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의 기다림 끝에 역시나 단 3부작으로 단촐하게 끝낸 영드<셜록> 시즌3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장면은 첫 회 셜록과 그의 조력자 왓슨이 엄청난 폭탄이 설치된 지하철에 갇혔을 때도, 왓슨이 불더미에 휩싸여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을 때도 아니었다. 정작 <셜록> 시즌3의 백미는 마지막 회,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지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 모리아티의 재등장이었다. 그런데, 셜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았던 모리아티가 다시 살아올 수 있을까? 시즌2 마지막에 왓슨이 보는 앞에서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던 셜록의 모습이 결국 적들을 속이기 위한 셜록의 한 수였다는 걸 보여준 마당에, <셜록>의 시청자들은 모리아티의 환생(?)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절대악의 귀환, 결국 시즌3는 시즌4에 대한 기대감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리고, 막강 탐정, 셜록을 늘 모험에 빠뜨리는 절대 악 모리아티의 귀환만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마구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처럼,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도, 모리아티 못지 않은 절대악들의 활약이 빈번하다.

(사진; OSEN)

셜록의 주인공 셜록이 자신을 소시오패스라 규정하여, 그 용어가 사람들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또 한 사람의 소시오패스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바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 분한 이재경이 바로 그 또 한 사람의 소시오패스다. 카카오 톡의 으르렁거리는 모습의 개를 닮았다 하여, '카톡개'란 별명으로 친근해진 이재경이지만, 드라마 속 그는 정말 화가 난 개처럼, 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든 일에 으르렁 거리며 물어뜯어 버리고자 한다. 

그런데, 이재경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는 <쓰리데이즈>에서 또 한 사람의 절대악이 등장한다. 바로 재신 그룹의 사장 김도진이다. 자신의 가는 길을 막는 그 누구라도 설사 그게 대통령이라도, 그가 장난감 머리를 메스로 베어버리듯이 가볍게, '죽여' 해버리고 마는 악의 화신이다. 

그리고 거기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있다. 바로 <골든 크로스>의 마이클 장(엄기준 분)이다. 이제 2회를 마친 <골든 크로스>에서 악의 중심으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제 기획부 금융 정책 국장 서동하(정보석 분)이다.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은행과 은행 직원들의 밥줄을 주무르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젊은 여성을 능욕하고, 그녀의 배신에 분노하여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파렴치범이다. 그런데, 그런 서동하를 말 한 마디로 꼼짝못하게 만드는 마이클 장은 다가올 이 드라마의 악의 실세로 보인다. '쌤'이라며 친근하며 불러주며, 하지만, 자신이 아직도 당신이 가르치던 과외 학생인 줄 아느냐며 이기죽거리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다하지 못하면 재미없을거라는 협박은, 그가, 그 누구보다 이 드라마에서 강력한 악의 포스를 지닐 것을 예견한다. 

이렇게 드라마 속 절대악으로 등장한 이재경, 김도진, 그리고 마이클 장 사이에는 묘하게도 공통점이 있다. 

(사진; 스포츠 경향)


우선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들 모두가 자본을 휘두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버지의 회사 S&C의 후계자인 이재경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형조차 기꺼이 죽인 사람이다. 자신의 친 혈육조차 자신이 가는 길에 방해가 되어 제거한 그에게 더 이상 무서울 그 누구도 없다.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그 누구라도 거침없이 밟아버린다. 

이재경이 로맨틱 코미디 속 악역이라는 범주에 갇혀, 자신의 첫 아내와, 내연녀, 그리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을 제거하는 쪼잔한(?) 짓을 저지르는 것과 달리, <쓰리데이즈> 김도진의 행동 반경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합참의장을 사주하여,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암살하도록 종용하고, 그를 위해 EMP탄 몇 기 정도 터트리는 건 예사다. 이익을 위해 팔콘의 개가 되었지만, 수가 틀리면, 팔콘의 하수인조차 매수하고, 자기 뜻에 거스르는 국정원장, 여당 대표의 목숨도 그의 앞에서 가랑잎보다 못하다.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건 그의 목적 자체가,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손해보는 짓은 하지 말라던, 바로 그 유지를 실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북한과 손을 잡고 남한을 위기에 빠뜨리고, 제2의 IMF와 같은 위기 상황을 이용하여, 국가는 망하거나 말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자본주이다. 

