 그의 건강 상태가 시한부 폭탄과도 같다고 위험을 경고한다. 즉, 줄어든 수면 시간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불면증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태이며,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쌓인 만성 피로가 언제 폭발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해 가장 만만하게 희생의 제물이 된 잠, 하지만, 그 잠을 줄인 결과는 뜻밖에도 참혹하다. 다큐는, 현대사의 인류에게서 벌어진 엄청난 재앙들이 뜻밖에도 부족한 잠의 결과물임을 밝힌다. 체르노빌을 비롯한 대재앙을 불러 일으킨 각종 사고들 뒤에는 뜻밖에도 '잠이 부족한'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즉 잠은 그저 줄여도 되는 만만한 기능이 아니라, 잠을 줄였을 때 오는 집중력 저하, 인지 능력 감퇴는, '재앙'을 불어올 만한 가공할만한 위험 요소가 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실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잠을 자는 집단과 잠을 자지 못한 집단으로 나눠 명백한 연구 결과로 그것을 증명한다. 

나아가 잠의 역할에 대해 규명하고 한다. 평생을 잠을 연구해온 학자들을 동원하여, 그리고 실제 실험을 통해 '잠'이 그저 휴식을 넘어, 깨어있는 시간 동안 했던 활동을 정리하고 축적하는 시간임을 밝힌다. 즉, 깨어있는 동안 했던 공부를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잠'은 필수인 것이다. 

다큐는 무조건 잠을 줄인 승엽이와 달리,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잠을 충분히 자며 공부하는, 그래서 오히려 늘 맑은 정신으로 각종 정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 같은 고등학생 다은이와 수림이의 학습 방식을 바람직한 예로 제시한다. 

실제 '뇌과학'은 우리 뇌를 '도서관'에 비유한다. 즉, 깨어있는 동안 받아들인 각종 정보를, 우리 뇌는 우리가 잠을 잘 동안 차곡차곡 정리하여, 마치 서가에 책을 꼿듯이 자신의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잠'을 자지 않는다면, 우리 뇌는 정리되지 않는 정보의 포화 상태가 에 불과하다는 것이 최신 뇌과학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최신의 과학적 입장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수능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9년의 행복이 90년의 불행을 낳는다는 담론'이 횡행한다. 그런 여전한 '능력 우선주의' 그리고 '그 희생의 제물로서 잠을 당연시 하는'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MBC다큐 스페셜-잠을 지배하라>의 그 '지배'하고자 하는 방향은 유의미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늘 그렇듯이, 승엽이와 수림이, 다은이의 방식 제시처럼, 공부를 잘 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처럼 제시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잠'의 문제, 그리고 '체르노비' 사고처럼, 사회적 재앙을 불러 일으킨 '잠'의 문제는 개인이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의 선택이 아니다. 삼교대, 혹은 철야가 시스템으로 강요되는 사회 근본적인 문제이며, 직장인 김씨의 경우처럼 '성공을 위한 강박', 잠을 줄여서 수업량을 늘려야 한다고 하는 '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원인은 사회에 있는데, 선택은 개인으로 귀결되는 다큐의 시선이 아쉽다. 


by meditator 2015. 7. 7. 15:42

7월 2일 종영한 mbc수목 미니 시리즈 <맨도롱 또똣>의 낯선 제목은 제주 방언으로 '기분좋게 따스한'이란 뜻이다. 제주도 방언을 차용한 제목답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제주도에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주인공은 이정주(강소라 분)는 해녀가 되기를 원하고 해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드라마의 설정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결혼 한 달만에 남편이 죽은 후 '물질'을 하며 아이를 키운 자부심 강한 해녀 김해실(김희정 분)이 있다. 이렇게 <맨도롱 또돗>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녀와, 그녀들을 키워내는 '해녀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스타 작가 홍미란 홍정은 두 작가에도 불구하고, 7%대의 낮은 시청률도 드라마도, 그리고 그 드라마가 다루었던 '해녀'의 이야기도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반면에 2013년 일본 nhkf를 통해 방영된 <아마짱>은 역시나 도호쿠 북쪽 산 리쿠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일본 해녀, 아마가 되려고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156부의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7%의 인기를 끌었다. 더구나 극중 아이돌 그룹까지 되었던 작은 마을의 소녀가 대지진 이후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가 '아마'가 되는 이야기는 '아마'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라 불리워지는 해녀, 두 해녀가 두 나라에서 다른 '조명'을 받게 되는 건 '드라마'가 뜨고 안뜨고의 문제일까? 거기엔 단지, 낮은 시청률의 <맨도롱 또돗>과 높은 시청률의 <아마짱>이상의 복잡한 두 나라의 문제들이 얽혀있다.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 일 양국의 갈등
일본이 <아마짱>을 드라마화한 시기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었을 때이다. 그래서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했고, 거기서 눈에 띤 것이 바로 '아마'였던 것이다.<아마짱>은 일본의 해녀 아마가 일본 여성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문화 유산'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엔 또 하나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 다름아닌, 일본의 대표적 '문화 유산'으로 '아마'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굳이 '아마'를 대표적 문화 유산으로 부각시켜야 했을까? 그 배경엔 '해녀, 혹은 '아마'를 둘러싼 한, 일 양국의 문화 콘텐츠 전쟁이 있기 때문이다. 7월 5일 <sbs스페셜>은 이 한일 양국의 문화적 갈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해녀 삼춘의 죽음이다. 제주도에서는 '존중과 친근함를 나타내는 말로 삼춘을 쓰는데, 바로 그 삼춘이라 불리우던 해녀 양석봉 할머니는 86세가 되던 올해 4월 16일 78년을 물질 해오던 바다에서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차가운 겨울 바다도 마다하지 않고, 숨을 멈춰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해녀로 살며 네 아들을 유학까지 시키며 키운 장한 어머니였던 양석봉 할머니는 하지만 결국, 그녀가 평생 살아오던 바다에서 생을 마쳤다. 

그렇게 그 어느 나라의 잠수부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으로 깊은 바닷속을 마다않는 제주 해녀, 그 해녀의 우수성은 전세계인들도 찬사를 보냈고, 이에 제주도는 10년전부터 제주 해녀의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해 왔다. 그런데,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의 언론들이 제주 해녀가 아닌 일본의 '아마'를 부각시키는 기사들을 내면서 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이 뒤늦게 '해녀'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일본의 움직임을 빨랐고 체계적이었다. 정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해녀 전시장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마'의 고향이라는 미에현을 중심으로 한 8개의 현과 정부가 문화 유산 등재를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학자들에 따르면 일본의 아마가 제주의 해녀를 본딴 것이라는 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마의 기원을 3000전까지 당기며 학문적 기원을 마련했고, 미비한 지역적 유산의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아마 축제'를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본은 공동 등재까지 제안하며 대안까지 마련했다. 결국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의 엇박자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우리나라는 심사 보류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제주 해녀의 문화 유산 등재는 2016년 하반기에 결정된다. 

