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드라마 콘텐츠 지수(cj와 닐슨 코리아 공동 조사에서 케이블 드라마로 당당히 2위를 차지한 <미생>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19,20회에 가면서 원작과의 괴리, 필요 이상의 캐릭터 구현으로 아쉬운 점을 남기긴 했지만, 고달픈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에서 길어낸 위로를 보낸 모처럼 따스한 드라마 한 편이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미생>을 2014년 후반기 대표작으로 만든 곳엔, 김원석이란 pd가 있다. 작품 앞에, 누구의 작품인가가 들어가는 스타 pd의 시대이다. 특히, tvn의 적극적 후원 아래, 이적한 신원호, 나영석 등이, 각각, '응답하라' 시리즈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장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생>을 통해, 김원석이란 이름 또한 그 대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이미,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이란 청춘 신드롬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김원석이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잘금(지나가기만 해도 여자들이 맥을 못출 정도로 잘 생긴 꽃미남)4인방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원석은 예상과 달리 이 작품 이후  kbs를 퇴사하고 cj계열로 들어간다. 하지만, 김원석의 길이 바로 탄탄대로로 열린 것은 아니다. 아직 tvn이 채 정비되지 않고, m.net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cj미디어에서,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작품을 기대했던 그가 만든 후속작이래봐야, 슈스케 참가자들을 데리고 만든, 슈스케 뮤직 드라마 정도였다. 비록 이제는 스타가 된 김예림, 버스커 버스커, 그리고 고인이 된 울라라 세션의 임윤택 등이 함께 했던 드라마는 <슈퍼스타 시즌3>의 막간극으로 잠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김윤석 감독의 정서가 잘 반영된 뮤직 드라마였다. 

슈퍼스타k 특집극이나 만들던 김원석 감독이, 드디어 2013년 5월 그의 작품을 들고 등장했다. 바로 tvn과 m.net을 통해 동시에 방영되었던 <몬스타>가 그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김원석 감독은, <미생>에서도 함께 할 정윤정 작가를 만나게 된다. 정윤정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만족감이 컸'으며, 케이블로서는 시청률도 잘 나왔다' 자부심과 달리, 제2의 박유천이 될 것인가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남자 주인공 역의 비스트의 용준형은 결국 부족한 연기력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음악을 통해 청춘을 논하고자 했던 드라마는 어설픈 시도로 평가 받게 되었다.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그리고 <미생>까지, 비록 뒤의 두 작품과 <성균관 스캔들>은 작가는 달랐지만, 거기에 구현되 '청춘'의 정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김원석 월드의 주제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한. <미생>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마무리 된 이 시점, 세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김원석이 구현하고자 하는 '청춘'의 실체를 찾아보자. 

우선,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그리고 <미생>까지, 주인공들은 당대의 녹슬지 않은 파릇파릇한 청춘들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은 이제 막 새로이 학기가 시작된 성균관의 신례과 선진들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건, 이선준의 아버지 '노론'으로 대표되는 기성권력이요, 그들에 합류한 성균관 장이와 그 수하들의 대리 권력들이다. 노론이지만, 노론으로서의 특권보다는 그가 책을 통해 채득한 원칙을 깐깐히 지키고자 하는 이선준과, 정권에서 소외당한 남인, 서인, 그리고 반쪽 자리 양반인 김윤희, 문재신, 구용하의 우정과 반항이, 정조의 개혁 정책과 맞물려 역사 속 이야기 이상의 불의한 시대에 맞선 청춘상을 구현해 낸다. 

<성균관 스캔들>이 노론의 시대에 맞선 청춘들이라면, <몬스타>에서 청춘을 가로막는 것은, 기성 교육 제도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교육 체계,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 집안과 성적에 따라 베풀어 지는 특혜, 이런 기성 교육 제도에 대해, 아이돌 출신의 윤설찬(용준형 분), 뉴질랜드에서 양치다 온 4차원 소녀 민세이(하연수 분) 등이 자신들만의 무기인, '음악'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렇게, 역사 속, 그리고 교육 제도 속 기득권은, 이제 <미생>으로 오면, 대기업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의 조직화된 경쟁 사회가 기득권 세력으로 등장한다. 자격증과 학력이 조선시대의 '노론'처럼 보증서가 되는 세계에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했던 남장 여자 남인 출신의 김윤희처럼, 대학조차도 나오지 못하고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장그래가 대기업 원인터내셔널에 던져진다. 그리고, 역시나 잘금 4인방처럼, 그의 곁엔, 때론 그의 적이 되고, 동지가 되고, 결국엔 우정이 될, 안영이(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한석률(변요한 분)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지닌 듯하지만, 때론 문재신같이, 때론 이선준같이, 그리고 때론 구용하처럼, 각자 자신의 사연을 가지고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장그래와 우정을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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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원석 월드를 통해 구현된, 정조 시대, 기성 교육 제도, 그리고 이제 대기업 중심의 조직 사회에 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것이 역사 속 사실이든, 현실에서 길어진 사연이든, 당대 청춘들의 고민과 열정을 대변함으로써 그것을 시청하는 '청춘'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특히나, <미생>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 같다'는 소감을 잊지 않는다. <몬스타>의 경우, 시대적 공감을 얻기에 시기를 놓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지하고 있는 문제 의식에서는 큰 궤리가 없다. 심지어, <성균관 스캔들>의 경우, 그것이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케이블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고, 드라마 속 대사가, 곧, 내 청춘의 고민의 그것으로 대변될 만큼, 타협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될 드라마가 되었다. 

그렇게 청춘들의 이야기를 대변한 드라마였기에,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곧 청춘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이, 드라마상 주인공들로는 전무후무하게, 이제는 모두 당대의 대표적인 스타로 성장하게 되었듯이, 상대적으로 화제에 못미친 <몬스타>조차도 하연수라는 신성을 배출하고, <미생>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장그래 역의 임시완을 비롯하여, 주인공 4인방 모두가 주목받는 미래의 재목이 되었다. 