아직은 신비에 가린 <골든 크로스>의 마이클 장은, 대한민국 상위  1% 그룹의 핵심 멤버로 소개가 된다. 공홈에 실린 그의 소개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로서, 이미 멕시코민들의 살점을 발라내어 자신의 이익을 챙긴 전례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건대, 그 멕시코인들의 살점을 발라내던 솜씨가 대한민국민들의 경우로 이전될 것임은 거의 확실시되어진다. 이미 <골든 크로스>는 그의 본격적인 활동 이전에, 강주완이라는 한 가정을 딸이 그녀의 스폰서였던 서동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서동하의 활동에 방해가 되었던 아버지는 아내 가게의 폭파 위협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딸의 살인범으로 자수하는 과정을 통해 철저히 짓밟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 서동하의 배후에서 그의 목을 조르는, 마이클 장의 잠재적 능력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목숨, 누군가의 가정, 그리고 누군가의 직장 쯤이 문제가 되지 않는 자본의 무한이기주의를 <골든 크로스>라는 대한민국 상위 1%의 그룹을 통해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재경, 김도진, 마이클 장의 공통점이 단지 자본을 움직이는 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 속 이재경으로 분한 신성록, 김도진으로 분한 최원영, 마이클 장으로 분한 엄기준의 면면을 보자. 
모두 훤칠하고, 잘 생기고, 게다가 드라마 속 그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와, 그녀의 엄마가 '오빠'라 부르며 속사정을 의논하고, 나아가 자신들을 믿고 의탁할 만큼, 멀쩡하다. 심지어, 꼬박꼬박 존댓말까지 써가며, 매너까지 완벽하다. 
그런데, 그 멀쩡한 그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라며 누군가의 목숨을 거둔다. 악의 축인줄 알았던 이들이 그들의 말 한 마디에 몸서리를 친다. 
이재경의 극 중 설명처럼, 그들은 모두 소시오패스이다. 즉,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 죄책감, 슬픔 등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타인에 대한 동점심 따위조차 없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이다. 
김도진의 방 안에 있는 조립식 장난감 팔 다리을 싹뚝 자르는 것과, 실제 사람을 죽이는 것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장난감을 조립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마이클 장의 모습을 자주 비춰주는 것은 세상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듯한 이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연출적 장치들이다. 

(사진; 뉴스엔)

이렇게 가장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기실은 가장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를 가진, 피도 눈물도 없는 자기 이익만 탐하는 인물로 그려낸 드라마적 묘사는, 바로 우리 사회 자본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가장 선의의 포장을 하지만, 가장 추악하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이 시대 자본의 모습을 드라마는 이런 소시오패스적인 절대악을 그려내는 것으로 설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젼을 틀면 나오는 대대적인 기업의 이미지 광고 뒤에, <또 하나의 가족> 속의 횡포를 부리는 자본이 존재한다는 걸, 드라마는 상징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시대 상황에 따라 드라마 속 악인 들은 변화한다. 한때는 지역 유지가 가장 최종 보스였는가 싶던 때가 있는가 싶더니, 정치적 실권자가 모든 악의 축으로 규정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 속 절대악은 무한 이기주의의 자본주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의 암살조차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시도한다. 원칙도 없고, 논리도 없고, 자비란 더더욱 없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라면 한 나라의 운명 따위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쓰리데이즈> 속 김도진이 처음 경호관 한태경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듯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그가 가지고 노는 체스판의 말 취급도 받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멀쩡한 모습을 하고, 가장 비이성적인 모습을 횡행한다. 그래서 그 번듯한 미친놈들이 더 공포스럽다. 그리고 그 공포는 바로 우리들 삶의 공포로 전이된다. 모리아티는 영드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드라마는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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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4.15 16:51

이제는 몇 십 년 전이지만, 지금 와 되돌아 보면 청춘의 시절은 참 화사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에 와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글을 쓰는 이 사람에게 만약 다시 이십대의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글쎄, 진지하게 고민한 후에, 고개를 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십대란, 거리에 핀 꽃보다도 자신이 더 싱그럽고 아름다웠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불가지론과, 불확실성의 혼돈의 시대였으니까. 다시 그 고통스러운 터널을,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름표를 달고 지나가야 한다는 건, 노회한 나이듦이 감당할 수 있는 몽매가 아니다.

그러기에, 젊음을 대상으로, 젊음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들은 엎어치건 메치건, 결국은 그 혼돈과 혼란의 젊음을 위로하는데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곤 한다. 요즘 한참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시즌1,2의 인기를 힘입어 야심차게 시작한 <로맨스가 필요해3>도 그런 화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 조선닷컴)