문화 유산 등재보다 해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존중감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sbs스페셜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그저 한일 양국의 문화 전쟁이 아니다. 정작 제주 해녀를 연구해온 학자는 반문한다. 제주 해녀가 세계 문화 유산 등재가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거냐고? 그리고 이 질문의 숨겨진 의미는 문화 유산 등재 전쟁 속에 드러나지 않은 양국 해녀의 위상과 존재에 대한 의문이다. 

2016년 문화 유산 등재를 낙관하는 제주도, 그런데 현재 제주에 남아있는 제주 해녀는 4,415명, 일본의 2174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하지만, 들여다 본 실정은 다르다. 지난 3년 사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바다를 등진 해녀가 92명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해녀들은 중년 이상의 연배들이다. 호구지책으로 해녀로 살지만 단 한번도 자부심을 느낀 바 없다는 그녀들은 자신의 딸들이 해녀의 삶을 택하겠다면 말리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종일 '물질'을 하는 해녀의 삶은 문화 유산 등재의 대상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부심의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의 아마는 다르다. 그저 아이돌 가수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마가 된다는 드라마 속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난 '아마'들은 한국의 아마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잠수복을 입고, 큰 물고기가 다가왔을 때 흰 색을 보고 큰 물체인 줄 착각하여 도망가게 흰 천을 뒤집어 쓰고, 허리에 납을 매달고 물질을 하는 모양새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하루 종일 물질을 해야 하는 제주의 해녀들과 달리, '아마'들은 바다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단 두 시간의 물질만을 허용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들이 '아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을 운영하거나 현에서 운영하는 아마 체험장에서 일을 하며 또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리고 그런 아마의 수입은 월 500만원 정도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지 돈벌이 만이 아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아마가 된 제주 해녀의 말처럼, 그저 먹고 살 게 없어서 해녀가 되었다고 보는 한국의 시각이랑, 아마 체험을 하기 위해 관광객이 줄을 선 일본의 처우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3대를 잇는 아마 가문이 탄생하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젊은 여성들이 아마가 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결국 sbs스페셜이 도달한 곳은 우리 사회에서 '해녀'이 존재론이다. 먹고 살게 없어 택하는 직업이란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자기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해녀, 그런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달라지지 않는 한, 세계 문화 유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일 양국의 해녀 전쟁의 승자는 거창한 드러나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그 사회에서 해녀로서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직업적 자부심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sbs스페셜>의 결론이다. 

by meditator 2015. 7. 6. 16:22

마치 <프로듀사>의 여운이 사라지기라도 기다렸던 것처럼 6월 13일 <구여친 클럽>이 12회로 조기 종영됐음에도, 후속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7월 3일에 첫 선을 보였다. 그간 다수의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음에도, tv 드라마 출연에는 뜸이 길었던 박보영의 출연작이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오 나의 귀신님>, 하지만 뜻밖에도 1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보영이 아니라, 제목의 그 귀신, 김슬기였다. 한을 품고 죽어 하늘로 오르지 못해 이승을 헤매며 숱한 남자들을 호리고 다니는 문제 귀신 김슬기의 명불허전 귀신 연기가 오롯이 첫 회의 드라마를 이끌었다. 




박보영의 선택, 장고 끝에? 
무당이 될 팔자를 타고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여자, 이 캐릭터가 낯설지 않다. 그렇다 바로 2013년 sbs에서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건장한 남자들이 즐비한 주방, 거기에 수틀리면 요리를 하던 프라이팬 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까칠한 셰프? 이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샘킴이 모델이었다는 최현욱으로 분한 이선균이 주인공이었던 2010년 <파스타>가 떠오른다. 또 죽은 사람이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건, 이요원이 1인2역을 했던 2011년작 <49일>과 비슷하다. 

왁자기껄한 김슬기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오 나의 귀신님>은 그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게 만든다. 게다가 '남자 좀 후리면 어떻냐고' 당당한 말괄량이 귀신 김슬기에 비해, 귀신에 시달려 잠을 못자 매양 꾸벅꾸벅 졸거나, 입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달고 사는 나봉선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의기소침해 보일 뿐이다. 

그렇게 1회를 휘저어버린 신순애의 김슬기와 달리, <파스타>의 최현욱과 별 다른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던 강선우, 그리고 그닥 매력이 있어 보이지 않던 나봉선, 이렇게 애매하게 시작했던 <오 나의 귀신님>은 1회 말, 자신을 쫓던 무당을 피해 나봉선의 몸에 깃든 신순애의 빙의로 인해 비로소 본 게임을 시작한다. 

나봉선의 기억을 잊은 채 몸만 나봉선인 채 신순애가 된 캐릭터, 다른 세프들의 말처럼, 나봉선이지만, 나봉선이 아닌 듯한 존재에서, 비로소 박보영이 장고 끝에,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의 <오 나의 귀신님>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 진다. 

물론 박보영은 <늑대 소년>을 통해 영화 배우로 분명하게 자리 매김했지만, 정작 박보영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다짜고짜 젊은 아버지 집에 어린 아들과 찾아와 덜컥 주저앉아 버린 '후안무치' 황정남의 캐릭터를 통해서이다. 물론 최근 <1박2일>을 통해서 여전히 귀엽고 앙징맞은 소녀같은 매력을 선보였지만, 그런 소녀같은 이미지 이전에, 박보영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이쁘고 사랑스럽기 보다, 자신에게 빙의된 신순애을 천연덕스럽게 재연해 냄으로써, 연기 잘 하는 배우 박보영으로 거듭나고자 하며, 2회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 낸다. <오 나의 귀신님>이 드라마적 전개와 맞물려 어떤 성취를 보일 지 모르지만, 박보영이란 배우가, 또래 배우들 중에 연기폭이 넓다는 것은 단 2회만에 증명한 셈이다. 



<파스타> 같지도 않고, <주군의 태양> 같지도 않은 <오 나의 귀신님> 고유의 이야기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앞판과 뒷판이 똑같다'며 자기 디스를 서슴치 않고, 말끝마다 '니기럴'하며 욕을 장착하는 신순애 판 나봉선은 <파스타>인 듯 하다, <주군의 태양>인 듯 하던 <오 나의 귀신님>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며 끌어나간다. 