하지만 김원석이 만든 드라마에는 '청춘'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의 드라마에는, 그 당시 청춘들이 공감할 '멘토'상이 등장한다. 어쩌면, 진짜 김원석 표 드라마의 매력은, 열망하는 청춘이라기 보다는, 그런 청춘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하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멘토'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그런 역할을 정약용 역의 안내상과, 정조 역의 조성하가 해내었다. 안내상이 갈등하면서도 김윤희를 보담고,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내었다면, 정조는 불의한 시대에 타협하지 않는 정치적 스승으로 본보기가 되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멘토'였던 안내상은 이어 <몬스타>에서도 한때 인기 작곡가였지만 이제는 실의에 빠진 과거의 스타로 등장,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표현하고했던 '몬스타'들의 '멘토'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생>에서는 심지어 주된 '러브라인'이라 칭해지는 오차장 이성민이 장그래 뿐만 아니라, 자기 보신에 급급한 이 시대에, '사람'을 책임지는 제대로 된 어른의 대명사가 된다. 
이런 멋진 멘토들의 존재 덕분에, 사람들은, 청춘들의 고민에 동조하면서, 멘토들이 제시하는 길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어 더욱 드라마에 매료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김원석 드라마에는 멋진 주인공들과, 그들을 꿈으로 인도하는 멘토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주변에서 드라마를 풍성하게 이끌어 주는, 화려한 조연진의 군단이 존재한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잘금 4인방에 대적할 장이 하인수(전태수 분)와 그 수하들은 물론, 노론의 거두 이정무(김갑수 분)를 비롯한 쟁쟁한 권신들의 배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또한 젊음이 넘치는 대학가를 연상케 하는 성균관의 다양한 캐릭터 들 또한 이 드라마의 빠질 수 없는 묘미였다. 
<몬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윤설찬, 하연수만이 아니라, 정선우(강하늘 분), 심은하(김은영 분), 차도남(박규선 분), 박규동(강의식 분) 등의 몬스타 멤버들이 보인 열연이 더 화려했다. 심지어 <몬스타>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박규동 역의 강의식의 애절한 노래요, 차도남의 랩이었다. 
<미생>에 이르면 말하기가 입이 아플 정도이다. 영업 3팀은 물론, 실제 보다도 더 실제같은 대리 군단이라고 칭해질 원인터내셔널 각 부서의 대리들이, 젊은 신입 사원들과 치고 받으며, 드라마의 재미를 만들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리군단 뿐인가, 과장, 부장, 간부사원까지, 너무도 실감나는 인물 하나하나가 만들어가는 '미생'의 이야기에, 드라마가 대변하는 현실의 이야기는 깊어져 갔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군상들의 합주로 오캐스트레이션되는 김원석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묘하게도 '브로맨스'이다. 
물론, 그의 드라마에 '멜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중심 줄거리 중 하나는 이선준과 남장 여자 김윤희의 사랑이요, <몬스타> 역시 하연수를 둘러싼 윤설찬과 정선우의 삼각 관계가 주된 이야기였다. <미생>도 주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원작에 비해 여성적 캐릭터로 등장한 안영이와 장백기, 그리고 장그래와 유치원 선생님의 풋풋한 로맨스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성균관 스캔들>부터, 이미 다른 드라마들이 그런 시도를 하기 전에 김원석 감독은, 이른바 '남남 캐미'에 주목한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심지어 이선준과 김윤희의 로맨스의 미혹된 지점은, 김윤희가 남자인 줄 알면서도 거기에 끌리는 이선준의 갈등에 있다. 또한,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정도였던, 구용하와 문재신의 캐미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몬스타> 역시, 이런 브로맨스를 빼놓지 않았다. 윤설찬과 정선우, 그리고 차도남과 박규동의, 친구인듯, 친구 이상인듯 사연있는 우정은, 실제 여주인공 하연수와의 멜로 라인보다 더 애절하게 드라마를 이끌었다. 
<미생>은 심지어, 19회에 이르면 최전무가 장그래의 정규직을 놓고 오차장과 딜을 할 만큼, 장그래는 극중 여주인공이 해야 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차장은, 그저 후배 부하 직원을 아끼는 수준을 넘어서 장그래의 정규직에 자신의 직장 생활을 걸고 딜을 할 만큼, <미생>의 오차장과 장그래는, 명목상은 멘토와 멘티지만, 실제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은,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하는 역할을 맡게 한다. 어디 오차장 뿐인가. 원작과 달리, 한석률 역시 일관되게 장그래에 엉겨붙는 일편단심 캐릭터로 설정한다. 장백기와 강대리의 미묘한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Mnet·tvN ‘몬스타’ 포스터

'브로맨스'가 등장하기 전에 '브로맨스'에 주목하고, '멘토' 열풍이 불기도 전에 '멘토'에 주목하였으며, 다른 드라마들이 환타지적 사랑 놀음에 매달릴 때 '현실'의 이야기를 불어오며, 김원석 표 드라마들은, 당대의 대표작들이 되었다. 
그러나, 늘 그의 드라마들에 장점만이 있는 건 아니다. 원작이 없었던 <몬스타>가 시대를 늦게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듯이, 원작이 없는 김원석표 드라마는 상상하기 힘들다. <성균관 스캔들> 역시 정조 사후의 살벌한 노론 치하의 세도 정치로 들어선 것과 달리, 드라마는 알콩달콩한 이선준과 김윤희의 결혼 생활과 환타지 같은 구용하와 문재신의 후기로 역사에 천착했던 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다. <미생>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서, 원작을 비껴간 순간, 언제나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현실'의 정신에서 미끄러져 갔다. 심지어, 오차장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사건에서의 장그래의 역할의 민폐적 설정,  그리고 20회 장황한 요르담 로케를 하면서까지 강조한 오차장과 장그래의 '완생'담은, 위로는 커녕, 지금까지 무엇을 보았나 싶은 헛헛한 회의까지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과연, 지금까지 김원석이 구현한, <성균관 스캔들>과 <미생>의 젊은 군상들의 이야기가, 원작빨인지, 드라마빨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것이 김원석 월드의 남겨진 과제이리라. 