1. 어린 시절, 혹은 전생의 인연

청소년 시절에 재미로, 하지만, 사실은 진지하게 화자되던 놀이가 있다. 깊은 밤 불을 끄고 거울을 보면, 미래의 파트너 얼굴이 보인다는. 실제로 그 놀이(?)를 실행에 옮기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한번쯤은 청소년 시절에 그런, 혹은 그와 비슷한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핵심은 바로, '내 님은 누구일까?'겠다. 지금 내가 만나는 수많은 이 남자들 중 과연 누가 나의 진정한 파트너가 될 것인가, 이것만큼 청춘에게 심각한 고민은 없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의 초반, 나정이가 부르는 '여보~'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다섯 남자들, 그 누구에게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듯이, 누구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오히려 반대로, 그 누구라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청춘의 불안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안전판을 만든다. <로맨스가 필요해3>의 주완(성준 분)은 어린 시절 주연(김소연 분)을 좋아하던 주연이 보살펴 주던 꼬마 고구마이다. 주연 덕택에 음악을 알았고, 그 음악이 그의 천직이 되었듯이, 그에게 주연은 하늘이 내려준 사람과도 같다. 드라마는 희비의 쌍곡선을 그려가겠지만, 혈연처럼 어린 시절에 각인된 인연은 쉽게 피할 수 없다라며 시청자들을 안심시킨다.

<별에서 온 그대>는 한 술 더 뜬다. 몇 백년 전 전생의 인연으로 주인공 두 사람을 결박시켜 놓는다. 인간을 티끌처럼 여기며 사는 외계인 도준(김수현 분)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천송이 해바라기를 만들기 위해, 전생과 환생으로 이어지는 필연의 고리를 만든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들이 결국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현실의 자신들처럼 심지어 결혼이라는 서약을 거쳐서도 불가지론의 세계에 빠지지 않고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안온함을 깔고 드라마를 지켜보게 만든다.


(사진; 리뷰스타)


2. 백마을 타고 온 왕자님들

어린 시절, 혹은 전생의 인연까지 들먹이며 사랑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드라마는 그것도 부족해 여주인공만을 바라봐주는 백마 탄 왕자님을 한 명,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한 명 더, 때로는 그 이상으로 보험용으로 준비해 둔다.

2014년에도 드라마 속 남자들은 아침 드라마, 주말 드라마, 미니 시리즈 할 것 없이, 직업 고하를 가리지 않고, 신데렐라 시절에 잃어버린 유리 구두를 들고 나타난 왕자님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드라마의 성패는, 그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이 얼마나 환타지를 잘 구현해 내는가와 비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어린 시절 절친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기고 머리끄댕이를 휘어잡으려 싸우는 현장에 들어와 바닥을 친 자존심을 위로해 주며, 다친 상처조차 치료해 주고, 사회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스타의 매니저를 자청한다. <별에서 온 그대>와 <로맨스가 필요해3>는 그 핵심만을 꼭꼭 짚어주는 족집게 참고서와도 같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니다. <로맨스가 필요해3>에는 키다리 아저씨같은 회사 선배 태윤(남궁 민)이 있고, <별에서 온 그대>에는 소나기의 소년같던 시절부터 천송이만 해바라기 해온 휘경(박해진 분)이 있다. 다다익선이자, 보험이다.


현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 조차 건넬 여유가 없다는 현실의 청춘은 사랑조차도, 직장과, 마련해야 할 전셋집과, 결혼 비용에 밀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한숨을 내쉬어야 할 조건으로 밀려나기 십상인 세상에서, 드라마는 더 열심히, 더 열렬하게 환타지를 실행하고자 애쓴다. 그래서 불가지론의 사랑은 어린 시절 혹은 환생의 끈을 빌려 확신을 심어주려 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현실의 철딱서니 없는 남자들은 멋진 백마 탄 왕자가 되어, 여주인공을 위해 헌신한다. 홈쇼핑 팀장으로서, 여배우로서의 리얼리티는, 환타지조차 현실의 일부분인양 교묘하게 포장해 낸다. 결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사랑에 성공하고, 일에서도 보람을 찾겠지만, 암전이 된 텔레비전 앞에 자신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실이 각박할 수록, 드라마는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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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1.15 11:19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 맡고 있는 이재경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유능한 비지니스맨. 그러나 철저한 가면 속에 가려진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누군가 한 사람을 괴롭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소름끼칠 정도의 집요함으로 그를 조여 온다. 상대가 이 세상에서 없어질 때까지.' 