또한 그저 최현욱인거 같던 강선우 역시 19의 나이에 그를 나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를 방치했던 하지만 뒤늦게 극성스러운 엄마 조혜영(신은경 분)의 출현으로 여리기에 강해진 독특한 캐릭터의 사연이 풀어진다. 거기에 교통 사고를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우의 동생 신혜선과 친구 이소형(박정아 분)의 존재로 까칠한 세프에서 사연많은 남자로 거듭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회 말 <오 나의 귀신님>은 나봉선이 된 신순애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나봉선이 되어 레스토랑 선의 주방 보조가 된 신순애, 하지만 그녀에겐 주방이 낯설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술 취한 자신의 남동생을 파출소로 데려다 주고 동생을 찾아온 아버지를 알알 본 순간, 아버지와 함께 기사 식당을 했던 죽기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 상실한 귀신으로 제삿밥도 얻어 먹지 못해 구박을 받던 신순애의 사연은, 뜻밖에도 '눈물샘'을 자극하며 <오 나의 귀신님>을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진지함을 풀어내며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by meditator 2015. 7. 5. 01:44

<썰전>의 한 코너 <예능 심판자>는 하차하는 허지웅 대신 서장훈을 투입하며 심기일전 새로운 도약을 노렸지만, 결국 6월 18일 120회의 방송을 끝으로 그 생명을 다했다. '심판'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내걸로 야심차게 연예 비평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나마 평론의 맥을 놓치지 않으려던 허지웅이 나간 이후, 아줌마, 아저씨의 한담 수준으로 전락한 '예능 심판자'는 결국 여느 연예 프로의 정보성이나, 기획의 차별성도 드러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연예인이거나, 준연예인인 패널 자신들이 연예인을 '깐'다는 비평의 자가당착을 못한바가 컸으며, '썰전'의 이철희, 강용석이 보이는 전문성의 수준에 한참 미달한 프로그램의 내용이 결국 이 코너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6월 25일 새로인 선보인 '썰쩐'.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경제 이슈를 모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보겠다는 코너이다. 돈에 의해 살고, 돈을 위해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이슈 속에 숨은 내돈의 향방을 풀어보겠다는 '썰전'은 그 시도만으로도 말 그대로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까지 2회에 걸쳐 방영된 '썰쩐'의 그 내용도 귀를 솔깃하게 하는 기획 의도만큼 볼만 했을까?



솔깃하게 만드는 트렌디한 경제적 이슈들로 꾸려진 '썰쩐'
'썰쩐'의 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역시나 김구라이다. 김구라를 중심으로, 왼쪽에 인문학 강사 최진기, 경제 햇병아리를 자처하는 개그우먼 장도연, 오른쪽엔  최근 예능 대세로 떠오르는 서장훈에, 회마다 달라지는 게스트가 자리를 함께 한다. 자리의 구도상으로 보면, '썰쩐'은 1부의 '썰전'보다는 '예능 심판자'의 구성에 가깝다. 

121회의 게스트는 작곡가 김형석, 그리고 그와 함께 나눈 이야기는 주당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를 초대한 회차 답게 '단소주 열풍'을 풀어냈다. 122회에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을 초대하여, 최근 부상하고 있는 렌터카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회적 이슈' 속에 숨어있는 내 돈의 향방을 추적하겠다는 야심차게 포부를 밝힌 '썰전'은, 막상 거창한 경제 이슈보다는, 트렌디하게 부각되는 경제적 이슈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단 소주 열풍'이라던가, 장기 렌터카'등은 트렌디한 열풍이지만, 그 속에 말 그대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의 '돈'의 향방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썰쩐'의 기획은 참신하다. 이미 앞의 1부 '썰전'에서 시사적 포인트가 있는 경제 문제들을 종종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 이슈'만을 떼어놓은 '썰쩐'의 운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솔깃한 이슈들을 1,2회에 걸쳐 적절하게 기획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산뜻한 출발을 보인 기획이 그리 길지 않은 방영 시간 동안 제대로 풀어졌을까? 그 점에서 아직 미지수다. 이제 겨우 2회 남짓 방영한 '썰쩐'을 평가하기에 앞서, 살아남은 '썰전'과 결국 고사하고 만 '예능 심판자'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썰전'이 시청률과 상관없이 세간에 화제가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두 패널 이철희, 강용석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 회차마다 이철희 소장의 언급이 검색어를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색깔과 소신이 분명한 이철희 소장의 날선 비평은 정부와 대통령의 처신에 답답해 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여름날 소나기와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이철희 소장이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 언어로 각종 사안의 본질을 냉철히 짚어주는 것으로 화제를 이끄는 반면, 또 다른 패널 강용석 변호사는 현란한 그의 말솜씨로 그가 준비해온 자료를 질펀하게 늘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시청자들의 '알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다. 종종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야당 대통령 후보감들에 대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변호사가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어쨋든 그를 통해 얻어듣는 것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썰전'은 각종 시사적 이슈들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거나,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적절하게 대신해 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요구에 호응한다. 적어도, '썰전'을 보면, 속이 시원해지거나, 얻어듣는 '가치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양가있는 '썰전'에 반해 '예능 심판자'는 그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시청자들이 모르는 연예가의 소식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속시원한 비평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좀 전문적이었던 허지웅마저도 점점 더 말수를 잃었고, 도무지 전문적과는 거리가 먼, 아저씨, 아줌마 마인드의 출연진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렇다고 신선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이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썰전'의 장점보다는 '예능 심판자'의 단점이 부각되는 '썰쩐'
그렇다면 새로이 시작한 '썰쩐'은 어떨까? 패널로 가세한 최진기의 분석은 가히 '썰전'의 두 패널에 못지 않다. 소주 열풍이 아니라, 단소주 열풍이라는 분석과, 장기 렌터카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사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파는 사람 입장에서 이 열풍을 짚어 보아야 한다는 지적은 '썰쩐'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냈다. 더구나 렌터카 시장을 자동차 시장이 아니라, 금융 상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석에 이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수준이다. 