사족; 언제나 좋은 드라마에, 좋은 음악이 빠질 수 없듯이, 김원석 표 드라마에 좋은 음악들 역시 놓칠 수 없는 약방의 감초다. <성균관 스캔들> 당시 방송을 통해서는 만날 수 없었던 이선준 역의 박유천이 있는 그룹 jyj의 절창이 빼어났던 '찾았다'를 비롯하여, 아직도 각종 프로그램의 시그널로 등장하는 ost들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몬스타> 역시 허술한 스토리와 달리, 그 스토리를 메꾸어 주던, 마치 '응답하라'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시절의 음악들이, <몬스타>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생>에 이승열의 '날아'와, 장미여관의 '로망', 볼빨간 사춘기의 '가리워진 길'이 없었다면, 그 정서가 제대로 살아났을 리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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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2.21 17:15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 덕담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 사회 청춘에겐, '꿈이 사치'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절이 돌아왔다. '꿈이 '사치'가 되는 시절, 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꾸는 청춘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그 가혹한 세상의 이야기를  tv는 전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다는 두 개의 드라마, <미생>과 <나쁜 녀석들>이 그것이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현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토로하기 때문일게다.

 

9회에 돌입한 <나쁜 녀석들>, 드디어, 나쁜 녀석들을 모아놓고, 박웅철(마동석 분)과 정태수(조동혁 분)로 하여금 이정문(박해진 분)을 죽이도록 사주한 오구탁(김상중 분)반장의 사연이 하나씩 풀어진다. 그리고 화연동 연쇄 살인 마지막 희생자였던 오구탁 반장 딸의 사연도 함께.

처음 딸의 유학을 앞두고 설레이며, 이별을 아쉬워 하며 함께 상을 마주했던 두 모녀, 하지만, 오구탁 반장 딸의 유학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범인을 '공명정대'하게 쫓느라, 전셋집 대출금 갚기도 빠듯한 오구탁 반장의 딸은 레슨 선생이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피아노 치는 실력이 월등하다. '유학'을 권하는 레슨 선생, 하지만, 자신을 회유하는 범인에게, 법의 심판을 들이대는 오구탁 반장에게는 딸을 유학 보낼 돈 5000만원이 없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봐도, 다 오구탁 반장 같은 그들이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 아버지를 아는 듯 괜찮다는 딸, 하지만, 사실 딸은 괜찮은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소식을 듣고 달려 간 병원, 그곳에서 오구탁 반장은 고수익 알바 보장이라는 문구에 속아 노래방 도우미를 자청했다 폭력을 당한 딸을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이 꾼 '꿈'으로 인해 좌절하며 절망하는 어린 딸을 목격한다.

 

결국 이 사회에서, 자신이 소망하는 '꿈'을 가진 것 없는 아버지로 인해 꿀 수 없게 되어 절망하는 딸 때문에, 청렴함을 자랑처럼 내세웠던 오구탁 반장은, 처음으로 검은 세력을 눈감아 준다. 하지만, 그런 그의 결탁이 무색하게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어 기뻐했던 딸은 유학을 가기 전 날, 무참히 살해되고 만다. 그리고, 오구탁 반장은, 자신의 신념조차 헌신짝처럼 버리며 지켜주려 했던 짓밟힌 딸의 '꿈' 앞에, 가장 잔인한 복수를 계획하고, 그것이 바로, '나쁜 녀석들'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방식은 다르지만 또 한 명의 짓밟힌 꿈이 있다. 바로 <미생>의 비정규직 장그래(임시완 분)이다.

박과장의 횡령 등으로 엎고 가야 했던 요르단 수출 건을 영업 3팀의 프로젝트로 대담하게 내세워 원인터내셔널 전 직원의 주목을 받은 것도 잠시, 장그래에게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다가온다. 마치 하늘을 난 것도 잠시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하고 만 이카루스처럼, 전직원의 주목을 받고, 각종 회의에 참가하며, 신입 동기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던터라, 연봉 협상은 커녕 하다못해 새해 선물에서조차 차별이 노골적인 비정규직이란 존재의 자각은 장그래에게 더 뼈아프다.

 

오구탁 반장이 평생을 지켜왔던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면서 까지 딸의 '꿈'을 지켜주려 했던 것과 달리, 장그래의 멘토 격인 오과장(이성민 분)은, 장그래에게 냉혹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아마도 너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학을 나오고, 어학 연수를 다녀온, 정규직들의 내공을 넌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게 속편하다고.

 

하지만 그런 오과장의 냉혹한 현실 정리에는 역시나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그에게는 장그래 이전에 또 한 사람의 비정규직 부하 직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그래처럼 오과장을 따르며 오과장을 배우며 '꿈'을 키웠던 비정규직 직원, 그녀에게, 오과장은, '자기 개발서'에 나오는 '희망'의 언어들을 들려주었다. '꿈'을 키우면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덕담을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오과장과, 최전무(이경영 분) 등, 정규직의 자기 보신과 안위를 위한 제단에, 그녀의 비정규직은, 제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었고, 오과장에게는 내내 그녀의 이름이 잔인한 꾜리표가 되어 따라 다닌다. 그래서, '꿈'을 쫓다 추락하는 또 한 명의 비정규직을 만들고 싶지 않아, 오과장은 냉정하게 장그래에게 현실을 인정하라고 직언하는 것이다.