사이코패스라면 배트맨의 조커처럼 흔히 영화 등을 통해 쉽게 조우할 수 있는 '미친 놈'이라면, 소시오패스라면 좀 생소하다. 가장 최근에 대표적인 소시오패스로 각광(?)받기 시작한 인물이라면, 영국 미니시리즈 <셜록>의 주인공 셜록이랄 수 있다. 작품에서, 셜록은, 자기 스스로가 '소시오패스'임을 공언한다. 아니,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 주인공이 반사회적 인격 장애라니! 바로 <셜록>의 매력은, 그렇게 사회적으로 그 어떤 의무감도 느끼지 않는 주인공이 사회적 문제들을 처지하는 데서 오는 불가피함, 뒤틀림을 극의 주요한 재미로 삼아, 원작의 셜록과는 또 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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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소시오패스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정의부터 알고 보자.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일종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인격장애 중 하나로, 성격이나 행동이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벗어나 편향된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 사회적 규범이 없는 사람으로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이 잘못인지를 인정하지 못한다.(다음 지식백과) 그에 덧붙여,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흔히 게임의 일종처럼 생각하기 십상이며, 그를 위해서는 냉정한 두뇌를 활용해 자유자재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계산적으로 행동하기에 사람들은 그의 본 모습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렇게 장황한 소시오패스의 정의에서 알 수 있는 건, 한 마디로 소시오패스는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나쁜 놈'이기 십상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천송이가 그 소시오패스의 손아귀에 걸려 들었다는 것이고!

2013년의 대표적 악인이, 연말 시상식에서 조차 그 존재를 뽐낸,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민준국(정웅인 분)이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악인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잃은데 대한 복수로 수하의 아버지를 죽였고, 그 과정을 목격하고,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낱낱이 폭로한 혜성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칼을 가는 존재다.
그에 비해, 아마도 2014년을 대표할 악인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인물이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이다. 그는 이미 제작진의 홈페이지의 소개에서도 표명되었다 시피 '소시오패스'이다. 그의 발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묻지도 않고 따지지지도 않고, 자신의 앞을 가리는 장애물들 따위를 없애버리는데 거침이 없는 인격 장애이다. 

민준국이나, 이재경이나 자신이 목적한 바 범죄를 저지르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그 근원에 있어, 가족적 원한에 한 맺힌 민준국과, 소시오패스인 이재경은 다르다. 민준국의 범죄가 악랄한 만큼, 그의 사연만큼 뜨겁다면, 이재경의 범죄는 스텐레스 스틸의 그것처럼 마냥 차갑다. 그래서 민준국과 관련된 혜성(이보영 분)과 수하(이종석 분)의 쟁투가 정의롭기 위해서는, 그의 해원을 넘을 만큼 간절하고 진솔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했고, 바로 그 지점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감동은 배가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소시오패스 이재경과 천송이의 조우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재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혜성이 우연히 민준국의 범죄를 목격한 것 역시 재수없는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은 혜성의 목적의식적인 재판 참여로 궤를 달리한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와 이재경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을 넘지 않는다. 우연히 천송이는 그날 이재경과 내연 관계에 있는 한유라(유인영 분)과 싸웠고, 이재경과 한유라의 다툼을 목격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 천송이는 몰락하기 시작하고, 이제 이재경의 재물이 되어갈 것이다. 말 그대로 재수없어 살인마에게 걸린 셈인 것이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여 재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과 다른 처지가 아니다. 그저 이재경의 발 밑에서 굴러다니다 그의 행보를 막은 재수없는 돌멩이와 다를 바 없는 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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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수없는' 천송이의 불행은 하지만 공교롭게도, 도민준의 도움을 자연스레 만드는 계기가 된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게임으로 치면 절대 최강의 능력치를 가진 '넘사벽' 캐릭터이다. 말 그대로 '백마탄 왕자'이다. 축지법에 버금가는 공간 이동은 물론이요, 소머즈가 저리 가라할 듣기 능력을 가졌다. 심지어, 400년을 산 그의 내공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고스란히 손에 쥘 정도의 경제력 까지 겸비하게 만들었다. 단지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단점이라면 인간을 믿지 않아 외로움을 자처한다는 정도? 그런 그가 천송이를 돕는다는 건,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듯, 이미 끝난 싱거운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애초에 능력치로 보자면, 천송이바라기인 이휘경은 도민준에게 잽도 안된다. 그를 상대로는 '질투'말고는 도민준이 내보일 장기가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지고지순한 그를 상대로 능력자 도민준은 비겁해 보이기 십상인 것이다. 

그렇게 시시해질 극에 도민준에 걸맞는 상대가 등장한다. 그게 바로 이재경, 소시오패스이다. 모든 것을 게임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며, 하지만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철두철미한 이 범죄자야 말로, 사실, 도민준의 '만랩'의 능력치를 뽐내기 위한 가장 적절한 장치이다. 앞으로도 도민준은 재수없게 이재경에게 덜미를 잡힌 천송이를 구해내기 위해 갖가지 장기를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재수없어 걸린 소시오패스와, 400년을 산 외계인의 대항전이라, 이보다 더 허무맹랑한 환타지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다시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백마 탄 왕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등장하는 거, 어쩌면 그게 더 허무맹랑할 지도. 하지만, 그런 들 어떻고, 저런 들 어떻겠는가.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게 그런 것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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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1.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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