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저 빈곤층은 정부 통계상으로 2.6%이다. 그러나, 6월 24일 방영된 <추적 60분>은 이런 정부의 통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추적 60분>이 이날 방송을 통해 찾아낸 방식에 따르면 최저 빈곤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부 통계의 두 배를 넘어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를 위해 <추적 60분>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시간 빈곤', 즉 통계나 수치상으로 잡히지 않는, 삶의 질로써의 '빈곤'의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 <추적 60분>은 인간다운 삶의 최저 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의 빈곤 상태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숨겨진 빈곤을 폭로한다.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
그렇다면 숨겨진 빈곤층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시간 빈곤'이란 개념은 무엇일까? 
1주일 168시간 중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 주당 근로 시간보다 적을 경우를 '시간 빈곤'으로 정의된다. 2014년 한국 고용 정보원과 미국 레비 경제 연구소가 공동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의 42%가 시간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왜 그 중 여성을 <추적 60분>은 주목했을까? 이렇게 시간 빈곤에 놓여있는 42% 중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 육아, 가사 등 삼중고로 극단적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추적 60분>은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들어간다.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한승희씨 그녀의 아침은 초등학생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두 아이를 깨워 각각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는 준비를 하는 한편, 빨래를 하는 등 집안 일을 하기 위한 전쟁과 같은 시간으로 채워진다. 단 한 시간 안에 이 모든 일들을 '슈퍼우먼'처럼 해내고 아이들을 각각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아픈 작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까지 들려야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바삐 출근 준비를 하는 한승희씨에게 자신을 위한 치장이나, 아침 식사를 위한 시간은 없다. 또 다른 두 아이의 엄마 조은주씨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레비 연구소와 함께 제작진들은 이들의 '시간 빈곤'을 명확하기 위해 이들의 일주일을 시간표로 만들어 분석해 본다. 그 결과, 일주일에 35시간이 부족한 한승희씨, 27시간이 부족한 조은주씨는 극단적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결국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먹고 자는 시간을 줄이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들은 결혼의 동반자인 남편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온전히 가사, 육아의 책임을 전담하고 있느라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시간 빈곤 층 42% 중 56%가 여성이었다. 4인 가족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이 55이었을 때 50시간을 쓰는 한승희씨와, 53시간을 쓰는 조은주씨가 얼마나 편중된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소득이 낮아질 수록 더 심해지는 시간 빈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계층에 따라 더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승희씨의 경우, 그녀의 부족한 '시간 빈곤'을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채워간다. 그녀가 퇴근하기까지의 '육아'를 친정 어머님이 맡아 주신다. 조은주씨 역시 친정 어머님이 도와주시다 다치시는 바람에, 조은주씨 자신이 일을 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맞벌이를 하는 조은주씨는 아이들을 맡기고 밤 늦게까지 일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계층이 낮아질 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어린이 집에서 보육 교사로 일하며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큰 아이들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 가정에서 엄마의 시간 빈곤을 채우는 건 아이들이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의 경제 형편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 과정조차 마칠 수 있을까 불안해 한다. 

그래도 맞벌이 부부의 형편은 낮다. 한 부모 가정, 그 중에서도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형편은 잔혹하다. 
50대의 신영주씨의 하루 일과는 끝없이 이어지는 아르바이트의 연속이다. 새벽 2시 신문 배달로 시작된 그녀의 일과는 공중 화장실 청소, 장애인 돌보미, 노인 돌보미 등으로 이어진다. 20년을 그렇게 살아온 그녀, 그녀는 '자신이 죽어야 이 노동이 끝날 것'이라며 자조적으로 말한다. 
40대의 여성 가장 이지선씨가 일하는 곳은 마트이다.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는 야근을 하며 받는 택시비를 아껴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늦은 밤 두 시간 여의 거리를 버스를 타고 으슥한 밤길을 걷는다. 덕분에 아침 등교를 하는 중학생 딸 아이의 얼굴은 당연히 마주할 수가 없다. 



왜 소득이 낮을 수록 '시간 빈곤'은 심해지는 것일까? 정부는 여성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지만, 정부가 자신하는 많은 일자리의 대부분은 여성을 정당한 노동 인력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보조적 '아르바이트' 개념의 노동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20대의 남성과 여성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 비율이 비슷한 반면, 나이가 들어가면 여성과 남성의 비정규직 노동 비율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전체 노동자 중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33.7%인데 반해,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60.3%이고, 그 중 39.1%가 저임금 계층이다. 최저 임금을 받는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여할 수 밖에 없고, 거기에 가사, 육아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여성의 시간 빈곤'의 실체다. 

따라서 <추적 60분>이 주장하는 것은 노동 정책에서 지금까지 논외로 치부되었던 가사, 육아 노동의 시간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즉,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배려하지 않는 노동 정책이 계속되는 한, 가사, 육아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이중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시간 빈곤',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숨겨진 최저 빈곤층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 빈곤층 2.6%의 통계 속에 숨겨진 '시간빈곤'에 시달리며 경제적 부담까지 짊어진 여성 노동자의 삶의 빈곤을 들여다 볼 때이다. 
by meditator 2015. 6. 25.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