 

(tv리포트)

 

그런 오과장에게 장그래는 반문한다. '꿈'을 꾸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그저 자신이 바라는 건, 계속 함께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고. 그리고 그건 장그래 개인의 속내가 아니라, 오늘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질문이요, 외침일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구탁 반장의 딸처럼, 스스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자신을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돈이 없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혹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대해, '꿈'을 꾸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그리고 그 어른들로 대표되는 사회가 하는 일이란, 오구탁처럼 '비리'를 눈감으며 '검은 돈'으로 입신양명을 돕거나, 오과장처럼 책임감없는 맆서비스마저 할 수 없어 절망하거나, 최전무처럼 외면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그리고, 이 사회가, 젊은이들의 '꿈'을 위해 '제도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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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30 09:58

<미생>9회, 원인터내셔널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간 네 명, 장그래, 안영이, 장백기, 한석률의 고난사가 펼쳐진다. <미생>을 보는 시청자들이, 군대건, 사회건, 혹은  알바를 하는 곳이었던 자신이 처음 맞닦뜨렸던 사회에서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사인사색으로 펼쳐진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서의 모든 일에서 배제되는 안영이,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커피 심부름부터 쓰레기통 비우기까지 부서의 모든 허드렛 일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말 마따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있는 모든 수단을 해보는 것이다. 그런 안영이와 정반대로, 자신을 너무 잘 대해 준다고 자랑이 입에 붙었던 한석률의 경우도 알고보면 나을 게 없다. 입에 발린 말 뒤에, 결국 자신의 일까지 떠맡긴 상사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지 못한 장백기는 회사를 옮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겨우 이제 한 팀으로 인정받는가 싶었던 장그래 앞에는 인격적 모욕을 마다하지 않는 박과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을 보는 시청자들은 자신이 겪었던 그 어느 구비의 일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울컥한다.

 

모든 일에 순응하는, 심지어 박과장(김희원 분)의 신발 심부름까지 마다하지 않는 장그래에게 김대리(김대명 분)는 결국 볼멘 소리를 하고 만다. 당신은 마치 사회에 나온 갓 나온, 그래서 어떻게 하든 이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는 장기수와 같다고.

그런 김대리의 불만에 장그래는 덤덤하게 말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역류에 대응하는 방법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역류가 거셀 때, 때론 그저 순한 흐름이 되어 그 역류를 맞이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라고.

 

<미생>은 현실 삶을 복기하는 듯한 공감을 준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촌철살인의 해석을 곁들인다. 역류를 견디는 방법 같은 식이다. 거기에, 그저 현실을 반영하는 감동을 넘은 <미생>이란 드라마의 힘이 있다.

하지만, <미생>이 주는 힘은 '자기 계발서'들이 앞다투어 말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던가, '백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던가, 아파도 괜찮아 식의 덕담과는 궤를 달리한다.

 

애초에 드라마의 제목, '미생'이 바둑 용어에서 출발하고, 겨우 회사에 살아남은 장그래를 보고, 오과장(이성민 분)이 '완생'을 운운하듯이, 드라마 <미생>은 '바둑'을 빗대어 회사 생활을, 사회 생활을 설명한다.

그런데 바둑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게임으로서의 바둑이라지만, 그 원류는 가로 세로 40여 센티의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장기판처럼 노골적으로 왕과, 차, 포, 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세를 불려, 적의 집을 에둘러 잡아먹는 살벌한 먹고 먹히는 전쟁터가 바로 바둑판이다. 그리고,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스스로 말하듯, 비록 실패했지만, 승부사로 조련되어진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승부사가 원인터내셔널에 던져졌다. 40여센티의 바둑판에서 상사로 전쟁터만 바뀐 것이다. 이렇게, <미생>은 전쟁터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 직장인을 전제로 한다.

 

‘미생’ 이성민, 김희원 부정 이해하며 “보상이라 생각했을 것”

 

그렇다면 전쟁터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어떨까? 물론, 정윤정 작가의 각색을 걸쳐, 김원석 피디의 디렉팅으로 다듬어진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원작, 윤태호 작가의 세계관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윤태호 작가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얼마전 윤태호 작가가 완성한 작품에 '인천상륙작전'이 있다. 진짜 6.25 전쟁 속에 던져진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맏형 상근은 뒤늦게 한강 철교를 건너 피난을 가던 중 폭격을 맡아, 몸의 반쪽이 날아가버린 불구가 되어버린다. 그런 가장을 만난 가족들, 그가 살아있다는 기쁨도 잠시, 흉측해진, 그리고 이젠 가장으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그의 모습에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 가족은 살고자 한다. 부인은 남편을 업고 다니며 구걸을 하고, 때론 필요하다면 부역 연설까지도 한다. 물론, 그런 그들의 살기 위한 행동은 그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삶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살아남은 그들의 아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서도, 자신조차 죽을까 차마 아들인 척 하지 못한 아이는 살아남는다. 굶어죽는자가 태반인 전쟁 후 거리에서, 죽은 자의 주머니를 뒤지고, 거리에 나뒹구는 먹을 거를 마다않고 살아남는다. 신문 연재분 만화의 마지막은 생존의 형형한 눈빛으로 미군이 주는 초코렛을 받아먹는 아이에게서 끝난다.

 

전쟁 속 인간 군상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삶은 언제나 우리를 속이고 기만한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각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방식에 따라, 이후 그의 삶이 결정된다.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동생은 허망하게 상륙 작전의 희생양이 되고, 부역을 마다하지 않은 형은 결국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진짜 전쟁터에서 윤태호 작가가 말했던 것은, <미생>의 전쟁터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듯하다. 여기서도 삶은 우리에게 가혹하다. 그리고 그 전쟁터와 같은 삶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역류에 맞서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겼던 건, 장그래가 선택한 방식이다.

 

10화가 그려낸 박과장의 몰락은, 그가 선택한 방식이 자초한 결과다. <미생>의 박과장은, 성희롱을 하고, 인격 모독을 하는 나쁜 놈이었지만, 오과장은, 그런 그를 '보상'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상사라는 전쟁터에서 혁혁한 성과를 냈지만, 한끼의 회식 외에 돌아오는 보상이 없는, 회사에서 스스로 자신의 보상을 찾으려 했던 그는 결국 자신이 만든 가상의 회사로 인해, 감사를 받고, 사법적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인다. 그저 나쁜 놈이 아니라, 원인터내셔널이란 전쟁터에서 그가 선택한 삶의 결과다. 이런 그의 방식은, 접대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때문에 갖은 수를 다짜내던 오과장의 선택의 맞은 편에 있다.