하지만, 최진기의 '촌철살인'에 비하면 다른 패널들은 아직 아쉽다. 첫 회 주당이라서 출연한 김형석의 출연은 쓴웃음이 나오며 그마나 두번 째 신동헌의 출연은 시의적절했지만, 그의 출연평처럼 김구라, 서장훈의 설전에 제 몫을 다했다 보기는 어려웠다. 서장훈은 회차마다 많은 준비를 해오는 듯하지만 전문가도 아닌 것이, 진행자도 아닌 것이, 굳이 이 경제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한 자리를 껴앉아야 하는 것인지, 그의 정체청은 늘 애매하다. 그래도 그나마 서장훈은 그간 살아온 사회적 경험에, 나름의 준비가 있어 몇 마디라도 건네니 다행이다. 요즘 대세라는 장도연은 여러모로 아쉽다. 여성 mc의 부재를 아쉬워 하지만, 도무지 우스개를 하는 상황 외에는 한 마디도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감은 '썰쩐'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mc 김구라는, 최근 그가 종횡무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듯이 시사, 예능, 요리 등 어느 프로그램에서난 걸출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나 그의 진행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 이유가 <썰전>에서도 드러난다. 1부 '썰전'에서 김구라는 이철희 강용석이라는 두 전문 패널의 아우라에 진행과 조정이라는 그의 본분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패널등이 자기 색깔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김구라는 종종 '진행'을 넘어, '전횡'을 한다. 이제 2회에 들어선 '썰쩐'이 안타깝게도 그 싹이 보인다. 이미 '예능 심판자'에서 준비도 없이 우기기만 하는 모습 등으로 지탄을 받던 그였는데, 새로이 구성된, 그리고 최진기를 제외하고는 그의 기세를 누를만한 패널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구라의 영향력은 프로그램 전체를 지배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김구라 자신의 의견과, 상대적으로 친한 서장훈과의 실랑이(?)로 때워진다. 이래서는 '썰쩐'이 가진 애초의 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 그저 회차마다 바뀌는 게스트 정도로는 아쉽다. 

트렌디한 이슈 속에 숨겨진 우리도 모르는 경제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자 하는 '썰쩐', 그 시도는 적절하다, 하지만, 김구라의 '전횡'을 막을 만한, 그리고 최진기의 전문성에 필적할 만한 패널이 보강되어, 믿고 찾게 되는 '썰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7. 3. 16:22

7월 1일 sbs <가면>은 10.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수목 미니시리주중 1위를 했다. 같은 시간 방영되는 kbs2의 복면 검사(5.6%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와 mbc의 <맨또롱 또똣>(7.7%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여유롭게 제쳤다. 그런가 하면, 역시나 sbs의 월화 드라마 <상류 사회>는 평균 8.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mbc드라마 <화정>과 시청률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칙락 하는 중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신드롬이 무색하게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고전하고 있던 sbs 미니 시리즈에게 주중 1위의 영광을 안겨주고 있는 이들 월화수목 미니 시리즈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재벌가의 치열한 가족 싸움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청률의 보증 수표는 '재벌' 그리고 '막장'이라는 것일까?




'갑들의 풍자에서 시작하여, '갑들에 대한 탐닉으로 
이렇게 월화 수목 이어지는 재벌가의 '막가파식' 집안 싸움 이야기의 시작은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백상 예술 대상 tv부문 작품상에 빛나는 <풍문으로 들었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법인인 '한강'의 대표 변호사 한정호(유준상 분) 일가의 갑질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주변 '을'들과의 '갑을 전쟁'을 다룬 이 드라마는, 그 주제를 풀기 위해 한정호의 아들 한인상(이준 분)의 평범한 집안의 딸 서봄(고아성 분)과의 선을 넘는 사랑으로부터 풀어간다. 그런가 하면, 갑 중의 갑인 한정호의 도덕적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의 친구 지영라(백지연 분)와의 늦바람을 등장시킨다. 또한 집안의 재산을 들먹이며 아버지 한정호는 아들 한인상의 이혼을 부추키며, 며느리 서봄이 얽힌 사건마다 집안의 재력과 금권을 이용하여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이런 '갑들'의 위선과 위악은 그 자체로 드라마의 소재일 뿐이었다. 그것을 통해 <풍문으로 들었소>가 도달하고자 한 곳은 '갑'에 대한 풍자이자, 그에 대한 '을'들의 대안 모색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갑'으로써의 권력과 재력으로 아들조차 회유하려 했던 아버지 한정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한인상은 홀홀단신 '풍문'의 그 집을 나온다. 아들 뿐만 아니다. '한정호'의 '갑'을 이루던 '을'들 모두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 '을'로써 함께 연대하여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조금 덜 가지지만, 함께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풍문으로 들었소>의 주제다. 

하지만 이런 주제 의식과 별개로 <풍문으로 들었소>가 최고 12.8%의 시청률을 보이며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한정호 부부을 중심으로 한 '갑'들의 위선적 행태이다. 심지어 '귀엽다'는 반응까지 얻어가며 유준상, 유호정의 밉지 않은 갑질이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풍문으로 들었소>로 부터 시작된 '갑'들에 대한 관심은 이후 sbs 월화 수목 미니 시리즈를 장악한다. 

재벌가의 복잡한 가족 관계로 부터 비롯된 서열 싸움,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 그리고 야망, 이 익숙한 설정은 최근 대한민국 주말, 그리고 아침 드라마를 장악한 클리셰들이다. 덕분에 아침드라마와 주말 드라마는 중년 주부의 고정팬을 거느리고 늘 10%, 아니 때로는 2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주말, 아침 드라마와 달리, 시간이 흐를 수록 10%의 시청률도 성취하기 힘들어 고전하던 주중 미니 시리즈들은 확실한 시청률 타켓층을 상대로 한 이야기들을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주제 의식과 별개로 '갑'들의 집안 싸움, 혹은 집안 간 싸움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면, 채시라의 모처럼의 복귀작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최고 13.7%의 시청률의 성과를 내었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주말 드라마로 편성되었다면 훨씬 더 높은 시청률을 보였을 거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즉, 주말 드라마로 더 적당한 드라마 였다는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바턴을 이어 받은 건 <상류 사회>이다. 이미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고유의 작가관을 선보인 바 있던 하명희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태진가로 확장한다. 태진의 회장 장원식(윤주상 분)은 인생에서 남는 것은 '섹스'와 먹는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도덕적 일탈을 자랑하고, 그의 아내 민혜수(고두심 분)는 그런 남편에게서 받은 정신적 고통을 자신의 자녀에게 푼다. 그런가 하면 태진가의 자녀들유이가 분한 장윤하, 윤지혜가 분한 장예원)은 집안의 금권을 물려받기 위해 치열한 서열 싸움에 도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신분 상승의 욕구를 가진, 혹은 노골적인 신분 상승의 욕구는 아니지만 사랑으로 포장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남녀(성준이 분한 최진기, 임지연이 분한 이지이) 가 재벌가의 남녀와 얽힌다. 