 

스스로 '보상'을 취했던 박과장도, 그 누구 알아주지도 않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애쓰던 오과장도, 그리고 인격적 모독조차 받아내는 장그래도, 결국, 따지고 보면, 한낯 '넥타이 부대' 혹은 '유리지갑'이라고 만만하게 여겨지는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전쟁터의 졸처럼 쓰고 버려져도, 혹은 가끔은 10회의 장그래처럼, 때로는 역류가 되어 반격을 해도, 그까짓 바둑판과 같은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까짓 바둑 이기건 지건 세상은 달라지지 않듯이, 원인터내셔널 직원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건, 어떤 삶을 살건 사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미생>은 한 마디를 더한다. 그래도 바둑이라고. 그건, '자기 계발서'의 위로로 설명될 길 없는 삶의 엄정함이요, 한 개인이 짊어지고 갈 삶의 무게다. 어린 시절 고사리 손으로 바둑 돌을 집어들기 시작한 이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인생을 온전히 걸었던 그 시간의 무게같은, 아니 , 때로는 그 무게보다 더하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곳이 겨우 가로 세로, 40여 센티의 바둑판이다. 그리고, 우리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 보기엔, 겨우 그것이라도, 내가 짊어 지고 갈, 내 삶인 것이다. 삶의 비극성조차 내것으로 받아들인 긍정성이다<미생>이 보여준 삶의 긍정성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흔한 덕담이나, 위로와 다르게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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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16 02:06

알랭 드 보통이 쓴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비스킷 공장에서부터, 직업 알선 정보 업체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다종다양한 직업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한 통의 통조림이 완성되기 위해, 남태평양의 거친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와 싸우는 어부에서 부터, 물류 회사, 수많은 기계 공정들이 완성하는 통조림 공장까지, 섬세한 과정이 낱낱이 밝혀진다.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가지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요소요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로 그들의 많은 일들이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가를 작가는 직접 발로 뛰며 그려낸다. 굳이 구구절절 감상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저 한 봉지의 과자, 한 캔의 통조림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했는가를, 그 책을 읽다보면, 경건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미생>을 보고 있노라면, 알랭 드 보통이 정작, 가장 중요한 걸 설명하는 걸 놓친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세상을 완성하는 수 많은 일, 그 일이 완성되기 위해, 사람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 뒤에, 복잡 미묘한 '인간 관계'라는 게 숨겨져 있다는 걸, 알랭 드 보통은 몰랐을까? 아니, 유독, '경쟁'이 체화된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질일까?

<미생>이란 드라마가 일관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은, '밥벌이'의 고단함이다. '청년 실업'이 화두인 시대, 청년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직장이란 곳, 하지만, 막상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들은 무방비하게 '정글'에 던져진 사람과도 같은 처지다. 일과 일이 덩굴처럼 얽혀 그의 발을 거는 곳,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그의 생명을 노리는 독사는, 그의 일보다는, 그가 만난 사람이기가 십상이다. 실제 앙케이트 조사에서도 나오듯이, 직장인들의 퇴직 이유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건, 상사 혹은 동료와의 불화이다. 

(osen)

그리고, 7회 <미생>은 그렇게 직장인들의 숨통을 조이는, 동료, 상사와의 불화의 원인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추적의 끝에서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라고.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위치에 있는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그의 부하 직원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의 분석에 따르면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모헙적인 일로 돌파하고자 한다. 그런 그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이란 원유 개발이다. 하지만, 그의 야심찬 시도는 번번히 그를 가로막는다. 국제 정세에 따른 이란 원유 봉쇄 조치가 그것이요, 애초에 부장이 시도했던 중국건이 그것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과장은, 이란의 봉쇄 조치는 터키라는 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보지만, 부장의 중국건에는 그만 주저않고 만다. '중국으로 해'라는 부장의 퉁명스런 한 마디에, 그간 애써 노력했던 이란건 서류를 묻고, 다시 중국 수출을 위해 뛰고자 한다. 하지만, 아내의 면박을 받으며, 한 잔의 술로 삼킨 이란건이 무색하게, 중국 수출건도 만만치 않다.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가 목을 조른다. 부장은 다그치고, 오과장은 자신들을 돌아봐주었던 '부장에 대한 보은'으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부장은 오과장의 제안이 시원치 않자, 영업2팀 고과장의 제안에 솔깃해 하고, 오과장은 북한의 희토류 수출이라는 카드를 통해 이 난관을 돌파하고자 한다. 하지만,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오과장의 아이템은 차장을 등에 업은 고과장의 배후 작업으로 한 수 뒤로 밀리고 만다. 설상가상, 지나가던 전무의, 희토류 같은 사업 아이템은 자원팀에게 넘기란 한 마디가, 그걸 추진했던 부장까지 물을 먹이는 결과가 되어 버리고 만다. 결국, 이리저리 이 사업 저 사업,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영업 3팀은, 결국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꾸역꾸역 음식과 술로, 일의 허기를 달랠 수 밖에 없다.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부장을 보고, 장그래(임시완 분)는 김대리에게 우문을 던진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김대리는 딱히 다른 게 없다면, 결국 돈과 승진 아니겠느냐고 답한다. 결국, 부장의 손바닥 뒤집듯한 말 바꾸기, 그리고 난감한 상황에서 자기 혼자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기의 궁극적 목표는 그의 승진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더 많은 월급이다. 지금까지 그런 방식을 통해 그가 이른 나이게 부장에 오른 것처럼, 그는 그렇게 다시 한 자리 더 '업그레이드'를 시키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이리저리 휘돌린다. 드라마는 그런 그의 앞에 한 수 위인, 전무를 등장시킨다. 우리가 어디선가 보았던 그 그림, 가장 작은 물고기를 그보다 큰 물고리기가 먹고, 그것을 조금 더 큰 물고기가 먹고, 하지만, 그 뒤엔 더 큰, 더더 큰, 더더더 큰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7회 <미생>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약육강식의 세계의 원인이 바로, 돈과 승진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데 있음을 드러낸다. 

물론 영업 3팀도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회사에서의 위치를 돌파하고자 무리수인 아이템을 집어든 오과장이라고 돈과 승진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김대리는 말끝마다, 올해는 오과장님이 승진하셔야 할 텐데라고 한다. 하지만, 7회의 보여진 위기마다, 오과장의 결정을 번복케 하는 것은, 그저 돈이나 승진만이 아니다. 치받기를 좋아하는 오과장이 자신의 아이템을 누르며 중국건으로 어렵게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자신들을 배려해 주었던 부장에 대한 '보은'이요, 어려운 중국 환경을 돌파해보고 했던 것도 믿음에 대한 보답이었다. 말끝마다 '오과장님이 승진하셔야 할텐데'라는 김대리의 돌림노래에는 그저 '돈'과 '승진'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끝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취해 낸, 그래서 오히려 같은 팀의 미움을 배가시킨 안영이(강소라 분)의 집념 역시 그저 '돈'과 '승진'이란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7회의 <미생>은 인간에 대한 배려, 혹은  다른 욕망, 혹은 성취 동기들이, 경쟁 사회 속에서 얼마나 무기력한가, 혹은 무의미한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느냐고?
그저, 변기를 부여잡고 술을 토하는 오과장을 보고, 쯧쯧거리고 말았는가? 그의 잔혹사가 다친 나의 마음 같아, 새삼스레 가슴이 죄어왔는가? 혹은, 어느새, 그런 논리에 길들여져, 오과장처럼 살면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하진 않았는가? 회사 생활에는, 그저 열정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생존 논리가 있다고, 그새 노회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하고 있는가?

김훈의 책 중,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이 있다. 그저 그 제목만 보고 반가워 집어들었던 책이다. 
그런데, 이 냉소적인 작가,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정의내린다. '희망과 전망 없이도 살아야 하는 게 삶'이라고, '희망없이도 잘 사는 사람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대가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 속에서, 뿌리 뽑히고 거덜난 삶 속에서 신뢰를 발견하는 일은 눈물겹다'고 말한다. 저무는 논길,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되면 돌아갈 때를 알아, 남편이 운전을 하고, 그 뒤에 앉아 가는 노부부의 삶처럼, 고단하고 버려지는 삶 속에서도, 말없는 실천에 도달한 그들은 '성자' 같다고 말한다. 
제목이 '미생'이듯이, 드라마는, '성자'가 되지 못한, 고단하고, 버려지는 삶 속에 혼란한, 그래서 희망을 찾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드라마를 보면, 희망과 전망없이 사는 게 삶이란 정의가 맞는 거 같기도 하다. 노부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그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여전히 깨지고 무너지고 그래서 아파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돈'과 '승진'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미진한 가슴 뜨거운 우리의 삶에 대한 복기이자 회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미생'의 끝에, 완생이 있을 날을 기다리며, 희망이 없는 삶 속에서 살아내는 실천을 통해 도달할 그 어떤 '성자'의 경지를 기원하며, 그들이 언젠가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꾸역꾸역 <미생>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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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08 11:46

안영이(강소라 분)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직원이 쓰러졌다. 세 번째 임신으로 인한 과로란다. 그러자, 같은 부서의 부장은, 덕담은 커녕, 그로 인해 손실된 인원만 안타까워하며, 도대체 몇 번 째 임신을 할꺼냐며 볼멘 소리를 한다. 이래서 여자들은 문제라고 툴툴거리고, 그 옆의 부하 직원은, 상사 말에 맞장구를 친다.

회사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자 직원인 선차장(신은정 분)은, 가정과 일, 육아와 일의 병행에 짖눌리다, 후배 직원에서, 말한다. '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결혼하지마!'라고.

10월 15일 방영된 <미생>에는, 직장에 다닌 여성들의 서로 다른, 하지만, 결국은 여성으로서 봉착하게 되는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그려내었다.

 

사법 연수원생 중 여성 비율이 2014년에 들어 40%를 넘어서는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과 활약은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녀들을 제약했던 '유리천장'은 그녀들의 독보적인 활약에 기를 못추는 기세인 듯하다. 심지어, 교사직의 경우는 이제, 역으로 남성 성비 보존을 운운할 처지에 놓여있다.

 

(사진; tv리포트)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여성의 성취와 다르게 그 속에서 맞닦뜨리는 여성들의 현실은 <미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아들을 낳아 기르는 엄마들이, 아들의 행복한결혼을 꿈꾸지만, 딸을 낳아 기르는 엄마들은,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딸들의 미래를 꿈꾼다는 우스개가 있을까?

 

일찌기 여성학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여성의 신비]에서 베티프리단은 '아내, 어머니를 칭송하는 여성의 신비 문화가 여성을 가정에 머물며, 아이나 키우며 물건이나 사대는 '주부'라는 직위에 머무르게 한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1963년 당시 혁명적이었던 이 책이 모색해낸 이상적인 대안은 '가정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직장과 집안 일을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슈퍼우먼'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여성들은 '신비로운 여성'에서 자유로워졌을까?

베티 프리단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진 다수의 여성들은, 맞벌이란 짐에 허덕이고 있다. 일과 가사의 병행은, 그녀들을 자유롭게 하기는 커녕, 그녀들을 '성공'이란 이름으로 혹사시키고 있을 뿐이다.

 

10월 30일 방영된 <미생>에서 아이를 맡기는 문제로 실랑이하는 선차장의 마음을 역시나 아내가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오과장(이성민 분)은 헤아린다. 육아가 문제가 되면, 언제가 그건 여자의 몫이라는 것을, 회사에서 차장이란 직위에 여자가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지, 차장이란 직위 정도가 되면, 그만큼 요구되는 것들이 많은 지는, 여자, 엄마, 아내라는 이름앞에서는 무기력해 진다는 것을.