그렇게 월화 드라마 <상류 사회>가 재벌가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애증과 남녀간의 사랑에 골몰하는 동안, 수목 드라마 <가면>은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제재를 차용하여 재벌가에 입성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수애 분)의 위험한 줄타기를 다룬다. 자신의 존재를 들킬 위험과, 남편 최민우(주지훈 분)과 자신의 도플 갱어였던 서은하의 전애인인 민석훈(연정훈 분) 사이에서 사랑과 야망의 줄다리기를 하는 서은하의 롤러코스터가 <가면>의 볼거리다. 물론 거기엔 sj 그룹의 향방이 달려있다. 



현실과는 다른 재벌가의 사람들, 결국 현실을 망각한 환타지?
<풍문으로 들었소>가 한인상 서봄을 중신으로 한 '을'들의 연대를 결론으로 맺자, '지나친 이상주의적 환타지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다를까? 

<풍문으로 들었소>, <상류사회>, <가면> 이 세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위선과 위악으로 물든 재벌가에서도 독야청청하게 제 정신이 박힌 젊은 2세대라는 것이다. 한인상은 아버지가 대대로 물려받은 '한강'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제 1의 법률 권력에 저항한다. 그리고 그 저항의 시작은 보잘 것 없는 집안의 서봄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상류 사회>의 윤하는 또 어떤가. 가정적으로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일탈이었지만, 재벌가라는 배경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역시나 재벌가의 도련님 유창수는 고졸의 푸드 마켓 직원을 만나 삶에의 일탈을 시작한다. 

<가면>의 최민우는 재벌 그딴 거에 관심이 없다. 일찌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한 이래, 그리고 늘 그로 인한 환각에 시달리는 그에게, 재벌가의 그늘은 그저 부질없다. 

그리고 재벌가나, 그와 유사한 갑들을 다룬 드라마의 동인은 바로 이들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만나는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이들은 변모하고, 이들로 인해 부패하고 썩은 갑'은 변화를 모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에서도 보여지듯이, 재벌가의 그늘에서 나고 자란 2세, 3세들은 그 권력의 맛에 탐닉한다. 영세 상인들의 상권을 악착같이 빼앗으며 빵가게 등 각종 이권을 확장시켜 가는데 그들이 앞장선다. 외국 유학을 통해 배운 선진 지식은 보다 강력한 '갑'으로 그들을 부상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각성한 재벌가의 2세나, 환타지같은 갑을의 사랑 따위는 현실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월화 수목 금토일, 아침, 저녁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골몰하고, 거기서 기적을 바란다. 그저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라기엔 '탐닉'의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이 탐닉은 쉬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면> 후속인 <용팔이> 역시 왕진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거기엔 역시나 재벌가의 잠자는 공주와, 회장인 그의 이복 오빠의 집안 갈등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 효과가 있을까? 물론 동시간대 1위나 1위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얕은 선택에 비해 10%를 겨우 넘거나, 그에 못미치는 시청률을 보면 선택의 묘미를 운운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이렇게 공중파 미니 시리즈가 현실과 괴리된 재벌가의 집안 싸움에 골몰할 수록 젊은 층들은 주중 미니 시리즈와 멀어져 작품성 있는 케이블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구글 검색어 10위에 들고, <냄새를 보는 소녀>가 방영 당시 <무한도전>을 제치고 콘텐츠 파워 순위 1위를 기록한 성과와는 무색한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5. 7. 2. 16:13

6월 30일 kbs2 미니 시리즈 <너를 기억해>는 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1회 4.7%을 시작으로 4%대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날 7회였던 <집밥 백선생>은 6.312%(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공중파와 케이블 tv를 단 가구에 한한 케이블의 시청률 산정이 다르다 하더라도, 놀라운 기록이다. <너를 기억해>만이 아니다. 그 시간대의 여타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형편도 그닥 나은 편은 아니다. mbc의 화정이 9.8%, sbs의 <상류 사회>가 8.9%, 그 어느 것 하나 10%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화제성 면에서는 화정이 1위했다 자부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공중파에서 시작된 요구를 재빠르게 받아든 케이블의 기획
<집밥 백선생>이란 프로그램은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떼어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항상 점유율 60% 이상을 넘기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늘 이구동성으로 백종원의 단독 방송을 원했었다. 제 아무리 백종원이 1위라 하더라도 여타 출연자들과 뒤섞이어 그의 레시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 대신, 오로지 백종원의 레시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청자들의 현실적 요구를 받아든 것은 뜻밖에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방영하는 공중파 mbc가 아니라 케이블 tvn이었다.

tvn은 고급진 레시피의 백주부 백종원을 중심으로, 역시나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백종원과 더불어 공고히 살아남은 또 한 사람 김구라를 필두로, 윤상, 손호준, 박정철 등, 음식을 못하거나, 해보지 않은 네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칼조차 쥘 줄 모르는 이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의 ㅇ자부터 백종원이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예능의 트렌드가 된 '요리'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집밥 백선생>은 말 그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하나씩 선사한다. 처음 자신이 만들 요리를 '상상하라'라는 기상천회한 가르침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노하우를 하나씩 전파한다. 

첫 시청률 2.7%에서 7회만에 그 세배에 달하는 6.31%를 갱신한 <집밥 백선생>의 마력은 그저 또 하나의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넘어선 현실적 도움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에서 선보인바 있는 콩을 갈아 만드는 번거로움을 대신하는 두부 콩국수와 같은 '고급진' 비법은 '요리'를 해먹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의 필요에 적절한 '킥'이 되었다. 


그저 또 하나의 요리 프로가 아니란, 시청자들의 권태와 요구를 긁어주는 기획일뿐 
6월 30일 방송을 보자. 멸치에 다포리에, 다시마, 무까지 넣고 한 시간 여를 끓인 잔치 국수의 장국만들기의 기본을 제시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저 물을 끓여 간장만 넣고 만들기 시작한 맹맹한 국물에, 맛있는 양념장을 얹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 잔치 국수를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법을 선보여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그렇다고 <집밥 백선생>이 '편법'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다. 국수를 삶아 헹굴 때 '빨래 비비듯' 헹구는 비법을 전수함으로써, 쫄깃쫄깃한 국수의 숨은 비법을 전수함으로써, '쉬운'요리가 아닌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그렇게 하여, 요리 좀 했다하는 사람들 조차도 <집밥 백선생>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이렇게 요리 못하는 네 남자로 하여금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만드는 <집밥 백선생>의 선전에 동시간대 미니 시리즈의 시청률은 맥을 못춘다. 월요일에 비해 한층 떨어진 시청률이 그 증거라면 증거일 수 있겠다.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다음날 검색어 순위에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가 늘 수위를 점하는데 반해 공중파 삼사 월화 드라마의 흔적은 쉬이 찾을 길이 없다. 요리 못하는 남자들의 요리 정복기라고 한다면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 역시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요리 못하는 남자의 집밥 정복기를 넘어, '요리'의 수준으로 넘어서면서 그 인기의 바턴은 더 요리 못하는 네 남자를 데리고 요리를 가르치는 백선생에게로 넘어간다. 