 

그래서 여자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일과 결혼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것인가, 아이를 낳은 뒤 계속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 말 것인가.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를 외치며 가정 밖으로 나올 것을 외치던 1963년에는 '행복한 전업 주부'가 환타지였다면, 이제 2014년에는, 일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슈퍼맘'이 여자들을 들들 볶는다. 둘 다 성공할 수 있다고, 둘 다 놓쳐서는 안되다고.

 

하지만 다큐 보다도 더 다큐같은 <미생>은 말한다. 인턴 사원 중 가장 촉망받던 안영이는, 처음 배치받은 부서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고, 선배 직원은 맘놓고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간부직이 된 선차장은 여전히 아이 때문에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한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온 그녀에겐, 밀린 집안 일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가 그린 엄마는 얼굴이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향해 뒤돌아 서서 한껏 포옹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엄마의 얼굴을 보여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미생'인 그녀들의 완생은 이 사회에서 여전히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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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1.01 10:51

후줄근한 아버지 양복, 머리 하나는 작은 왜소한 몸집, 자신만이 이방인듯한 표정과 눈빛, 원 인터내셔널에 이른바 '낙하산'이 되어 출근한 장그래(임시완 분)는 처음에 그랬다. 하지만 그가 차츰 달라진다. 대학물을 먹은 쟁쟁한 스펙을 가진 동료들 사이에서 고졸 검정고시라는 존재하기 힘든 경력을 가진 그가, 종합 상사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또 하나의 좌절은, 그가 이전에 프로 바둑 기사로 입문하지 못했던 좌절을 복기게 만든다. 과거 자신의 패배가, 지금의 자신을 규정하여, 그를 또 좌절에 빠뜨렸던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장그래가 바뀌어 가기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 실패한 것이라며 자신의 지난 날을 치부했던 그가, 바둑판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졸 사원들이 수두룩한 종합 상사에서 생존의 돌을, 승부수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별거 아닌 딱풀 때문에 장그래가 오해를 받아 전무의 지적까지 받게 된 사건에서 오상식(이성민 분) 영업 3팀 과장은 '우리 애'라는 말로 은연 중에 장그래를 자신의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그가 경험을 앞세운 석률(변요한 분)에게 사사건건 무시당하는 듯한 장그래에게, 경험으로 보나, 잔머리로 보나 지는 게 당연한 그림이지만, 태풍의 핵을 빗대어, 무작정 그의 수에 말리지는 말라는 충고를 전한다.

 

자신을 받아들여 준 오상식에게 연서(?)로 감사함을 전하기 까지 한 장그래는 그의 충고에 고무된다. 그리고, 초를 다투며 승부를 가렸던, 배수진의 전쟁과도 같은 바둑판에서 승부사로 길러졌던 자신의 경험을 길어 올린다. 더는 어수룩한 낙하산이 아니다. 비록 검정고시라는 동료 인턴 사원들이 무시하는 경력의 소유자지만, 남들이 공부를 하고, 진학을 하는 동안, 오로지 승부를 위해 수를 놓았던 시간의 경험을, 되살려 낸 것이다. 흑돌과 백돌의 승부의 세계가, 종합 상사 직원 장그래에게 산 경험이 된다. 조치훈, 조훈현 등 숱한 명인들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결국은 홀로 바둑판에서 수를 결정해야 했던 그 시간이, 이제 대기업 낙하산이 된 장그래의 승부수가 된다.

 

'미생' 방송화면

(사진; 텐아시아)

 

그리고 그런 장그래의 바둑을 통한 경험은, 오히려 이제 오상식에게 배움을 준다. 종합 상사라는 또 하나의 전쟁터에서, 늘 이기는 싸움에만 익숙하여, 물러나기를, 무릎 꿇기를 주저하던 그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고, 물러나는 것이 또 하나의 승부수라는 것을 장그래는 역으로 가르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석률과의 피티 과정에서, 그저 밀려나지 말 것만을 주문하는 오상식을 넘어, 장그래는 석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무작정 그를 누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이른바 그가 내세운 경험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음을 장그래는 십여년의 바둑 수련생의 통해 길어올린다.

 

이렇게 <미생>은, 그 누가보기에도 말이 안되는 검정고시 출신의 낙하산 장그래가, 전쟁터 같은 종합 상사 원인터내셔널에서, 그의 숨겨진 경력을 통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을 그려낸다. 지난 회까지, 그저 실패의 복기였던, 그의 숨겨진 이력, 십 여년의 한국 기원 연구생의 경험은, 그저 입단 실패의 쓰라린 추억이 아니라, 이제 종합 상사 직원이 될 만한 경험치로서 손색이 없는 스펙이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학력을 통해서만이 증명되는, 우리 사회의 경력들이 얼마나 일면적인가를 <미생>은 보여준다. 비록 프로 바둑 기사로 등단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장그래의십수년의 세월이 공부에만 매달려 학력을 쌓은 동료 인턴 사원들에 밀리지 않음을, 심지어 때로는 그들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생존력있음을 드라마는 증명해 낸다. 그래서, 1회, 그저 불쌍해 보이기만 하던, 장그래가 조금씩 총명한, 때로는 오상식 과장조차, 섣부르게 폄하하지 못할 존재로 보이게 된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화 <미생>이 바둑이라는 특정한 경험을 전제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과 달리, 바둑에 문회한이 다수의 tv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임을 배려하여, 바둑의 구체적인 수를 배제한 이야기들이, 때로는 드라마 속 대사들을 그저 '명언'이나, '경구'처럼만 전달되게 되는 점이 아쉽다. 실제 바둑판에서, 서로의 능력이 차이가 나는 흑돌과 백돌이 경합을 벌여, 때로 수가 밀리는 흑돌이 승리할 수 있는 인생의 묘미를 보여주는 바둑의 매력이 드라마 속에서는 보여지지 않으니, 미생으로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장그래를 설명하는 매력이 반감되어 지는 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검정고시 출신 장그래가, 우월한 학결을 코에 걸고 경쟁만을 내세운 종합 상사에서,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대학생들은 소위 일반고 출신이다. 자사고, 특목고, 그리고 그 나머지 아이들이 간다는 일반고, 요즘 세상 사람들은 마치 일반고에는 공부를 못하는 찌그레기 들만 모아놓은 듯 쉽게 규정을 한다. 학습 분위기와 수업 집중도만을 가지고, 일반고의 아이들을 평가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열반'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한 지름길처럼 여겨진다. 우리집에 같이 사는 대학생들은, 남들처럼 좋은 학원에, 훌륭한 과외 선생님을 통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대학이란 곳을 통과했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이나, 과외 선생님 때로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견뎌야 하는 대학 생활에 불안감에 여전히 고등학생같은 생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이란 사회를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그들과 달리, 그들이 지내 온 일반고 경험에서, 일률적이지 않은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폭넓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쌓기도 한다. 청소년 시절 성공의 잣대처럼 여겨지는, 특성화고에서는 얻지 못할 경험이요, 자신감인 것이다. 아니 우리집 대학생들의 여유를 차치하고, 장그래를 그저 패배자로만 여기는 원인터내셔널 직원 및 인턴 사원의 협소한 시야, 그리고, 공무원 등 사회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결코 세상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스펙좋은 그분들의 탁상공론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세간의 잣대로만 측정되어지는 평가 기준에서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십 여년의 연구생 생활에 대한 복기를 통한 장그래의 생존이, 그래서 더 가치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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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0.25 10:03

만화 원작으로도, 그리고 이미 동명의 만화를 이용해 모바일 무비라는 신선한 시도로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미생>이 tvn의 드라마가 되어 찾아왔다. 모바일 무비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 편에서 잠깐의 출연으로 이미 그 존재감을 드러냈던 임시완이, 다시 한번 주인공 장그래가 되어 등장한다. 장그래이미지

 

스물 여섯 살, 대학은 커녕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영어는 커녕, 겨우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하나만 달랑 가진 장그래가 '낙하산'이 되어 종합 상사 원 인터내셜널에 취직이 된다.

'딱 이등병이네'

제대를 하고 나온 아들이 <미생> 첫 방송에서 회사에서 어리버리한 장그래를 보고 던진 말이다. 아니 회사를 다닌 이들이라면, <오늘부터 첫 출근>에서 첫 출근해 눈만 이리저리 굴리던 회사원 코스프레를 하던 연예인들처럼, 자신의 출근 첫 날을 떠올렸을 것이다.

스물 여섯에 대학도 나오지 않고, 종합 상사를 다니기에는 한참 부족한 능력으로 낙하산이 되어 던져진, 장그래를 보며, 사회 생활을 한 누군가는, 다 자신의, 혹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첫 날을 떠올리며 씁쓸해 진다.

 

 

 

그렇게 어눌하고, 일 처리 하나 제대로 못해 걸치적거리던 장그래에게 울컥 감정 이입이  되기 시작하는 건, 그의 회상 부분부터이다.

일곱 살에 바둑에 입문, 한국 기원 연구생으로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장그래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바둑을 그만둔다. 그런 그가 바둑책 뭉치를 들고 기원을 나서며 자신에게 던지는 대사가 있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기원 스승의 우려처럼 기원 연구생에서 정식 프로가 되기 위해 포기해야만 했던 알바를 가정 형편 때문에 놓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 그리고 그마저도 꿈꿀수 없게 만들었던 아버지의 죽음, 즉 자신의 형편과 조건 때문에, 입단에 실패했던 그 경험을,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퉁친다.

그리고 이 말에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담겨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라는.

그래서 오상식(이성민 분)의 '잘 하는게 뭐냐'는 질문에, 질과, 양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장그래는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좌절을 ,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의지로 승화시킨, 장그래의 일성은, 우리 사회 속 젊은이들의 현실과 각오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리고 이런 젊은이들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반영된 세상은 한병철의 <피로 사회> 속 성과 사회를 상징한다.

한병철은 그의 <피로 사회>에서 현대 사회, 즉 포스트 모던 사회를 성과 사회로 정의내린다. 즉, 그 이전 규율 사회가 '~ 해야 한다'라는 규율, 규제, 강제 등, 강요된 패러다임의 사회였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긍정성을 패러다임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과 사회에서, 성과의 주체가 되어, 자기 자신을 경영하며 '무한정 할수 있음'에 도전한다. 이런 긍정성의 이면에는, '생산의 최대화'라는 함정이 숨겨져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의 당위성보다, '능력'의 긍정성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동하는 주체가 되어, 성과를 위해, 자기 자신을 강제하는 '자유'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게 된다.

첫 회 <미생>에서 장그래가 자신의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오징어 젓 통에 어머니가 새로 산 80만원이 넘는 새 양복을 입고 손을 휘젓듯이.

그렇게 과잉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늘 피로할 수 밖에 없다. 공항에 내려 바로 다시 외국 바이어와 상담을 하러 가야 하는 오상식 과장의 빨갛게 충혈된 눈 처럼.

 

오상식이미지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미생>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에의 공감으로 시작한다. 이런 드라마 미생에 대해 인터넷 백과 사전,위키백과는 2014년만 <tv손자병법>이라 정의내린다. <tv손자병법>은 1987년에 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종합 상사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직장인들의 삶을 병서 '손자 병법'에 비유했다. 즉, 당시 직장인들의 삶이란 게 무기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4년판으로 돌아왔다는 <미생>은 직장인들의 삶을 바둑에 빗댄다. 바둑 역시 또 하나의 전쟁이다. 네모난 바둑 판에서, 흑돌과 백돌이 서로 누가 더 많은 진영을 차지하는 가를 두고 벌이는 소리없는 혈전이 바로 바둑이다. 역시나 또 하나의 전쟁이다. 하지만, 바둑이 인생을 반영한다고 하듯, 이기는 병서 '손자 병법'을 넘어, 인생의 바둑을 담은 <미생>에는 자기 자신을 착취할 자유를 가진 피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치유해줄 담론과 위로가 담겨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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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10.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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