공중파 월화 드라마를 곤란케 하는 것은 물론 <집밥 백선생>만이 아니다. 월요일 공중파 미니 시리즈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역시 이제는 복병의 수준을 넘어 화제성에서 미니 시리즈를 넘어서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집밥 백선생>과 정반대의 지점에 놓이는 프로그램이다. 당대 최고의 세프들이 출연자들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경연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서바이벌의 세계를 선사한다. 짜릿한 서바이벌이라면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tvn과 올리브 tv를 통해 시즌3에 돌입한 <한식 대첩>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공중파 미니 시리즈를 위협하는 이들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요리이다. 똑같은 요리 프로그램이 각각 월, 화, 목 시간차 공격을 하는데 질리지도 않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 답이 아니라 역질문이 공중파에 던져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중파는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10시 미니 시리즈를 지속해 오면서, 그 늘상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왔는데 질리지 않았겠냐고. 오히려 정답은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그리고 <한식 대첩>의 선전이 아니다. 새로운 듯 하면서도 고답적인 스토리, 시청률을 노리는 막장식의 전개, 그리고 어설픈 연기들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단지 경쟁자가 없어 지속되어온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한계가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런 뻔한 채널 독점에, 조금 새로운, 그리고 발빠르게 시청자의 요구를 기획으로 받아들인 케이블과 jtbc가 뻔한 미니시리즈에 질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1. 17:14

6월 29일 <힐링 캠프>의 출연자는 뜻밖의 인연이다. 얼마전 종영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양재화 비서로 출연했던 배우 길해연과 요즘 예능 대세로 떠오른 배우 황석정이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출연했다. 함께 출연한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는 두 사람의 인연은 그들의 연기가 나고 자란 연극무대이다. 연극 무대 선후배로, 그리고 이제 인생의 선후배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인 두 사람은 나란히 <힐링 캠프>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리고 이제는 안방 극장의 '씬스틸러'로 자리잡은 이 두 중견 여배우를 맞이한 <힐링 캠프>는 그녀들의 자유로운 끼와 사연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이유도 분명치 않게 자리를 메인 mc 이경규가 자리를 비웠다. 방송 말미 그 어느때보다도 자유로웠다는 하지만 이경규를 몹시 종하한다는 길해연의 말에 김제동은 이경규가 있었다면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며 답하는 것으로 이경규의 부재에 대한 해명을 대신했다. 그 전회 이덕화의 출연분이 이경규 단독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힐링 캠프>가 모색한 변화인 듯 하지만, 그 조차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이경규가 그 자리에 없어도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경규의 색깔에 맞춰, 혹은 김제동의 색깔에 맞춰 '따로 또 같이'라는 변화의 모색이라면 그 변화의 지점이 공감되어야 하는데 황석정-길해연 편은 그저 이경규나 있으나 없으나 한결같은 <힐링 캠프>였다. 김제동은 같은 김제동인데, <톡투유>에서 방청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던 그 사려깊은 mc대신, 황석정과 '썸'에 말려 고군분투하는 철딱서니없는 노총각이 있을 뿐이다. mc건, 출연자건, 그 캐릭터를 '납작하게' 만들어 단순히 소모하고 마는 제작진의 탓일 것이다. 



그녀들의 '자유'를 해석하는 <힐링 캠프>의 구태의연한 방식
황석정-길해연 편은 먼저 도착한 황석정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늘 누군가의 엄마로 익숙한 황석정은 여전히 싱글이다. 싱글의 그녀답게 <힐링 캠프>는 황석정과 만남의 매듭을 뜻밖에도 역시나 싱글인 김제동과의 '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노골적인 황석정의 '썸'타기로 시작한 이날의 '썸'은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를 만든 요리사까지 결부되어 장황하게 프로그램을 지배한다. 

황석정은 술좌석에서 좌중의 모든 남자를 휘어잡는 '썸' 요령을 강의하고, 새로이 등장한 요리사에 대한 호감에 김제동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황석정 표 작업의 정석은 물이 오른다. 또한 또 다른 여배우 길해연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푸는 그녀를 '애마부인'으로 풀어냈고, '팜므 파탈'로 이어갔다. 

물론 의도치 않았다 하지만, 190회차 프로그램의 소제목인 '자유'는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남녀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성적인 자유'의 이미지로 이어가게 했다. 물론, 한 사람이 자유롭다 라고 했을 때, 거기에 '성적인 자유분방함'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지긋한 나이에도 싱글인 여배우가 당당하게 자신의 이성을 향해 관심을 표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과연, 황석정이나, 길해연 또래의 남자 중견 배우들을 초대해 놓고서도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썸타기'로 물타기할 것인지. 

이는 얼핏 보면 이 두 배우를 '자유'라는 컨셉으로 표현하는 듯 하지만, 그 정도의 경륜을 가진남성 연기자라면 그들의 연기에 대한 조명과 예후를 우선할 것임에 비해, 중견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배우들을 '성적'으로 여성에 국한하여 소모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저 그들이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세월을 '애마 부인'이나, '참을 수 없는 끼를 분출하는 자유 여인'으로 설명해 내기엔, 이들의 내공이 너무 길고 깊지 않을까.

결국 그러다 보니 장황하게 웃고 떠들고 먹고 춤추고, 그러다 보니 이들 두 사람의 사연은 프로그램의 런닝 타임 한 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에 풀어지고 만다. 해가 지도록 피리를 연습하여 서울대 국악과를 갔던 황석적의 음악적 역량은, 그녀가 입으로 풀어내는 피리 산조에 대한 웃음으로 풀어지고, 남편을 보내는 그 순간에도 무대에 섰던 길해연의 열정은 허겁지겁 생활고로 이어진다. 이해랑 연극상을 비롯한 연극계에서 숱한 상을 받았다던 길해연의 내공과 세월은 황석정을 중심으로 한 '썸타기'에 양념이 되고, 황석정 역시 예능 대세 황석정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마도 <힐링 캠프>는 고전하고 정체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변화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트렌드에 맞는 방향으로 가고자 생각한 듯 하다. 황석정-길해연 편에서 보여지듯이, 한 회차의 상당 부분을 '썸'을 빙자한 가벼운 농담으로 채우고, 요리사까지 불러다 놓고 먹고 즐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더 이도저도 아니다. 과연 사람들이 <힐링 캠프>에 황석정-길해연이란 신선한 인물이 출연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볼까? 그런 본질적 질문에 <힐링 캠프>는 답해야 할 것이다. 그저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재탕하고, 트렌드에 맞게 요리나 해 먹고 만다면, 굳이 <힐링 캠프>을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소한 <나혼자 산다>에서의 황석정의 삶을 넘어서고, 양비서로 각인된 길해연에 대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진지하게 해소해 줄 수 있어야, 그래도 '힐링'의 면피는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홀로 살아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그 영혼의 자유로움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있어야,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 '힐링'의 '힐'자라도 꺼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5. 6. 30. 11:27

2013년 발표된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1000명당 2.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높은 이혼율과 달리 결혼의 또 다른 과정인 '이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연예인들의 이혼 과정을 '가십성 기사'로 다루거나, 혹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나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일이려니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 우리나라의 '이혼'문제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살면서 누구나 '이혼을 꿈꾼다'. 여기서 이혼을 꿈꾼다 라는 것은 말 그대로, '꿈을 꾸기'때문이다. 이렇게 이혼을 꿈꾸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는 이혼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SBS스페셜>은 현실로서의 이혼을 생각해 보게 한다. 




결혼의 균열을 위한 카드, 이혼
현실로서의 이혼을 위해 준비한 무시무시한 카드는 생각지도 못한 이혼 서류이다. 그래도 자신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자부하던 30대의 주부에게 남편은 뜬금없이 이혼 서류를 내밀고 집을 나간다. 청천벽력같은 그 소식에 아내는 어떻게든 상황을 추스려보려고 하지만, 이혼 서류 대신 남편의 각서 요구는 오히려 아내의 발목을 잡는다. 주변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혼이 낫다고 하지만 아내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편의 외도로 평생을 살아온 60대의 주부는 남편이 이제 와 재산을 현금화하여 빼돌리려고 하니, 딸들의 도움을 받아 이혼을 서두른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혼'이라는 현실, 그래서 <sbs 스페셜>은 결혼 생활의 위기를 겪는 부부에게 '이혼 연습'을 하도록 한다. 최초로 시도되는 '가상 이혼 프로젝트'이다. 그 대상이 된 것은 결혼 10년차 이재은 이경수 부부, 전주의 결혼 2년차 유씨 부부 등이다. 

결혼 10년차 이재은, 이경수 부부, 아이가 없는 이들 부부의 일상은 건조하기가 이를데 없다. 남편은 늦게 들어온 아내의 애교에 짜증을 내고, 멀찍이 앉은 부부의 눈은 tv나 핸드폰에 향해 있다. 한 공간에 있어도 대화 한 마디가 힘든 이들 부부는 잠도 따로 자고, 일상도 따로따로다. 
그런 익숙한 듯 낯선 부부의 일상에 남편 이경수가 이혼 서류를 내밀며 위기의 결혼을 되돌아 보자고 한다. 아내 이재은은 '결혼'을 돌아보기 위한 '가상 이혼'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결혼 2년차 전주의 유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자상할 것 남자라 생각하여 결혼 했지만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친구들이 부르면 언제나 ok다. 아내가 불만이라도 터트릴라 치면 그럼 돈을 벌어오든가, 더 잘 하라는 식이다. 결국 참다못한 아내는 이혼 서류를 내민다. 호기롭게 '이혼해'라고 했지만 남편의 심사는 복잡하다. 



현실로서의 이혼을 연습하다
그렇게 각자 이혼 서류를 준비한 부부는, 각자 이혼이라는 현실에 대해 다가간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라며 좌절하던 아내 이재은은, 받아든 이혼 서류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이혼 플래너'에, 변호사를 통해 만나본 이혼, 이혼 서류는 단 한 장이지만, 그 이혼이 합의하기 위해, 혹은 결국은 합의가 되지 않아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전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던 이혼이, 실질적 과정으로 이어지면 재산 분할 등의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가진 거 주면 돼지 라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혼 후의 현실은 또 다르다. 이혼의 현실과 마주한 이재은에게 든 마음은 '그저 이런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 뿐이다. 

전주의 아내 유씨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을 거 같아, 이혼을 알아보기 위해 나선 아내, 그녀 역시 이혼의 현실 앞에서 좌절한다. 결혼 후 2년간 전업 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 생각보다 재산 분할이 적다는 사실 앞에 좌절하고, 또 300을 요구한 자신의 보육비에, 답한 50만원의 현실, 그 조차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또 다른 이면의 현실에 좌절한다. 게다가 유명인들의 엄청난 위자료는 보통 서민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찾아간 친정 엄마는 그러니 저러니 해도 남편 그늘이 낫다며 참고 살라고 한다. 

결국 이혼을 준비한 두 부부가 도달한 곳은 그대로 이혼보다는 결혼이 낫다이다. 아내 이재은은 그래서 이혼서류를 쓰는 대신 남편에게 편지를 쓰고, 남편은 한번 더 아내를 보다듬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내 없이 아이와 하루를 보낸 남편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이혼의 현실을 엿본 아내는 결국 남편과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sbs스페셜-이혼 연습이혼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혼 통보를 받은 아내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혼' 과정을 도와주기 보다는 '이혼'이라는 과정이 이혼을 꿈꾸듯 그리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유명인들의 이혼 과정에서 보이는 진흙탕 싸움이라는 것이 이혼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 그저 부부의 이혼으로 시작된 과정은 결국 육아, 재산권의 문제로 이어지며 이전투구의 현장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리기에 주력한다. 거기에 대한민국 현실에서 위자료가 그리 만만하게 얻어낼 만한 것이 아니며, 얻어내도 이혼 후의 현실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심지어 이혼 후 아이들의 양육비는 턱없이 적거나, 받기조차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충실한다. 

그리고 그 취지에 걸맞게 '이혼 연습'을 하던 두 부부는 다시 맘잡고 잘 살아 보자고 미소를 띠고 결혼 생활로 돌아간다. 물론 이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혼이라는 게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취지는 성공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이혼율 1위의 대한민국에서는 하나의 '환타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루 아침에 남편에게 진짜 이혼 서류를 받은 부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부인도 이혼이 녹록치 않으니 참고 각서를 쓰고 남편과 부부로 살아가게 될까? 60평생 참고 산 부인은 남편이 재산을 빼돌려도 두고 보아야 하는 걸까? 분명, 이혼의 현실을 엿보게 해준 성의는 가상하지만, 그 현실의 찬바람에 불가피하게 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실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야만 물론 현실을 모르고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가상 이혼 프로젝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결혼을 위한 이혼이 아니라, 진짜 '이혼'이 아쉬운 것이다. 

by meditator 2015. 6. 29. 12:07

두 개의 드라마를 할 정도의 시간을 들여 <프로듀사>의 시청률을 끌어 올려 놓았던 kbs예능국, 그렇다면 예능국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어땠을까? 6월 27일 <프로듀사>의 시간에 첫 선을 보인 건 파일럿 프로그램< 네 멋대로 해라>이다. 


스타들의 옷갈아입기 패션 프로그램, 생뚱맞죠~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없이 협찬 의상이 아닌 자신의 옷을 입고 나타난 연예인들, 그들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을 벗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천차만별'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첫 회 이른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워지는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이 출연했다. 방송국의 카메라는 출연자 각자 집의 옷방을 훑고, 각자의 집에 있는 옷을 스튜디오로 가져왔으며, 출연자들은 스튜디오로 옮겨진 자신의 옷방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션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첫사랑', 10년만에 만난 첫사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혹은 집앞에 찾아온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녀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가기 위해 출연자들은 상황에 맞춰 옷을챙겨 입고 등장한다. 

이렇게 스타들의 옷방을 소개하고, 그들의 옷입기 과정을 소개하는 <네 멋대로 해라>, 이 파일럿 프로그램과 <프로듀사>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전에 방영했던 <두그두근 인도>와는. 

kbs예능국이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 더해,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그건 바로 '스타'가 아닐까? 

<두근 두근 인도>는 네 명의 아이돌들이 인도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말은 인도 여행이었지만, 이 네 명의 아이돌들은 가는 곳곳마다 '한국의 아이돌'이라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데 연연하였다. 그 다음에 방영한 <프로듀사>, 말이 좋아 방송국 피디들의 체험담이지, 결국 당대 최고의 스타 김수현의 방송국에서 연애하기 아니었는가. 방송국 피디로 분한 김수현이 피디인 공효진과, 스타인 아이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야기. 결국 <프로듀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네 멋대로 해라>도 구구절절 그럴 듯한 설명을 붙였지만, '패션'을 명목으로 '스타'들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렇게, kbs 예능국의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일관되게 '스타'에 방점이 찍혀있다. 



'스타'에 방점을 찍은 kbs 예능국에게 남겨진 과제
프로그램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성시경, 문희준, 택연, 강남을 불러다 놓고, 막상 프로그램의 스포트라이트는 아이돌 '택연'으로 향한다. 패널로 등장한 홍진경은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할 때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다가, 택연만 등장하면 환해지며 '이미 몸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극찬한다. 결국, 나름 일관적 컨셉을 가지고 예능 컨셉으로 옷을 입고 나온 문희준은 웃음거리가 되고, 성시경은 면피에, 강남은 하와이 거지 수준이지만, 택연은 그냥 그 몸매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호들갑으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날 판정단이 손을 들어준 것은 프로그램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택연이 아니라 성시경이었다. 마치 반전 극장처럼 여대생 출연자들은 언제나 깔끔한 팬션 감각을 선보였던 성시경이 사실은 집에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는 털털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그의 노력한 패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심지어 하와이 거지같다던 강남도 두 표를 얻었고, 문희준도 한 표를 얻었다. 프로그램 중 패널이 극찬한 택연은 프로그램 내내 웃음거리가 되었던 문희준과 같이 한 표를 얻었을 뿐이다. 

그저 이 상황을 뜻밖의 반전이라고 하기엔 씁쓸하다. 프로그램 내내 다른 출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옷을 못입는다고 '구박'에 가깝게 퍼부었는데, 정작 마지막 일반인들은 그 '구박'한 택연을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애초에 <네 멋대로 해라>가 추구한 '패션'의 개념에 대해서조차 제고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중파 프로그램 패널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와서 오로지 몸좋은 아이돌 바라기만 하는 홍진경이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패션의 관점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파일럿을 넘어서기 위한 <네 멋대로 해라>의 과제가 된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아이돌'만으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잡아둘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삼시 세끼>도 아이돌의 원조 보아와 유해진을 함께 불렀을까? 더구나 그 편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보아가 아니라, 유해진이다. 

<삼시 세끼>의 나영석은 그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몰랐을까? 하지만 <삼시 세끼>는 몸좋은 아이돌 택연을 전혀 다른 쓰임새로 쓴다. 몸좋은 아이돌 택연은 <삼시세끼>에서 '빙구'가 되어 사람좋은 웃음을 날린다, 정선에 머무는 동안 제대로 씻지 않아 시커재민 발을 카메라에 노출시킨다. 그나마 예능감이 없던 택연을 살려낸 것은 바로 그런 <삼시세끼>의 인간미인 것이다. 그런데 그에 반해 <네 멋대로 해라>는 여전히 '아이돌'의 간지에 머무른다. 그저 운동복 뿐 제대로 된 옷 한 벌 없는 성시경, 실밥 뜯어진 반바지를 입고 나와 첫사랑과 함께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서 평상에서 종이컵에 나누어 마시겠다는 그에게 여대생들이 왜 손을 들어주었는지, <네 멋대로 해라>는 설명하지 못한다. 나름 예능의 파격을 추구하겠다고 진행이 안되는 안정환을 불러온 파격은 그저 해프닝일뿐, 정작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알맹이인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과연 금요일 밤 9시 대의 공중파 시간대에 스타들의 집을 뒤져 그들의 옷을 가져와서 제멋대로 옷을 입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패션'의 화두를 처음 꺼낸 것은 케이블이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블조차 '패션'은 그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의 주제가 아니다. 그렇게 한물 간 화두에 스타라는 소재를 얹는다고 달라질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스타'라는 화두 자체가 이미 철 지난 코드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블의 본을 따자고 든다면 스테디 셀러 <썰전>도 있고, 외국인들의 난상 토론 <비정상회담>도 있고, 소박한 <삼시세끼>도 있는데, 굳이 생뚱맞은 패션을 끌고 오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패션이라는 소재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와 관련하여 목요일 밤 조용히 시작했다 사라진 <대단한 레시피>(6,3~6,18)를 보면 어쩌면 문제는 무엇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kbs에서 금요일 밤 금쪽같은 그 시간대를 활용하는 방법과 가치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기에 급급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스타'를 내새우려는 얕은 수는 쓰지 않았는지, 이제 <프로듀사>라는 신기루가 사라진 kbs예능국의 과제다. 
by meditator 2015. 6. 28.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